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냥 가면 제 눈 돌아서 사고칠 것 같았어요. 어떻게든 집주인 누군지 알아낼 것 같았다고요. 그리고 아무리 더럽게 끝났어도 사람이 눈앞에서 다치니까 아니 근데 저번에 우주씨 여차하면 김우주랑 손잡으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죠.
내가 그랬죠. 근데 왜 이래요? 아니 왜 이렇게 화를 내가 내가 메리씨 좋아하나 보죠? 다른 남자랑 있는 게 싫다고요. 왜요? 예? 아니 사람 좋아한다는데 뭐 이를 대래요? 왜 저를? 저는 법적으로 이였냐고 그럼 좋아하면 안돼요? 우주씨 집에서 싫어할 게 뻔한데 아니 연애를 우리 집이랑 합니까? 나랑 하는 거지? 그래도 메리씨는요? 예? 내가 좋아해서 싫어요?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면 연아랑 결혼이랑 따로따로가 안되거든요? 근데 결혼은 현실이고 현실은 또 돈이고 돈은 좀 모았어요? 아니 옷차림만 봐도 알뜰형은 아닐 것 같긴 한데 예? 아 이거 저 오늘 메리씨랑 밥 먹는다고 해서 이렇게 입은 거고 저 평소에 옷 그렇게 많이 안 삽니다.
아 저랑 밥 그렇구나. 그럼 집은요? 할머니 집이요. 아 같이 아 독립원에요? 가능합니다.
에? 아니요 아니요 청약은 되게 중요한데 청약은 들었어요? 그건 제가 해외에 있어서 아 들면 되죠 혹시 뭐 제가 지금 메리씨 당첨된 집에 같이 살자고 그럴까봐 그러는 거예요? 같이 맞네 아니 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런 거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좀 그렇긴 한데 저 그렇게 못 살지는 않아요. 저 연봉도 나쁘지 않고요.
아니, 메리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왜요?
아니, 저는 너무 이게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으니까 당황해서.
메리 씨 지금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에요? 누가 뭐 당장 결혼하재요?
나도 오늘 생각지 못하게 갑자기 고백했고. 나도 되게 당황스럽고.
야, 이거 뭐 무서워서 하는 말은 못 하겠네. 저희 그냥 오늘 있었던 일 없던 걸로 합시다. 에?
또? 아니, 이걸 어떻게 안 들은 걸로 해요?
아니, 오늘은 제가 너무 당황해서 이게 밤새가지고. 아니, 괜찮아 괜찮아. 안 들은 걸로 합시다.
아니, 거절하는 게. 아니, 화났어요? 에?
아니, 화 안 난 거예요. 어딜 간 거야, 둘이.
메리야. 메리야. 왜 나왔어? 왜 나왔긴.
너 찾으러 다녔지. 너 환자 두고 어딜 갔다 오는 거야?
당신은 뭔데? 메리 씨 지인입니다. 지인?
내가 당신 누군지 모를 줄 알아? 네, 맞아요. 제가 집주인이에요.
뭐, 집 관리인도 필요했고 겸사겸사 부탁 좀 했습니다. 관리인?
야, 수작 지린다. 집 빌려준다는 핑계로 개수작 꾸리려고?
너 말 조심해. 거래처 팀장님이셔. 나 상황 안 좋으니까 도와주시는 거야.
오, 팀장님. 그 팀장님이 오지랖도 넓으시네.
거래처 사람까지 챙기고. 칭찬 감사합니다. 이왕 오지랖 부린 거 좀 더 부려보죠 뭐.
야야야, 울지 마. 나 환자야. 아, 울지 마. 놔 놔 놔.
이거 돋보여줘. 조용히 좀 해. 아, 진짜.
대표님, 바로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저번에 카페 로고 디자인 나온 거 컴플레인 들어왔어요.
메리 씨는 이제 들어가 보세요. 나머지 간병은 제가 할게요.
