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uld You Marry Me" Drama Transcript: Ep5 (Full, Korean)

네, 찾았어요? 나야. 잘 지냈어? 나 돌아왔거든. 지금 서울에 있어? 서울이야. 

공항 도착하자마자... 여보세요? 그래, 너도 자존심이 있겠지. 한 번은 침대로. 아니, 연락하지 말라고 할 땐 언제고.

전화 왜 했지? 내일? 알고 온 건가? 네? 아, 찾았어요. 여기 문틈에 있더라고요. 아, 다행이네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찾으러 갈게요. 어차피 회의도 있잖아요.

아, 그리고 김호주한테 연락 온 거 말해야 하나? 왜요? 뭐 더 할 말 있어요? 아니에요. 내일 봬요. 괜히 신경 쓰이게 할 필요 없지.

안 그래도 미안한데. 아직 안 주무세요? 응. 잠이 안 와서. 넌 어디 갔다 와? 차 거예요.

일은 할 말 하냐? 뭐 일을 재미로 하나요. 그냥 하는 거지. 어쭈? 저 완전 요즘에 워크홀릭이에요.

월화별도 없고 회사에 올인하고 있구만. 아, 할머님도 이제 나랑 고모부 있으니까 좀 마음 편히 여행도 가시고 연애도 하시고 좀 인생 좀 재밌게 사세요. 연애는 무슨.

이딴 남편도 내다 버릴 판에. 늙어서 얼굴에 꼽힌 여자들 봐라. 다 남편이 일찍 죽었어.

남편이 있는 애들만 시름시름 죽상이야. 너야말로 좋은 배풀이 있으면 얼른 데려와. 명순당 안주인 되게 부족하지 않은 사람으로.

결혼 잘하는 것도 네 의무다. 알겠어요. 허투루 듣지 말고.

다들 너 지켜보고 있어. 넌 네 애비 몫까지 해야 하는 거 잊지 마. 그래야 네 할아버지도 하늘에서 노예 온 포실 거다. 무슨 말인지 알지? 알지. 

잘할게요. 들어가자. 네. 일찍 출근하시네요.

안녕하세요. 남편분께서 벌써 출근하셨나 봐요. 주차장이 차가 안 보이던데.

어제 야근했어요. 요즘 엄청 바쁜가 봐요. 정류장 가시는 길이면 태워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제가 출근길에 걸으면서 사색하는 거 좋아해서요. 언제 조식이나 같이 드시죠? 단지 내 카페테리아에 조식 서비스 되는 거 아시죠? 네. 좋죠.

네. 그럼. 가시죠. 아주 이제 꼭두 새벽부터 출근해야겠네.

어서 오세요. 백상무님. 처음 뵙겠습니다.

보대백화점 백상현입니다. 오시느라고 고생하셨어요. 이쪽은 우리 장인사.

장항구입니다. 대표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앉으시죠.

우리 장인사가 대표님과 친분이 있다고. 경영대학원 동기입니다. 가끔 골프 라운딩도 하고.

저희 대표님께서 같이 오시려고 했는데 입원을 하시는 바람에 저만 왔습니다. 아이고. 어쩌다 입원을? 큰일은 아닙니다.

몸관리 잘하셔야지. 건강이 제일 큰 재산인데. 안 그래도 제가 연 입원한 김에 잘 먹고 잘 쉬라고 했습니다.

이따 상무님 편에 우리 명순당 고로케 좀 싸달라고 하던데요? 어머. 대표님께 드릴 건 특별히 맛있는 걸로 싸드려야겠네. 예. 그러겠습니다.

차 드세요. VVIP 패키지요? 예. 보대백화점에서 VVIP 고객들한테 보낼 창사 기념선물로 우리 한과 세트를 하기로 했대요. 보대에서요? 네. 저 지갑 받으러 가려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네. 오시면 연락 주세요.

예. 김우주입니다. 김팀장 지금 오라고 했습니다. 이왕 오신 김에 실무를 담당할 마케팅팀장과도 인사 나누시죠.

