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 Episode_4
처음 봤을 때부터 보였어요 이 검. 그럼 나 이제 뭐해요? 나 아직도 도깨비 신부 아니에요? 아니에요?
맞는 것 같아.
진짜요? 그러면 나 효용가치 그거 생기는 건가? 그럼 아저씨 안 떠나는 거예요?
일단은. 더 멀리 떠날 준비를 해야 할지 몰라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가 도깨비 신부란 말이야.
그거 아닌 거 같은데..
처음부터 보였는데 왜 안 보이는 척 했어 그 동안?
처음엔 예의로, 그 다음엔 무서워서요.
자세히.
생판 초면에 남 아픈 거 묻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말 안 했구요, 그 다음엔 보인다고 하면 무슨 일이 생길 거 같아서 말 안 했구요, 아 당장 결혼 하자고 하는 거 아니야? 그럼 나 대학은? 혹시 나 도깨비 되는 거 아닌가? 무엇보다 돈은 좀 있나 싶은. 안 보이는 척 한 건 그 후에 마음 상해서, 짧아요 기간이. 저 이제 뭐 하면 돼요? 신부로써?
네가 신부로써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일단 여기서 기다려.
★
야 쟤가 검을 봐. 쟤가 검을 가리켰어, 이렇게!
알았으니까 나가.
쟤가 검을 본다고, 쟤가 내 신부라니까! 나 이제 죽는다니까!
아, 근데. 그럼 잘 된 거 아니야? 죽기 위해 신부 찾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너를 무로 돌아가게 해줄 널리 이로운 신부?
그랬지. 거의 일평생을.
그럼 뭐가 문제야? 왜, 죽이겠대?
나 농담할 기분 아니거든?
정확히 기분이 어떻게 아닌데, 걔가 검을 봐서 기쁜 거야? 두려운 거야?
아 모르겠어. 이제 이 지겨운 불멸을 끝낼 수 있구나.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뭐 맨날 지겹지는 않았는데 아직도 살아 보자 싶기도 하고..
말만 해. 여차 하면 내가 데려 갈게. 어차피 데려 갔어야 할 아이야. 서류 때문에 밤은 며칠 새야 하겠지만..
그런 뜻으로 들렸어?
어.
정확해. 드디어 우리에게 우정이 생겨 기뻐. 죽음이 나를 부르고 있어.
초인종까지 누를 정도면 친절한 죽음이야. 침착해. 평소에 원한 살만한 모진 말 같은 거 한 거 없지?
그냥 원래 명대로 죽는 방법도 있어. 덤으로 사는 목숨이니깐. 부작용 같은 거니깐.
그냥 죽을래. 그게 깔끔하다.
그래 그러자.
너 그걸 잠깐 기다리랬더니 그걸 못 기다려? 너 참을성이 없구나.
(더 세게 나가.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죄송하지만, 더는 못 기다려요. 제가 도깨비 신부라는 걸 알게 된 후로 내내 아저씨만 기다려 왔어요. 아주 오래요. 이모가 집을 나갔어요. 근데 보증금도 빼서 나갔어요. 고로 저는 집도 절도 없다는 얘기죠. 그래서 말인데요, 아저씨도 안 떠나신다고 하고..
정말 안 떠나기로 했어?
저 이 집에서 좀 클게요. 아니면 입양이라도 괜찮아요. 선인장처럼 클게요. 저 혼자서 잘 자랄게요. 제발요.
난 찬성.
저로 말씀 드릴 거 같으면 대한민국에 평범한 고3 수험생이고 싶었으나 제 나이 9살에 조실부모 하고 사고무탁하여..
나 이 얘기 알아. 나 이 드라마 봤어.
엄마 없이,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이모와 남매의 구박을 받으며 산지 어언 10년.
하아, 해피 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마침내 깨달았죠. 신은 없구나. 온갖 불행의 소스를 다 때려 넣은 이 잡탕 같은 인생이 어이가 없는 와중에 아저씨를 만나게 된 것이죠, 운명처럼. 그러니까 살려주세요, 제발.
야 너 살려달라는 애가 이 집에 누가 사는지 보고도 들여 보내 달래?
저 이 집 아니면 최소 객사(길에서 죽음) 내지 아사(굶어죽음)예요.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그냥 이 집에서 아름답게 죽을래요, 등잔 밑이 어둡다잖아요. 오늘부터 아저씨가 제 등잔 해 주세요. 이 아저씨가 나 못 데려 가게.
아 미안한데 우리 사이에는 이미 우정이..
야, 너 일단 들어가 있어. 거실에 있어. 얌전히 앉아 있어.
