"Head over Heels" Drama Transcript: Episode 2 (Full)

화장실이 워터파크냐? 거기서 물놀이를 왜 하냐? 죄송합니다. 저희 물놀이 안 했거든요. 아, 물놀이가 아니고 불놀인가? 담배를 폈으니까.


아니, 그냥 이건 정말... 전원 견해봉사 일주일. 아, 쌤! 왜? 2주 할까? 2주? 아, 쌤! 전 저번주에도 했는데요. 아, 한 번만 봐봐요.


적지 마요. 오지마. 거기서 말해.


그게 오해가 좀 생긴 것 같아서... 남자 화장실에 몰래 숨어있던 거 아니면 나한테 물 덮어 쏜 거? 둘 중에 뭐가 오해인데? 둘 다 오해야. 사실 거기 뭐가 있었거든. 내가 그거 없애려다가... 뭐가 있었는데? 물기... 벌레, 바퀴벌레.


어! 거기 바퀴벌레 있었어. 내가 벌레를 엄청 싫어하거든. 그래서 우연히 본 걔를 잡아야겠다 싶어서 막 사투를 벌이다가... 그만.


근데, 나 바퀴벌레 별로 안 싫어해. 걘 적어도 나한테 물 안 쏘잖아. 벌 청소도 안 시키고.


해로운 걸로만 따지면 걔보다 네가 훨씬 더 해로운 것 같은데? 그러니까 항상 그쯤에 있어. 가까이 오지 마요. 아니... 오지마.


그래도 살았으니까 됐어. 내 첫사랑. 아휴, 박상아 때문에 벌 청소가 웬 말이냐.


이 영상... 불 내고 싶어서 혼자 갔어? 누가 쫄 줄 알고? 좀 쫄지. 닥쳐. 안 쫄아.


이래도? 진흥이가 있었네? 안녕. 넌 지금 나랑 그런 게 하고 싶냐? 저기... 방금 한 말 너한테 한 게 아니고... 너한텐... 야. 너무 까부네. 작작 까불어. 


여자도 팬다. 안 까불면 되잖아. 까부는 게 뭐지? 먹는 건가? 내가 여기 왜 온 줄 알아? 여기 청소 다 하려고 온 거야.


니네 세명 뭐까지 싹 다 하려고. 네가 내 마음을 알아? 김진흥, 네가 내 이 깊은 마음을 아냐고? 어? 몰랐어. 그니까.


알 수도 없다면서. 가. 빨리 가. 가. 가버려. 야, 너 이거 혼자... 수고해라.


그래. 깨끗이 해라. 걱정하지 마. 잔뜩 쫄았네. 


진짜 맞는 줄 알고. 보기? 귀여워서 도와줬다. 내가.


진짜 이상하네. 불귀신. 이 자식이 말이야.


아, 따뜻해. 이제 좀 살 것 같네. 바퀴벌레가 됐지만 그래도 살렸어요.


애군이 어디 한 번만 찾아오디? 삼칠일 내내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게 애군인데. 게다가 법당에 꺼버려? 거꾸로 들어오는 놈이면 개복치보다도 약한 놈이야. 저승의 비기 이미 손 내둔 놈 한 번 구한 것 가지고 호들, 호들, 호들갑은.


아마추어야? 그냥 잘했다, 잘했다 해주시면 될 것 가지고.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몰라요. 열 장을 한 번에 써가지고 부적이 없어요. 


지금. 물귀신이 쎘다구요. 되게.


앞뒤 안 가리고 일단 뛰어들지 말고. 천천히 다시 방비해. 직접 만드신 거예요? 저 주려고? 말도 지지리도 안 듣는 신탈 뭐 예쁘다고.


아, 잘 듣는 애한테 시켜서 받아온 거야. 너도 아는 애. 내가, 내가 이래서 부적 안 써주려고 그런 거야, 내가. 어머니.


가만히 있어봐. 어머니, 사랑해요. 아이고, 이 닭 한 개 징그럽게.


사랑해요. 감사해요. 내가 순순히 써준 것 같지? 어디 한 번 당해봐라.


아이고. 다 뚫어서 그런 거야. 심장이 먼저 다가가.