네. 알겠습니다. 오셨습니까? 들어가시죠. 혹시 아미 보대백화점에서 오셨다고? 백상현 상무님 오셨습니다.

백상현이요? 네. 잠시만요. 제가 지금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네? 네. 다시 오시죠. 네. 조퇴를 할까? 너무 깜짝인데.

웨그는 없었나? 네. 여보세요? 제가 장 트러블이 있어서 바로는 못 가겠고요. 예. 이사님께 말씀 좀 잘... 감사합니다. 동생으로 소문 나겠구만.

김팀장? 이사님. 못 보시고 가시나 했는데 잘 됐네요. 저희 이사님 저희 마케팅팀 김우주 팀장입니다.

인사드리지. 보대에서 오시는 백상무님이셔.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백상현입니다.

잘 됐네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럼 살펴가십시오.

배웅 잘 해드려. 아, 예. 여기서 근무하셨군요? 아, 예. 그... 불편하실까 봐 일부러 안은 채 안 했습니다. 외조업체와 일할 땐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소소한 인연 때문에 실수를 눈 감아주는 거. 저한테는 학연이나 취업이 취연 이웃 같은 사적인 영역은 안 통합니다. 그럼요. 요즘 어떤 세상인데 100% 동의합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그런 의미에서 저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될까요? 알고 있습니다. 보안 유지 맞죠? 당첨자가 감형으로 돼 있네요? 이 부부가 빚쟁이를 쫓아갈까 봐 사색이 돼서는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기사도 꼭 감형으로 내달라고. 예. 맞습니다. 제가 그... 빚을 갚아야 되는데 집을 받아도 남는 게 없어요.

야근하셨는데 말끔... 하시네요? 야... 야근... 어? 여보! 어? 여보! 상무님이 여길 어떻게... 일 때문에 오셨어. 일? 유메리 씨도 여기서 근무하시나요? 저는 직원은 아니고요. 지갑... 지갑 받으러 왔어요.

아! 이이가 제 지갑을 가져왔더라고요. 제 지갑... 원래 부부가 같이 살고 그러면 막 물건이 계속 바뀌고 그래요. 네 거, 내 거가 없어요 요즘에.

제가 오늘 아침 일찍에 너무 급하게 나왔나라 깜빡해가지고. 오늘 아침... 어제 아침이요. 자기야.

어제는 야근했잖아. 너무 바쁘니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고 그렇지? 어제, 어제. 제가 요즘에 너무 정신이 없어가지고.

정신이 없어요. 조용히 해.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 예.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안녕히 가세요. 집에 너무 간 것 같죠? 네. 네? 백상무님이랑 일을 같이 한다고요? 실물을 직접 보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최대한 조심해야죠. 저 오늘 아침에 마주쳤는데 우주 씨 찾더라고요.

제가 야근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둘러대긴 했는데 야근이요? 야근하셨는데 말끔하시네요? 그런 일이 있었으면 미리미리 연락을 해야죠. 나도 방어할 시간이 필요한데.

이렇게 만날 줄 몰랐죠. 앞으로 백상무 만나면 바로바로 연락해요. 아니다.

하루에 총 세 번 무조건 전화해요.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이요? 네. 실수를 안 하려면 서로 일과를 공유를 해야죠.

뭘 또 그렇게까지... 그냥 나이브한 생각 때문에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진 거라고요. 그리고 원래 신혼부부들은 하루에 열두 번도 연락하고 그래요. 근데 이게 지금 진짜 신혼은 아니잖아요.

과몰입... 네? 과몰입이요? 지금 내가 좋자고 이럽니까? 위험을 미리 방지하자 뭐 이런 거지? 나도 바쁜 사람입니다. 알죠. 알죠.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자기 전에 한 번 더. 총 네 번. 총 네 번 연락하고 자요. 네. 대표님 어디세요? 곧 회의 시작할 것 같은데? 어? 회의 시작한대요.

제가 먼저 갈게요. 팀장님은 조금만 이따 오세요. 같이 들어가면 좀 그러니까.

아, 네. 음. 김 맛있네. 어디서 났어? 야. 김은 내가 했어. 들기름, 참기름 섞어서 이모 카세 레시피 들어간 거야.

