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더우먼이 존재한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자 행복한 가정의 아내이면서, 든든한 엄마로서 세 가지 역할을 완벽히 해내는 멀티플레이어형 원더우먼. 그리고 역경과 시련을 자신의 방식으로 극복한 캔디형 원더우먼.
오늘은 최근 이슈가 된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로스쿨 최연희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교수님, 바쁘실 와중에 감사합니다.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야야야, 설아, 유민, 나와봐 빨리! 언니랑 엄마가 동시에 TV에 나왔어. 어? 그러네? 아니, 설연언니야 JTBS 간판앵코라서 늘 나오지만, 우리 은희 여사님까지 요새 뉴스에 자주 나오시네? 정치하시려나? 은희 여사님 바빠지시면 우렁각시는 누가 해. 당분간 안 오실 거야. 왜? 너 그릇 버린 것 때문에? 너 엄마한테 뭐라 했어? 응? 근데 설연언니 오늘따라 유난히 더 빛이 나네.
나의 우상 설연언니. 에이, 저 한설연 빠순이. 저거 다 화면빨이거든.
그리고 사회의 독보적 위치에 우뚝 서있는 자타공인형 원더우먼. 계속해보시죠. 네, 윤석훈 변호사가 직접 작성한 이 준비 서면에는 상대방인 MGC 측이 극적으로 불리할 기밀 자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자료면 윤 변호사의 승소는 거의 확실해집니다. 근데 도대체 윤석훈 변호사는 이런 자료를 어디서 구한 걸까요? 서혜진 변호사가 현재 MGC를 대리하고 있죠. 그러니까 윤석훈 변호사와 서혜진 변호사가 교제 중이고, 서 변호사가 저 자료를 윤 변호사한테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겁니까? 그게 합리적 의심 아닙니까? MGC에서 철저히 보안 유지하던 그 자료가 뭘 어떻게 하면 유출되죠? 이 부분은 윤 변호사의 해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해명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고 변호사의 주장이 중상모략인 증거를 제시하겠습니다. 뭐요? 그리고 중상모략에 대한 엄정한 징계 조치를 요청합니다.
좋습니다. 고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 변호사에게 징계가 내려질 것이고, 중상모략이라면 고 변호사가 징계를 받게 될 겁니다. 두 분 이유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저도 없습니다. 윤 변호사, 중상모략이란 증거 있습니까? 화면에 띄워진 서면 오늘 처음 봅니다. MGC증권의 불리한 정보도 오늘 처음 접했습니다.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럼 이 서면이 어떻게 법원에 제출됩니까? 저 서면은 법원에 제출된 적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그 엄친 서면 법원에 제출한 거 확인한 거 맞아? 언제든 확인 가능하니 확인해 보시죠.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아니 그렇다면 저 서면은 누가 작성했다는 겁니까? 그걸 알아보는 건 쉽을 것 같은데요. 작년부터 보안 시스템 강화를 위해 모든 파일에 고유번호가 부여되고 있으니까요. 네. 문서 하단에 코드 같은 거 보이시죠? 왜 그런 게 있었어? 저 번호를 추적하면 작성자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일로 와. 누구냐 나는 계속 게임을 하는데 방해를 하지 마. 네 강민준입니다. 아 예. 강민준 변호사. 이 서면 본인이 작성한 겁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서면 본인이 작성한 거냐고 물었습니다. 아니요. 처음 본 서면입니다.
모든 문서에는 고유번호가 부여되고 해당 문서의 번호를 추적한 결과 강민준 변호사가 작성하고 프린트한 걸로 되어 있는데 모른다고 말하는 겁니까? 네. 네. 알겠습니다. 방금 전산팀에서 확인한 바 강민준 변호사의 컴퓨터 안에 동일한 번호의 서면이 저장돼 있다고 확인받았습니다. 이래도 모른다고 얘기할 건가요? 아씨 니가 빠졌구나.
아이 깜짝이야. 왜 또? 아 나 큰일 났어. 내 컴퓨터 또 다운돼서.
왜 또? 몰라. 나 바로 업무에서 보내야 되는데 망했어. 어쩌라고요.
딴 컴퓨터 써. 아 지금 다른 사람들이 급한 놈 하고 있는데 누가 빌려줘요. 아이 정말. 선배가 빨리 비켜야 내 업무 다 하고 선배가 부탁한 공사대금 서면 써줄 거 아닙니까? 고래.
