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My Ghost Clients" Drama Transcript: Episode 8 (Full)

 

심심해.

나도.

아니 지금 이 시간에도 부당 해고 임금 체불 산재 쓰고 막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을 텐데 우리 사무실은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견짱 TV 조회수가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있어.

뭘 해야 다시 활활 불태울 수 있을까?

유주야 응?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니?

응 난다.

조회수 걱정이네.

예 관장 타는 냄새.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당연하지 견우야.

유주야 견우야 유주야 넌 최고야 진짜.

너 어디야?

뭐 하냐 니들?

대놓고 사무실에서 연애질이야?

자중 좀 해 줘라.

아니 형부 요즘에 그분들 좀 안 찾아오시네.

그분들?

유령들.

요즘에 좀 뜸하다 싶어서.

그러게요.

어째 좀 잠잠하네요.

아우 이것들이 지들 눈에 안 보인다고.

야 막상 보면 얼마나 살 떨리는 줄 알아?

흐매 떨릴 살도 없으면서.

없지.

심심해서 그래.

일이 없어서.

뭐야?

의뢰 전화인가?

어?

빨리 받아봐.

아니야.

야 아니다 아니야 아니야.

오랜만이다.

바쁘니까 빨리 얘기해.

완전 쭉 떨어졌네.

왜 어쩌다가?

알았어 내가 지금 갈게.

조회수 완전 바닥이야.

뭐야 어디 가게?

나 친구 좀 만나고 올게.

형부가 친구가 있었나?

금시초문인데.

있었나?

무진아 무진아.

친구분이 병문안으로 오셨네.

야 저런 것도 가지고 좋은 친구도 없구먼.

야 너 뭐 어떻게 괜찮은 거야?

아유 괜찮겠냐.

아 이 친구가 노무사예요.

노무사.

네 노무사.

네.

근데 오늘 제가 산재 상담 좀 하려고 불렀어요.

이렇게 특별히 와 주셨네.

산재?

아니 너 술 취해서 굴렀다고 안 그랬어?

에이그 내가 너 술 먹고 사고 한 번 크게 낼 줄 알았다.

얼마나 취하셨길래 계단에서 떨어졌어.

야 내가 마시고 싶어서 마신 게 아니라니까.

인터넷 찾아보니까 회식 후 퇴근길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서 보상받은 케이스가 많던데 어떨 것 같냐?

술 퇴근도 업무의 일종이라 산재로 보상받을 수 있긴 한데 불승인 판결이 많아.

업무 관련성은 입증이 중요한데 입증하면 되지.

너 노무사잖아.

야 너 노무사 된 거 내 공이 큰 거 알지?

너 그거 까먹으면 안 돼요.

네 공?

내가 너 노무사 자격증 따라고 옆에서 바람잡고 대출받아서 사무실 내라고 조언하고.

너 나 아니었으면.

알았어 알았어 알았고.

회식할 때 사업주나 주최자가 음주를 만류했는데도 자발적으로 술을 더 마셨다든지.

퇴근길 경로가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면 산재로 인정받기 힘들어.

근데 넌 자발적으로 술을 처마셨을 가능성이 굉장히.

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너.

아니라니까.

나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아서 회식 있고 뭐고 안 가고 싶었는데.

김 부장 중요한 거래처라고 나 억지로 끌고 가서 술상무 세운 거라니까.

아니 오르라는 월급은 안 오르고 이놈의 회사 들어와 가지고 오른 거라고는 어?

간수치, 혈압, 스트레스, 어?

에이, 내가 원래 애간이었어.

근데 지금 지방간이야.

아, 참.

그리고 아까 뭐 또 뭐라 그랬지?

귀가 경록?

아, 그래, 야.

너 나 귀소본능 있는 거 알잖아.

잘 알면서.

우리 신입사원 연수받을 때 연수원에서 막 술 취해 가지고 혼자 응?

아, 이제 집에 가겠습니다.

그랬다가 잡혔던 거 너 생각 안 나?

내가 잡았는데?

그러니까.

여튼, 응?

그래.

회식 후에 나는 곧장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회식 후 만취 상태로 귀가하던 직원이 재난을 당했을 때 사업주가 안전하게 배려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산재가 성립되긴 하지.

그렇지!

잘하네, 어?

야, 나는 진짜 난 너만 믿는다.

아이씨.

근로자의 입장에서 최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노 공사님.

알았어.

넌 가서 치료나 열심히 받아, 어?

왜?

대련 던져.

아, 지랄한다, 진짜.

야, 생일 되면 요양급여, 휴업급여, 간병비 다 나오는 거지?

아이고, 잘 아네.

그럼 네가 신청하면 되겠네.

전문직 친구도 없다가 뭐 하냐?

이럴 때 써먹어야지.

야, 근데 왜 이렇게 무겁냐?

병원 밥에 입에 잘 맞나 봐.

어, 맛있어.

밥 먹고 와.

얘 너무 빨라, 왜?

아, 노... 노 공사님!

노 공사님!

아, 왜?

늦어?

아니, 지금 가고 있어.

왜?

나 조금 이따가 견우랑 뭐 배달 시켜 먹으려고 하는데 형부 것도 시킬까 싶어서.

뭐 먹고 싶은 거 있나?

음... 난 아무거나 너희들 먹고 싶은 거.