어떻게 그래요? 아니에요. 송일 씨가 급하게 찾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게 제가 더 편해서 그래요.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가족들 금방 올 거예요. 네.
메리 어디 가. 나 환자야. 이 사람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고.
나보다 훨씬 안전할 거야. 걱정하지 마. 팀장님. 감사해요. 들어가세요.
오, 메리야. 메리야. 놔 놔. 안 놔? 메리야, 시끄러.
전사는요? 조용히 해.
남편 유품 정리를 하다가 서랍 깊숙한 곳에 있던 건데.
아무래도 중요한 서류 같아서요. 고 보장이 집에까지 가져가서 정리한 걸 보면.
회사 내부 사람이 연관됐을 수 있어. 조용히 알아보게. 네, 알겠습니다.
텍사스 공장 인허가 사항입니다. 시공은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 중입니다.
연말 안에 준공을 마치면 시범 가동 기간에 7개 라인을 가동해 점검할 예정입니다.
현지 채용한 직원들 숙소는 다음 달 안으로 오픈할 거고요.
시범 가동 기간 넉넉히 잡고 조류장들과 직원들 교육 철저히 해.
미국 칼초 호텔이면 전 세계 탑 클래스 호텔인데.
그런데 납품하면서 작은 실수라도 하면 안 돼. 네, 알겠습니다.
칼초 호텔 데뷔 대상 미팅 몇 시지? 곧 출발하시면 됩니다.
미국 공장은 지난달에 장 회사님 안내로 둘러봤습니다.
네. 그 정도 규모면 한 번에 저희 칼초 호텔 PPO에 납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 320개.
북미 지역 칼초 호텔에 저희 한과 장인들을 다 파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왕 하는 거 무리해서 미국에 공장을 지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투자회사에서 거액의 투자를 받으셨다고요.
미국 최고급 호텔에 선보이는 한과 디저트인데 명순당 명성에 걸맞는 최상급 품질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80년 전통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네요.
저희 호텔 납품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 명순당이 많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드세요. 네. 전 데이비드 이사와 세부 상황 좀 협의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수고하게.
그럼 설마 칼체 확인하는 건 아니겠죠? 저 거기 관둔 지 꽤 됐어요.
걱정 마. 그거 확인 내가 하는 거니까. 예.
저야 뭐 형님만 트러스트하고 가는 거니까. 아, 근데 주의 컨설팅 정리하라고 하셨다면서요?
아직도 쓸모가 있지 않아요? 그 정도 하면 됐어.
자넨 또 바로 출국해. 괜히 눈에 띄지 말고. 네.
아, 유리야. 받아라. 환자한테 빵 조각을 주냐? 그 신 먹지 마.
나도 당신한테 식사까지 챙기는 거 느끼지 않아? 음 음.
당신 이름도 우주야? 메리가 그렇게 부르던데. 응.
유감스럽게도 내가 더 유감스럽거든? 당신 나랑 메리가 어디서 만나?
메리가 어떤 사이인지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 식만 안 흘렸지 결혼한 거나 마찬가지야.
5년이나 사귀었다고. 메리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럼 넌 그런 여자를 두고 바람을 피운 거야? 야, 완전 쓰레기네. 쓰레기?
바람 아니고 잠깐의 혼란. 결혼을 앞둔 남자의 일시적 방황. 너도 남자니까 알 거 아니야.
난 모르지. 결혼을 앞둔 남자의 책임감이라면 모를까?
네가 아무리 애써도 나 못 이겨. 왜 줄 알아? 메리는 얼굴 본다 얼빠야?
야, 입이나 닦고 얘기해. 쓸데없이 친절해.
메리 씨는요? 네? 내가 좋아해서 싫어요?
갑자기 손을 그렇게 어? 잡으니까 사람이 고장 나지. 뭐라고 주저리주저리 된 거야 진짜.
김우주 씨 재우고 갑니다. 별일 없었으니까 걱정 말고 잘 자요.
