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blin" KDrama Script: Ep16

도깨비 Episode_16
그래,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늘 날이 좀 적당해서 하는 말인데, 네가 계속 눈 부셔서 하는 말인데, 그 모든 첫사랑이 너였어서 하는 말인데 또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이 고려 남자의 신부가 되어 줄래? 

그럴게요. 이 쓸쓸한 남자의 신부가 될게요. 이 찬란한 남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신부가 될게요. 꼭 그럴게요.

★
엄마, 저 시집가요. 잘 살게요.
도깨비, 만났구나? 시집도 가는구나. 잘 됐다. 왜 내가 눈물이 나냐..
언니?
어? 너 우리 보여?
네, 우와, 이게 얼마 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아, 계집애! 너 이제 우리 보이는구나? 
아, 깜짝이야. 잘들 지내셨어요?
외로웠지, 뭐. 나랑 같이 가자. 도깨비보다 잘 해줄게.
여기 가만히 있어봐요, 저기 소금 한 가마니가 있는데.
아이 계집애, 성질 그대로인 거 봐. 결혼 축하해.
축하해. 
예, 딴딴다단, 딴딴다단.

★
마셔요.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줍니다.
감, 감사합니다.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짓이야? 내 차 운전대 잡는 놈이랑 겸상이라니. 같은 걸 마시라니.
여기선 모두 같은 차 한 잔입니다. 
무슨 개소리야, 죽은 것도 억울한데. 평생 살아와야 시계 하나 값도 안 되는 인생이랑 이렇게 같은 취급을 하면, 에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선 모두 같은 차 한 잔이야. 당신의 그 시계는 이미 멈췄고 당신이 가진 그 어떤 것도 저 문을 넘진 못해. 이승에선 힘 센 사람으로 잘 살았어 하지만 저 문을 넘는 순간 알게 될 거야. 눈으로 지은 죄, 입으로 지은 죄, 손발로 지은 죄, 마음으로 지은 죄가 얼마나 힘이 센지. 네놈을 지옥의 어느 바닥까지 끌어 당기는지.

★
너 소개팅 진짜 안 할래?
셰프 싫다니까.
셰프 아니야, 이번엔 내 의뢰인. 재벌이야, 돈 많아, 잘 생겼어, 결정적으로 어려. 연상 취향이래. 의뢰도 이상한 거 아니고 상속 관련해서. 어때? 
소개팅.. 하아..
아, 뭐야, 새 건데, 아 왜 이래..
여기서 기다릴 일이 아니군. 지은탁!

★
뭘 들어볼까나.. 신인 가수?
뭐.
음.
헉.. 헉.. 헉..
어떻게 오셨어요?
지은탁 피디 남자친구입니다.
헐.
아 정확히는 결혼할 사이입니다. 결혼식 이번 주말 어때?
헐..
헐..
아, 점심부터 먹을까? 나가자.

★
누구 와요?
덕화. 제대로 인사 해야지.
아, 맞네. 나 많이 늙었다고 못 알아보는 건 아니겠죠?
그럴 리 없어.
이모, 얼큰 하나 주세요.
네.
왔네.
흠, 뭐지? 이 격식 갖춘 진수성찬에 남녀가 나란히. 아, 나 눈치 깠어, 눈치 깠어.
그래, 우리 결혼할 사이다.
헐.
헐.
토요일이 나아, 일요일이 나아? 
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아까부터?
그럼 점심때가 나아, 저녁때가 나아?
난 일요일 저녁. 토요일은 불토라.(불타는 토요일)
왜 그러시냐구요.
몰라서 물어? 이래야 네가 소개팅을 안 하지. 재벌이랑. 잘생긴 재벌이랑, 결정적으로 연하 재벌이랑.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조건에 부합하는 건 국내에 나 뿐인데. 걱정 마요, 제 스타일은 아니세요. 반갑습니다. 유덕화라고 합니다.
아, 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지은탁이라고 합니다. 오, 팀장 됐어, 팀장.
지은탁이요? 그 오래된 편지 그 지은탁? 제 건물이랑 아시는 사이 그 지은탁?
오빤 여전히 모르는 게 많으시네요.
맛있게 드세요.
아, 예, 그럴게요. 근데 우리 삼촌이 뭔진 알고 결혼을..
도깨비요. 다들 아는 도깨비 하나씩은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럼. 
대박. 내 건물도 알고 우리 삼촌도 알고. 뭐지? 왜 나만 계속 모르는 거 같지?
자, 얼른 먹고 더 커. 다 크면 알게 돼.
나두.
소개팅 하기만 해, 아주.
곧 유부녀인데 무슨..
‘유부녀’ 라고 했다.
어디 살아요?
아, 제 스타일 아니시라니까요.
이 직업, 적성에 좀 맞아요? 

