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못 들이신다면 당장 침대 밖으로 나오시는 게 좋습니다. 침대는 항상 잠을 자는 곳이다라는 인식을 뇌에 심어줘야 하거든요. 영양결핍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죠.
예를 들어 일부 비타민 B의 결핍은 우울증 위험증과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나은아! 나은아! 왜? 아, 나 양치했어. 아, 그래도 먹어.
나 갈게. 야, 다 먹어. 이거는 다 못 먹냐.
응? 엄마, 나 갈게. 뼈만 남아가지고, 저게. 아우, 이 꿀을 좀 넣을걸.
아우. 걱정도 팔자다라는 말이 있죠. 그런 사람들이 스트레스 잘 받는 사람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은 사회적, 생물학적, 심리적 이 세 가지 요인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는 말이 있듯이 스트레스를 잘 다스려야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뭐 어떤 분들은 넷플릭스 TV를 보시는 게 혹시 휴식이 되시면 매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얼마 전에도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잡혔을 때 환청환시에 시달리는 조현병 환자였다는 사실이 뉴스에 크게 보도가 되면서 이슈가 됐었죠. 하지마. 안돼.
하지마. 이 사람도 친구 불량 맞았죠? 안돼. 안돼.
안돼.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왜 그래. 죄송합니다.
안타까운 건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치료받지 않은 조현병 환자의 범죄들은 전체 범죄의 0.04%에 불과합니다. 정신질환은 관리의 병입니다.
무엇보다 병원에 빨리 오셔서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다은 간호사입니다.
정다은 간호사요? 내과에서 오는 쌤이라며. 내과 3년 차요. 저랑 대학 동기예요.
3년 차면 롯데 잘 안 하지 않아요? 그치. 우리 같은 특수과에는. 다 입었니? 네. 영찰 줄래? 영찰이요? 앞으로도 계속 클립을 하고 다녀.
끝만 보이면 그걸로 자해를 시도하는 환자분들이 있거다. 아, 네. 신발. 신발 끈 없는 걸로 잘 신고 왔네.
네. 갈까? 네. 샤워기 줄이 없이 전부 매립되어 있어. 문에도 손잡이나 고리가 없고. 심지어 여기 문에 달린 경첩들도 줄을 걸을 수 없도록 좀 촘촘하게 이어진 피아노 경첩이야.
네. 펜이 꼭 필요하면 실리콘 소재나 0.5mm 이상 되는 그런 굵은 펜을 들고 다니고. 네. 시저는 가지고 다니면 안 된다. 환자분들 자해나 타해할 수 있는 물건은 다 금지야.
여기는 커텐도 없어. 그래서 다른 병동보다는 아침이 제일 빨리 와. 자, 소개할게. 여기는 내과 출신 3년 차 정다은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여기는 대학 때 실습 나온 게 전부지? 네. 내과랑은 좀 다를 거니까 시행착오가 있을 거야.
당분간은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고. 네. 당장은 박수현 차지샘 팀이니까 잘 됐네. 부탁할게.
네. 그러면 오늘은 여기 민들레 쌤 따라다니면서 익혀. 들레 쌤이 프리셉터니까 바로 일할 수 있게 잘 가르쳐주고. 네. 여기가 환자분들하고 면담 나누는 곳이고요.
면담 시에는 꼭 문을 등지고 하는 거 잊지 마세요. 내가 문을 등지고? 환자분들 액팅 하우스에는 문을 막고 사는 경우가 있어요. 빠져나가야 되니까.
다른 병동이랑 크게 다를 건 없고요. 몇몇 시설만 달라요. 여긴 욕법 치료실이에요.
응? 탁구대도 있었네? 우리 병동에서 저기 윤보사 님이 있어요. 누가 이겼어? 탁구 칠 줄 아세요? 아니. 치세요.
오, 손 빠르다. 역시 내과는 약이야. 내과가 약이야? 약이 많으니까.
그치, 그치. 여기 어때? 글쎄, 아직 잘 모르겠어. 다은아.
응? 너 근데 정신과를 왜 루테 하는지 물어봐도 돼? 어? 다들 궁금해해서. 아... 다은 쌤 왠지 안 좋은 일로 온 것 같은데. 경기라며, 물어봤어? 네. 분위기로 봐서는 얘기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네, 오삼병동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도 회진 올라오세요.
교수님, 그만하시고 이제 병실로 들어가세요. 회진 시간입니다. 수고 많아요.
안녕하세요. 아, 오늘 새로 오셨다고? 네, 교수님. 앞으로 잘 부탁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는 차민서 선생님? 차민서예요. 공철우 선생님? 공철우입니다.
정다은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황여은입니다. 네, 황여은 선생님.
회진 가시죠, 교수님. 자, 황여은은 제치합시다. 네. 저래, 왜 이렇게 실실거리냐? 아, 오늘 첫 외래진로 있답니다.
외래가서 자기한테 환자들 다 몰아달라 그랬대요. 맨정신. 야, 왜 그래? 야, 왜 이래? 치질이야.