고래. 고래. 빨리 비켜.
비켜. 비켜. 아니 해주는 거야? 당연하지.
야 이 게임은 터치하지 마라. 절대 안 하지. 언제 레벨 이렇게 올려놨어.
아휴. 커피만 먹읍시다. 야 이거 엉망이네.
엉망이야. 김 사장님. 이 MGC증권 상대로 한 TS보험 소송 서면이요.
법원에 좀 제출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보안 신경 써주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아 이진우입니다. 제 법원 잠시만 와주시겠어요? 네. 아 이 바보.
아 제가 USB를 잘못 들였어요. 법원에 제출할 서면 제가 이메일로 보내드릴 테니까 USB 좀 다시 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너무 죄송해요.
대답 못 하시니 고태섭 변호사님께 여쭙겠습니다. 저 서면 어디서 났습니까? 어디서 나긴 어디서 나요. 저 강민준 변호사가 나한테 주고 사안이 심각해 보이길래 제가 고 변호사님께 보고 드린 겁니다.
강민준 변호사. 네? 대답하시죠.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워낙 특별한 사안이라 대답하기 쉽지 않은 점 이해합니다. 괜찮으시다면 하루 정도 시간을 주시는 게 어떠실지요? 뭐 윤 변호사만 괜찮다면 그렇게 하시죠.
네. 윤 변호사 주장이 사실이라 사실이라고 해도 여자 변호사를 그것도 심각한 상대방 저희 소송 대리를 그 야심한 시간에 집으로 끌어들인 행동은 부적절한 행동 아닙니까? 응. 그거? 서예진 변호사가 절 찾아온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기 위해섭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바로 홍도윤. 예? 변호사님.
저 좀 도와주세요. 처음엔 제가 업무가 미숙해서 혼내시는 줄 알았어요. 왜 두 번 얘기하게 만드냐고! 죄송합니다.
어디서 이상한 게 들어와가지고.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악착같이 했는데. 초등학생도 너보단 잘하겠다.
죄송합니다. 회식 갈 준비 하세요. 네. 저기야.
이거 좀 급한 거라서 내일까지 보내야 되거든? 회식인데 어쩌나. 괜찮습니다. 미안해요.
가자. 네. 누가 봐도 흠잡을 곳 없는 서면이었는데. 야 이거 줄 간격이 이게.
이거 하나를 못 맞추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이거. 지금 다 뒤죽박죽. 아우 진짜 야 진짜.
이따도 일할 거야? 죄송합니다. 크게 얘기해 크게! 죄송합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괴롭힘을 위한 괴롭힘이구나. 견디기 너무 힘들어 신고를 할까 하다가 영향력이 워낙 막강한 분이라 잘못 건드렸다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오히려 제 평판만 망가지면 이직도 힘들테고.
그래서 그냥 제가 떠나려 이직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서 변호사. 어 네. 혹시 오늘 저녁 시간 돼요? 네 가능합니다.
잘됐네. 오늘 중요한 손님 모시고 저녁이 있는데 같이 갈래요? 네 알겠습니다. 그래요 이따 봐요.
아 분위기 너무 좋네요 오늘. 아 네 제가 한 잔 따라드릴게요. 아 영광입니다.
그렇게 저녁 자리에 따라가면 그 후엔 괴롭히지 않더라고요. 나 진짜 서 변호사가 이렇게 분위기 메이커일 줄은 진짜 상상을 못했네. 이런 능력이 있었어? 아닙니다.
오늘 보니까 미소가 참 예쁘다. 요새 이러면 실례지. 괜찮습니다.
그냥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 함께 하는 셈 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따라가곤 했죠. 그 자리에서 접대를 강요받거나. 아니요 처음엔 안 그랬어요.
대부분 정갈한 비즈니스 저녁이었는데 한 번은 의뢰인이 무례하게 굴길래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요. 제가 지금 이런 대접 받으려고 변호사 됐습니까? 알아 너무나 잘 알지 그거. 근데 저 양반 법대 나와가지고 사시패스 못해가지고 지금 겨우 브로커나 하면서 돈 버니까 자격지심이 있어.
그래서 여자 남자 할 거 없이 그냥 변호사만 보면 저러는 거야. 자기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니까. 그게 지금 정당화가 됩니까? 자기 화내니까 매력있다.