★
삼촌 결혼한대요.
음, 좋은 소식이네요.
예, 그래서 제가 삼촌보다 먼저 결혼하려고요.
그건 더 좋은 소식이구요.
그쵸? 아이도 많이 키우고 꼭 형제도 많이 만들어줄 거예요.
아 그러면 더 바랄게 없구요. 그러니까 덕화군? 결혼은 혼자 못 합니다.
하아, 저 여자 많습니다.
그러니까요. 많으면 안 되거든요, 그 문젠.
아..
하아, 생각만해도 가슴이 뛰신 분이 있었나요? 못 보면 눈물 나게 그리운 분이 있었나요? 저 사람을 대신해서는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신 분이 있었나요?
아직.. 그러시는 김대표님은 결혼 생각 없으세요?
네, 없습니다.
왜요? 이미 결혼해서 애가 셋이거든요. 그런 사람과 결혼했구요.
대박, 진짜요? 근데 나 왜 모르지?
제가 얘길 안 했으니까요.
왜 얘기 안 하셨어요?
안 물어보셨으니까요. 하하. 덕화군은 아직 세상사에, 주변인에 관심이 없으시죠. 그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덕화군의 질문들을, 진짜 어른의 질문들을. 세상에 대해, 주변인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부지런히 클게요.
네.

★
와, 어떻게 내 동의도 없이, 어? 어떻게 여기 저기 다 커밍아웃을 해요?
어어어, 앞에 봐, 앞에 봐. 왼쪽, 왼쪽, 차, 차! 차, 차..
왜 불안해요?
아니, 너 운전하는 거 보니까 진짜 어른 된 거 같아서. 야 차선, 차선, 핸들 꽉, 꽉 좀!
아이, 아, 다 보고 있어요.
알지, 알지, 다 알지. 내가 신기해서 그래. 신기해서. 조수석에 처음 타봐서! 좌, 좌회전, 좌회전.
아, 좌회전.
좌, 좌회전! 왼쪽, 왼쪽!
아흐, 진짜 어디 가는데요?
그 좌회전할 때 깜빡이 키라고. 깜빡이, 항상!

★
엄청 예쁘네.
엄청 멋있네요, 김신 씨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닐텐데.
식은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해요, 신비롭게.
응.

★
선물하실 건가요?
예물시계예요. 손목이 예쁜 사람이니까, 이걸로 할게요.

함께 걸어갈 모든 길과, 함께 바라볼 모든 풍경과, 수줍게, 설레게 묻고 답할 모든 질문과 대답들과 그 모든 순간의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신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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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갈 모든 길과,
함께 바라볼 모든 풍경과,
수줍게, 설레게 묻고 답할 모든 질문과 대답들과,
그 모든 순간의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신부가요.

