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방금 아빠 화낸다 우리 진짜 안 해? 정신 끄러워. 김우주입니다. 병원에 다녀오셨나 해서요.
아, 진짜 사람한테 한 번 부탁해 볼까. 이름도 같은데. 아, 미안.
어, 진경아, 진경아. 야, 나 좀, 좀 도와주라. 여기 좀, 좀, 좀 급한 환자가 있는데.
집 방향이 어떻게 돼요? 그래.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어. 하, 시상식 잠깐만 와주면 되는데.
병원에서 뭐래요? 진단사론 나왔어요? 아, 병원. 못 갔어요, 바빠서. 혹시 결혼하셨어요? 예? 결혼하셨어요, 혹시? 아니요, 왜요? 다행이다.
뭐가요? 제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요. 한 번 보고 이런 말 성급하다는 거 알지만 김우주 씨밖에 없어서요. 제 남편 좀 돼주실래요? 남, 남편이요? 아유, 그 진짜는 아니고요, 당연히.
어, 일종의 일일 남편? 그 남편 대행을 좀 해주실 수 있나 해서. 하, 지금 장난하나? 난 또 병원비 때문에 모자인 줄 알았더니. 잠, 잠시만요.
아, 죄송합니다. 장난하는 거 아니에요. 미친 것도 아니고요.
진짜 너무 급해서 그래요. 제 사정 말할 것 같으면 한 3박 4일을 풀어도 모자라는데. 하여튼 제 인생에 걸린 문제예요.
들어나 봅시다.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어떤 사정상 남편이 좀 필요한데요.
같이 어딜 좀 가야 해서. 어딜요? 백화점이요. 쇼핑하게요? 아니요, 어. 당첨된 거 말해도 되나? 괜히 소문나면 안 되는데.
자세한 건 도와주겠다고 하면 말씀드릴게요. 아니, 지금 순서가 잘못되는데요? 언제 어디서 뭘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 도와주든지 말든지 하죠. 저도 스케줄이라는 게 있는데.
아, 그러네요. 어, 이번 주 토요일 오후 3시. 도떼 백화점이요.
거기로 와주시면 돼요. 가서 남편인 척 해주면 된다는 거죠? 네네, 맞아요. 아, 금방 끝낼 거예요.
제가 사례도 섭섭지 않게 하겠습니다. 얼마나요? 오, 1억. 1억은 좀 과하죠.
왜요? 그쪽은 1억이 기본 아니었어요? 얼마 원해요, 얼마? 1억. 아, 그때는 죄송했어요. 제가 너무 취해서 사람을 잘못 봐가지고.
지금도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사람 잘못 보신 거 보니까. 가서 가짜 남편인 척 해주면 사례금을 주겠다? 뭐 대충 어떤 시나리오인지 감은 옵니다.
남의 마누라 알바들이요? 남편인 척 현장 덮혀서 합의금이나 왕창 뜯어내자. 뭐 그런 시나리오인 건가요? 합의금이요?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 돈 때문이긴 한데. 거봐요, 뻔하지.
어디서 만만한 호구 하나 잡아서 쇼하라나 본데. 이봐요. 젊으신 분이 왜 이러고 삽니까? 일을 해서 돈을 벌 생각을 하세요, 떳떳하게.
사기칠 생각하지 말고. 아니, 아니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니고요.
유미리 씨의 그 추악한 계획은 절대 성공 못할 겁니다. 제가 원래 남의 일에 관심은 없는데 또 누가 사기치는 건 못 보거든요. 토요일 오후 3시 보태벽 가정 제가 잘 기억해두죠.
허튼 수작 부리면 대가를 톡톡히 칠 겁니다. 처음부터 해줄 생각 없었죠? 네. 그런데 왜 그랬어요? 해줄 것처럼. 기대했다 실망하면 더 기분 나쁠 것 같아서요.
진짜 너무한다. 사정도 모르면서. 그런 것까지 제가 알아야 됩니까? 사기꾼한테까지 인정을 베풀만큼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에요, 내가.
어, 잠깐만요. 저기요. 잠시만요.
우주를 마케팅 팀장으로? 그러면 우리 응수는? 어? 지금 잘하고 있는 애는 내쫓고 그 자리에다가 우주 앉히겠다는 거야? 내쫓고가 뭐냐? 그런 건 경질이라고 한다. 경질? 그건 더 기분 나빠. 네가 기분 나쁘면 뭐. 그렇게 잘했어야지.
응수 마케팅 팀 만든 동안 매출 군두박질이야. 장서방한테 못 들었어? 그거는 걔 거기 간 지 1년밖에 안 됐잖아. 아직 적응이 안 돼서.
응수 마케팅 팀 전에 어디 있었더라? 기획팀에 2년 있었습니다. 2년이면 적응은 충분한데. 거기서 말아먹은 신규 사업이 몇 개야? 엄마는 왜 다 지난 얘기를.
3개다. 그 정도 말아먹었으면 실력 없는 거야. 운이 없는 게 아니라.
그래도 우주는 안 돼. 아니 사람들이 뭐라 그러겠어. 엄마가 친손자 예뻐해서 외손자 내친다 그럴걸? 우주 예뻐해서 기회 주는 거 아니야. 걔는 응수한테 먼저 줬다.
응수가 못해서 회수하는 거지. 엄마! 자꾸 이러기야? 오빠 내외는 저 세상 갖고 엄마 노후를 책임질 자식은 나야 나.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세계 경제인회의 청와대 만찬에 우리 한가 들어가는 거 알아봐.
