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blin" KDrama Script: Ep5

 도깨비 Episode_5
아저씨.

TEXT ON THE SCREEN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 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 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 사랑이었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 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 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레드 카펫 대박! 아저씨가 한 거죠? 완전 신기해. 아저씨?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 운동을 계속 하였다.

아저씨 화 났어요?

첫 사랑이었다

★
저 걸어 갈게요. 저 앞에서 세워 주시면 돼요 저 호텔 근처 길도 다 외웠고 걸어가면 금방..
그래 그럼.
안녕히 가세요.

오직 도깨비 신부 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 하리라.

★
인생엔 갑자기 이상한 장르가 끼어 들기도 하죠 오늘 여러분의 장르는 무엇이었나요? 심쿵 로코(로맨틱 코미디)? 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슬픈 멜로?
이러지 좀 맙시다 진짜. 평범하게 말 걸어 줘요. 이러면 나도 무섭다고..
놀라게 해서 미안, 부탁할게 있어서. 정말 미안한데, 내가 살던 고시원에 가서 냉장고 좀 채워 주면 안 될까?
냉장고요?
내가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엄마가 상 치르느라 아직 내방에 못 와 봤어 엄마가 내 방 냉장고 텅 빈 거 알면 가슴 아파할 거야 부탁 할게.
근데 나 돈 없는데..
거기 까지는 생각을 못 했다. 미안.
아 방법이 있어요.
고마워.

★
차가 식어요. 이 생에서 수고 많았어요. 조심히 가요 다음 생으로.
이거 뭐예요? 이거 우연이에요? 난 아니에요. 왜 전화 안 했어요? 기다렸는데, 한다면서요.
하겠습니다. 가서 지금.
어디 가서요? 어디 공중전화라도 찾으러 가요?
집에 전화가 있어서 집에.. 금방 전화..
허 웃겨. 우리가 이렇게 마주 쳤는데?
아, 반가웠어요.
미치겠다. 금방 전화 말고 금방 커피 어때요? 서울에 널린 게 카페고 나 시간 많거든요.

★
저기요, 우리 이렇게 계속 커피만 마셔요? 해 다 졌는데.
아, 해가 참 짧죠?
안 짧았어요. 한 시간째 계속 그러고 계셨거든요. 인사 안 해요 우리? 안부 안 묻고요? 얘기는 안 하나요?
아, 안녕하세요.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네, 그쪽도 잘 지내셨어요? 제 반지는 잘 있구요? 여전히 핸드폰은 없으세요?
네, 잘 지냈습니다. 반지 잘 있습니다. 핸드폰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 보세요. 제 이름 까 먹었죠?
선희요.
선희 아니고 써니요. 진짜 웃기는 남자네. 혹시 컨셉이에요? 뭘 봐요?
보게 되요. 웃으니까.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난 그쪽 이름도 모르는데 이름이 뭐예요?

★
이름을 묻더라, 근데 이름을 모르잖아 나는. 안부도 묻더라구. 살아 있지 않은 자에게 안부라니.
그 아이의 웃음에 하루 중 가장 화창한 오시의 햇빛에 생이 부서지던 순간이 떠오른 그 순간 나는 결심 했다. 나는 사라져야겠다. 더 살고 싶어지기 전에, 더 행복해 지기 전에, 너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선택. 이 생을 끝내는 것.
근데 네 목소리 다 들려. 진짜 죽게?
응. 첫 눈이 오기 전에.

