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입장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청담 국제고등학교는 청담 국제고등학교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이에 방해가 되는 모든 행위는 절대로 절대로 응답하지 않습니다.


미스터리한 사건

이날은 제일 먼저 데이트를 해서 어느덧 마이크가 꺼졌어요.

그래서 구분이 안 되었고 전날은 다시 컴퓨터를 켜보려고 해요.

드디어 마이크가 꺼졌어요. 과연 이게 무슨 일 같은데.

아.. 마이크가 꺼졌다고? 아.. 기계촌이 살인돼?

지금까지 살인자 옆에 있었던 거야? 개소름.

진짜 아니라니까요. 제가 안 찍었어요.

일단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되고요.

아니라고요 제가 거부할 권리는 있지만.

빨리 조사를 끝내달라는 학교 측 요청도 있어서.

기균충이 살인까지 했네. 김혜인이 오시은을 죽였어? 그 영상 봤어?

김혜인 알몸 영상 유경민 앞에서 다 보셨대. 3만원은 빌렸나?

김혜인 학생 통신 기록을 보니 가장 최근 연락을 많이 한 것도 마지막 통화 상대도 혜인 학생이던데.

그 늦은 밤에 학교에는 왜 갔었지? 그게 시은이랑 만나기로 해서.

협박받았니? 네? 죽은 학생한테 문자 메시지로 협박받던 정황이 있던데.

그래서 그냥 밀어버린 거야? 아니에요.

전 옥상에 올라가지도 않았어요. 진짜예요. 믿어주세요.

무엇 때문에 협박당했는지부터 말해볼까? 그게.

김혜인이 오시은 밀었다며. 어떻게 그런 짓을 해? 끔찍하게.

민유리. 응. 난 가끔 누군가 죽여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데. 넌 그런 적 없어?

응 난 그런 적 없는데. 오타가 있네. 오타가 있어. 오타가 오타가 오타가 있어 오타.

내가 서희수란 이름 석 자를 제일 싫어한다고 했지?

죄송합니다. 형님 관련된 모든 것들 다시 체크하겠습니다.

형님? 그 새끼가 형이야? 김진석 씨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분께서 잘 이끌어 주십시오. 네. 가보세요.

오시은 사건 유가족은 자살로 판단하고 있고 소란스러워지는 걸 원치 않는다?

네 그렇습니다. 목격자는 김혜인이고.

저번 김혜인 학생 추락사건 눈 감아주고 입학한 학생입니다.

경찰 쪽에 아무것도 못 봤다고 증언하고.

오시은 학생도 자살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만.

1년 사이에 두 번째 자살. 거기다 김혜인. 곤란하지. 네. 나가 봐.

아 그거? 뭐 알아보고 있지. 생각보다 변호사 수임비가 비싸네.

그래도 장례가 걸렸는데 집 보증금 빼면 될 것 같기도 하고.

집이야 맞춰 살면 되지. 형이랑 같이 잘 못 해.

혜인이만 반하나 있으면 되고. 청담 국제고등학교라 별로네.

별로야. 여길 3년 동안 다녀야 돼? 미쳤다 진짜.

얼마나 일어난 거야. 미쳤나 봐. 미쳤나 봐 진짜.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아 진짜 진짜 웃기네. 야 깜짝 놀랐지.

왜 친구들이잖아. 왜 웃어? 벌레도 죽이는데 사람을 죽인다고?

벌레는 사람이 죽이는 거야. 이렇게 소리. 벌레인 줄.

적당히 해. 니 대가리 깨지기 싫으면. 뭐 하세요?

나도 죽이려고. 조심해. 우리 죽일 수도 있어. 니들 다 역겨워.

언제부터 그렇게 오신을 생각했다고.

그리고 결과 아직 안 나왔어. 나 당당하고 결백해.

그때 가면 너 절대 용서 안 할 거야.

하아. 내가 진짜 존나게 이해가 안 가서 그러는데.

다른 기균충들이랑 다르게 가진 게 좆도 없는데 너는 왜 이렇게 당당할까?

아 기균충들 중에서도 바닥이라서 잃을 게 없어서 그런가.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애미 애비도 없고.

야 괜찮아? 지현이. 야 야 빨리 잡아 빨리.

역시 아 지현아 지현아 지현아. 어 어. 


새로운 만남

빨리 타요! 빨리, 빨리!

어? 우리 학교 교복이네? 이 사람... 누구세요?

이제 물어본다고? 오, 와... 기균충 양동이 김혜인, 맞죠?

뭐라고? 얘기 많이 들었어요. 사랑해요. 이소망 동생.


이소망... 나랑도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동생?

근데 너 앞으로 나한테 그... 어? 기균충이 하는 말 쓰지 마.

커피 나왔습니다. 너무 귀여운데? 내 스타일이야.


소망 선배 연락 안 돼서 걱정했는데. 유학 갔구나?

그 말이 유학이지? 쫓겨난 거죠?

우리 목사님 성격 장난 아니거든요. 동생이 있는 줄은 몰랐네.


오토바이 취향 보니까 형제 맞다 야.

아까는 때려서 미안. 아! 저 아직도 아파요, 누나.

맛있는 거 사줘요. 거기 안 때렸거든?

난 무조건 누나 편. 언제 봤다고 내 편이래. 뵀잖아.

오늘 선물 하나 갈 거야. 선물? 맘에 들면 좋겠네.

네, 아빠.