★
그럼 음악 듣고 청취자 사연 가지고 돌아올게요.
큐! 
뭐야, 이건? 주어도 없고, 밤에 쓴 연애편지 신가?
뭔데? 연애편지 좋아, 나.
그러시겠지.
나의 망각이 나의 평안이라고 생각할 당신에게, 눈 마주친 순간 알았죠. 당신도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이거 사연 채택해, 피디 권한이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야, 지피디! 야, 이거 지금 생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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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망각이 나의 평안이라고 생각할 당신에게
글쓴이: 김선희 조회수: 108
나의 망각이 나의 평안이라고 생각할 당신에게.
눈 마주친 순간 알았죠. 당신도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때문에 이 생에서 우린. 
각자의 해피 엔딩 속에서 이 비극을 모른 척 해야 한다는 걸. 
부디 다음 생에서 우린, 기다림은 짧고 만남은 긴 인연으로.. 
핑계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얼굴로.. 
이 세상 단 하나 뿐인 간절한 이름으로.. 
우연히 마주치면 달려가 인사하는 사이로.. 
언제나 정답인 사랑으로.. 그렇게 만나지길 빌어요. 얼굴 봤으니 됐어요. 
어쩌면 김우빈, 어쩌면 왕여인 당신.. 부디 오래오래 잘 가요. 

부디 다음 생에서 우린, 기다림은 짧고 만남은 긴 인연으로.. 핑계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얼굴로.. 이 세상 단 하나 뿐인 간절한 이름으로.. 우연히 마주치면 달려가 인사하는 사이로.. 

언제나 정답인 사랑으로.. 그렇게 만나지길 빌어요. 얼굴 봤으니 됐어요. 어쩌면 김우빈, 어쩌면 왕여인 당신.. 부디 오래오래 잘 가요. 

★
아예 건물을 파셨다고요? 이사만 가신 게 아니라?
네, 저번 주에. 아가씨 옥탑이죠? 아가씨 전세도 내가 끼고 계약했는데? 방송국 다니신다면서요?
아, 네. 지금은 제가 좀 급해서요, 나중에 뵐게요.

알바생, 나 떠나. 잘 지내. 울지 말고. 뭐든 한 입 크게 퍼 먹고 사고무탁하고 혈혈단신이었던 네게 나는 잠시나마 위로였길 바래. 똥고집 오라버니 잘 부탁해.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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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탁

알바생, 나 떠나. 잘 지내.
울지 말고.
뭐든 한 입 크게 퍼 먹고
사고무탁하고 혈혈단신이었던 
네게 나는 잠시나마 위로였길 바래
똥고집 오라버니 잘 부탁해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고
안녕.

다 기억하고 계셨어. 사장님, 떠나셨어요. 사장님은 다 기억하고 계셨어요. 홀로 그 기억을 지켰어요. 아무 기억이 없는 저를 돌보고 사라진 오라버니를 그리워하며 그렇게 혼자 외롭게요. 근데 왜 떠나신 걸까요?
용서할 수는 없으니까, 이 생에서는 다신 안 보는 선택을 한 거야. 저승 그 자에게 그보다 큰 벌은 없을 테니까.
하..

★
딱 50만 세고 가야지.
1, 2.. 47, 48, 49..
1, 2, 3..
소식 안 전할 거예요. 이 생에서는 다신 못 볼 거예요.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잘 있어요.
잘 가요. 

그렇게 우리는 이 생에서 작별을 고했다. 그녀의 소식이 들려온 건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
내가 널 위해 이 상스러운 걸 만져봤는데 좀 먹는 게 어때? 사과가 토끼인데도?
하아, 써니 씨가 떠났어. 그 여인은 참 끝까지 항상 잘 가. 너 그렇게 되고 어찌할지 몰라 내가 갖고 있었어. 진작에 돌려 준다는 게 그만. 늦어서 미안. 
처음부터 내 것은 아니었지, 너의 한이고 죄고 그리움이었지. 네가 갖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래도 될까?
응. 이거 먹으면.
하아..
그리고 고마워. 위패 모시는 그 절. 나 없는 9년 동안 네가 매년 촛불 밝혀 줬다더라.
그들을 기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죄와 마주해 보려고.
누가 좀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한테.. 그만 되었다. 그만하면 되었다.. 하고.
하아..
에휴..

