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흠... 으흠... 으흠... 네. 변호사님, 저 작가님 오셨는데. 우리 혜씨가 워낙 건강해서 하루 사이에 많이 좋아졌어. 내가 데리러 간다니까.
시내 나가는 김에 온거야. 당분간 내가 데리러 갈게. 호텔에 맡기지마.
뭘 텐데. 그냥 호텔에 맡기는 게... 안 멀어. 그래.
편한다며. 어제 내가 한 얘기... 그 얘기는 그만하자. 아무 의미도 없는 얘기.
하고 싶지 않아. 알겠어. 생각 많이 해봤는데... 혜씨... 당신한테 맡길게.
진심이야? 조건 있어. 말해. 룸메이트를 구하든, 결혼을 하든, 같이 키울 사람 구해와.
그럼 줄게. 어떻게 할래? 그렇게 해. 저희 하트로직은 기존 결혼정보회사의 수작업 매칭이 아니라 회원님이 입력하신 이상형 데이터를 AI가 분석해서 자동 매칭하는 시스템이에요. 회원님의 성향이 데이터화되고 가장 이상적인 조합을 저희가 찾아서 추천해줘요.
또 한 가지 저희는 사진이나 프로필 없이 만난다는 게 특징이에요. 거기 써있는 문자 그대로 블라인드 데이트죠. 사진이나 프로필 없이 만난다고요? 네. 오히려 아무 정보 없이 만났을 때 성공 확률이 훨씬 더 높던데요.
그리고 저희는요, 기존 결혼정보회사처럼 만남 횟수 제한도 없기 때문에 부담없이 매칭 믿고 한번 만나볼 수 있죠. 회원님 일정만 맞으시면 1년 동안 무제한으로 매칭됩니다. 어떻게 해서... 엄마, 나 수술 좀 하고 와. 그렇구나.
네, 네. 회원 검증은 해주시는 거죠? 네, 그럼요. 그건 수작업으로 철저하게 검증합니다. 나 이제 가요.
오늘 대면 미팅 하나만 하고 바로 올 거예요. 아, 그래요? 그럼 이따 민희 좀 데리고 와줄래요? 왜요? 나 상민 씨랑 저녁 먹을 거 같아서. 아, 그래요? 나는 당신이랑 민희랑 오랜만에 집밥 먹을까 했는데.
내일 먹어요. 그래요? 근데 그 사람이랑 아직도 썸 타요? 아니면 진전이 있어요? 연애사까지 공유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 법적으로 남편인데 좀 그렇잖아요.
네. 나 가요. 네, 다녀와요. 아, 나 왔어요.
어디 갔다 왔어요? 민희가 아빠 부리 수거하러 갔다고 하던데. 민희는? 사요? 네. 술 마셨어요? 네, 조금. 아, 네. 그... 우리 이렇게 사는 거 이거 괜찮은 거 맞아요? 갑자기 왜요? 나... 내가 당신 좋아하는 거 같아요.
당신이 다른 남자 만나는 거 상상하면 질투나 하고 여기서 뭐가 뜨거운 게 막 올라오는 거 같아. 김찬 씨. 이거 계약 위반이에요. 공동양육계약 한국에서는 의미도 없는 계약이잖아요.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틀린 거 아닐까요? 사랑 없는 가정이 이게 정말 행복한 걸까요? 사랑은 언젠가 변할 수 있는 감정이에요. 그런 감정만 믿고 가정 꾸리면 결국 불행이 찾아올 거고 불행 끝에 이혼만 있어요. 나 우리 민희 이혼 과정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요.
나 당신 정말 사랑하는 거 같아. 미안해요. 난 우리 가정 깨고 싶지 않아요.
알겠어요. 그러면 우리 이혼해요. 정말 미안한데 나 이제는 사랑 없는 가정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나는 진짜 부부가 되고 싶어요. 계약 위반이요? 어떤 계약 위반이요? 공동양육계약이요. 부부 생활 없이 아이만 같이 키우기로 한 계약이에요.
이해를 잘 못했습니다만... 저랑 민찬씨 감정 없이 결혼했어요. 그런 결혼이 더 안정적일 거라고 서로 생각했으니까 관계없이 체해성으로 아이 갖고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럼 남편분과 신체적 관계는 없었다는 건가요? 네 한 번도 없었습니다.
민찬씨를 미국에서 만났는데 거기선 우리처럼 사랑이 오히려 결혼을 망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들끼리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있었고 거기서 만났어요. 민찬씨랑 저 둘 다 이혼 과정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사랑에서 한 결혼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다 겪었기 때문에 거기 가입하게 됐어요. 이런 계약이 미국에선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법적으로 인정되기도 하더라고요. 한국 법원에서는 이런 계약을 인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이러한 계약이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판단이 되면 무효가 될 수 있어요. 공서양속 그게 무슨 뜻이에요? 사회의 기본적인 도덕관념과 공공질설의 의미예요. 예를 들어 일부 일처제에 반하는 첩계약은 공서양속 위반으로 무효가 된 판례가 있었고... 첩이요? 네. 그리고 기혼자가 배우자와 이혼을 한 뒤 특정인과 혼인을 하겠다는 계약도 인륜과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무효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아니, 우리 계약은 그런 이상한 내용이 아니잖아요. 첩을 들이겠다거나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겠다는 건 듣기만 해도 반인륜적이지만 우린 그냥 불안정한 감정에 기대지 않고 좀 더 나은 형태의 결혼 방식을 찾은 거라고요.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법원 입장에선 전통적인 혼인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 부부관계에서 성적 결합과 정서적 유대는 본질로 간주되니까요. 네. 그런데 왜 계약 위반이라고 보시는 거죠? 남편이 절 사랑하게 됐어요. 다른 부부들처럼 살고 싶대요.
전 그럴 생각이 없고요. 그랬더니 이혼하잖아요. 전 이혼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계약대로 이대로. 전 지금이 좋아요. 룸메이트를 구하든 결혼을 하든 같이 키울 사람 구해와.