예. 그리고 쟤 좀 치워. 정신 사나 죽겠어. 엄마! 이게 뭐야.
아이 진짜. 말도 안 돼. 엄마 이거 한 번 먹어볼래? 이거 우리 신제품인데 완전 맛있어. 그냥 대투도 박이야.
이 새끼야. 넌 지금 그게 입에 들어가냐? 왜 또 뾰족해? 왜? 할머니가 엄마 속도 뒤집었구나. 그치? 그거네.
내 속은 니가 더 뒤집어. 우주 지금 들어오자마자 니 대활이 꽤 차는데 너는 배알도 안 꼴려? 엄마. 난 그렇다.
이게 넘지 못할 산이면 어떡해. 타고 가야지. 그치? 젖은 낙엽처럼 이렇게 착 붙어가는 것도 거뜬한 지혜라고 생각해.
아 승모근 땡겨. 너 지금 젖은 낙엽이 아니라 낙동강 오리알이야. 정신 차려 인마.
너 할머니한테 인정을 못 받으면 우주한테 다 뺏긴다고. 걱정마. 엄마.
나도 이게 다 생각이 있으니까. 다 계획이 있구나. 엄마 우리 이거 너무 재밌게 봤잖아.
그치? 폭이다. 엄마 왜 이래. 우리 회사에서 이런 모습 보이지 않기로 했잖아.
폭이다. 폭이다. 폭이다.
아버지 엄마 좀 말리세요. 회사에서 이게 뭐야. 이리 와. 이리 와. 엄마 기분 안 좋으니까 위로 좀 해드려.
당신 아까 왜 가만히 있었어? 당신이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엄마가 음숙하지 만만히 보잖아. 그럼 뭐라고 해. 공은 공이고 사는 산대. 그래도 한 번 들이받아야지.
30년간 회사에 충성했는데 너무 하시는 거 아니냐? 제 아들 그렇게 참밥 취급하시면 저도 더 이상 못 참는다. 세게 나가야지. 가족끼리 큰소리 오가서 좋을 게 뭐 있어.
우주 오면 응수한테도 나쁠 거 없어. 경쟁을 해야 실력도 느니까. 속 터져 진짜.
속도 좋아 정말. 화는 그만 내고 사우나라도 좀 다녀와. 저녁은 당신 좋아하는 초밥집 예약할 테니.
거기? 어 우주오빠. 출근은 언제부터야? 내일. 이제 바빠지겠네.
그래도 할머니는 오빠 매일 봐서 좋아지겠다. 그동안 비행기 타기 힘드셔서 미국도 못 가셨잖아. 오빠도 한국 거의 안 돌아오고.
너가 있으니까 믿고 안 온 거지. 내가 옆에서 천년 만년 챙길 순 없지. 내가 뭐 손자 며느리도 아니고.
너 진짜 은수 형한테 관심 있어? 아니. 아 맞다. 그 여자는 어떻게 됐어? 선인장 그 여자 있잖아.
병원에 다시 안 오던데. 신경 쓰지 마. 아주 멀쩡해. 아니다.
멀쩡하지 않지. 그 여자는 엉덩이가 아니라 머리를 좀 다쳤나 봐. 좀 이상해. 갑자기 나한테 남편이 돼달래.
뭐? 그 여자가 오빠 좋아해? 아니. 뭐 피치 모터 사장이 있다는데. 아휴 야 들으나만 하지.
아영아. 아유 정말. 아영아.
아이고. 아유 정말. 엄마 뛰지 말랬잖아.
정말. 아유 봐봐. 호랑이가 잡아간다.
니 갖고 가. 다친데 없어? 뚝. 잡고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 감사합니다. 자. 아영이가 매 볼까? 옳지.
잘한다. 이제 일어나서 보자. 감사합니다.
뭐야? 호랑이?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대? 몰라. 할머니한테서 배웠나? 아니 근데 그 가방에 키링 달고 다니는 거 요즘에 유행이야? 아 저거? 키링은요? 왜? 하나 사줘? 아니. 맞다.
오빠 어렸을 때 어디서 저런 거 주워오지 않았어? 누가 준 거라고 했나? 응? 아 왜? 그 있잖아 오빠 미국 갈 때도 가져왔던 그 인형. 내가 막 첫사랑에 준 거냐고 놀렸던 거. 기억 안 나냐? 아이 무슨 첫사랑이야. 누가 줬는데? 몰라.
진짜야. 이름도 몰라. 뭐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아 잠시만 잠시만요. 아니 아무리 그러셔도 갑자기 입원증에 이렇게 차도 못 쓰는 게 어딨어요. 문자 보냈잖아.
다음 주부터 공식 시작한다고. 아 사장님. 빨리 들어가서 싱크대랑 블라인드랑 얼른 치수시키세요.
네. 죄송합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잠깐만요. 아 선생님.
아휴. 어 엄마. 왜? 예. 예. 소리가 니 결혼식 미라져갖고 비행기표 다시 예약해야 한다고? 언제나 하면 되냐? 야 그 미리 할수록 비행기값이 싸다 간다? 아 우주가 겁나 바빠부러.
얘기 조금 더 해보고 연락할게. 그 소리는 잘 지내는 거? 야. 걔가 미국 레스토랑에서 일을 설찬히 잘하나보더라잉. 영어도 겁나 늘었대.