라고 얘기하면 또 짜증 낼 거지.

에이.

그러면 나는 뭘 먹을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누구신데요?

노 공사입니다.

아이씨.

아, 빵빵!

아하, 참.

젊은 놈이 이렇게 매가리가 없어.

놔봐.

놔봐.

봐.

땡길 땐 이렇게 땡기고 밀 때는 딱 붙여서, 응?

부드럽게, 자.

오케이?

감사합니다.

이런 데서 일하려면 말이야 밥도 많이 먹고.

다른 사람이 일하는 거 보이지?

보고 배워, 요령을, 어?

아, 진짜.

이제 처음 일 나온 애 갈구지 말고 형님 일이나 해요.

가뜩이나 사람 모자란데 내일부터 출근 안 하면 책임질 거예요?

그 자식이.

우리 집에 있는 큰 놈 생각이 나서 그래.

신경이 쓰여서.

그럼 먹을 거라도 좀 챙겨주던가.

친절하게 잘 좀 설명해 주던가.

잔소리 좀 그만하시고.

알았어, 알았어.

이리 와 봐.

몇 살이야?

스물 하나야.

군대는?

아직 안 갔다 왔지?

네.

그럼 뭐냐, 너도?

어, 배낭여행 간다고 돈 모으려고 왔냐?

하여튼?

이게 무슨 짓이라니까?

우리나라 삼천리, 금수강산 좋은 데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

저 애가 있어요.

원래 배달 일화 했었는데 애가 생기니 아무래도 좀 더 안정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애국자구나.

애가 있대, 내 애가 있대.

아이고, 아빠가 잘생기니까 아도 억수로 예쁘겠다.

그래, 어디 사진 한 번 보자.

아이고, 참 맞다.

휴대폰 보관함은 낫지?

네, 휴대폰은 원래 이렇게 보관하나요?

그러니까, 내 말이.

아니, 지금이 몇 년도인데 아직까지도 이 지랄이냐고, 참.

막내야, 내년 이거 해 갖고 우리 아들 둘 다 대학까지 보냈다, 애가.

주눅 들지 말고 열심히 일해.

읊게 쫙 해가, 응?

아이씨, 이게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그 참.

저거 연기 아니에요?

불이야!

불!

불!

불!

불!

불!

불!

불!

불이야!

불!

불!

불!

불!

나 어저께 민해식 형 쌩으로 했다가 죽은 줄 알았어.

야, 쌩으로 하니까 죽지, 아이고.

아, 마취 좀 해, 던져 가지고.

내가 커는 길에 가려고 그래.

뭐야, 저거?

저거 뭐야, 저거?

불, 불이야.

지금 핸드폰 없다, 지금.

빨리 사무실에 가서 신고하고, 사장한테 얘기해, 빨리.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불이야!

왜 그래?

불, 불, 불, 불 났습니다.

창문이 불어오라고요.

아이고, 죽이려고 이걸 싸우라고.

이건 또 왜 안 되는 거야.

도대체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네.

아이고, 그 성질낸다고 답 나오나?

비상구로, 비상구로 가자, 비상구로.

가자, 가자.

야, 빨리 안전 구에 글쎄게 대서 빨리 가.

너무 오래돼서 눅들어 가지고 작동이 잘 안 돼요, 이게.

사장님, 119 빨리 찍고 가셔야죠.

야, 신호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빨리 가서 준비해 봐.

야, 너희들 뭐해, 안 보고.

빨리 가.

막내야, 같이 하자고.

막내야, 같이 하자고.

일어나, 일어나.

가자, 가자.

빨리 가, 이쪽으로.

이리 와.

빨리 가, 빨리.

형, 형, 현기야, 형.

형 왜 이래?

형, 형, 현기야.

형, 정신 차려!

현기야, 정신 차려, 현기야.

문이, 문이 있어.

정신 차려!

살려줘!

살려줘!

와, 와.

와, 그래, 빨리 문 열어라고!

문이 안 열려, 형님.

문이 안 열려, 형님.

야, 이 개새끼들아!

왜 안 열려, 이게!

문 열어줘!

왜!

야, 이 개새끼들아!

음!

아, 이거 먹어도 돼.

형님, 왔어요, 형님?

우리 지금 막 먹고 있던 참인데.

형님, 어서 같이 드시죠.

와, 이 집 잘하네요.

알았어, 잠깐만.

네 들어오셔도 됩니다.

예.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아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예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이쪽으로 오셔도 돼요 이쪽으로.

야 뭐야?

주련인가?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아 예 이리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예 편하게 앉으세요.

한둘이 아닌가 본데?

네 현재 시각 큰 불길은 잡혔지만 붕괴 위험과 유독 가스로 인해 화재 감시관이 현장 접근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화재 경보 장치가 미작동하고 직원들의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는 회사 방침으로 인해 즉각 화재 신고를 하지 못한 점.

거기다 책임을 두려워한 관리자의 신고 지연으로 인해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하는데요.

어휴 씨 휴대폰만 있었어도.

이게 다 사장님 때문이에요.

그 자식이 신고라도 제대로 했으면.

대체 비상문은 왜 안 열렸던 거야?

용접을 내둔 거야?

소화기만 새로 바꿨어도 안 뒤졌어요.

