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blin" KDrama Script: Ep14

도깨비 Episode_14

용서하십시오. 장렬히 죽는다 이제야 기별합니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널 만난 내 생은 상이었다. 
싫어요, 제발. 내 손 안 놓겠다고 했잖아, 약속 했잖아.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 그것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께 빌어볼게.
그러지 마, 그렇게 가지 마. 나 당신 사랑해, 나 당신 사랑해요, 사랑해.
나두, 사랑한다. 그것까지 이미 하였다.
안돼.

결국 난 그 선택을 했구나.
이제야 알겠습니다. 

안돼..

기억해. 기억해야 돼. 그 사람 이름은 김신이야. 키가 크고 웃을 때 슬퍼. 비로 올 거야. 첫눈으로 올 거야. 약속을 지킬 거야. 기억해. 기억해야 돼. 난 그 사람의 신부야. 

★
신은 말했지.

너는 너를 아는 모든 이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그건 그들의 평안이고 나의 배려다.

그리고 너의 벌은 끝났다고, 이제 모든 것을 잊고 잠들어 평안하라고. 하지만 도깨비의 눈엔 눈물이 고였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결국 난 그 선택을 했구나..

이곳에 남겠습니다. 이곳에 남아서 비로 가겠습니다. 바람으로 가겠습니다. 첫눈으로 가겠습니다. 그거 하나만, 그거 하나만 하늘에 허락을 구합니다.

어리석은 선택이 아닐 수 없었지.

너의 생에 항상 함께였다. 허나 이제 이곳엔 나도 없다.

그렇게 홀로 남은 도깨비는 저승과 이승 사이, 빛과 어둠 사이, 신조차 떠난 그곳에 영원불멸 갇히고 말았지.

하아.. 어떡해. 그래서요? 도깨비는 어떻게 됐어요?
글쎄, 기억은 곧 잊히고 찬란한 허무만 남겠지. 그 허무 속을 걷고 또 걷겠지. 그렇게 걸어 어떻게 되려나, 어디에 닿으려나. 
하아, 너무 슬픈 얘기네요. 이거 얼마예요?

★
TEXT ON THE SCREEN
9년 후

아, 상식적인 주말, 흠, 흠! 상식적인 주말 보내세요.
자, 방송 10분 전입니다.
피디님 여기요.
어.

TEXT ON THE SCREEN
SBC
지은탁
라디오국 PD
지 피디!
응.
비 와, 점점 굵어지는데? 여긴 무슨 동남아니? 일기예보 뭐야! 오늘 찢어지게 화창하다며!
그러게, 우산도 없는데.
지금 우산이 문제야? 오프닝 어떡해.
뭘 어떡해, 비 멈추게 못 하잖아. 그럼 다시 써야지.
하아.
오늘 건 맑은 날 쓰면 돼, 킵하고. 일단 첫 곡은 괜찮아. 우중충한 날일수록 밝게 시작하는 느낌으로. 날씨와 이슈에 안 맞는 멘트만..
다시 쓰고 있어. 어우 내 팔자야.
자, 생방 8분 전입니다.

TEXT ON THE SCREEN
경미 
30만원만. 급해. 답장해라.

나 선곡하러 가.
응.

★
아, 아저씨, 누구세요?
잘못 봤나? 하긴, 20년 전인데.

엄마 유품인가?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이 목걸이는.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TEXT ON THE SCREEN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어떻게 딱 여기만 탔지?