고마워요. 우주 씨도 잘 자요. 다음부턴 우주 씨 신경 쓰이게 안 할게요. 네.
아주머니 치료는 잘 받고 계세요? 다행이네요.
그래도 당분간 러닝은 삼가셔야 할 거예요. 저녁 식사요? 이런가?
진짜 이게 뭐야. 야, 어디로 가야 돼? 아, 몰라 몰라.
일로 올라가. 아, 네. 말씀하세요. 선생님 주사 꼭 맞아야 되는 거죠? 네, 맞으셔야 돼요.
살살. 살살. 네, 알겠습니다. 살살 부탁드릴게요.
따끔합니다. 잘 참으셨어요. 여기 잡고 문질 문질 풀어드릴게요.
앞으로 조금만 더 잘하셨어요. 저 잠시만.
환자분이 냄새가 많이 나서 다른 분들한테 피해가 되는 것 같아요. 신경 좀 써주세요.
아, 네. 보라색 떡인 거야? 아, 언제 씻었어?
사람이 아플수록 깨끗이 씻어야 된다니까. 도대체 뭘 칭찬을 하시냐.
냄새 나 진짜. 냄새가 너무 많이 난대.
다른 환자들한테 민폐 좀 끼치지 말래. 뭐라는 거야.
냄새 난다고. 살살 해. 아, 나 기분 예민하단 말이야.
아, 그렇게 빡빡 문지르면 나 피부 달아오른다고. 야, 치워. 야, 치워.
우주 대새끼. 엄마 왔어. 우주 대새끼. 우주야, 엄마 왔어.
우주 대새끼. 우주 대새끼. 누가 이랬어? 누구야?
보호자분들 오셨으니까 저는 이만. 아, 저 새끼가 다 냄새가 났네.
좀 더, 더, 더, 더. 오케이, 스톱. 살짝 금방 끄라니까 다행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거야? 너 설마 메리 때문이냐? 너 그날 메리 만나러 갔었잖아. 그게 뭔 소리야? 메리한테 사과하러 간 거야. 엄마가 메리 어머니한테 소리 지르고 반찬 없고 그랬다며.
그럼. 우리 아들이 바람나서 죄송합니다. 뭐 그러냐? 그랬다가는 메리 엄마가 가만히 있었겠니? 전세금 날린 거 내놓으라고 난리쳤지.
내가 낑소리 못하게 기선제압한 거야. 알았어. 근데 네가 메리한테 왜 사과를 해? 너 설마 메리랑 다시 잘해보려고? 우주야.
너 똑바로 말 안 해? 제니는 어쩌고? 나 제니랑 깨졌어. 뭐? 어머머 세상에. 남의 남자를 꼬셔놓고 양다리를 걸쳐? 이런 천벌을 받을... 미안 미안.
조심하자. 엄마 말이 맞아. 나 천벌 받은 것 같아.
엄마. 나 메리 진짜 사랑했나 봐. 메리 없인 못 살 것 같아. 엄마.
엄마가 메리한테 가서 사과하고 메리 좀 데리고 오면 안 돼. 메리가 나 버리면 나도 막 죽어버릴 거야.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근무 중이에요.
어떻게 안 되겠니? 우주한테 들어보니까 너 때문에 다친 거나 마찬가지던데? 얘. 너 참 야박하다. 어? 그래도 한때 인연이 있던 사이인데 어쩜 이렇게 모른 척을 하니? 내 인연이 있어서 두 분 안 계신 동안 제가 있었고 할 도리는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악연이라고 다시는 엮이지 말자고 하셨잖아요.
이제 우주도 어머니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들었어? 네. 진작 깨졌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말을 못했어.
그러셨구나. 저 근데 지난번에 남자친구분한테 대표님 어디 있는지 말한 적이 있어요. 저 실수한 거죠? 아니야.
내가 말 안 했잖아. 앞으로는 연락 와도 받지 마. 더럽게 끝났어. 네. 여보세요? 메리 씨. 자, 출발합니다.