너 주려고. 그래? 제니 부모님은 만나봤어? 부모님은 왜 만나? 야. 홍콩 간 김에 인사드리지 그랬어. 야. 제니 우리한테도 빨리 인사시켜.

걔만 변하기 전에. 요 앞 대로베나 아이스크림 가게 자리 났는데 거 계약금 빨리 걸어둔단 말이야. 뭐? 나 혼자까지 가서 가게라도 자리게? 그래.

잘난 동생 덕 좀 보죠. 야. 밥먹자. 어디가.

야. 저렇게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뭐라고 하냐. 잠시만.

잠시만. 그니까 그 3613호 남자랑 결혼한다고? 응. 지방끼리 정한 거야. 어렸을 때부터.

아니 그 얘기를 왜 이제해. 결혼할 결혼할 남자 있단 말은 안 했잖아. 안 물어봤잖아.

자기야. 설마 질투하는 거야? 걱정마. 신랑 될 사람이 해외 출장이 엄청 많거든.

신랑 해외 가면 자기랑 있을 시간 많아. 제니야. 난 너 하나 보고 다 버렸어.

근데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그럼 어떡하라고? 아 어떡하긴 하나만 될게 아직. 하늘 아래 남편이 둘일 순 없어. 그 남자랑 나 둘 중에 누구야.

그러면 자기가 아웃이지. 먹어. 마셔.

맛있는데. 엘리자베스 어떡할 거야? 나 결혼 준비 바쁜데 친척 집에 좀 맡겨줄래? 주소 찍어줄게. 베리야.

응. 넌 내가 왜 좋아? 잘생겨서 흐흐흐흐흐흐 베리한테 내가 많이 놀렸는데 미안해 베리야. 식품 포장이라 방습이 중요하긴 한데 너무 뻣뻣하면 몹쓸한 느낌이 떨어져서 미안해. 이건 뭐예요? 페르그라백스? 아 그거 오스트리아 수입산인데 테스트용으로 좀 들여온 거야.

되게 부드럽다. 잘 받았지? 응. 안 그래도 앤디자인에서 코스메틱 사바리 박스를 뽑았는데 반응이 좋더라고. 사장님 이거 좀 남았어요? 얼마나 필요한데? 저희 저번에 했던 그 육포 세트 사이즈로 한 500개 정도? 어디 보자.

어 경아야 끝났냐? 아이고 다음 손님 들어오셔.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아따 그 놈의 지겨운 국방쌤이나 졸려 뒤지는 줄 알았어. 왜 뒤져볼지 그랬냐. 나 섭하다잉.

평냉? 오이 빼고잉? 버려. 이모님 예? 제가 아가씨들 미안한데 점심시간이라 저 합석 좀? 아니 저 손님 요, 요리 들어오셔. 어? 저는 메리 친구 박경아라고 해요.

아 그 얘기 많이 들었어요. 군대 간 친구 있다고. 넌 언제 또 내 얘기를 했니? 이 프로야 티나냐? 팀장님은 근데 여기 어떻게 아셨어요? 여기 원래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인데.

아 그 아는 사람 중에 하나가 제가 뉴욕에서 근무할 때 직장 상사였어요. 평양냉면 매니아 하셨는데 이 집 얘기 많이 들었어요. 드셔잉.

아 예. 닮았으라이 웃는 모습이 그 오빠도 눈이 겁나게 예뻤는디 아 누구 제 첫사랑이요. 아 하하 그러셨구나. 대구 오빠 아 두상도 팀장님처럼 작고 아담하게 삭발이 참말로 어울렸었죠.

아이씨 얘 첫사랑이 세련됐거든요. 아 그놈은 머리 깎고 절에 가불건 저는 머리 깎고 이때 부렀습니다. 아 여기서 이별의 잔을 나눴죠.

수육 소자 시켜놓고 아 상심이 크셨겠어요. 인생 뭐 그런거죠. 짭졸하니 아 원래 첫사랑은 적금 같은거야.