뭐? 아, 외래진료 볼 생각에 신경 썼다니 치질이 또 줘가지고. 아, 가슴 아프다 진짜. 아무튼 뭐 잘해봐, 응? 공선생님, 환자분 오셨는데요.
네, 앉으시죠.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제가 강박이 좀 있습니다. 뭔가에 자주 잘 꽂히는데요.
잘 오셨습니다. 아직까지 정신과 다닌다고 하면 좀 이상하게 보는 게 현실이잖아요. 근데 오셨다.
이미 그런 마음을 먹은 순간 치료가 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더 중요한 건 앞으로 더 나아지겠다는 환자의 마음과 그 환자의 마음을 잘 치료하겠다는 이 의사의 마음. 전 이미 준비가 다 됐습니다.
자, 그러면 말씀하신 증상을 한번 볼까요? 아, 여기서도 소리가 나네요? 치도 때도 없이에요. 입안은 뭔가 불안하고 체한 것 같이 시원하지가 않아요. 이거 강박 맞죠? 강박 장애는 강박적 생각에서 일어나는 컴퍼니션.
예를 들어서 어떤 불안이나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서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거죠. 혹시 최근에 불안한 일이나 걱정되는 일 같은 거 있으세요? 별로 그런 거 없는데. 그러면 가족분들 중에 강박증을 앓거나 앓으신 분들은요? 아니요, 없어요.
혹시 이 강박이 사회생활에 좀 지장을 줄 정도인가요? 그런 건 아닌데요. 제가 이것 때문에 사람들한테 미움을 받고 있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이거 하면 손가락 굵어지지 않습니까? 봐봐요, 이거.
사람들이 자꾸 피하고 욕해요. 손가락이 굵어서. SNS에 막 악플까지 다는데.
저 정말 미치겠습니다. 손가락이 굵어서 악플을. 돌아보니까 어때? 금방 적응할 것 같아? 서치 같은 거에 하던 거라 괜찮은데 아무래도 환자 대하는 게 좀 낯설어.
응, 그치. 잠시만요. 우리과에 오면 필수 질문 있는데 해줘? 필수라며? 배가 아파서 죽을 것 같다고 호소하는 환자와 액팅아웃 환자가 동시에 발생을 했어.
그럼 어떤 환자가 우선일까? 어쩐지 정답은 액팅아웃 같은데 감정적으로는 죽을 것 같다고 하는 환자를 먼저 봐야 될 것 같아. 무조건 액팅아웃이죠. 액팅아웃은 본인 말고도 다른 사람도 위험에 빠트릴 수가 있거든요.
그렇겠네요. 그리고? 이 마음 상태를 먼저 물어보고 환자의 말보다는 그 말 너머의 감정을 살펴라. 아, 어렵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박수향쌤은 무조건 피하라. 박람쌤아, 뭔가 신나 보이네? 남 빚 얘기라도 하나 봐? 아니에요. 봤지? 무서워.
와, 대박. 지금 오리나님 보호자분 오셔서 면담 중이시거든? 어젯밤 조증 상태로 입원 올라온 환자분 말씀하시는 거죠? 응, 응. 다은쌤? 네. 오리나님 1인실 환자분이시니까 그냥 오리엔테이션 한다고 생각하고 다은쌤이 한번 맡아봐. 네, 알겠습니다.
얘가 잠도 안 자고. 앞뒤도 안 맞는 말을 마구 잡으려 하고. 그러다 갑자기 옷을 벗고 춤을 추질 않나.
우리 애가 어릴 적에 발레를 했거든요. 오리나님? 그리고 애가. 아이고, 남사스러워서 얘기도 못하겠어요.
증상으로 봐서는 양극성 장애 같네요. 예? 조울증이라고 들어보셨죠? 나 안 아파요. 간호사님도 제가 아픈 사람 같으세요? 아, 아니 그게.
엄마가 하도 성화라 따라오긴 했는데. 저 나갈게요. 퇴원 소속 해주세요.
어, 지금 동의 입원하셨는데. 자의 입원했어요. 언제든 퇴원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자의가 아니라 동의 입원이신데 그렇다고 바로 퇴원은 안 되시고요. 선생님이 치료랑 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을 하시고 보호자님도 동의를 하시게 되면 보호 입원으로 전환이 되셔서 퇴원은 좀 힘드실 수도 있으세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보호 입원 동의서입니다.
저 사인이 했는데요. 오리나님이 퇴원을 요구하셔서 보호 입원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보호 입원은 법적으로 보호자 두 명의 사인이 필요하거든요.
결혼하셨으니까 남편분이 해주시면 되겠네요. 실은 우리 사이가 판사예요. 워낙에 바빠서 시간이 있으나 모르겠네.
72시간 내에는 해주셔야 합니다. 사인 못 받으시면 퇴원하셔야 하거든요. 여기 보호 입원 동의서요.
선생님, 잠깐 이것 좀. 어머니,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야 돼요. 이거 진짜 사이분이 하신 거 맞나요? 왜 사람 말을 못 믿어요? 방금 와서 하고 갔다니까. 따님 인권이 걸려있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진짠데. 그럼 사이분한테 저희가 연락드려도 될까요? 이까짓 거 이거 1초도 안 걸리는데 나는 일하는 사람 어떻게 오라고 하라 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사이분께서 직접 오셔서 사인하셔야 할 것 같네요.
