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분 중에 의사분 안 계십니까? 의사선생님 안 계십니까? 제가 의사입니다. 좀 도와주세요. 하나, 둘, 셋. 김병수는 은성에서 7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피해 아동은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심각한 신체적 피해와 정신적 충격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슨 상황이에요? 아기 이름 뭐예요? 7세 여아 김민솔이라고 합니다.
민솔아, 민솔아. 쌤말 들려? 민솔아. 민솔이 왜, 왜 일어났어? 바빠서 일어났어? 괜찮아? 괜찮아.
지금 옆에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 민솔아. 좋다. 자상환자예요? 아, 아, 싫습니다.
치료 거부하겠습니다. 지금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이동시간만 40분입니다. 그럼 환자가 사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요? 네? 무슨 일이야? 아, 그게. 그게 의사가 할 말이야? 서울에 병원이 몇 개인 줄 아세요? 아니, 하필이면 민솔이를 담당했던 제가 저 사람을 맡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이거는 하늘이 그를 살리지 말라고 내린 게시예요.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야.
살 자격을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죽이자는 게 아니라 죽을 사람은 그냥 죽게 두자는 겁니다. 아니, 어떻게, 어떻게 의사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민솔이 상태 못 보셨어요? 아직도 저는 그날의 참상이 너무나 생생해요.
그 처참함, 그 잔인함. 고작 7살짜리 아이한테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요. 저 사람 살려내서 민솔이 같은 피해자 또 나오면 어쩔 건데요.
저 놈 몇 년 뒤면 출소할 거고 출소해서 몇 십 년을 더 살 텐데. 모르겠고 지금 내 눈 앞에는 그저 응급 환자일 뿐이야. 비켜.
내가. 선생님. 선생님.
심장 압전 상태입니다. 심장 주위에 액체가 차서 압박을 받고 있어요. 바로 응급 처치가 필요합니다.
비상 의료 키트에 심장 천자 반응이 있나요? 잠시만요. 옷 좀 벗길게요. 클로버 주세요.
천자 반응 주세요. 우리 아들 죽게 한 사람을 그냥 두겠다는 거야? 아니, 의사가 사람을 죽였는데 그게 살인이 아니고 뭐야? 어? 경찰은 수사만 합니다. 살인죄로 기소할지 다른 혐의로 기소할지는 검사가 판단하는 거예요.
나중에 검사한테 얘기하시면 되잖아요. 그 의사, 우리 남편 일부러 죽인 거라고요. 그러니까 검사든 누구든 그 의사 감옥에 넣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분한테 이 얘기를 좀 해달라고요.
내 말이 이거야. 예전에 우리 아들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그년이 한 말 내가 똑똑히 들었어. 우리 아들 죽이고 싶다고.
어? 그년 거기에 그때 못 죽은 게 원한이 돼서 이번에 비행기 안에서 보고는 옳다구나 하고 죽인 거라고. 어? 아이고. 아이고 세상에.
그런 살인마한테 응급처치를 맡기다니. 아이고. 진짜 네 복도 없는 거. 아이고 병수야.
내 새끼 병수야. 에? 뭐해 봐. 뭐해 봐. 응?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아니.
아니, 도, 도승재? 윤림의 대표적인 월급 도정 놈이 파트너 승진? 와, 이건 좀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여기 명단에 있는 어서들 대부분이 소문난 월급 루팡들인데요. 곧 나연 변호사님이 대표되셔서 승진 체계도 좀 공정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 이건 진짜 좀 아니지.
기다려봐. 이 사람들 곧 다 나갈 거야. 설사 남아있다고 해도 더 이상 월급 루팡질은 못할걸? 생각해보셨어요? 네, 해봤는데.
전 지금 있는 자리가 좋아요. 윤림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다신 그러고 싶지도 않고.
아시잖아요. 본인이 중견기업 사내변호사로 있기엔 아까운 인재라는 거. 그게 뭐 중요한가요? 마음 편하면 됐죠. 다른 건 약속할 수 없지만 딱 한 가지는 약속하죠.
전 윤림을 정의로운 공간으로 만들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정의는 간단해요. 실력이 공정하게 평가되고 노력과 능력으로 정당하게 성공하는 시스템.
김 변호사님은 그 시스템 안에서 가장 큰 소외자가 되실 거예요. 누나. 아빠.
어, 누나. 아, 맞다, 맞다. 왜 저래.
바쁘다. 아니, 밥 먹자고. 약속 있어.
아, 뭘 봐. 나가세요. 나중에 얘기하자. 안 나가? 아, 예. 윤림의 허민정입니다.
네, 이거 법률 실사보고서 39면에 보면요. 선순위 대주의 담보권 실행으로 체인지 오브 컨트롤 일어날 가능성... 김병수 아내랑 엄마가 매일 병원으로 찾아와서 제가 사람을 죽였다고 소리 지르고. 얼굴에 침까지 뱉고.
