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유치원 수업 곧 시작하는데요. 언제쯤 끝나요? 한 두 시간이면 됩니다. 당연하죠.
당연하죠, 선생님. 원장님. 네. 물론이죠, 사모님.
사모님? 원장님, 지금 뭐라고 했어요? 뭐가, 동민아? 누가 사모님이에요? 부샘이 쌤이에요? 부샘이 쌤? 이라고? 사모님? 사모님, 네. 우리 교회 사모님. 죄송해요, 사모님. 잠깐 저기, 동민이가.
네. 아우, 그러니까요. 네, 사모님. 그러면 주일에 뵙겠습니다.
네. 아멘. 동민이, 너 여기 갑자기 왜 왔어? 원장님이 불렀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내가 불렀어? 동민아! 동민아! 내가 불렀어.
요새 이렇게 기억력이, 내가 진짜. 아우, 잠깐만요. 동민아, 셔틀버스 올 시간 다 됐다고.
예? 아니, 맨날 오는 셔틀버스 때문에 불렀다고요? 동민아,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부샘이 선생님 첫 출근 날. 아이들을 특별하게 맞이해야지. 어서, 어서 나가서 아이들을 특별하게 맞이해 주세요.
어서 가요, 부샘이 선생님. 죄송해요, 사모님. 몰래 듣기가 취이세요? 아니에요.
가려고 했어요. 사모하는 우리 부샘이 선생님. 정말 철저하시네요.
저희는 아까 하던 얘기를 좀 맞아 하실까요? 그러시죠. 앞으로 명칭은 실수 안 하셨으면 합니다. 그럼요, 그럼요.
부샘이 선생님. 좋아요. 아까 약속하신 3억이요.
유치원 인수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여기가 시골이라 비싸지 않거든요. 3억이요? 네. 3개월 말씀드린 건데요.
아이고, 이게 내 손만 3억이었구나. 걱정 마십시오. 일 끝나는 대로 바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장난꾸러기. 정말 짖궂으시네요. 구두 계약도 유효하기는 한데 이런 거는 원래 문서가 있어야 더 정확한 법이잖아요.
역시 이변 누나 다우시네요. 변호사님께 일러주겠습니다. 네. 우리 돈이라면은.
우리 주 하나님도 이런 거짓말은 용서하실 겁니다. 거짓말이 나쁜 건 아니잖아요. 들키지만 않으면.
아주 명언이세요. 어떻게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무슨 공사하는 거지? 인터넷에 문제가 있나 본데? 태민아, 너 이제 그런 것도 보여? 통신사 조끼 입고 계시잖아. 누나, 안 보여? 벌써 노안이야.
에이, 야! 사모님.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정보는 무창에서 오직 이미선 원장님만 아시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이유가 뭘까요? 무창에서 그 누구라도 제가 부세미가 아니라 김영란이라는 사실을 알고 제 개인정보까지 알게 된다면 그건 이미선 원장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앞으로 확실하게 잘 부탁드립니다. 실책력은 진짜 이선규 대출 씨는 아니시죠? 네, 고졸입니다. 중고등학교 검정고시 패스했습니다.
중학교 검정고시는 소년원에서 받고요. 소년원이요? 생리대를 훔쳤거든요. 아이고, 아이고.
운이 많이 없으셨네요. 가족관계도 그러면 이게 다... 허진말입니다. 뭐 아버지는 누군지 모르고 어머니만 계신데 정가 3범이세요.
아이고, 어머님도 정가장님이시구나. 이게 맞는 거를 찾는 게 더 쉽겠다, 그렇죠? 일종 운전면허만큼은 진짜입니다. 그러면 이게 다 거짓말은 아니다, 그렇죠? 저에 대해서 더 궁금하시면요.
기사가 많이 나오니까 찾아보시면 되세요. 그런데 이게 원래 이거 미디어에서는 이게 과장이 좀 심하잖아요. 그러니까 뭐 꽃밤이니 뭐 이런 거. 이게 다 사실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꽃밤 빼고 대부분 사실입니다.