★
어서 오세요.
사장님은 참 꾸준히 예쁘시네요. 소주 주세요.
오늘 방송 좋던데 왜. CP가 또 지랄했어?
좋음 뭐 해요, 광고 안 들어와서 잘릴 판이에요. 갑자기 비 와서 쌩쇼하고. 아 안주는 반반이요.
반반이요! 소주는 꺼내 먹어.
으, 손님한테. 어 반장, 거기.
언제까지 반장이야, 뭐 계속 반장이야? 김 변호사 어서 와. 안주는 지 피디가 시켰어.
네. 나 맥주.
소송은 이겼어?
졌으면 퇴근 못했어. 소개팅 안 할래?
변호사 싫어.
이번엔 셰프. 요리 채널에도 자주 나오구 웃을 때 강아지 같아. 귀여워.
네 취향을 내가 왜.
네 프로 애청자를 내가 왜? 자기 가게 런치 때 맨날 네 프로 틀어 놓는데.
넌 팔아먹을 친구가 나 밖에 없냐?
팔아줄 때 팔려 가. 아유, 나 봐라.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쉬웠던 난데, 어떻게 그 흔한 커피 한 잔 하잔 남자가 없잖아.
그래, 이렇게 되지 말고.
김 변, 무슨 뜻이야? 지은탁 이해를 돕기에 적절했는데, 왜요?
지 피디 너 친구 얘밖에 없니?
넌 술 마실 데가 여기 밖에 없니?
하아, 비도 오고, 술은 쓰고, 날 걱정해 주는 벗이 두 명이나 있고, 날이 참 좋다.
★
쟤 도깨비 신부라며, 근데 왜 우리 못 봐?
옛날에야 도깨비 신부지, 스물아홉인데 아직 도깨비가 안 나타난 걸 보면 사실 과부나 다름 없지. 근데 쟤, 옛날엔 나 봤는데.

★
나 왜 이래.. 뭐가 이렇게 슬픈 거야. 하아.. 나 왜 자꾸 이러는 거야.

★
와, 첫눈 오네?
그러게, 올핸 좀 많이 이른데?
그래도 첫눈 오니까 좋다, 그치?
응.

★
무엇을 잊은 걸까요. 누구를 잊은 걸까요. 어떤 얼굴을 잊고, 무슨 약속을 잊어 이렇게 깊이 모를 슬픔만 남은 걸까요. 누가 저 좀 아무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요?
어, 너. 너야?
사라지지 마, 그러지 마, 그렇게 가지 마. 나 당신 사랑해요. 사랑해.

어우, 죄송해요. 제가 감정 기복이 좀 심해가지고, 죄송합..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아 왜 내가 사과를 해.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저 왜 안았어요? 저 아세요? 누구세요?
을이다.
을이요? 혹시 배우세요? 드라마국은
꿈을 이룬 것이냐.
무슨 말씀이세요?
그 와중에 기특해서.
네, 뭐 감사하네요. 근데 아까 왜 저 안으셨냐구요, 그리고 왜 계속 반말이세요?

너는 너를 아는 모든 이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그건 그들의 평안이고 나의 배려다.

평안하면 되었다. 그럼 되었다.
연기야 뭐야, 드라마국은 이 건물 아니구요, 저 뒤에 별관으로 가셔야 돼요. 근데 여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출입증도 없이?
누가 불러서..
아..

★
덕화군.
말씀하시죠.
제가 사장입니다. 덕화군 계속 팀장이시구요. 원위치 하시죠.
하핫,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했는데.
덕화야.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방금 저 불렀죠, 저 사람이, 덕화야.
덕화야!
나가시죠 빨리.
둬보세요. 사연이나 물어보죠.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다, 이리 보니 좋구나.
거기서 말씀하세요, 거기서. 누구세요? 저 아세요?
나는 그대의 삼촌이었다가 형제였다가..
미친놈 아니야.
미친놈 아니다.
하, 배고파요. 가시죠. 뭐 드실래요?
덕화군 좋아하는 곳으로 예약해 뒀습니다.
덕화야..

★
하아..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이죠. 아까 분명 삼촌 이라고.. 삼촌의 존재는 우리 천우그룹 일급비밀이거든요. 대한민국에서 나랑 할아버지만 아는 비밀이고.
방금 한 명 더 알게 됐네요?
누가요?
흠.. 그 혹시 삼촌분 성함이 김신인가요?
에헤이, 김 대표님, 우리 삼촌인데 왜 김씨예요, 유씨지. 김신은 또 누구예요?
드세요.
출생의 비밀이라.. 재벌 3세란 응당 이런 비극 하나쯤은.. 김 대표님! 걱정 마세요. 내가 바닥부터 어떻게 올라왔는데, 점심시간 설렁탕 짬밥만 몇 년짼데요. 이거 먹고 내 회사 지켜낼 겁니다. 재벌답게, 빡!
으흠, 덕화군? 내 회사 아닙니다. 모든 직원분들 회사죠. 그분들이 잘 지켜내고 있으니 지나친 기우는 넣어두시구요. 점심시간 끝났구요. 잘 먹었습니다.
저 아직.. 아.. 저..
선물세트 챙기시구요.
네.
감사합니다.