화 좀 풀어. 내가 진짜 쟤한테 꼭 한마디 해줄게. 그렇게 나오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그때부터 잘해주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저녁자리가 몇 번 더 이어지고.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관계를 맺게 됐어요. 그런 사람 수에 넘어갔다는 게 너무 수치스럽지만 그땐 보지 못했어요. 그 일이 있은 후 더 노골적으로 저녁자리에 불러댔어요.
내가 잘 돼야 니가 잘 된다며 그럴 때마다 벗어나려고 했지만. 업무는 주지 않고 왜 저녁자리만 강요하시는 거죠? 저녁자리도 업무야 타임시트에 쓰면 되잖아. 아니요 앞으로 저녁자리 안 나가겠습니다.
자꾸 강요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겠습니다. 신고? 야 유부남이랑 놀아난 여자를 누가 믿어줘? 네? 니가 신고하면 난 가만히 있어? 너랑 나랑 내연관계고 니가 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 저녁자리에 자발적으로 나왔다면 그만인데. 그렇게 되면 내가 다칠까 니가 다칠까? 둘 다 비난받아도 무게는 여자한테 더 실려 왠 줄 알아? 아무리 유부남이어도 사람들은 너처럼 이쁘고 젊고 똑똑한 게 들이대는데 당해낼 남자가 있겠어 이렇게 생각을 한다니까? 근데 넌 시집이나 가겠니? 그지같은 소리하고 있어 짜증나게.
그 한 번 관계 맺은 걸로 그렇게 협박하는데 정말 죽을까도 생각했지만 마지막으로 변호사님을 찾아온 겁니다. 서 변호사처럼 당한 다른 여자 어소들이 있어요. 제 의뢰인입니다.
제가 알아서 합니다. 아 이게 또 까부네 왜 이렇게 까불어? 막내가? 아니에요 가요 그냥. 왜 이래? 아이 진짜.
고은진, 김수미 다음 타겟이 강효민인가 뭔데 매장 나가기 싫으면 알아서 키워. 제가 처리하죠. 4년 전에는 완전 조직적으로 행해졌었어요.
대표님 어떻게.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 보시죠. 아 저 그거 뭐야 팀 회식 중이었습니다.
팀 회식을 룸사롱에서 여자 어소들만 불러놓고 한다? 아 그 남자 저기 변호사 그 저기 최종혁 변호사랑 김호준 변호사는 일이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최종혁, 김호준 변호사. 네. 오늘 팀 회식에 참여 못할 만큼 급한 일 있었나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분들은 누구죠? 수년미 변호사 누구죠? 누구냐구요? 브로커들입니다. 비법률가와의 알선 중계는 변호사법 유안으로 형사처벌 된다는 거 알고 있죠? 네. 이거는 좀. 내일까지 사직서 제출하고 형사고발을 해주세요.
법률적으로 가능한 모든 징계 조치 취해주세요. 네. 대표님 저기 사무실에서 얘기 한 번만 하죠. 아니 권 대표님 이거는.
어? 감히 윤림의 여자 변호사를 접대고 취급을 해? 너. 골마트에 줘도 법조계는 발 두드리지 마. 아 형님 전화 좀 해줬어야지. 어? 미친새끼야. 1억이야? 1억이라고? 어? 윤민 변. 이제 만족스러워? 홍도윤으로 끝내지.
강민준에게 모략질 시킨 것도 홍도윤이라고 진술하게 하고. 내가 왜 그래야 되죠? 나 윤림 창립자 고승철 아들이야. 나 건들면 일 커져.
그 정도 정우감은 있잖아. 부탁하는 겁니까? 협박하는 겁니까? 부탁 좀 하지. 이번엔 여기까지만 하자고.
부탁을 이런 식으로 하나? 그럼 뭐 무릎이라도 꿇어? 거래의 기본은 주고받는 겁니다. 최희철 변호사. DA 솔루션으로 파견 내보내세요.
뭐? 권나연 변호사가 선배 모략질로 내몰린 그 자리. 최 변호사 대신 선배가 갈래요? 아, 하나 더. 앞으로 내가 뭘 하든 죄 죽은 듯이 아무것도 하지 마요. 대박! 대박! 대박 뉴스야.
홍도윤 변호사 사직했대. 아니 갑자기? 어. 지금 보안실에서 홍 변호사 짐 챙기고 있어. 어머나 무슨 일이? 무슨 일이래? 근데 은근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야.