★
너 혹시 술 마시니?
아니요.
마셨던데? 냉장고가 텅 비었던데? 초콜릿, 땅콩, 육포까지 남김 없이 드셨던데? 뭐 그래, 먹을 수 있지 근데 병은 왜 다 치웠냐? 병 치우면 안 들킬 줄 알았어? 그게 제가 사정이 좀 있어 가지고.. 그때 회장님이 필요 한 거 있으면 다 말 하라고 죄송한데 좀 내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돈이 없어 가지고..
나도 돈 없거든 이 소녀야, 나도 돈, 나도 돈 없다구..
계산 하려던 중이.. 아 깜짝이야
들어간다.
아저씨 왜 왔어요?
덕화 오빠가 다 얘기 했어요?
뭘?
아 그게 사실 저 혼났거든요. 덕화 오빠한테.
걔가 누굴 혼낼 만큼 떳떳한 애가 아닐 텐데.
냉장고를 제가 싹 다 비워 가지고 이거 계산 좀 어떻게.. 알바비 받으면 틈틈이 갚을 게요. 안 될까요? 사실 술은 아저씨가 마셨잖아요. 딴 건 제가 좋은데 좀 썼어요. 모른 척 하시면 이거 다 불어서 꺼 버릴 거예요. 오늘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이제 소환 하지마. 그럴 필요 없어.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까. 집에 가자.
어떤 집에요?
내가 사는 집. 너 도깨비 신부니까.
아저씨 저 사랑해요?
그게 필요하면 그거까지 하고, 사랑해.
내가 그렇게 싫어요? 뭐가 어떻게 싫으면, 이렇게 슬플 수가 있어요? 비가 주룩주룩 오네 뭐. 뭐 됐어요. 아저씨가 싫어도 슬퍼도 난 아저씨 집에 가서 살 거니깐. 제가 지금 찬 도깨비 더운 도깨비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요. 아무튼 제가 검만 빼주면 되는 거잖아요.
어 그럼 돼.
기다리세요. 짐 챙겨 나올게요.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너무 궁금해서 물어 본건 아니에요. 암만 우리가 혼인보다 먼 동거보다 가까운 애매한 관계여도 명색이 도깨비 신부인데 신랑 될 도깨비 이름 정도는 알아야 될 거 같아서요. 우린, 아직 우리도 아니구나.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 된 거 같은데, 우리. 언제는 유종신, 또 언젠간 유재신, 현재는 유신재, 진짜 이름은 김신.
출발, 초록 불.
오늘 쓰레기 내 놓는 날이라
볼 때마다 신선하시네요. 주세요, 이거 이제 제가 할게요. 
얘 왜 이래? 갑자기 나한테 잘 보이려고 그래?
오늘부터 여기서 같이 지낼 꺼야.
너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선택 이 생을 끝내는 것.
응원한다 너의 앞 길. 앞으로 네가 할 일들. 들어가자.
아, 네,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러니까 제가 앞으로 할 일이 집안 일이 되게 많은가 봐요.
네 자리겠지?
마지막에 별을 누르는 걸 거야.
비밀 번호를 모르시는 거예요? 두 분 다?
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적이 없어서..
꼭 그거 같네요. 놀이 동산에 있는 귀신의 집 들어가기 직전이요. 두렵고, 설레고,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겠고, 들어가면 다시 무사히 나올 수 있을까 싶고.
들어 와.
어? 넌 왜 여기, 이 얘가 왜 여기 언제 어떻게 있는 거야?
오늘부터 같이 지낸대. 
잘 부탁 드립니다.
현관문 비밀 번호 알려줘.
1004. 근데 얘 왜 여기서 지내? 아 왜 나는 나는.
너 그거 원 샷, 술이나 깨. 
이 쪽에서 바로크풍 의자를 두는 게 좋겠어.
사진관이냐?
심신을 안정 시키는 파스텔 톤의 데이 베드가 좋아.
유치원이냐?
여기는 19세기 낭만파 그림을 걸고 여긴 벽난로가 좋겠군.
펜션이냐?
저쪽에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벽지를 바르고..
모델 하우스냐?
내 손님이야.
내 집이야. 
제 방이에요. 전 다 괜찮아요. 이쪽에 19세기 낭만파 벽지를 바르고 이쪽에 파스텔 톤의 벽난로를 놓죠. 뭐 사이 좋게. 그럼 일단 오늘은 거실 소파에서 자면 되나요? 제가 거실에 있는 게 불편 하면 밖에 화단도 괜찮아요. 제가 지금 누울 자리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요.
그러니깐 누굴 들이려면 먼저 침대부터 사고..
오늘은 내 방에서 자.
아저씨랑 같이요?
아니야.
그럼 아저씨는요?
이거 무슨 뜻이야?
내가 침대에서 잘 터이니 내 걱정은 말고 소파에서 편히 자도록 해.
아 이 도깨비 말 참 이상하게 하네. 절대 안돼, 내 침대야, 부정 타.
알아 마음 쓰지 말래도.
거실 소파에서 자.
나 소파에서 못 자, 애 막 왔다 갔다 할 텐데.
그럼 호텔 가서 자.
나 호텔에서 못 자, 애 저 방에 혼자 있는데. 어디가?
기타 누락자 화단에 재울 거야.
너 원래 이렇게 인정머리 없었어?
어.
그럼 소파로 할게.
말 걸지 말고.
네가 옆에서 많이 도와 주라.