깨지려고 있는거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거니 생각해. 그것은 니 뒤통수 약이고 아 우리끼리 뒤통수라고 부르는 모습만 있어요. 얘 초딩 때 첫사랑.

아 그 명식이 명식이는 누구데? 같은 놈이요. 아 그래요? 아무튼 그 뒤통수한테 아끼는 인형까지 줬는디 아 이런 방법 고맙다는 말도 없이 까였어요. 인형이요? 응. 아 교통사고나서 바들바들 떨고있은게 안쓰러워서 줬다는데 야가 머슴한테 막 퍼주기 시작한게 따지고 보면 그때부터에요.

이 첫단추를 잘못 깨버렸어요. 별말을 다 하고 있네. 내일 먹을거야? 알았어요.

아 그 그래서 뒤통수 뒤통수가 예뻤어요. 장조영 두상이라고 하나? 암튼 그 한번 만져보고 싶은? 너 금지 그 뒤로 한 번도 못 봤냐? 요수바다 좁아서 오다가다 한 번은 마주칠 법도 하는디. 짝사람이 아닌가 그래? 진짜 기억 하나도 안 나요? 네. 진짜 잠깐 만났거든요.

근데 전 다시 만나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되게 잘생겼었거든요. 완전 내 스타일이었는데 아마 커서도 엄청 잘생겼을 거에요.

잘 먹었습니다. 반반은 제가 고향으로 한 번 쏠게요. 고향장은 기가 막힌 데 압니다.

그러시죠. 그리고 이것은 이게 뭐에요? 오전에 육군쌤이랑 끝나고 받은 기념품인디. 애프터 세이브 남자용 금비 줄 남자가 없어.

잘 쓰겠습니다. 이건 뭐에요? 그것은 네 거에요. 왜 짬철이 오냐? 그냥 받아요.

그거 깔고 앉지는 마세요. 택시 왔는데 얼른 타세요. 저희는 차 한 잔 하고 갈게요.

아 네. 그래 가시죠.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아따 아쉽어라. 왜 또 코를 흐려? 아 뭐 그럴 수도 있지.

우리끼리 뒤통수라고 부르는 모습만 있어요. 얘 초딩 때 첫사랑. 되게 잘생겼었거든요.

완전 내 스타일이었는데 아마 커서도 엄청 잘생겼을 거예요 별 이상 없네요. 원래도 없었지만 아니, 목이랑 어깨가 아직도 좀 뻐근해요 눈도 좀 침침하고 뇌 MRI 검사 요청합니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셔서 그래요 거북목에 실압조합 속도 쓰리고 소화도 계속 안되는데 이내시간 검사 요청합니다 수면으로 정상이네요. 원래 아픈데요, 거기 아니, 원래 아픈데를 아니, 선생님. 
환자가 아프다는데. 이야, 많이도 드셨네.

어묵에 오징어에 육포에. 매일 자극적인 야식 드시는데 정상인도 소화 안 돼요, 이러면.

심지어 신성한 병실에서 음주 또 하셨네요. 요새 잠이 안 와가지고.

술 마시면 되지, 뭐. 와인 좋아해요? 다음부터 이런 거 보시면 압수해 주세요.

네. 환자도 환자지만 사달란다고 쪼르르 사오는 사람도 노답이네요.

암튼 이번 주 안으로 퇴원하세요. 선생님. 이번 주?

원장 요청합니다. 환자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 이달 말까지 조용히 휴식이 필요합니다.

병원이 호텔입니까? 일주일 넘게 자빠져 계셨으면 퇴원하세요.

가뜩이나 병실도 부족하구먼. 이번 주 안으로 퇴원 처리하겠습니다. 나 분명히 얘기했어요.

야야, 놔둬. 쟤 완전 꼴통이야. 병원장 딸이라는데 말이 안 통해.

니 가서 병원장이랑 직접 얘기해. 꾀병도 정도껏 해야지. 꼴 보기 싫어.

새로 졸음 왔네. 얼굴 펴, 윤진경. 얼굴 펴.

야야, 윤진경. 진경아. 나 부탁 하나만 하자. 내가 오늘 당직인데.