아이고, 대부분 사실이구나. 원장님. 전 이제 뭘 하면 될까요? 먼저 가계시겠어요? 저도 곧 가겠습니다.
가방, 가방 놓고 가셔도 돼요. 무창은 안전한 곳이니까. 저기, 그런데 쌤. 우리 돈이랑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죠? 입양 같은 스타일 참 별로라서요.
뭐야? 아니, 뭐 묘하게 기분 나쁘네. 별로라서요. 교실에는 있고.
복도에는 없네. 뭐 하세요? 아, 유치원 CCTV 의무 설치 아닌가요? 예? 어린이집은 의무 설치가 맞고요. 유치원은 아니에요.
모르셨어요? 아, 제가 다니는 유치원은 CCTV가 다 설치되어 있었거든요. 전화가 오네. 네? 설치 다 끝났습니다.
제가 링크 하나 보내드렸습니다. 그거 설치하시면 핸드폰 노트북으로 언제든지 확인 가능하세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뭘 그렇게 봐? 누나. 어? 부쌤 있으면 혹시... 아, 예쁘지? 눈을 못 뜰 정도로.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이해해, 동민아. 그래도 넌 절대로 넌 보면 안 된다. 절대로.
아니, 저 스펙에 저 외모에 남자친구가 없겠어? 남자친구가 돈도 아주 많을걸. 그런 것까지 알아요? 누나는 그런 것까지 알아. 야, 뭐 딱 보면 보이잖아.
뭐 뭐 유유 상점이랄까? 누나, 그 부쌤이 쌤. 학력, 경력 이런 거 확실하게 확인한 거 맞죠? 이선유 지원에 내가 직접 전화해서 다 확인했어. 이력서, 인성적성 이런 게 다 나오는 거 아니잖아요. 야, 너 속고만 살았냐? 애들 상처받을까봐 그래요.
원장님 이런 거 더 신경 쓰셔야죠. 그럼, 그럼. 이번엔 내가 특별히 신경 쓸 테니까 제 발로 두고 의심 좀 걷어, 걷어 줘. 제발.
어?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천천히.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실종 신고하려고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혹시 치매나 지병 같은 거 있으세요? 올해 스물아홉.
스물아홉. 예? 아니 지금 장난하세요? 아버지가 재혼을 하셨거든요. 성인을 실종 신고하셔도 생활반응이 없으면 저희가 찾아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찾더라도 실종자 본인이 거부하면 연락처도 드릴 수가 없고요. 그럼 전 어머니를 영영 못 찾을 수도 있는 건가요? 성인은 아무리 실종이라고 해도 본인 의지가 중요해서요. 지금 어머니 되시는 분이 실종이 아니고 잠적 아니신가? 형사님 말귀를 참 못 알아들으시네요.
예? 예, 김학수 형사입니다. 네, 팀장님. 네네.
예? 지금 사장님 연락 주셨다고요? 아, 예 알겠습니다. 네네. 성인이지만 타당한 사유가 많으므로 저희가 실종 신고하고요.
전국적으로 샅샅이 실종 수사 진행하겠습니다. 이제야 말귀를 잘 알아들으시네요. 뉴피스리시네요.
누구 소개로 오셨어요? 김소영이라고. 김소영? 흔한 이름인데. 내가 아는 김소영 말도 셋이나 돼요.
짧은소영, 긴소영, 흥소영. 전에 다단계로 같이 빵에 들어갔던 그 김소영은 아는 아죠? 조격 좋은 거 다시죠? 몸의 온도가 1도만 올라가도 암 같은 거 안 걸리잖아요. 그 좋은 조격에다가 이 효소를 넣고 하면 피로가 아주 딱 그래지고 매끈매끈해져요.