다은쌤, 동의서 가져오시면 나한테 꼭 보여주세요. 네, 선생님. 그럼.
아, 혈압이. 이거 우리 리나한테 좀 전해주세요. 죄송하지만 한 번 열어볼게요.
허용이 안 되는 음식이 있어서요. 포도예요. 우리 딸이 좋아해서.
네. 우리 딸이 판사 사모님이에요. 학교 다닐 때도 늘 반장이었고 명문대 나왔어요. 우리 딸 얘기하면 사람들이 다 부러워해요.
이런데 있을 애 아니에요. 동의서는 언제쯤 될까요? 애교만치 똑똑하지. 정말 완벽한 애인데.
근데 그런 우리 리나는 어쩌다가 목숨이 걸렸어. 간호사님, 우리 엄마 만났죠? 네, 이거 어머님이 주신 포도예요. 얘기했어요? 나 퇴원하겠다고 했다고? 퇴원은 안 되실 것 같아요.
어머님이 걱정이 많으시더라고요. 걱정은 무슨. 쇼웨어 그거 다. 우리 엄마 나 여기 보낸 진짜 이유가 뭔지 아세요? 진짜 이유요? 실은... 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남편 말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네? 아, 진짜! 야, 너 여기 왜 왔어? 혹시 나 때문이야? 쌩 때문에 온 거 아니거든요. 진짜, 진짜 나 때문에 로또 온 거 아니지? 진짜, 진짜 아니거든요.
아니, 너 나 때문에 왔는데 왜 정신과에 와서? 아니, 그건 제가 왜 얘기해야 되는데요? 하긴, 그건 나 때문에 왔는데지. 간다. 아이, 저 잠시만요.
오리나님, 선생님 환자분이시죠? 어떻게 보세요? 오리나님이 그러셨어요. 자기는 아픈 게 아니다. 어머님이 강제로 입원시키신 거다.
오리나님이 지금 남편분 말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신대요. 불면증이시라고요. 히스토리 청체할 땐 그런 얘기 못 들었거든.
한 번만 다시 확인해보시면 안 돼요? 내가 리나를 강제 입원시킨 거냐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오리나님이 남편분 말고 다른 남자가 있다면서요. 리나가 그 놈 얘기를 해요? 환자분은 어머님께서 내연남하고 갈라놓으려고 억지로 입원시켰다고 주장하세요.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 사위분께서 오리나님이 입원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설마 사위분께 전부 숨기신 거예요? 그래서 동의서도 못 받아오시는 거라면... 이것 좀 보세요. 접금금지 가처분 명령서예요.
우리 리나가 그 놈 스토킹했다고요. 아니 그러면 오리나님이 그분을 혼자서... 정판사는 아무것도 몰라요. 딸년이 미쳐가지고 이상한 논팽이만 죽기살기를 쫓아다닌다는 얘기를 엄청 태어났고요.
저 퇴원할 수 있는 거죠? 일단 혈압부터 재실게요. 간호사님, 정말 믿으셔야 돼요. 나 진짜 아무렇지 않다니까요.
나 우리 귀이 만나야 돼요. 사람이 갑자기 증발해버렸는데 얼마나 걱정을 하겠어요. 그게 사실 어머님 말씀으로는... 대체 우리 엄마가 뭐라고 했는데요? 간호사님, 오리나님이 착각하고 계시는 거라고요.
혼자 그분 짝사랑하는... 뭐? 짝사랑? 짝사랑이라니? 너도 우리 엄마한테 세뇌당했니? 나 여기 가둬두라고? 오리나님... 야! 너 가서 당장 우리 귀이 데려와. 지금 당장! 엄마한테 말해봐. 엄마가 다 알려줄게.
짝사랑이 뭐가 있어? 결혼 진짜 잘했다. 돈 다 가졌잖아. 엄마가 다 했지.
오리나 너처럼 살면 소원이 없겠다. 한사 남편이야. 집안일도 아줌마가 다 해줘서.
찾았어? 엄마가 사준 거야? 엄마한테 해달라고 해. 엄마는 정서가 나라를 세웠나 봐. 그럼 뭐가 걱정이야? 넌 모든 걸 가졌잖아. 리나씨. 요즘 혼자 계시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 너 미쳤니? 편하게 말씀하세요. 무슨 얘기든 들어드릴게요. 남편이랑 애들 다 버릴 거야? 우리 착한 리나.
외롭고...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될 거야. 잠시 꿈꾼 거야.
비켜세요. 보호자님. 보호자님 괜찮아요? 보호자님.
앞집안 이미리 알비. 네. 앞집안 이미리 알비하겠습니다. 환자분 지금 너무 고생이시다.
저희가 마음 좀 편하게 해드릴게요. 병실로 들어가실게요. 들어가세요.