아니 미국 사람 들어오면 그냥 샬라샬라 지 혼자 영어로 다 해본단디? 헬로우 영? 잘 대화 부럽네. 그러면 일한다고 바쁠 것인디. 신경 쓰들 말라게 꼭 안 와도 된다고잉? 에이.
그러면 쓰간디. 아 동생이 찍은 이 결혼식인데 당연히 와봐야지. 그식이 언제쯤 할 건지.
뭐 해를 넘길 건지만 얘기해줘. 나도 여서 준비할 것도 설찬하고. 나가 은능 집에 갈라니께.
그때 얘기하자고. 할 얘기도 있은게. 뭔 얘기야? 아 전화로는 조금 그식이 하고.
니 뭐 우주랑 싸우고 그런 것은 아니제? 응? 아따 인자 혼인신고까지 싸따 해부렀는디 싸워봤자 소용이 있간디? 괜히 싸우고 그러지 말고. 그냥 하자는 대로 해줘.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인게.
응. 엄마. 저 그 나가라. 아 예 어서오시오.
메리야 엄마 손님 왔다. 나중에 또 가요. 엄마.
언제 말하냐 이거. 오 부부. 오. 어서와.
잘 지냈어요? 야 이렇게 회사에서 보니 더 듬직해 보이는데? 회사는 처음인가? 아 어릴 때 가끔 왔었는데 건물 리노베이션하고 처음이에요. 많이 바뀌었지. 빨리 적응하도록 해. 우주 니가 할 일이 많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어려운 점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게. 고마워요.
어릴 때부터 늘 챙겨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 사람들한테 인사하러 갈까? 아 네. 반갑습니다.
김우주라고 합니다. 김우주 팀장은 미국에서 NBA를 마치고 4년간 뉴욕 컨설티펌에서 일하다 왔어요. 국내 회사는 처음이니 잘 적응하도록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네. 인사는 회식하면서 차차하고. 오 차장은 그동안 마케팅팀이 진행하고 있는 것들을 브리핑 좀 해드려. 팀장님 인사 내용 숙지할 수 있게.
네 알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 회장님 모시고 회의 있는 거 알지? 네. 준비는 잘했고? 네. 작년 파리 국제 디저트 박람회에서 선보인 한가 디저트 7종 샘플러입니다.
9천만 팔로우를 가진 K-POP 스타가 저희 제품을 SNS에 올린 후 MZ들 사이에서 한가 열풍이 불었는데요. 이 7종 샘플러를 정식 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면세점부터 들어간다고? 네. 곧 중국과 일본에서 연휴가 시작이라 이번 주부터 면세점 판매가 시작되고요.
전국 백화점 매장은 다음 주부터 판매할 예정입니다. 포장 박스 아이디어가 좋네. 꺼내 먹는 재미도 있겠고.
네. 하나씩 뜯어서 꺼내 먹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패키지 디자인은 디저트 박람회에서도 디자인 생활 받았습니다. 잠시만요.
오 차장님. 이 패키지 디자인 저작권 확보 됐나요? 네? 아니, 제 기억으로는 작년에 계약할 때 기간 한정으로 한 것 같아서요. 아, 그게... 디자인 연구 사용.
단발성 계약. 이게 단발이면 이 디자인 이거 한 달밖에 못 쓴다는 거죠? 네. 대신 디자인 금액이 훨씬 쌉니다. 그러니까.
뭐 어차피 박람회 때만 쓸 건데 무조건 싸게 가죠. 일회성 행사인데. 아, 그때는 정식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 없어서.
안 했다는 거예요? 하이. 이런. 그냥 갖다 썼다 디자인 업체에서 소송이라도 걸면 어쩌려고요.
요즘 이런 거 얼마나 예민한데. 팀장은 뭐 한 거야?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얼른 디자인 업체에 연락해서 계획 연장하고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아마추어와 같이 다들 왜 이래. 이런 건 회의 전에 했었어야 하지 않나? 안 그래요? 안 안 그래요? 내가 이상한가 보다.
죄송합니다. 김은주 팀장이 책임지고 계약 연장 완료하도록 해. 중요한 일이니까 절대 실수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5천년? 그건 원래보다 10배가 넘는 금액이잖아요. 저작권을 완전히 넘기는 거면 저희도 기회 손실비용이라는 게 발생을 해서요. 예. 그럼 연락 주세요.
네. 뭐래? 한데? 회의해보고 연락 주겠대요. 근데 진짜 5천이나 받으시게요? 당연히 아니지. 근데 아치면 전화가 뭔지 확인은 해봐야지.
네. 메리디자인입니다. 명순당 한가 패키지요? 네. 그거 저희가 작업한 거 맞는데 왜 그러시죠? 명순당에서 곧 연락 갈 거고요. 디자인료 그것 좀 많이 부르셔요.
10배 이상 이렇게 부르셔도 됩니다. 죄송하지만 누구신지? 여보세요? 처음에는 장난전화인 줄 알았거든. 근데 명순당에서 바로 연락 온 거 봐. 1년 전에 한 작업인데.
그래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말만 믿고 너무 세게 부른 것 같아요. 이러다 우리 나가리 되는 거 아니겠죠? 바꾸세요. 디자인 업체가 거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패키지는 다시 만들면 됩니다.
그게 좀 어려울 것 같아요. 패키지 사전 제작 비용으로 1억 5천만 원 이상이 이미 집행됐어요.