우리 어머니가 당뇨를 오래 고생하셨거든요. 대한민국에서 좋다는 병원 다 당뇨도 못 고친 그 당뇨를 이 효소 하나로 고치셨잖아요. 그럼 조격들하고 가세요.
그거 얼마예요? 사장님 보는 눈 있으시네. 나 아직 사장은 아닌데. 이마가 팡팡 타고 아주 코가 길쭉하신 게 딱 사장상이야.
이거 한 병에 18만 원. 이거 원래 원가가 30만 원 넘는 건데 우리가 캄보디아 공장이랑 직거를 내서 반값에 들여오거든요. 딱 3만 원 남기고 파는 거니까 완전 거저죠. 우리 이거 100병 살까? 100병? 100병이나요? 그럼 활분은 몇 개 일해드릴까? 활분은 됐고.
나 효소 이거 100병 살 건데 김소영 어디 있는지 좀 알려주지. 전화했었네? 나야 뭐 걔처럼 일하고 있지 뭐. 왜 무슨 일이야? 멀끔하게 생긴 남자가 날 찾는다고? 내가 멀끔한 남자를 만난 적이 없는데. 현옥아 혹시 나한테 가르쳐줬어? 야 너 나 못 믿어? 그냥 조심하라고 말해두는 거야.
알았어. 왜 왜 왜 왜 똥 쌀 때도 쫓아오지? 아이고 언니 이거요. 언니 것도 챙겼는데 사라지셔가지고 식음을 맛이 없잖아요.
아무튼 누가 나 찾으면 모를 척해. 아 몰라. 여기도 감방이랑 똑같아.
똥끼 한 마리가 달라붙어서 화장실까지 다 쫓아오고 지랄을 한다. 언니 똥 쌀 땐 안 쫓아가요. 냄새나서.
미친. 너한테 한 말 아니야. 알았어.
다음에 또 통화해. 자기 못 믿냐는 년 치고 믿을 년 없던데. 맛있네.
센스 좀 있다. 언니 언니 커피는 앞으로 제가 담당할게요. 그러든가.
변호사님 별례입니다. 김소영을 누가 찾나 봅니다. 전화하는 친구는 현옥이라고 김소영 말로는 믿을 년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김소영과는 감방 동기라는데 친구가 서로밖에 없는 듯합니다. 아 변호사님. 그리고 저한테는 똥개라고 하네요.
아무래도 김소영이라는 사람은 똥개가 얼마나 똑똑한지 모르는 모양입니다. 팩트와 감상이 적혀있고 거기다 반전까지. 이 아줌마 문자 은근 매력있네.
깜짝이야. 죄송해요. 놀라셨죠? 제가 어렸을 때 발레를 해서 이렇게 소리 안 나게 걷는 특기가 있거든요.
이 청소기도 엄청 조용하죠. 전원이 꺼져있으니 당연히 조용하겠지. 여긴 뭐 정상이 없어? 백혜지씨.
네? 청소 다 했으면 이제 별채로 좀 사라지지? 변호사님 제 토스트도 하신 거예요? 너무 감동이다. 같이 먹을까요 지금? 저 지금 너무 배고픈데. 이거 나 혼자 다 먹을건데요.
아 그리고 나 오후에 일이 있어서 나가니까 그때까지 구석구석 잘 닦아요. 구석에 먼지가 너무 많아. 왜 조용하지? 변호사님.
변호사님. 변호사님. 너무 사랑스럽죠? 아이들이 에너지가 넘쳐서 캄다운이 되려면 조금 시간이 걸려요.
변호사님.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잠시만요. 교구 담당자 미팅이 있었는데.
쌤. 잠깐 애들 좀 봐줄 수 있죠? 잠깐. 저보고 수업을 하라는 거예요? 잠깐이면 돼요. 잠깐.
뭐 책을 읽어줘도 되고 노래를 가르쳐줘도 되고. 아무거나 하세요. 아무거나.