가족 문제

회사로요? 네, 알겠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달을 드렸던 내용대로 현재 코스닥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분 사업을 통해서 저희도 신사업 진출에 대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적대적인 관계보다는 우호적으로 가자는 거지? 네, 회장님.

알았어. 진행시켜. 네, 알겠습니다.

우리 딸, 지금 뭐 해? 아, 우리 딸 왔어? 앉아라.

좀 있으면 기사나 나갈 거야.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

무슨 기사요? 이혼 관련해서. 이혼하지 마세요.


어른들의 일이야. 이혼하지 말라고요.

어디서 갑자기 굴러온 년 때문에 이혼을 해요?

그것도 우리 학교 계약직 선생을? 말 가려서 해.

그럼 엄마는요? 알코올 중독에 우울증에. 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그게 아빠 탓이야? 피는 못 속인다고.


이럴 때 보면 지 엄마랑 똑같아. 남 탓하는 거 보면.

피는 못 속인다고요? 전 아빠 딸 아니에요?

너랑 상의하려고 부른 거 아니야. 가.

내가 확 죽여버릴 거야. 그 여자하고 뱃속에.

이놈이 근데! 아무리 가족이라도, 어? 선은 넘지 말아야지.


너 그룹 후계자가 이렇게 경망해서도 되겠어?

쟤나 나가니까 차 준비 시켜.

지금 나한테 선 넘은 건 아빠야. 야! 너 미쳤냐?

야! 야! 너 미쳤어? 나 지금 엄마한테 가야 돼.

엄마가 전화를 안 받아. 기다려. 택시 불러줄게.

경제 전문가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다음은 한명그룹 백주원 회장의 이혼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숨겨진 비밀

여기에 백 회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여성이 임신했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는데요.

한명그룹 측에서는 백 회장의 사생활이라고 밝히면서 그룹 차원의 해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 기사님, 라디오 좀 꺼주실 수 있나요?

야, 백진아! 백진아! 우리 딸 왔어? 얼마나 마신 거야?

또 마신 거야? 한 번만 더 마시면 위험하다고 했잖아!

왜 이혼해줬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엄마 돈 많아, 진아야.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잖아. 이렇게 그만두면 난 어떡해? 내 생각은 안 해?

우리 진아, 불안했구나? 엄마 미안해. 엄마 미안해.

엄마가 우리 진아 지켜줬어야 했는데.

너, 절대 엄마처럼 무너지면 안 돼.

아무것도 내어주지 말고, 아무것도 뺏기지 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난 절대 아무것도 뺏기지 않을 테니까.


아무것도. 야, 괜찮아? 야! 내가 미쳤다고 몇 시간을 기다렸지?

아휴, 그래. 누굴 걱정해, 내가.

너 이거 봤어? 이런 찌라시가 떴네?

너희 어머니 정신병원에 계신다고. 그딴 쓰레기 같은 거면 어쩌라고.

근데 너도 그런 쓰레기 같은 소문.


애들 앞에서 입 밖으로 꺼냈잖아, 그날.

우리 우진이가 어디 가서 아무나랑 자고 다닌다고.

저 새끼도 협박당했어! 김혜인이랑 네 남친이랑 잤거든.


야! 다들 숨기고 싶어 하는 비밀. 하나씩은 있잖아.

근데 내가 보낸 선물은 받았어? 선물?

내 생각보다 늦게 갔네.


허위 사실. 학교 폭력? 징계위원회에는 뭐 입고 갈 거야?

멍청하게 왜 이래? 어떻게 내가 징계를 받아?

글쎄. 그딴 더러운 새끼랑 소중하게 살고 싶은 네 마음대로 해.

난 분명히 말했으니까.


근데 난 헛소문이 아니라 진짜라서 올린 건데? 너였구나?

그딴 쓰레기 같은 걸 올린 게.

나도 너에 대해 헛소문 아닌 걸 하나 알고 있는데. 김혜인.

누가 옥상에서 울었을까? 난 알 것 같은데.

여기서 뭐하냐? 너 모르는구나? 너네 아빠 교무실에서 바닥 청소하고 있어. 우리 라이 한 번만. 어디야? 사모님 제가.


아빠 뭐하는거야. 빨리 일어나. 빨리.


어이가 없어서. 넌 상황 파악이 안되니? 무릎 꿇고 사정을 해도 용서해줄까 말건데. 한 번만요. 


아이 인생이 걸렸습니다. 이건 뭐 끝난거지. 됐고. 


학교폭력으로 고소할 거니까. 쟨 퇴학시켜요. 사, 사, 사, 사. 퇴학이래.


아빠. 어딜 만져요. 더럽게.


됐고. 아저씨랑 얘기하기 싫으니까. 엄마 불러와.


다같이 모여서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너희 엄마 어딨니? 엄마 불러와. 엄마 없어요.


엄마 없다고. 엄마 돌아가셨어요. 엄마는 왜요. 


이 씨발. 혜인아. 잠깐만.


혜인아. 선생님도 알아. 네 마음 다 알아.


근데 지금 네 상황에 학교폭력 꼬리표까지 달면 너 생기부에 기록 남는 건 최소 4년이야. 그럼 검정고시도 필요 없고 너 몇 년 동안 취업도 못해. 무슨 말인지 알아? 어? 혜인아. 


응? 이제 깨달았다. 선생님. 이게 내 현실이고 변하지 않을 내 미래라는 걸. 잘못했습니다.


난 이렇게 살기 싫다. 잘못했습니다. 돈 없는 게 죄라고? 잘못했습니다.


아니. 돈 있는 것도 죄로 만들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