그들이 원하는 건 뭔가요? 뭐, 돈이겠죠? 돈. 게다가 살인죄로 형사고소까지 하겠다고 계속 물고 떨어진대. 저, 이 사람 살인죄로 기소당하면 어떡합니까? 살인죄라면 고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고의로 사람을 죽였다고 주장하는 건가요?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까? 몇 년 전에 김병수 씨가 수검 중 칼에 찔려서 응급실로 실려왔는데 제가 치료를 거부했어요.
그때 제가 했던 말을 들은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만 말하면 안 되고. 이게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습니다.
제 아내가요. 그 피해 아동 담당 의사였거든요. 그런데 몇 년 뒤 김병수 그 사람이 응급처치가 필요하다면서 이 사람이 있는 병원에 실려온 거예요.
그치? 그리고 그 이후에 비행기 기내에서 다시 만난 거고요. 네, 악연이네. 그때 당시 치료를 거부하실 때 했던 말은 기억나세요? 그때 뭐 흥분해서 했던 말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살 가치가 없다, 죽여두자, 살려갔자 피해 아동이 또 나올지도 모른다 뭐 이런 말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 말이 맞긴 했잖아요. 결국 미수로 끝나긴 했지만 그 사람 또다시 8살 여아를 납치하려고 했어요. 네, 맞습니다.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요. 신고가 접수돼서 조사 진행 중이었어요. 뭐 김병수가 사망하면서 수사는 종료됐지만요.
그럼 비행기에 탔던 것도. 네, 아마 해외로 도주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네. 김병수를 일부러 죽였습니까? 변호사님, 질문이 좀. 아니요. 네. 얘는 절차상의 확인이에요. 얘기를 하는데 심장이 막 벌렁거리더라니까.
에이 당연히 아니지. 설마 일부러 죽였겠어? 진짜 김병수를 죽이고 싶었으면 그냥 응급처치 안 하면 되지. 굳이 살리는 척하다 죽인다고? 그건 모르는 거지.
검사 입장에서는 최지수씨가 김병수인 줄 모르고 응급처치 하려고 다가갔는데 나중에 김병수인 걸 알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거지. 그건 아니지. 최교수님이 흥분해서 김병수를 죽이네 만해 그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과 그걸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야.
그렇긴 하지. 솔직히 나도 피해 아동 담당을 사왔으면 최교수님처럼 그 악마 같은 놈 치료 거부했을지도 몰라. 살릴 가치도 없는 놈이야.
진짜? 난 네가 히포크라테스 선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윤류식 강한 의사인 줄 알았는데. 네 맞습니다. 맞고요.
생명의 가치는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겁니다. 생명을 등급화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생명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난 말이야 최교수님이 그냥 덮어놓고 무조건 무죄였으면 좋겠다. 나도 나도 아니야 듣고 있어. 아 맞다.
내 친구 곽해정 알지? 어. 남편이랑 이혼 소송 중이라며? 그래. 야 재산 분야 때문에 그 남편 쪽 변호사랑 엄청 싸우고 있거든? 근데 그 쪽 변호사가 업계 1인자인데 이네 쪽 변호사가 좀 딸리나 봐. 그래서 우리 막내 막내 로펌이 워낙 유명하니까 좀 맡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 아 안 돼. 나 바빠.
딴 데 가시라 그래. 아 왜? 누나랑 친한 친구란 말이야. 아 난 원래 이혼 소송 안 하고 그거는 저기 허민정 변호사라고 그분이 주로 아니다.
그래. 내가 맡을게. 아 정말? 누나 친한 친구라며.
내가 무리를 해서라도 맡아야지. 내 명함 드리고 저기 사무실로 오시라 그래. 우리 막내 웬일? 아니다 아니다.
그냥 말 나온 김에 매일 오시는 거는 어떤지 한번 물어봐줘. 그럴까? 좋았어. 오 우리 애기 철드네.
아이씨 애기라고 그러지 말랬지. 오 쭈쭈 쭈쭈. 쭈쭈는 진짜 하지 마. 잘 오셨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잘해봅시다. 윤림에 뼈를 묻겠습니다.
잘해봅시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축하합니다.
저도 하겠습니다. 위사람을 법무법인 윤림의 파트너 임명합니다. 변호사도 승제할게.
야 너 아까부터 표정이 왜 그러냐? 남들보다 2, 3년 빠르게 파트너로 승제하는데 안 기뻐? 너 파트너 계약에 서명하면서 읽어보지도 않았지? 아니 나 계약서 읽는 거 싫어하잖아. 그럴 줄 알았어. 우린 이제 파리 목숨이야.
고정 월급도 못 받고.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권나연 변호사가 대표되면서 보수 체계를 전면 개편했잖아.