변호사님. 변호사님. 아이들 안녕.
나는 오늘부터 딸기반을 맡게 된 부샘이 선생님이라고 해. 네. 오늘 수업은. 선생님. 여기 언제까지 계실 건데요? 크리스마스까지는 계실 거죠?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자.
그거는. 조언이. 그게 뭐야? 못 보던 건데.
태민이 삼촌이 사줬어. 진짜? 나도 한 번만 가지고 놀자. 한 번만 가지고 놀자.
싫어. 네 거 가지고 놀아. 내 거라고.
아이들 싸우지 말고. 얘들아 싸우지 마. 싸우지 마. 조용. 우와.
아이들. 집중. Sit down.
아이들. 호신술이라고 들어봤나? 7살 정도면 자기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거든? 한 해 평균 아동학대 사건이 3만 건. 그 아동학대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38명. 나쁜 놈들은 항상 자기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골라서 공격하거든.
알겠나? 이게 요새 아들한테 가장 인기 있는 제품입니다. 아니 근데 이번에는 썩 그렇게 마음에 드는 게 없네요. 아이고.
어떡해. 원장님. 제가 이번 달 할당량도 못 채워서요.
진짜 싸게 드릴게요. 멀리까지 오셨는데 죄송해요. 아니 우리도 요즘 원생이 줄어서 교구를 보충할 형편이 안 되기도 하고.
오래걸어 했는데 이럴 때 좀 시원하게 도와드리면 좋은데 저희도 요즘에 사정이 좀 그래서요. 이게 조금 더 저렴한 버전도 있는데 이거. 아이들.
이 사람은 지금부터 악당이야. 내 공룡 핑인데? 핑? 무슨 핑? 이 공룡은 악당이야. 악당이 공격해온다.
그럼 뭐부터 해야 할까? 촉감놀이랑 소근육 발달에 좋습니다. 잠깐. 이게 무슨 소리죠? 이게 뭔 소리야? 좋아.
아이들 다시 한 번. 구조 요청을 쓰니 그 다음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이용해서 상대의 주위를 흐트러트린다.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말고.
어퍼 체인지! 급속! 공격! 신봉아! 쌤, 지금 뭐하세요? 아이들 호신술 연마 중이었습니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아니,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신봉아! 그놈이 이게 왜 가죽만 남았어? 아휴, 이게 분양빙이 비싼 건데. 아버님이 공격이다! 아이고, 아이고.
울지 마세요. 아이고, 휴지가 세게. 원장님이 고쳐줄 거예요.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서재민 쌤, 저 좀 보시죠.
앞으로 3개월, 잘 버틸 수 있겠지? 서준이, 원비가 왜 여깄어? 이거를 내가 분명히 가방에 넣었는데. 어머, 뭐야 이거? 어머, 이거 왜 돈이 비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이선 여대 출신의 이선 유치원에서 아이들 가르치신 분이 여기 무창히 왜 오신 거예요? 보시다시피 유치원 선생님으로 왔습니다.
첫날 수업이 호신술인 게 말이 됩니까? 저는요, 세상이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그걸 아시는 분이. 교실에서 안전장치도 없이 호신술을 가르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몰라요? 그러다 다치면 평생 간다고요.
혹시 서울에서도 이런 사고치고 내려왔어요? 주헌이 아버님, 선을 좀 넘으시네요. 서울에서 사고치고 무창 온 거 아닙니다. 저는요, 여기 파트 타임으로 체육 가르치기도 하는데요.
주헌이 아버지 학부모라고요. 지난 2년 동안 5명이 교사가 왔다 갔는데요. 그 중에 3명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고요.
2명은요, 시골 답답하다고 아이들한테 인사도 안 하고 도망갔어요. 좋은 대학 나오고 이력도 화려하시던데. 적어도 아이들한테 상처 주는 행동하지 맙시다.
제가 지켜볼 겁니다, 진짜. 분명히 내가 가방에 넣어놨었는데, 이거를. 잠깐만요.
