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Bar" Drama Transcript: Ep7 (Full, Korean)

엄마 어디다 뒀지? 여보, 여보, 여보! 다쳤어? 어디 다쳤어? 들어가자, 들어가. 예고. 학생.

여보, 여보, 괜찮아? 괜찮아? 잠시만요. 괜찮아? 그 학생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죽었다고 하더군요. 피가 굳은 걸로 봐서는 한 시간 정도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나 봅니다.

아, 바로 응급처치 했다면 살았을 거라고. 자기 탓이라고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그 저주받은 병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제가 분명히 봤어요. 2542138. 한적한 곳이라 주변에 CCTV도 없고 아내의 증언밖에 없었습니다.

진짜 보신 거 맞아요? 네. 아내는 범인을 잡는 것에 온 정신을 쏟았죠. 정신이 돌아올 때는 그때 봤던 장면을 떠올리며 상세히 기록하곤 했습니다. 오로지 증인석에 온전한 정신으로 서기 위해 약도 잘 챙겨 먹고 정신 놓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죠.

아내의 노력으로 저 사람이 검거가 됐습니다. 증인, 변호사가 묻는 말에 천천히 기억나시는 대로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우리 여러 번 뵀죠? 뵐 때마다 제 소개를 했는데 제 이름이 뭐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윤석훈입니다. 그러니까 뺑소니를 목격하자마자 바로 메모지에 적었다는 거죠? 네. 그렇게 또렷이 사고를 목격하고도 왜 바로 119에 신고를 하지 않았죠? 그건... 이해했습니다. 처리하겠습니다.

신고하려고 했는데... 제 이름이 뭐죠? 제 이름이 뭐냐고요? 방금 전에 말해드렸는데 까먹었죠? 대답하시죠, 증인. 피해자는 중학생이었습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리기 전 중학교 선생님이셨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그래서 피해자가 교복 입은 모습을 보고 멀리서도 중학생인 걸 알아보셨다고, 맞나요? 네. 학생을 굉장히 아끼는 선생님이 학생의 차에 치여 피가 흐르는 걸 보고 어떻게 119를 부르지 않을 수가 있죠? 그건... 제가... 119 부르는 걸 까먹었죠? 제 이름을 까먹은 것처럼.

저기 방청석에 초록색 옷을 입은 남자와 함께 앉아있는 회색 옷의 여자분 보이시나요? 누구죠? 재직할 당시 가장 아끼었던 제자들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네. 이름이 뭐죠? 까먹었죠? 방금 말해준 제 이름도 까먹고, 가장 아끼던 제자들 이름도 까먹고, 119 부르는 것도 까먹고, 이런 중증 치매 환자의 증언을 어떻게 신뢰할 수가 있죠? 증인의 최초 진술 중 1차 가해자는 뺑소니 범이고, 2차 가해자는 제 병이에요. 라는 내용이 있더군요. 증인은 2차 가해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루라도 빨리 1차 가해자가 특정되길 원했고, 그 염원과 그 2차 가해자인 치매라는 병이 더해져 지금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요? 치매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으세요? 다음은 성과보수제도에 대한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앞으로 시행될 성과보수제도입니다. 절대 반대입니다. 저도요.

대표님 어떻게 이러십니까? 아니 취임한지 그 얼마나 됐다고 저희 컨센서스도 없이 독단적으로 인센 제도를 바꿉니까? 컨센서스를 어떻게 만들어냅니까? 상당수의 파트너들에게 불리한 제도인데. 그걸 아시는 분이 이렇게 결정하셨습니까? 그럼 언제까지 이대로 두고 봐야 하는 거죠? 저가 수임료로 어써들 피구름 짜는 거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 거냐고요? 인력 베이스가 아닌 윗분들 친분에 기대서 수임을 하니 자꾸 수임료를 후려치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 놓고 실무는 죄다 어써들한테 시키고 가라오케 마케팅이다 골프 마케팅이다 하면서 일을 안 하니 실무감도 잃고 실력도 전문성도 사라지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가격 경쟁밖에 없으니까 덤핑 쳐서 일 가져오는 거 아니에요? 밤에 사무실 한 번 둘러보세요. 우리 어써들 방에서 신문지 깔고 쪽잠 자면서 일합니다.

그래 놓고 평가도 제대로 못 받아요. 어수는 1억 원어치 일을 했는데 파트너가 덤핑 쳐서 수임료가 천만 원이면 저평가 돼서 연봉도 깎이고 그럼 어떤 어수가 1억 원에 붙어있겠습니까? 파트너들인지 얼마나 알았다고 이제 우리를 가르쳐드네. 여긴 위아래도 없어? 대표님 가만 보고만 계실 겁니까? 파운더 대표님으로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아이고 그거 참. 호칭 정리부터 합시다. 대표는 권나연 변호사고 난 부문장이고. 그리고 로펌이 상명하복회 하는 조직도 아니고 로펌은 파트너십이에요.

그럼 너도 파트너 너도 파트너 너도 파트너. 그럼 나도 파트너인데. 없어보이게 나이로 누르시게? 논리로 먹고 사는 사람들끼리 논리로 합시다. 