그렇겠지. 응, 설. 설연 언니가? 어디 경찰서야? 내가 지금 갈게. 최민구 씨. 어딜 봐? 대답해봐요.
지난주 수요일 2시에 어디 있었어? 맞네. 한설연의 거. 진짜 좋다. 홍도윤 이거.
와, 한설연. 그걸 왜 찍어. 내려놔.
내려놔. 갖고 와요. 갖고 와. 무슨 일이에요? 조용히 해봐.
다 앉아있어. 다 앉아있어. 언니.
언니. 설아야. 언니 괜찮아? 문 여세요.
안 됩니다. 한설연 씨 변호사입니다. 이거 상처 난 거 안 보이세요? 아주 때리고 부수고 힘은 어찌나 세시던지 공인이라서 좀 봐드리려고 해도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언니. 어떻게 된 거야? 기억 안 나. 정신과에서 처방해준 약 먹고 잠들었는데 정신 들어보니 여기였어. 어떻게 된 겁니까? 한설연 씨가 남편분 폭행해서 현행범으로 체포됐어요.
48시간 내 특수상해 혐의로 영장 청구될 겁니다. 아니, 아니. 잠깐만요.
말도 안 돼요. 우리 언니는 누구한테 욕해본 적도 없고 싸워본 적도 없어요. 특수상해라니요.
게다가 형부를. 증거가 확보됐고 현행범으로 체포된 겁니다. 형부는 지금 어디 있어요? 피의자는 병원에서 치료 중인데 생각보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앵커 한설연 씨가 남편을 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방금 전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한 씨는 커리어우먼의 당당함과 가정적인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신문은 수요일 오전 10시 30분 열릴 예정입니다. 와 대박. 그러니까 한설연 아나운서가 강 변호사 룸메이트 친언니라는 거잖아? 네. 그냥 룸메이트 아니고 초등학교 때부터 자매처럼 지낸 사이예요.
와 놀랍다. 아니 근데 남편을 때릴 사람으로는 전혀 안 보이는데. 당연히 아니지.
뭔가 이상해.
일단 구속영장 실제 심사부터 준비하시죠. 네, 준비하겠습니다. 피의자는 일정한 장소에서 거주하고 있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으므로 도망할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셔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합니다.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합니다. 걱정하지 마. 무죄 가능성 충분해. 심신상실이라고 주장하면 돼. 정신과 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심신상실 주장하면 무죄 나올 거야.
한설아, 나 못 믿어? 나 강유민이야. 응, 걱정하지 마. 심신상실 주장은 쉽지 않아요. 심신상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해요.
그래서 더욱더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고 심미 과정도 길어질 가능성이 커요. 설사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해도 검찰이 항소하면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차라리 심신 미향을 주장해 집행유예를 받는 편이 현실적으로 훨씬 더 나은 방법이에요.
안 돼요, 변호사님. 꼭 심신상실로 가주세요. 언니는 유명한 앵커예요.
무죄가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강 변호사도 알고 있잖아요. 리스크가 있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무죄 받아야만 합니다. 한설연 씨는 제 평생 친구의 자랑이자 가족이에요. 언니한테 빨간줄 가는 거 참아볼 수가 없습니다.
꼭 심신상실로 주장했으면 합니다. 생각 좀 해보죠. 우선 한설연 씨 주치의 먼저 만나봐야겠어요.
여보세요? 네, 맞습니다. 그래요? 그럼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네, 금방 갈 수 있어요.
네. 네, 곧 뵙겠습니다. 네. 누나, 타. 아니야, 괜찮아. 택시 타고 가면 돼. 타라고.
데려다만 줄게. 아, 근데 참 신기해요. 이민 가기 하루 전에 이렇게 연락이 닿다니.
인터넷 덕분에 이런 일도 생기네요. 그러게요. 오래전에 망가졌는데 단종돼서 고치지도 못하고 그런데 또 이게 이렇게 제 역할을 하네요.
그러네요. 신혼여행 때 샀던 건데 그때는 작동법을 몰라서 처음엔 캠 안에 저장했어요. 이후엔 이동식으로 저장했지만 처음 캠 안에 담긴 건 안 지웠거든요.