네.
너 나 좀 봐.
뭔 놈의 우정이 5분을 못 가 그걸 말하면 어떡해?
아, 네가 나한테 데려가 달라고 한 건 비밀이야? 몰랐지, 난.
너 일부러 그랬지, 가뜩이나 오갈 때 없고 불쌍한 가련한 애한테.
아, 그래서 너는 밖에다 그렇게 세워놨냐? 날도 추운데?
너 절대 나오지마.
뭐 어떻게 하게? 방법 있어?
있긴 있어. 조금 세속적이기는 하지만..
★
나는 1,2,3 중에 2번, 오백. 왜 그렇게 봐?
으음.
무슨 뜻이야?
이 돈은 넣어 두세요.
그 얘기를 하던 저는 뭘 잘 모를 때의 저였거든요. 지금은 제가 이 집을 봐버렸는 걸요.
그러니깐 그게 무슨 뜻이냐고?
애 키우기 딱 좋은 집이네요. 우리 애 낳고 한 번 알콩달콩 잘 살아 봅시다. 어떤 타입이에요?
뭐 뭐 뭐가?
아내 타입. 현모양처? 섹시? 전문직? 아 매일 매일 바꿔 줄까요?
너 나 별로 라며, 되게 별로 라며?
제가 별 소리를 다 했네요, 취소. (아저씨 되게 잘 생기셨어요. 되게 멋있어요. 저 아저씨 본 이후로 별 안 보잖아요. 별을 왜 봐요? 아저씨 눈 보면 되는데. 아저씨, 지금 제 큰 생각 들리세요?)
뭐하냐, 너?
다 들었으면서. 죄송해요. 제가 자꾸 속으로 생각을 너무 크게 하죠?
그건 뻥인데.
뻥이라뇨? 그땐 내 생각 다 들린다면서요?
거기서부터 뻥인데.
그럼 그때 저 납치 됐을 때는 어떻게 알고 온 건데요?
그냥 느껴졌어.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네 목에 있는 점 때문인 거 같다.
사기꾼. 난 진짜 내 생각 들릴까 봐. 아저씨 생각 되게 작게 하고 막 쪼개서 하고 중간중간 노래 부르면서 하고 단풍잎 보면서도 이건 아저씨 생각을 하는 게 아니야, 단풍잎을 생각하는 거야. 라고 막 핑계 되고 내가 내 생각 할 때도 눈치보고 그랬는데. 왜, 뭐요?
너 그러면서 은근슬쩍 내 생각했다고 왜 고백해, 헷갈리게.
뭐가 헷갈리는데요? 나 신부 맞다니까요. 아니 그러니깐, 저 짐 풀어요 말아요? 나도 지금 헷갈려서 그러니까.
안 헷갈리는 거 같은데, 돈 딱 내려놔 짐 풀지 말고.
아 혹시 4번이 있는 건가요? 더 좋은 거겠죠?
★
할아버지. 어?
어?
쟤가 왜 여기 있어,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왜 쟤랑 여기 있고?
제가 말씀 드린 그 손주 놈 입니다.
저 아이가 한 층 아래 묵을 터이니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뭐든지 시키시면 됩니다.
나? 내가? 에이 할아버지 비서실에 사람이 몇인데..
카드 영 안 풀고 싶어?
그 중 제가 제일 유능하니 제가 모시겠습니다. 유 덕화라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믿을 놈은 못됩니다.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시면 이리 연락 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이세요?
TEXT ON THE SCREEN
유신우
회장
㈜일룸
서울시 송파구
오금로 311 퍼시스 빌딩
회장님 친 손자. 재벌 3세.
피곤하실 텐데, 그럼 이만 데리고 가보겠습니다.
아 왜 나 얘랑 할 이야기 있어.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으 내가 갈게.
안녕히 가세요. 스위트 룸. 대박. 아 좋다. 스위트 룸이다. 좋은 스위트 룸에 혼자 있다. 이렇게 넓은데 혼자 있으면 무서운데.
★
근데 할아버지 쟤 누구야?
넌 알 거 없으니 그저 불편하지 않게 편안히 모시는 데만 신경 쓰거라. 아주 중요한 게 그 분 손에 달렸다.
중요한 거? 중요한 거 뭐?
네 카드.
어이가 없네, 아니 내가 재벌인데 왜 내 카드가 생판 처음 보는 고딩 손에 달렸냐고. 허 참.
★
삼촌 삼촌 글쎄 할아버지가 어떤 소녀를.. 삼촌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이건 신경 쇠약, 이것은 조울증, 이건 불면증.