그럼 줄게. 민지가 결혼정보회사 대표님이시라고. 네, 맞아요.
기존 회사들보다는 좀 진보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거 저희 회사 브로셔예요. 한번 읽어보세요. 결혼 생각하시기엔 좀 이른감도 있지만 이왕 하려면 지금이 적게요.
민지도 이번에 제가 가입시켰어요. 안 그래도 이야기하더라고요. 지인 할인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네요. 사랑을 믿지 않는 분이 커플 매칭 사업을 하신다니.
그러니까 할 수 있죠. 사랑은 감성이고 결혼은 현실이잖아요. 결혼은 평생 사랑하겠다는 서약이 아니라 평생 함께 살겠다는 종신계약에 불과해요.
평생 같이 살려면 감정보다 서로 잘 맞는지가 더 중요하죠. 이 한정된 인간관계 안에서 우연의 기대 조건 맞는 사람 찾기 쉽지 않아요. 아무래도 결혼정보 회사에서는 더 넓은 선택지 안에서 찾는 거니까 확률적으로는 유리하죠.
잘 부탁드려요. 네. 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관계도 안 가졌는데 어떻게 연락? 무슨 성모 마리아님이셔? 채회 수정이요.
아, 그 저기 부린부부들이 많이 하는 거? 요새는 꼭 그렇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그 남편이 아내랑 이혼하고 싶은 이유가 아내를 사랑해서. 딱 들어도 이상하지 않냐? 아내를 사랑해서 이혼하고 싶다? 의뢰인은요? 원하는 게 뭐래요? 공동양육계약을 법적으로 이행하고 싶다고 합니다.
계약서에 위약 벌 10억 원 조항도 있어서 그 부분도 청구하고 싶다고 하고요. 실질적인 목적은 손해배상보다는 그걸 압박수단으로 삼아 이혼하지 않고 지금처럼 살자는 거죠. 그런데 판사들이 그 계약을 계약으로 봐준대? 공소향석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얘기했어요.
아, 진짜 열받아 죽겠네. 왜 열받아요? 아니, 그렇잖아. 신성황 결혼 제도를 무시해도 유분수지지.
선생님, 너무 그 감정을 본인한테 대입시키지 마시고요. 그랬나? 요새는 바람피는 부부도 많고 섹스리스 부부도 많아. 일명 쇼윈도.
근데 이 사람들은 그냥 처음부터 계약으로 감정을 배제시킨 거고 쇼윈도 부부는 겉으로만 숨길 뿐. 본질은 다르지 않잖아. 사랑 없는 결혼. 아니죠. 
시작점엔 사랑을 했을 테니 사랑이 소진된 결혼이죠.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사랑이 소진되는 과정 아닐까요? 아, 이 사람들 보소. 왜 이렇게 늘 결혼에 부정적이실까?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요즘 현실을 말한 거야.
왜 농담반 진담반으로 결혼도 20년 갱신제로 가자는 말이 있잖아. 결혼 제도가 생겼을 땐 인간 수명이 고적해야 50세에서 60세였는데 지금은 100세 시대니까.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며 산다는 게 오히려 좀 더 비현실적일 수 있다는 거지.
차라리 유혹기간을 두면 서로 갱신하려고 좀 더 노력할 수... 아,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도 없고 찐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해서 쭉 사랑해주고 숟가락 들인만 있어도 와이프랑... 오케이. 거기까지.
하여튼 설마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관계 없이 감정 없이 아이를 낳아서 양육하겠다는 그 목적 하나만으로 결혼한다는 게 말이 돼요? 뭐 강아지 키우려고 결혼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예? 아, 뭐 사랑은 감정이고 감정은 언제든 변할 수가 있잖아요. 반면에 결혼은 일종의 불변의 종신계약이니 감각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애초에 감정 같은 불확실한 변수에 기대지 않고 공동양육이라는 책임을 기반으로 가정을 꾸리겠다는 시도 자체는 이해할 수 있어요. 와, 세상 사랑꾼이 의외네. 사랑꾼? 윤변호사님이요? 이제는 아니신 것 같다.
어쨌거나 전 이 사건 맞고 싶어요. 공서 양속은 고정 불변의 개념이 아니라 시대성과 사회 윤리에 따라 유동적으로 이해될 수 있잖아요. 결혼의 형태도 이제는 다양하게 이해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 이 사건 맡아도 되죠? 네. 저도 같이 할게요. 네, 그러시죠. 불편하시면 말씀하세요.
아플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아픈데요? 그죠? 이게 요새 가장 인기 있는 시술이에요. 꾸준히 하시면 피부 좋아지시는 거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어민정 변호사님, 여기요.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여기는 제 친구 이경기, 그러니까 이진우의 큰 누나. 아,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제가 변호사님 덕분에 인생에 새 날개를 달았잖아요. 승석덕도 내는데 소개진 경의공도 크고 해서 이렇게 함께 쭈잉 해봤습니다. 너무 좋죠? 앉으시죠.
그럼 우리 진우랑은 같은 팀인 거예요? 네, 동기라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동기면은 나이 차이 얼마 안 나겠네요? 동갑이래, 글쎄.
아, 우리 진우랑? 아니, 우리랑. 어? 정말? 42살이세요? 와, 관리 진짜 잘하셨다. 아니, 나는 동기라길래 한 두어 살 차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어머, 열 살 차이나? 우리 그 나이에 기미가 하나도 없어요? 와, 피부 진짜 깨끗하시다.
그건 제가 어제 피부과를 좀 다녀와서. 아, 진짜? 그래서 이렇게 얼굴이 광이 났구나. 어디서, 뭐 했어요? 기미 시술을 했는데요.