신기하죠? 이렇게 되려고 그랬는지. 이게 다른 기계에서는 볼 수가 없어서요. 이걸 보려면 캠코더를 먼저 고쳐야 할 텐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한 번 고쳐볼게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아, 저는 이제 이만 일어나봐야 해서.
네. 정말 감사해요. 아직 안 갔어? 응. 이건 뭐야? 캠코더. 근데 망가졌어.
서비스센터에 전화해보니까 오래전에 단종돼서 부품도 없대. 그래도 발품 팔아봐야지. 혹시도 모르니까.
나 요즘 발품은 팔라 그래. 나 삼남삼녀 중 막내고 우리 아빠는 삼남사녀 중 막내. 우리 엄마는 오남삼녀 중 장녀야.
뭐래 갑자기? 좀 많지? 우리 엄마 아빠 단톡방 다 합치면 200명이 넘어. 그래서? 그 200명이 지인을 대동하면 대한민국에 못 찾을 건 없지. 흥미롭긴 한데 결론만 말해줄래? 기둘려봐.
아, 됐다. 챙겨. 일단 따라와.
어딜? 일단 따라와. 가자. 고칠 수 있을까요? 뜯어봐야 아는데 내가 또 오래된 캠코더 수집가라 부품이라도 돌려막기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정말요? 고쳐만 주시면 수리비는 얼마가 나와도 괜찮습니다.
알겠어요. 맡기고 가세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일이 좀 밀려서 한 달, 두 달? 고치면 연락 드릴게요.
저 이석하 씨 조카입니다. 에? 석하 성님 조카라고? 예, 잠시만요. 아, 둘째 큰아버지.
저 진우입니다. 아, 말씀하신 데 왔는데. 지금 바로 바꿔 드릴게요.
둘째 큰아버지. 이석하. 여보세요? 아, 성님.
잘 지내셨어? 아, 성님 참말로 너무해요. 조카님이 오면 온다고 이야기를 하지 그랬어. 아, 그래요? 엄마, 걱정은 흐들들 마시오.
어, 냉큼 해줘야지. 응. 조만간에 한 잔씩 끓여, 응? 아, 성님 조카였구만. 진작 얘기를 하지.
그러니까요. 언제쯤 될까요? 이 뭐 언제까지 필요한데요? 최대한 빨리요. 뭐 오늘이라도? 알겠어요.
일단 뜯어보고 연락 줄게요. 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식사하러 가시죠. 가족 많아서 좋겠다. 좋은 건가? 그럼.
누나 가족이 어떻게 되는데? 없어. 어? 아빠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랑 나 둘 뿐이었는데. 엄마는 나 스물세 살 때 돌아가셨어.
그 눈빛 난 반대일세. 부담스러워. 야, 뭘. 아휴.
내 가족 반 떼어주고 싶다. 아니다. 누나가 우리 가족으로 들어오면 되겠다.
그러려면은 뭐 어떻게. 우리가 결혼을 해야 되나? 큰일 날 소리 한다. 그 캠코더 안에는 뭐가 들어있길래 뭐 그렇게.
엄마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 여행이 제주도였는데. 근데 도착하자마자 사진기를 잃어버린 거야. 그때 패키지 여행 같이 하던 부부가 자기들 찍어주면 우리도 찍어준다길래 그렇게 찍고 나중에 영상 받으려고 이메일 보냈는데 주소가 틀렸는지 반성되더라고.
그때 뭐 어쩔 수 없지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 거야. 근데 엄마는 사진 찍는 거 워낙 부끄러워하셔서 오래된 사진 몇 장이 전부더라고. 왜 이렇게 나만 찍어주셨는지.
근데 그때 제주도 생각이 난 거지. 그래서 그 부부 찾으려고 소셜미디어에 몇 년 동안 글을 올렸어. 아, 그 캠코더 주신 분이.
정말 기적이지. 엄마가 준 선물 같아. 여보세요? 아, 예. 지금 바로 갈게요.
네, 그럼요. 죄송한데요. 저랑 엄마랑 여행 왔는데 도착하자마자 짐을 잃어버려서 사진기가 없거든요.
아유, 서러워. 괜찮으시면 제가 계속 찍어드릴 테니까 저랑 엄마랑도 좀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누나. 자, 여기 보세요.
자연스럽게 보세요. 엄마, 이거 사진은 아니라 비디오야. 자, 포즈도 한번 취해보시고.