병실로 들어가실게요. 다같이 뭐해? 조증 환자들이 노출 경향이 있긴 한데... 어쩌다 첫날부터 뺨 맞고... 오줌 싸고... 내가 그랬잖아. 환자 말보다는 감정을 먼저 보라고.
너 괜찮니? 아, 선생님. 어, 앉아 있어. 죄송해요.
저 때문에. 딜루전이 있는 환자한테 거 부정하는 식으로 말하면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할 수도 있거든. 일단 제 거 입으세요, 선배.
어, 고마워. 다음부터 옷 한 벌씩은 챙겨놔. 네. 됐어.
처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지. 가자, 딜레스. 소독 받고 소독해야지.
네. 잠깐 쉬고 있어. 어. 퇴근하고 오류 부던 카페로. 정다은 오지랖 넓은 거는 여전하네.
진짜 잘났어, 정말. 야, 너 어떻게 하나도 변한 게 없냐? 그냥 저한테 신경을 쓰세요. 그러시면 되잖아요.
어떻게 그래. 예정이라는 게 있는데. 아니, 그러면... 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노트.
네? 노트 펴고 적으라고. 또 까먹지 말고. 노트 펴고 적어.
정다은. 너는 앞으로 뭐 물어볼 때 노트부터 펴. 몇 번씩 가르쳐줘도 기억 못 할 거니까. 쌤은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하세요? 니들이야말로 나 이렇게 꼰대로 만드냐? 이래가지고 나 니들 어머님한테 죄정에서 과외비 받겠니? 나 바빠.
물어볼 게 뭐냐니까? 조울증은 구체적으로 어떤 거예요? 정신과에 오면서? 그런 것도 공부를 안 했어? 아, 했죠. 했는데 책이랑 실전은 다르잖아요. 오늘 같은 실수 또 하면은 민폐 끼칠 수도 있으니까.
양극성 장애. 조증과 우울증. 둘 다를 가지고 있는 질환이야.
너 윈스턴 터치를 알지? 알죠, 영국 총리. 이 사람이 조울증이었어. 영국이 그때 전쟁을 겪어서 한참 어려웠는데 국가 원수가 조증상태야.
비정상적으로 에너지가 막 넘치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 위기 극복에 유리했다고 보는 의견도 있어. 그치만 조증이 끝나면 격하게 우울했지.
그래서 자기 우울증을 검은 개. 블랙 독이라고 불렀대. 저거. 녹음할게요, 녹음.
그러면 오리나 님은 지금... 지금은 전형적인 조증상태. 오리나 님은 어머님 말씀 한번 거역하지 않고 우아한 백조처럼 살아왔어. 그러던 오리나 님이 조울증이 오면서 성격이 180도 변하게 된 거야.
조증 환자는 에너지가 넘치다 보니 말을 멈추지 않아. 화재 전환도 빠르고 주의도 산만하고 엄청 사교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충동 구매를 하거나 판단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성적 관계에 끌리기도 하지. 나 자기 집 앞이야.
어디야? 자기 딴 여자 만나는 거 아니지? 보고 싶어. 자기야, 자? 보고 싶어. 왜 대답이 없어? 언제 전화해 줄까? 자기야.
무슨 자기네. 자기 왜 그래? 야, 이 미친년아! 증상이 아주 심할 경우에는 환각도 경험하거나 망상을 갖기도 해. 오리나 님도 약물 복용시키면서 지켜봐야지. 근데 이시털에 보니까 오리나 님 금수저를 엄청 잘 크셨던데?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아픈 거래요? 뭔가를 넘치게 가졌다고 해서 정신병에 안 걸리나? 반대로, 뭐가 부족하면 정신병에 걸리고? 아니, 뭐 그건 아니지만... 아마 오리나 님은 아프다고 했을 때마다 그런 말을 들었을 거야.
너 같은 애가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아프냐고. 정신과는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오는데야. 뼈 부러지면 정형외과 가고 감기 걸리면 내과 가는 거 똑같아.
누구나 언제든 약해질 수 있는 거니까.
야, 그럼 이제 나도 하나만 물어보자. 너 정신과에 진짜 왜 왔냐? 설마 나 여기 있다고 편해보자고 온 거야? 아니요. 그래, 네가 그런 캐릭터는 아니지.
그럼 혹시 너 나 좋아하니? 미쳤나 봐. 그럼 왜 왔냐니까? 내과 수쌤이 저보고 정신과가 더 잘 맞을 것 같다고 하셔서요. 단지 그거야? 그냥 뭐 남의 얘기 듣고 온 거야? 그럼 뭐 어때서요? 다 나 잘되라고 해주신 말씀이니까 그냥 그런 건데요? 근데 왜 내 말은 안 듣냐? 쌤은 기본적으로 무시가 깔려 있잖아요. 추때는 없어도 눈치는 있구나.
암튼 병원에서 우리 과거 비밀이다. 내가 네 과외 쌤이었던 거 알려줘봐. 네가 뭐 실수라도 하나 하면 다 나한테 잘못 배워서 그런 거라고 말들고 가냐.