계속하시죠. 지난 하반기만 해도 일 잘하는 어소들 도대체 몇 명이 나갔습니까? 아 그거야. 뭐 MZ세대인가 뭔가 워라벨 찾아 떠난 거 아니에요.

워라벨 찾아 떠난 게 아닙니다. 워페벨 찾아 떠난 겁니다. 워크앤라이프 밸런스가 아닌 워크앤테이밸런스요.

일한 만큼 보상받는 성과기반체계가 무너져서 나간 겁니다. 더 얘기할 거 없을 거 같은데 마무리하시죠. 제가 대표직에 있는 한 개정된 성과보수제도는 시행됩니다.

이견 있으시면 저 밀어내고 이 자리에 앉으시든지요. 더 이상 안건 없는데 끝냅시다. 정관들이 그걸 두고 봤다고? 네 심지어 김일성 부문장님 뭐 평까지 들던데요.

아니 근데 이게 권 대표 머리에서 나왔을 리는 없고. 네 권 대표가 그 일만 잘하지 정무감은 제로잖아요. 당연히 윤석훈이죠.

그렇지 뭐 워페벨? 권 나연 파견으로 내쳐질 때 가만히 발똑 숨기고 있다가 영감님들 꼬들겨서 대표로 복귀시키고 그 다음은 다음은 뭔데? 저 어떻게 윤석훈 한번 털어볼까요? 윤석훈 그 인간은 털어도 먼지 안 나와요. 에이 그게 모르죠. 이미 붙여놨어 기다려봐.

탈탈탈면 먼지 한털쯤은 나오겠지 지도. 변호사님. 일단 들어오세요.

뭐야 이거 서예진 변호사 아니에요? 와 윤석훈 이거. 지 혼자 깔끔한 척은 다 하더니 2년차 어쏘랑? 이거 뭐지 이거? 왜 윤석훈이랑 서예진 변호사 왜 같이 있는 거예요? 자정에 여자가 남자 집에 들어왔는데 뭐 다른 이유가 있어? 내부 성희롱 예방 매뉴얼상 파트너는 어쏘 변호사 또는 비서와의 교질을 지향한다고 돼 있어요. 그리고 그걸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인물이 윤석훈이고.

근데 그걸 지가 어겼네. 아 이런 위선자를 누가 따르겠어요. 네. 근데 그것만으로 부족해.

내부 규정에 그런 게 있긴 하지만 징계 규정도 아니고 권고 규정을 어긴 걸로 타격을 입히기는 부족해. 그러면. 김보연 변호사가 MZ시즌권 대리회사 불안전 판매 소송 진행하고 있지? 네. 김보연이 팀에 서예진 있는 거 아니야? 네 그렇습니다.

상대방이 TS 보험회사인데 TS에서 반드시 윤석훈 변호사를 써야겠다고 해서 MZ시 측에다가 겨우 양해 부하고 차인위조화를 세워서 대리 맡기로 했지. 아 그래요? 뭐 그럼. 그렇지.

윤석훈 변호사가 2년차 어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 어쏘에게 상대방에게 불리할 수 있는 기밀 정보를 빼내오라고 꼬들겨 부당하게 득한 정보로 승소하였다. 와 완벽한데요? 이런 식으로 윤림에서 오랫동안 대외적으로 쌓아올린 차인위조 월에 대한 신뢰를 한방에 무너뜨려 윤림 명성에 먹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는 윤림의 차인위조 월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해충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식 절차를 밟아 쌍방 대리가 가능하였지만 그 신뢰를 무너뜨려 쌍방 대리를 못하게 됨으로써 그에 따른 수익을 저해하였다.

근데 그러면 그 불리한 기밀 정보는 누가 윤석훈한테 전달하죠? 눈치 빠른 놈이니까 눈치 못 채게 빠르게 진행해야지. 아 되네. 네. 아 네. SIH에서 중재가 있어서 싱가폴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아 네. 네 사무실에 가서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저기 황충현씨 되시죠? 경찰입니다. 예 그런데요.

황충현씨 당신을 차영순씨 자살 방조 혐의로 체포합니다. 함께 서러 가시죠.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요? 네. 부인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럼.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변명의 기회가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 체포적 부심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누구세요? 아 변호사입니다.

당신. 아 아내분 남동생이 황충현씨를 아내 자살 방조죄로 형사고발을 해서. 아내분이 자살을 하셨나요? 예. 동행하시겠습니까? 네. 경찰서에 같이 가겠습니다. 

변호사 필요 없습니다. 가던 길 가시죠. 난 그냥 죗값 받겠습니다. 

가시죠. 그게 무슨 소리야? 절대 안돼. 절대.

난 죽었어 이미. 영혼 없는 껍데기야. 영순아. 

제발. 제발. 내가 잘할게. 

내가 잘할게. 당신한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 높은 데서 떨어질 수도 있고 내 팔을 긁을 수도 있고 내 장기를 다 녹여서 죽을 수도 있어.