그러니까 그걸 왜 먹냐고?
나는 지금 몹시 신경이 날카롭고, 기뻤다, 슬펐다, 쓸쓸했다, 찬란했다, 잠을 못 자서.
쓸쓸했다 찬란은 왜 하는데?
살이 빠졌더구나.
이 양반이, 우리 삼촌 대체.. 삼촌은 또 왜 그래요?
증상이 같구나. 어떤 여자를 처음 보고 눈물이 흘렀다면 그건 뭘까?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의 가정의학 전문의를 모셔 보겠습니다. 정신건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는데요.
네. 신체건강도 중요하지만 그에 비해 정신 건강에 대해 간과하는 분들 많으시죠? 조울증 신경쇠약 불면증은 현대인들에게 그림자처럼 달라 붙어 있는 고질병인데요, 먼저 조울증의 증세로는 충동구매가 있습니다. 가까운 이가 갑자기 물건을 많이 산다면 의심해 보세요. 다른 증상으로는 과도한 자신감이 생기는 건데요.
나랑 사우나 갈 사람? 자신 없으면 말고.
우와 진짜 과도하다.
끝방 삼촌, 묶읍시다.
도전.
하하, 나 참.
신경 쇠약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건강 염려증이 있죠.
요즘 아무래도 계속 속이 쓰린 게 위궤양인 거 같아. 그거라도 줘봐.
아, 너는 위가 없어도 안 죽어. 단지 못 먹을 뿐이지. 신부가 네 검 뽑아야 죽는다며, 너.
아, 그니까 죽어라?
뭐 꾸준한 화제였는데 새삼스레..
허허, 새삼스레. 누가 들으면 나만 이상한 놈이네. 나만 속 좁은 놈이야. 나 같은 건 죽어라 그냥 살 가치도 없다. 왜 아주 걔한테 가서 얘기를 하지 그래? 허! 가서 검 뽑아서 나 죽이라고, 죽어 마땅한 놈이라고.
울겠다, 아주?
간신히 참고 있었는데..
그냥 내가 나갈까?
★
버스 정류장이 오른쪽.. 아저씨 우울 한가? 근데 웃긴다. 이 타이밍에 우울하면 내가 맘 상하죠. 싫으면 싫다고 말로 하면 되지, 사람 여럿 불편 하게 등굣길에 비가 왠 말이냐구요.
안녕하세요, 학교까지 모시겠습니다. 타시죠.
아 말 편하게 놓으세요.
안돼요. 싫어요. 네가 우리 할아버지한테 이를 까봐요.
안 이를 건데요.
네가 안 일러도 누군가는 일러.
뭐해? 내려, 다 왔어.
여긴 안 된다니까요. 저기 앞에 사거리에 세워달라니까요.
절대, 네버. 재벌이라면 응당 학교 앞까지 세단을 몰아 세간의 관심을 주목 시켜야 한다. 안 내리면 내일 또 한다.
내일은 진짜 안 할 거예요?
매일은 재미없지, 이미 끌 시선은 다 끌었어.
저거 지은탁 아니야?
빨리 가세요.
네가 지은탁이야?
네. 제 소개가 늦었죠? 제가 지은탁
네가 그럼 그 샤바샤바 아이샤바(신데렐라 주제가 중 일부)? 너 많이 울었지? 그럼 너 그때 그 도깨비 책 그거, 아, 너 우리 삼촌이랑 아는 사이였어? 모든 퍼즐은 맞춰졌어.
삼촌이요?
아 너네 이모 어떻게 됐어? 그 벌, 그거 금, 아니 벌 그거.
벌, 금.. 아 우리 이모 무슨 벌금 물어요?
몰라. 나는 그저 우리 삼촌이 벌을 어떻게 줬나 그게 궁금해.
★
이거 어디서 난 거예요?
아 그런 건 왜 물어 봐요?
에?
아니 살 거면 사고 말 거면 말지?
이게 너무 좋은 물건이라서 그러지.
유산으로 받은 거예요, 유산.
얼굴은 왜 그러시고?
엄마한테 맞았어요. 불쌍하니까 많이 쳐 주세요.
이게 미쳤나..
저거 아직 덜 맞았어, 더 맞아야 돼.
닥쳐 이 개..
잠깐만요. 이거 귀한 건데 장비 갖춰서 제대로 봐 드려야지.
아 왜, 왜, 때려 나를?
나가 나가!
입 좀 닥쳐 이 계집애야 쪽 팔려 죽겠어.