어머, 없어 없어. 소년원이요? 생리대를 훔쳤거든요. 부재민 선생님? 부재민 선생님? 잠깐만요, 잠깐만요.
아니, 절대 오해는 하지 마세요. 아니, 혹시 봉투 못 보셨어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흰색 봉투요. 아니, 서준열 아버지가 계좌이체를 못 해가지고 원비를 항상 봉투에 넣어서 보내시거든요.
근데 돈이 비었어요. 현장님. 네? 제 과거 때문에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어머, 제가요? 어머, 그러게 가요? 아니, 그냥 오늘 원장실에 들어온 사람이죠.
어머, 너무, 너무 죄송해요. 어머, 어머, 어머, 이거 어떡해. 어머, 이게 무슨 일이냐, 이게.
어머, 어머. 와, 빠르다. 아니, 말 좀 몇 마디 했다고 벌써 도망가네.
부재민 선생님! 부재민 선생님! 잠깐만요! 선생님! 이야기 좀 하시죠. 아니, 뭐, 무슨 얘기요? 저랑 이야기 좀 해요. 아니, 동민 씨 이 여자는 뭔데요, 이거? 아이, 진짜.
확인할 게 있어서요. 원장실에 봉투 못 보셨어요? 무슨 봉투요? 왜 내한테 봉투 샀는데요? 이상한 여자야, 이거. 원장님, 저희 진짜 서운합니다.
저랑 거래한 지 10년이 됐는데 어떻게 저를 도둑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까? 너무 미안합니다. 아니, 제가 급하게 공과금 낸 걸 깜빡해가지고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어버렸어요. 다, 이거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진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그리고 제발 저만 미워해 주세요.
이 두 사람은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자비를 베풀어 주시지 없어서. 원장님.
이거 다 얼마일까요? 아니, 갑자기 그건 왜 묻는데요? 내가 뭐, 뭐 이것도 훔쳤을까 봐서요. 제가 다 사려고요. 쌤이요? 도둑으로 몰리신 거 기분 나쁘셨을 겁니다.
그거 사과드리려고요. 아니, 지금 갑자기 사람을 도둑으로 의심해놓고 돈으로 다 해결해야겠다는 겁니까? 뭡니까, 지금?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제 말 취소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게 원래 37만원인데요.
30만원만 주세요. 제값 다 받으시죠. 김 과장님, 너무 미안합니다.
저, 이것도 다 샀는데 마음도 좀 다 풀어주세요. 어쩔 수 없죠. 안전운전 하세요.
저기, 나는 은행애를 좀 들렀다가 가야 되니까 먼저 유치원 애들 가 계세요. 이것 좀 잘 챙겨주시고. 네. 제가 들게요.
반갑습니다. 저 왜 쫓아오셨어요? 아, 그게... 운동장에서 한 말 때문에 저 상처 받아서 도망가는 줄 아셨어요? 아,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전동민 선생님. 예. 절 많이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저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약한 사람도 아닙니다. 낮에 부샘이 쌤 상처 받으라고 한 말 아니에요.
저도 운동하다 다쳐가지고 막 호신술이니 뭐니라는 말 나오니까 화나더라고요. 죄송합니다. 여러모로 오해했어요.
저, 근데 사과를 꼭 돈으로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진심어린 말 한마디가 돈보다 더 중요할 때도 있어요. 돈이 필요한 사람한테는요.
진심어린 사과보다 이 방법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제 1회 내일 보자. 공영필 안녕하세요.
저 준희 엄마예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엄청 잘 달리시던데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여긴 좁은 동네가 다 알죠.