★
보자고 하셨다고..
응. 너에게 비밀을 하나 알려주려고.
비밀이요?
전생에 큰 죄를 지으면 저승사자가 된다는데, 그 죄가 무엇인지. 우리가 지은 큰 죄는 스스로 생을 버린 죄야. 스스로 생을 버린 자들을 저승사자로 눈 뜨게 해. 수많은 죽음을 인도하며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존재로 살게 한 이유가 뭘까.. 이름도 없는 자가, 기억도 없는 자가 집도 필요하고, 먹을 것도 필요하게 한 이유 말이야. 그 질문들의 답을 찾다 어느 날 문득 우리가 포기한 것들이, 이름이, 우리가 버린 생이 갖고 싶어지는 걸 아닐까, 그렇게 생이 간절해 지면 우리의 벌이 끝나는 건 아닐까. 하.. 네가 나를 피한 이유를 알아. 9년 전에 박중헌과 만났을 거란 짐작이 가거든. 그래서 넌 네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알았을 거야. 그래서.. 사과하고 싶어서. 그렇게 너의 손을 빌려 죽음을 취해선 안됐었다. 후회한다, 그리고 용서를 빈다. 그러니 다 잊어. 잊고 살아. 망자들의 마지막을 잘 배웅하며 그렇게 속죄하며 살아. 너도 너를 용서하게 되길 바란다.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자신을 용서하여 생의 간절함을 깨닫는 것일 테니..

★
이모 식사하세요.
어디가, 이 오밤중에.
국 식어요, 드세요.
너 남자 생겼냐? 아이고 지 엄마처럼 미혼모나 안 돼야 할 텐데.
이모 말을 왜 꼭. 언제까지 있을 건데요? 젯밥 차릴 만큼 차렸잖아. 이모 귀신이에요, 오래 떠돌면 안 좋아요.
이게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야, 내가 이대로는 못 가지. 억울해서, 그 통장만 있었어도 네가 그 통장만 안 빼돌렸어도, 내가 길바닥에서 이렇겐 안됐어.
이모 진짜 왜 이래요? 진짜 죽어서까지 이렇게 해야겠어요?
음, 네가 요새 안 맞았더니 따박 따박 말대답이다, 그지? 응? 확! 아!
아줌마, 어디다 손을 대, 지금? 내가 얼마나 아끼는 앤데, 손모가지를 확 부러뜨려 줘?
야, 넌 또 뭐야, 뭐야, 이 미친 년은?
까마득한 선배한테 미친.. 안되겠다, 아줌마는 나랑 같이 가야겠다. 나랑 가자, 내가 외로워서 그래. 내가 또 나쁜 년들이랑 궁합이 잘 맞거든?
놔, 이거 안 놔? 안 놔? 아는 년이야? 
언니.
나 드디어 길동무 찾은 거 같아. 외로운 저승길에 아주 좋은 스파링 상대가 되겠어.
간다구요?
으흠, 갈 때 됐지, 뭐. 그 동안 고마웠어. 도깨비랑 잘 살아 계집애야. 와, 아줌마! 갑시다.
아 잠깐만요. 이모, 키워주셔서 고마워요. 다음 생엔 좋은 인연으로 만나요.
우, 웃기지 마. 내가 널 왜 다시 만나? 놔 봐, 이거 안 놔, 놔, 안놔? 놔, 이씨! 이씨!, 놔, 놔, 놔! 아악.

★
어서 와.
여전히 혼자 하고 계시네요? 도깨비 씨는요?
몰라, 정화수 뜨러 간다나 뭐라나. 너 보자 그런 건 내가 보잔 거야. 줄게 있어서.
혹시, 명부가 왔나요? 
아니야, 그런 거.
아, 아니구나. 놀래라.
걱정돼? 명부 올까 봐?
걱정된다기 보단 궁금해요. 내 운명이 어떻게 바꼈을지..
네 운명엔 하도 변수가 많아서.
그니까요, 낙인도 없어졌고. 검도 뽑았고, 그래서 이렇게 별 탈 없이 살았고, 그치만 내가 기타 누락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태어나지 못할 뻔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어도 봤고, 심지어 지금 이렇게 내 앞에 있는 분은 저승사자고, 무엇보다 인간은 언젠가 죽으니까요. 그래서 생이 더 아름다운 거고. 그래서 기억 돌아오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야겠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이 기억이 내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러니 매 순간 죽어라 살고 사랑해야겠다, 그랬어요.
너의 생은 이미 아름다워. 알아 둬.
아, 근데 줄 게 뭔데요?
아, 자.
우와.
결혼 축하해. 도깨비 신부.
감사합니다. 