그 인간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보고도 도망간 놈이에요 그 놈.

우리 애기랑 여부가 나 등 빠지게 기다렸댔대.

판박이에요.

완전 판박이.

뭐가?

찾아보니까 몇 년 전에도 똑같은 사고가 있었더라고.

그때도 저렇게 밀폐된 창고에서 불이 났는데 돈 아낀다고 내연 처리 안 된 자재로 지어서 순식간에 불이 번졌고.

오작동 많다고 화재 경보기 전원을 꺼 놔서 작동을 안 했어요.

그때도 관리자가 어떻게든 처벌 안 받으려고 대가리 굴리느라 신고가 늦어져서 다 죽었고.

아주 싹 다 똑같은 놈들이구만.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뻔하지 뭐.

벌금 좀 내고 유가족한테 배상금 좀 지어주고 끝났겠지 뭐.

그 후에 손실 난 거랑 창고 탄 거는 화재 보험사 돈 받아서 다시 사업 잘하고 사는 것 같네요.

회사 이름만 바꿔 가지고요.

야, 뭐 이제는 너무 뻔한 레파토리다, 그렇지?

거기 좀 앉아 계셔.

거기도 앉아 계셔.

아, 진짜 우리 사무실인데.

저러고 대충 넘어가니?

뭐가 달라질 리가 있나?

앞으로도 뭐 똑같겠지.

여보, 신호보사 양반.

이제 어떡할 거예요?

우리 억울한 거 해결해 준다면서요.

저런 놈들은 아주 그냥 싹 다 헛줄을 내야 돼.

우리가 받은 것도 똑같이 받게 해줘요.

그냥은 못 넘어갈 거예요.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게 있거든요.

언제는 법이 없어서 처벌을 안 했나.

그래도, 그래도 그 법이 생긴 이후로는 대표가 처벌받는다는데 그거 맞죠?

맞아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한 명만 발생해도 사업주를 형사 처벌한다는 법이거든요.

아, 그거 나도 들어본 것 같아요.

아무리 그 법이 생겼다 하더라도.

그다음에 뭐가 어떻게 된 거죠?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걸?

처제, 지금 이분이 먼저 말씀하고 계시잖아.

어?

난, 난 모르지.

말씀하세요, 예.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 아가씨 말 좀 먼저 들어보기로 하죠.

우리도 뭐가 어려운지를 알아야 되니까.

어, 먼저 말하래.

나?

나?

아니, 그 내 말은 중대재해법이 생겼다 하더라도 누가 처벌받은 걸 본 적이 없어서.

어, 맞습니다.

제가 기사를 하나 찾았는데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3년간 통계 기사거든요?

산업 현장에서 숨진 근로자는 1,700명 가까이 되는데 그중에 검찰에 기소된 건 몇 건인지 아세요?

몇 건인데?

일은 4건이요.

그중에 실형이 선고된 건 단 4건이에요.

그 4건도 과거 비슷한 사고나 관련 정과가 있는 가중 처벌 대상이었고 그 나머지는 죄다 집행 유예, 벌금형이 고작이에요.

아니, 일하다 1,700명이 죽었는데 처벌이 고작 2%가 말이 됩니까?

말이 됩니까, 여러분?

아니, 그, 그러면 이게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니까 법은 말랐고.

억울해서 못 살겠다.

아니, 이게 그냥 사건도 아니고 참 진짜.

우린 이미 죽었는데.

이건 말이 안 되지.

그쵸?

말이 안 되죠.

보여줘야죠, 이번에.

제대로 처벌받는 모습을.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네, 저희는 변호사님만 믿습니다.

박승원입니다.

예, 2022년에 창고 운영 업체를 신규 설립해 그쪽 사장을 따로 선임해 놨고 취업 규칙이랑 정관 다 수정해서 우리 쪽에 책임 소재 없도록 준비해 놨습니다.

대표님, 돈이 좀 들어도 빠르게 정리해 둔 보람이 있네요.

야, 그쪽 최 사장은 믿을 만해?

괜히 안 해도 될 말 했다가 엮일 여지가 없냐, 이 말이야?

예, 저희 회사에 근무할 때도 20여 년간 큰 문제없이 말 잘 들어서 저희가 그쪽으로 내보낸 것이니까요.

이 사람이, 20년이든 30년이든 그게 중요하게.

에이.

여하튼, 그 녹놓고 있다가 귀찮은 일 당하지 말고 확실하게 단속해 놔.

예, 알겠습니다.

아이, 뜨거.

운이 안 좋으시네.

회사 차리고 3년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큰 사고가 나고 사망자가 나왔으니.

민사야, 어떻게 돈으로 비빈다 쳐도 형사 처벌까지 받으셔야 하고.

죄송합니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시죠.

어차피 검찰이 기소하면 길게 조사받으셔야 하니까.

약이랑 챙기실 거 있으면 챙기시고 가족들이랑 인사하고 뭐, 식사라도 하세요.

고생하셨습니다.

사장님.

이거 뒤에 명음 건설 있는 거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요.

괜히 다 뒤집어서 간다고 순교하시는 거 아닙니다.

제가 뭐 할 말은 아닌데 그냥 안타까워서 그래요, 안타까워서.

요즘은 조폭도 대신 감옥 가고 안 그러거든요.

누구시죠?

몰라도 되는 사람이요.

