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진짜? 왜 그래? 팀장님 맞아? 뒷모습이라 잘 모르겠어. 야, 어른들의 시간을 좀 존중해 줘. 너무 힘들어.
이제 갔겠죠? 네, 그런 것 같은데요. 어? 여기 묻었어. 아니, 잠시만요.
실례. 나가볼까요? 또 오기 전에. 네. 먼저.
네. 잠깐만요. 너무 걸쳐. 빨리 갑시다.
아니, 뭐 망치 같은 거 없어요? 잠시만요. 망치... 아, 없어요? 네. 아이씨. 안에 필요한 건 다 있을 겁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출장은 잘 다녀오셨어요? 아, 예. 어제 왔습니다. 제가 없을 때 집에 한 번 방문하셨다고.
집 정리가 하나도 안 돼 있어서 누가 봤으면 집에 아무도 안 사는 줄 알았을 거예요. 그래도 주말에는 시간이 좀 나시나 보네요. 아, 예. 이이가 너무 바빠요.
평일에는 저도 잘 못 봐요. 자기야, 욕심 좀 죽여. 그러다 병 나. 틈틈이 운동도 하고 있어, 자기야.
걱정하지 마. 알았어, 자기야. 이따 운동하실 거면 전 스쿼트는 할까 하는데 어떻게 같이 하실까요? 저희는 선약이 있어서요. 저번에 한 번 약속 깨져서 이제 더 미룰 수가 없어서.
네. 선약 있습니다. 아쉽다. 그럼 다음에 뵙죠.
아, 네.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됩니까? 최선의 방어는 공격인 거 몰라요? 저번에 완전 의심하는 것 같았어요. 우주 씨. 왜요? 보고 있어요. 그러네요.
가실까요? 그럴까요? 왜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면서요. 맞네요. 천천히 걸어요.
천천히 좀 걸어요. 슬리퍼가 깨질 것 같단 말이에요. 부적다리 같은 새로 빠진 거 버려야죠.
부적다리라니, 너무하네. 이거 제 입척 신발이에요. 왜 이렇게 속고 있는 거지? 이리 와요.
이리 와요. 입에서 뱀 하나 나올 것 같은데. 여기 보시면 작년 명절 선물 미출 보면 이게 연세점에서 프로모션을 걸어서 그런지 확실히 아주 좋았습니다.
좋은데요? 저도 한복 뽑아놓을게요. 제가 해드릴게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맞는데? 뭐가? 뭔데? 뭐가? 분명 팀장님 갔다 왔거든요? 비슷한 사람이겠지. 팀장님이 거기 갔는데 왜 가? 드세요.
드세요. 저희 회사 카페 원두가 진짜 좋은 거라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뭔 소리야? 팀장님이 어디로 가? 세정 씨가 셀프 사진 가면서 팀장님을 봤대요. 사거리 지하철에 가서 50% 할인 쿠폰 돌린 적 있잖아요. 주말에 거기 친구들이랑 갔거든요.
근데 팀장님 같은 사람이 웨딩 사진을 찍고 있더라고요. 웨딩? 잘못 보셨겠죠? 그래. 팀장님이 그런 데 가겠어? 여친도 없다며.
컨셉 사진 같긴 한데 진짜 뒤태가 완전 똑같았다니까요. 키 크고 소두에. 소두에? 쌍가르마고.
쌍가르마는 나도 쌍가르마야. 여기 봐봐. 과장님.
여자는 봤어? 웨딩 사진이면 옆에 여자가 있었을 거 아니야. 여자는 어땠는데? 비슷해요. 체형이 유 대표님이랑 비슷해요.
이 정도 키에. 딱 이랬어요. 얼굴을 봐야지.
얼굴은 키스를 하는 바람에 못 봤어요. 키스? 네. 둘이 키스를 하더라고요. 사진관에 한번 확인해보세요.
예약자 명단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신송이! 맞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사진관 번호 저장해놨는데.
응. 해봐. 여기 있다. 그런 거는 개인 정보라서 안 알려줄 텐데.
여보세요? 거기 스튜디오죠? 뭐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세정 씨! 나 물어볼 거 있는데. 회의 시작할까요? 유 대표! 나 물어볼 거라고요? 잘 안 들리네요.