나는 생각만 해도 심란하다. 저건 또 뭐야? 엄마 저 아저씨 뭐야? 깜짝이야. 저게 바이플라네.
조증이 심한 것 같은데 병원은 다리나 몰라. 발신자 정보가 없음도 아니고 발신자 정신이 없음 누구냐? 쟤요. 저거 괜찮나? 진짜 가지가지하네.
송유찬. 참 잘 잔다. 쌤 저 이제 공부할게요.
어디까지 했냐? 몰라. 몰라? 야 나 간다. 야 어디 갔어? 야 황태 어디 갔어? 내가 보자마자 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나 의대 못 간 거 손해배상 청구해야 되는데. 야 대학 내내 그러고 두 차례 했다며.
이제 그만둬도 되지 않았냐? 나 의대 갈 수 있다고 바람 넣은 게 황쌤이야. 너 뭐 바이플라래. 어? 바이 뭐? 조울증.
아니 의학 전문 용어야. 너 배달 안 가냐? 아 맞다. 야 나 간다.
야 송유. 너네 집에 혹시 탁구대 있냐? 어. 어? 왜? 너 밀고 있는 거 맞아? 야 나 지금 어깨로 밀고 있거든. 근데 왜 탁구대가 집에 있냐고.
너 기억 안 나냐? 우리 아빠 옛날에 탁구장 하다가 망했잖아. 그래가지고 우리 집 식탁이고 가게 테이블이고 전부 다 탁구대였던 거. 그랬었나? 나는 그냥 다 인테리어인 줄 알았지. 말이 되냐 그게? 야 첫 출근은 어땠어? 꽤. 나 환자한테 맞았다.
어? 맞았다고? 너 바보냐 왜 맞고 다녀? 아 정신 가루 옮긴 거 잘한 걸까? 내과 수쌤이 다 내 생각 해주시는 거니까 듣긴 들었는데. 근데? 사명감 같은 것도 없이 남의 얘기만 듣고 그냥 홀랑 옮기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건 옮기기 전에 생각했어야지.
그냥 지금부터 사명감 있게 일해. 그럼 되잖아. 그런가? 시끄럽고.
야 정답. 어. 내가 안 아프게 맞는 법을 가르쳐 줄까? 뭐? 그런 게 있어? 있지. 내가 또 복싱을 했었잖아.
복싱이라는 게 때리는 것도 중요한데 어떻게 맞느냐가 더 중요하거든? 응. 자 봐봐. 뺨을 맞을 때 맞는 방향으로 고개를 같이 돌려. 그러면 충격이 완화돼서 안 아프거든? 돌려.
그렇지. 고개를 같이 돌려. 고개를 돌리는 거야.
자 때릴 때 돌려. 같이. 어 집중.
응. 간다. 응. 하나, 둘, 셋! 아! 어때? 안 아프지? 아픈데? 아파? 응. 아프다고? 응. 제대로 안 돌려서 그런 거 아닐까? 한 번만 다시 해보자. 자 다시.
하나, 집중! 둘, 셋! 됐다. 제대로다. 안 아프지? 아파.
그것도 엄청. 아플 리가 없는데? 네가 해봐. 내가 때린다.
봐. 어. 하나, 둘, 셋! 안 아프냐? 아니 졸라 아파. 복싱. 무슨 복싱을 얼어주고.
아 진짜 아파 죽겠네. 야 안 되겠다. 그냥 누가 때리려고 그러면 튀어.
이게 진짜. 나 왔어. 늦었네.
밖에 유찬이 목소리 나던데. 다은아. 아 깜짝이야.
다은아. 다은아. 엄마 나 손가락 꽂자 못하겠어.
나 좀 끌어와줘. 엄마. 뭘 안 먹으니까 그렇게 기운이 없는 거야.
빨리 일어나서 밥 먹어. 이거 무슨 냄새야? 쑥 냄새. 너 이번에 꽝 옮겼잖아.
쑥개떡이라도 해서. 안 돼. 하지마. 쑥개떡 싫어.
이번 쑥 되게 좋아. 싫어. 싫어.
내일 아침에 쑥국 끓이고 간다. 아 너무 싫어. 아 빨리 일어나.
힘이 없어. 오리나님 약 드실게요. 저기 혹시 제가 선생님 때린 적 있나요? 네. 혹시 꿈이 아니었구나.
죄송해요. 제가 진짜 미쳤나 봐요. 괜찮으니까 약부터 드시고요.
물이요. 43세 오리나님은 바이폴라의 매니아 에피소드 발현되어 입원했습니다. 관찰 중에 딜전 심통까지 발견됐고요.
지금 상태는? 리틴 600mg과 리스페리돈 2mg을 처방하고 오리나님 꼭 딴 사람 같네. 이제 조증이 끝나고 외증이 시작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약물 반응 관찰 중이고 결과는 다행히 좋습니다만 환자분 이전에 우울사파 보였던 경험이 있고 가족 간의 관계도 좋지 못한 만큼 사회적 지지체계에 부족하다고 판단됩니다. 우울사파 재발할 가능성 높다고 사료됩니다.