댁이 은광 척 길 499번째 맞죠?

그럼 어떻게...

사람은 잘 모르는 거예요.

아니 어제까지 멀쩡했던 사람들이 오늘 다 불에 타 죽고 오늘 멀쩡했던 사람이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거고.

이제 말조심 좀 합시다.

할 말 못할 말 구분 못 하시다가 인생 마감하기 싫으시면.

저... 지금 저를 어디로 데려가시는 겁니까?

그냥 잠깐 조용한 데 쉬고 계시면 됩니다.

제발 집에 가게 해 주세요.

제가 지금 너무 힘들고 가족들도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회사 일도 산더미처럼 처리할 게 너무...

나한테 얘기해 봐야 아무 생각이 없어요.

우리가 뭐 돈 주면 시킨 거 하고 뭐 그런 사람들이니까요.

네.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해.

애들이랑 마누라가 보고 싶어.

집에 갈래.

그게 쓸데없는 소리.

갈 수 있으면 가 봐라.

어차피 얼마 못 가서 이 양반 있는 데로 돌아올 텐데.

거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아니 왜?

도대체 왜 저기를 못 벗어나냐고.

제가 전에 마신 다큐에서 봤는데요.

49일이 안 된 원혼들은 억울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모이게 되어 있다던데요.

이 양반이 별로 믿음이 안 가.

너무 잘하고 해 봐야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아 왜 또.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게 있대잖아.

그때 뭐 들었어?

법만 들어 놔봤자 이리저리 다 빠져나간다고.

그리고 그거 뭐 중대 법이라는 것도 웃기는 법이지.

일 터져서 사람이 죽어야 처벌하면 뭐가 바뀌는데?

아니 뭐 그래도 이때까지는 사고 나면 벌금만 내면 됐는데 이제는 감방 가야 되니까.

사업자들이 좀 바꾸지 않겠어요?

여러분!

산 사람은 잠이라는 걸 좀 자야 돼요.

아니 다른 귀신들은 용건만 얘기하고 사라지던데 아니 왜 여러분들은 여기 계속 계시는 거예요?

예?

아니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아니 그 저...

나 딴 데로 가봤자 다시 자네 근처로 돌아와.

아니 내가 무슨 엄마 오리도 아니고.

뭐야 형부!

형님?

일어나 있었네?

못 잤다는 쪽이 맞겠지.

이리 와 봐.

조용히 해 봐야 돼.

뭔데?

어젯밤에 경찰서 근처에서 찍힌 거래.

경찰서에서 나와 걷고 있는 한 남자에게 검은 옷을 입은 두 명의 남성이 다가갑니다.

이 둘이 남자를 강제로 끌고 가 검은 포차에 태우고 떠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었는데요.

잠시 후 인근 사거리 또 다른 CCTV에 포착된 영상에서는 차선을 위협하는 남성이 위험하게 넘나들던 이 검은 포차에서 한 남성이 뛰어내립니다.

이후 멈춰선 차량에서 괴한들이 뛰쳐나와 사라진 남성을 찾습니다.

이 사람이?

저, 저, 저거?

사라진 남성은 맞습니다.

부국 창호 사장.

대형 화재가 발생한 부국 창호 사장 최 모 씨로 최 씨는 경찰에서 화재 관련 조사를 마치고 귀가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경찰은 최 씨와 검은 포차에 탄 괴한들의 소재를 파악 중입니다.

이 덩치들은 뭐야?

어떻게 사람 단속 하나 못해서 이렇게 난리를 펄리지?

아니, 저, 그게 저 최 사장하고는 미리 얘기가 다 됐었는데요.

경찰 조사 받으면서 겁을 먹어서 그런지 갑자기 돌발 행동을.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아무리 충성심 어쩌고 해도 사람한테 제일 중요한 게 뭐야?

내가!

내일 당장!

어디서 눈을 뜨느냐!

어?

그거 아니야?

감옥으로 10년 이상 간다는데!

예, 알겠습니다.

고문 고문!

다른 사람이 어디 있겠어!

지금 사람 풀어서 찾고 있으니까요.

조만간에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담배!

그놈 경찰 출퇴해서 입 잘못 놀리면 당신 뒤에서 싹 다 먹어지니까 목숨 걸고 잡아와. 어?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다 나가! 나가! 나가! 나가! 아, 저 씨... 형님, 제가 보는 시사 채널이 있는데요.

거기서 재미있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북극창고에 실소유자가 따로 있답니다. 어딘데? 명음건설.

명음건설? 건설업체 매출 순위로는 10위권인데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서 준 재벌급입니다. 그 순살 아파트? 어, 맞아. 거기.

그런데 말입니다. 명음이 창고의 실소유자지만 북극창고가 서류상 독립된 회사라 명음건설 쪽에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북극창고가 독박을 쓰게 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북극창고 사장을 잡아가려고 했다? 한미석 의심이지.

명음건설 쪽에서 입단속 시키려고 한 것 같습니다. 바지 사장 앉혀놓고 꼬리 자르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사장은 도망을 친 거고.

그러니까 바지 사장 처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죠. 다른 바지로 갈아입고 새 회사 차려서 똑같은 짓거리 또 할 건데요. 바지가 아니라 대가리를 잡아야 되는데.