나 그렇게 가면 되는데 그 뒷처리하는 당신은. 나 그렇게 된 거 보고 당신 멀쩡히 살 수 있어? 나 아직도 당신한테 잘 보이고 싶어. 당신한테 똥오줌 받게 하고 싶지 않아.

죽을 때 모습도 존엄성 지키면서 안식하고 싶어. 그렇게 당신 기억 속에 예쁜 모습으로 잘 살아남고 싶다고. 스위스는 안락사가 합법이래. 

거기서 우리 좋은 시간 보내다 이별해요. 안락사요? 예. 스위스에서 아내를 안락사 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체포된 거죠. 어디 가시게요? 황추연씨 접견하러 구치소에 가요.

일 맡으시기엔 맡기기 싫을텐데 그냥 둘이서. 돌아가세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저는 아내분께서 그런 결정을 내리시는데 뺑소니 소송이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는 분이 이러십니까? 어떻게 해야 선생님 마음이 좀 풀리시겠어요? 됐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처벌받고 싶어서 이러시는 겁니까? 왜요? 죄책감 드세요? 그러지 마세요. 아내분 선택 존중해서 그런 결정 해놓고 이러시면 그 선택에 대한 배신입니다. 이럴 각오도 없이 결정한 거 아닙니다.

결정에 대한 책임은 아무 저항 없이 제가 다치고 싶습니다. 네포로스 넘어 248달 13황추연. 피고인의 아내는 치매 환자였고 피고인의 도움을 받아 스위스에서 조력자살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피고인은 현재 아내의 동생에 의해 형사고발됐고 자살 방조죄로 기소됐습니다. 검토해봤나요? 네. 형법은 속지주의뿐 아니라 속인주의도 적용되기 때문에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스위스에서 조력자살로 숨진 사람들 중 동행인이 한국으로 돌아와 기소된 사례는 없는 걸로 파악됩니다.

단순한 동행만으로 기소된 건 없지만 본건 같은 경우 피고인이 단순히 동행만 했다기보단 전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조력하여 기소된 권입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방조에는 총, 칼 등 자살도구를 빌려주거나 조언, 격려를 하는 등 적극적, 소극적, 물질적, 정신적 방법이 모두 방조에 포함되어 있어서 피고인의 적극성을 고려하였을 때 기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판론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라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된다고 주장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해당 주장을 하는 데 있어서 불리한 사실관계가 있습니다. 뭐죠? 아내가 죽으면 남편이 받을 유산 상속이 있습니다. 얼마나? 17억 원 정도 됩니다.

이 부부사에 자식이 없기 때문에 아내가 죽으면 남편이 유산을 상속받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죄가 인정되면 상속권이 박탈돼서 아내의 동생이 유산을 상속받게 되거든요. 그래서 동생분이 형사고발을 한 것 같기도 하고요.

불리하네. 거기다가 외도 증거까지. 외도? 예. 근례일인 것 같습니다.

아이고.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으로 서면 작성해 주세요. 예. 검사 공소사실 제출하세요.

비고인은 25년 5월 11일 스위스에서 아내인 차영순이 의사에게 처방받은 안락사 약물을 주사하여 사망하게 된 전 과정을 적극적으로 조력하기에 형법 제252조 제2항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여부 밝혀주세요. 공소사실에 대해 부인합니다.

증인의 누나인 차영순 씨 사망 전 차영순 씨와 피고인의 부부관계는 어땠나요? 좋지 않았습니다. 매형의 외도로 누나가 많이 힘들어했고 매형이 상간녀랑 사귀었다고 누나에게 이혼 요구를 했어요. 그때쯤 누나가 침해 판정을 받았고 그제서야 매형이 이혼 요구를 철회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누나는 어차피 곧 병에 걸려 죽을 사람이고. 이혼을 안 한 상태에서 죽으면 유산 상속받을 거 아닐까 철회한 거 아니겠어요? 이해했습니다. 추측성 발언입니다.

없는 말 한 거 아니고요. 저 인간 누나 재산 유산 상속받아서 상간녀랑 잘 먹고 잘 살 생각밖에 없습니다. 불쌍한 우리 누나는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그 기간도 못 기다려서 자존심 센 우리 누나 꼬들겨가지고 안락사라는 명목 하에 자살하게 한 거라고요. 재판장님 증인이 경험한 일이 아닌 타인의 생각에 대해 증언하는 것을 제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증인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외도한 사실이 있나요? 네. 언제부터 언제까지였죠? 아내가 침해 판정받기 약 1년 전부터 시작된 관계였고 판정 이후 그 사람과는 정리했습니다.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단 적이 있나요? 네. 이혼하자고 한 날 아내가 침해 판정받았다고 했습니다. 망치로 한 대 두들겨 맞은 기분이었어요.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확실해? 오진일 수도 있잖아. 다른 병원도 가봤어.

내 성격이 안 그랬겠어? 아니 어떻게... 이제 겨우 40대 중반인데 이게 무슨... 그래. 이혼하자. 지금 그게 중요해? 이혼하자며.

아니 그게 아니라... 아프다고 봐주는 거야? 여보, 우선 치료에 집중하자. 요새는 약도 좋아지고 그래서... 내가 알아서 할게. 이혼서류 가져와. 