여기 좀 봐주실래요? 유 대표님? 혹시 몰라서 예약자 명 닉네임 바꿔놨어요. 토순이로. 저한테도 귀띔 좀 해주시지.
진짜 시급했어요. 그러니까 사진관을 회사 근처 잡으면 어떡해요. 회사람들 마주치면 어떡하려고.
저는 주말이라 오히려 회사 근처가 더 안전할 줄 알았죠. 아무튼 죄송해요. 주의할게요.
백사모님은 그 이후로 연락 없어요? 네. 봐서 방문 약속도 취소시키려고요. 어떻게요? 교통사고 났다거나 친척이 상당했다거나. 거짓말이 아주 술술이시네.
일단 피하고 봐야죠. 제가 들키면 팀장님도 위험해지실 거 아니에요. 협박하는 거예요? 아니요.
아, 그렇게 들렸어요? 아니 저는 팀장님한테 더는 뺏기치고 싶지 않아서 웨딩사진 찍어주신 것만도 감지덕진데. 아, 웨딩사진. 그거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너무 큰 의미는 두지 않으셨으면 해서요.
그냥 모델 알바했다? 이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기 죄송한데 저는 원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요. 의미는 메리 씨가 더 두시는 것 같은데요? 제가요? 웨딩사진 핑계로 사심을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좀 의심스럽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훅 들어오면 제가 얼마나 놀랬겠어요. 훅? 팀장님. 팀장님.
그건 들킬까 봐 그런 거죠. 아니 저 채정 씨랑 눈 마주친 것 같았단 말이에요. 그리고 키스는 우주 씨가 먼저 하셨거든요.
저는 진짜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어요. 저는 그냥 포즈만 잡으려고 했던 거고 근데 메리 씨가 갑자기 막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바람에. 저돌? 오메 환장하네.
아니 저는 절대로다가 사심으로 그런 건 아니거든요. 씨방 표정 뭐대요? 못 믿는 거예요? 글쎄요. 옷이랑 신발 넣어놨어요.
안 그래도 필요했는데. 어머 어머 속옷까지. 진짜 디테일하시다.
일 처리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빠짐없이 치밀하게. 나 또 한 수 배우네요.
고마우면 일 잘해서 갚아요. 회장님께서 기획안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설명 직접 듣고 싶으시대요.
진짜요? 그니까 이번 디자인 반응 좋으면 기존 제품 패키지 리뉴얼까지 우리한테 싹 맡길 수 있는 거예요? 그치. 명순당이면 제품 라인이 몇 개야. 우리 이번 프로젝트 아주 사활을 걸고 한번 해보자.
아직 김치국 드링킹 마세요. 명순당 회장님 보통 분 아니시래요. 왜 왜? 회장님이 그 창립자분 며느리시지? 네. 시어머니가 하는 시장통 작은 찐빵 가게를 오늘날 명순당으로 키운 분이라는데 일은 넘은 나이에도 아침마다 공장 돌며 빵 하나 맛보시고 제빵사들 건강관리까지 챙기신대요.
멋있다. 응? 그 말 들으니까 더 욕심난다. 그런 분이 한 번 오케이면 또 끝까지 간다.
한 번 나가리면 끝까지 나가리에요. 맞아. 안되겠다.
나 오늘부터 밤샌다. 플랜PC까지 완벽하게 준비할 거야. 작년엔 잘 치료했고.
예. 가족이 단추래 조용히 치뤘습니다. 수고했네. 고부장 안사람과는 아침에 통화했어.
아직 젊은 사람인데. 회사에서 해줄 게 있으면 섭섭지 않게 다 해주게. 회사 일자리 알아봐줘도 좋고.
예. 그런데 보고 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실은 고부장이 회사 공금에 손을 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사고나기 전날 내부감사에 걸렸는데 추궁하니까 도박을 했다고 자백하더라고요.
사표 쓰고 퇴직금으로 돈을 메꾸겠다고 했는데 사고가 나는 바람에. 도박? 그럴 사람이 아닌데. 저도 믿기 힘들지만 사람 겉모습만 봐서는 모르니까요.
금액이 적지 않은데 어떡할까요? 경찰에 신고하면 언론에 오르고 내릴 수도 있어서. 자네 생각은 어떤가? 고인의 명예도 있고 그간 회사를 위해 애쓴 것도 있으니 조용히 덮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당분간 고부장 자리는 응수가 맡아야겠구나.