그쵸. 대가리를 잡아야죠.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그 사람을 잡냐고.

잡혀갈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잡혀갔겠지. 그런데 지금 우리가 어디 가는 거야? 아, 그 지난번에 만났던 제 후배 있잖아요. 걔 만나려고요.

이거 터뜨리면 잡지는 못해도 타격이 좀 있지 않겠어요? 너도 좀 타격이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왜요? 알지. 당연히.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서류상으로는 완전 연관 없는 회사라 꼬투리 잡을 게 없을 거예요.

아니, 꼬투리 잡을 게 왜 없어요? 그런 식으로 바지 사장 안 치면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편법인데. 그러면 안 되지 않나? 그치? 법으로 만들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그러면. 그렇긴 한데.

어지간한 회사들은 중재법 시행한다는 말 나올 때부터 로펌이랑 노모법인들 끼고 싹 정비 적어 끝낸 상태고요. 그걸 기자님이 터뜨리면요. 특종이잖아요.

써봤자 뭐 데스크상에서 킬 당하죠. 광고 끊길 일 있냐고. 하여간 나쁜 놈들은 왜 이렇게 부실한가 몰라. 

그치? 아니, 그럼 그 바지 사장. 그 사람은 그렇게 감옥에 가려고 했던 거래? 시키는 대로? 원래는 그러려고 했을 거야. 어, 근데요? 근데 법 바뀌고 생각보다 형량이 너무 세게 나올 거라는 걸 알게 됐겠죠? 옛날엔 끼께도 2, 3량인데 지금은 형량이 몇 배는 늘어날 거니까요.

그런 게 무서워서 도망쳤으면 그냥 경찰서에 바로 출동하면 되는 거 아니야?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아직 고민하는 게 아닐까요? 이제라도 충성을 맹세하고 벼를 다느냐? 다 까발리고 실형을 면하느냐? 아니면 자기가 바지 사장이라는 걸 입증할 확실한 물증이 없거나 여보세요? 여보세요? 당신이야? 지금 어디야? 몸 괜찮아? 나 괜찮아. 경찰이 아침까지 당신 기다리고 있다가 갔어.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어쩌라고 그래? 어디서 무슨 짓 하고 다니는 건데? 대책도 없이 언제까지 그렇게 피해만 다닐 거야? 지금 어쩔 수가 없어.

태훈 아빠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솔직하게 밝혀. 자기 혼자 다 뒤집어 쓰지 말고 정상 참작이라는 게 있잖아. 자기도 그냥 시키는 대로 한 것 뿐이잖아.

내 말 듣고 있어. 변짱TV 시작할게요. 경찰이 부국 창고 대표 채모 씨를 수배 중인 지금 저 변짱이 부국 창고에 실 소유주가 따로 있다는 충격적인 제보를 입증했는데요.

대박 왜? 뭔데? 뭔데? 변우야, 너 이거 언제 올렸어? 어제 우리한테 말도 안 하고 올렸어? 아니, 우리가 맡은 사건이니까 당연히 올렸지. 이건 이전 사건들이랑 다르지, 변우야. 명암 건설이잖아.

부국 창고 사장이 어디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이거 이렇게 무작정 올렸다고? 너도 납치당하고 싶니? 상대는 거물이라고요. 선배서라도 걸려가지고 심불자 되면 너 그대로 거리에 나앉게 된다니까? 야, 희주 말이 맞다. 그거 지워라.

아, 형님. 이건 조회수 때문에 그냥 어그로 끄는 게 아니라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서 던지는 출사표입니다. 제가 왜 기자를 그만뒀는지 아십니까? 안 궁금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게 만드는 이 엿같은 현실이 환멸이 났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기업을 두려워하는 게 맞습니까?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맞긴 한데, 쳐 맞을까 봐 그게 걱정이지. 걱정 마십시오, 형님.

그리고 이거. 좀 전에 연락 왔습니다. 희생자 합동 붕양식 화정 장례식장에서 한다더라.

일단 가보자. 확실해? 이 장례식장에 유아족들 다 모여있는 거? 어. 기자일 때 알던 사이보 선배가 한 번 왔다고. 분위기는 어떻다는데? 두들겨 맞을 뻔하고 쫓겨났다는데요.

날 반겨주는 곳에 언제 마지막으로 가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가시죠. 가자, 일단.

일단 바지 사장님 여원건세를 붙잡혀서 독박 쓰기 전에 유가족 합의는 막아야지. 아직 합의하진 않았겠죠? 유가족이 한둘은 아니니까 단체 합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돈 앞에서는 장사 없다는 데 말입니다.

형부가 유가족한테 잘 얘기하겠지. 돈보다도 사건의 진상을 밝혀서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 왜 그래? 내가 그럴 수 있게 도와주겠다.

왜 이래? 형부 노무사잖아. 노동자들의 힘이 되어주는 히어로. 이럴 때일수록 스킬 쫙 풀어서 도와주겠다. 

믿어달라 해야지. 표정에 자신감 좀 넣고 어깨도 좀 피시고. 피는 거야.

그럼 가시죠, 노무사님. 어머머! 니들 뭐야? 기자야? 개인 방송하는 놈들이야? 일 없으니까 꺼져, 이 새끼들아. 진정하시고요. 