★
아이구 편안하다. 이렇게 앉아 있었으려나? 어 내 책. 내가 보고 있으랬지 갖고 있으랬나. 안 버렸네. 치, 소중히 간직 하기는. 이건 또 무슨 책이냐? 나 한자 모르지. 
이국의 땅에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칼로, 활로 땅을 빼앗고, 곡식을 빼앗고, 생을 빼앗는다. 이국의 신도 고려의 신도 다 한통속이다. 함께 고려를 떠나 왔던 어린 손자의 손자의 손자를 묻었다. 나는 작은 방 구석에 놓여있는 의자에서 몇 날 며칠을 보냈다. 나의 유서는 죽음을 앞두고 남기는 말이 아니다. 신이여, 나의 유서는 당신에게 죽음을 달라는 탄원서이다. 이 삶이 상이라 생각 한 적도 있으나 결국 나의 생은 벌이었다. 그 누구의 죽음도 잊히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이 생을 끝내려 한다. 허나 신은 여전히 듣고 있지 않으니..

너 신을 본적이 있어? 혹시 지금 신을 보고 있는 거야?
말 걸지 말랬지. 나 같은 말단이 신을 어떻게 봐?
난 본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겼는데?
그냥 나비였어.
꼭 그런 식이지, 지나가는 나비 한 마리도 함부로 못하게.
얼굴이라도 보여 주면 원망이라도 구체적으로 할 텐데.
그러게.
신이 정말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 주는 거라면 날 너무 과대 평가 한 건 아닌가 싶다.
힘들어?
걱정 마. 안겨서 울진 않을 거야.
인간들은 그렇게 잘도 보는 신을 우리는 어떻게 한 번을 못 본다.

★
아, 여기 도깨비 씨 댁이지. 아침들은 어떻게 하려나? 찬거리가 좀 있으려나? 있을 건 다 있는데 뭔가 쓸쓸하단 말이야. 우와, 아름다워라. 남자들 살림이라 어떨까 했는데 저 누가 만들어준 밥 먹는 거 되게 오랜만이에요.
준다고 안 했는데.
잘 먹었습니다. 제 용돈은 제가 벌어서 쓸게요. 내일부터는 식사도 제가 알아서 하구요. 빨래도 제가 알아서 할게요.
우린 원래 그렇게 해.
이런 부잣집은 일 해 주시는 분 다 있고 그런..
뭐야? 나 몰래 연습했어?
너 오늘 컨디션 좋아 보인다 너.
두 분이 이 모양이시니깐 사람은 못 쓰는구나. 뭐 비슷한 맥락으로 제가 뭘 좀 적어 봤는데요 경청해 주시면 좋겠어요. 호소문 1. 비가 자주 안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 불편 하니 제가 이 집에 사는 동안은 부디 행복해 주세요. 2. 불만이 있으시면 말로 해 주십시오. 저를 데려 간다거나, 데려 가겠다거나 혹은 데려 가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3. 급한 일이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나시지 마시구요. 지은탁 010 1234 1234. 참고로 수업 중에는 안돼요. 알바 중에도 싫어요. 도서관에선 꺼놔요. 이상입니다.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