훔치다니, 훔치다니? 아니 이게 우리 조카 건데 서랍에 있는 걸 내가 갖고 온 거라고 몇 번을 얘기해요 내가?
그게 훔친 거예요, 엄마.
조용히 해 이 새끼야, 똑같이 나누자고 네가 제일로 좋아했어, 니가. 이 새끼가요.
앉아요.
이 금괴가 조카 거다?
네.
근데 왜 금은방에서는 유산으로 물려 받았다고 거짓말 했어요?
아니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해요? 언제 내가 유산으로 받았다고 했나? 우리 조카가 받았지. 걔네 엄마가 그러니깐 우리 언니가 죽으면서..
네, 됐어요. 알았고 그 조카 생년월일 하고 이름이 뭐예요?
그러니까 걔 지금 고등학생이고 3학년이고 걔 이름이.. 걔 이름이 뭐지? 야, 걔 이름 뭐냐?
은지?
은희?
아 나 이 또라이들 진짜, 정신 안 차려?
이거 진짜 장난하러 왔어 지금? 잘 들어요. 그러니까 당신들이 지금 이름도 모르는 고3 조카가 한국은행에서 만들고 지금 저 뉴욕 연방 준비 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이 지금 가지고 있어야 되는 이 금괴를 딱 훔쳤는데 당신들이 다시 이렇게 딱 훔쳤다는 아니에요, 그죠? 맞죠?
TEXT ON THE SCREEN
증 1 호
아니 우리가 훔친 건 아니고, 정 못 믿겠으면 집에 가서 걔한테 가서 직접 물어 보면 될 거 아니에요?
물어 봤잖아요. 계속 해서 주소, 주소 대라고.
아 주소. 서울시 성북구.. 가만히 있어봐, 서울시 성북.. 서울시 성북구.. 뭐야? 야 우리 살던 집 주소 뭐야?
우리가 살던 집이 있었어?
우리가 어디 살았어?
이 또라이들 이거 뭐지? 이거, 이거, 이거?
★
걔가 진짜 우리 삼촌 신부예요? 걔가 왜 우리 삼촌 신부예요?
글쎄, 신의 장난으로.
아, 그래서 삼촌이 우울하구나. 자기 스타일이 아니구나. 장난이 심했구나 신이. 근데요 끝방 삼촌 방금 얼리신 그 접시요 우리 삼촌이 되게 아끼는 거예요. 삼촌이 루이 14세 때 직접 산 접시라고 했는데..
덕화야, 안 이를게요.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짓지 마세요. 무서워요. 그 여자 때문에 그래요? 처음 봤는데 눈물 났다던? 잘 생각해 봐요. 처음 아닌 거 아니에요? 남자가 그러는 거 아니에요. 책임 지자. 삼촌은 그날을 기억 못해도 그 여자는 뭔가 기억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기엔..
네.
무척 해맑았다.
써니예요.
머리도 막 이렇게 넘기고 입술도 이렇게..
이렇게 뭐?
정말 처음 보는 여자였다.
뭐 얘기가 그리 흘러가? 입술 이렇게 가 뭔데요? 예? 아 입술이 뭐 어떻게 했는데요? 안 물을게요.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
옷 뭐냐? 예식이냐? 장례식이냐? 아, 이래서 결혼은 무덤이라 하는 것인가?
나 지금 좀 경건한데 내가 묻는 말에 정직하게 대답해 주길 바래(표준어: 바라). 너 국제업무도 연계해서 하지? 아, 그러기엔 영어가 안되나?
What? Pardon?
그 정도면 훌륭해. 유감스럽게도 네 도움이 필요 하다.
왜, 해외 가서 죽게?
★
TEXT ON THE SCREEN
수학 영역 (수학 I) <상>
너무하네 진짜. 왜 잠수타? 왜 안 와? 왜 연락 안 해?
문 열어. 집 앞이야 나 왜 피하는데? 나와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안 나온다 이거죠? 안 나오면 나 이거 불어서 끕니다. 이게 뭐냐 하면 되게 길고 큰 양초 거든요. 끌 거야, 어디서 불지는 장담 못해요. 되게 험하고 창피한 곳에서 막 콱 불러 낼 거야. 나 아직도 일단 기다려야 해요? 일단 언제까지 기다려 인데요?
★
오랜만이야.
하나도 안 늙으셨네요.
17번 문제 답 4라고 알려 줬는데 2 그대로 적었더라.
전 아무리 풀어도 2더라구요.
답은 알아도 여전히요. 그래서 차마 못 적었어요. 그건 제가 못 푸는 문제였거든요.