이제 모든 파트너들은 수임이나 수잉 성과에 따라 가지급금을 받는 거지 고정 월급을 받는 게 아니야. 그리고 성과에 따라 매년 계약 갱신 여부가 결정되고. 뭐? 너 지금 같이 일하다가 다음 달부터 네 월급 통장에 빵은 지켜.
계약 갱신은 물론 안 될 거고. 뭐라고? 이건 정말 너무합니다 대표님.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대표님 정말 이대로 가만히 보고만 계실 겁니까? 우리가 윤림이고 윤림이 우리예요.
조직 개편이라니 말은 좋지만 결국 우리 윤림을 난도질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말입니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지가 한참 됐습니다.
지금 윤림의 대표는 권나연이라고요. 아니 대표님 저희를 정말 이렇게 버리실 겁니까? 버리다니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저도 답답합니다. 근데 권나연이한테 경영권은 이미 다 넘겼는데 제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그 월권 아니겠어요? 모양이 안 좋습니다. 아니 아무리 권나연이어도 대표님 말씀 들을 거 아닙니까? 뒤에서 얘기 좀 잘해 주시면.
에이 거 참 또 그렇게 저 정모감 없는 얘기 하신다. 생각을 좀 해보세요. 권나연 대표가 내 말 들을 사람입니까? 알았습니다.
제가 한 번 얘기는 해볼게요. 근데 결과는 뭐 장담 못합니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대표님만 믿고 갑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뭘 잘못했는지 모르시겠다? 무능한 게 가장 큰 잘못입니다. 구조조정은 어떻게 다 끝나가? 어 그래. 그럼 슬슬 준비해.
김병수 가족들이 살인죄 기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과거 치료 거부와 그때 했던 발언들이 있어 살인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소 결정 전에 의견서를 제출해서 살인죄 기소는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는요? 사망사건이라 과실치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행위와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전문가 증인은 확보됐나요? 네 오늘 의사분들 만나볼 예정입니다. 방감을 가지는 의사도 있을 겁니다.
의사 윤리를 들며 과거 최지수씨의 치료 거부나 발언에 문제의식을 갖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검찰에 유리한 의견이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한 많은 전문가 의견서를 확보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 제가 7살 된 쌍둥이 여동생이 있습니다. 김병수 집 10분 거리에 저희 집이 있어요. 저도 이 사건 투입되고 싶습니다.
저, 저도요! 아, 자식들이...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진실은 어떤 조명을 비추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이 아닌 의뢰인이 법적 미숙함이나 법의 경직성과 한계 때문에 잘못된 조명이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조사회장님, 저... 지인이 이혼소송 준비 중이라는데 제가 한번 맡아보려고요. 이혼소송은 호민종 변호사... 네, 같이 해보겠습니다.
어, 허 변호사랑 하려면 수임 실적 때문에 김일성 변호사님... 수임 실적, 수행 실적 다 가져가라고 할게요. 전 그냥 일만 하면 되죠. 아, 안 바빠요? 바, 바쁘죠.
근데 굳이? 일도 배울 겸 뭐, 겸사겸사. 알아서 하세요. 예, 감사합니다.
아, 드디어 이혼소송도 해보겠구나. 제가 좀 늦었죠? 어우, 아닙니다. 저희가 좀 빨리 왔죠? 아, 이 친구는 저희 팀 패러리걸인데 이번에 대표님이 주도하신 선후기업 M&A권에서 숨은 공신이라 소개도 드릴 겸 데리고 나왔습니다.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저 최융근이라고 합니다. 대표님, 그... 만나 뵙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반가워요.
앉으실까요? 아, 예. 사실 최융근 패러리걸은 변호사예요. 아, 그래요? 근데 어떻게 패러리걸을... 사실 지방대 로스쿨에 성적도 안 좋고 변호사 시험 성적도 조금 낮았어가지고요. 변호사로는 윤린같은 대형 로포맨 발도 못 들이죠, 뭐. 그랬군요.
근데 일 시켜보니까 꽤 잘하더라고요. 요즘 친구들 같지 않게 의전도 잘하고. 아, 그리고 가성비도 좋습니다.
패러리걸은 어수 변호사 비용의 반의 반값이니까요. 네. 저 같은 말단이 평상시에 대표님 뵐 기회조차 없는데 이렇게 함께 식사할 수 있게 돼서 정말... 정말 큰 영광입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잘 먹었습니다, 대표님.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한 번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저는 근데 먼저 일어날게요. 아, 예.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아, 죄송하지만 이 카드는 결제가 안 되는데요.
네? 아니, 저... 그럴 리가 없는데. 아, 당신 먼저 나가 있을래? 왜? 결제가 안 돼? 아, 아니야, 아니야. 시간 쓰지 말고 현우랑 먼저 차에 가 있어.
응, 알겠어. 가자. 아, 진짜... 대표님! 어? 아, 변호사님! 아, 이거 정말 면목없습니다.