어지러워. 모른 척해도 소용없는 걸 너 지금. 너에게 닿을 것 같아.


이 오묘한 거리에 숨을 곳이 없어. 그래서 되겠냐? 잘 봐. 깜짝이야. 괜찮아? 야, 괜찮아.


얘기들 해. 파이팅. 힘내. 파이팅.


야, 좀 더. 빨리 앉아봐. 빨리, 빨리 앉아봐. 자, 견우 할머니께서 잘 부탁한다고 간식 가져오셨다.


자, 어서. 자. 오범이, 안식이냐? 네. 쌤, 음료수는 안 사주신다. 저도 이제 가야 돼. 어, 어. 야, 이거 진짜 맛있다.


자, 쓰레기 정리 잘 하고 가. 네. 깜짝이야. 뭐하냐? 야, 견우인 줄 알았잖아. 어떡해.


나 이거 못하겠어. 아, 이 쫄보. 줘봐.


무적이랑 폰. 땡큐. 저기, 학생들. 그거 우리 견우 폰 아닌가요? 걔날 입고 내가 그려준 거라서.


어. 떡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유서 깊은 뇌물. 왠지 수상해. 구린내가 나. 구리구리.


구리구리. 구리구리? 수상해. 어디 우리 전학생 별스타 아이디부터 한번 찾아보실까? 4세대 9대? 그런 놈이 왜 무슨.


핸드폰 찾아준 것도 보고. 고마운데. 바래다주기까지.


어차피 저희도 가는 길인데요.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내가 미안해.


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이 친구들이 찾아줬어. 뭐가 좀 달라졌는데? 건드렸지? 네 폰을? 우리가 왜? 그래.


우리가 왜. 우리가 그렇게 개념 없는 애들로 보여? 너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아이고. 벌써 친구가 생겼네.


아니야. 친구 아니야. 난 친구할래.


할머니. 저 견우랑 친해지고 싶어요. 평범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 옆에 안 가요.


적서는 해도 밥은 같이 안 먹는다고요. 같이 밥 먹자. 밥 먹고 친해지자 우리.


뭐야? 전학생 양궁 선수였어? 금메달? 대박. 중형고 출신.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금메달 따던 양궁 유망주.


그런 애가 왜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을까? 전국 꼴찌 팀 학교로. 뭐 스카우트 당했겠지. 그래.


과연 그럴까? 샤라란. 이 새끼 방화 범인. 숙소에 불 질러서 잘린.


미친 거 아니야? 어때? 레이더 돌릴만 하지? 친해지고 싶으니까 뭐? 집밥을 해달라고? 염치없음? 양심 가출함? 야 그리고 핸드폰. 진짜로 찾아준 것도 아니잖아. 시끄러워.


내가 다 생각이 있다. 다들 집에 가는데 나만. 응? 아. 너구나.


어. 그지? 어때? 몸 좋은 친구. 아직도 양궁 생각 없어? 저한테 왜 그러세요. 정신 좀 차려요.


제발 좀. 아니지. 정신 니가 차려야지. 너 이거 몸. 아이고 이거.


야 이거를 그냥 이렇게 두면 안 돼. 그냥 둘 건데요. 국가적 손실이야? 아닌데요. 너. 견우는 애굴이 너무 세서 부적 하나로 못 막아.


부적은 말이야. 많이 설치할수록 좋고 오래 머무는 데일수록 더 좋아. 그래서 집에서 숨기려고 일부러 집밥 핑계를.


니가 견우랑 할머니 슬쩍 집에서 떼어놔. 그 틈에 내가 먼저 가서 부적 몰래 숨겨놓을게. 실례할게.


실례할게. 실례 좀 하자. 실례합니다.


야. 여기 앉아. 고마워. 근데 니 방은 어디야? 왜?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궁금해하지마. 할머니 장 다 봐오실 때까지 꼼짝 말고 있어. 왜? 나 구경하고 싶은데.


움직이지 마. 앉아. 앉아 있어. 방석에만.


저 할머니. 죄송한데요. 저 사실 비건이에요.


채식주의. 고기를 못 먹어요. 정말? 그러니 나가시죠.