아, 쌤은 별다방, 극장 이런 건 무창에는 없고 카페 가려면 차 타고 좋게 30분은 나가야 되는데 그런 건 괜찮으세요? 네, 저는 별다방도 극장도 안 좋아합니다. 어, 쌤이 참 요즘 젊은 사람 안 같아. 주니 어머님도 되게 젊어 보이시는데.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사실은 선생님이 부담스러워하실까봐 말 못했는데 제가 이 동네 분여회장입니다. 분여회장 하기에는 어리다고 하도 그래서 좀 나이 들어 보이게 하고 다녀요.
그래서 말인데 원래 이런데 부임하면 동네 사람들이랑 밥도 한 끼 먹고 얼굴도 트고 그렇게 좋게 좋게 지내면 좋거든요. 선생님 뭐 좋아하세요? 어... 저 좋아하는 거요? 선생님, 빨간 라면 좋아하시죠? 아우, 라면은 입에도 안 대고 사셨을 것 같은데. 뭐대? 뭐대? 메모하려고.
또 그런 게 있었나? 아, 맞네. 저는 한우는 특별. 그리고 전복은 완도 앞바다에서 잡은 자연산.
자연산? 어우, 입이 참 고급이시다. 그리고 딸기는... 모창 딸기 좋아합니다. 어? 구세민 쌤 목소리 아냐? 나 휴대폰 두고... 어, 여깄네, 여깄네.
아, 왜 이래? 아, 뭐 누나밖에 없는데 왜 그래? 아, 나 잠깐만. 누나한테 할 말 있어. 내일 딸기 몇 개 갖다줘? 몇 개, 몇 개? 아우, 제가... 제가 천식이라.
주니어머니, 저 여기서 내려주시죠. 아직 좀 더 가야 되는데요? 내려주시죠. 선생님, 그럼 저희 환영회 겸 식사는 언제쯤... 학부모와의 식사는 김영란법에 걸려서요.
태워다주신 거 감사합니다. 김영란법이 뭐래? 열려라 참깨! 참깨! 나 못해. 왜 너만 빨강이니? 너무 외롭겠다.
친구 찾았다. 전화도 안 받는데? 철수야, 너 혜지 만나서 설득 좀 잘해봐. 아유, 걱정하지 마요.
아유, 집사님. 혜지하고 저랑 역사가 있는데. 왜 여자들 잘 못 잊잖아요.
저처럼 든든한 오빠 같은 남자. 알았어. 나 진짜 너만 믿는다.
오랜만이에요, 최 집사님. 양철수 씨. 혜지 안녕. 혜지 잘 지내지? 이제 여기 식구 아닌데.
그래, 여기서 얘기하자. 그래, 나와서 얘기해. 혜지야.
너 영란이랑 연락하지? 그걸 제가 왜 두 분께 이야기해야 되죠? 혜지도 연락하는구나. 하면 교수님이 사모님이랑 소송할 거잖아. 너도 뉴스 봐서 그 정도는 알지? 교수님이 우리한테 법정에서 증언만 잘하면 복직도 시켜주고 또 수고비도 넉넉히 챙겨주신다고 하셨어.
혜지야, 너 우리랑 같은 편 해야 돼. 없는 사람들끼리 뭉쳐야지. 영란이 이제 재벌이잖아. 우리랑 급이 달라요.
그리고 막말로 영란이가 자기 도움이 하던 사람을 칭구하려고 하겠어? 안 하지. 혜지야. 너 영란이가 어디 있는지도 알지? 근데 사실 저도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잘 몰라요.
이 돈 며칠 관찰하면 또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래? 네가 그것만 알아내면 우리가 교수님한테 네 얘기를 잘해줄 수도 있어. 아이고.
뭘요? 그게 보통 정보니? 수억짜린데? 혜지야, 우리 이제 같은 편이잖아. 알아내면 연락 드릴게요. 어. 연락 줘야 돼. 어? 어, 혜지야.
알아내면. 연락해. 여보, 혜지야.
손은 왜 떼지? 연락 좀 되잖아. 하겠죠? 눈이 왜 그렇게 넓지? 내가 알아낸 정보를 왜 니들이랑 공유하니? 같은 수억짜리로. 여기 내 집인데? 네. 쌤, 저녁 먹어요.