아니, 넌 아주 잘 풀었다. 너의 삶은 너의 선택 만이 정답이다.
그런 문제였구나.
변호사 됐던데, 어려운 사람들도 많이 돕고
그때 주신 샌드위치 값 갚고 싶어서요. 그리고 전 다른 선택이 없었어요. 계신 걸 알아 버려서. 보통 사람은 기적의 순간을 잊지 못하거든요.
알지. 나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샌드위치를 건넸다. 허나 그대처럼 나아가는 이는 드물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 기적의 순간에 멈춰 서서 한 번 더 도와 달라고 하지. 당신이 있는걸 다 안다고. 마치 기적을 맡겨 놓은 것처럼. 그대의 삶은 그대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그대 삶을 항상 응원했다.
그러실 줄 알았어요. 저는 이제 어디로 가게 되나요?
들어온 문으로 나가면 된다. 저승은 유턴이다.
딱 봐도 좋은 데 가는구나 싶은 길이지.
그러네. 오늘 고맙다.
근데 왜 해? 이런 일. 안 해도 되잖아. 나처럼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안 해도 되는데 일은 안 하면 내가 안 멋있지.
어련하시려고.
★
어디 있었어요? 집에 없던데.
집에 왔었어?
저 왜 피해요?
피한 게 아니라 바빴어.
저 피하느라 바쁜 거였잖아요. 보니깐 직업도 없더만. 저 혹시 그거 인가요? 소박(아내가 남편을 푸대접하다).
뭐?
그럼 뭔데요? 도깨비라고 피하고, 아니라고 피하고, 검 못 본다고 피하고, 봐도 피하고. 치사해, 진짜. 어른 치사해. 도망 가기만 해봐요, 나 이거 다 불 거야.
엄청 예쁘네.
나 지금 진지 하거든요.
나도. 근데 넌 돈도 없는 애가 이 많은 초가 다 어디서 났냐?
유덕화 오빠가..
이 자식.
저 그냥 아저씨 집에서 살면 안 돼요? 빈 방도 많더만.
네가 방이 비었는지 차있는지 어떻게 알아?
유덕화 오빠가..
이 자식이.
일단 기다리라면서요.
일단이라는 건 보통 한 시간에서 최대 반나절이죠, 며칠 째예요 이게? 그 사이에 막 비도 오더만. 우울 했어요, 나 땜에?
아니야.
얘기 하셔도 돼요. 저 요 며칠 마음의 준비를 했거든요. 무슨 말씀을 하셔도 받아 드릴 각오가 되어 있어요, 전.
각오를 왜 네가 해? 각오는 내가 해야 되는 상황인데.
무슨 각오요?
몰라도 돼. 저녁은? 왜 먹었어?
검이 보인다니까, 아저씨가 계속 안 보이네요. 이러라고 말 한 거 아닌데. 무슨 각오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 혼자 하지 마시고 같이 합시다.
스테이크 먹을래? 룸 서비스 시켜줘?
말 돌리는 거 보니.. 봐 준다 내가. 오늘은 소 느낌 아니에요. 딴 거 먹어요. 방에 비치된 비싼 것들이 나를 막 유혹 했지만 넘어가지 않았어요. 아, 이 맛이야.
그걸로 되겠어? 원하는 거 다 골라봐. 내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사 줄 수도 있어. 일시불(lump sum payment).
똑바로나 좀 서 봐요. 어떻게 맥주 두 캔에 이렇게 되냐?
칫솔 사줄까?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따단! 극세사! 우하하하!
아 이제 좀 가시라구요. 가시라고.
싫어 바래다 줄 거야.
나 진짜 아저씨 신부긴 신부인 거예요? 일단이고 뭐고?
어.
나 그럼 딴 남자 못 만나요?
뭐 엄청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
그럼 제 세 번째 소원은 어떻게 할 건데요?
알바, 이모네, 남친. 남친!
이번 생에 절대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아. 기대 하지마!
왜요?
내가 싫으니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아저씨 나 좋아해요?
아니야.
아저씨의 ‘아니야’는 아닌 게 아니던데.. 그 동안 어떻게 살았어요? 뭐 하면서?
너 기다리면서 살았지,
시끄럽구요.
작게 말했어.
우울할 때는 비 오고 기분 좋을 땐 뭐해요?
패스.
설마 뭐 막 꽃피고 그러는 거 아니야?
아니야. 다음 질문.
날 수 있어요?
껌이지.
다음에 보여 주세요.
콜.
나 몇 번째 신부예요?
처음이자 마지막.