★
맛있게 드세요.
여기요.
네, 잠시만요.

★
너를 지척에 두고도 못 알아봤구나. 네가 왕여구나. 너는 네 여인도, 네 충신도, 네 고려도, 너조차도 단 하나도 지키지 못했어. 
이 검의 효용가치는 결국 그거였어. 박중헌을 베는 것.
용서하십시오. 장렬히 죽는다 이제야 기별합니다.

매우 상스러운 갓을 썼군. 여전히..
무로 돌아갔다고 소문 무성한 그 도깨비인가?
내 소문엔 거품이 많아서.
먼지나 바람이나 비로 흩어지는 게 아니었나 봐? 물론 먹는 무가 되지도 않았고.

★
어떻게 된 거야, 기억 못 할 줄 알았어. 모든 게 무로 돌아왔을 텐데.
다 그랬는데 나는 기억이 온전했어. 잘은 모르겠지만 집히는 건 하나 있어.

저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끝방 삼촌의 편에 서겠습니다. 진짜로. 

★
그때 내가 맘이 약했어. 진짜로..
어차피 편들 거면 여의 기억은 그냥 둬.
왜?
신이와 탁이가 너무 슬프잖아. 한 세계가 닫힌 건데. 우리 아닌 누구 하나쯤은 그 모든 사랑의 역사를 기억해야 할 것 같아서.
근데 말이야 난 왜 꼭 그 닫힌 세계를 열 문을 발견한 것만 같지? 내가 덜 닫았나?

★
넌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다시 온 거야?
갑의 횡포로.
잘 왔어, 정말 잘 왔어.
반겨주니 좋네, 속도 없이.
너무 늦었지만, 많이 늦었지만, 9년 전에 했어야 했지만, 900년 전에 했어야 했지만, 이제야 하는 이 말을 용서해 주길 바래. 나의 정인을 나의 고려를 지킨 너를 지키지 못한 죄를 용서해 줘. 사랑 받았으나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은 죄를.. 용서해 줘.
하아, 이발부터 해야겠다. 흠.

★
드디어 내 집으로 돌아왔군.
내 집이야, 아직 렌트 10년 남았어.
누이랑은?
못 보고 살고 있지, 9년을. 그리움이란 벌을 받는 중이야. 어차피 나는 영원히 죄인이니. 기타 누락자는? 봤어?
응.
기억 못하지?
어, 라디오 피디 됐더라. 좋더라.
나도 가끔 들어.
나도 알려줘. 들어보게.
덕화, 덕화, 덕화, 덕화, 덕화! 숨어 숨어! 여기 여기 여기!
끝방 삼촌.
어, 왔어? 웬일이야?
회사에서 이상한 사람 만나가지고, 마음도 뒤숭숭하고 해서, 끝방 삼촌 잘 계시나 해서 와 봤죠. 근데 끝방 삼촌.
어?
삼촌이면 삼촌이지, 삼촌은 왜 끝방 삼촌이에요? 그러고 보니 끝방 삼촌, 언제부터 우리 집에 살았죠?
부동산 계약서 보면 알잖아.
아, 근데 왜 술병은 두 병인가요? 누구 왔어요?
내가 양손에 한 병씩 쥐고 마시는 걸 선호해서..
그럼 소파 뒤에 있는 저 발뒤꿈치는 뭐예요?
이야, 이 소파가 참 예쁘다. 참, 주인이 안목이 높아.
마무리가 좋아.
어? 아까 그 이상한, 그 희한한, 머리 하셨네요.
머리가 잘 됐더구나. 나는 저 자의 친구, 이 집에 놀러.
갈 거야. 가려던 참이었어. 즐거웠어. 가.
어, 그래.
가.
만나서 반가웠네.
네.
상스러운 옷을 입었군. 
뭐지? 출생의 비밀에 끝방 삼촌도 한 팬가?
방금 이 층에서 문소리 안 났어요?
안 났는데.
났는데?
안 났는데.
났어요, 났어.
안 났어. 덕화야, 덕화야. 내 눈을 좀 볼래?