차 새로 뽑았어요? 지난번에 뽑았는데 이제 막 나왔어요. 메리 씨가 처음 타는 거예요. 차 되게 좋네요.
승차감도 좋고. 그쵸? 그... 앞으로 종종 데리러 올 거예요. 왜요? 그냥 더 잘해주고 싶어서요.
그런 말을 안 넘어갈 거예요? 네. 그럴 줄 알고 이거 뭐예요? 뭐 오다 주웠어요. 아니, 생일도 아닌데 꽃을 근데 얘 이름이 뭐예요? 하얗고 동글동글해가지고 꼭 손봉지같이 생겼던 그 이름이 폼폼꽃이라나? 뭐라나? 폼폼꽃이요? 꽃말도 있는데 기억이 안 나네. 쳐다보세요.
내 마음은 진심입니다. 네, 아주머니. 어디쯤이세요? 아... 진작 말씀하시지.
저 다른 날로 잡으면 되는데요. 아... 네, 알겠어요. 네. 아, 어떡하죠? 아주머니 오늘 못 오신대요.
급한 일 생기셨다고 제가 합석? 합석하는 줄 모르셨던 것 같은데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어어, 아니에요. 아주머니가 고맙다고 저희 둘한테 한턱 내시는 건데 같이 먹어야죠.
앉으세요. 아... 이 많은 걸 저 혼자 다 어떻게 먹어요. 앉아요, 앉아.
빨리 앉으세요. 상무님도 술 한잔 받으시죠. 자, 상무님 한잔.
저 한잔. 짠! 짠 하세요. 이게 확실히 비싼 술이라 향이 좋네.
와... 상무님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진짜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
나 상무님 궁금해가지고 인터뷰 기사 찾아왔잖아요. 어우... 아주 능력 빵빵한 분이시더만 보태 백화점 3년 연속 매출 신하에 최연수 상무 타이틀 이야... 거기다 인품도 훌륭하시고 칭찬인가요? 아니요. 역시 예리해.
사실 칭찬이 아니라 질문이 하고 싶었어요.
도철하는 나쁜 학생들 쫓아가서 혼쭐 내신 거 보면 어른으로서 정의감도 있으시고 옳고 그름도 분별하시는 분 같은데 왜 그렇게 사장님한테만 쩔쩔 매세요? 제가 알아보니까 그동안 우리 병원에서 사장님 법원 출소 기피용 허위 진단서 발급 상무님이 도맡아 하셨더라고요? 사장님도 진짜 너무하시네. 근데요 상무님 상무님 그렇게 능력 있으신데 자존심 안 상해요? 내가 너무 전곡을 찔렀나? 뭐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합니다. 세상엔 삼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삼루타를 친 줄 알고 사는 사람들이 있죠.
그게 자기 능력인 줄 알고 타인을 향해 비난도 쉽게 합니다. 얼마나 무능하길래 일루에서 허덕이냐고 선생님 같은 분이 가진 소신이나 자존심은 저같이 일루 가기도 벅찬 사람들에겐 가장 먼저 던져버려야 될 것들입니다. 저도 줄 거 있는데 저번에 그 병원에서 저 대신 김우주 봐줘가지고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어서 준비 조심히 가세요.
꽃 너무 고마워요. 아 잠시만 이게 아닌데 고마우면 라면이라도 먹고 가라던가 찬물이라도 아 저 뭐 보여줄 것도 있는데 뭐요? 이게 다 뭐예요? 사람의 미래를 보려면 과거를 보라는 말이 있죠.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일곱 살 때부터 용돈 기입장을 쭉 써왔던 사람입니다.
하루에 천원씩 적금 들어놓은 것도 있고 만기를 채운 통장도 수두룩해요. 세 살 벌을 여등까지 간다고 이렇게 성실한 저축 습관이 있는 사람은 태권도 하다 뒷발차기로 형아 코피를 터지게 했다. 이때부터 코피를 잘 터뜨렸구나.