처음은 그렇다 쳐요, 그런데 마지막인 건 어떻게 아는데요?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만약에 내가 신부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돼요?
이 검을 못 뽑아, 이건 너 밖에 못 하거든. 이 검을 뽑아야지 내가.. 내가.. 이뻐져. 지금은 안 이쁘잖아.
아, 이거 혹시 그거예요? 동화 보면 왜 저주 걸린 왕자가 진정한 사랑 만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그거? 개구리 왕자는 개구리에서 왕자, 미녀와 야수는 야수에서 왕자, 도깨비는 도깨비에서 빗자.. 그냥 다음에 뺍시다 다음에, 빗자루가 필요한 순간에.
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지금 이 상황에 웃으면 미친놈이거든. 그래 다음에, 오늘은 말고. 오늘은 그냥 너랑 웃고.
첫눈 오면?
첫눈?
빗자루 필요 하잖아요.
응. 첫눈 오면.
★
올해는 첫눈이 언제 오려나?
잘 나온다. 같이 찍자.
뭐지?
예쁘다.
★
TEXT ON THE SCREEN
제일신문
“때 아닌 벚꽃과 목련 만개(활짝 핌)”
국일신문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이상기온’
민성신문
반복되는 이상기후, 이대로 괜찮나
기상청, ‘가을 벚꽃 개화는 지구 온난화 탓’
밤 사이 뭐 좋은 일 있으셨나 봐요? 이 가을에 거기다 하룻밤 사이에 이따만한 꽃들이 막 이 집 저 집 막 울긋 불긋 막 아주 예쁘게도 피우셨더이다. 눈, 비는 기상이변으로 어떻게 얼버무린다고 쳐, 꽃 어떻게 할 거야? 꽃. 삼촌 술 마셨지?
꽃 어떻게 할 거야, 꽃, 삼촌 술 마셨지? 이 세 문장이 다 반말이다. 이 참에 편하게 형 동생 할까?
그럴까? 형 어제 누구랑 뭐했는데?
네 이놈.
생각 안 난다, 안 나! 아 어떻게 하실 거냐고요.
술이 아니라 신경 안정제 때문이다. 네 약을 끊을 터이니..
목소리는 갑자기 왜 까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
뭐야 저건.
빈자리네. 저기 앉자.
뭐 이런 데서 만나?
누구요?
마지막 회야. 아침 드라마 마지막 회는 놓칠 수 없어.
누구나 가슴속에 상처 하나쯤은 갖고 사는 거야.
상처? 당신이 상처를 알아? 나랑은 이별보다 사별이 빠를 거야.
어젯밤에 내가 너한테 과자 사준다고 했지?
안 했는데?
대충 생각하지 말고 잘 좀 생각 해봐.
대충 깰 생각 하지 말고 술이나 잘 좀 깨요.
또 필름 끊겼어? 맥주 두 캔에?
술 때문이 아니라 약 때문이라고.
삼촌 왜 그래? 무섭게. 여기에 뭐 있어?
은비 혜진이 딸이에요.
뭐?
대박!
뭐 딸?
집으로 갈 거지?
으악!
은비가 혜진이 딸인 거에 이제 놀란 거야?
이거 뭐야? 이거 무슨 기억이야?
뭐가요? 뭔데?
만약에 내가 신부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이 검을 못 뽑아. 이건 너밖에 못 하거든.
으아! 미친 도깨비! 아 어떻게 하지?
왜? 왜? 왜 그러는데?
나 걔한테 검 뽑는 이야기 다 해 버렸어.
삼촌 어딜 보는 거야? 많이 안 좋아?
기왕 이렇게 된 거 좋게 생각해. 너 지금 죽어도 호상이야.
너 말 그따구(그따위)로 해라! 모자 확 불 싸질러 버린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타인, 타인. 남.
수고, 나 먼저 간다.
확!
삼촌 진짜 왜 그래?
누구신지? 저 아세요? 하!
삼촌, 우와, 그 와중에 그걸 또 들었어? 삼촌.
아우, 얼굴에 똥을 쳐 발라도 예쁠 년.
다 옛날 얘기다. 아끼다 똥 됐어.
뭔 소리야, 아직 탱탱해 괜찮아.
언니, 그 섀도우 뭐예요? 발색 너무 좋다. 그거 하나 주세요.
네, 이쪽으로 오세요.
내가 하나 팔아 줬네
고맙다. 근데 오늘 뭐 약속 있어? 이쁘게 하고 어디 가게? 혹시 남친 생겼냐?
생기려고 이쁘게 하고 전화 기다려 지금. 안 와 근데. 왜지?