★
날씨가 영상 22도까지 떨어져서 많이 쌀쌀해졌죠? 마지막 곡 띄워드릴 게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아후, DJJERGODY. 영상 2도가 아니라 22도라고 멘트가 나갔대요. 
내가 잘못 썼더라고. 작가 하루 없는 티가 이렇게 난다.
어후, CP님도 오시고 있다는데 어후..
걱정 마, 내가 책임질게.
영상 22도? 날씨가 영상 22도까지 떨어져서 많이 쌀쌀해졌죠? 감기 조심하시구요? 이게 앞 뒤가 맞냐? 응?
죄송합니다.
지 피디, 연애하니? 마음이 아주 봄날이야? 이러다 꽃도 피겠다, 응?
죄송합니다.
대박! 이게 뭐야? 지 피디님, 무슨 마법사세요? 방금 SNS에 떴는데요, 우리 방송국 앞이요. 지금 딱, 영상 22도구요, 이 겨울에 꽃이 활짝 피었대요.

★
오늘 낮 상암동 일대가 영상 22도까지 치솟았습니다. 9년만의 이상기온으로 때아닌 벚꽃이 만개해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TEXT ON THE SCREEN
“영상 22도 이상 기온으로 벚꽃 만개” 기상특보 벚꽃 만개

★
허? 이거 진짜 뭘까? 너무 신기하다, 그치?
말이 돼 이게?
개편 때 청취자들이 제일 많이 떨어져 나간다니까, 그니까 개편 전에 분위기를 좀 이어 놔야 기존 청취자도 유지 시키고. 하아, 네 알겠어요. 일단 개편안 보내드릴 테니까 한 번 보세요. 후. 대체 뭐야 그 남잔. 아, 아 왜 이래. 으흠, 흠! 약을 먹어도 그 때 뿐이네요. 그러니까 내 말은.. 대체 뭐죠?
뭐가 말입니까?
왜 거기 앉아 계시냐구요.
누가 불러서..
그건 그쪽 사정이구요. 합석 안 할 건데요. 그 분은 안 오셨어요?
왔어요. 왔는데 절 못 알아보네요. 
네, 사연은 잘 들었구요, 근데 저 약속이 있어서 좀 불편하네요. 남자친구가 올 거거든요.
남자친구 없는 거 같은데..
아, 메일이 잘 갔나? 급한 건데. 이발하셨네요? 몰라볼 뻔.
계속 몰라보고 있죠.
알아봤는데요? 근데요, 아까 거기 있었죠?
제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편이라.
아까 거기, 영상 22도, 방송국 앞.
누구 좀 보려구요, 그리웠거든요. 아주 많이. 보고 있으면 내게 달려와 금방이라도 안길 것만 같고, 근데 그런 일들은 안 일어난다는 걸 알기에 마음이 아프고 그러네요.
근데, 그 얘길 왜 나한테 하지?
물어보셔서.
근데, 뭐 안 시키세요?
맛있게 드세요.
예.
허어..
아니, 저..
아니, 어떻게 오천 원이 없.. 아, 카페엔 왜 오셨데?
아, 그게 지갑이 외투에 있어서, 그 외투를 챙겨 나올 경황이 없이 불려와서. 미안합니다. 잘 마실게요. 이 빚은 반드시 다음에 갚을 터이니..
다음에 볼 일 없구요, 어느 쪽으로 가세요?
아 저, 아, 이쪽. 좀만 더 있지.

★
나 오천 원만! 돈 갚게!
하아.. 문 닫고 가.

이걸 내가 어떻게 고치라고..
나 만 원만! 책 사게.
흐으..