★
죽음이 우릴 갈라 놓을 때가지. 너의 모든 말에, 그게 뭐든. 나도.
죽음이 우릴 갈라 놓아도. 당신의 모든 말에, 그게 뭐든. 나도요.

★
맛있겠다.
다 익었어.
응. 몇 개 더 할까?
샴페인은 7도에서 9도 사이가 딱이지.
끄익!
끝방 삼촌!
콜록 콜록!
아유, 안 마셔도 취하는 거 같네 나는.
벌써 취하면 어떡해? 이야~
하아..
뜨익! 콜록 콜록!
원샷!
아, 삼촌까지 왜 이래!
콜록 콜록 콜록
괜찮으세요? 안색이 안 좋으세요.
아유, 괜찮ㅅ.. 끄읍!
오케이! 7도에 맞춰놨어. 한 잔 하시겠어요?
네, 주면 마시겠..
어머!
김 대표님, 김 대표님!
아유, 증말.
아흐, 진짜 조심들 좀 하자. 삼촌들 너무 부주의하고 천진난만해!
으.. 으흠.
뭐지? 왜 이 말이 입에 쫙 붙지?
노래해! 노래해! 노래해!
어우, 아유, 아니에요, 무슨 노래를. 노래는 못 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 가운데 너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야.
이렇게 넓은 세상 한가운데
다같이
그대를 만난 건 나 역시 기쁨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 가운데 

★
졸리다.
굿나잇. 사랑한다.

★
마지막 곡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오케이, 고생했어요.
고생했어요.
캬아, 오늘 방송 진짜 약 빨았다. 시간 딱 맞추고, 선곡 기가 막히고, 청취자 게시판 반응 좋고. 드물게 완벽해.
아, 이럼 나 좀 우쭐한데. 그럼 나 게스트 미팅만 하고 바로 퇴근한다.
알았어. 오케이.
수고!
응, 내일 봐.
응.

★
TEXT ON THE SCREEN
김보람
7세
2026년 12월 24일 14시 25분 사고사

유치원 버스가 사고가 나나 봅니다.

TEXT ON THE SCREEN
박영훈
45세
2026년 12월 24일 14시 25분 사고사

이쪽은 기사인가 봅니다.
이젠 이 일이 정말 벌이란 생각이 든다.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아저씨!
선배님, 명부팀인데요. 오늘 받은 명부 파기하랍니다. 아이들의 명운이 바겼답니다.
그래?
대체 명운이 왜 바뀌었지? 
명부가 오지 않는 어떤 죽음 때문에..
명부가 안 오는 죽음도 있습니까? 그게 뭡니까?
계산할 수 없는 죽음

TEXT ON THE SCREEN
깨비아저씨

희생.

너 어디야, 왜 안 와? 이 험한 세상에. 지금 시간이 몇 시야. 
지금 오후 네 시고요, 저 미팅 가는 중이고요, 잠깐만요, 우회전 좀 하고요.
우회전은 오른쪽이다.
아흐, 진짜.
여보세요? 은탁아, 지은탁.
유치원 버스가.. 내가 피하면 저 애기들이..
뭐? 잘 안 들려, 무슨 일이야?
나 미쳤나 봐, 나 뭐 하는 거야 지금. 

생각해보니 완벽한 하루였다. 깨어나 보니 그 사람의 품 속이었고, 계란 후라이도 완벽하게 해냈고, 만족스러운 생방송이었다. 그 모든 완벽함은 나를 이 순간에 데려다 놓기 위함이었나 보다. 그러니까 늦지 말라고.

여보세요? 어디야. 지은탁, 너 어디야!

1분 1초도 늦었음 안됐던 거야. 이럴 운명이었던 거야.