도장 찍어줄게. 여보, 왜 이러고 있어? 미안해. 어? 변명이라고 해도 좋은데... 생각해보니까 당신 아파서 그런 거였는데... 나 속 좁게 당신도 오해하고... 그런 사소한 오해가 쌓여 마음이 차가워졌던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같이 약속에 철두철미한 사람이 나랑 안 약속도 자꾸 잊어버리고... 안 그러던 사람이 나한테 소리도 지르고... 말 시켜도 대답도 안 하고... 귀찮아하고... 난 그 형 때문인지도 모르고... 외롭던 바람이나 피고... 내가... 내가 좀만 더...

세심하게 챙겨봤으면 더 빨리 발견하고 치료받을 수 있었을 텐데. 난 밖으로만 돌았으니. 뭐해? 영진이는 언제 왔어.

어? 니 매형은 오늘도 안 들어오나 보다. 올 거야. 꼭 다시 나한테 돌아올 거야.

난 그 사람의 유일한 집이니까. 나 갔다 올게. 오늘은 키스 안 해줘? 어? 결혼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신혼 끝이야? 이리 와 나. 아내의 시간이 거꾸로 가니 더러 좋은 점도 있더라고요.

우리 신혼 때 어땠는지 그때 아내가 날 어떻게 바라봤는지. 기억이 났어요. 그 사람이 아프기 전 저한테 사랑이란 일차원적이고 단면적인 감정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아픈 아내와 시간 여행을 하며 알게 됐어요. 사랑은 무지갯빛이구나. 사랑은 수많은 감정으로 빛나는 거구나.

빨강은 열정, 주황은 따뜻함, 노랑은 기쁨, 초록은 평안함, 파랑은 실루엣, 남색은 깊이, 보라는 신비로움. 아마도 아내와 시작은 빨강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세월과 함께 다른 색이 되어갔겠죠.

색이 변했다고 사랑이 아닌 건 아니었는데 전엔 그걸 몰랐었죠. 빨강에서 서로의 온기와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따스한 주황이 되었고 또 점차 다른 색을 품으며 풍성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저만 그게 사랑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거죠.

안락사할 당시 아내를 사랑했나요? 네, 사랑했고 사랑해서 아내의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증인이 증언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차영순 씨의 자살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마음 먹고 안락사라는 명목하에 차영순 씨의 자살을 방조했습니다. 이는 형법 제252조 제2항의 자살방조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반드시 처벌되어야 합니다.

최근 적극적 안락사를 인정하는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안도 발의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본인이 안락사를 희망하는 경우 그 의사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가족으로서 이를 돕는 행위는 형법 제20조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자살방조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인 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재판장님 본 사건은 당사자가 처방받은 약물을 직접 주사하여 사망하게 되는 적극적 안락사인데다 신체적 고통이 아닌 치매라는 신경정신기 질환을 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내의 치매 때문에 안락사를 방조한 남편의 행위가 어떻게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재판장님 신체적 고통만큼이나 치매 또한 본인에게 특히나 차영순씨와 같이 학생들로부터 주변사람들로부터 늘 존경받아온 대상에겐 더욱 견딜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신체적 고통만을 고통으로 인정하고 정신적 고통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검사의 주장은 지극히 1차원적이고 시대착오적입니다. 게다가 피고인은 차영순씨의 1순위 상속인인데다 아내인 차영순씨를 두고 외도까지 저질렀습니다.

차영순씨의 자살을 방조할 동기도 충분했습니다. 상속 때문에 자살을 방조했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없는 검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그리고 피고인의 외도 또한 시기상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을 깊이 고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네 양쪽 의견 잘 들었습니다. 검사 구형해 주시죠.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여 아내를 위해 자살을 돕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개인의 딱한 사정을 봐주기 위해 법을 사항마다 달리 적용한다면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공평성과 정의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도 동일하게 법령을 적용시켜야 하는 바 현행 형법상 상대방의 요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행위는 허용될 수 없습니다.

선고하겠습니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내가 현아씨 많이 좋아하는 거 알고 있죠? 나는 준비됐는데.

마음은 아는데요. 자꾸 찾아오시면 안 되죠. 우리 이혼하자.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더는 사랑하지 않아. 설레지도 않고 가슴이 뛰지도 않아.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아.

그게 이혼 사유가 된다고 생각해? 우리 관계 안 한 지 1년 넘었어. 그건 너도 바빴고 네가 거리를 두니까 나도 그냥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런 거라면 내가 더 노력할게.

이렇게는 못 살겠어. 사랑 없이 이렇게 건조하게 살 자신 없어. 그날 집 앞에서 봤지? 그날 나도 너 봤어.

그 남자가 나를 아는데도 넌 그걸 보고도 그냥 돌아섰잖아. 상대방의 일방적인 감정까지 너한테 뭐라고 하고 싶지 않아.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의심하지 않아. 죄책감 느끼지도 않았어. 그 사람한테 아무 감정 없어.

안다고. 근데 밀어내진 않았어.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마치 10년 전에 너를 보는 것 같았어.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 그 열정. 너무나도 그리운 10년 전 네 모습이니까. 열정만이 사랑은 아니야. 