오늘 점심값은 나중에 제가 꼭 갚겠습니다. 별 말씀을요. 어떻게, 잘 지내셨어요? 안 그래도 연락 꼭 한 번 드리려고 했었는데.
아, 저기... 소식 못 들으셨나요? 무슨 소식이요? 저 회사 뺏겼습니다. 블루스톤 펀드한테. 네? 아니, 어쩌다가... 자세히 좀 말씀해 주시죠.
네, 뭐 잘 아시다시피 하이니코는 제 인생작 같은 회사입니다. NPU 설계 알고리즘하고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은 저와 제 연구진들이 수년간의 노력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고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기술력 때문에 대기업들에서 지속적으로 인수 시도했었죠. 네. 근데 그게 결국 팔렸습니다. 미국 대기업 옵탈린한테요.
아니, 매각은 절대 안 하시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매각한 게 아니죠. 블루스톤 펀드가 한 일입니다. 블루스톤이 저희 회사에 150억을 투자를 했는데 중간에 횡령이다 뭐다 해서 작년에 회사를 통째로 뺏어가더니 결국 옵탈린에 1200억에 팔아넘겼죠.
150억에 사서 1200억에 팔아버린 겁니다. 겨우 1200억이라니
그 기술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터무니없는 가격이죠. 블루스톤은 정말 현대판 매곡로나 다름이 없어요. 지들 배불리자고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이 핵심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렇게 허무하게 넘겨버리다니.
만약 우리가 끝까지 개발했다면 이 기술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원동력이 됐을 겁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권 대표가 어제 이성빈이를 만났다고? 알았어.
뮬림의 의뢰인은 하이니코지 이성빈 개인이 아닙니다. 이성빈 대표가 실제로 횡령을 한 게 아니고 회사를 위해서 허위로... 대표. 아니, 아마추어도 아니고.
이런 법률적 자문이 변호사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거 몰라요? 이 사태 관련해서 저 파트너 회의 소집할 테니까 거기서 소명하세요. 대표님. 가보세요.
응. 기획을 좀 앞당겨야겠다. 우리 회의 안 해? 무슨 회의? 곽해정 씨 이혼소송. 그건 내가 혼자 알아서 할게.
왜? 뭐가 왜야? 내 일이니까. 내 파일이야. 누가 뭐래? 너 파일해.
근데 일은 나 혼자 하겠다고. 나도 일 한다고. 너 이혼소송 해봤어? 아니.
그러니까 누나랑 같이 한다고. 그러니까 나 혼자 하겠다고. 같이 하자고.
왜 그래? 누나야말로 왜 그래? 뭐가? 나랑 말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 술도 안 마시고, 커피도 안 마시고. 이젠 일도 안 한다 그러네? 내가 뭐 누나한테 서운하게 한 거 있어? 아니, 그럴 게 뭐 있어. 근데 왜 그래? 그만하자.
어딜 가? 왜 이래? 좋아해. 뭐? 아니. 사랑해.
너 미쳤구나? 그래, 맞아. 나 미친 것 같아. 비켜.
어쩌자고? 사랑한다고. 너 나 동정하니? 그럴 틈이나 주고. 너 내 과거 알고부터 이러잖아.
맞아. 나 누나 과거 알고부터 이래. 근데 좋아하긴 그 전부터 좋아했어.
그 전부터 좋아했는데 우리 관계 망가질까 봐 내가 표현을 못했어. 근데 그래서 좋아가 아니라 그럼에도 좋아가 되니까 내가 확신이 들더라고. 더 이상 참고 있으면 병날 것 같아서 고백하는 거야.
미칠 것 같아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래서 몇 년 차라고요? 1년 차입니다. 삐약삐약 새싹이구만.
자신이 나가야 1년 차를 이런 중요한 자리에 보낸 걸 보면. 혹시 뭘로 기소하실지 여쭤봐도 될까요? 살인죄. 미필적 오해에 의한 살인죄, 업무상 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상해치사죄.
다 가능성이 있죠. 저희가 의견서 잘 준비해서 제출할 예정이니 검토해보시고 기소 여부 결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뭐 그렇게 하죠.
부검 결과는 언제쯤 나와요? 글쎄요. 때 되면 나오겠죠. 사망 원인이 대동맥 박미라나.
그 기저질환도 관찰됐다던데. 병명을 내가 없다 적어놨는데. 아 여깄네.
이게 유전병이라던데. 주요 혈관 파열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죽는다지.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으면.
그렇다면 최지수씨에겐 책임이 없죠. 기소 여부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유전병은 가족병력 확인이 중요한데 자료는 확보하셨을까요? 했다면.
저희도 연락 요청드려도 되나요? 아니면 병원 기록 제출 명령 신청을 해야되는데 요즘은 건강보험공단이나 병원에서 법원에 명령이 있어도 자료 제공을 하는 경우가 없어서요.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소 전 자료 제공은 검찰 재량인 거 아시죠? 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생각해보죠. 참 말다가도 모르겠네. 무슨 생각인거야.