존경하는 선배님, 선배님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하겠지만 저 오늘은 못 바꿔줘요.

저 오늘 일생일대 중요한 약속이 있거든요. 죄송합니다.

야야야, 진경아. 야, 진경아. 야, 윤진경. 죄송합니다.

오빠 오늘 선 보고 왔어? 오늘 힘 좀 줬는데. 선은 무슨.

식당에 대한 예의지. 그러게 누가 이렇게 좋은 데로 예약하래? 부담스럽게.

할머니가 예약해 주셨어. 할머니가 너 맛있는 거 많이 사주래.

윤 원장님 안 계실 때 너가 왕진도 가줬다며. 할머니가 예약하신 거였어?

뭐, 분위기 좋네. 야, 뭐 먹을래?

너 그 아이돌 연습생 할 때 차이고 눈물 콧물 내 옷에 다 묻혀가면서 대성통곡 했었잖아. 그거 진짜 비싼 거였는데.

잠깐 만난 거야. 한 달도 안 돼. 다 어릴 때 철없던 얘기다.

어리긴 23살 때인데. 그 이후에는 아이스하키 선수.

걔는 걘 내가 찼거든. 암튼 미국까지 와가지고 울고불고.

야, 내가 너 하소연 들어주느라 기말고사도 다 망쳤었어.

우리 서로 흑역사는 덮어주는 거로 하지. 나도 오빠 전여친, 전전여친 다 알거든?

오빠 열받게 할 때마다 나 찾아와가지고 다 일러줬어. 뭐라는데?

뭘 물어봐. 예상했으면서. 김우주 이 새끼 지밖에 모르는 아주 이기적인 새끼, 나쁜 새끼.

암튼 오빠는 선 시장에서 이미 아웃이야. 할머니도 알고 계실 걸?

그래서 오빠한테 선보라고 안 하시는 거야? 큰일 났다. 이런 어쩌냐.

그래서 내가 한 번 생각을 해봤거든? 오빠를 구제해 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지. 원래 인연은 가까운 데 있는 법이니까.

이런 말 오빠가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데 잘 들어. 사실 나...

진경아. 어? 너 혹시 내 뒤통수 보고 있었어? 어? 어... 왜?

아니, 누가 갑자기 내 뒤통수가 이쁘다길래. 누가? 여자가?

응. 아니, 엄청 오래전에 봤는데 아직도 기억이 난대.

그래서 기분이 그렇게 좋았구나. 뒤통수 칭찬 들어서. 내가 언제?

아니야, 오빠 오늘 좀 들떠있는 느낌이야. 기회 가다가 첫사랑이라도 만났냐?

나 돗자리 깔아라. 진짜 만났어? 어, 나 실은 그 애 만났어.

키링 주인? 어? 살아 있었어? 한국에? 어.

어디서 봤는데? 연락이 온 거야? 그런 건 아니고 유메리 씨 알지?

유메리? 그 선인장? 그 여자라고? 어. 와. 와, 나 지금 소름 돋는 것 봐.

아니, 어떻게 안 거야? 그 여자도 오빠 누군지 알아?

아니, 메리 씨는 아직 몰라. 나만 알아. 신기하긴 하다.

그러게. 야, 어떻게 또 이렇게 만나냐.

근데 나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그동안 왜 안 찾은 거야? 한 번쯤 찾아볼 수도 있었잖아.

아, 찾아보긴 했었지. 목격자 진술서에 있던 택시 기사 집 주소야.

가족들이 지금도 거기 사는지는 모르겠다. 택시 기사는 사고 보름 후에 추가 진술하러 오다 사고로 사망했어.

아니, 그러는데 한 번 신고했으면 됐지. 무엇이 있다고 경찰서로 또 가.

무엇이 생각나는 게 있으니까 갔겠지. 그런다고 뭐 그쪽에서 고맙다고 하겠니. 이미 죽어버렸는디.

괜히 그러다 네 아버지만 사고 난 거 아니여. 경찰서만 안 갔어도야.

사실 만나기 두려웠어. 날 원망하고 있을까 봐.