저는 노무사입니다. 노무사? 니들도 똑같은 새끼들이잖아. 겉으로 노동자 위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자기네 인맥 챙기는 거. 누가 막 안 겪어봤을 것 같아? 그리고 니들이 뭔데 이어가서 유족들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왜? 죽만을 껴가지고 뭐가 떨어져 곰꼬불이하고 있을까봐 그래? 재호 씨 형님, 그만해요.

이 새끼들이 어디서 냄새 맡고 기어와가지고는. 잠시만요. 이 새끼라뇨? 말씀이 너무 심하시잖아요.

잠깐만, 저희는요. 돈 한 푼 안 받고 돌아가신 피해자분들 억울함 풀어드리려고 온 거거든요? 저희가 감사 인사까지 안 바래도. 다 쩍을 때 이 새끼, 저 새끼는 너무하잖아요! 죄송합니다.

노무사시라고요. 노무사가 뭐야! 여보, 여보! 그만해! 예, 노무사입니다. 우리가요, 새카맣게 타서 숫덩이처럼 된 가족들을 저 차가운 영안실 안에 집어넣은 지 벌써 일주일째입니다. 

일주일. 내 동생이 집안으로라 지 새끼 자느라 인사도 못하고 출근했다가 창고에 갇혀 불에 타 죽은 것도 미치고 팔짝뒤로 그러신데 이제는 차가운 냉동실 안에 집어넣고 일주일째 장례도 못 지르고 있습니다. 그 가족들의 찢어지는 마음을 압니까? 그러니까, 그래서 합의부터 하시면 책임 소지는 물론이고 사건 자체가 흐지부지 되거든요.

그러면 돌아가신 분들 더 억울해서 마음 편히 못 떠나세요. 맞습니다. 저쪽에서 합의금을 얼마를 불러든지 모르겠지만 그 돈 받으시면 안 돼요.

실제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을 불러와서 벌받게 하고 합의금을 받으시더라도 그 이후에 벌? 뭐 휠체어 타고 나와서 쇼 좀 하다가 금방 풀려나는 솜방망이 처벌이요. 재판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그러는 사이 유족들은 뭐 다 굶어 죽으라는 겁니까?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거 아닙니까? 지금이야 당신들이 우리한테 관심 받는 척이라도 하지만 그 이후에 살아갈 사람들까지 당신들이 끝까지 책임져 줄 거 아니잖아요. 어. 야. 발 한 번 빠르네 진짜.

사고 나기 전에 서류 작업 다 끝내려고. 사고 나자마자 유족이랑 노조 갈라치기 해서 합의부터. 참 열심히들 산다.

진짜 나쁜 새끼야. 아니 나 지금 유가족분들이 이해가 안 가는데. 아무리 돈을 줘야되고 그렇지 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자기 가족들이 죽었는데 진상소사부터 해야지.

저렇게 급급 못통 때문에 저래도 되는 거냐고. 인당 8억씩 받기로 했단다. 어? 8억? 8억? 와 미치겠다. 

잠깐만. 그러면 합의금으로만 몇 십억을 쓴 거야? 아니 하고 나 같으면 창고를 불현소 자재로 짓고 화재경보기를 달고 그랬겠다. 이 양아치 새끼들.

지들 생돈 나가는 게 아니라 보험금에서 나가는 거니까. 유가족들도 다 동의한 건 아니래. 그리고 유족 대표 분 말씀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

뭐 지금이야 회사 쪽에서 합의 시도라도 해주지. 정식 재판 가서 나중에 각 잡고 싸우면 결국 시간이랑 돈 많은 놈이 이기는 거니까. 아니 내가 진짜 답답한 게 뭐냐면.

유가족분들이 사고 원인 규명부터 안 하고 이렇게 합의부터 하게 되면 앞으로 이런 대형 사고들이 계속 반복될 거 아니냐고. 그러면 저분들의 죽음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야. 처음부터 그걸 노린 거야.

어? 열악한 일자리라도 급한 사람에게 위험한 일자리를 내밀고 당장 돈 필요한 사람한테 가족의 죽음을 팔라고 해야 지금 같은 일이 또 터졌을 때 누가 그런 데서 일하라고 했냐. 돈 받았으면 끝난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하게 만들 거 아니야.

그래야 사람들이 뒤에 있는 쩐주가 아니라 위험한 거 알면서도 일한 불쌍한 노동자들 목숨값을 손에 쥔 유가족분들을 욕할 테니까. 나처럼. 맞지? 안 되겠다.

뭐 어디가? 명음건설 본사. 가서 차로 들이박아버리게. 그럼 우린 집에 어떻게 가라고.

그 차 내 건데. 처제야 처제야 처제야. 현우야.

야 차 키. 네 오늘 오는데. 네 여보세요. 영상 봤습니다.

네? 누구신데요? 무슨 영상을 보셨다는 건지. 도구 창고 관련 영상이요. 만나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잠깐만 희주야 지금 정말 중요한 통화 중이거든. 기다려. 네 말씀하시죠.

네. 바지 사장님 네 번호 어떻게 알았대? 네 번호는 모든 영상에 공개되어 있습니다만. 제보받아야 하잖아. 그럼 왜 전화했는데? 만나재. 

만나서 설명하겠대. 도구 창고랑 명음건설에 가는 거 전부. 결심을 한 건가? 아니야 아니야 잠깐만.