도저히 안되겠어요. 아니 우리끼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까요.
이러다 우리 다 의사 되겠어 의사. 의료 수정을 너무 많이 봤더니 속이 매숙거려요. 그렇다면.
누구? 여기는 내 절친이자 룸메이트. 의사야. 보검이 진행중인데 김병수가 대동맥 박리였을 가능성을 검사가 언급을 했어.
그래? 최지수 교수님은 심장협전으로 판단해서 심낭천자를 시도하신 거잖아. 맞아. 우리가 조사한 의학자료에 따르면 심낭천자는 대동맥 박리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대.
그럴 수 있지. 만약 부검 결과에서 심낭천자가 사망원인으로 밝혀지면 우리가 굉장히 불리해질 거야. 그렇겠네.
그래서 김병수가 사망률이 높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입증하는 게 중요해요. 검사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부검 중 혈관형 밸러스달러스 증후군이 발견됐다고 언지를 줬어. VEDS? 그거 유전병인데? 응. 그래서 가중력을 살펴봐야 되는데 요즘 다른 사람의 병원 진료 기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아.
우리 병원도 법원 명령이 있어도 회신 안 해주거든. 짠. 이거 확보했지. 응? 어떻게? 그건 나중에 설명하고 거기 자세히 보면 김병수 삼촌이 40대에 대동맥 파열로 사망을 했고 친할머니도 비슷한 증상으로 사망했더라고.
대동맥 파열. 장천고. 여기 적힌 증상들로 보면 삼촌도 친할머니도 VEDS로 보이네.
드디어. 와. 커피 대신 이거랑. 감사합니다.
맛있네요. 그쵸? 커피 대신 이만한 게 없다니까요. 네. 좋네요.
정신이 맑아지는데요? 어? 왜요? 찾았어요. 뭘요? 의학 논문인데 VEDS와 대동맥 방류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있어요. 알지? 선배님 장난이 너무 되겠어요.
그 전에 바람이나 쐬러 갈까요? 아, 좋죠. 저 기가 막힌 데는 아는데. 어디요? 갑시다.
뷰가 기가 막히네. 좋죠? 네. 건물에 이런 데가 숨겨져 있었네요. 근데 쌍둥이 여동생 있어요? 네. 일곱 살? 네. 늦둥인가 보네요.
부모님이 사이가 되게 좋으신가 보다. 부모님 없어요. 엄마 십대 때 미혼모로 절 낳으셨는데, 제가 고등학생 때 사라지셨다가 몇 년 후에 갑자기 나타나선 이복 쌍둥이 맡기고 또 떠났어요.
고생 많이 했겠네요. 근데 일곱 살이면 직손이 많이 갈 텐데. 이모가 근처에 사셔서 많이 도와주시긴 해요.
근데 애들이 등하원으로 혼자 할 때가 많아서, 김병수 출소했다는 얘기에 너무 불안했는데. 죽었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셨네요. 누군가의 죽음에 안도의 한숨이라니.
적, 자득이죠 뭐. 근데 저도 쌍둥이에요. 진짜? 외동 아니었어요? 출생? 비밀이 좀 있어요. 완벽한 엘리트 집안에서 아무런 아픔 없이 자란 줄 알았는데.
사연 없는 집이 있나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또 희극이라잖아요. 밤에 술 한잔 두고 친구끼리 할 말을 이른 아침에 커피 마시면서 동료한테 하니 딱 좋죠. 네, 그러네요.
그럼 커피로 짠하고 친구할까요? 또 좀 반가운 얘기인데요. 슬슬 의견서 마무리하러 가볼까요? 네, 그러시죠. 갑시다.
그러니까 VGS의 치명성과 대동맥방리의 높은 사망률을 강조하면서 김병수의 사망 원인을 기저질환으로 보고 응급처치와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걸 병리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그런 전략이네요? 네, 맞습니다. 저희가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병리학 전문가에게 정식으로 의견을 의뢰할 계획입니다. 대동맥방리 환자에게서도 심장압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기내에서는 사실상 이 두 가지를 판단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진단장비도 없었고 환자의 상태를 판단할 충분한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두 증상이 매우 유사한 상황에서 VDS는 유전병이라 환자의 가정력을 확인하고 평소 증상을 세밀히 듣고 시간을 두고 진찰해야만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병입니다. 제한된 환경에서 몇 분 안에 이 모든 것을 알아내는 건 어떤 의사라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의료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같은 상황에서 의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보는 거니까요. 응급의료 전문가들이 최지수씨의 응급조치가 기내라는 제한된 환경과 시간, 정보 속에서 최선의 판단이었다는 의견서를 제출해준다면 무죄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네. 그런데 최지수씨가 김병수의 기저질환을 알았다면? 알았다면... 최지수씨의 판단은 단순히 제한된 환경에서의 의료적 선택이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간과했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해석될 수도 있겠죠.