네? 제가요? 제가 회계 쪽은 조금 약한데. 새 적임자 뽑을 때까지 임시로 맡는 거야. 제가 직접 관할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장 이사가 직접 한다면야 안심이지. 이참에 응수한테 일도 좀 가르치고. 네. 먹겠습니다.
아휴 이게 뭔 날벼락이야. 고부장 부부 여기서 우리랑 같이 식사도 했었잖아. 그치? 최우수 근속상 받고 포상 육아에 얼마나 들떴었어.
하여간 운전 조심해야 돼. 차에 혼자 있었으니 다행이지. 식구들 태우고 있었어 봐. 다 같이 한 방에 저승길... 야! 뭐 왜? 아니... 다 아는 얘기잖아. 가족끼리 그런 얘기도 못해.
우주야. 너 들으라고 한 얘기는 아니야. 괜찮습니다.
전 이만 일어나 볼게요. 반찬이 입에 안 맞나? 애가 입이 짧네. 너는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마스크 좀 쓰고 먹어.
마스크 쓰고 어떻게 밥을 먹어? 입 좀 담으려고! 밥상머리에서 쓸데없는 말 말고! 엄마 나한테만 그래. 우주는 괜찮다는 거만. 엄마.
쟤 안 괜찮아. 아니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우주가 은근히 좀 소심하고 겁이 많아요. 쟤 어렸을 때 천둥치잖아? 그럼 방에 틀어 박혀가지고 인형만 쥐고 있었어.
인형? 있어? 있어. 뭐 어디서 주워왔는지. 애착인형.
있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눈빛. 아따 놀래라.
저쪽에서 일하고 오고 있는데. 아빠! 저 모습을 봐요. 길 위에 동그라미 설사 딱 봬요.
아빠! 차도 요소 여러 톤 썰어진 거 없어요. 어떻게 살아나왔나 모르겠네. 3번 곡도에서 택시 운행하시다가 사고 목격하셨다.
우리 아빠가 생일선물을 준건데? 금방 올라올게. 니 얼굴은 호랑이가 잡아놔버려. 우주야.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괜찮아? 괜찮아? 우리 딸내미 어쩌고. 아버지. 자네 엄마, 아빠 다 죽어버렸단가? 아니요.
괜찮을 것이요. 죽어버렸으면 어쩐단가. 자는 어쩌냐고.
아휴. 자는 누가 챙겨주냐고. 혼자서 죽을래.
넌 호랑이가 잡아놔버려. 실례합니다. 날 왜 자꾸 생각해.
진짜로 한 것도 아닌데. 아니, 전 그냥 포즈만 잡으려고 했던 거고. 그런데 메리 씨가 갑자기 저돌적으로 막 달려드는 바람에.
아니, 무슨 내가 혀라도. 팀장님. 했나? 잠깐만.
그때 내가. 미쳤나. 한순간 너무 몰입했었나? 아니야.
에이, 아니야. 에이, 무슨 말도 안 되지. 오베카는 좋은 장소.
오늘 저녁 때 뭐해? 어, 저녁? 나 오늘 일찍 끝나거든. 이런 날 또 그냥 집에 갈 수는 없지 않겠어? 야, 너 정말 놀아줄 사람이 그렇게 없냐? 너 병원에서 진짜 많이 놀아줬어? 오빠 심심할까 봐 그러지. 좋은 데 데려갈랬더니.
됐다, 됐어. 알았어. 나 약속 있으니까 끝나고 저녁 때 보자.
알았어. 이따 끝나고 연락해. 어. 쌤, 오늘 데이트세요? 완전 데이트 가시는 표정이신데.
네? 아, 그 비에피실 이성 환자분 혈압 체크했어요? 네. 굳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지만요. 자는데 깨웠다고 어찌나 짜증을 내던지. 진상도 그런 진상.
저 사람 뭔 고생이야. 호출하면 낮이든 밤이든 달려오던데. 아이고.
아이고, 이 정도면 뒤끄르게 하면서 봐도 신혼이지. 갈아입었어요? 네. 아니, 꼭 이렇게까지 입어야 돼요? 아니, 신혼하면 또 커플티죠. 쿨톤이에요, 웜톤이에요? 되게 잘 받네.