아니 AS를 부른 지가 언젠데 오질 않어.
나 심만 원만! 고기 사게.. 요
널 내 기억에 그대로 둔 신의 뜻이 있겠지.
그렇게까지 얘기하니 몹시 곤란하군.. 마지막 방법을 쓰는 수밖에..
옛날 생각해서 금 나와라 뚝딱 안 된다. 고유번호 있어서 내다 팔지도 못 한다. 그거.
혼란스럽군. 그럼 역시 그 방법 뿐인가..
뭔데?

★
오, 우리 집 보안 쩌는데, 되게 안전한데. 대체 어떻게, 대체 누구신데.
나는 물이고 불이고 빛이자 어둠이며 너에겐 유신재, 그대에겐 김신이다.
할아버지가 얘기했던 삼촌?
회장님 유언장에 있으신 그분.
할아버지 유언장이요?
회장님의 유언장인 동시에 덕화군 선조의 선조 때부터 내려오던 유언입니다.

어느 날에 김가 성에 믿을 신을 쓰시는 분이 찾아와 내 것을 찾으러 왔다 하시거든 드려라. 내가 남긴 모든 것이 그분의 것이다. 그 분은 빗속을 걸어와 푸른 불꽃으로 갈 것이다. 그럼 김신인 줄 알아라. 

유회장이 그리운 밤이군. 회사는 필요 없다. 유 씨 집안이 일궜으니 덕화 네 것이 아닐 리가 없다. 다만, 내 집과 내 신분과 카드와 조카가 필요하다.
회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집, 신분, 카드 준비하겠습니다.
조카는 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하아 자각 못했으면 됐어요.
무엇을 말이냐.

★
지은탁이! 넌 대체 전화를 뭘 어떻게 받은 거야? 네가 전화 응대한 것 때문에 청취자 게시판이 아주 난리가 났어, 씨이!
식칼 세트 상품으로 줬는데 의류 교환권으로 바꿔달라고 작가를 일도 못하게 계속 전화 오는데 어떡합니까? 우리가 무슨 의류 회사도 아니고..
그럼 우리 회사는 어떡할 거야? 방송국은 뭐 흙 파다 니들 월급 주냐? 의류업체도, 식칼 업체도 광고 다 뺀단다. 어떡할 거야? 여기 협찬이랑 광고랑 책임지고 따 와서 그걸로 매워. 못 매우면 해고야!
부장님!
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게 쉽지가 않은데 제가 한 번 해보겟습니다.
아후, 저 똘아이 저거..

★
좋을 때다. 
아하하.
왜, 웃으세요?
아, 귀여워서요. 
그러네요. 
말구요.
근데요, 제 오천 원 안 주세요?
안 주면 혹시 또 만나나요? 받으러 오실래요?
하아, 받으러 가야죠. 죗값. 제 말 무슨 뜻인지 알죠?
모르겠는데.
이 다음이 또 있으면 그땐 신고할 거란 이야기죠. 왜 자꾸 동선이 겹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거든요.
하하.
이번엔 왜 웃어요?
몹시 좋아서, 이런 순간이 믿기지 않아서, 모든 게 완벽해서.
뭐지? 피하는 게 상책인가 그냥? 어느 쪽으로 가세요?
또 가네. 방송 잘 들을게요. 항상 잘 듣고 있어요.
나 방송하는 걸 어떻게 알아요? 이쯤 되면 너무 수상하신데? 그땐 배우인가 했는데, 배우 아니시죠? 죄송하지만 뭐 하시는 분이세요?
아, 그러니까, 그.. 아, 저기! 저 회사.
저 가구 회사요? 저기서 뭐 하시는데요?
아, 그게, 그 제일 높은 사람.
아, 저기요.
아까 저 회사 서류 보고 있던데, 그거 줘봐요. 협찬 서류죠? 줘봐요. 증명해볼게요. 저기서 제일 높은 사람인 거.