그래서 지금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지 마. 아니, 안 하는 게 낫지. 오빠 때문에 메리 씨 아버님이 사고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그렇겠지. 어. 메리 씨 생각도 해야지.

죄송합니다. 경품 행사의 사회 공헌 취지를 설명한 인터뷰였는데 기자가 상의 없이 다른 내용을 썼습니다.

괜찮아. 너도 인터뷰 한 번 해야지. 그거 이어간 김에 이번 보태 펠리스 행사 계획도 니가 한 거고.

백화점 매출 350% 상승도 니가 이뤄낸 거고.

아, 나 작년에 받은 젊은 경영자상 그것도 사실은 니가 로비해서 나 타게 준 거라고.

그냥 싹 다 불지 그랬어. 죄송합니다.

이 자식, 뭐 맨날 죄송한데. 우리 상현이 열심히 일하니까 내가 보너스 줘야겠다. 자. 아, 괜찮으려나 봐. 이리 오라고.

야, 근데 상현아. 너 그거 알지. 니가 아무리 용을 써도 내가 될 수 없는 거.

마, 중학교 땐가 니가 나 대신 맞아줘가지고 우리 친구 먹었잖아. 니가 내 친구라니까.

오라버니가 유학도 보내주고 상무 자리도 앉혀준 건데.

가끔 보면 니가 뭔가 이렇게 좀 착각을 하고 있는 거 같아.

하긴 우리 집 시추도 애 엄마가 밥 잘 먹여주고 목욕 시켜주고 하니까 지가 사람인 줄 안다더라.

그걸 왜 사려나 사 먹어. 명심하겠습니다.

그냥 당직이나 할걸. 비싼 밥 먹고 체하겠네.

하지 마. 아니, 안 하는 게 낫지. 오빠 때문에 자기 아버지가 사고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못났다, 윤진경. 우주 오빠 상처받을 거 알면서 그런 얘기 왜 했어.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아, 아니, 우리 엄마는 무슨 얘기가 저렇게 길까. 아, 배고파 죽겠는데.

우리 아침 메뉴는 뭘까. 외삼촌도 좀 지겨워졌다고. 우리가 해석할 필요가 있어.

가끔은 저기 돈가스 같은 것도 좋잖아. 무슨 돈가스야, 아침부터!

아니, 우지가 좋아하잖아. 아니, 오늘 우지 생일이야.

아니,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고모가 그것도 몰라, 왜?

쟤 내내 외국에 있었잖아. 그렇게 사람이 살다 보면 까먹을 수도 있는 거지, 뭘.

아휴, 그러고 보면 우지도 애가 참 불쌍한 놈이야.

지 생일에 부모님 돌아가셔가지고 생일 파티 한 번 못 해보고, 그렇지?

집안에서 안 쫓겨난 게 어디야? 네 외삼촌 누구 때문에 저렇게 됐는데?

우지 때문에... 여보! 그래, 뭐 그것도 좀 지분이...

아니, 인기척을 좀 하든가. 어, 왜 이렇게 쌀쌀해? 나, 나 먼저 차에 좀 가 있어야겠다.

응. 어디... 아, 난 왜 이렇게 더운 거야. 같이 가!

우지야. 아버지한테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면 해. 이제 가면 못 보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 죄송해요. 나 때문에...

우지야, 아직도 화났어? 그러니까, 왜 내 생일 선물을 은수 형한테 주냐고.

진짜, 저 꼰대 형아가 갖고 싶어 하잖아.

야, 우지 생일 축하한다고 고모네 가족들 다 왔는데 그거 하나 못 줘?

아빠가 메칸더 식스 다시 사줄 테니까 화 풀어, 응? 싫어!

은수 형이 가져간 거 도로 다 주고 은수 형 사줘. 맨날 내 거 뺏어간단 말이야.

숨 쉴 구럭, 뚱때지! 우지,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형아한테?

얼른 취소해. 안 그러면 아빠 화낸다. 얼른 취소 안 해?

우지 착하지? 아빠 말씀 들어야지, 어서. 진짜 안 할 거야?