특히 침낭천자가 대동맥 박리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시도했다면 과실치사로 기소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거기에다가 고의성까지 의심받는다면 살인죄까지 거론될 수도 있겠네요. 지금 상황에서는 최지수씨가 김병수의 기저질환을 알았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뭐 걸리시는 게 있으신가요? 김병수의 아내와 엄마의 주장대로 김병수를 일부러 죽였습니까? 아니요.
아닙니다. 논의된 대로 전문가 의견서와 병리학 분석자료 첨부해서 의견서 마무리하시고 검찰에 넘겨주세요. 네.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소일국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제가 왜, 어떻게 해서 회사를 뺏기게 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상심이 크시죠. 그런데 블루스톤한테는 어떻게 투자를 받게 되신 거죠? 그게... 옵틀린은 계속된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준비되어 있으며, 개발을 완료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제공해 주십니다.
기술에 대한 높은 평가와 투자 의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기술과 투자에 대한 의심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한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옵틀린은 이 기술의 독특한 자유를 유지해야 합니다.
하이닉 콜의 구입과 저희의 국제 보유자들에게 기술을 전달해야 합니다. 뭐요? 급수합병 하자는 거예요? 그럼 투자가 아니라 기술을 빼가겠다는 거네. 우리의 목표는 이 기술을 완성시켜서 하이닉 콜을 더욱더 성장시키고 더 나아가 상장하는 겁니다.
그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당신의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안타깝게도 투자를 못할 것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주식담보가 없는 곳을 찾아야 해. 외국에서 자랐어도 이런 스탠딩 파티는 여전히 어색하다니까요.
아 예 뭐 그렇죠. 인사드리죠. 블루스톤 자산운용사 대표 반기승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저는 이성민이라고 합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정말요? 아니 정말 투자 조건에 주식담보가 없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 블루스톤 펀드는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투자신탁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기술력을 믿고 담보 없이 대출해드리는 구조입니다.
아 여기서 이렇게 얘기할 건 아니고 저희 사무실에 한 번 오시죠. 아 네 가겠습니다. 그땐 연구비가 너무 절실했을 때라.
네 저도 기억합니다. 그래서 개인자금을 투입하셨다가 일부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법적 형식이 부족해서 횡령으로 간주되신 거죠. 그때 권 대표님이 이 대표님의 횡령 혐의가 성립되지 않도록 자문하려다가.
좌천되셨죠. 아니 그래서 좌천되신 건가요? 네 블루스톤하고의 계약서에 분명히 독서조항이 있었을 겁니다. 절 멀리 파견 보낸 것도 그 조항에 대한 자문을 막으려는 의도였겠죠.
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하이니코 담당 변호사였던 선배님을 하루 만에 모든 정보에서 차단시키고 업무에서 배제시킨 시점이 블루스톤이 하이니코에 대출을 제안한 시점과 겹치니까요. 아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네요.
블루스톤과의 계약서 가지고 오셨죠? 아 네. 잘 살펴보겠습니다. 여보세요? 네 제가 최효연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네? 제 이름을 사칭했다고요? 아 네네 네 지금 바로 갈게요.
무슨 일 있어요? 경찰에서 제 이름이 사칭된 사기사건 때문에 참부인 조사를 오라고 하네요. 네? 오마이갓. 오후에 최지수씨 검찰 출석 일정 있잖아요.
아 네. 일단 혹시 늦어질 수 있으니까 윤변호사님한테 말씀드리고 갈게요. 네 얼른 가세요 얼른. 별일 아니어야 할 텐데.
아 지금 조사 중인가? 우리도 경찰서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참부인 조사인데 뭐. 넌 뭐 더 알고 있지? 아 몰라. 알고 있는 거 같은데. 근래에 좀 친해지는 거 같던데.
우리가 뭐 도울 일이 없을까요? 무슨 일인지 알아야 방안을 생각을 해볼 텐데. 아 나야겠다. 뭐가? 오늘 최지수씨 검찰 출석 요청 있어가지고.
아 맞다. 은혜인 동의? 응. 아 최변호사한텐 연락 왔어요? 아직 없습니다. 제 차로 이동하시죠.
네. 의견서 잘 받았습니다. 준비를 많이 하셨더군요. 예. 검사님도.
최지수씨 김병수씨 고의로 살해했습니까? 아 아니요. 알겠습니다. 살인죄로는 기소하지 않겠습니다.
네? 의견서 내용도 그 부분은 잘 반영이 돼 있더군요. 아 네. 일단 사람 새끼는 죽었으니.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할지 살펴봤는데.
부검 결과 김병수씨의 사망 원인은 대동맥방이었고. 이는 혈관형 엘로스달로스 증후군이라는 기저질환 때문이라고 나오네요. 예. 저희도 같은 의견입니다.