아, 잠깐만요. 뭐 나쁘진 않네. 이거.
아, 이건 또 뭐예요. 아니, 할 거면 또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해야죠. 아, 이런 거 입히려고 일찍 오라는 거였어요? 아직 시간 많이 남았는데.
에이, 겸사겸사죠. 사람들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도 있고. 자, 기승.
우리 결혼기념일은? 1월 6일. 오, 기억력 좋은데요? 아이, 뭐 그 정도가죠. 그럼 신혼여행지? 어? 그건.
제가 안 알려줬어요. 아이, 어쩐지. 자, 이거 참고해요.
제가 예상 질문 뽑아놨어요. 그건 봐봐요. 런던?
신혼여행지를 런던으로 가려고 했어요? 네, 손흥민 보려고요. 아, 축구 좋아해요? 손흥민 좋아해요. 축구는 잘 몰라요.
야, 김우진씨가 완전 대인배네. 여자친구가 딴 남자 보러 신혼여행 잡았는데 봐주고. 십년 모험 마일리지로 제가 왕복 티켓 다 끊었거든요.
그래서 가는 거는 제가 가고 싶은 데 가기로 했어요. 아, 신혼여행비도 메리씨가 냈어요? 집도 메리씨가 했다면서요. 등록금도 두 번이나 내주고, 보험 들어주고, 토익 학원비도 제가 다 냈는데요.
와... 아, 근데 사회생활을 제가 먼저 시작했으니까요. 걔는 그때 모은 게 없었고, 형편 되는 사람이 하는 거죠, 뭐. 그럼 김우진씨한테 고맙다는 말은 들었어요? 어... 못 들었네요. 아니, 근데 도대체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예요? 그 친구랑 휴가 갔다 와요.
뭐야, 뭐야, 메리야. 메리야, 괜찮아? 아, 눈 좀 떠보지. 아, 괜찮아? 왜 일어났어? 메리야, 괜찮아? 제가 놀다가 바다에 빠졌는데 눈 떠보니까 너무 잘생긴 사람이 있는 거예요.
얼굴보고 반했구만. 그쵸. 근데 얼굴만 보고 결혼까지 생각하진 않죠.
후회해요? 후회... 했죠. 왜 그렇게 남기는 마음도 없이 다 퍼졌을까, 바보같이. 저는 사랑은 그렇게 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에이, 이제 앞으로 안 그러려고요. 아니, 왜 메리씨가 변하려고 그래요? 앞으로는 메리씨 마음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좋은 사람 만날 거예요. 그런 날이 올까요.
어, 근데... 저 방금 되게 위로받았어요. 아따, 바보인가? 아따, 순자. 아따, 아따.
엥간치 뭐라잉? 아, 정작 먹을 사람은 구경도 못했는데. 아따, 딴 것도 겁나 많구만. 왜 그랬었어? 아이, 그런데 예비 사돈땐 무슨 잔치야요? 잔치요? 잔치는 서울에 고모님 병문안 가는 길에 쪼까 죽을라 그러지.
아유, 좋겄다. 나도 아들놈 있었음 언니랑 사돈이나 맺어볼 것인데 그럼 이라고 사시살처럼 만난 거를 꼬박꼬박 얻어먹을 거 아니에요? 나가 아무하고나 사도나 간디. 우리 사돈 교수 집안이오.
아, 그러고 병원 집안에서 어째 사시살처럼 얻어먹으면서 입을 쫙 씻어본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너 자국 없구러, 참말로. 아, 나가 안 받는 거지.
아, 뭐 이런 거 주고 생색 낼 일이냐? 딱 봐도 그 짝사, 처갓댁을 무시하는 처사인데 언니만 모르고 자빠졌당께. 아, 그리고 아니, 예비 사이가 어디 여기 콧백이라도 비쳤는가? 아, 바빠서 그러제. 우리 사우가 놀간디 서울서 큰 투자 회사 댕겨.
아니, 서울서 나를 모시고 살겠다는 것을 나가 뻗힘기고 안 간디 뭔 소리데? 참말로? 그려. 울자나도 그냥 서울 오시면 꼭 한 번 연락을 했었는디. 아, 그려.