근데 손은 놓고 가면 안 될까? 아니야, 아니야. 손 잡고 가자, 딸기밭. 전 주헌이요.
어, 주헌이. 쌤도 머리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가 보네요. 어? 쌤, 이거요.
난 괜찮아. 좀 더 구워야겠네요. 기다리세요.
아빠, 메시지 왔어. 읽어줄게. 주헌이 아버지 말대로 서울에서 무슨 사고치고 온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제대로 검증도 안 하고 우리가 너무 나댔나 봐. 아빠, 그러게요.
주헌... 이거 제가 한 말이 아니고요. 저는 다 먹었습니다. 쌤, 이거 오해예요.
사모님, 전화는 위험하니까 가급적 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제 근방에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뭐 도청장치, 몰래카메라 이런 것도 없습니다.
제가 설치한 거 외에는.
이변, 무창 사람들이 저를 의심하는 것 같아요. 경민아, 거기서 뭐해? 그럼 무창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도 미션으로 하죠. 가사냥이 실종신고를 한 것 같은데, 3개월 동안 무창에서 무탈하게 보내시려면 그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전화 다시 걸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두 분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제가 재배한 딸기인데요.
맛 좀 보시라고요. 괜찮습니다. 딸기 별로 안 좋아합니다.
아까 좋아한다고 그랬... 쌤, 그걸 제가 어떻게 하냐면요. 됐습니다. 쌤, 막걸리랑도 같이 드실래요? 딸기랑 막걸리가 환상의 궁합이에요.
저는 술을 잘 못해서요. 두 분이서 많이 드세요. 네. 3개월 동안 절대 못 쫓겨나지.
동민아, 나는 자기 관리하는 여자가 참 좋더라. 그래. 어느 여자든 제발 좀 만나라.
나는... 동민아. 왜? 너는 오늘 이성과 감성이 충돌하는 날이야. 그러니까 절대로 절대로 정신줄 놓으면 안 돼. 알았지? 오늘의 운세는 됐고요.
장군님인지 동자인지한테 딸기 풍년이나 좀 키워내라. 사장님, 그것도... 사장님. 이렇게 발라줍니다.
이렇게 중앙도 발라줄게요. 그 다음에 뭐 해야 되죠? 다져야죠. 선생님.
진희 어머니, 차 좀 얻어 타도 될까요? 아, 예. 물론이죠. 물론이죠. 타세요.
타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번 일은요. 저희가 잘해드리려다가요. 제가 학부모님께 밥을 얻어먹는 건 김영란법에 걸리지만 제가 대접해드리는 건 괜찮겠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 저희 집 마당에서 환영회 할까 하고요.
누구 환영회요? 제 환영회요. 저희야 너무 좋죠. 아니, 이게 유치원 선생님 환영회가 아니라 그냥 이웃사촌끼리 밥 한번 먹는 거잖아요.
그게 시골의 정이죠. 정. 좋네요. 선생님, 어디 가세요? 유치원이요.
오늘 토요일인데요? 네? 누나, 오늘 환영회 하기로 했어? 어, 그거. 어, 나 동료. 어, 환영회 하기로 했어.
하기로 했어. 어, 하기로 했어. 부세민 선생님.
부세민 쌤. 부세민 쌤. 환영회라니요. 그리고 이런 거 김영란법에 걸리는 거 이거 모르세요? 진짜 큰일 나요. 네, 그래서 제 환영회 제가 열려고요.
동네 사람들 얼굴도 익히고 친문도 쌓을 겸. 음식은 동아루가 맛있다던데. 여기. 아, 쌤 진짜 왜 이러세요.
어? 이런 건 원래 원장인 제가 알아서 준비를. 알겠습니다. 잘해요.
잘해. 완벽하게 준비하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이 손 놓으시고 어서 전화 받으세요.