우주 씨 형이 써요? 사촌 형이야.
일기를 보지 말고 밑에를 보라고요. 오늘의 수입, 오늘의 지출, 저축.
알았어 알았어. 모은 돈은 유학하면서 다 쓰긴 썼지만.
그래도 이 정도 성실한 저축 습관이 있으면 어느 정도 경제 개념도 있을 거고.
저희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저한테 남겨주신 유산이 조금.
근데 미소는 누구 돼? 미소는 잘 살고 있을까?
한국에 가면 미소에게 고맙다는 말을. 보라는 건 안 보고 왜 자꾸 이상한 걸 봐요?
아니 보이는데 어떡해요? 미소가 누군데요? 이름 자꾸 나오는데.
좋아했던 여자애죠? 아니에요? 맞네. 또 나올 거 같은데.
이리 줘요, 좀 보자요. 남의 일기 함부로 보는 거 아니에요.
저녁을 안 먹었더니 치즈 맛이 들어간다. 감사합니다.
음, 맛있어. 진짜요? 쌀떡이네요. 나 쌀떡 완전 좋아하는데. 맛있어요.
저 이거 먹을래. 음, 이 맛도 맛있다. 아, 이거 완전 맥주 한 잔.
약해요, 우주 씨. 어렸을 때 엄청 귀여웠을 거 같아요.
그랬나? 뭐 어렸을 땐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빨리 철들었죠.
어릴 때 꿈은 뭐였어요? 얼핏 보니까 뭐 바둑기사 얘기 있던데.
뭐 아홉 살 땐 그랬었죠. 근데 그 이후로 뭐 파일럿, 경찰관, 바둑기사.
뭐 좋아 보이는 거 다 해보고 싶었어요. 욕심 꾸러기였네.
그 미소는 좋아했던 애 맞죠? 왜요? 신경 쓰여요? 아니요.
아니, 뭐 첫사랑 없다더니. 이름이 뭐 한두 번 나왔어야지. 세계 사랑인 줄.
미소 이름 아닌데. 아, 내 입으로 얘기하긴 좀 부끄러운데. 비웃지 마요.
미지의 소녀. 줄여서 미소. 너무 웃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근데 이름도 모르는 사람한테 뭐가 고마운데요? 왜요? 말해줘요.
왜 이래요? 뭐가요? 나 진짜 살쪘는데.
나 날아가요, 이러다가. 괜찮아요? 괜찮아요? 네.
대리 불렀어요. 차, 저기 주차장 있죠? 네.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근데 진짜 객관적으로 말해주셔야 돼요.
왜냐면 제 주변은 다 안 객관적이거든요. 제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나요?
아니, 솔직히 말해주세요. 진짜 객관적으로. 뭐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 정도? 아, 제가 그 정도는 아니죠? 하하.
근데 왜 제가 좋아하는 남자는 절 여자로 안 볼까요? 너무 오래 알아서 그런가?
그 오래 알아서가 아니라 최초의 여자로 세팅이 안 되어있어서 그런 거겠죠.
최초? 에휴. 그럼 진짜 어릴 때인데. 쬐끄만 꼬맹이들이 남녀가 어딨어.
다 오빠 동생이고 형제고 그런 거지. 그 어려도 알 건 다 압니다.
특히 남자들은 여자인지 여동생인지 딱 보자마자 판단이 서니까. 그렇구나.
그럼 어렸을 때부터 절 여자로 안 봤다는 거네요? 매력을 못 느껴서?
아니요. 그 그런 거예요? 아니요. 예. 예. 뭐 그런 거겠죠.
그렇구나. 에휴. 어떡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하셔가지고. 에휴.
내 차다. 제 차에요. 저거 제 차예요. 제 차예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아니, 저기 제 차라니까요. 저기. 저기요. 김경희 차. 잠시만요.
여보세요. 기사님. 갑자기 못 온다고 하시면 어떡합니까.