뭐하냐? 앉아 있잖아. 방석 위에. 쫓아낼까? 아니.


마셔 이거. 데운 거야? 따뜻하다. 다정해.


너 그거 그냥 먹... 왜? 왜? 왜? 마시지 말으면 마시지. 싫어. 이거 내 물이야.


아니. 왜? 왜? 니가 먼저 했다. 어? 아이고.


배고프지? 얼른 밥 재료 줄게. 야. 너 때문에 쏟은 거잖아. 나 잘못 없다. 


쫓아내지 마라. 뭔데? 분위기 뭐야? 분위기는 무슨... 근데 뭔 풀만 이렇게 잔뜩 쌌어? 나 비건됐어. 응? 아이고. 


배고프지? 많이 먹어. 많이 있으니까.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얼른 먹자. 네. 할머니.


진짜 맛있다. 할머니. 너무 맛있어요.


그래. 많이 먹어. 할머니.


혼자서도 너 이렇게 잘 키워주시고. 할머니한테 잘해. 인마.


제 말은 그러니까요. 어. 저기. 얘 부모가 저기 해외에서 일을 해. 나한테 맡겨놓고 돈 버니라 바빠가지고 자주 들리지를 못해.


내 왕을 얼마나 자주 아는데. 전화도 꼬박꼬박 오고. 그치. 


견우야? 죄송해요. 제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얼른 먹어. 밥 먹어. 전 입양됐어요.


친부모님 못 본 지 10년 조금 넘었고 지금은 양어머니랑 둘이 살아요. 저희 어머니는 칼을 잘 쓰시긴 하는데 요리 실력은 영 아니시거든요. 저도 음식물 쓰레기만 만들 줄 알고.


이렇게 맛있는 데 처음 먹어요. 응. 또 왔다. 아이고.


많이 먹어. 많이 쓰니까. 자. 많이 먹어요.


감사합니다. 진짜 맛있어요. 성하라고 했나? 애가 참 단단해. 


그치? 나 좀 그래 보이나? 단단한 건지 아니면 그런 척하는 건지. 잠깐 얘기 좀 하자. 왜? 너 입양하였어? 호적은 그대로야.


여덟 살 때 엄마 아빠가 어머니한테 버리고 가서 안 와.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나? 보통? 모르지. 보통으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근데 별일 아닌 건 맞아.


별일이면 방금 할머니처럼 말해. 다 들키게 뻔하게 거짓말로. 이상하게 그럼 더 친한다? 이런 얘긴 그래.


용기내서 말하면 동정하고 슬프게 말하면 야빠. 그게 싫어서 비밀로 하면 그땐 진짜 약점이 돼. 아무 일 아닌 건 아무렇지 않게 말해야 아무 일이 안 돼. 여기 견후방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야, 표지호. 마지막 부적.


어디다 숨기냐? 저기다 놔야겠다. 내가 도와줄게. 뭐야? 아, 이 돌아.


아까 낮에 걔 견후네. 백현호. 백현호.


할머니, 일로 와. 같이 찍자. 잘했어. 고마워.


너 양궁하냐? 되게 잘하나봐. 다 금메달이야. 진짜네? 우리 다음에 응원 가도 돼? 그만뒀어.


응. 남의 집에서 물건 막 뒤지는 거 예의 아니지 않나? 너 그거 왜 그래? 다쳤어? 봐봐. 아니, 나 안 다쳤어. 아니, 성아 안 다쳤어? 내가 다쳤어, 내가.


야, 왜 그래? 야, 왜 그래? 괜찮아? 내 마음이... 마음이 심하게 다쳤다, 야. 아파. 미안. 그거 내가 어지른 거야. 


표준 잘못 없어. 내가 싹 다 정리할게. 여보세요? 선녀님, 어디세요? 손님들 기다리셔요.


맞다. 네, 알겠습니다. 어떡하지? 나 알바 가야 돼. 그거 지금 내가 나중에 와서 정리할게.


미안해. 진짜 미안해. 나 늦어가지고.


안녕히 계세요. 맨날 새벽에 끝나면서 오기는 뭘로. 하여튼 저 또라이.


여기요. 이거요. 가방. 