확실히 하고 나니까 기미도 옅어지는 것 같고 피부결도 좀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 진우랑 열 살 차이 나면은 변호사님 보내는 우리 진우 정말 아기 같겠다. 뭐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내내나 우쭈쭈 우리 아기지. 진우도 벌써 32이잖아. 그러니까.
내기도 장가갈 때가 다 됐는데 영 소식이 없네. 진우 여친이 없어? 없는 것 같아? 없죠? 뭐, 저는 잘 모르니까. 변호사님, 우리 진우 잘 좀 보살펴주세요.
큰누나처럼. 주변에 좋은 사람 있으면은 소개도 좀... 속게 하기에는 좀 나이 차이가 많이 나겠다. 다 연상이겠다, 그쵸? 네, 뭐 아무래도.
연상이면 왜 안 돼? 큰일 날 소리 한다. 진우 연상 싫어하는데 나도 싫어. 가족들 다 싫어할걸? 그래도 두어 살 정도 차이 나면 좀 괜찮잖아.
네, 두어 살도 안 되지. 애도 낳아야 되는데. 아, 네. 맛있다.
이거 맛집이라니까. 많이 드세요. 네. 뭐 하십니까? 이때 저녁에 말이야.
응. 약속 있는 걸 깜빡했어. 무슨 약속? 아무튼 그런 줄 알아. 우리 저녁은 다음에 하자.
왜 저래 또? 어, 누나. 어. 언제? 허민욱 매우사랑? 저 좀 잠깐 보시죠. 저녁에 진짜 약속 있어? 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큰누나 만난 거 왜 말 안 했어? 큰누나가 또 뭐라고 했길래 날 피해? 별 말 안 했어. 
그냥... 우리 서로 다 아는 얘기잖아. 무시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돼. 그래. 당신 나보다 10살 많아.
이혼도 했고 자식도 있어. 그래도 좋다잖아. 사랑한다잖아.
매번 이 사실이 상기될 때마다 나랑 침바꼭질 할 거야? 너 이제 연애하면 결혼 생각해야 돼. 근데 나랑 조건이 맞아? 연애와 조건 안 맞아도 할 수 있지만 결혼은 다르잖아. 조건? 여보세요. 결혼은 사랑에 미쳐버릴 것 같은데 하는 거야.
맞는 조건 오고 안 맞는 조건은 뭐지? 결혼의 조건은 사랑 아니야? 결혼하자. 뭐? 가족들한테 허락받고 식 올리자고. 니네 가족이 퍽이나 좋아하시겠다.
안 좋아하는데 뭐 어쩔. 나랑 살지 뭐 가족끼리만 살 거야? 잘 들어. 난 더 이상 사랑 때문에 내 자신을 홀대고 싶지 않아.
널 사랑하지만 난 내가 더 중요해. 너보다 날 더 사랑한다고. 그래야 우리 엄마한테 진비 갚을 수 있어.
왜 그래? 방금 뭐라고 했어? 뭐가? 방금 전에 한 말 다시 해봐. 날 더 사랑한다고? 아니. 바로 전에.
널 사랑하지만 나는 왜 이렇게 갑자기 들어와? 떨리게. 나 한 번 믿어봐. 나 절대 당신 초라하게 안 만들어.
절대로. 대표님 어디 가셨어요? 잠시 외출하셨습니다.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무슨 일로? 방피승한테 연락 왔어. 우리가 짐작했던 대로 고승철 대표가 전부 설계한 거래. 역시네요.
그럼 이제 증거만 있으면 되겠네요. 응. 결정적인 증거 전부 넘기기로 했어. 고승철 대표와 사이가 틀어져 보이진 않았네? 당연히. 
그러니까 날 찾아왔겠지. 방피승 입장에서야 고승철 대표가 전부 주도적으로 했다고 인정을 하면 OEM 위반으로 자격이 박탈될 거고 자산운용사가 모든 걸 독자적으로 진행했다라고 하면 800억이 넘는 손해배상 거를 물어야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막다른 일이지. 거기다가 고 대표가 전부 방피승한테 독박 씌우려고 하고 있대.
방피승 대표가 후원받은 곳은 고승철 대표님이 운영하는 승훈재단입니다. 우리 쪽 정보도 넘겨줬나요? 기술문서 어디다 숨겼냐고 물어보길래 문서 같은 거 없다. 다 이성빈 대표 머릿속에 있다 뭐 그렇게 얘기했지.
왜? 방피승 대표가 고승철 대표를 배신할 것 같지는 않아서요. 우리 쪽 정보를 캐내려고 고승철 대표가 보낸 거 아닐까요? 왜 그렇게 생각해? 고승철 대표가 운영하는 재단에서 후원을 받았어요. 그래요? 그럼 방피승도 고승철 키즈겠네요.
고승철 키즈? 네. 로펌은 결국 사람 장사인데 고 대표는 거기에 도가 튼 사람이죠. 그 수안으로 또 다른 사람 장사를 한 거예요. 기업 의뢰인들 후원 통해서 인재들 키우고 그 인맥 장사로 본인 수입력을 키운 거죠.
사람 씹고 그 열매를 수확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에요. 방피승도 그 중 한 명일 거고요. 고승철 키즈 라고 해도 본인 목숨이 위태로우면 살 길을 찾지 않을까? 내일 모레 4시에 증거 자료 전부 넘기기로 했으니까 그날 보면 반가릅니다.
알겠지?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따가 술 한잔 하시죠? 무슨 일 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때문에 그래요. 시간 좀 내주세요.
그래. 강효민도 같이 가도 될까요? 강효민은 왜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여자 입장에서 조언해줄 사람이 필요해가지고. 그래.
네. 나 허민정 변호사랑 사귀어. 그럴 줄 알았어. 지난번에 점심때부터 심상치가 않더라고요.
놀라지도 않네. 아, 어쨌든 나 결혼하고 싶은데. 누구랑? 누구랑요? 아니, 허민정님이랑 만난다니까 누구겠어요? 어딜 그렇게 놀래? 생각보다 전개가 너무 빨라서? 그러니까요. 