저는 쌤의 진심을 받겠습니다. 어? 아이, 저 형이 진짜. 정동민, 너 안 오고 뭐해.
저기 장바구니 가지고 빨리 빨리 시간 없어. 빨리 동민아. 아유, 진짜.
네. 동민아, 너는 저 과자랑 마른 안주 좀 사랑이 넘치게끔 좀 담아봐. 응? 아니, 환영회는 쌤이 하는데 우리가 이걸 왜 해요? 부세민 일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서로 도우면서 사는 거야.
넌 왜 유독 쌤한테만 그렇게 까칠하게 굴어? 아이고. 설마 누나도 돈으로 매수했어요? 자기 편 내달라고? 아니, 그런 거 없는데. 아, 진짜 이상하네.
아니, 부세민 쌤은요. 돈으로 사람들 매수하면서까지 무창에 있어야 되는 이유가 대체 뭐예요? 돈이 형이 왜 추천한 거래요? 넌 의심이 너무 많아. 어? 야, 쌤은 그냥 시골이 좋은 거고 또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은 거고 또 돈이 많으니까 쓰는 거고.
넌 없으니까 모르겠지만. 똥나, 너 누나 도와주지 않을 거면 지적으로 좀 가주겠니?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마른 안주 가져올게요.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왜 이렇게 조용하지? 백혜지 씨? 백혜지, 백혜지 씨! 백혜지 씨! 뭐야? 어디로 사라진 거야? 잘 좀 부탁드려요! 이게 다 뭐예요? 야, 이거 부세민 쌤이 다 준비하신 거야.
아주 그냥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크신 분이다. 여긴 키즈카페가 없잖아! 와, 진심 부럽다. 돈이 얼마나 많으면 유치원 교사가 이렇게까지 해요? 어이가 없네, 진짜.
야! 야, 동민아! 저기 막걸리는 저기 농락 냉장고에다 넣어놔. 여긴 아직 자리가 없어. 주헌이, 신나겠다! 신나겠어! 얼마나 좋아! 잘 좀 부탁드려요! 너무 좋네요! 뭐? 쌤, 막걸리 좀 먹고 갈게요.
CCTV! 동민 쌤! 어, 왜? 그거 뭐예요? 아, 이거요? 막걸리요. 한영이 때 마시려고. 아, 잠깐만요! 저랑 잠깐 이야기 좀 하실래요? 이거 좀 놓고 얘기해요.
잠깐만요. 쌤, 뭐 몸을 막 들이대세요? 제가 언제요? 지금이요. 빨리 놓고 하실래요? 가만히 좀 계시오니까요! 아이고, 우리 다 왔어! 아이스박스요? 아이고, 음식이 다 왔어! 아니, 치우까 봐 그런지 오늘 음식을 이렇게 좀 섞어야겠지 않은 거야, 이거? 맛있는 거랑 이렇게 다? 아니, 너무 꼼꼼하네요.
다 왔어. 다 왔어. 야, 태민아, 이게 우리... 처음 보는 분 같은데, 저기... 누구 찾아오셨어요? 여기 부샘이 선생님 계신가요? 네? 누구요? 부샘이 선생님이요.
맞는데요. 누구세요? 아, 저는... 샘이 친구예요. 어, 쌤, 뭐하세요? 저 이래봬도 완전 보수적인 남자예요.
제가 빠르게 할게요. 동민 씨! 오랜만이야. 내 친구.
환영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백혜지 씨가 제가 여기 있는 걸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어, 안 돼! 백혜지! 세상이 비밀인가? 걔 백혜지한테 악보이면 누가 걔 돼지 되는 거야, 알아들어? 내가 우리 영란이 있는데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이병, 김영란 어디에다 숨겼어? 이천이 왔으면 이천 법을 따르라고! 그만하시죠.
부샘이 쌤 말은 참 재수없게 하셔도 속은 게 좋은 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