감사합니다. 여기. 고마워요. 


천지선녀님. 아, 네. 네? 아니, 그걸 어떻게... 겨는 줄 알았잖아. 줘봐. 


부적이랑 폰. 땡큐. 내가 살릴게.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애군 다 막을게. 


할머니 손자. 3, 7일 동안 꼭 살린다, 내가.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해요, 할머니.


갑니다. 가요, 이모님. 너네 오늘 본 거 학교 가서 소문을 내든 뒷말을 하든 상관은 없는데 앞으로 나한테 친한 척하지 마. 박성아한테도 그렇게 전해.


뭔 소리냐, 그게? 너네랑 친구할 생각 없다고. 설마, 이거 떨어뜨렸다고? 야, 실수 좀 했다고. 너 마음대로 오해하지 마. 악감정 같은 거 없어.


그냥 사람은 다 싫어. 박성아보다 더한 돌아이가 있네, 이거. 중형고, 백연호. 


걔 퇴출됐을걸? 이제 양복 못해. 연호야, 넌 나한테 안 미안해? 금메달리스트. 활시위 당겼다 하면 금메달.


그래서 숙소에 불까지 질렀는데도 그냥 전학 보내고 덮기로 한 거야. 경찰에 신고도 안 하고. 방하면 찐으로 범죄인데 그래도 되나? 내 말이야. 


소년원에 갈 애를 왜 전학을 보내냐고. 그것도 우리 판도로. 그럼 쟤가 어떡하지? 아침부터 뭐가 그렇게 재밌냐? 박성아. 


박성아. 왜? 견우가 무슨 말 안 해? 아무 말도 안 해. 만나자마자 안녕 했는데 인사도 안 해. 안 받아줘. 근데도 웃음이 나냐? 앞으로 나한테 친한 척하지 마. 박성아한테도 그렇게 전해.


쟤는 우리랑 친구 먹기 싫대. 너 보고도 전화를 했어. 왜? 이유가 뭔데? 전학생계의 방화범이래. 


거리도 멀리도. 모르지. 나야. 


질풍노도의 시기인가 보지.

들었어? 이 반 전학생, 그 잘생겼다는 애가 방화범이래. 진짜 찐으로?

어, 불 질러서 우리 학교에서 강제 전학 당했대.

뭐야, 완전 무서워. 방화범? 방화범?

여기 앉아도 되지? 야, 폐주.

아, 맛있겠다. 야, 맛있다.

친구는 안 하기로 했고, 공정해지는 거야?

너희 소문 안 듣고 자냐? 들었어.

고기 맛있다. 너 안 먹을 거야?

야, 고기를 먹어야 키가 크지.

잘생겨도 살인자는 안 된다며. 다른 건 되는 거였냐?

방화범도 안 되지, 위험하기 마찬가지인데.

근데? 원래 액운 낀 사람 옆엔 큰 사고가 뻥뻥 터져.

온갖 잡귀신들이 걔 죽이려고 다 달려들거든.

근데 난 남들보다 많은 걸 보잖아.

난 소문 같은 거 안 믿어, 내가 본 걸 믿지.

뭘 봤는데? 좋은 애인 거.

줄 게 물밖에 없을 때도 그걸 데워주는 애라는 거.

따뜻하게 수고하셨습니다.

왔어? 어우, 전국 냄새 나.

뭘 이렇게 많이 했어? 나 동네 친구한테 나눠주려고.

동네 친구를 사귀었어 벌써? 워낙 착해서 금방 친해졌어.

얼른 다녀올게. 같이 가, 내가 데려다줄게.

식어, 얼른 먹어. 그날 보니까 잡채를 참 잘 먹더라고.

맞아요, 엄청 좋아해요.

들어가시면 안 된다니까요. 잠깐만, 확인만 할게요.

견우야 뭐야? 이제 이런 것까지 갖다 바치게 합니까?

아니, 아니 왜요? 돈 뜯어먹고 사기 치는 걸로 모자라요?

파렴치한 것도 정도껏 해요, 진짜!

파렴치? 견우야, 그런 게 아니고.

나가요, 빨리 여기서.