TEXT ON THE SCREEN
호소문
    일. 비가 자주 안 내렸음 좋겠습니다.
    이. 불만이 있으시면 말로 해주십시오
    삼. 급한 일이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지은탁. 010-1234-1234

전화를 하란 이야기인 걸까?
우리가 핸드폰 없는 거 알고 무시 하는 거 아닐까?
진짜?
자.
난 이거 시크한 블랙 마음에 들어. 넌 이거 시퍼런 블루 마음에 들어?
이 자 지금 흥분 했다. 이런 거 처음 봐서. 설명 해라.
자자 번호는 차차들 외우시고 이게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건데..
난 괜찮으니 이런 거 처음 본 이 자에게만.
이자 말이 맞다. 나에게만 하면 된다.
삼촌 이제 쓸 줄 알아? 이거 굉장히 스마트 한데?
몰라서 안 썼겠느냐? 다 필요 없어서..
드라마를 보니 서로 얼굴을 보고 통화를 하던데.
야, 그렇게 급하면 300년 전에 사지 그랬어?
아 삼촌들 진짜, 그건 있다가 알려 드릴 거구요, 자 그럼 일단 플레이스토어(Google Play Store)부터 가 봅니다.
지금?
네? 왜 일어나?
플레이스토어 가자며?
어어.
멀어?
뭐 해? 옷 입고 와.
어어.
얼굴 보고 통화 하자며?
그러니까, 얼굴이 안 보이는데
너 귀에다가 갔다 댔어? 떼 봐.
뭘 떼?
팔, 팔을 좀 멀리 떼 보라고, 이렇게.
팔을? 어. 이렇게? 이렇게? 안 보여.
아, 어떡하지, 너?

★
TEXT ON THE SCREEN

백과사전
김신
? ~ 1082. 고려 후기의 무신. | 내용 상장군으로 사신이 되어 원나라에 다녀왔다. 그해에 원나라와 고려가 일본을 정벌할 때 추밀원 부사로 좌군사가 되어 도독사 김방경을 도와 몽한군(몽고와 한족의 군사) 2만 5천명과 고려군 8,000명을 이끌고 11월에 합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무신이면? 장군님? 오, 나랏일. 음, 안정적. 근데 왜 이렇게 자료가 없냐, 별 업적이 없나? 뭐지? 모르는 번호 인데? 여보세요?

오오 스마트폰도 쓸 줄 알아?
5.5인치 QHD디스플레이에 Exynos8890 옥타코어 프로세서로 RAM 4GB 강화 유리 소재로 더 가볍고 슬림한 바디를 자랑 하는..
뭘 외운 거야?
뭐 필요 하다고? 빗? 칫솔, 수건은 집에 많고
아저씨 이거 뭔지 모르죠? 사실 얘 아저씨예요.
야 볼이 발그레 하니 핑크색인데 뭘 아저씨야?
말구요, 얘가 사실은 도깨비인데 사람들이 자기를 무서워하니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메밀묵을 뒤집어 쓰고 도깨비 아닌 척 하고 있는 거거든요, 되게 귀엽죠? 제 말 무슨 뜻인지 알죠? 아저씨 이게요 사람들이 밤에 공부 할 때 쓰는 건데요, 아저씨 이게요.
더 필요 한 거 없어?
에이 지금도 많아요, 나중에 들고 나갈 생각 하면 다 짐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남녀 사이 모르는 거잖아요. 제가 나갈 수도 있죠.
말고 나중에 들고 나간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누가 나갈 때 준데?