전개가 빨라서요. 근데? 근데요? 무슨 윤석훈 메아리야? 빨리 얘기해봐요. 결혼하고 싶은데 뭐요? 프로포즈를 하고 싶은데 저번에 들어보니까 결혼에 대해서 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가지고 프로포즈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들을 좀 듣고 싶어가지고. 클래식이 최고죠. 직접 쓴 사랑의 서양 낭독 뭐 그런 거 어때요? 굉장히 단순한데 직관적이고 좋은 것 같은데? 내용은 어떻게? 의견을 드리고는 싶은데 잘 모르겠어요.
결혼과 사랑이 어울리는 단어인지도 모르겠고. 도움이 안 되나 도움이 안 돼. 형은요? 나? 나는 결혼의 바탕은 사랑이라고 생각해. 세월이 지남에 따라 사랑의 결이 좀 바뀌는 것 뿐이지.
어떻게요? 부부의 사랑은 처음엔 열정으로 시작해서 현실을 지나 연대로 이어지는 감정 아닐까요? 열정이 사라진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연대감, 의리, 소속감 그런 것들도 사랑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하는 답이 나온 것 같습니다. 저 이거 서약서에 좀 써도 되죠? 커밍 좀 해가지고 뭐라고요? 열정으로 시작해서 현실을 지나 나도 알아.
현실을 지나서 연대로 이어지는 감정 한 잔만 더 해요. 한 잔 더 한 잔 더 두 분이서 더 하고 오세요. 네. 그러면 딱 한 잔만 더 하는 겁니다.
예! 이모 여기 소주 한 병만 더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파이팅! 예빈 씨와 파이팅! 저기서 이렇게 나오면 우리는 이 얘기를 꼭 해야 될 것 같아.
맞다. 강 변호사님 오랜만이에요. 재미있는 사건 맡으셨네.
오케이. 원고가 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건가요? 원고는 피고가 다른 사람과 감정적 교류를 했다는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법 제841조에 따르면 상대방의 부정 행위에 대해 사후 용서 또는 사전 동의가 있을 경우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본건의 경우 원고와 피고는 혼인 당시부터 감정적 육체적 관계를 배제하고 각자의 연애를 인정하며 양육만을 공동 책임지기로 명시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민법 제841조 사전 동의에 해당합니다. 죄송합니다.
바람 피우는 걸 미리 허락하거나 용서했으면 나중에 그걸로 이혼 못 한다는 거죠? 역시 강야맨. 그걸 또 저렇게 써먹네. 아니 원고는 지금 피고가 다른 남자와 썸을 탔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더 이상 사랑 없는, 성관계 없는 결혼 생활을 감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설령 사전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 의사를 명확히 철회했습니다. 계약이라는 의미를 모르십니까? 그렇게 일방적으로 철회하면 없던 일이 되는 겁니까? 계약? 아... 네, 그 계약 무효입니다. 애초에 감정과 육체적 결합을 전면 배제하고 제3자와의 연애까지 허용한 그 계약은 혼인의 본질을 부정하는 겁니다.
공서양속에 반하는 그 계약 무효예요, 무효. 한 마디로 사랑 없는, 성관계 없는 결혼 자체가 공서양속 위반이라고요. 사랑 없는 결혼이 공서양속 위반이면 조건만 보고 결혼한 사람들, 정략결혼은 모두 무효입니까? 그 논리면 사랑이 식은 부부나 섹스리스 부부는 모두 이혼을 해야겠네요.
혼인은 감정의 일지뿐 아니라 생활의 의사와 목적이 공유되는 합의체입니다. 원고와 피고는 자녀 양육을 위해 이런 합의를 이루었고 실제로 아무 문제 없이 가정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단지 감정이 변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이 안정된 가정을 해체하려 하고 있습니다.
재판장님, 해당 계약은 민법 제826조가 정한 부부간의 동거, 부양, 협조 의무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이를 용인한다면 향후 부부관계에 관한 민법 체계에 전반적으로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대법원에서는 성관계를 혼인의 본질적 요소로 보고 정당한 이유 없는 장기간 거부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습니다.
피고가 정 그렇게 혼인을 유지하고 싶으면 원고랑 잠자리를 갔던가. 지금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잠자리를 하란 말입니까? 그러니까 애초에 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결혼을 하냐고요? 사랑은 불안전하고 소진되는 일시적 감정이니까요. 그래서 사랑한다고 다 결혼하는 거 아니고 결혼한다고 다 사랑하는 거 아닙니다.
제일 잘 아실 텐데요. 그, 저, 재판장님. 원고 대리인이 언급한 판례는 통상적 혼인에 대한 기준일 뿐 혼인 전부터 성관계를 하지 않기를 명시한 경우에는 적용시킬 수는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하나만 묻죠. 감정이니 성관계니 이런 거 다 떠나서 그럼 지금 법원에서 유부녀가 다른 남자랑 썸타는 걸 허락하라는 겁니까? 잠시만요. 
너무 불쾌합니다. 우리가 공서양속인가 뭔가 위반되는 계약을 했다는 것 같은데 그 뭐 들어보니까 뭐 첫 계약? 그게 거기에 해당한다면서요. 우리 그렇게 비도덕적이고 이상한 계약한 거 아닙니다.
그걸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어떻게 변호사 입을 빌려서 내가 상민 씨 안 만날게. 그럼 돼요? 이거? 진정하세요. 판사님. 
그럼 저희 계약서에서 자율연애만 드러낸다면 문제없는 거죠? 사랑 없는, 섹스 없는 결혼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계약 무효라고 하신다면 그거 너무 시대착오적인 판단 아닌가요? 그 점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겠습니다. 재판장님. 본 계약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사회 질서에 반하지 않습니다.
혼인의 형태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진화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계약은 부모의 이혼을 겪은 양 당사자가 자녀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체결한 것으로 양육과 생활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 명확한 규율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잘 들었습니다.