아이고, 견우야. 미안해, 미안해.

견우야, 내 말 좀 들어봐. 그게 아니고.

선녀님, 괜찮으세요? 아니, 쟤는 그새 성질머리가 더 늘었네요.

아이고, 우리 선녀님 많이 놀라셨나 보다.

이모님 견우는 왜 저럴까요?

몰라요, 할머니는 세상 음전하시구만 쟤는 대체 누굴 닮았나 몰라.

아니, 그게 아니라요. 이빨은 불로 죽나 봐요.

어쩜 좋아. 왜 자꾸 죽을랑 말랑하고 있어 잘생긴 아이야.

견우야, 미안해. 할머니가 미안해.

견우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 견우야.

할머니가 왜 미안해? 다 나 때문에 그런 거잖아.

할머니 저런 것까지 갖다 바치게 만든 내가 나쁜 거잖아.

할머니한테 화난 거 아니야. 나한테 화난 거야.

할머니 아무 잘못도 없어.

견우야 버리려고? 반밖에 안 찼는데.

그냥 벌 청소하는 김에 나가는 게 아니라 쫓겨나는 거였구만.

견우는? 보자마자 할 말이 그거밖에 없냐.

안녕, 견우는? 분리수거하러 갔어.

창고 간 거야? 어.

이게 여기 있으면 안 되지.

연기 뭐야? 뭐야? 불 난 거 아니야?

어디? 안녕하세요, 저 견우 친구 박성아인데요.

견우가 지금 바빠서.

뭐야? 끊었네.

이게 뭐가 중요해.

동찬 장군 바보 똥개? 꼬또래!

꼬또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미안해 정신 차려. 미안해, 현기야.

나 때문에. 현기야, 제발.

견우야 너 나한테 안 미안해? 나 너한테 미안해.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래, 그럴게.

견우! 견우!

오지 마 오지 마. 소금으로는 널 못 버텨, 견우야.

견우야, 나가. 나가자, 우리 같이.

견우가 왜 사유서를 써요?

불을 일부러 질렀을 수도 있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래서 사유서 쓰라고 하는 거잖아. 무슨 말인지 알아보려고.

걔는 피해자라고요, 안에 갇혀있던.

맞아요, 쌤. 견우 죽을 뻔했어요.

죽을 뻔했어요? 죽을 뻔했어요.

의심이 간다는데 어떻게 하냐?

쟤가 달고 다니는 소문이 그렇다는데.

어떻게 불이 났는지 정황을 파악해야 내가.

정황이요? 지금 여기 증거도 없이 사람 범인으로 모는 정황 말고 다른 정황이 또 있어요?

박성아, 너 너 원래 이렇게 말을 잘했어?

맨날 자는 것만 보다가 영 색다르다, 오늘.

아니, 쌤 나한테 따지지 말고 쟤한테 직접 물어봐.

전 학교에서 방화범 소문 그거 어떻게 된 건지 말해 보라니까.

그거 말하는 대신 사유서 쓰겠다고 한 건 쟤야.

너 자꾸 나 나쁜 선생으로 몰지 마라. 선택은 쟤가 했다.

아니 빨리 가, 나 바빠. 가, 자.

아까 고맙다, 살려줘서. 그거 그냥 사고였어.

근데 너 왜 아무 변명도 안 해? 왜 시키는 대로 써?

그럼 꼭 진짜로 네가 불 지른 것 같잖아.

내가 안 했다는 증거는? 있어?

내가 봤잖아, 표지호도. 우리 둘 다 니들을 구하러 온 거잖아.

불 난 거 본 사람 나 혼자고. 네가 불 낸 거 본 사람은? 있고?

네가 그랬잖아 웃는다고 나쁜 일이 좋아지진 않는다고.

근데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어? 그럼 나쁜 일이 좋아지기라도 해?

네 일이잖아, 왜 남 일처럼 말해?

그럼 너는? 네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네 일처럼 나서?

불쌍한 애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났어?

그렇게 도와주고 싶으면 화장실 가서 거울이나 봐 봐.

네가 얼마나 불쌍하게 웃는지 알아?

그러니까 너 불쌍해지기 싫으면 다가오지 말라고.