★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나는 그쪽 이름도 모르는데 이름이 뭐예요?
아니 내가 연봉을 물었어요, 재산 정도를 물었어요, 유산 유무를 물었어요? 그쪽 이름 좀 물었다고 벌떡 일어나 가버리는 게 어디 있어요?
제가 이름에 좀 민감해서요. 미안합니다, 선희씨.
선희 아니고 써니 라니깐. 벌써 헤어지는 거예요, 우리?
잠깐 커피라고, 다 마셨고.
기막혀.
근데 저기 아까 저기 커피 리필 하신다고 빌려가신 영수증 안 돌려 주셨는데..
내가 커피를 왜 리필 했는데요.
커피를 매우 좋아하십니까? 영수증은 꼭 좀.. 저희 회사가 워낙 철저해서.

됐어, 여기까지는 됐어.

TEXT ON THE SCREEN
선희아니곳ㅅㅓ니

★
네 방 가봐. 대충 살 만큼 해 놨어.
진짜요?
마음에 들어?
올라 오실 거였는데 이거 다 저한테 들려 보내신 거예요?
내 손은 좀 쉬어야 해서. 이거, 이거, 돈 많이 쓴 손이라 이 손이. 아, 이 손이 썼나? 
이 곳은 천국일까요? 마음에 꼭 들어요. 직접 하신 거예요?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이걸 다 직접 하는 마음으로 부탁했어. 
음음, 음.
그럼 쉬어. 아, 벽에 못 박지 말고 아래층이 내 방이니까 걸을 때 뒤꿈치 들고 걷고.
네, 쉬세요.
화분을 옮기는 군. 남향으로 둬야 하는데. 잘 놓는군. 침대를 좋아하는 군. 방문을 열고 나오는군. 집중이 전혀 안 되는군.

한 소녀가 공부 중일 겁니다, 고3이니까요.
TEXT ON THE SCREEN
한 소녀가 공부 중일 겁니다, 고3이니까요 ㅠ_ㅠ

★
이.. 이름이요? 이름은 왜요? 혹시 그건 가요? 저승사자가 이름을 세 번 부르면 죽는다는.. 저 이제 기혼이에요. 이제까지 와는 다른 저라구요. 가정이 있는 몸이야. 남편 성 따를 거라서 저 이제 지은탁이 아니에요. 지은탁이 아니라구요.
네 이름 말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이름.
네?
이름이 없어, 내가. 그래서 좀 참고 하려고 그런 이름 뭐냐고?
아저씨는 이름이 없어요? 도깨비 아저씨는 있던데.
뭔데?
김신, 되게 예쁘죠?
재수 없어.
뭐 생각하신 이름은 있으세요?
혁중민.
여자들이 좋아하는 이름이라면 대표적으로 이 3명이 있죠. 현빈, 원빈, 김우빈.
아, 빈.

★
설마 진짜 현빈, 원빈, 김우빈, 그런 거로 짓는 건 아니겠지?
그러시는 분 이름도 유덕화잖아요.
그게 또 아주 깊게 열 받는 사연이 있어요. 아 왜 하필 삼촌은 92년도에 유덕화한테 꽂혀 가지고 나 그래서 무간도도 아직 안 봤어. 보이콧이야. 내가 천호 그룹 총수 되도 61년생 그 양반한테 검색어 밀릴 걸. 하긴 너한테도 치이는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 손에 나의 아주 중요한 게 달려 있다는 얘기야. 
중요한 거 뭐요?
내 카드. 나 그거 내 목숨 보다 중요해.
우와.
뭐가 우와야?
나는 내가 갖고 태어난 게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되게 뭔가 많이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거 같아서 신기해서요. 여기 여기, 저 앞에 치킨 집 앞에서 세워 주세요.
설마 너 알바하는 치킨 집이 저기야?
네, 왜요?