이 계약이 혼인의 진화된 형태인지 혼인이라는 제도 자체를 형해하는 구조인지는 신중히 판단하겠습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기도 합니다. 혼인관계의 본질과 공소양속 원칙을 고려하여 심리하겠습니다.
추가 서면이 있으면 기한을 제출해주시고 다음 기일을 지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얘기 좀 해. 뭔 얘기? 나 선 봐. 매주. 어쩔 땐 일주일에 세 번도 봐. 어쩌라고? 매번 선 볼 때마다 후회해.
내가, 내가 너한테 왜 그랬을까? 아까 법정에서 했던 말 다 진심이야. 사랑 없는 결혼은 성립될 수가 없어. 너보다 조건 나은 사람 찾으면 뭐해.
내가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데. 넌 안 돼. 왜? 내가 잘할게. 사랑이고 나발이고 넌 의리가 없어.
난 의리 없는 사람이랑 결혼은 커녕 연애도 하기 싫어. 20분이나 지났는데 왜 안 오죠? 전화해보죠. 하이니코어 최출연 사무가 왜 전화했지? 누군데요? 하이니코어 기술 담당.
받아보세요, 얼른. 네? 네. 네? 지금요? 하단 서명란에 서명하시면 됩니다. 서명하시는 순간 대표님의 계좌로 200억이 바로 입금됩니다.
이 조건은 오늘 18시까지 유효합니다. 지금 18분 남았네요. 형님, 이게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200억이면 형님 빚도 상준이 형, 권태기, 승강이 빚도 다 정리할 수 있어요. 형님 가족들 집 날리고 길바닥에 내물게 할 순 없잖아요. 우리도 형님 믿고 사채까지 끌어다 영급에 넣었는데 하이니코어에서까지 잘리면 우린 딱 끝장입니다.
정말 여기 서명만 하면 하이니코어 직원들 해고 계획은 철회되는 건가요? 네. 계약서 내용은 몇 번이나 확인하셨잖아요. 여긴 출입 허가된 사람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비키세요.
이런 압박으로 이루어진 계약은 법적으로 무효입니다. 그건 내 할 바 아니고 난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지시만 따를 뿐입니다. 우리 하이니코어는 단순한 직장이 아닙니다.
직원들 한 명 한 명이 젊음을 바쳐 피 땀으로 만들어낸 회사예요. 제발 우리 직원들이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네. 약속드리죠.
대표님. 이제 결정하셔야 됩니다. 뭐야? 비켜 이 땅패 새끼야! 이성민 대표님! 어딜 막혀! 우리가 복구할 거야? 막으라고! 막으라고! 형! 대표님! 아니, 여긴 어떻게... 야, 이 뿌라치 새끼야! 빨리 들어와! 아유, 진짜 왜 이래! 형, 이거 서명하지 마요.
뭐해? 끌어내!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이 대표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10분도 안 남았어요. 18시가 지나면 200억 지하는 자동 철회됩니다.
잠시만. 잠시만요. 이젠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집은 이미 경매로 넘어갔고 너도, 승남이도 다들 나 때문에 사채 빚까지 끌여다 썼는데 그게 왜 형 때문이야? 하이닉 고어가 형 거야? 우리도 기술과 회사를 믿고 투자한 거야. 그 판단도 우리 몫인데 왜 형이 그걸 책임지려고 해? 대표, 이거 아니야. 대표님 우리가 바로잡을 기회를 주시죠.
죄송하지만 이 계약 안 하겠습니다. 대표님! 반대표! 일 이따위로 할 겁니까? 블루스톤 소장 접수하시고 관련자들 전부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하세요. 네, 지사장님.
지사장님 그러지 마시고 다 같이 살 길을 도모해보죠. 저희는 소송하면 그만입니다. 승소는 하시겠죠.
하지만 추심은 다른 문제입니다. 블루스톤은 이미 1,200억을 수익자들에게 배분해서 펀드 계좌에는 그 돈 없어요. 버버디 자산 운영사나 반대표에게 배상 책임을 부여해도 배상할 능력 없습니다.
결국 소송해서 승리해도 실익은 없어요. 잘 아시잖아요. 하이니코어를 1,200억의 블루스톤에 되팔아주세요.
블루스톤이 1,200억을 반환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저희가 하이니코어 기술 믿고 좀 벌려놓은 게 있습니다. 하이니코어 기술 없이는 1,200억을 돌려가는 데에도 손해가 큽니다.
고승철 대표 관련된 증거 자료 남겨주세요. 그걸로 뭘 하시려고요? 윤림에서 쫓아내시게요? 네. 파트너식 계약 위반에 따른 해인 건이 할 겁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현대판 매국노지 못하게 해야죠.
당신들 같은 애송이들이 고 대표 털끝이나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승철 대표가 특별 사단이 있어요. 저같이 후원받은 인재들 킹메이커 고승철이 만든 고위직 간부들이 법조계, 금융계, 정치계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털끝 건드려보죠.
이성빈 대표가 기술을 완성해서 옵탈린의 독점 사용권을 라이센스로 제공하죠. 기술 사용권만 주고 기술 자체는 넘기지 않겠다는 건가요? 네. 소스코드는 블랙박스로 두고 AIP 형태로 제공됩니다. 물론 기술 암호화 및 역설계 방지 조치를 취하는 조건입니다.
라이센스 놓아야 할지는 다시 제안 드리죠. 거절한다면? 하두식 덕분에 확보한 증거 자료가 있어요. 털끝 건드리기엔 뭐 그걸로 충분한데 단지 조금 더 확실한 증거를 원하는 것 뿐 그 증거 저한테 넘기세요.
그 기술 이성빈 대표 없이는 완성도 구현도 불가능합니다.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취심에서 실패하면 수천억 손해를 보실 거예요. 게다가 이 기술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잃는다면 손실은 더 커지겠죠.