그 사람이 진짜 바지 사장이 아니면 어떡하려고. 좀 전에 자기 민증 사진까지 찍어줬어. 뭔가 찝찝하지 않아? 전화 좀 줘봐. 

내가 다시 전화해볼게. 괜히 이것저것 해먹가면 저쪽에서 달아날 수도 있어. 어렵게 결심했는데 의심하면 안 되지.

아니 지금 우리 안전이 달렸는데. 명음건설 깡패들이 바지 사장 납치해가지고 이렇게 민증 사진 찍어서 보낸 거면 어떡할래. 모든 일에는 리스크가 있는 거야.

생각해봐. 사장은 얼마나 우리 같은 사람 만나서 명음건설 실체를 설명하고 싶겠어. 변호야. 

그건 니 추측이잖아. 그 추측 때문에 망한 일이 한 두 개야. 희주야 니 그 승질머리 좀 죽여.

언제나 안전한 길로만 갈 순 없어. 그래. 그 길로 갔다 치자.

무작정 뛰어들었는데 그 길이 낭떠러지면 어떡할래. 어? 문자 왔다. 뭐래? 경기도 파주시 태성로 8길 33. 

여기서 뵙겠습니다. 이거 자체가 너무 이상하잖아. 이제 와서 뒤로 물러설 순 없어.

당연하죠. 아니 그래도. 대신.

나 혼자 갈게. 어?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 아니 형님 그건.

혹시나 다 같이 갔다가 진짜로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그렇다고 제가 어떻게 형님만 보냅니까? 거기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분이 살려주시겠지. 아직 계약기간 남았으니까. 주소 메시지 보내.

아니 형은 진짜 혼자 갈거야? 형님.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급한 개인적 이슈가 생겨서.

저 대신 다른 스태프 한 명 보냈으니까. 믿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믿을만한 사람이에요. 근데 맞아. 사장님.

사장은 만나서 뭐 어쩔 생각인데. 아니 뭐 어떡하긴 뭐 어떡해요. 이번 사고에 대한 진짜 책임자가 뭐든 책임지게 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처리하게 해야죠. 그럼 이미 생긴 일은 어쩌고? 예? 그러니까. 월일 죽인 사장 놈하고 손을 잡겠다는 거잖아.

아니 이게. 이게 손을 잡겠다는 게 아니라. 명확한 책임 규명을 위해서.

협조를 하게. 협조? 우리 불태운 놈하고 협조도 무슨. 맞아요.

우리 인간이 어떤 인간인데. 아니.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닌 거 아시잖아요.

알기야 알지. 근데 이게 사람 일이라는 게. 그렇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 우리는 사장 놈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기는 해야겠어. 진심으로다가. 진심으로요? 네. 진심으로.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미안해. 잠깐만 빌릴게. 아이고 뭘 빌려.

진정들 하세요. 우리 같은 팀이에요. 그러니까.

뭐만 잠깐 빌리자고. 30분만. 이 몸으로 안 되니까.

싫어요. 싫다고요. 나 진짜 두 번 다시 싫어요.

진짜. 5분. 5분이면 돼. 한 대만 제대로 때려도 내가 원이 없겠어.

싫어. 싫어. 정말 싫어.

보고 있죠. 보고 있잖아. 알았다고.

진짜. 진정들 하시고. 정말 싫어.

뭐 하십니까? 최 사장님? 저놈이다. 이 쌍놈의 새끼. 그 놈을 죽여죽일 놈이잖아.

네가 어떻게 우리한테 그럴 수 있어. 우리 사장 놈들 꼬마를 봐. 죽고 말아 이 새끼야. 우리 놈 죽고 살려래.

빨리 내놔 빨리. 살려래요. 살려.

살려. 이 새끼야. 정신차려.

정신차려. 마지막에 한마디 못했다고. 야 이 자식아.

니가 안전기름을 지켰어도 이 살인마 죽어 이 자식아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뭐야 죽은다? 아니 이게 뭐. 아니 저기요 저. 저 최 사장님? 아니 대체 뭐 뭐. 아니 뭘 도대체 뭘 뭐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하신 거예요? 뭐 몰라 우리 뭐. 아니 그게 저. 화가 머리끝까지 나가지고. 아니 그냥 막 우와 이랬는데. 어 그러게.

우리는 그냥 화만 냈거든? 아 근데 우리한테 이런 능력이 있었어? 그럼 우리가 다 같이 힘을 합치면. 어쩌면 우리가 뭐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할 수 없어요.

그렇게 좋아하실 때가 아니에요 지금 큰일 났다고요. 아니 벌 주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 사람이 진실을 받길 수 있는 유일한 증인인데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아 내가 지금.

아 놀라셔서 그래요. 이제 다 끝났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안 끝났어요.

나 이제 더는 못하겠어요. 더 이상 이렇게 못 살아. 예예.

용서해 그만. 나 좀 도와줘요. 세상이 죄다 날 죽이려고.

당신만큼 나 믿어줘야 되는 거잖아. 예 믿어드리겠습니다 대신. 먼저 하실 게 있습니다.

뭔데요? 사과를 하라고요 죽은 사람도. 예 지금 여기 계십니다.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시면 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설마 이런 상황에서 몰래 카메라 같은 거 찍고 그러는 거 아니구나. 요새 조회수 올리려고 별짓을 다 한다고. 아닙니다.