굿나잇.
사랑한다.

나두요.

인간의 희생은 신이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이고, 내다볼 수조차 없겠지. 그건 그 순간의 본능이고 온전히 한 인간의 선택이니까. 

TEXT ON THE SCREEN
지은탁
29세
2026년 12월 24일 14시 25분 사고사
지은탁 29세 사고사

늦은 명부가 왔습니다.
지독히도 못된 신의 질문에 지독히도 슬픈 대답을 했구나 기타 누락자.

★
무인년 경신월 계해일 출생, 29세, 지은탁 본인 맞으시죠?
왜 이러지 하면서도 그러고 있더라구요. 저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아저씨.

★
TEXT ON THE SCREEN
트럭 추돌, 20대 여성 1명 사망
오늘 오후 도로변에 주차된 트럭이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도로를 덮쳐 20대 여성 한 명이 숨졌습니다.
저 차가 앞에서 충격을 다 흡수했나봐, 아우, 어떡해.
천사 아니었을까? 난 저런 사람들은 천사라고 믿어. 저 사람 아니었음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테니까.

★
저승아저씨가 일하는 곳이 이렇게 생겼구나, 되게 좋네요. 아저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인간에겐 네 번의 생이 있다면서요. 저는 몇 번째 생이었어요? 망자에겐 말해줄 수 있지 않아요?
너는 첫 번째 생이었다.
다행이다. 세 번 남았다.
차 내올게, 얘기 나눠.
내가 전에 한 말 기억해요? 남은 사람은 또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가끔 울게는 되지만 또 많이 웃고 또 씩씩하게. 그게 받은 사랑에 대한 예의라고.
어떻게 이렇게.. 너 나한테 어떻게 이렇게..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나 좀 봐봐요. 얼굴 좀 보여줘요, 네? 아저씨. 내 소원 세 개 중에 하나 안 들어줬잖아요, 지금 들어주면 안 돼요? 너무 오래 마음 아파하지 말구, 또 만나러 올 거니까 나 잘 기다리구. 비 너무 많이 오게 하지 말구, 시민들 불편하니까. 
하난데 왜 세 개 말해. 너 없이 나 어떻게 살아.
잠깐만 없을게요. 약속할게요. 이번에 내가 올게요. 내가 꼭 당신 찾아갈게요. 다음 생엔 꼭 생명 가득하게 태어나서, 오래오래 당신 곁에 있을게요. 그렇게 해달라고 저 위에 가서 제가 졸라 볼게요. 모두가 다 떠났을 때 이 사람 좀 들여다 봐주세요.
망각의 찹니다.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줍니다.
차는 안 마실게요. 나 이제 가봐야 할 거 같은데. 빨리 올게요. 막 뛰어 갔다가 올 때도 막 뛰어 올게요.
꼭 와야 돼. 백 년이 걸려도 이백 년이 걸려도 기다릴 테니까, 꼭.
이따가 또 만나요.

★
TEXT ON THE SCREEN
사랑하고 사랑 받은
도깨비 신부
여기에 잠들다.

사랑하고 사랑 받은 도깨비 신부 여기에 잠들다. 

★
그날 기타 누락자는 누군가의 눈물 속을 영영 걸어갔다.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시간들이 빗물에 쓸려 내려갔다. 아주 긴 우기였다. 기타 누락자는 수호신이 사라진 이 세상에 수호신을 다시 소환해 남겨두고 떠났다. 더 없이 쓸쓸하고 찬란한 수호신을..

★
지 엄마 만났겠네. 
너 그 삔 뭐냐? 설마 니 돈 주고 샀냐?
나 아니야, 우리 아빠 취향이야. 그럼 니네 아빠 볼 때나 해, 왜 밖에까지 하고 다녀.
난 아빠가 볼 때나 안 볼 때나 우리 아빠 사랑하니까 상관 말고 닥쳐줄래?
아휴, 나는 삔 사줄 아빠도 없어서 모르겠다, 그래.
야, 왜 예능을 다큐로 받아. 뭐, 뭘 봐요 아줌마!
으흠, 요즘 애들 무서워.
허, 뭐래?
아가. 그 맘 때 다 그런 거 알지만, 그 맘 때 꼭 안 그래도 된단다. 그저 니들이 예뻐서, 어찌 저리 예쁠까 본 거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묵 더 줄까?
네!
네!