우리가 같이 힘들게 도달한 이 편안함도 사랑이야. 이 건태감이 나를 매일 조금씩 갉아먹는 기분이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감정이 사라진 건 사실이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감정이 자리 잡았어.

내 가족, 내 사람, 내가 기대고 싶고 의지하게 하고 싶은 그런 마음도 사랑이야. 나 당분간 친정 가 있을게. 연아야.

안 돼. 지금 좀 볼 수 있어? 무슨 일이야? 우리가 이혼하고 나서 당신이 먼저 연락한 건 처음이야. 무슨 일 있어? 오늘 치매에 걸려서 안락사를 하게 된 아내의 남편이 한 말이 있어. 사랑은 무지개 빛이래. 

사랑은 빨간색 하나가 아니라고. 우리가 한 사랑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빛깔로 바뀌었을 뿐. 그 색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랑이 아니었던 건 아니라고. 알아. 

내가 틀렸던 거. 알아? 응. 이제 알아. 그걸 네 곁에 있을 때 깨닫지 못하고 원준 씨랑 함께 살면서 깨닫게 돼서 미안해. 그땐 사랑에 미숙해서 내가 미성숙해서 그랬어.

향수랑 비누 더 안 만들어줘도 돼. 그리고 혜 씨, 호텔에 제 시간에 맡겨줘. 일찍도 늦게도 오지마. 살면서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석훈 씨. 어, 왔어. 아니 혼자 밥 못 먹어? 나 일하고 있는데 전화를 몇 번이나 하는 거야. 나한테 할 얘기 있잖아.

내가? 어. 뭐 없는데? 내가 몰랐던 시절의 누나 얘기. 아, 됐어. 이모 여기 소주 하나랑 맥주 하나요.

술이 좀 고팠구먼? 에이, 배고파. 아, 배고파. 좀만 기다려.

야, 껍데기부터 먹어. 아, 껍데기부터. 알았어.

거의 다 됐어. 아, 왜 얘기를 안 해줘. 아, 뭔 얘기를 자꾸 하래.

이모, 여기 소주 하나 추가요. 야, 그만 시켜. 술도 못 마시는 게. 아, 난 안 마시지. 

누나가 마셔야지. 벌써 많이 취했어? 아니야, 아니야. 아직 덜 취했어. 

취하면은 속에 있는 얘기가 술술 나온다고. 나는 늘 궁금하긴 했어. 누나한테 어떤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의 허민정이 됐는지.

늘 신기했던 것 같아. 뭐가? 그냥 뭘 해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신나는 모습이 식대의 소녀 같았다고 해야 되나. 아휴, 무슨 로퍼 워크숍을. 

놀이동산을 오냐, 놀이동산을. 아, 허민정. 너무 신나. 

빨리, 빨리 컴온. 뭐 10대들이나 쓰는 거야. 아, 미친이네 진짜.

놀이동산도 처음 해본 사람처럼 신나하는 모습에. 아, 저 사람 뭐하고 살았길래. 이런 것도 처음 해보나 싶고.

다 처음 해본 거 맞아. 10대 때는 엄마 호강시켜준다고 죽어라, 공부만 했고. 20대, 30대 때는 시간을 도둑 맞았고.

30대 후반에는 새 인생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다가 그렇게 40대가 되고 널 만났으니까. 생각해보니까 되게 고맙다. 나 혼자 영 엄두가 안 났는데.

네 덕분에 많은 걸 했다. 고맙다, 진우야. 응? 나는 뭐 고맙긴 내가 고맙지.

오지게 많이 해서 어느 순간 지겹게 다가왔던 일들이 누나랑 같이 하면은 뭐 재밌었으니까. 윤변호사님이네? 윤변호사님 웬일로? 그러게. 형. 뭘 그렇게 뛰어와.

살다 살다 형한테 보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뛰어와야지. 날개가 있었으면 날아왔을걸. 저도 왔어요. 

괜찮죠? 그럼요. 취했어요? 아니, 아직. 전 조금 취했어요, 변호사님.

두 분 다 술자리는 처음이시죠? 회식 때도 두 분도 안 나오시거나 한 분씩 빠이셨었잖아요. 아니, 나 예전에 패러리 걸 때 종종 회식했지. 패러리 걸? 언제? 로스쿨 다닐 때 파트 타임으로 일했어.

헐, 이것도 내가 모르는 누나의 과거? 어. 와, 진짜 너무한다. 아니, 어쩐지 1년 차가 일을 너무 잘하더라니까. 그럼 형도 알고 있었겠네? 당연히 알지. 

내 과거의 핵심 인물이신데. 진짜로? 응. 나 윤변호사님 덕분에 변호사 된 거야. 어? 로스쿨 내내 후원해 주셨어.

시궁창에 있던 날, 건져주셨지. 아빠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는 나 하나 명문대 보내겠다고 온갖 고생 다 하셨는데. 명문대 입학하자마자 남자 잘못 만나서 애 낳았고.