★
원래는 실무자가 싸인하시는데, 대표 이사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셔서요. 
아, 그분이 대표 이사님이시군요. 여기 본사로 출근하시는 건가요?
출근은 안 하십니다.
아, 그럼 제가 어떻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사실 전화번호도 모르는 사이라.
근데 저한테 이런 서류에 싸인하라고 하셨다구요? 왜죠?
아하하, 네 그, 그러니까 왤가요?
그럼 피디님 연락처 남겨주시겠어요? 제가 전달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근데 그분 성함이.. 아하하 되게 이상하시죠. 
으흠, 그분과 얽히면 그렇게 돼죠. 
유가 성에 신자, 재자를 쓰십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
우! 오! 지 피디! 지 피디! 지 피디!
어떻게 된 거야? 광고 어떻게 땄어?
하아, 몰라. 뭐에 홀린 거 같기도 하고, 기적 같기도 하고. 그런 거 말고는 설명이 안돼.
뭐면 어때요, 개편 때 우리 프로 살아남는 게 중요하지.
피디님 짱!
자자, 이 좋은 기운에 업혀서 이번 아이템 한 번 잘해 봅시다.
사람을 찾습니다. 십 년 전 핸드폰 사진첩 속, 이전의 헤어진 그 사람을 찾습니다. 잊어버렸던 얼굴과 잊어버렸던 추억을 찾아드려요. 사연 보내주시면 즉석으로 사연 소개해서 당사자와 전화연결까지. 오, 좋은데?
일단 각자 자기 핸드폰 사진첩 뒤져보고, 사연 정리해서 다음 회의. 진정성 알죠? 진정성. 나 가라(가짜)사연 딱 알아봐. 
그래, 오 작가 진짜 딱 알아봐. 열심히들 해라.
네.
누구 전화 기다려?
흥, 안 하네.

★
하아..
하아.. 기획 좋다! 나도 이참에 첫사랑이나 찾아볼까? 넌 그 사람 찾아봐, 김신.
그럴까?
근데 그거 진짜 네 글씨 맞아?
그렇다니까, 그러니 이상하지. 
귀신 아니야? 너 고등학교 때까진 귀신 봤잖아. 
한 9년? 10년? 안 보이다가, 요샌 다시 보이더라. 지금 네 뒤에!
아으, 야!
냅킨 달라고.
죽어 진짜.. 아흐..

★
TEXT ON THE SCREEN
기억해 기억해야돼. 
그사람 이름은 김신이야
키가 크고 웃을 때 슬퍼
비로 올거야 첫눈으로 올거야 약속을 지킬거야
기억해 기억해야돼
넌 그사람의 신부야

당신 뭐야 대체, 내가 왜 당신 신부인데.

넌 그 사람의 신부야.

당신 누구냐고.

★
삼촌! 내가 갖고 있는 소박한 건물 1층 주소로 이런 게 왔다는데 영문을 모르겠어요. 여기 옛날에 있던 그 닭 집인데 버리자니 영 찜찜해가지고..

볼 일 있어서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 잘 기다릴 수 있죠? 

이 자에게 버리면 되겠네. 
삼촌 이름이 지은탁이야? 요? 이름이 왜 이렇게 많아, 삼촌은? 요? 
네가 갖다 줘. 내가 뭐라고 하면서 갖다 줘 이걸.
그럼 제가 갖다 줄게요.
그럼 써니 씨에게 갖다 주고 전해달라고 해. 어찌 된 일인지 써니 씨 집 옥탑으로 이사 가서 둘이 이웃 주민으로 잘 지내더라고. 
마찬가지야. 오히려 그쪽이 더 수상해.
저요! 제가 제일 자연스럽잖아요. 건물주니까!
기왕 이상해지는 거 모두에게 초면인 네가 제일 이상해지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저기 저! 거기 사장 예쁘던데. 제가 갈게요. 여보세요?
9년 만에 핑계가 생겼네.
아니 삼촌들, 내 말 안 들려? 나 지금 누구랑 말해? 요?

★
어서 오세요.
사, 사장님은..
오늘 안 나오시는데요?

어.. 
저 사장님은..
아, 오늘도 안 나오시는데요? 무슨 일이세요?