내일 간 집에 한 번 보자고 해야 쓰겄네. 우리 사우? 바닥인 줄 알았더니 지하가 있었네. 다른 사람들은 다 오는데 왜 내 것만 떨어져? 야, 넌 대체 언제 오르니? 야! 뭐야? 왜 갑자기 전화를? 배리가 당분간 말하지 말랬는데.
아, 나 다시 온다. 씨? 오빠! 치사! 조금만 기다려. 응. 예, 메리 씨. 오늘 방문은 좀 취소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저희 대표님께서 급한 일정이 생기셔서요. 예, 죄송합니다. 남편분께도 메리 씨가 잘 전해주십시오.
예, 그럼. 아, 아니 보세요. 내 말 맞잖아요.
아, 진짜 이 새끼 미친놈이라니까요. 아니 내가 지를 쳐다봤다고 나를 갑자기 때리는데? 아, 아니 씨. 저 얼굴로 먹고 사는 사람이에요. 대한민국에 이런 경우가 어딨습니까, 진짜? 김구식 씨 되십니까? 누구세요? 이성우 씨 대리인입니다.
저와 얘기하시죠. 쌍방폭행으로 하자고요? 웃기네. 아저씨, 증거 다 있거든요? CCTV는 폐기될 겁니다.
대신 김구식 씨 통장에 평생 만져보지 못할 돈이 들어갈 거고요. 참.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아니 갑자기 취소라니 무슨 일이래요? 몰라요. 피하긴 했으니까 다행이긴 한데.
괜히 아침부터 고생하셨네요. 아, 아니에요. 다음에 날짜 잡히면 말해줘요.
네. 아, 이거 갈아입고 올게요. 네. 이건 뭐예요? 아, 이거 PT 때 발표할 캐릭터예요. 캐릭터? 네, 홈페이지나 커머셜 사이트에 쓸 대표 캐릭터 필요해가지고 작업 중인데.
아, 한 번 보실래요? 네. 잠시만요. 노트북 갖고 올게요. 네 돈 아니라고 질렀냐? 그건 경기 처리도 안 되는 건데.
피해자랑 짜고 내 돈 떼먹은 거 아니지? CCTV가 있어서 금액이 좀 들었습니다. CCTV? 아버지는? 별말 없어? 회장님께서는 대표님이 피해자인 걸로 알고 계십니다. 말도 맞출 겸 당분간 병원에 계시죠.
아, 심심해 죽겠다고. 야, 가서 배고프니까 초밥이나 사와. 아, 배고프다고! 조금 귀엽고 복스러운 이미지로 작업해봤어요.
이름은 명순이고요. 온라인 구매 페이지에 한 번 넣어보려고요. 괜찮네.
얜 누구예요? 얘는 명식이요. 명순이 짝꿍. 둘이 닮았는데요? 명식이는 닮은 애 따로 있어요.
누구요? 어릴 때 제 첫사랑이요. 에? 이렇게 못생겼다고요? 못생겼다고요? 똘망하니 귀엽기만 하구만. 에이, 이게 뭐가 귀여워요.
누가 봐도 사고뭉치, 겁먹던 초딩이구만. 그게 매력이죠. 명식이랑은 아직도 연락해요? 첫사랑이요? 설마요.
언제쯤 일인데. 우주 씨는요? 첫사랑 기억나요? 야, 글쎄요. 제가 아직 첫사랑이라는 걸 아직 못해봐서.
에이, 거짓말! 죄송해요. 아니, 힘이... 너무 슬... 쪄. 죄송해요. 죄송해요.
어, 잠시만요. 어, 오빠. 어디야? 아, 맞다.
우리 몇 시까지 보기로 했지? 어? 아직 출발 안 했어? 어. 아, 나, 내가 지금 출발할게. 어... 어... 아니야, 괜찮아. 바쁘면 일해야지.
응. 아, 실은 나도 선배가 갑자기 당직 좀 해달라 그래서 어, 오빠 오지 말라고 전화한 거야. 아, 내가 더 미안하지. 나중에 내가 밥 한 번 살게.
어, 그래. 나 지금 들어가 봐야 된다. 끊어.