네 알겠습니다. 저기요. 선생님.
선생님 이거 제 차예요. 선생님. 응. 응급 환자 하면 쿨해줘.
윤진경씨. 윤진경씨. 아니 윤진경씨.
죄송합니다. 성모님 일행이신 줄 알고. 아 큰일 났다.
비 점점 많이 오는데요. 대리 잡혔어요? 아 아니요 아직이요. 아 비가 와서 그런가.
왜 이렇게 안 되지. 아이 참 이게 피그 타임이 아닌데. 왜 이렇게 안 되냐.
여기가 시내가 아니라서 아마 더 그럴 거예요. 아 그렇죠. 아 참 일 어쩐다.
자고 갈 수도 없고. 어 자고 가요. 방도 많은데.
아 그리고 우주 씨 집이기도 하잖아요. 네? 네? 아니 그 백화점에 그렇게 돼 있고 저 많이 도와줘가지고 그만큼 지분이 많다고 여기 집에. 아 그렇죠.
그렇죠. 그렇죠. 그럼 자고 갈게요.
네네. 네. 그 출근은 내일 그럼 어떻게 하세요? 어 새벽 일찍 나가면 되죠. 아 그렇죠.
새벽이면 비도 그칠 거고. 그렇죠. 술도 깰 거고.
네. 그럼 어디서 잘래요? 어. 아 저 방. 저 방. 아니 저 여기서 잘게요. 네? 아니 방 놔두고 왜. 저 소파가 편해요. 저 실례하겠습니다.
안 돼요. 아 예. 불편해서 안 돼요. 일단 제가 갈아입을 편한 옷 한번 찾아볼게요.
아 예. 아. 아. 아. 아. 나는 이걸 먹는구나. 아. 우주 씨. 옷 찾... 하. 너 왜 이렇게 예쁘게 자냐. 부부싸움하고 각방 쓰는 것 같네.
아 깜짝아. 아 깜짝아. 자요? 아니요.
아직. 천둥번개 살벌하네요. 그러게요.
많이 놀랐죠? 조금요. 네. 아. 백상모가 조식 같이 하자고 했다면서요. 온 김에 눈도장이나 찍어야지.
아 그래서 이거 입고 자고. 티 내야 된다면서요. 아니 근데 백상모는 언제 와요? 글쎄요.
어? 어? 저기 저기 저기. 갑시다. 어. 지난주에 여성복 샘플로 받아온 거 있잖아.
그 중에 몇 장만 가져다 줄래? 어. 키는 적당하고 날씬해. 어. 지금. 어. 상모님.
안녕하세요. 아. 네. 식사하러 오셨어요? 아. 우리 와이프가 아침 한 번 먹자 그래가지고 이렇게 들려봤습니다. 아. 여기 앉으세요.
저 다 먹었습니다. 어? 벌써 다 드셨어요? 아. 같이 먹고 싶었는데. 다음에 같이 하시죠.
아. 그럼 다음에 뵙는 걸로. 아쉽다. 뭐야.
아. 아. 아. 가정의학과 윤진경입니다. 안 그린가요? 뭐야. 여기 어디야? 헉. 너무 못생겼는데.
헉. 뭐야. 아. 재밌었는데. 아. 아. 동그란 거. 아. 아. 아. 아. 자꾸 더워.
더워. 더워. 아. 아. 아. 뭐예요.
뭐예요. 아. 나 아프다. 윤진경 씨. 아. 아. 아. 아. 뭐해.
나 돌려버린다. 윤진경 씨. 아. 아. 잠깐. 잠깐.
아. 으아아아악! 세탁소에 맡겨둔 옷은 오후에나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급한 대로 입고 가실 옷 좀 준비해 놨습니다. 저... 나갑니다. 이거 해장국 드세요.