맛있게 드세요.
예.
어? 
사장님은..
안 나오시는데요?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전화해 드려요? 
아닙니다, 이것만 전해주세요.
네.
★
이게 뭐예요?
그니까, 아, 뭐야, 그거? 지금 가게도 아니고 전 가게로 왔대. 그 건물주가 어떤 잘생긴 남자한테 줘서 그 남자가 이걸 가져다 줬대서 그래서 내가 cctv 돌려 확인해 봤거든, 진짜 잘생겼더라. 
전에 가게요? 전에 가게가 어딘데요?
그러니까 이상하지. 무려 국제 우편이야. 아, 그 가겐 지 피디가 와본 적도 없는데, 너무 이상해. 이상할 정도로 잘 생겼어.
뭐지? 내 글씨 맞는데..

엄마! 안녕. 내 걱정만 하고 있을 우리 예쁜 엄마. 천국은 어때요? 꼭 이곳 같을까요? 나는 지금 캐나다에서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내가 어떻게 여기로 왔는지 엄마 알면 진짜 깜짝 놀랄 걸요? 문 하나만 건너면 이렇게 천국 같은 곳이 펼쳐져요. 아저씨와 함께면요. 내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생겼거든요. 엄마는 내가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는 걸 걱정하고 미안해하겠지만 이제 그러지 말아요. 덕분에 나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특별해졌으니까요. 나는 괜찮게 살고 있어요, 엄마. 더 괜찮아질 거예요. 누구보다 열심히 행복해질게요. 언젠가 다시 만나요. 사랑해요 엄마. 캐나다에서 엄마 딸 은탁이가.

TEXT ON THE SCREEN
엄마! 안녕. 
내 걱정만 하고 있을 우리 예쁜 엄마. 
천국은 어때요? 꼭 이곳 같을까요? 
나는 지금 캐나다에서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내가 어떻게 여기로 왔는지 엄마 알면 진짜 깜짝 놀랄 걸요? 
문 하나만 건너면 이렇게 천국 같은 곳이 펼쳐져요. 
아저씨와 함께면요. 내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생겼거든요. 
엄마는 내가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는 걸 걱정하고 미안해하겠지만 이제 그러지 말아요. 
덕분에 나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특별해졌으니까요. 
나는 괜찮게 살고 있어요, 엄마. 더 괜찮아질 거예요. 
누구보다 열심히 행복해질게요. 언젠가 다시 만나요. 
사랑해요 엄마.
캐나다에서 엄마 딸 은탁이가.

캐나다에서? 나, 여권도 없는데 이게.. 이게 무슨. 이러면 너무 무섭잖아. 

기억해. 기억해야 돼. 그 사람 이름은 김신이야. 키가 크고 웃을 때 슬퍼. 비로 올 거야. 첫눈으로 올 거야. 약속을 지킬 거야. 기억해. 기억해야 돼. 난 그 사람의 신부야.

아저씨라는 사람이 김신인가? 9년 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뭘 잊은 거야, 대체.

음!흠! 여보세요?
유신재입니다.
허어? 아, 안녕하세요. 잠시만요.
후, 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혹시 제 전화 기다리셨을까요?
아, 제가 바빠서, 전화번호 드리고 온 것도 깜빡 했네요.
아, 네.
감사 인사가 늦었는데 그땐 정말 감사했어요.
그럼 저랑 산책 어떠세요, 지 피디님 어디 사신댔죠?
저요? 저 어디 산다고 말 안했는데요.
아, 아, 그래서 어디 사시는데요?
인천 해안동 아트플랫폼 근처요.
아트플랫폼 근처 어디요?
저 사는 꼴이 이래저래 복잡해서요. 대표님은 어디신데요?
전 좀 이따 아트플랫폼 근처일 듯 싶네요, 한 30분 후에.
지금 저한테 데이트 신청하시는 거에요?
네, 저 마음 먹었거든요. 지 피디님이랑 데이트 하기로. 
근처에 오시면 전화 주세요, 한 30분 후에요.