디자인 업체 대표한테 연락해 보세요. 제가 얘기해 볼게요. 네. 자, 1등은 농라 번호 29710, 유메리님 당첨 축하합니다.
유메리님 축하드립니다. 야이씨!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어? 너튜브 다 찍혀가지고 다시 할 수도 없잖아. 취소시킬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아, 방법을 찾을 수 있겠어? 어, 잠깐만 이리 와봐. 무슨 방법? 무슨 방법? 왜? 왜? 겁을 써버리고 있어. 야. 구두나 맡겨놔.
나가라고! 시장이 완전 날강도네. 용두시 백화점 부지 인허가 받으려면 타운하우스에 명표 하나 걸어달래? 타운하우스면 보떼팰리스 말씀이신가요? 이 생양아치 같은 놈, 50억짜리 꿀꺽하려고 들어? 그렇게 하시죠. 백화점 오래 착공 안 하면 공사 지원 페널티에 대출 이자 손실이 더 큽니다.
정권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고요. 야, 누가 몰라? 보떼팰리스가 그룹 사임원 할당 번호로 뺀다 쳐, 그거 어떻게 줄 건데? 세탁하다가 아버지한테 걸리기라도 해봐. 영감탱이 진짜 감당 안 되는데.
백화점 경품 행사로 처리해보겠습니다. 지난달에 시장님 첫 조카가 결혼을 했는데 이번 세일 행사에 보떼팰리스 경품을 걸어 우회해 건네겠습니다. 네, 팀장님.
유메리 씨 연락됐습니까? 남편이 못 오면 당연히 취소죠. 재추천 갈 겁니다. 제가 다시 말해볼까요? 뭐라고? 아까는 제가 낮술 먹고 깜빡 공 하나를 잘못 붙였다고 하죠, 뭐. 아니야.
좀만 더 기다려보자. 연락 올 거야. 남편분 시상식 참석 가능하신가요? 오늘까지 확답 없으면 당첨 취소됩니다.
뭐래요? 다른 거. 다른 일로. 송이야. 네? 너 오빠 있댔지? 공무원 시험 준비하시는.
네. 잘 지내셔? 몰라요. 그 새끼 얼굴 안 본 지 한 두 달 됐나? 왜요? 혹시 너희 오빠한테 뭐 좀 부탁해도 되려나? 아, 그 주말에 시간 되시면. 허투샥 뿌리면 대가를 톡톡히 칠 겁니다.
시상식에 진짜 찾아오는 거 아니야? 신고하면 끝인데. 대표님. 무슨 부탁이야? 아니야.
아니야. 생각해보니까 안 될 것 같아. 위험해.
어디 가세요? 아, 나 누구 좀 만나야 할 것 같아서. 명충당 연락 오면 나한테 바로 전화 줘. 그저 이 자식은 왜 연락이 없어? 홍콩 가더니 휴대폰도 꺼놨어. 싸가지 없이.
기다려봐. 무슨 소식이 희소식이겠지. 너, 엄마.
응? 나 솔직히 우주가 메리랑 깨져서 좀 아쉬울 때 있다. 뭐가? 아, 이제 메리는 파김치 덜은 못 먹잖아. 가지 형중도 맛있고 그 집 겉절이도 입에 아주 쫙쫙 붙었는데.
어. 가끔 미치게 사는구나. 그건 나도 그래. 그치만 반찬 부수래가 대수니 우주 지금 만나는 애가 얼마나 부잔데.
홍콩에 빌딩 몇 개씩 가지고 있는 집안이래. 준 재벌급. 우리 은숙 씨는 좋겠네.
이제 아들 덕 제대로 보냈어? 저렇게 메리 전화하지. 메리에겐 꺼내지도 마. 응? 우주로, 우주로. 아니, 걔 사기는 지가 당해놓고 왜 널 찾아? 아니지.
네가 그 집을 얻자고 졸랐어도 메리 지가 거절했으면 될 일이야. 어디서. 걔가 너보고 돈 달래? 아니야.
너 아무 책임 없으니까 신경쓰지 마. 메리 전화 얻어 받지 말고. 알았어? 안 그래. 차단했어.
우리 엘리자베스는 잘 있어? 아, 그럼. 제니 동생이라고 우리가 얼마나 잘 돌보고 있는데. 사료도 프랑스산 유기농 최고구만 먹이고 있어.
우리가 잘 돌보고 있다고 제니한테 꼭 얘기해. 근데 너 언제 올 거야? 다음 달. 다음 달? 회사는 어쩌고? 엄마, 아들 시원하게 사표냈어. 뭐, 사표? 왜? 아, 걱정 마. 우리 제니가 보게 살린대.
어, 왜? 누구요? 아이고, 엄청 일찍 오셨네. 우주가 계속 연락이 안 돼서요. 연락은 왜? 다 끝난 사이에.
좀 급한 일이라. 전세사기 때문에 그러니? 아, 우주랑 통화하셨어요. 그래.
얘기 들었다. 근데 뭐 어쩌라고? 니네 집에서 우주 바지까랭이라도 잡고 놀아주라든? 네? 내가 이런 얘기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너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어.
홀어머니. 나이도 많고. 득보적 지방대 나온 애가.
중퇴, 중퇴. 아이고, 나 그거 몰랐네. 그래, 중퇴한 애가 특목고에 명문대에 나온 우리 우주랑 어떻게 결혼할 생각을 하니? 내가 우주 학원 픽업 셔틀 하면서 가르친 게 얼마인데 네가 해준 게 뭐가 있어? 꼴랑 전세집 하나 헤매서.