어. 어? 아... 그냥 기다린다고 할 걸 그랬나? 어서 오세요. 저 제일 독한 걸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니, 거기서 바쁜 척을 왜 했냐? 아, 진짜. 아, 진짜 윤진경. 아... 먹고 살기 힘들죠.
남의 돈 벌기 어디 쉽나요. 다 견디고 그러는 거지. 그 VIP실 환자분 있잖아요.
병원에 소문 완전 짱 났어요. 진상이라고. 깨병으로 입원이나 하고.
그래도 잘 참으셨어요. 리스펙합니다. 누구예요? 아, 저. 그 낮에 병원에서 본 그... 의사.
그런 말 한 사람. 누구예요? 네? 잘라야겠네요. 보안 유지 조건으로 저희가 암센터에 기부하는 게 얼만데.
어, 아니, 아니. 아니, 그게, 그게 아니라요. 저는 그 같은 의뢰 입장으로 위로 드리고 싶어서 얘기한 건데.
왜... 상대가 요청하지 않은 위로는 오만입니다. 죄송합니다. 근데 저기요.
호의를 왜 그렇게 삐딱하게 받아들이세요? 제가 욕을 한 건 아니잖아요. 아... 뭐 돈 줬으니까 지금 저보고 조용히 하라고 그러는 거예요? 보니까 돈이면 다 해결되시는 분 같은데.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니에요.
차라리 그게 낫죠. 받은 만큼 일하고. 받은 만큼 입 다물고.
쓸데없는 감정 소모도 없고. 사람인데 어떻게 감정 소모 없이 살아요? 속상하면 솔직하게 말하시고 위로 받으세요. 이렇게 센 척하지 마시고.
그쪽도 지금 마상 입었으니까 여기 와서 이러고 있는 거잖아요. 속상한 게 없는데 왜 혼자 여기서 이렇게 술 마시고 있어요? 나처럼. 나처럼.
뭐, 뭐 왜요, 왜요? 뭐, 뭐, 뭐요? 뭐요? 내가 뭐 남자한테 바람 맞아가지고 속상해서 혼자 이러고 있는 걸까봐요? 아닌데? 저기요, 이거 같은 걸로 한 잔만 더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거 지금 저한테 작업 거시는 거예요? 빨리 드시고 가라고요.
조용히 마시고 싶으니까. 와. 여기 있습니다. 차은상에게 전화 드리겠습니다.
혹시 작업 중이시면 어, 어. 와. 이번 리뉴얼에서는 소비자 접점 전반에 걸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새 패키지 디자인은 선물용 소포장 패키지 외에도 홈페이지 구매 창과 SNS 선물하기에도 적용할 예정입니다. 특히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은 젊은 구매층을 늘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SNS 광고, 기프티콘 선물하기 뭐 이런 것도 많지만 나 서울 아시아 반잔 쪼까 해온 게 있어서 사돈댁에 들렀다 갈게. 사돈댁? 브랜드의 친밀도는 물론 온라인 채널 내에서의 주목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왜 안 받냐. 안녕하세요. 아... 이거 세면 안 되는데.
무슨 일 있어요? 곧 발표할 순서인데. 엄마가 지금 서울에 왔대요. 김무준의 집으로 가고 있다고.
아... 아직 모르신다고 했죠? 대표님, 지금 들어가셔야 되는데. 아, 갈게요. 그럼 우주 씨 주소 저한테 톡으로 보내요.
제가 먼저 가서 어머님 못 만나게 할 테니까 메리 씨는 발표하고요. 걱정 말아요. 그래도... 아, 어서요.
고마워요.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파혼이요? 파혼이요? 이 집안 어지간히 콩가루네.
따님이랑 커뮤니케이션 안 하세요? 결혼 깨진 지가 언젠데. 아, 깨... 깨지다뇨. 지는 처음 듣는 얘긴데.
궁금하심 따님한테 직접 들으세요. 저희는 더 할 얘기 없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아유, 우주 아버님 어찌하이라세요. 그 시기 둘이 조카 싸웠나 본디. 결혼 앞두고 많이 싸우고 그러잖아요.
메리가 잘못한 게 있으면 지가 따끔하니 혼을 내겄습니다. 아니, 결혼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냥. 우주 어머니도 화 푸시고 요거, 요거.
좋아하시는 밑반찬 쪼까 해왔으라. 파김치. 자자.