★
드시면서 들으세요. 일전에 말씀 드린 그 치킨 집 문제 말입니다. 아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없던 걸로 하죠. 캔슬해 주세요.
별 걱정을 다 하십니다. 일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거겠죠? 그래서 말씀인데 혹시 할아버지가 꼭 전해라 하신 건 없으실 까요?
있습니다. 지은탁양의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각별히 몸가짐 유의 하시랍니다.
전하실 게 카드가 아니구요?
1. 지은탁 양에게 말 걸지 말 것. 2. 침묵은 금이라는 것을 명심 할 것. 3. 과묵할 것. 4. 입 다물 것. 모쪼록 이 어려운 일들을 훌륭히 해내시기 바란다는 전언 있으셨습니다.
카드가 아니구요?
아니구요.

★
TEXT ON THE SCREEN
공부 하다가 심심할 때 “검” 좀…
공부하느라 바쁜 건 아는데 시간 날 때 “검” 좀…
공부 하느라 힘든 건 알지만 잠시 잠깐 “검” 좀...
공부하느라 고독 한 건 알겠으나 짬 날 때 저자의 검 좀... 나의 독려는 비밀… 

공부하다가 심심할 때 검 좀.. 공부 하느라 바쁜 건 아는데 시간 날 때 검 좀.. 공부 하느라 힘든 건 알지만 잠시 잠깐 검 좀..
공부하느라 고독 한 건 알겠으나 짬 날 때 저자의 검 좀.. 나의 독려는 비밀.

아 깜짝이야, 넌 꿈이 뭐니? 뭐가 되고 싶어? 이렇게 많이 먹으면서 검도 안 빼주고 공부만 하는 넌 꿈이 뭐냐고?
라디오 PD요. 수시도 다 그쪽 학과로 넣었는데요.
그 얘기가 아니잖아.
이렇게 독해력 딸려서 대학은 붙겠니?
아 뭐 그런 악담을. 안 그래도 제가 심사숙고를 해 봤는데요, 아저씨 예뻐지는 거 당분간 보류 할게요.
보류? 너 심사숙고 한 거 맞아?
저 효용가치 없어져서 아저씨가 저 쫓아 내면 어떻게 해요? 그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 받아서 공부가 안 되가지고.
공부가 안 되는데 간식은 꼬박꼬박 다 먹어?
이봐, 이봐 본색 나오는 거. 아까워요? 그니까 제가 500해주고 치워달라고 했을 때 해 주셨음 얼마나 좋아요.
야 암만 그래도 어 내가 명색이 물이고 불이고 있다가도 없는 그건데 현금 박치기를 어떻게 해 상스럽게.
아휴, 제가 다 고급지게 받죠.
근데 넌 대체 왜 꾸준히 오백이야? 아니, 액수가 너무 애매해서 묻는 거야. 서울에 월세 하나 구하기 힘든 금액인데.
월세 구하는 건 꿈도 안 꾸구요, 어른 될 때까지 찜질방 전전할 돈이랑 혹시 대학 붙게 되면은 등록금 내야 되니까 거기서 200은 킵 해두고, 학자금 대출이랑 이런저런 생활비 메우는 것까지 정확하게 계산해서 산출한 금액이구요, 그 애매한 오백이 저같이 없는 사람한테는 5억만큼 무겁구요. 됐어요?
오백 해죠. 어떻게 그걸 아직.. 냉혈한.

궁금한 게 있는데요.
오백 안 해 줄 거야.
아 깜짝이야, ‘고백 안 해 줄 거야.’ 로 들었어.
오백 해줘. 
너 발음 좀 똑바로 해, 놀랬잖아.
오백 해줘 라고 하셨는데요.
너 가서 공부하고.
근데 네 이름이 김신이야?
어 왜?
네 이름은 되게 멋있다.