명의도 네 이름으로 했다며? 아, 나 이것도 몰랐네 정말. 그치. 이건 사기지.
최소 공동명의 갔어야 돼. 집은 전세대출을 제 명의로 받아서 어쩔... 그래. 너 말 잘했다. 그러니까 네 명의의 사기도 네가 알아서 해. 우리 우주 괴롭히지 말고.
괴롭히다니요. 어머니, 오늘 제가 여기 온 건 백화점에서... 엄마, 더 들을 것도 없고 너도 그만해. 네가 양심이 있음 우주 발목 잡지 말라고.
우리 우주 한 번 어떻게 잡아보려고 혼인신고부터 한 주제에. 여우같이. 뭐라고요?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어.
가라, 가. 앞으로 서로 마주쳐도 모른 척하자. 아, 솜빵 날리시는 거예요? 뭐? 제가 우주한테 돈 달라고 할까 봐서요. 걱정 마세요.
제 명의의 빚 제가 책임질 거예요. 근데 저 오늘 그것 때문에 온 거 아니고요. 뭐... 이제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우주한테도 전해주세요. 다시는 연락하는 일 없을 거라고. 그리고 두 분도 어디서 제 소식 들어도 아는 척 마시고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우주가 어머님 많이 닮았네요. 누굴 닮아서 그렇게 적반하장인가 했는데.
이게 진짜! 안 되죠. 교육자 집안 사모님이시잖아요. 저 때리시면 아버님 조교 성추행으로 대학 잘리신 거 동네방네 싹 다 공고 붙일 거예요.
조교수 자식! 됐어. 할 만큼 했어. 하... 응. 왜? 지금? 아니야.
갈 수 있어. 바로 간다고 해. 응? 네. 대표님. 올라오시면 돼요.
네. 팀장님. 디자인 업체 도착했다는데요. 2번 미팅 룸이죠? 네. 어? 어디 가? 계약하러.
디자인. 첫날부터 빡세게 일하네. 월급은 오늘부터 카운트 되니까.
오! 굿! 마인드 좋아. 어? 어깨가 많이 무겁겠다. 할머니 많이 기대하시던데.
형은 어깨가 많이 가볍지? 할 일이 없어서. 야야야. 어제까지 내가 팀장이었어.
네가 하는 일 이거 다 내가 했던 거라고. 인마. 그럼 수습을 제대로 했었어야지.
계약을 이따구로 하고 떠넘겨? 떠넘기긴. 아니 인사 발령. 인사 발령 내가 했어? 내가 팀장이었으면 내가 해결했어.
왜 이래. 형이 못할까 봐 나 오늘 발령 난 거 같은데. 뭐? 아직 뭐라는 거야.
계속. 아. 오케이. 그렇게 자신 있으면 금액 동결해서 사인 받아와.
그러면 내가 깔끔하게 인정할게. 네 능력. 그래? 대신 못하면 네가 알아서 물러나는 걸로.
어? 어? 어때? 사나이끼리의 그 어떤 프로미스? 콜? 그럼 이제 좀 비켜줄래? 나 형이 쌍뚱 치우러 가야 돼서. 야 넌 말을 똥을. 그때로 안 될 거야.
유주야. 난 다 계획 있거든.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어? 잘못 본 거지? 아 나 스트레스 너무 받나 봐. 헛것이 막 보이네.
저희 새로 오신 팀장님이세요. 대표님하고 직접 얘기해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김우주입니다.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다. 메리디자인 유메리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요구하신 금액이 솔직히 너무 과합니다. 업계 시세에도 안 맞고 그 정도 퀄리티는 솔직히 다른 업체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에 금액으로 동결해 주시면 저희 회사에서도 베네핏을 드리겠습니다.
곧 출시할 신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유 대표님 회사에 맡기겠습니다. 저희 회사가 파트너십을 가지고 일을 하신다면 회사 포트폴리오에도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이 통해서 다행이네요. 근데 조건이 있습니다.
팀장님이랑 잠깐 따로 얘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러면 전... 뭡니까? 조건이? 남편 좀 대주세요. 그 얘기 아직도 안 끝났습니까? 시작하는 거예요.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달라졌다뇨? 그때는 저만 도움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팀장님도 필요하신 거 아니에요? 제가 거절하면 손해가 크시니까. 지금 다른 업체를 어떻게 알아봐. 패키지 이미 제작했고 매장에 포스터 다 깔았는데.
어. 메리 디자인 작은 애니까 네고 잘 치울 수 밖에 없어. 팀장 능력이지 뭐. 패키지를 이미 제작했어? 아, 약점을 잡으셨다? 아, 예. 우리가 토킹어버트 할 수 있는 어떤 포인트를 잡은 거죠. 그 토킹어버트 사양하겠습니다.
저야 뭐 금전적인 손해가 좀 있겠지만 뭐 사기 행각이 연루되는 것보단 낫겠죠. 윤메리 씨는 제가 지금 당장이라도 백화점에 신고하면 사기 미수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시죠? 그럼 전 이만 신고하러. 어, 잠깐만요.
잠깐만요. 아니, 신고라뇨. 무슨 그런 험한 말을.