그러면 아빠가 로봇도 안 사줄 건데. 여보! 여보!

그러니까, 네가 말을 시키는 바람에 애비가 사고가 났다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여보. 우지 너 때문에 애비가 죽었단 말이야?

엄마 알았어요. 그럼 엄마 식사는 실장님이 좀 알아서 잘 챙겨드리세요. 네.

할머니 밥 안 드신데? 속이 안 좋으시대.

어디 밥이 들어가시겠니? 오늘만큼은 엄마도 살아남은 손자보다 아들 생각이 더 클 텐데.

하긴 할머니 재산 내내 우지한테 시선도 안 주시더라.

할아버지가 우지 미국으로 내쫓았을 때도 그냥 우지만 챙기셨는데, 그치?

밥은 우리끼리 먹어야겠다. 뭐 먹지? 마라탕은 어떨까?

근처 맛집 내가 알아봤는데. 두부 전골 먹어. 물어보기는 왜 물어보는 거야?

앞으로 물어보지 마. 알았어. 당신도 괜찮지? 어, 그래.

어? 꽃 붙네? 깔고 앉지 마세요. 아, 네.

그게 무슨 소리야? 여보. 우주 너 때문에 애비가 죽었단 말이야?

집안에서 안 쫓겨난 게 어디야? 네 외삼촌 누구 때문에 저렇게 됐는데? 우주 때문에. 여보.

이거 꽃이 피는 선인장인가봐요. 근데 오늘 생일이에요? 생일인 줄 몰랐어요. 어떤 케이크 좋아하세요? 쿠폰 보내줄게요.

뇌물 아닌데 생일 축하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요. 그럼 밥이나 사줄래요? 배고픈데. 집에서 먹는 건 있대요? 플러팅 같나? 휴일에 식당에서 혹시라도 회사 사람 만나면 우주씨 입장... 지금 가요.

그래. 오늘 일요일이라서 식당 문도 별로 안 열었을 거고. 저번에 냉면도 얻어먹었고.

맨날 신세지는데 밥 한 번 할 수 있지. 해줄 수 있지. 집에 뭐 있지? 야, 멍커! 자작할 때까지만 넣으라니까.

물은 이렇게 조금씩 더 넣어야 국물이 맛나지. 그래. 이만치? 응. 인정.

그리고 낙지는 맨 나중에 넣어야 된다잉. 그러면 질겨. 알았어.

아니, 근데 갑자기 웬 낙지 비엿국이래? 간만에 집밥 줄까 해먹으려고 그러지. 집밥? 그러면 족이랑 육전도 좀 끊어먹지? 안 그래도 녹이고 있어. 응. 누구 오냐? 누가 와? 아니요. 

나 먹으려고 그러는 거야. 그 많은 걸 혼자서 먹어야? 응. 냉동실도 조금 비워야 하고. 아이, 그려.

저기 그럼 이왕이면 그릇도 좀 예쁜 걸로 담아먹자. 너 신혼 살림으로 마련한 거 있잖아. 그러지. 

그것이 있었지. 나 혼자 먹는데 모자로 그렇게까지요? 아, 응. 끊어. 나 정신없은 게. 아따, 가시네.

아, 귀찮다고 누룽지도 안 끓여먹는 것이 그냥 환상을 찾네잉. 아니, 근데 누가 오는데 말을 안 해줄까잉? 뭐 심한가? 그러면 좋고. 아따, 갈매기야. 

그때 그 팀장님 같은 사람이면은 그냥 딱 좋겠구만. 갈매기야. 생일이기도 하고 그동안 고마운 것도 많아서.

여기 앉으세요. 이거 밥 메리씨가 준비한 거예요? 아, 네. 뭐, 그냥 팔소이 먹던 대로 한 거예요. 냉장고도 비울 겸 그냥 있는 거 꺼내서 데우고 하면 돼가지고 뭐 어려운 거 없어요. 

쉬워요. 배고프죠? 얼른 먹을까요? 아, 예. 어때요? 아, 저희 집에서는 그 손님 오면 미역국에 낙지를 넣었거든요. 보양식으로 되게 좋아요.