자, 딸이랑 처음으로 여행 오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염두 빠지게 일해서 한 학생의 딸 서울대에 보내신 기분이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엄마 울어? 아니야. 좋아서 울고, 슬퍼서 울고. 눈물나.
왜 울어? 소리 내서 울어. 괜찮아. 괜찮아.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한설현 씨가 뭐였다고요? 배럴 유어먼 신드롬. 매맞는 여성 증후군이요. 남편의 가정폭력이 10년간 지속된 것 같아요.
오랜 기간 동안 상습적인 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경우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서 우울증과 불안,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처음 진료본 날 한설현 씨 상태입니다. 전치 7주의 치료가 필요한 늦골골절상이었어요.
담당 의사한테는 차사고라고 했다고 하던데. 한설현 씨 말로는 처방약을 먹고 블랙아웃되었다고 하던데. 무슨 약인가요? 졸피댕과 디아제팜 성분이 들어있는 약입니다.
그 전 처방약에 내성이 생겨 한 달 전쯤 이 약으로 바꿨습니다. 이 약의 부작용으로 블랙아웃된 경우가 있나요? 네. 이 약을 먹고 짧게는 4시간, 길게는 12시간가량 블랙아웃됐다는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네. 쓰레기 같은 새끼.
설아! 검사, 공소사실 진술하세요. 피고인은 2025년 5월 26일 자택에서 남편 한성수 씨에게 물건을 던지거나 직접 폭행하여 전치 7주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피고인은 사건 전 처방약을 복용한 후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심신상실을 주장하는 바입니다.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며 욕설을 하고 폭행 직후 119에 신고까지 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정신상태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거나 의사결정의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능력이 미약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본 변호인은 피고인의 사건 당시 심신상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처방약 복용 후 상태에 대한 감정을 신청하고자 합니다.
검사 의견은 어떻습니까? 감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만 재판장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예 그럼 한번 감정을 촉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인은 감정신청서 작성해서 제출해 주세요.
언니 쉬어. 오늘 병원에서 내 모습 봤어? 괜찮아 괜찮아. 이제 그 약 안 먹으면 되지.
언니 옆엔 내가 있잖아. 효민이도 봤어? 네 언니. 보기 흉했어? 난 그 모습 좋은데.
어? 약 먹고 힘 세진 내 모습 원더우먼 같아. 너 알지? 나 살면서 누구한테도 큰 소리 한 번 낸 적 없잖아. 그치.
근데 그 영상 속 나는 안 그러더라. 소리 지르고 싶으면 소리 지르고 화내고 싶으면 화내고. 영상?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영상? 사실.
감사합니다. 처음엔 블랙 아웃되어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는지 보려고 CCTV를 설치했는데. 그렇게 찍힌 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봤어.
그 영상 속 난 마치 원더우먼 같더라. 원더우먼이 되어 나쁜 악당을 혼내주는 것 같았어. 평생 남에게 큰 소리 한 번 못 내봤던 내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오랜 시간 내 안에 꽉 막혀있던 무언가가 풀리는 것 같았어. 정말 오랜만에 숨이 쉬어지더라. 그 일이 있고 나서 남편 밥을 차려주려는데 내가 다가가니 남편이 움찔하더라고.
내가 그랬듯이. 며칠 후에 그 사람이 또 술 취해 들어와선 날 때렸어. 우울하고 잠도 안 오고 그래서 약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도 일부러 먹었어.
원더우먼으로 변신해서 그 사람 혼내주고 싶어서. 언니, 이 얘기 우리 말고 또 얘기한 사람 있어요? 아니. 설, 잠깐 나 좀 봐. 그게 무슨 소리야? 원자 행위 뭔데?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쉽게 말해서 어떤 행동을 할 때 결과를 예상하고 일부러 특정 상태를 만든 경우야. 예를 들어 누군가 살인을 저지르려고 하는데 긴장이 되거나 용기가 부족해서 일부러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면 평소 같으면 술을 먹었으니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일부러 술을 마신 거기 때문에 심신미약이 아닌 거지. 스스로 특정 상태를 만든 거라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는 말이야.