아니, 상상은 누구나 해볼 수 있지 않나요? 저한테 구체적으로 공범 제안을 하셨잖아요. 그게 상상인가요? 실행이지? 아니. 아니, 그럼 한 번 보세요.
전제작에 당해서 다 날렸어요. 근데 50억짜리 집이 당첨됐어요? 팀장님이면 가만히 계시겠어요? 아니, 남편만 딱 같이 가주면 되는데 뭐라도 해보고 싶지 않겠어요? 당첨? 아, 그래서 인간매를 계속 찾구만? 네. 네, 그래요. 제가 당첨이 됐어요.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진짜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갑자기 남편이 꼭 같이 와야 된다는데. 이제 와서 데타 구할 시간도 없고요. 어쩐다.
아니, 사정이 딱하기는 한데. 양심상 그런 짓은 못하는 사람이라니. 잘돼 봐? 실패하면 팀장 반납하기로 했다.
이거 약속 확인 문자야. 김우주 팀장이 책임지고 계약 연장 완료하도록 해. 중요한 일이니까 절대 실수하지 말고. 팀장님! 이거 한 번 보실래요? 저 이거 비 올 때마다 막 평생 쓰시고 아프고.
그럼 어떡하죠? 이게 원래 교통사고가 후유증이 진짜 무서운 건데. 아, 이보세요. 그때는 그쪽이 그... 사인! 사인! 어디 볼까요? 이런 게 바로 윈윈이잖아.
제가 또 사인 하나는 뒤통차게 잘하거든요. 금방 끝날 거니까 릴렉스 하시고요. 제가 문자로 보내드린 건 혹시 보셨을까요? 결혼 날짜랑 집주소 주민번호.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된다면서요. 아, 그럼요. 아, 근데 또 혹시 모르겠... 아니요, 아니요.
제가 대답 다 할 테니까 팀장님은 그냥 가만히 계셔야... 갑시다요. 아, 이거요. 결혼 반지요.
아, 네. 이거... 그 백화점에 보낸 김우주 신분증 사진에 안경 쓰고 있어가지고요. 아, 네. 어, 비슷... 근데 신분증은 어떻게 보냈어요? 위조했어요? 아, 아니요. 신혼여행 준비할 때 여행사에 여권 사본 보낸 거 있어서요.
그거 보냈죠. 지금 위메리 씨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알아요? 이거 진짜 김우주 씨가 알게 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아, 그건 걱정 마세요.
김우주가 제 연락 피하는 거고, 걔뿐만 아니라 아무도 모르게 할 거예요. 그리고 집도 받으면 바로 팔 거고, 들킬 일 없어요. 아, 그리고 제가 집 팔면 차를 톡톡히 할게요.
진짜. 약속해요. 됐습니다.
찝찝한 돈은 탐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아니, 제가 사정 다 말씀드렸잖아요. 전세 사기에 엄마 빚도 갚아야 한다고.
세상에 사정 없는 사람도 있습니까? 그렇다고 위메리 씨처럼 사기는 치지 않습니다. 아, 저도 양심적으로 살고 싶죠. 근데, 근데 상황이 너무 그렇잖아요 제가.
지금 저한테 짜증내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시상식? 취소 안 시켰어? 죄송합니다. 야, 너는 무슨 일을 이따구로 쳐 하냐? 이게 어쩔 거야.
아버지 귀육하시면 뭐라 그럴 거냐고. 회장님께는 사회 공헌 사업으로 보고했습니다. 사회 공헌? 대표님 요즘 MZ세대와 소통하시려고 SNS 활동도 시작하셨는데, 무주택 청년 세대의 거주 지원 사업으로 포장하면 언론의 관심도 끌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대표님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으로 백화점 인허가도 쉬워질 수 있고요. 좋은데? 그렇게 해. 축하드립니다. 남편분께서 아주 복덩이 아내를 두셨어요.
아, 예, 예. 이이는 아직 실감이 안 나나 봐요. 그러시겠죠. 사실 저희도 어제까지 연락이 없으셔서 당첨을 취소해야 하나 했습니다.
아, 이이가 오늘 아침에서야 공항에 도착해서요. 아, 자기야 많이 피곤하지? 어, 좀 피곤하네. 아, 그래서 인상이 좀 다르시구나.
이 보내주신 신분증 사진이랑 얼굴이 조금 달라서요. 아, 그거 옛날 사진이라 아무래도... 하긴, 사진이랑 실물이 다른 경우는 많죠. 아, 두 분 신분증 확인 좀 할 수 있을까요? 보내드렸는데? 사본을 받은 거라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야 해서요.
어... 가져왔나? 모르겠네. 있나? 일단 제 거는 있는데... 네, 있네요. 얘 맞네요.
남편분께서는? 차에 두고 왔습니다. 제가 가져오라고 말을 못했어요. 아, 그러시구나.
그럼 어쩐다. 혹시 주민번호가? 960... 960-902-1024-63. 서울시 중문구 한소동 118, 그린빌라 101호요.
혼인신고는 올 1월 6일, 월요일날 했습니다. 예, 확인되셨습니다. 저걸 언제 외웠대? 천재인가? 팀장님, 보도자료 컨펌 좀... 어, 그래.
두 분 차 좀 드시고 계세요. 대표님께서 아직 준비 중이시라... 네... 저... 팀장님, 이거 혹시 기사가 나가나요? 아이, 그럼요. 시상식 끝나면 두 분 기사 바로 뜰 겁니다.