불 내고 안 내고가 뭐가 중요해.

애들이 그렇게 보면 그게 나지.

불귀신 새끼, 빠른 새끼 벌써 도망가고 없어.

우울하다면서, 일 하나는 확실하게 한다.

아니 뭐 이딴 거지 같은 데 학교 터를 잡아 가지고 귀신들이 뭐 이렇게 나대?

그래서 계속해? 백연우 살리기?

해야 되는데 잘 모르겠어.

한 발짝 다가가면 한 발짝만 멀어지면 좋겠어.

막 열 발짝씩 멀어지니까 마음이 너무 안 좋다.

그래, 그 고생을 했는데 꺼지라는 소리나 듣고.

야, 꺼지라고는 안 했어.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지.

그거나 그거나. 배 씨라서 그런가?

내가 좀 배은망덕한 것 같지 않아? 재미없어.

재미있잖아.

자, 다 집중하고 릴리즈. 과감하게 앵커.

정확히 붙이고 쏘던 대로 쏴, 쏘던 대로.

백연우 선수! 귀한 몸이 여기까지 어인행차인가?

저 정 코치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양궁 안 해요.

야 이놈아, 서두도 안 꺼냈는데 넌 안 해요.

오늘 법당 안 합니다. 저희 오늘 쉬어요.

아, 손님 아니시구나. 들어오세요.

견우가, 곁을 잘 안 주지? 잘 안 주는 정도가 아니라요.

아예 안 줘요. 무슨 무인도 같아요.

인간 출입은 절대 금지.

맞아 걔한테 닿으려면 아주 힘들 거야.

사람들이 걔가 무투로 다리를 내딛는 쪽마다 사정없이 부숴버렸거든.

지금 내 부모조차 걔랑 연락하는 걸 원치 않아.

견우는 액운을 타고났어. 태어날 때부터 액운덩어리야.

죽어라 죽어라 하면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어. 괜찮아?

지긋지긋한 액운 끊어내려고 안 써본 방법이 없어.

용하다는 무당이며 도사 찾아 전국 방방곡곡 안 돌아다닌 동네가 없고.

힘드셨겠어요. 힘들긴 하나도 안 힘들었어.

애가 얼마나 이쁘게 웃었는데.

죽을 위기를 그렇게 많이 넘기고도 겁내는 거 없이 주눅 드는 거 없이 개나리 아지랑이에 피는 봄볕같이 웃는데.

고생이 다 뭐야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지.

손녀님은 액운이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하지?

아니야. 재수 없는 새끼라는 손가락질, 쟤랑 놀지 말라는 부모들이 곧 애.

언제 죽을지 내기하자는 못된 인간들의 농담.

살아있어도 죽은 취급 받으면 사람은 그때부터 죽는 거야.

조금씩 조금씩 사람은 사람이 죽여.

진짜로 양궁 안 할 거야? 네 형도 알지 않아?

백연우 징크스. 알지 걔 나왔던 대회는 다 대형 사고 터졌잖아.

버스 뒤집어지고 천장에서 구조물 떨어지고 막 애들 단체 식중독에.

뭔 귀신이 붙었는지 걔 주변에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아.

아니 근데 형도 알다시피 양궁이라는 게 뭐야. 멘탈 싸움 아니야.

자꾸 그런 일 생기면 멘탈 흔들리지. 우리 이제 1등 팀 아니다.

견우 입학한 후로 성적 완전히 죽었어.

아니 근데 백현우 걔가 맨날 나가서 금메달 따오지 않았냐?

견우만 잘했지 견우 지 혼자만.

그게 더 나빠. 그래서 질투심에 돌아버린 애들이 백현우 방화범으로 몰고.

니네 코치진은 그건 묵인하고?

아니 견우 범인이라고 제일 먼저 말한 사람 견우 본인이야.

불 난 게 다 지 때문이래요. 불을 낸 건 자기가 아닌데 자기 때문인 건 맞대.

자 애들은 백현우 지 입으로 자백했는데 왜 봐주냐고 난리지.

팀 분위기는 개판 났지. 지도자가 이럴 때 어떡해.