밀당(밀고 당기고) 하나 보다.
밀렸나? 난 당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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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
★
근데 사장님은 왜 맨날 창 밖만 바라보세요? 밖에 뭐 있어요?
기다리는 거야.
뭘요?
몰라. 나는 일평생을 그렇게 누굴 기다린다.
손님을요?
아니. 님.
백마 탄 왕자님?
연하 싫어. 이왕이면 백마 탄 임금님이면 좋겠다.
근데 아저씨만 묘비명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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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우
‘어느 고려인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시오’
유서원
‘그대 위의 흙이 가볍기를..’
뭐냐? 주웠냐?
주셨는데. 줘.
누가? 아침에 차 태워준 그 남자가 아님 너네 집 앞에서 본 그 아재(아저씨)가? 너 진짜 편견 없이 다양하게 교제한다. 너 이 명함이 뭔지 알고 떠드냐?
적혀 있잖아. 유신우 회장님.
그러니까, 너 속은 거야 븅신아, 아 뭐 그 남자들이 이 회장이랑 친하대?
놔둬라, 원조교제 하는 애가 무슨 겁이 있겠냐?
왜? 뭐? 눈 안 까냐? 이거 뭐야? 이 담배 뭐야?
그래 너 담배 처음 보지? 미쳤구나 미쳤어. 학교에서 그것도 교실 안에서, 어?
선생님 아니에요. 야 불 좀 줘봐. 나 뭐라고 했어?
불? 너 안되겠다. 나와, 따라 나와.
선생님 아니에요, 이거 제 거 아니에요. 이거 지은탁 거예요. 지은탁이 피려고 해서 제가 뺏은 거예요. 쟤 뒤져 보세요. 이거 지은탁 거라니까요.
야 박수진 그거 네 것 맞잖아. 지은탁 담배도 안 피는데 그만 좀 해라, 저번부터.
야 반장 미쳤냐? 죽고 싶어?
네가 죽고 싶지, 네가. 너 교무실 어디인지 알지? 가. 쭉 가, 쭉.
널 괴롭힌 애한테 복수를, 피의 복수를.
내가 했잖아. 아이고야 쪼매난 가스나가 왜 그리 못돼 쳐 먹었는가, 내 속이 다 시원타. 어이 니는 그래 마 외롭다면서 갸나 좀 데고 가지 와.
(사투리: 아이고, 작은 여자애가 왜 그렇게 못됐는지, 내 속이 다 시원하다. 야, 너는 그렇게 외롭다면서 걔나 좀 데리고 가지 왜.)
무슨 그런 악담을 해 그런 애는 죽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싫어 할매.
그래?
우리 잘 했지?
내가 담배에..
네, 다들 감사 했어요.
우리 먼저 갈게.
뭐가, 뭐가?
차 잘 안 가지고 다닌다면서요?
어, 차 있는 거 자랑 하려고.
면허는 있구요?
사람을 뭐로 보니?
어제는 취객으로 보였구요.
어제 내가 뭐 실수한 거 없지?
기억이 잘 안 나세요?
다 나서 곤란한 얼굴로 안 보이니?
해장은 하셨어요? 배 안 고파요?
너 왜 나만 보면 그런 얘기를 묻는 거지? 나 만나기 전에 밥 좀 먹고 오면 안 될까?
같이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잖아요. 싫으면 말구요.
같이 먹고 싶은 거 뭐? 소?
소요? 우와, 생각지도 못했는데 진짜 좋은 생각인 거 같아요.
잠깐 있어. 다 왔어 내려.
우와! 우와!
단풍잎 선물해 준 답례.
대박. 단풍잎을 단풍국(캐나다)으로 갚다니. 아저씨 이거 신혼 여행이에요?
다시 타, 가자.
아니 아니에요. 이쪽으로 가봐요. 퀘벡은 제가 좀 잘 알죠.
잘 알기는, 소는 이쪽.
어? 뭐라고요? 잘 먹겠습니다. 오, 검 많다 검. 내려 놓고 얘기해 내려 놓고.
오호, 쪼는 것 봐.
먹어 배 고프다며.
네.
그 먹으면서 내가 하는 말 오해 하지 말고 들어, 나 진짜 궁금해서 그래, 진짜. 이 검 손잡이가 무슨 모양일까?
설마, 저 의심하시는 거예요?
아니 왜 화를 내? 이런 문제 일수록 확실히 하고 넘어 가는 신중한 타입이라 그래.
그게 의심인데?
검 손잡이에 호랑이 있네요, 호랑이.
그렇지? 백호, 백호. 호랑이 되게 멋있지?