시댁가 남편의 언어폭력, 온갖 고박과 멸치를 다 견뎠는데. 날 무너뜨린 건 결국, 딸도 나를 무시하기 시작하더라. 복수하고 싶었어.

아니, 호소하고 싶었던 것 같아. 내 이 억울한 심정을. 그래서 변호사를 찾아갔는데, 그게 김율성 변호사님이었어.

역사가 깊은 사이였구나. 그리고 그날, 내 인생의 귀인을 만난 거지. 설마, 인생의 귀인이 김변호사님이야? 아니, 그 옆에 있던 변호사.

형! 김변호사님 알잖아, 어떤 사람인지. 내가 수입료 낼 상황이 아닌 것 같으니까 슬쩍 발 빼시더라고. 근데 윤변호사님이 내 사정 다 듣더니 나서주셨어.

그리고 복수하겠다던 나한테 이렇게 말했지. 내가 수입료는 꼭, 나중에 꼭 드리면 안 될까요? 미안해. 시궁창에 사는 사람들한테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는 그냥 거기서 나오는 겁니다.

필요하면 거기서 나올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너무 멋있다. 너무 멋있다.

나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맨날 맨날 눈물이 막 나. 변호사님 이거 진짜 짠. 짠. 짠. 시궁창을 위하여. 역시 우리 강변호사. 서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쓰네요.

내 후배로도 손색이 없어요. 아닙니다. 변호사님이 더 잘 가르쳐 주신다 뿐이죠.

아니요. 강변호사가 워낙 잘해서죠. 그러니 내가 모모씨가 아니라 변호사라고 부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 변호사님 덕분이죠.

언제까지 할 겁니까? 변호사님.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처음부터.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세요? 집에 가긴 뭐 해서요.

왜요? 집에 뭐가 있어요? 아니. 뭐가 없어서. 차 한잔 하실래요? 무슨 일 있으세요? 말하고 나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변호사님한테 엄마 얘기했을 때. 설명하기 어려워요. 그럴리가. 

변호사님같이 언어의 달인이 설명 못할 게 뭐 있어요. 맨날 제 얘기만 들어주시고. 저도 굿리스너예요. 

저한테 기회 좀 주세요. 전처랑 3년 연애하고 7년 결혼 끝에 이혼했어요. 그 사람은 몇 년 후에 재혼했고 지금은 아이도 생겼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니플리 증후군을 알던 친구가 있었어요. 내가 사람을 잘 읽는 편이라 나까지 속일 순 없었죠. 큰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어서 그냥 모른 척했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내 심기를 건드렸어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건 상대의 가장 약한 곳을 안다는 거고. 수 틀리면 거기를 잔인하게 물어뜯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서 그렇게 했어요. 그날 이후 말이라는 게 얼마나 날카로운 도우가 될 수 있는지 깨달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말을 잘 안 하게 됐죠.

그런데 전처한테는 안 그랬어요. 평범한 일상을 나누고 소소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쓸데없는 얘기도 하고. 이혼하면서 마음은 끝이 났는데 현재의 그 사람과 과거 속의 그 사람이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현재의 그 사람은 쉽게 나아졌는데 과거 속의 그 사람은 놓지를 못했죠. 과거 속의 그 사람과 대화하던 게 너무 그리워서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혼자서 대화하곤 했어요. 미친놈처럼. 

그런데 오늘 그 과거 속의 사람도 거품처럼 사라진 기분이에요. 모든 걸 비워낸 자리에 남은 건 텅 빈 공간뿐이라 마음이 헛헛하신 거죠? 아마도. 변호사님 집 크죠? 집이 크니까 헛헛한 마음에 텅 빈 공간 들어가기 싫어서 여기로 오신 거 아니에요? 아마도.

이 세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건 나 자신밖에 없어요. 과거 속 그 사람도 결국 대체될 수 있어요. 그런가요? 네. 허토탐도 금방 사라질 거고 아니라고 해도 시간은 장사 없어요.

감정은 시간의 풍화를 견디지 못하고 시간은 또다시 그 시간을 풍화시킨다고 했어요. 좋은 말이네요. 좀 걸어야겠어요. 

술도 깰 겸. 네. 강효윤 변호사. 네.

고마워요. 네. 변호사님, 내일 봐요. 네, 내일 봐요.

아우, 신발 잘 신네. 아, 너 얼른 가. 아, 나 혼자 갈 수 있자니까 너 왜 이렇게 오바육바 칠바야. 아, 오바육바 칠바는 나도 신세 좀 갚읍시다.

누나도 맨날 나 데려다줬잖아. 그래, 알겠어. 나 이제 가. 잘 가. 고마워, 준우야.

야, 어딜 들어. 나 안 봤다. 아, 깜짝이야.

아, 너 뭐야. 너 왜 안 가? 아유,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집에 가래. 아, 나 여기 소파에서 자고 갈 거야.

야! 아, 우리 집 겁나 멀고 나도 좀 취했고 또 택시 타고 가다 나도 잠들 수도 있고 요새 남자한테도 험한 세상이야. 그래. 아우, 추워. 

아우, 춥다. 오늘 죽어야지. 아우, 집이 춥다.

아우, 추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자. 아우, 추워. 엄마.