팀장님, 어... 기사가 나가면 안 되는데요. 소문나면 안 돼서요. 혹시... 빚쟁이들 때문에 기사 보고 쫓아올까봐? 네! 어떻게 아셨어요? 아, 그래서 제가 주변에 말도 못했거든요.
역시 제 예상이 맞았네요. 이 빚쟁이들 뿐만 아니라 사돈의 팔촌의 동창들까지 죄다 연락이 올 겁니다. 저도 재작년인가요? 로또 4등 당첨됐는데, SNS에 올렸다가 반만 몇 번을 샀는지... 먹었잖아? 네, 맞습니다.
처 조카 대학 등록금까지 뜯겼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죄송하죠. 그래도 기사는 나가야 하니까. 네? 안 되는데? 팀장님, 이건 얘기된 바가 없는 거 아닙니까? 저희 동의 없이 기사가 나간다는 건...
당첨자는 본사의 행사 관련 홍보에 적극 협조. 이렇게 써있네요. 저, 그럼 혹시... 가명이라도... 네, 뭐 일단 알겠습니다.
이름은 가명으로. 어, 저기 잠시 통화 좀... 시상식 금방 시작하니까 멀리 가지 마시고요. 여보세요? 아프리카 뇌염이요? 예, 열도 나고요.
목도 좀 아프고. 이거 혹시 전염병인가요? 아, 그럼... 사람들한테도 옮길 수 있다는 거네요? 저 지금 사람들하고 같이... 예, 예, 알겠습니다. 검사 결과 나오는 대로 빨리 좀 연락 좀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자기야, 혹시 마스크 있어? 없는데, 왜? 아니, 어저께 그... 귀국하던 같은 일행 중에 한 명이 아프리카 뇌염에 걸렸대. 어머! 그거 알지? 요즘에 전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전염병.
사망률이 가장 높은 거. 그거 알지? 큰일 났네. 아니, 나는 아직 검사 결과 안 나왔지만 같은 일행이 지금 양성이라 재검사를... 괜찮아? 시작된 것 같은데? 큰일이다. 예, 팀장님.
상무님. 긴급상황입니다. 아프리카 뇌염이요? 아직 발병된 게 아니잖아요.
마스크 쓰고 하면 되죠. 그 정도로 시상식 취소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중요한 건 대표님 귀사 아닌가요? 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행입니다. 가시죠.
어머님. 네? 저희 모자 좀 잠깐 빌려도 될까요? 아, 네. 금방 돌려드릴게요.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여성분 꽃다발 약간만 내려주실게요. 얼굴 아예 안 보였어요. 네, 좋아요.
남성분, 그 모자 살짝 올려주실게요. 그 꽃다발 살짝 내려주시고요. 아주 좋습니다.
네. 대표님이 싫어하다가. 알겠습니다. 대표님, 약간 미소.
멋진 미소 한 번 할게요. 살인 미소 한 번 할게요. 좋아요.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저 먼저 가요. 감사합니다. 제가 끝나고 식사 대접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자, 시상식도 끝났으니까 이제 경품을 드려야죠. 네. 자, 여기. 감사합니다.
두 분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네. 아, 잠시만요. 여기 경품 수령서에 싸인을 좀 해주시죠.
뒤에 주의사항도 읽어보시고요. 네. 그럼 이제 타운하우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네. 아, 근데 남편분은요? 아, 병원에요.
재검사하러. 타운하우스는 저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러시구나.
아, 그럼 가시죠. 네. 아직 안 가셨네요? 아, 예. 지금 막 가려고요. 병원이 어디 쪽이십니까? 어, 그... 저기... 강남 쪽이에요.
아, 잘됐네요.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아, 괜찮습니다.
저 택시 타고 가면 돼서. 아닙니다. 어차피 저희도 그쪽 방향이니까요.
병원은 어디 병원? 아... 아! 제가 방금 막 병원이랑 전화를 했는데 음성이래요. 병원에 안 가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두 분 같이 가시죠.
어차피 남편분도 안내를 받으셔야 되니까요. 네? 어디... 보태팰리스는 저희 계열사인 보태건설에서 땅 매입부터 시공 분양까지 한 최고급 타운하우스입니다. 풍수지리적으로 배산임수 명당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운이 좋다고 알려져 있고요.
그래서인지 정쟁의 고위 인사들도 거주하시고, 한류 스타들도 꽤 살고 있습니다. 가끔 단지는 헬스장이나 카페에서 마주칠 수 있을 거예요. 시세는 수십억에 이르지만 매물이 나오지 않아서 의미는 없죠.
총 3단지까지 있는데 유메리씨가 당첨된 집은 2단지에 있습니다. 회장님이 풍국당 총각김치 좋아하신다며. 아우 이거 예약 꽉 차서 안되는 거. 내가 옷돔 좀 주고 세치기 했지.
한과? 당연히 챙겼지. 지금 그거 납품하러 가는 건데. 내가 특별히 모양 좋은 걸로만 담으라고 했어.
어 알았어. 이따 끝나고 전화 올게. 아니야 엄마.
근데 경제인 연합 회장님대이면 아버지가 가야 되는 거 아니야? 아버지 대학 선배라며. 아버지가 너한테 기회를 주신 거지. 너 공 좀 세우라고.
응? 이거 내가 했다고 하라고? 그래. 야 우주는 들어오자마자 디자인 계약 건 해결했다며. 그러니까 너도 좀 잘해.