직접 겪어 보셨잖아요. 아까 그거 그게 다 여기 계신 노동자 원원들의 분노가 담긴 겁니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는 거 같은데요.

높으신 분이라 허리가 안 굽혀지시나? 미안합니다. 아유 빌어먹을 엎드려 절박기구만. 제가 비겁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도망쳤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가 다 책임질 거라고 생각하니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 일이 있었는지 단 한순간도 마음 편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고 변명할 수도 없습니다. 다 제 책임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죽였습니다.

이제와 사과드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제가 죽일 놈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죽었어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쁜 놈의 새끼.

죽을 각오로 책임을 다해야지. 최 사장님.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스프링클라우 고장 나서 명은건설에 교체비용을 요청했는데 공사비 몇 천만 원이 아까운지 그 돈을 안 보내주더라고요. 그래서 소방공사도 못하고. 사장님은 명은건설하고 무슨 관계입니까? 명은건설에서 20년 일했습니다.

어느 날 이사가 불러서 가봤더니 부국창고 사장 노릇을 하라더군요. 조건도 나쁘지 않고 해서 알았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요? 사장 자리에 앉혀놓을 땐 그만한 대우를 해줄 거라 믿었는데 그냥 입 닫고 귀 막고 살라고 하더라고요.

명은건설 대표가 부국창고에 실소유자라는 걸 숨긴 거죠? 혹시나 자회사에서 사고 나면 처벌받을 걸 대비해서. 그렇죠.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부국창고뿐만 아니라 다른 자회사도 그런 바지 사장을 수두룩하게 앉혀놨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불이 나자마자 알았습니다. 아, 내가 다 뒤집어 쏘겠구나. 명은건설이 부국창고에 모해서라는 걸 입증할 만한 게 없던데요.

서류상으로 너무 깨끗해서요. 입증할 게 아예 없진 않아요. 예? 저도 이런 날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제 사무실 냉장고에 USB가 있습니다. 불이 나서 가지고 나오진 못했지만 거기에 녹취랑 문서 파일들이 있어요. 제가 명은건설 퇴직하고 창고에서 대표를 하라고 지시를 받은 거랑 그에 필요한 자본금을 받은 자료들입니다.

사무실 냉장고요? 중요한 것일수록 허술하게 놓는 게 좋다고 해서요. 잘 들어요. 명은건설은 날 쫓고 있어요.

내가 혹시나 붙잡히면 그 USB를 꼭 찾아요. 비밀번호는 181223. 내 아들은 생일이에요.

내가 혹시 잘못되면 당신이 그걸로 꼭 진실을 밝혀줘야 돼요. 이쯤에서 찢어집시다. 난 저기로 나갈 테니 그쪽은 앞문으로 나가요.

제가 왜 앞문이에요? 그럼. 형 오른쪽! 왜 안되지? 형 아까 됐었잖아. 아까는 눈앞에 최 사장이 있으니까 죽이고 싶으니까 그게 됐지.

그래도 더 화를 내야 돼요. 아까처럼! 맞아. 분노해야 돼.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보라고! 그러고 보니까 우리 가족들 걱정이네.

내라도 일을 해야 다 고맙고 살긴데. 형님, 우리 아들은요. 아직 졸업하려면 한참 남았어요.

우리 아기는 이제 100일이에요. 여러분. 슬픈 생각 말고 분노를 하셔야 된다고요.

분노! 아시겠어요? 이 분노의 힘이 앞으로 중요하게 쓸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다시 해봅시다. 다 같이 타이밍 잘 맞추시고.

그래! 다시 한번 해보자고! 자! 분노게이지! 끌어올려! 멈추지 말고 레벨 더 올려요! 박자 맞추시고 다 같이!

예, 뭐 이런 식으로. 분노의 힘이 커질수록 파장도 커집니다. 아시겠죠? 그러니까, 자, 다시 해봅시다.

그렇죠, 좋습니다. 누나! 자,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보니까 운삼 아저씨가 화를 잘 못 내네. 종호는 자꾸 박자 놓치고, 저희 두 분 개인 교습 좀 받고 가실게요. 여러분, 화는 분명 나쁜 거지만 여러분의 분노는 좋은 곳에 쓰일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의 화를 보여주세요. 아니, 웅상아저씨 어떻게 화를 낼 수 있지? 아니, 군대 재입대 통지서 받았다고 생각해봐요. 그렇죠, 바로 그거예요.

종호 너는 최 사장 때문에 자식 못 보는 거 억울하지도 않아? 진심으로? 군대 재입대? 찾아야지, 예감이 안 좋아.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난 거 아니겠지? 그걸 찾으면 우리 파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번호 준비해 오셨죠? 최 사장이 너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명언 것을 김영환 대표님이 취소유자라고 밝히면 뭐가 달라질까요? 후원금으로 목적을 팍팍 늘리고 있는 그런 의원이 하나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뭐 의사가 하나씩 심어 놓는 거면 괜찮지. 이러고도 그 나쁜 새끼들은 그냥 넘어가시겠다? 언제까지 돈도 안 되는 봉사활동만 하고 살 수 없잖아, 나도.

계약 못 지키면 죽는다며! 마지막 방법이라는 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