그렇다면 설연 언니가 일부러 약을 먹고 공격적으로 변한 것도? 응. 언니가 스스로 원더우먼처럼 되려고 약을 먹은 거면 약을 먹어서 기억이 없다는 이유로 심신상실을 주장해도 검사가 그 주장을 원자 행위라고 배척할 수 있어. 이 얘기는 심신상실 주장으로 무죄를 받을 수 없다는 거야? 강효민, 너 기억나? 네가 나한테 수업 가르쳐달라고 할 때. 알았어, 알았어. 그 대신 조건이 있어.
살면서 딱 한 번 내가 하는 부탁 무조건 들어주기. 부탁? 약속? 그 부탁 지금 좀 쓰자. 설아, 무조건이라 했잖아.
너도 의사로서 직업 논리가 있을 거고 나도 변호사로 산 한 번. 무조건. 너도 늘 말했잖아. 법이 언제나 정의로운 건 아니라고.
그 형부라는 놈이 어떻게 하는지 너도 봤잖아. 나 그 생각만 하면 피가 거꾸로 솟아. 나도 알았다면 똑같이 저지경으로 만들었을 거야.
설연 언니가 이 일로 감옥 가는 게 정의야? 그게 네가 말하는 정의야? 10분 지났어요? 말하기 곤란한 거면. 원자 행위예요. 네? 한설연 폭행 사건이요.
한설연 씨가 일부러 약을 먹은 거예요. 약을 먹으면 폭력성이 나타난다는 걸 알고 남편에게 대항하려고 일부러 약을 먹은 거예요. 본인이 그러던 거야? 네. 물론 이 얘기가 본인에게 불리하다는 건 몰랐겠지만요.
이걸 아는 사람은? 아직은 없습니다. 나한테 말한 이유는? 혼란스러워서요. 어떻게 해야 될지.
저는 후배 변호사 윤리까지 마이크로 매니징 할 생각은 없습니다. 못 들은 걸 할 테니까 강 변호사가 스스로 결정하세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거였으면.
했겠죠. 그럼 내 얘기를 들려드릴게요. 나에게 정의란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켜내는 거예요.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뭐든 다 하죠.
불법이라도요? 법하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되죠. 당연히 합법적인 선안에서. 하지만 합법을 가장한 탈법이라면 얼마든지.
도그마에 갇힌 난쟁이들처럼 생각하지 말고 넓게 생각해봐요. 설아, 설아 언니 집에서 봐. 우리한테 했던 그 얘기 절대로 그 누구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요. 알겠죠? 검사한테도 말하면 안 되고 주치의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그 누구에게도요. 혹시 CCTV는 아직 있어요? 어. 영상은 어디 있어요? 내 휴대폰. 이건 제가 가져갈게요.
언니, 불리한 진술은 거부하셔도 돼요. 하지만 거짓 진술은 안 돼요. 혹시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시면 됩니다.
어. 거짓말은 안 해. 2025 고합 250916 사건 공판 시작하겠습니다. 변호인이 신청한 감정총탁 결과가 도착했는데 변호인 의견 어떠십니까? 감정서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피고인은 처방약을 복용한 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약 복용 이후 약 30분 동안의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며 감정서에 나와 있듯이 처방약의 부작용으로 전두엽 기능이 억제되어 폭력적인 성향을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본 공소 사실에 따른 피고인의 폭행은 피고인의 자유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심신상실로 무죄가 선고되어야 합니다. 사전에 신청한 것처럼 감정인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겠습니다. 네, 진행하시죠.
5월 29일 피고인의 정신과 처방약 섭취 후 상태를 관찰하셨죠? 네. 판사님, 그날 녹화된 화면입니다. 피고인의 상태는 어땠나요? 블랙아웃 상태에서 충동적인 행동과 극단적인 폭력성을 보였습니다. 다른 환자들의 경우 블랙아웃이 왔을 때 폭력을 행사하거나 거친 행동을 보였던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없었습니다.
한설현 씨는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설명해 주시겠어요? 한설현 씨의 뇌활동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브레인 MRI를 촬영했습니다. 위쪽이 평소 한설현 씨의 브레인 MRI입니다.
그리고 아래쪽이 처방약을 섭취한 뒤 촬영된 브레인 MRI입니다. 저기 아래쪽에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전두엽의 앞쪽, 즉 전전두엽입니다. 이 영역은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고 충동을 억제하며 사회적인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 전전두엽을 뇌 브레이크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즉 공격적인 행동이나 충동적인 행동이 일어나려 할 때 전전두엽이 이를 조절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하지만 피고인이 처방약을 복용한 후 전두엽의 활성도가 현저히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저기 밝게 나타나야 할 부분이 흐려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피고인의 전두엽 기능이 억제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요? 그로 인해 그러한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지 않았나 추정하고 있습니다.