응? 우주 헛은 짓 하나 안 하나 눈에 불을 켜고 살피고. 알았어? 응. 불을 켜고 살피고. 알았어.
우주 이 자식 뭐 하나 걸리기만 해봐 아주 그냥. 아우 근데 너무 좋다 여기. 근데 어디야? 가정은 빌트인이고 모델하우스로 썼던 집이라 인테리어가 다 되어 있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철거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우 아니에요. 저희야 너무 감사하죠.
무슨 리소트인 것 같아요. 맘에 드시니 다행이네요. 입주는 언제쯤 할 계획이십니까? 아 입주.
저희가 바로 매매를 할 수도 있어서요. 남편이랑 제 회사랑은 거리도 좀 있고 해서. 그 직장이 집이랑 가까운 게 좋죠.
매매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은 안되지만요. 거기 주의사항이 있는 것처럼 이 집은 3개월 후에 명의지원이 가능합니다.
그 전엔 저희 회사 소유라서 매매하실 수가 없습니다. 어 그러면 아까 그 열쇠 주신 건. 이 집을 사용하실 수 있다는 의미죠. 5년 전 영국에서 100만 파운드를 건 비슷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근데 부부가 상금을 받자마자 이혼을 해버리는 바람에 행사가 조롱거리가 됐었거든요. 그래서 행사의 진정성을 위해서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게 됐습니다. 혹시나 그 사이 이혼을 하시게 된다면 경품은 자동 취소 됩니다.
3개월이요?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니요. 문제는 없고요.
사실 원래 살던 집에서 나오게 돼서 집 알아보던 중이었거든요. 여기서 세 달 살고 팔면 되죠 뭐. 아 그리고 한두 차례 방문실태 조사가 나올 예정인데요. 조사요? 아 요식적인 거긴 한데 저희 조사관이 미리 연락을 드리고 방문을 합니다.
근데 두 분은 조사가 필요 없겠네요. 제가 매일 볼 테니까요. 네? 저도 이 타운하우스 주민입니다.
네? 타운하우스? 어디? 바로 앞집이요. 저기요? 앞집이요? 그동안 앞집이 비어있어서 적적했는데 이웃이 생겨서 참 좋습니다. 좋네요.
자 그럼 네 분은 천천히 둘러보시고 커뮤니티 센터와 산책로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분 뒤에 집 앞에서 뵙죠? 저도 옷 좀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네. 그럼.
아니 여기로 이사 오겠다는 게 그게 무슨 말이에요? 들키려고 작정했어요? 사실 제가 이번 주 안으로 집을 비워줘야 해서요. 갈 데가 없어가지고. 근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앞집 산다고 자주 보면 또 얼마나 자주 보겠어요. 백사모가 방금 이웃 생겼다고 저렇게 좋아하는 거 못 봤어요? 아침마다 운동하자고 찾아올 수도 있어요. 그러면 남편 출장 갔다고 할게요.
매번 출장 간다고 하게요? 그게 또 이상하죠. 차라리 그럴 거면 파일럿이나 원양어선 탄다고 하죠. 어? 좋은 생각인데요.
예? 뭐 또 좋은 생각이에요 또. 그럼 어떡해요. 뭐 좋은 생각 있으면 좀 알려줘봐요. 아니 그걸 왜 저한테 묻습니까? 이 사태를 키운 장본인이 해결하셔야지.
잠깐만 딱 한 번 봐주면 된다더니 그 말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아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딱하네 저렇게 감시자가 살고 있는데. 죄송해요.
팀장님 신경 안 쓰이게 할게요. 신경을 어떻게 안 씁니까. 지금 기사나고 사진까지 다 찍혀가지고.
나도 이제 임발부가 돼서 걸리면 유메리 씨만 잘못되는 게 아니라고요. 아무튼 여기 있지 마세요. 걸리면 일 더 커지니까.
아 그러면 저는 어디로 가요? 찜질방이라도 가 있든가요. 여보세요. 아 아까 화내서 미안한데 그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시면.
저기요. 말씀 좀 여쭙게요. 여기 3등.
어머 우주에? 우주? 여보세요. 팀장님? 지금 어디세요? 어? 공홍. 야 니가 여기 왜 있어? 어? 아 그 친구 보러 왔어.
어? 친구? 그 누구? 아 그 있어. 아 근데 둘은 여기 어쩐 일이야? 야 우리는 여기 경제인 어? 아는 아는 분 만나러 왔어. 별일은 아니야.
아 벌써 나오셨네요. 아 네 그럼 다음에 인사할게요. 아 네. 그 산책로가 저기라고 하셨죠? 아 네. 아 아내분은요? 네? 아내? 바람만 보는 중 오뚝뚝하던 말투 느껴뜨던 물건들처럼 부드럽지 못했던 내가 너로 인해 변할 수 있다는 게 난 아무래도 이렇게 너여야만 해 언제나 너여야만 해 너여야만 해 그동안 내가 바라왔던 걸 너여야만 해 너여야만 해 너여야만 해 너여야만 해 너여야만 해 너여야만 해 너여야만 해 아까 그분들 누구예요? 친척이에요.
당첨자 발표 떴네. 주인공은? 그렇지. 진경이가 손주며느리면.
할머니만 믿고 오빠한테 대시합니다. 아니 웨딩사진 핑계로 사심을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좀 의심스럽습니다. 심아 표정 뭐대요? 남편분께서 여기 거주하시는 건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