★
첫 사랑은 원래 안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많이 사랑하셨나 봐요.
그런가 봐요. 이렇게 참기 힘든 걸 보면.

아니, 아저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숨이 안 쉬어져서 너무 위험해서.

여자분은 다 잊었는데 대표님은 아직 못 잊으셨구나?
네. 단 하루도 단 한순간도.

근데요.. 머리를 그렇게 꾹꾹 누르는 게 아니라 이렇게 쓰담 쓰담 하는 거거든요?

★
TEXT ON THE SCREEN
30년 후

마지막 명부입니다. 긴 벌이 끝나셨습니다.
한 장인가?
네.
드디어 이 긴 벌의 마침표네.
축하 드립니다. 편안히 가십시오. 
하아, 신세 많이 졌다. 고마웠다.

★
이제 드라이할 일 없겠네.

TEXT ON THE SCREEN
김선
68세
2056년 10월 10일 8시 2분 병사

소식 안 전할 거라더니. 참.. 소식이 왔네요.

★
마지막 출근이야.
잘 가고.
잘 있고. 
어느 시간 속 어떤 모습이든 행복하고.
그 동안 잘 살았어. 비 내리게 하지 말고.
걱정 마. 이별은 내 오랜 업이라.
빨래 탈수 다 되면 좀 널고.
하아.
다 널고 나면 찻집으로 와. 규칙을 한 번 더 어겨볼까 해. 어차피 가는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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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안 늙었네요? 여전히 잘생겼구.
흠.
잘 지냈나요?
소식, 안 전한다더니..
깜빡 한 거죠. 내가 만난 남자가 저승사자라는 걸. 이 소식이 이리로 올 줄 알았나.
보고 싶었어요.
그럴 줄 알았어요.
제대로 한 번쯤 끼워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못되게 끼워서 미안했어요.
많이 보고 싶었어요.
그럴 줄 알았어요.
써니 씨가 제가 인도하는 마지막 망자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그 다음엔요? 우린 어떻게 되나요? 이렇게 해피 엔딩인가요 우리?
써니 씨는 세 번째 생이군요.
당신은요?
글쎄요.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는 거군요.
당신의 오라버니가 와 있어요, 밖에.
오라비는 여전히 안중에도 없고..
이렇게나마 얼굴 뵙고 갈 수 있으니 마음이 좋네요.
내가 벗을 잘 사귄 덕이다.
오라버니 두고 먼저 가서 죄송해요. 건강하세요 오라버니. 언젠가 또 만나요.
행복해라, 우리 못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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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누이도, 나의 벗도, 나의 신부도 떠났다. 그리고 여전히 난 이렇게 홀로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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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힘내요. 샌드위치가 왜 두 갠지 알아요? 하나씩 나눠 먹으라고 두 개예요. 사양 말고 받아요. 이 넓은 세상에 우리 써 줄 곳 하나 없겠습니까? 자! 나이도 젊은 양반이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그렇지만 힘냅시다! 늦게 빛나는 인생도 있지 않겠어요? 하하.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 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다.
그럼 먼저 갑니다.
이보게, 김 서방. 그리 말고 이리로 가게. 자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걸세. 샌드위치 값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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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이 보시면 뭐 아십니까?
네, 일단 고장이 났다는 걸 알겠네요.
제가 한 번 봐드릴까요?
보면 아십니까?
제가 기름밥만 한 20년 됩니다. 자 보험회사에 연락하시면 빠르실 텐데 왜 이러고 계세요.
아.. 보험 회사에 연락했어요?
아, 회장님이 본네트 여시는 통에 정신이 팔려서.. 바로 해 보겠습니다.
아마도.. 새로운 인연을 만나려고 그랬나 봅니다. 