암요. 근데요. 제가 아저씨에 대해 좀 알아 봤는데요, 근데 암만 찾아 봐도 그 얘기는 없던데.
무슨 얘기?
그 검 꽂힌 얘기. 검은 왜 꽂히게 된 거예요? 본인이? 남이?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아, 되게 아픈 얘기구나. 그럼 됐어요.
나이는요? 정확히 몇 살이에요?
구백서른아홉 살. (939)
아, 더 아픈 얘기구나. 미안해요. 그래도 오래 살면 좋겠다. 늙지도 않고 돈도 많고 이렇게 신부도 만났고.
넌 오래 살고 싶어? 너만 멈춰있고 다 흘러가 버려도?
아저씨 있잖아요. 아저씨 계속 있을 거니까 전 오래 살아도 좋을 거 같은데. 아저씨는 엄청난 과거사에 비해 되게 밝네요.
거의 천 년이야. 나는 뭐 천 년이나 슬퍼? 난 내 운명을 겸허히 받아 들이고 씩씩하게 사는 당찬 도깨비야.
천 년 만 년 가는 슬픔이 어디 있겠어? 천 년 만 년 가는 사랑이 어디 있고?
나는 ‘있다’에 한 표.
어느 쪽에 걸 건데? 슬픔이야? 사랑이야?
슬픈 사랑. 못 믿겠으면 내기 할래요?
내 얘기는 어디서..(도깨비는 내기를 좋아한다) 너 어디까지 조사 했어? 또 아는 거 뭐야?
오랫동안 혼자 지내다 보니 외로움을 잘 타고 변덕이 심하고 괴팍하고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며..
안 좋은 이야기 위주로 조사 했..
인간에게 복도 주고 화도 주고 가족을 이루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호텔에 방치 된 건가 싶기도 하고..
방치가 아니라 조치야, 너도 생각 좀 해 보라고.
무슨 생각이요?
하기 싫으면 꼭 안 해도 돼. 꼭 할 필요 없어.
뭘요?
도깨비 신부.
속셈이 뭐예요? 듣자 듣자 하니까 내가 하기 싫어하는 걸 바라는 눈치인데 계속?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 건데요? 아, 내가 도깨비 신부인 게 싫다? 아님 다른 여자가 있다? 다른 여자가 없어도 너는 싫으니깐 하지 말아라? ‘검을 본다, 검을 뽑는다’였죠? 순서가? 내가 신부인지 아닌지 그 검 뽑아서 증명해 보려니까. 어디 예뻐지나 한 번 봅시다.
야, 거기서 얘기해 거기서.
금 나와라 뚝딱 해주면 도깨비 방망이로 이만큼.
내가 왜?
이리 와요.
야 나 방망이 없어.
방망이가 없어요? 무슨 도깨비가 방망이가 없어요?
우와! 검! 물이 검이 된다! 오호 좀 멋지다! 우와 멋있다!
이게 와전된 거야 방망이로.
아하 그렇구나.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게 이 말이구나.
아니거든.
그죠, 신혼 여행은 역시 물싸움이죠. 딱 서요. 좋겠네요. 고딩 이겨서, 고딩 이기자고 그 능력을 써요?
뭐야? 쓰면 안돼?
나는 뭐 능력 없어요? 아저씨는 이것저것 다 하는데 나는 귀신 보는 거 말고 다른 건 없어요? 도깨비 신부인데?
있었으면 좋겠어?
금 나와라 뚝딱 이만큼. 해 줄 수 있어요?
없어.
에휴,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요.
왜?
볼 일이 있어서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 잘 기다릴 수 있죠? 아 그리고 책을 늘 가까이 하신다 그랬으니까 가까이 하고 계시고. 나 놓고 가면 소환 할 거니까 그런 줄 아세요.
너 안 놓고 가.
왜요? 내가 도깨비 신부니까?
꼭 전해 주세요.
TEXT ON THE SCREEN
(POEM)
새하얀 흰 눈, 가비얍게 밟을 눈,
재 같아서 날릴 꺼질 듯한 눈,
바람엔 흩어져도 불길에야 녹을 눈,
계집의 마음, 임의 마음
그리움
신달자
내 몸에 마지막 피 한 방울
마음의 여백까지 있는 대로
휘몰아 너에게로 마구잡이로
쏟아져 흘러가는
이 난감한
생명 이동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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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 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 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 사랑이었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 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 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레드 카펫 대박! 아저씨가 한 거죠? 완전 신기해. 아저씨?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 운동을 계속 하였다.
아저씨 화 났어요?
첫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