장관사 제 집사람 왜 그렇게 된 겁니까? 아직 몰아 단정지어 말하기는 모호하지만 오리나님은 환경적 요소가 크다고 판단됩니다. 환경적 요소라면요? 환자가 정신의학과로 진료를 오면 다양한 검사를 하게 됩니다. 오리나님은 자존감이 많이 낮게 나왔어요.
방어기제라고 할까요? 낮은 자존감을 가리려고 가면을 쓰게 되죠. 저희는 가면 뒤로 숨은 오리나님을 치료하려고 하는 겁니다. 장관사 장관사 장관사 오리나 너무 미워하지 말게 다 내가 잘못 키워서 그런 거니까 오리나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될까? 어머니 또 오셨어 우리 리나가 좋아하는 유기농 포도예요.
농장에서 하나하나 사람이 직접 돌보면서 길렀대요. 오리나님 어머님이 또 포도 가지고 오셨네요. 죄송한데 냉장고에 좀 넣어주실래요? 네 어머니 이거 다 안 드셨어요? 실은 나 포도 안 좋아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포도를 좋아했던지 우죽하면 엄마 다음에 한 말이 포도였을 정도였다니까요. 어렸을 때 한 번 목에 걸리고 난 후로는 손도 되게 싫더라고요. 그래도 좋은 거니까 제가 좋아해야 된대요.
다른 것도 다 마찬가지예요. 옷도 가방도 남편도 내가 다 좋아할 거라고 하시니까 우리 리나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뭐든 최고로 해주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아픈 걸까요? 엄마 말만 들으면 되니까 다 좋아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선생님 그 아주 잠깐 상황인데도 저 손가락 꺾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요.
동거인님은 그 두드득하는 소리에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어떻게 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 소리가 관절 주변에 기포가 터지면서 나는 소리거든요. 앞으로 꺾고 싶으실 때 손가락을 한 번 당겨보세요.
그러면 기포가 빠져서 소리가 안 날 겁니다. 아, 그런 법! 감사합니다 선생님. 손가락을 당겨봤는데요.
소용이 없어요. 소리 때문에 아닌 것 같아요. 충동이 들 때마다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면요.
주머니에 집어넣어라. 아, 이러면 되겠다. 감사합니다.
주머니에 손 넣고 있으면 건방져 보이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건 없으세요? 거기 좀 빠지면 손 안 꺾을 수도 있는데. 딱히 제가 좋아하는 게 없어서요. 게임 같은 걸 해보시는 건? 자꾸 밤을 새워서 고양이를 한 번 키워보세요.
바랄래 그게? 좋아하는 게 뭐 별건가요? 손을 꺾다가 그걸 멈추게 하는 게 있으면 그게 좋아하는 거죠. 그럴까요? 예. 정답! 아, 깜짝이야. 아, 진짜.
어? 왜? 왜 또 이렇게 눈코입이 몰렸지? 내가? 너 고민 있으면 얼굴이 이렇게 확 몰리잖아. 야, 설마! 뭔 놈이 또 때렸냐? 그런 거 아니야. 아닌 게 아니구만.
심각한데 얼굴이 몰린 게, 이게? 아니거든. 아, 말해. 아, 아니야.
어허. 아, 안 돼. 말해. 아, 그만 좀 울어.
나 환자 얘기하면 안 돼. 너 초등학교 때 기억나냐? 너 울면서 창피하다고 직접 말 못하고 이소부하처럼 돌려서 얘기한 거. 야, 내가 그렇게 말했어도 네가 가서 영철이 때렸잖아. 아, 그럼 내가 전혀 눈치 못 채게 말해봐봐.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게.
음... 오리 한 마리가 있어. 오케이, 오리. 그래서? 원래는 오리였는데 엄마가 예쁘게 꾸며서 백조처럼 우아하게 만든 거야.
백조처럼 행복해지라고. 근사한 백조 남편이랑 결혼도 시켰고. 그래서 다른 오리들이 전부 부러워해.
근데 자꾸 아파. 안 행복한 것 같아. 왜 그럴까? 지가 백조 되고 싶다 그랬대? 어? 남들이 아무리 백조같이 이쁘대도 지가 싫으면 그만이지.
오리로 사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행복이 뭐 별거냐. 지 좋은 거 마음대로 하는 게 그게 행복이야. 오, 송유찬! 아이, 됐어, 됐어.
이 정도는 늘 하는 거니까 애써 칭찬하지 마. 별 말씀을요. 이 정도는 칭찬을 받으셔야죠. 짠! 선생님! 야, 여기서 만나네? 안 그래도 다시 질러보려고 했는데.
안녕하세요. 제가 좋아하는 걸 도저히 못 참겠어요. 계속 손가락 꺾습니다.
그냥 꺾으시죠. 네? 솔직히 뭐 손가락 좀 굵다고 인생 크게 불편한 거 없으시잖아요. 저 손마디가 굵으니까 남들이 피해를 본다니까요.
아니, 왜 동구님 손가락이 굵은데 왜 남들이 피해를 봐요. 손가락 굵으면 튼튼하고 좋은 거죠. 그쵸? 그럼 그냥 일단 꺾을게요.