일어났어? 얼른 씻어. 언제 왔어? 된장찌개네. 나 엄마가 준 된장찌개 너무너무 먹고 싶었는데.

그랬어, 우리 딸? 엄마, 근데 여기서 자던 남자애 갔어? 갔나 보네. 밥이라도 먹고 가지. 엄마, 내가 준우 얘기했나? 나랑 같이 일하는 어썬데이.

얼른 씻으라니까. 알았어. 알았어.

엄마 냄새 좀만 더 맡자. 좋다. 아이고.

스무살짜리 처녀가 아직도 이렇게 애기가 들꼬. 엄마 스무살은? 엄마는 엄마 딸 나이도 몰라? 나 마흔 두 살이야, 벌써. 맞아. 

나 마흔 두 살인데. 그리고 우리 엄마는 나 스물 세 살 때 돌아가셨고. 엄마, 그럼 이거 꿈이야? 엄마.

엄마, 이거 정말 꿈이었어? 엄마. 엄마, 진짜 이거 꿈인 거야?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괜찮아? 괜찮아? 왜 그래? 왜 그래? 또 누가 마음대로 방에 들어오래. 누나 우니까.

괜찮아? 가서 자. 내 옆에 있어줄까, 그냥? 뭐? 옆에서 코 잘까? 얼씨구, 진짜. 그냥 나 진짜 아무 짓도 안 하고 잠만 잘게. 나가.

누나가 우니까 내 마음이 좀 그래서 그래. 우는 건 내가 울었는데 네 마음은 왜? 몰라. 그냥 안 그러는 사람이 너무 슬프게 우니까 내 마음이 좀 그랬나 봐. 진짜 귀찮아 죽겠네, 진짜.

이게 뭐야? 왜? 이게 왜 여기 있지? 뭔데? 이거 피고 MZC증권 내부 심사 자료 같은데? 무슨 소리야? 아니, 여기 중간에 껴져 있었어. 왜 우리한테 있지, 이게? 응. 뭐지, 이거? 우리 상대방 기밀 자료 아니야? 김부겸 변호사님 팀 서류 우리한테 잘못 온 것 같은데? 그럴리가요. 큰일 날 소리.

차인위주얼 세워졌잖아. 그러니까 우리한테 이게 왜 와 있는 거야? 잠깐만요. 여기 이 숫자 뭐예요? 우리 의뢰인한테 제공되었던 자료랑은 다른 것 같은데요? 여기 민감도 분석이 달라요.

어머. 피고 MZC증권 내부 보고서에는 다른 분석이 기재돼 있습니다. 네. 피고는 펀드 투자에 주요 투자 위함으로 만기 시 투자 원리금 회수 가능 여부가 발전소의 스파크 스프레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을 하였고 그래서 고유 자금으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내부 심사를 해놓고 원고의 자금으로는 투자를 한 겁니다.

그럼 피고가 투자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의도적으로 은닉한 거면 주의적 청구 원인을 사기 또는 착오로 인한 계약의 취소로 할 수 있겠죠. 사기적 부정 거래도 추가할 수 있고요. 예비적 청구 원인을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으로 하고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만으로는 승소하기 힘들었는데 이 자료면 사기가 기각돼도 충분히 승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어떻게 이렇게 급비 자료가 우리 파일 사이에 끼어 있었을까요? 어디서 흘러왔는지 확인해볼까요? 아닙니다. 그래도 한번 확인을 해보실래요? 심사 보고서 서면에 포함시키고 청구 원인 수정해서 내부적으로 효람하되 의뢰인이나 외부인에게는 대의비를 해주세요. 변호사님 상대 기밀 자료를 이렇게 사용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해상충 상황에서는... 서면 수정해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나가보세요.

아휴... 아휴 수고했어. 내년에 파트너 심사했어.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휴 너무 좋고. 어. 가서 쉬고 있어. 그래.

자주 보자고. 예. 자 이건 뭐. 이거 윤석훈이 생각보다 단순하네. 이렇게 쉽게 걸려들 놈이 아닌데.

아 저는 그 인간 워낙 승부욕이 세서 저는 바로 덥석 물 줄 알았어요. 그래? 그럼 어떻게 파트너 회의 소집할까요? 뭐 그래야겠지. 윤석훈 쳐내면서 그 밑에 있는 것들도 싹 다 쳐내시죠.

특히 그 여자 신입 변호사 하나 아주 눈에 거슬려가지고. 누구요? 있어요. 강효민이라고.

아 그 서울대 로스쿨 수석. 수석이면 뭐합니까. 곱빛 풀린 망아지인데.

그 신입 하나로 그렇게까지 흥분을 하나. 가만 보면 우리 홍변이 여자 어서들한테 유난히 좀 박해. 아 그래도 정분나는 것보다야 낫죠.

낫게 하지. 내 유일하게 홍변 믿는 게 여자 문제 아니야. 어? 그래도 좀 잘해줘요.

너무 빡세게 공기 잡지 마시고. 허민정이. 나오라고 하라고.

약속을 하고 오셔야. 허민정. 나오라니까.