병리학 전문가의 보고서를 의견서에 첨부해 제출했습니다. 네. 확인했습니다. 부검 결과 제출된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응급처치와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지수씨. 이 사건은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말요? 네. 조사 끝났으니 가시면 됩니다. 바쁘신 데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조심히 귀가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다 끝난 건가요? 네.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으니 이걸로 끝입니다.
다행이네요.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네.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푹 쉬세요. 네. 감사합니다. 불기소 처분이라... 열심히 의견서 준비는 했는데 불기소 처분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최변인이에요. 여보세요? 어떻게 된 거예요? 아, 진짜? 알겠어요. 괜찮아요.
네. 걱정하지 마요. 네. 뭐래요? 아직 조사 중이래요. 뭔가 오해가 있었나 봐요.
네. 최변 내 집에 좀 다녀와야 될 것 같습니다. 왜요? 애들이 방학인데 이모가 어디 가셔서 애들이 계속 혼자 있었나 봐요.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일곱 살이라고 했었죠? 네. 부모님은 어떻게? 최변 혼자 돌보고 있나 봐요. 근처에 사는 이모가 도와주시긴 한데요. 주소 알려줘요.
저 이 앞에 내려주시면 택시 타고 가면 됩니다. 배고플 거예요. 급한데 그냥 타고 가요.
다 온 것 같은데요? 네. 거의 다 왔는데 계단으로 올라가야 돼서 여기까지밖에 진입이 안 될 것 같습니다. 네. 여기서 내려주시고 근처에서 대기해 주세요. 변호사님도 가시게요? 네. 안 그랬어도 되나요? 내리시죠.
누구세요? 나 최호연... 어... 그니까... 나 언니 친구인데... 우리 언니는 친구 없는데요? 어... 그...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언니 친구야. 언니, 친구 없어요. 나가면 어떡해? 언니가 온다고 얘기하지 말랬잖아.
어... 언니... 잠깐 이 앞에... 나갔어요. 어... 그게 아니고... 어... 언니가 조금 늦는다고 나한테 동생들 봐달라고 부탁해서 언니가 부탁해서 온 거야. 아무리 되시오.
초코우유. 뭐예요, 그게? 아... 아까 최 변호사가 애들이 물어볼 수도 있다고 해서 알려줬어요. 초코우유.
안녕. 저분도 언니 친구예요? 아니, 친구는 아니고 직장 상사. 아... 그 무섭다는 대빵 아저씨구나.
무섭게는 안 했는데. 너네들 이름이 뭐야? 전 채미야. 여기는 내 동생 최서연.
밥 먹었어? 배고프겠다. 뭐 먹고 싶어? 피자, 떡볶이, 치킨, 스파게티. 갈비.
그건 안 돼. 언니가 갈비는 추석 때 하루만 먹을 수 있는 걸 했잖아. 그럼 오늘 저녁은 우리 나가서 먹을까? 네! 가자. 음! 여기 맛있네요.
여기 진짜 맛집이에요. 맛있어? 너무너무 맛있어요. 미연이, 서연이 많이 먹어? 왜? 더 먹어.
배불러요. 응? 맛있어? 저도 그만 먹을게요. 왜? 더 먹어도 돼. 아니에요.
근데... 이 돈까스 남았으니까 싸울 수 있어요? 왜? 언니도 돈까스 좋아해서 지난번에 여기 왔을 때 언니가 우리 먹인다고 일부러 배 아픈 척하면서 못 먹었는데 언니가 일부러 그런 거 알고 있었는데도 그때 너무 맛있어서 내가 다 먹어버렸어요. 그럼 다 먹고 또 시켜서 싸가면 되지. 그래도 돼요? 그럼! 언니는 회사에서 아저씨가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와! 진짜요? 응. 약속? 나도! 그래. 약속. 자. 복사할게.
혼자 보기 아깝네요. 아주 눈에서 꿀이 툭툭 떨어지는데요? 어떻게 여태 그런 표정 숨겼대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담아도 돼. 우와! 아무래도 아이들이니까 우리 키트가 낫겠죠? 네. 밑반찬도 좀 사주고. 네. 이제 언니 없이도 밥 잘 챙겨 먹어.
이거 어떻게 먹는 줄 알지? 네. 전자레인지에 2분이요. 두 개는 4분. 그래.
밥 데워서 밑반찬 꺼내서 먹어. 그리고 반찬은 귀찮아도 꼭 덜어서 먹고. 네. 최불헌서가 좀 늦네요.
그러게요? 난 먼저 갈 테니까 애들 잘 재워요. 네. 아저씨 간다. 씩씩하게 잘 지내고 언니 말 잘 듣고.
가지 말아요. 조금만 더 있어요. 애들 자면 가는 게 어때요? 그새 잠들었나 보네요.