★
저도 그 향 좋아해요.
아, 이거 여자들이 좋아하는 향인데. 여자 향수 잘 아시나 봐요?
여자 향수 잘 알아서 별로인가요?
제가 뭐라구요.
제 전화번호 아는 유일한 여자신데..
진짜요? 왜요? 그건 좀 이상한데?
이상할 거 없는데?
좀 전에 개통했거든요. 최근에 핸드폰 쓸 일이 없어서.. 핸드폰이 잘 안 되는 곳에 있다 왔거든요. 눈만 많고.
아.. 잠시만요, 자꾸 까먹어서. 꼬박 꼬박 먹어야 하거든요.
무슨 약이에요?
마음에 병이 드는 약?
언제부터요, 이유 물어도 될까요?
음, 사실 잘 모르겠어요. 뭐가 시작이었는지. 도망 가셔도 돼요. 그럴 기회 드리려고 솔직한 거구요. 저야말로 좀 이상하죠?
제가 더 이상해져 볼게요.
아하, 하.아, 저 휴가 가요. 이렇게 불쑥 불쑥 아트플랫폼 근처이실까 봐 미리 말씀 드리는 거예요. 
어디로 가요?
외국이요.
저 외국 처음 가 보는 거라 너무너무 떨려요. 촌스럽죠, 저.
처음이라도 안 떨 거예요. 되게 자연스럽고 마치 처음 온 거 안 같이.. 거기 사는 사람처럼 굴 테니까 걱정 말아요.
저, 잘 모르시잖아요.
나 믿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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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찍습니다. 하나,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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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ON THE SCREEN
휴가(연차) 신청
소속: 라디오국
성명: 지은탁
직급/직책: PD
휴가기간 2026-01-04 ~ 2025-01-16
사유: 해외여행으로 인한 휴가를 신청합니다.
신청인: 지은탁
휴가신청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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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두, 거기 뭐가 있는 거 같아서 그거 찾으러 가요.
거기 뭐가 있는데?
그걸 몰라서 가는 거예요.
그래 모르는 건 가서 물어봐야지, 응.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서 물어봐.
해외여행 갈 때 보자 달린 티를 가져가면 국제법 걸리는 거 알지?
네.
TPO 좀 맞추자, 응? 그래도 첫 해외여행인데.
네.
근데, 사장님은 장사 대박 나서 돈도 많이 버셨는데 왜 이사 안 가세요?
지 피디 몰랐구나? 이 건물 내 거야, 내가 샀어. 
왜 몰라요, 백 번도 넘게 얘기하셨는데. 왜 이사 안 가냐고 물은 건데?
음, 새집 귀찮아, 그리고 나 새집 증후군 있어. 
그건 그런 뜻이 아니구요.
아니구나. 귤 맛있다.
진짜 맛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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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se me, I have received this letter. It is from this hotel?
TEXT ON THE SCREEN
제가 편지를 받았는데, 이 호텔에서 보낸 게 맞나요?

저희가 보낸 게 맞습니다. 
아 한국 분이세요? 다행이다.
이 호텔 설립자 분도 한국 분이시거든요.
아, 네.
전 층의 우편함 통로 보수공사가 있었는데, 이 안에 걸려 있는 편지가 몇 통 발견됐어요. 10년 전 편지가 발견된 건 처음이지만요. 
10년 전인 거 어떻게 아세요? 
이 봉투 디자인이 10년 전 거라서요. 소중한 추억이셨을 텐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늦게 온 데는 늦게 온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신의 한 걸음 한 걸음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누가 그랬을까요?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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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 우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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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아, 나 오늘 너무 이상하다, 진짜. 어떻게 여기서 마주쳐요?
출장 중입니다. 가구 모서리에 필요한, 그 참고할 품위가 필요했.. 어서..
뭐래..
잘 지냈어요?
혹시 저 따라오신 거예요?
그렇담 잡혀갈까요?
어떻게 할까요?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같이 다니다 보면 알지 않겠어요?
같이 다닐 이유 없는데요?
그, 저희 회사가 피디님 프로에 협찬도 했고, 그때 분명히 밥 사신다고..
대표님 캐나다 처음이시죠? 자, 그럼 이리로 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