그냥 가자니까. 7년 전에 이혼한 사람한테 뭐 어쩌자 그래. 설마 했는데.

황골 탈퇴 수준이네. 무슨 일이시죠? 오랜만에 시혜미 만나 첫마디가 그거니? 시혜미라면 누구? 이 싸가지 없는 년. 말하는 거 좀 봐. 무슨 일이시냐고요? 아 여기서 서서 말할 건 아니고. 어디 앉아서 얘기 좀 하자.

여기서 하시죠. 아니 여기 망신살 뻗치는 건 너일 텐데? 전혀요. 여기서 하세요.

너 변호사 됐다는 거 왜 말 안 했니? 그거 따지러 오셨어요? 그 근본 없는 게. 너랑 붙어먹고 우리 망하게 하려고? 요망한 것들. 알아듣게 말하시죠. 아내가 당신한테 이혼 소송 맡길 거라고.

네. 찾아왔었고 거절했습니다. 너. 예전에 우리가 너한테 대해준 대학 학비 생활비 다 내놓고. 우리 덕분에 대학 나오고 로우스쿨 가고 변호사도 보상은 해야지.

안 그래? 망했다더니 구걸하러 오셨어요? 어디서 함부로 입을. 아니 이게 진짜야? 쟤 신속했나봐. 경비원 불러주세요.

네. 경찰도 불러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가. 더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야! 잘나가는 우리 아들 꼬득여서 혼자 임신한 고아년! 걷어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아래 표털이 여전하시네. 웃어? 도대체 건물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잡다한 사람들 들여서 업무 방해하게 하면 경비가 왜 필요합니까? 어머. 잡다한 사람들? 죄송합니다.

끌고 나가세요. 예. 나가시죠. 흉체를 왜 안 와요? 다시 전화해볼까요? 네. 업무 방해죄로 고발해주세요.

따라와! 따라와! 내가, 내가 나갈 테니까! 돈을 달라? 대학은 우리 엄마가 보내줬고. 학비는 기껏해야 1년 내내가 됐어. 생활비? 14년 동안 5시간 재워가며 가사노동 착취한 거. 계산해서 청구해줘.

다시 한 번 찾아와봐. 너네 싹 다 부숴버릴 거니까. 괜찮아? 뭐가? 아까 전 남편이랑 한 판 붙은 거. 괜찮고 말고가 어딨어? 그냥 멋있었어.

오늘 뭐해? 왜? 이따 저녁 같이 먹을까? 식단 관리 중이야. 나도, 나도 살 좀 빼려고. 이 앞에 샐러드 잘하는 데 있는데 샐러드 같이 먹을까? 아니.

그럼 뭐 이 앞에 우리 자주 가던 순댓국밥집. 아니. 너 왜 자꾸 나한테 시간을 버려? 응? 너 결혼 안 해? 너 뭐 시간이 무한되니? 나랑 밥 먹어서 뭐하니? 너 연애해.

연애 못하겠으면 선방. 이런 아까운 시간 왜 자꾸 나랑 밥을 먹지? 야. 속상해 죽겠네. 무슨 슬픈 꿈을 꾼 거야? 야. 오늘 왜 깨웠어? 너 나가서 자. 왜? 쇼파에 가서 자라고.

쇼파에 가면 좀... 나가 빨리. 나가 빨리. 닫고 나가.

진짜 너무하네. 그래요. 그래요.

이렇게 긴급히 파트너 회의를 소집한 이유가 뭐죠? 그것도 특정 파트너를 회의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네. 그 제외해달라고 한 특정 파트너가 오늘 회의 안건입니다. 윤석훈 변호사가 안건이란 말인가? 네 맞습니다.

제 사무실에 익명으로 이런 사진이 전달됐습니다. 알아보시겠습니까? 서예진 변호사가 늦은 밤 윤석훈 변호사의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둘이 어떤 사이인지 집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확인도 안될 뿐더러.

설사 둘이 사귄다 하자도 문제되게 있습니까? 본인이 만든 공고규정을 본인이 어기고 있는데. 얼마나 위선적입니까? 아니 뭐 윤 변호사 개인사까지 이렇게 언급하는 건 그렇지만. 이혼한 거로 알고 있는데 훈련도 아니고.

뭐 이렇게까지 할 일입니까? 윤석훈 변호사는 우리 조직의 윤리적 원칙과 정직성을 해쳤습니다. 그게 무슨. 주니어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통해 부정하게 얻은.

이 상대방의 기밀 자료를 악용하려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오랜 시간 동안 신뢰를 통해 쌓아올린 차이니즈 월에. 윤리적 원칙과 정직성을 무너뜨리려 한 거죠.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대박 뉴스 사직했대. 해명하지 않겠습니다. 엉망이네 엉망이야.

정말 죽을까봐 생각했지만 마지막으로 변호사님을 찾아온 겁니다. 이런다고?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보시죠. 언니.

증거 다 확보됐고 현행범으로 체포된 겁니다. 뭔가 이상해. 다음 타겟인 강효민인가 본데.

매장 당하기 싫으면 알아서 키워. 나에게 정의란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켜내는 거예요. 불법이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