이 제안은 이 자리에서만 유효합니다. 고 대표님의 수익분과 더불어 다른 수익자들을 설득해 1,200억을 옵탈린에 발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이니코에 투자한 150억은 원리금 상암만 해주면 하이니코로 원래 주주들에게 돌려드리죠.
아직 계산이 안 맞는데 하나 더 추가하죠. 네 그 조건 받아들이죠. 안녕하십니까 예약자 명이 하트로직이요.
네 일행분께서 먼저 와계십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강 변호사가 여기는 어떻게 아니 변호사님이야말로 여기 어떻게 혹시 하트로직? 설마 제가 생각한 게 맞는 건가요? 맞는 것 같은데요.
네 지금 제 앞에 저보다 11살이나 어리고 초혼이신 여성분이 앉아계시는데 저는 분명 저랑 비슷한 나이대에 이혼한 분을 원했던 것 같은데요. 회원님이 원하는 조건과 실제로 어울리는 성향을 AI가 분석해 가장 조화로운 상대를 추천해드리는 거거든요. AI가 추천한 바에 따르면 두 분이 퍼펙트 매치라고 나와서 연결을 해드리는 거예요.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다음부터 이런 식이면 탈퇴하겠습니다. 회원님 많이 당황하셨죠.
나이 어리고 이혼 경험이 없는 사람이 나와서 저희가 다음부턴 AI 분석보다 회원님 고유 취향을 더 반영하겠습니다. 마음 푸시고 오늘은 이왕 만나셨으니 식사하면서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요. 
그러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끊습니다. 네, 여보세요? 아... 아니요? 전 오늘 나오신 분과 매칭이 아주 잘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저 여기 오려고 옷도 사 입고 미용실도 다녀왔어요. 그리고 여기 진짜 맛집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어, 잠깐만요.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편히 드시고 오세요. 계산은 제가 할게요. 식사하시고 가세요.
여기 진짜 맛있어요. 어차피 저녁 안 드셨을 거잖아요. 저는 괜찮습니다.
여기 1인분도 가능해요? 죄송하지만 2인 이상부터 주문 가능합니다. 그럼 2인분 주세요. 죄송하지만 외관상 이 자리가 센 터라 혼자 드시는 건 빠자리로 옮겨 드려도 될까요? 어, 그냥 2인분으로 주세요.
알겠습니다. 제가 왜 싫으세요? 싫다고 한 적 없습니다. 안 어울린다고 했지.
왜요? 직장 후배고 나이도 많이 어리고 초혼이고 그 단점으로 작용할 줄 몰랐네요. 장점 단점의 문제가 아니라 그러니까 자격 초과라는 거잖아요. 여자 강유미는 남자 윤석훈한테 과분한 상대다.
하루 데이트 한다고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그냥 저랑 데이트해요. 어차피 시간 비워두셨을 거잖아요. 저녁 먹고 뭐 할까요? 뭘 더 해야 하는 겁니까? 석훈 씨가 석훈 씨? 그럼 데이트 상대한테 변호사님 변호사님 이럴 순 없잖아요.
여하간 석훈 씨가 여기 결제할 거잖아요. 네. 얌생이처럼 밥 얻어먹고 커피 한 잔 대접도 없이 헤어질 순 없잖아요.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안 괜찮습니다. 근데 오늘 날씨가 커피 한 잔 하기에는 조금 아까운 날씨고 공원에서 산책하고 맥주 한 잔 웃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그래서 선보는 거구나. 그럼 자격 조건은 30대 후반의 이혼녀에 강아지를 좋아하는 여자였겠네요. 드세요.
내가 원하는 동반자가 어떤 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서요. 그냥 뭐든 비슷하면 편하겠다 싶어서요. 동반자 그 말 되게 좋다.
결혼은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랑한다고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한다고 사랑이 유지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과 결혼을 분리시킬 순 없지만 좀 다른 것 같아요.
어떤 점이요? 뭐랄까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거라면 결혼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거 아닌가요? 맞는 말이네요. 저는 그 말도 참 좋았어요. 어떤 말이요? 부부의 사랑은 열정으로 시작해서 현실을 지나 연대로 이어지는 감정이다.
그 열정이 사라졌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진 게 아니다라는 그 말이요. 나는 강 변호사 말도 공감해요.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사랑을 소진해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말. 내 이상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세월을 걸어나가는 동반자였는데 내 실제 결혼 생활은 사랑을 소진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서 가끔씩 내 인생이 실패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요? 이혼해서? 네.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어떤 사랑은 장편소설이고 또 어떤 사랑은 단편소설이에요. 그 소설이 단편소설이라고 해서 실패작은 아니니까.
그런가요? 네. 실패작이 아니라 그냥 소설책 한 권이 끝난 거죠. 이제 새로운 소설 쓰셔야죠. 찐한 멜로로.
네. 왜요? 구두급이 흔들렸나 봐요. 아니 이제 그만 걸을까요? 집으로 갈까요? 아니요. 조금 더 걸어요.
날도 좋은데. 잡아요. 네. 향수 맡고 오셨어요? 네. 왜요? 새로운 소설 쓰려고요.
그 자리에 윤 변호사님이 나왔다고? 응.
어쩌다? 아니 어땠어? 바로 헤어진 거야? 아니지?
너 밥 먹었다며? 둘이 먹은 거야? 자세히 천천히 빠짐없이 얘기해봐.
처음엔 서로 벙하니 놀랬는데 그냥 내가 데이트하자고 했고.
그냥 가신다더니 결국 저녁도 먹고 산책도 하고 팔짱 또 끼고.
팔짱? 어땠는데? 어땠는데? 좋았어.
뭐가 좋았는데? 위로도 하고 위로도 받고.
아마야 위로는 사랑의 시안이라던데.
사랑? 야 선배님한테 불경스럽게 너는 좀 그게 아닌데?