뭘 이런 걸 다... 그래도 기왕 해오신 건데. 잠시 후 목적지가 있습니다. 이보세요, 메리 어머니.
딱해서 한 말씀 드립니다. 둘이 그냥 싸운 게 아니고요. 쫑났습니다.
따님 성격 잘 아시죠? 싸납고 못 해먹은 거. 어느 남자가 감당을 하겠어요. 제 앞에서도 그냥 눈 똑바로 뜨고 파락파락 되돌던데. 가정 교육으로 어떻게 받았는지.
저희 집안에 들였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천초상이 도왔다 싶네요. 할렐루야.
아무튼 양심 있으시면 뭐 성격 고치기 전까지 시집 보내지 마세요. 남의 집 귀한 아들 신세 망치지 말고 다신 얼신도 말고요. 아이 참, 그 무엇인가 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오메, 오메, 오메. 우주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왜 이러세요, 구질구질하게.
오메, 오메, 오메. 오메. 짜증나.
내 파김치. 죄송해요. 아이고, 이거 어쩔까.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아이고, 두시오. 아이고, 제가 할란게. 괜찮아요.
미안해서 어쩔까, 이거. 냄새 나, 냄새. 냄새 나. 감사합니다.
메리 씨 어머님이시죠? 누구? 우리 메리네 회사랑 같이 일하신다고요? 아, 예. 메리 씨가 급한 일이 생겨서 저한테 부탁했어요. 터미널까지 모셔다드리라고. 근데 말씀 낮추세요.
그래도 팀장님인데. 메리 씨는 대표님인걸요? 응? 그런가? 메리가 일은 잘해요? 그럼요. 지금도 메리 씨 빠지면 안 돼서 제가 대신 온 거예요.
지금 회장님 앞에서 중요한 발표하고 있거든요. 아이고. 메리가 발표는 또 야물딱지게 하는디 걔가 어릴 적부터 솔찬히 당차고 씩씩했어요.
그림도 잘 그리고 도지사 상도 타고 미화부장 같은 것은 그냥 맡아놓고 했지. 자랑스러우셨겠어요. 암만요.
그시기, 그 아까 들었을란 걸 모르겠는데 우리 메리가 겉보기에는 까칠해 보여도 속은 안 그래요.
천상 여자제. 아, 지가 좋아하면 그냥 다 퍼주는 스타일인데.
지 아버지 돌아가시고 쭉 가장으로 살다보닛께 지가 벌어서 대학도 댕기고 타지 생활도 하고.
그런 게 드세 보이는 건데. 아 그럼 이거 사람들이 오해할까 걱정이네. 오해하지 않습니다.
메리 씨, 사람들이 다 좋아해요. 성격도 밝고 일도 잘해서.
아하하. 걔가 천성이 부지런하고 밝아. 걔 짜단했을 때 으짠일이 있었는지 아요?
아범아, 내가 이거 초면이니까 그니까 얘기 좀 들어볼라요? 아이, 그럼요.
걔가 어렸을 적에 걔가 그때 키가 100이 안됐어, 99.
그날 내가 몸살이 나가지고 이렇게 누워 자고 있는데 지가 아버지는 택시 산 지 얼마 안돼갖고 뒷정리 좀 해볼께요.
얼른 가세요. 아유, 오긴 무엇을 와. 나 시방 갈라는데. 에?
아, 이제 우주네? 사부님 못 만나시야? 집에 없더라고. 연락도 안 되길래 그냥 와봤어.
그런 게 뭐든지 우고그려. 다음부턴 연락은 꼭 하고 와, 알았어?
누구? 팀장. 팀장님이 여기까지 데려다주셨다. 나중에 인사 쪼까 해라.
그래 그래. 들어가 들어가. 이거 바로 타시면 됩니다.
아이고, 나가서 해도 되는데. 미안하구려. 아니에요. 메리 씨가 부탁한 거예요.
그럼. 근데 오늘 일 메리한테는 말하지 마셔.
말 안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건디. 이미 엎어진 거 다 그쳐서 못 얻겠어요.
지 속이 더 지옥일 텐데. 네. 응. 진짜 갈수록 갔네.
언제 여수 오면 와요. 어? 내가 맛난 거 사줄테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