선택을 해야 되잖아. 견우 손 잡을지 애들 손을 잡을지.

그래서 놨지 뭐 백현우.

허허 참. 야 일단 너는 너는 얘 손은 못 들겠다.

99마리 구하려고 한 마리 길 잃은 양을 버린 거 아니야.

됐어 인마. 내가 거두면 돼.

내가 이래 봬도 어린이 성경학교 출신 아니야.

길 잃은 양 거두기 전문이에요. 내가 갈게.

형 형. 걔 진짜 안 쉬워. 난 뭐 쉽냐.

너 양궁 왜 했냐. 제일 처음 시작할 때 할머니가 양궁 하는 거 좋아하셨어요.

아니 그거 봐 그걸. 그럼 뭐가 문제야 계속 하면 되지.

너 저 땜 대회 때 너 금메달 따니까 할머니 무지하게 좋아하시더만.

저 왕따 당해서 양궁 그만둔 거 아니에요.

이게 미움도 자꾸 받다 보면 익숙해지거든요.

그리고 뭐 저는 다른 사람 다 필요 없고 할머니만 있으면 되니까.

근데 할머니가 경기 보러 오실 때마다 사람들이 절 싫어하는 걸 봐요.

나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 할머니가 알게 되는 게 그게 싫어요.

안녕히 계세요. 다신 안 봬요.

우리 어린 양 친구 너무 착하고 귀엽네. 양궁 하면 딱이야.

우리 견아 가엾은 내 견아.

지 눈을 봐도 미안하고 코를 보고 입을 봐도 미안하고 손을 잡아도 미안하고 다 미안해 나는.

할머니는 사랑한다는 말에 미안하다고 하시네요.

세상 사람들이 견우한테 미안하다고 하네.

미안한 일을 해놓고도 미안하다고 하네.

근데 우리 견우는 미안하다는 소리를 못 들으니까 자기가 잘못한 줄 알아.

자기가 나쁜 줄 알아.

그래서 내가 대신 해주는 거야.

세상 사람들이 안 해준 미안하다는 말 대신 다 해주는 거야.

너 잘못된 거 아니라고 너 나쁜 거 아니라고.

아직 그 말을 다 못 해줬는데 3년이.

우리 견우는 이제 진짜 혼자야.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어디 할머니.

할머니 한 번만 꼭 한 번만 우리 견우 손 좀 잡아주면 안 될까.

넘어진 애 일으킬 새도 없이 내가 너무 갑자기 가버렸어.

미안해. 내가 너무 어려운 부탁을 했어.

할머니 절 너무 만만하게 보시는 거 아니에요?

저는요 한 번만 잘해주는 거 없어요.

한 번 잘해주면 계속 잘해줘요.

마음 변해도 안 변해요.

신이 인간 안 버리는 것처럼. 엄마가 자식 안 버리는 것처럼.

계속 계속 다정할 거예요.

견우 해 살게 할게요.

견우야 거기 많이 깜깜하지?

방금 네 인생에 유일했던 별이 진 걸 알아.

네가 어둠 속인 걸 알아.

어둠 속에서 빛을 상상하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이니.

난 지금부터 너에게 갈 거야.

미안해 이런 나라서 네가 싫어하는 나라서.

아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여기가 어디로 가요? 왜? 내가 못 올 때 왔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나가요. 나가요, 빨리. 아니, 말 안 들려요. 


나가라고요! 좀 꺼지라고요! 그래도 난 너 구할 거야. 이 버르장머리 없는 것. 네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내가 너 보러 왔니? 네 할머니 보러 왔지? 절대 혼자 두지 않아.


오늘따라도 집에 돌아가는 걸음이 무거워서 한숨을 내쉰다. 할머니 돌아가셨다며? 드디어 너한테서 벗어나셨네? 마지막 가신 일까지 이따위로 더럽혀? 미안해. 내가 할머니의 불행이라서.


이해시킬 순 없어도 지킬 순 있어. 미움받을 수밖에 없으면 미움받으려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야, 그냥.


지금까지 샘만 죽어나간 게 용해. 귀신도 죽어나가, 저긴. 이거 이미 사람 아니다.


사람 껍데기 쓴 귀신이지.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