네 이상입니다. 피고인 사건 당일 처음과 마지막 기억이 언제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밤 11시에 끝나는데 그거 보다 잠들었고 깨보니 수갑이 채워진 채 유치장에 앉아 있었습니다. 전혀 기억이 안 나나요? 네. 경찰 말로는 수갑이 채워지자 식탁에 놓여진 핸드백을 가져가도 되겠냐고 물었다고 하던데.
심신미약으로 몰고 가라나 본데요. 그런가 보네. 사건 번호 2025-250916 피고인 한설현 판결 송구합니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합니다. 자 우리 위대한 강유민 변호사님과 이 자리에 없지만 무죄를 받게 하는데 큰 공을 세우신 윤석훈 변호사님을 위하여 건배! 건배! 근데 그 영상 지웠어? 아니 아직.
이제 지워야지. 그래? 그럼 지우기 전에. 송구 오셨다! 뭐하냐? 이 시간에? 아니 이게 귀가 처먹은 놈에 말이 없어.
왜 이 시간에 밥을 처먹고 있냐고. 어? 꼬라지는 또 왜 이래? 한설현이 돌았냐? 사람이 물어보면 대답을 해야 될 거 아니야! 죽을 준비는 아예 좆같은 새끼야. 오늘은 내가 너 똑같이 박살내줄 거니까.
개새끼야! 우리 라면 있나? 있을걸? 내가 끓일까? 니가 끓일래? 내가 끓일게. 맥주는? 없어. 어디가? 맥주 사러! 과자도 사와.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던가? 누굽니까? 손사님! 어디 계셨어요? 양치하고 왔습니다. 안 계시는 줄 알고. 무슨 일 있습니까? 생각해보니까 아까 감사 인사를 제대로 못 드린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네. 근데 그 말을 하려고 퇴근했다가 다시 돌아온 거예요? 네. 건설사 감유권 때문에 회사에 계실 것 같아서요. 마무리 짓고 퇴근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렇구나. 내일 봅시다. 네. 변호사님.
맥주 한잔 하실래요? 아, 좋다. 이런 곳을 두고 일하느라 못 올라온다는 게 참 아쉽네요. 저는 그 말이 참 좋았어요.
정의란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을 지켜내는 거라는 말. 지난번에 변호사님이 그러셨잖아요. 말이란 게 얼마나 날카로운 도구가 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변호사님은 그 도구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의뢰인을 변호하고 지켜야 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쓰는구나 싶었어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요. 부모님이 두 분 다 법조인이셔서 자연스럽게 변호사가 제 선택지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렸을 때 법정에서 엄마가 날선 말로 상대의 마음을 베이게 하는 것을 보고 변호사는 내 길이 아니겠구나 싶었어요. 근데 고등학생 때 친구 아버지가 공장에서 다치셨는데 악덕 사장 만나가지고 보상금도 못 받고 퇴직금도 못 받으셨거든요.
그때 엄마한테 도움을 청했죠. 엄마 옷을 입고 엄마 말투까지 흉내 내면서 사장 앞에서 얘기를 했는데 뭉칠하더라고요. 고장 고등학생이 한 말인데.
그때 깨달았죠. 말의 날카로움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말을 어디에 누구를 위해 쓰느냐가 문제였다는 걸.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을 위해 쓴다면 그건 참 재미있는 일이구나. 넌 천직이구나 싶었죠.
천직 맞아요. 아주 족성이 딱 맞아 보입니다. 다행이네요.
이번에 어두운 터널을 혼자 걷는 기분이었는데 손전등 빌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살인자라면 고의로 사람을 죽였다고 주장하는 건가요? 죽이자는 게 아니라 죽을 사람은 그냥 죽게 두자는 겁니다. 혹시 뭘로 기소하실지 여쭤봐도 될까요? 살인죄.
최지수 씨가 김병수의 기저질환을 알았다면? 밥 먹었어? 그 무섭다는 대빵 아저씨구나. 무섭게는 안 했는데. 전 민임을 정의로운 공간으로 만들 거예요.
이 대표 약점을 좀 파악해봐. 기획을 좀 앞당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