인연이요? 낭만적이십니다. 으르신.
네, 좀 그런 편이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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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등불을 올리며 나는, 먼 생의 나의 누이와 먼 생의 나의 주군이 내세에서 다시 만나길.. 다시 만난 그 생에선 부디 행복하길 빌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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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니 이거?
범인을 제압할 땐 단번에, 수갑을 채울 땐 가차 없이, 미란다 원칙 고지는 정확하게,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어으, 뭐냐고 물었잖아요, 내 말이 어려워요?
범인 체포하는 장면 시범 보여달라고 하셨잖아요.
아니 그걸 나한테 보여달랬지, 나한테 하랬어요? 범인 저기 있잖아요, 저기!
아, 범인이 저쪽이에요? 워낙 범인 같으셔서, 미안합니다.
아시, 딱 봐도 형사 아닌가, 내가?
딱 봐도, 다시 봐도, 계속 봐도 범인 같으신데?
이 사람이 진짜. 내가 어디가 범인 같은데? 내가 뭐 당신 마음이라도 훔쳤어요?
딱 봐도 도박판에 있는 마담 같은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딱 내가 마담이니까, 내가 지금 언더커버잖아요. Undercover. 이게 지금 2016년도 배경 시대극이라, 어후, 됐구. 감독님! 이 사람 뭐예요? 뭔데 이래 나한테?
아, 내가 인사를 안 시켰네. 우리 자문해주시는 강력계 형사님이셔.
강남서 강력계 이혁입니다.
혁이래, 대박.
다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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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오해는 하지 마시구요, 제가 배우인데요 여기 로케를 왔는데, 스태프가 방을 안 잡아놔서 어쩔 수 없이 왔어요. 어쩔 수 없이.
스타일리스트입니다.
아,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참, 동서양을 막론하고 항상 방이 이렇게 하나 밖에 없는지.. 어쩔 수 없네, 그 방 줘요.
빨리 주세요.
어차피 나가 봐야 다리만 아프고, 다리 아프면 다리 굵어지고, 잠 빨리 자야 내일 피부도 안정되고.. 아니, 무슨 여배우 방을 안 잡아 놔?
안 물었거든요? 야, 여기 키.
앞장 서요. 스.. 타일리스트.
방 있어요?
아이구, 어떡하나? 방 하나밖에 없는데.
못 들은 척 해요.
안 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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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 뭐예요?
뭐가요?
아니, 뭐.. 사귀자, 만나자, 좋아한다.. 뭐 이런 거 언제 할 거냐구요, 안 할 거냐구!
내가 먼저 해야 됩니까?
그럼 내가 먼저 해요? 나 명색이 여배우인데? 먼저 좋아하는 것도 약 오르는데?
누가 그래요? 먼저 좋아했다고?
다 그래요! 내가 먼저 좋아했다고. 아니에요?
아니에요.
뭐가요!
내가 먼저 좋아했어요. 이게 내 진술, 하아. 아, 아니 내 진심입니다.
허어, 참나. 조금만 늦었어도 내가 먼저 좋아할 뻔했잖아요. 손 좀 내밀어 봐요.
뭡니까?
수갑 같은 거라고 생각하세요. 지금 내 맘 훔쳤으니까. 여기 사자 보이죠? 별명이 강력계 저승사자라며.
이거 뇌물 아닙니까? 
체포해 가시든가, 그럼. 그럼, 오늘부터 우리 1일 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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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나가십니까, 나으리.
산책이나 좀 할까 하여.
저기 큰 길 쪽은 피하십시오. 한국에서 학생들이 여행을 와 좀 시끄럽습니다.
다녀오겠네. 
네, 나으리.

찾았다.

천년 만년 가는 슬픔이 어디 있겠어, 천년 만년 가는 사랑이 어디 있고.

난 있다에 한 표.

어느 쪽에 걸 건데. 슬픔이야, 사랑이야?

슬픈 사랑. 

아저씨, 나 누군지 알죠?
내 처음이자 마지막. 도깨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