사랑 개나 주라던 게 엊그제인데, 남자 다 필요 없고 우리밖에 없다며.
야 넌 그 말을 아직도 믿냐? 그건 그냥 남친이랑 싸우거나 헤어질 때 하는 멘트 아니야.
이제 받아들여. 뭘?
우린 그냥 서로에게 늘 이순이라는 걸. 에? 말도 안 돼.
그게 나쁜 거야? 난 좋은데? 이순이인게? 응.
봐봐 우리에겐 남친, 가족, 또는 언젠가 생길 남편, 자식 1순위가 될 수밖에 없어.
근데 그 1순위들은 완벽하지 않아. 우리에게 상처도 주고 실망도 시키고 때론 배신도 하지.
하지만 괜찮아. 왜냐면 우린 서로의 2순위로 늘 대기 중이니까.
한 발 뒤에 서 있는 안전장치, 그게 우리야.
감동! 그건 맞네. 내가 다시 사랑하고 또 다시 지지고 볶고 할 수 있는 건 너희들이 내 뒤에 있어서야.
간단히 말해 고승철 대표를 퇴출시키려면 내 찬성이 필요하다는 얘기군요. 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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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보던 옷이네, 엄청 분위기 있다.
체리 배고프겠다, 얼른 밥 줘야지.
체리야, 우리 왔어. 밥 먹었어? 밥 먹었냐고.
아니요. 체리 얼른 밥 주고 같이 먹자.
갑자기 또 이렇게 오니까 반갑네. 손부터 씻어.
당신 얼른 들어가서 옷도 갈아입어. 내가 정리할게. 그래.
앉아봐. 이모, 갑자기 찾아와서 놀랬죠?
어떻게 말을 해? 내 말 들려?
저 부화도 해요. 고마워, 효주야.
또 볼 수 있을까? 수업 배웠지. 너 만나면 대화하려고.
엄마가 미안해. 항상 미안해. 울다 미안해.
좋은 일로 만난 거 아니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내 해임만 건의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권 대표님, 참 뭘 모르시네.
신명진, 고승철, 김효성, 고태섭, 최희철, 그리고 제 지분까지 다 합치면 이미 과반이 넘습니다.
그 어떤 방식으로도 우리 고 대표님 해임안 통과될 수가 없어요.
그래도 해보려고요. 또 모르죠. 우호 지분이라고 생각했던 쪽에서 해임 찬성을 던질지.
요구 조건을 먼저 한번 얘기해보세요. 대표직을 맡겨주셨으면 그냥 맡겨주십시오.
제가 대표직에 있는 3년 동안 신명진, 고승철 두 대표님의 의결권 저한테 신탁해주시고요.
그리고 다시는 저를 몰아내려는 수순 쓰지 마십시오.
특히 젊은 남자 붙여서 추문을 만들려는 수작질은 하지 마시고요.
남자? 아 예, 저 그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대표님 서류 구비해 오세요. 도장 찍어 드릴게.
대표님 잠시만 더 생각을 할... 변호사는 이제 그만 나가봐요.
대표님 안되면... 아 예.
권 변호사가 그러니까 우리 윤림이 변호사 서른 명도 안 될 때 그때 신입으로 들어왔죠?
네, 대표님께서 직접 면접 보셨었죠. 잘 기억합니다.
똑 부러지게 생겨서 일 잘 할 줄 알았지.
김일성 부문장이 왔다 갔어요.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윤림이 나한테 어떤 존재인지.
내가 물러나는 건 권 대표 압박 때문이 아닙니다. 윤림에 대한 나의 사랑 때문이지.
윤림은 나한테 자식 같은 존재예요. 내 모든 걸 다 쏟아부었지.
근데 요즘은 뭔가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낡은 방식으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혹시나 해서 권 대표한테 한번 기회를 줘보는 겁니다. 네, 대표님.
어떤 놈은 법을 무기로 삼고, 어떤 놈은 법을 도구로 사용합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글쎄요.
전자는 법을 지키려고 하고, 후자는 법을 지배하려고 하지요.
뭐, 후자는 나고, 전자는 권 대표죠.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자가 후자를 이긴 적은 없어요.
외람되지만 대표님처럼 법의 틈을 이용해 편법으로 이익을 취하고 법을 지배하는 건 제가 갈 길은 아닙니다.
전 법을 무기 삼아 공정한 시스템 만들 겁니다.
응. 나도 권 대표 나이 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근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
제가 직접 부딪혀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그러세요.
다만 부러지지는 마세요.
진짜 강한 건 부러지는 것보다 가끔은 휘어질 정도로 많은 유연함이니까.
뭐, 그런 면에서 윤 변호사를 한번 잘 이용해 보세요.
권 대표 같은 사람한테는 꽤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자, 나는 다음 약속이 있어서.
네. 그럼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윤림 잘 부탁합니다.
네, 대표님. 수고하셨습니다. 잘 만들어 봅시다.
판결하겠습니다. 원고 고민창과 피고 박현영 사이의 혼인관계는 혼인 당초부터 육체적, 정서적 결합에 대한 의사가 없었고 현재까지 혼인의 실질을 결여한 채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원고는 더 이상 해당 관계에 지속이 어렵다는 명확한 의사를 표하고 있으며, 피고 역시 관계 회복에 대한 실질적 의지가 확인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민법 제 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하여 원고의 이혼 청구를 인용합니다.
오랜 시간 이혼 소송을 다뤄온 사람으로서 한마디만 덧붙이겠습니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고 결혼은 그 불완전한 사랑을 함께 견디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그 과정이 어렵고 실패할 수도 있고, 그래서 이혼을 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랑이 어렵다고 해서 처음부터 사랑을 배제한다면 우리는 결혼이라는 여정에서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놓치게 됩니다.