아, 그래서 이런 맛이 났구나. 맛이 훨씬 깊죠? 아, 예. 혹시나 하는데 미역국에 간은 더하면 안 된다잉? 낙지가 짜. 빨리도 말해준다. 짜네요. 

아, 예. 그 마지막에 간을 한 번 더 봤어야 되는데. 아, 괜찮아요. 지금 맞추면 되죠.

아, 네. 맛있어요. 미역국은 집에서도 많이 먹었죠. 그만 드세요. 

딴 거 여기 잡채 괜찮을 거예요. 갈비찜 엄청 맛있거든요. 고기도 드세요.

메리씨 나한테 왜 그래요? 예? 왜 메리씨가 챙겨줘요? 가족들도 안 챙기는 내 생일을. 아, 몰랐어요. 그런 줄. 와, 미역국 진짜 오랜만에 먹는다. 

한 여덟 살 땐가? 그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왠지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제 생일날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든요. 

저 때문에. 그래서 미역국 대신 밥만 왕창 먹었어요. 밥 많이 먹으면 졸리고, 졸리면 자고, 자고 일어나면 날이 바뀌었으니까.

그렇게 그 날을 지웠어요. 그래서 생일을 손가락 기다리는 사람들 보면 좀 낯설어요. 누군가 축하해줘도 좀 어색하고. 

그래도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잘했어요. 그냥 자버린 거 잘했어요. 

그거 365일이나 되는데 하루 정도 그냥 지워버리면 어때요? 원래 힘들 때는 냅다 도망치는 게 짱이에요. 우리 밥 많이 먹고 힘이나 모아요. 네. 잘 먹겠습니다.

좀 쪘잖아요. 메리 씨. 응? 여기. 아니요.

언제 묻었지? 어? 쌍무지개다. 우주 씨. 빨리요. 빨리 소원 빌어요. 

빨리. 몰라요? 소원성취 삼성세트? 첫눈 올 때, 터널 지나면서 숨 참을 때, 쌍무지개 뜰 때. 소원 빌면 이뤄지잖아요. 누가 그래요. 

그런 거 누가 믿는다고. 뭐 빌었어요? 메리 씨는요? 다 잘되게 해달라고요. 나 돈도 많이 벌고, 우리 엄마도 안 아프고, 나 일도 잘하고, 이 집도 안 들키고.

이야, 욕심이 많으시네. 우주 씨는요? 뭐예요? 말 안 했어요? 아, 생각 안 나요. 생각이 안 나요? 말해줘요. 

궁금한데. 아, 기억 안 나요. 아니, 말해주기로 했잖아요.

내가 언제요? 안 속네. 아, 찢어 빠지자고 하면 말해줬는데. 아, 몰라요.

그럼 먹은 거 다 토해내요. 그 짧은 순간, 나는 빌었다. 막다른 골목마다 나의 비상구가 되어준 이 여자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오케이, 오케이. 그러면 잡으면 말해주기. 너여야 하는 이유를 새다보니 백 가지가 넘어선 아무렇지도 않게 너의 미소를 바라만 보는 중 오뚝뚝하던 말투, 비겁했던 물건들처럼 부드럽지 못했던 내가 너로 인해 변할 수 있다는 게 난 아무래도 너여야 하는 내, 제가 너여야 하는 내, 너여야 하는 내 그동안 내가 바라왔던 걸 김우주 홍콩에 있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뭐 알고 온 거 아니겠죠? 뭐 아무튼 그날 고마웠습니다.

나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랑 있고 싶어. 이게 뭐야? 저희 어떡하죠? 우리가 가죠. 여태 펠리스 사는데 일 있어서 갔다가 너랑 똑같은 사람을 봤지 뭐냐.

잘못 봤나 봐. 그럼 어디서 잘래요? 아, 저 방. 저 여기서 잘게요. 지금이라도 당장 손 떼. 할머니 아시면 어떡하려고. 오빠 이러는 거 사기 공범이야.

그동안 재밌었냐? 가짜 신혼부부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