하아... 으아아아악! 이 년 진짜 미쳤어! 우리 커피 마실래요? 아, 네! 여기서... 응. 어? 어? 어? 아니, 저거 그 오상욱 씨... 대박! 어머! 아니... 아이... 저... 안녕하세요. 어, 혹시 그... 맞으시죠? 아, 예. 우와! 우와! 어, 저... 아, 너무 팬이에요, 저! 아이고, 참... 너무 잘 봤습니다. 아주 신났네.
신났어. 너무 예뻐요. 혹시 그... 싸인 받을 수 있을까요? 아, 네. 어디... 아... 근데 팬이 오는데... 됐습니다.
어, 그러면... 어... 여기, 여기다가... 여, 여기다가요? 네. 아, 아니요, 아니요. 여기, 여기, 여기다 해주세요. 아, 네. 여기다가 하겠습니다.
네. 너무 잘생기셨어요. 어깨가 진짜 좋으시다. 감사합니다.
혹시 성함이? 유 메리입니다. 아주 좋아 죽는구먼. 아, 헐. 네,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어,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도 한 장만... 네네. 아이, 무슨 사진까지...
언니, 언니 찍을게요. 하나, 둘, 셋. 카메라 괜찮아요? 하나, 둘, 셋.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화이팅하세요. 네, 화이팅.
난 너의 Sunny Shining for you. Got me falling in love.
봐야지. 이게 뭐야? 뭐가요? 아니, 뭐예요? 뭐예요, 이거?
역광이네. 어쩌냐. 일부러 그랬죠?
사람을 뭘로 보고. 아니에요. 다음에 다시 찍어줄게요. 일부러 그랬네.
같이 가요. 다음에 다시 찍어줄게요. 다음에 어딨어요? 내가 거기 가서.
오빠, 진경아. 오빠 진짜 미쳤어? 할머니 아시면 어떡하려고.
나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지. 그치만 메리 씨가 당첨된 건 맞잖아. 사장이 좀 꼬인 거지.
됐고. 지금이라도 당장 손 떼. 진짜 미쳤나 봐. 오빠 이러는 거 사기 공범이야.
저희 회사 북미 시장 진출할 때 컨설팅 맡긴 회사 말인데요.
당시에 검토한 계약서 상으로는 별 문제 없었는데 일단 알아보겠습니다.
네. 김 실장이 뭘 알아낸 거 같은데요?
아, 그 마스크팩 패키지 컬러 확정 대기 중이니까. 혹시라도 업체에서 추가 요청 오면 나한테 그냥 공유만 해줘. 내가 갔다 와서 처리할게.
대표님은 아버지 기일이라 고향 가셨다고 할까요? 뭐 봐서.
고향은 바로 출발하세요? 아직 시간 좀 남았는데. 여보세요?
갑자기 연락드려서 놀라셨죠? 아니에요. 저도 연락드리려고 했어요.
제가 왜 연락했는지는 아시죠? 네. 그럼 길게 말 안 할게요. 우주 오빠 빼주세요.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우주 오빠 그런데 연루되면 큰일 나요.
행여 발각이라도 되면 사람들이 입방아에 얼마나 오래 내리겠어요.
회사 물려받을 사람인데. 회사요? 아, 모르셨어요?
우주 오빠 명순당 손자예요. 그 회사 곧 이끌어 가야 할 사람이라고요.
저는 저는 진짜 몰랐어요. 알았어도 그러면 안 되지만. 어떡해요, 너무 죄송하네요.
제가 사정이 급해서 너무 제 생각만 했나 봐요. 제가 우주 씨랑 빨리 다시 얘기해 볼게요.
그냥 메리 씨가 먼저 좀 끊어주시면 안 돼요? 우주 오빠는 메리 씨 부탁 거절 못 한단 말이에요.
신세 갚아야 해서. 무슨 신세요?
우주 오빠 구해준 사람이 메리 씨 아버님인 거 모르셨어요?
저쪽에서 일하고 오고 있는데 저 모습을요. 그 길 위에 동그라미 설치했다고요.