비록 혼인관계는 종료되지만, 이제까지 그 안에 있었던 진심과 책임은 오래도록 남길 바랍니다. 이상으로 판결을 선고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번 판결은 결혼의 본질을 사랑으로 봤지만, 저는 책임도 결혼의 본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결과가 부모로서의 책임, 그 안에 담긴 존중, 진심까지 다 부정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변호사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민희 이제 데리러 가요. 시간 되면 같이... 아니에요. 갈게요.
같이 가요. 저녁도 먹고요. 그래요? 시간 돼요?
그럼 오늘은 우리 외식해요? 요즘 외식 너무 잦아요.
민찬 씨도 그렇고. 민희도 아직도 올라오면 어떡해.
민균이 형이 생각만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괜찮으세요? 긴장하지 마시고요. 긴장 안 되는데.
아니, 왜 내가 다 긴장되냐. 나도 나도.
합의 다 된 거죠? 그냥 형식인 거죠? 아니, 그럼 거절할 수도 있어요?
어, 와! 대박. 그 사람으로 우리를 초대했어요?
너 동거와 결혼의 차이점이 뭔지 아냐? 뭔데요?
동거는 둘 사이의 합의지만, 결혼은 그 합의를 가족과 친구 그리고 세상에 공표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결혼하자는 말도 증인이 필요한 거고.
특히나 윤 변호사님 같은 분이 계셔야 무게감이 있지.
아, 그렇네. 강효민이 민정님 눈 가리고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민정님 보이자마자 바로 음악 부탁해.
네, 여보 여보. 나 진짜 또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조심 조심. 바닥이 좀 울퉁불퉁해. 조심하세요.
얼마나 더 가?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조심 조심 조심. 쉴게요. 쉴게요. 여기?
떠도 돼? 에이, 무슨 박수는. 이게 다 뭐야. 민정님 안녕.
내가 어제 이 순간을 위해서 몇 자 적어봤어.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의 서양. 당신이래. 뭐지?
이거 뭐야? 사랑의 서양.
나는 당신과 함께 시간이 지나도 처음의 설렘을 기억하며 당신을 향한 존경과 믿음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오늘의 사랑이 내일도 이어지기를, 내일의 사랑이 영원으로 깊어지기를 바라며.
그 영원의 이름을 막상 읽으려니까 조금 이상하네.
너무 그럴싸한 말들만 적어놔서 뭔가 이렇게 내 말 같지가 않다고 해야 하나? 그치?
조금 사랑한다고 또 그 사랑이 영원할 거란 약속을 하면서도 정작 내가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어.
어쩌면 뭐 당연한 걸 수도 있지. 아무도 우리한테 사랑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뭐 가르쳐 주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상처를 받고 난 다음에야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고.
또 사랑을 잃어버린 다음에 그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렇게 하나하나씩 사랑이 무엇인지 배워왔던 것 같아.
그래서 나한테 사랑이라는 거는 끊임없이 묻고 고민하고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인 것 같거든.
그 여정을 난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
난 오늘 이렇게 적어온 것처럼 내 사랑이 영원할 거라는 서약은 하지 않을게.
하지만 이 약속만은 꼭 하고 싶어. 이 사랑의 서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나 당신이랑 끝까지 한번 가보고 싶어.
서로의 젊은 시절을 지나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 끝까지 당신 옆에서 지켜주는 그런 멋진 남편이 되겠습니다.
반지 크게 준비해가지고 나랑 결혼해 줄래?
하... 변호사님도 여기 자주 걸으세요? 네, 생각할 일이 있을 때 종종.
오늘은 무슨 생각하셨어요? 오늘 재판장님이 한 얘기가 맴돌아서요.
저도 그런데. 사랑을 해봐서 사랑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아니까.
아파도 봤고 실패도 해봤으니 그냥 사랑보다는 조건 맞는 사람 만나서 그냥저냥 무난하게 사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그랬어요.
그래서 결정사를 택하셨군요.
그래도 저랑 데이트하고 좋았죠? 나쁘지 않았어요.
생각지도 못한 위로도 받고. 아유, 좋다니까.
근데 변호사님만 그런 거 아니에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덜 사랑하면 덜 아프니까 사랑을 덜어내고 그 대신 조건을 맞추면 조금은 덜 힘든 길이 아닐까.
네. 재판장님이 뼈 때리는 말 했네요. 쉬운 길 찾으려다 본질을 외면한 건 아닌지.
네. 근데 한편으론 변호사님 말도 공감은 됐어요. 혼인의 본질이 책임일 수도 있다는 거.
둘 다 필요하겠죠. 사랑도 책임도. 근데 둘 다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이혼도 하는 거겠죠?
이혼은 끝이 아니니까. 특히 이번 이혼은 더더욱 그렇겠죠.
박현영 씨 남편이 이혼을 하려던 건 관계를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관계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였을 테니까.
이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 같아요.
졌지만 좋았네요. 뭐가요?
그냥 결과를 떠나서 법정에서 사랑을 배운 것 같아서요.
재판장님 말에 울림도 있고 오늘 마무리로 진우 선배 프로포즈 멘트마저도 좋았네요.
눈물까지 글썽이던데요? 모르겠어요. 사랑해서야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그 말을 듣는데 뭔가 뭉클한 게 막 올라왔어요. 전 가끔 결혼식장 가서도 울컥울컥 한다니까요.
그런 사람이 법정에서 그런 말을 해요? 아, 그거는 변호사로서 한 말인가요? 반반?
사실 진우 선배 말대로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어서요.
그래도 울림에서 소송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오늘처럼.
뭐를요? 사랑이요? 네, 사랑이요.
남녀간의 사랑,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그리고 부모를 향한 자식의 사랑, 또 부부의 사랑. 미안했다.
타인에 대한 사랑. 세상엔 이렇게 다양한 사랑의 모양이 있다는 거.
그리고 그 사랑 속에서 생겨난 상처를 어떻게 이해하고 보듬어야 되는지 알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변호사님.
근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사랑이 정확히 무엇인지.
사랑이 뭘까요? 글쎄요.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