그러다가 혹시 더 불편해지면 제가 선생님한테. 아, 어떡해. 저 국경 없는 의사에 가입했어요.
갑자기요? 외국 가요? 내일 아침 일찍 7시. 아프리카로. 안 되는데.
제가 사람이 많아서. 어떻습니까, 선배님? 잠이 오니? 잠이 와? 나 때는 24시간 그냥. 빨리 진료 받으러 가! 저도 그러고 싶은데.
예약 잡기도 어렵고. 나 항문외과에 친구 있어. 너 좀 빨리 가주라고 예약 넣어줄게.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림처럼 무릎을 배 쪽으로 조금만 붙여주세요. 이렇게요? 네, 좋습니다.
철호쌤. 동, 동, 동구님? 맞네. 난 또 동명이인인가 했죠.
저 손마디가 구구니까 남들이 피해를 본다니까요. 근데 이거 어쩌나. 사진상황에 치딜이 좀 안쪽에 있던데.
제가 한번 봐볼게요. 일단 엉덩이를 손으로 좀 만질게요. 네. 변보듯이 한번 힘줘보시겠어요? 네, 좋습니다.
이상 없고요. 이제 손가락을 집어넣을 텐데요. 차갑거나 장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면서 하하고 소리 내주시면 돼요. 숨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하. 좋습니다. 들어갑니다.
전원을 좀 돌려볼게요. 어, 다은쌤. 네. 여한쌤이 오리나님 면회 허락하셨어.
이따 말씀 전해드려요. 어머님한테 싫은 얘긴 잘 못하시던데. 선생님.
오리나님이요. 제가 뭐 도와드릴 게 없을까요? 내과에서는 아프다는 분들한테 약 드리면 금방 좋아지셨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환자분께 뭘 해드려야 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 이게 어렵지. 어떤 게 맞는 건지, 뭐를 해드려야 좋은 건지. 그럼 우리, 오리나님한테 일단 물어볼까? 뭐가 제일 힘드신지.
그거부터 시작해보자. 지금 좀 나아지면 뭐래요. 어차피 제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달라질 것도 없고. 또 아플 건데요. 누구나 아플 수 있는 거예요.
치료가 길어질 수도 있고요. 원래 아침에 오기 전엔 새벽이 제일 어두운 법이잖아요. 그치만 이건 분명해요.
처음부터 환자인 사람은 없고 마지막까지 환자인 사람도 없어요. 어떻게 내내 밤만 있겠습니까. 곧 아침도 와요.
저한테도 아침이 올까요? 오리나님이 아침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면요. 저희들은 환자분들의 마음에 파동을 드릴 뿐이에요. 그 파동이 어디로 가서 닿을지는 아마 환자분들 몫이겠죠.
오리나님 어머님 면회 오셨어요. 이번에도 포도 가지고 오셨네요. 이나야, 날씨 좀 괜찮은 거지? 엄마가 얼마나 기도했는지 몰라.
이거 좀 먹어봐. 엄마가 농장까지 직접 가서 사온 거야. 저희들은 환자분들의 마음에 파동을 드릴 뿐이에요.
그럼 저한테도 아침이 올까요? 오리나님이 아침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면요. 싱싱할 때 먹어보라니까. 이나야.
안 먹을래, 나. 너 포도 좋아하잖아. 아니. 아니긴.
네가 포도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아니야. 이나야.
아니. 아니야. 안 좋아해.
오리나님. 포도 싫다고 몇 번을 말했어. 엄마 도대체 왜 그래.
왜 이렇게 사람 숨막히게 해. 난 나를 잃어버렸어. 아니. 한 번도 나를 가진 적이 없어.
내가 누구야. 나 평생 엄마가 하라는 대로 다 했어. 옷도, 친구도 엄마가 골라주는 대로.
결혼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이만큼 살게 된 것도 엄마 덕분이라고 생각하면서 참았어. 엄마 말대로 하면 남들도 다 부러워하고 근데 엄마.
나 왜 이렇게 아파. 나 왜 이렇게 불행해. 엄마는 다 너 차례대로 그런 거야.
네가 나한테 어떤 날이야. 나 마흔세 살이야. 근데 혼자 커피도 한 잔 못 시켜.
내가 먹고 싶은 게 뭔지를 모르겠어서. 이 나이 먹도록 그까짓 거 하나 못하는 바보가 돼버렸다고. 진짜 웃긴 게 뭔지 알아? 나 다 벗어던지고 춤췄을 때가 태어나서 제일 행복했어.
사람들이 미친년이라고 손가락질하던 그 순간이 그때 처음으로 제대로 숨 쉬는 것 같았어. 나 엄마랑 있으면 행복하지가 않아. 현아 님 이제 좀 쉬실까요? 아가 엄마는 너만 안 아플 수 있으면 뭐든지 남들이 아무리 백조같이 이쁘대도 지가 싫으면 그만이지.
행복이 뭐 별거냐. 지 좋은 거 마음대로 하는 게 그게 행복이야. 저 엄마 면회 안 할래요.