정이 고파서 그렇죠? 천사 같다. 일곱 살이면 아직 이렇게 애기들인데. 김병수는 정말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사람이네요.
근데 오늘 불기소 처분이요. 원했던 결과이긴 한데 싸울 준비 다 해놓고 싸워보기도 전에 이기다니. 사이다는 사이다인데 뭔가 김 빠진 사이다 할까요? 최지수 씨가 운이 좋았던 걸까요? 운 같아요? 아니다.
운은 아니었던 것 같다. 김병수 사망사건 권검사한테 배당했어. 권프로는 김병수 아동사업공직관 담당했잖아요.
근데 뭐 문제 있나? 최지수 씨의 무죄를 위해 작은 행동과 결정을 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내면 어딘가에서 살 자격에 대한 재판을 열고 있었다. 제가 맡아야겠습니다. 같은 검사가 이 사건을 맡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건 너무너무 편파적이에요.
검찰은 사건의 감정을 씻지 않습니다. 저희는 법과 원칙만을 따릅니다. 아니 이 검사 양반 완전 그년 편이네.
말 조심하십시오. 생때를 부릴 거면 상황 파악하며 사람 파악하며 부리세요. 그 재판의 동력은 단 하나.
피해자 민솔에 대한 사랑이었다. 반드시 살인죄로 처벌받게 해주세요. 네, 잘 알겠습니다.
이 건은 김두연 변호사가 적임자인 것 같으니 이쪽으로 배정하겠습니다. 잘 하시는 분이시죠? 마땅히 사랑받고 보호받으며 자라야 할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들의 후회와 책임감에서 비롯된 뒤늦은 사랑. 살다 보니까 김변호사님한테도 사건이 배당되는 걸 보네요.
무능하고 게으르다고 마냥 놀릴 순 없잖아. 그래도 빵꾸나면요. 죽은 사람이 김병수라잖아.
그리고 그 아이를 파괴한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그들의 판단을 이끌었다. 가중력이 확인되면 사망 원인을 기저질환으로 결론 지을 수 있습니다. 김병수의 죽음이 실수였든 고의였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그의 존재가 민솔에게 남긴 상처였다.
우리가 열심히 해야 여구란 죽음이 없는 건 맞는데 아무리 그래도 선배님들 이번에 너무 특별히 열심히 하시는 거 아닙니까? 야 부검 대상이 누군지 아냐? 글쎄요. 김병수잖아. 열심히 해야죠.
그럼 그럼. 그 마음은 결국 그의 목숨을 앗아간 이에 무죄를 바라는 염원으로 이어졌다. 최지수 씨도 김병수의 기저질환을 알고 있었나요? 아니요.
최지수 선생은 당시 치료를 거부했고 김병수의 상태를 직접 확인한 적이 없었습니다. 네. 그랬겠죠. 만약 알고 있었다면 과실치사나 최악의 경우 살인죄로 기소될 수도 있으니까요.
네. 검찰도 유가족의 변호사도 동일한 질문을 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네. 참고하죠. 네. 네? 몰랐잖아.
김병수 상태를 확인한 적이 없잖아. 그렇지? 난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답할 거야. 그게 사실이니까.
나도 딸이 둘 있어. 5년 전에 김병수가 기저질환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난 그 얘기 말해주지 않았어. 그냥 운명대로 팔자대로 살다 가라고.
기소 전 자료 제공은 검찰 재량인 거 아시죠? 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생각해 보죠. 뭘 그렇게 쉽게 돌아섭니까? 길게 생각한다고는 안 했습니다.
열람 등사 신청 방법은 알고 있죠? 물론이죠. 그럼 오늘 바로 신청하세요. 네. 엘러스 달러스 관련해서 유용한 의료 수적이 어디 있더라.
아, 여기 있네. 그리고 그의 죽음은 오히려 이 세상에 약간의 정의를 더했을 뿐이다. 인간에게 살 자격이라는 게 있을까요? 있죠.
살 자격이란 우리가 타인에게 남겨놓은 흔적 같은 게 아닐까요? 그 흔적이 고통과 절망만을 남겼다면 삶은 자격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자격을 잃은 자의 죽음은 더 이상 비극이 아니라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하나의 조각이 될 뿐이죠. 그가 살아온 길이 얼마나 뒤틀렸으면 사람들은 그의 죽음에서조차 정의를 찾으려고 했을까요? 또 온다.
강현민 변호사님 오셨습니다.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 기억 못할 줄 알았어. PTSD요? 학폭 피해자였거든요.
이걸 정말 고 대표가 설명한 걸까요? 그걸 증거를 남길 리가 없잖아요. 나한테 방법이 있을 것도 같았는데. 네가 감히 우리 딸 죽인 살인마를 대리해? 최선을 다해보려고요.
이제 결정적 한 방을 찾아야죠. 이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