나도 그때 브레이크를 잡아버렸지. 오빠, 죄송해요.
우주 씨였구나. 말을 하지. 그래서 메리 씨 도와준 거예요.
미안해서. 신세 갚으려고. 미소는 또 누구데?
시간이 흘러 언젠가 미소를 다시 볼 날이 온다면 이제는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야겠다.
그랬구나. 진영아. 어, 왔어? 무슨 일이야 갑자기 보자고 그러고. 어, 무슨 일인데?
오빠, 나 사고 쳤어. 어? 메리 씨한테 다 말했다고.
내가 오빠 이용하지 말라고. 오빠... 아이고, 자자자자. 아이고, 순돌이 저것이 무사히 스트레스 받아갖고 밥을 겁나 먹었대.
지가 스트레스를 못 안 지 봤는데 앞집 애순이 걔가 지 좋아하는 줄 알고 흥청망청 신났다가 딴 데 시집 가봤어.
맥주를 고기를 끊더니만 갑자기 무지하게 먹어져 낀단 게.
아이고, 저거 저거 저거 뒤로 뒤로 살쪄갖고 긴이 싹 사라진 게 미워질 것 같애.
그냥 짠한가? 짠하기는 허물겠나. 쥐 팔자 지 갖고 온 거지. 짠하지.
배 안 고파? 응, 괜찮네. 뭔 일 있냐?
일은 무슨. 딱 순돌이 산책이나 시킬 줄 알았다. 가보자.
아따, 가시네 저것이 또 어째 들을까 있냐. 순돌아. 너는 자중자애 해야여.
기본적으로 다가 마음이 너무 예뻐. 그러고 쉽게 마음을 주면 되겠냐.
너만 다치제. 아가. 귀하 보면 다가 아니에요. 괜찮네.
누가니 좋다 해도 좀 차분히셔. 응? 세상이 그렇고 만만한 데가 아니라 이 말이여. 알았냐.
아, 왜 전화를 안 받아요? 네? 아, 집에 집에 놓고 왔나 봐요. 응.
진경이 만난 거 왜 말 안 했어요? 말 하려고 했는데. 언제요? 내년에?
나한테 뭐 물어보고 싶은 거 없어요? 내가 준 인형 아직 갖고 있어요? 네, 잘 간직하고 있어요.
또요? 그 일기장의 미지의 소녀가 나예요? 네.
또 물어볼 거 있잖아요. 전 괜찮아요. 뭐가요?
우리 아빠 돌아가신 거 우주 씨 가족들 때문이라고 생각 안 해요.
아빠 살아계신 동안에 저 진짜 사랑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러니까 미안해 할 필요 없다고요. 그리고 이제 그만 도와줘도 돼요.
아, 꼭 진경 씨 말 때문만은 아니고. 사실 저도 계속 마음이 불편했어요.
미안해서 그러는 거 아닌데요? 좋아해서 그러는 거지?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요. 메리 씨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옆에 계속 붙어 있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마음속의 바늘처럼 잘 자를 향해 가고 있어.
때론 피할 수 없는 파도의 길을 꼭 헤맬 때도. 이곳에서 기다려 준 너.
네 눈을 감아도 어둠 속에서도 너를 찾을게. 내 모든 시간을.
언제나 느낄 수 있어. 네 가족의 내 곁에 있을게. 내 손을 잡을게.
한국에는 한 번도 안 왔어요? 왔었어요. 나 메리 씨 보러 왔었는데.
자네 집에서 우리 메리 구박하면 나 메리 시집 안 보낼라네.
하루를 살아도 사랑을 받고 살아야지. 백 상무님한테 다 말하려고요.
자책할 필요 없어요. 사람은 다 이기적이니까.
그 새끼 명순당 손자더라. 끝내라고.
그 새끼 나락 보내기 쉽지 않으면. 우주랑은 잘 돼가?
자백한다고 우주 씨랑 잘 될까요? 무슨 말 하는 거예요? 우리 헤어지자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