어머님 면회 거부하시겠다고요? 그렇게 전해주세요. 저... 어쩌죠? 아니, 왜 우리 애가 나를 안 본대요? 아니, 무슨 치료를 어떻게 했길래? 안 되겠어요. 우리 애 퇴원시킬 거니까 저 취임벌로 줘요.
저기 어머니 저 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조금 조심스럽긴 한데 무슨 말이요? 어머님 꼭 저의 엄마 같으세요. 저의 엄마도 그러시거든요. 막 병원에 떡 돌리라 그러고 다 나이에서 하는 말인 거 아는데도 실은 좀 싫긴 했거든요.
딸들이 다 이런다니까 다 자식 잘 되라고 그러는 건데 그것도 모르고 딸들도 알아요. 엄마가 누구보다 나 사랑하는 거. 진짜 알아요? 그럼요. 아마 오리나 님도 아실 거예요.
어머님이 사랑하니까 걱정하니까 그러셨다는 거. 저도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편할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엄마가 제일 좋을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언젠데요? 내가 뭐라든 잘할 거라고 믿고 지켜봐 줄 때요. 어머님도 오리나 님 한번 믿어보시면 안 될까요? 사모님 나오셨어요? 이거 방금 들어온 건데 엄청 좋아요.
따님이 포도 좋아하시잖아요. 이거 말고 다른 걸 좀 줘보세요. 네네.
따님 오셨습니다. 리나야. 먹어봐.
먹어. 포도는 그냥 색깔 맞춰 놓으라고. 먹기 싫으면 이거 다 안 먹어도 돼. 먹어.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때론 슬프게도 때론 아프게도 때론 병들게도 한다. 그렇지만 때론 스스로 변하기 위해 던진 돌이 파동이 되어 자기뿐만 아니라 건너편의 누군가에게 닿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너 왜 이렇게 신났어? 지금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저 정신 깔아 오길 잘한 것 같아요. 왜 갑자기? 저 앞으로 돌이 되기로 결심했거든요.
뭘로? 야 너 손 깎아.
방금 출연하신 분 누구야? 우리 병동 간호사. 앞으로 돌이 되겠다는 분이셔. 돌? 장래희망 돌리라고? 응. 황당하지? 여기 조금 드셨어요.
과자 많이 드시지 마세요. 참, 아는 내과 쌤한테 물어봤는데, 다은쌤 거기서 별 문제 없으셨다는데요? 그래? 그럼 진짜 왜 왔지? 아이고, 진짜 우리과 오고 싶었나보지. 선생님, 클로저에 지민정 환자 초킹했어요.
보호사님! 먼저 갑니다. 다은쌤, 김선아님 협진 좀 부탁할게. 하문대까지?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도 모를 얘기 막 할 거야.
예비진료 받고 안 해도 돼. 저기, 이 보호사님 결과지가 잘못된 것 같은데 임상위원과 체크 좀 부탁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어? 돌? 네? 정신과에서 협진 오셨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혹시... 옥상에 드래곤 보셨어요?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도 모를 얘기를 막 할 거야.
일일이 됐고 안 해도 돼. 파티원이 있으면 좋은데. 파티원이 한 명도 안 보이네요, 오늘. 그래요? 제 말이 들리세요? 그럼요.
제 말이 응답을 해주신 분이 참 오랜만이네요. 어디까지 얘기했죠? 그 파티원이 안 보인다고. 네, 파티원이 안 보이는 거예요.
원래는 힐러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데 파이어 블레이드를 이렇게 썼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헐. 화염 저항 때문에 냉기 스킬로 썼어야 됐는데. 물 좀 드세요.
그걸로는 정화가 안 돼요. 암부러시아. 암부러시아가 뭔데요? 녹색물이요.
녹색물? 녹색물? 형님. 형님. 형님.
이렇게 귀한 암부러시아를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위대하신 중재자님.
다행이에요. 괜찮아요? 예. HP가 바닥까지 떨어졌어. 마라가 올라오네요.
아니 근데 박 교수님한테 조인트 까여가지고 그걸 우리한테 와서 푸는 거야. 갑자기. 아이고.
우리 이거 어떻게 하라고. 스테이션 다 난리가 난 거지. 근데 솔직히 정신과는 그런 일 많진 않죠.
그래도 보호자님들 요구 상황이 많죠. 아무래도. 정다은은 어때요? 적응 잘해요? 응. 뭐 아직까지는.
다행이다. 나는 솔직히 송쌤한테 좀 미안했거든요. 내 짐 송쌤한테 떠넘긴 것 같아서.
아니 간호사가 친절만 하다고 다 되는 게 아니잖아. 근데 걔는 너무 애가 친절해. 환자들은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러니까 환자들한테만 친절하면 뭐해. 다른 간호사들한테는 다 민폐인데. 정말 바빠서 죽을 것 같은데.
그 친구만 일이 밀리니까 다른 간호사들이 걔 몫까지 해야 되는 거거든. 아무튼 정다은은. 작은 파동에도 베이고 상처나고.
사람은 그렇게 나약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