★
허 참, 안 하냐? 해라.
사장님 바쁘세요?
바쁜지가 언제 인지도 모르겠다.
저.. 그럼 잠깐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제가 의논할 언니가 없어가지고요.
언니라고 부르면 장르는 딱 하나지. 애 가졌니?
아니요.
그럼?
그냥 일찍 결혼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세요?
남자 몇 살이야? 열아홉? 스물?
더 좀 많아요.
네가 많아 봤자지. 애는 어떤데?
음, 책을 항상 가까이 하고 그림과 음악에 조예가 깊고, 어 옛날에 나랏일을 했었고..
그딴 거 말고 너한테 어떻게 하냐고, 잘해줘?
아, 일단은요. 제가 필요 하니까.
그럼 넌?
넌 그 자식 좋아해?
아니요.
그럼 그 자식은? 그 자식은 너 좋아해?
아니요.
뭐야? 그럼 둘 다 아닌데 이 결혼을 왜 해?
그러게요. 하하, 이 결혼 뭐지? 일 보세요.

★
아저씨, 저 사랑해요?
그게 필요 하면 그것까지 하고, 사랑해.
안 필요해요 그런 사랑. 아저씨나 필요해 하지 마세요. 내가 예쁘게 해주나 봐라. 다녀왔습니다.
빨래 개키세요? 저도 할게요. 맨날 혼자 하셨죠? 보아하니 그래요.
알아주니 고맙군.
아, 화장실 수건이 전부 저승 아저씨 솜씨구나, 어쩐지 각이 죽이더라.
죽인다는 표현은 좀 자제 해 줬으면 좋겠어.
아 죄송.
전 이 집 수건이 참 좋아요. 보송보송 하고 고급 지고 톡톡하니, 아 감사합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 대표적인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의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배합한 야경이라는 제목으로 더 알려 졌지만 으음, 사실 프랑스 반닝 코크 대장과 빌렘 반 로이텐부르크 민방위대가 제목인 이 그림을 어디에 걸면 좋을까? 
나 그 목도리 너 아홉 살 때도 본거 같은데, 그 목도리 맞지?
어, 맞아요. 엄마 유품이에요. 엄마는 제가 귀신 보는 게 목에 있는 점 때문이라 생각해서 이것만 가리면 귀신 못 보겠지 하고 되게 어릴 때부터 둘둘 둘러 주셨는데 아무 소용 없었거든요. 근데 습관이 되가지고, 이게 이제 엄마 같고 그래요.
오백 해줘.
너 자꾸 무슨 고백을 하래, 넌. 야 그리고 너 야 뭐 묻기만 하면 사연이 어 무서워서 묻겠냐?
얘 왜 이래?
아저씨한테 대답한 거 아니잖아요.
되게 별로야 성격이.
힘드셨겠어요. 근데 이름은 정 하셨어요?
어이, 고3 너 공부 안 해? 너 잘하면 아주 대학 떨어지겠다?
잘하면 대학이 왜 떨어져요? 잘하면 철썩 붙지.
아 됐고, 들어가서 공부해. 너 라디오PD 되겠냐, 그래가지고?
어, 너 라디오PD 될 거야? 멋있다.
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를 좋아해서요.
라디오 얘기 내가 말 했는데 왜 쟤랑 얘기해?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말도 좀 섞고..
사람? 네가 같이 사는 것들 중에 사람이 있나 봐라. 나 여기 검 좀 봐라 어?
아저씨, 혹시 이름 안 정하셨으면, 박보검 어때요? 박보검?
박보검.
뭔 검? 이게 아주 검 좀 본다고 오냐 오냐 해줬더니 아주 그냥!
참나, 내가 누구 때문에 이 점이 생기고 누구 때문에 귀신을 보는데요?
낙인 뭐 예쁘기만 하구만.
어머, 아저씨 지금 내 머리카락 쳤어요? 아, 그러니깐 가슴에 검이 꽂히지. 사람이 이런 게 꽂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너 어떻게 이렇게 사람 아픈 데를 콕콕 찔러? 사이코 패스야?
아저씨는 뭐 처음부터 안 그랬는 줄 알아요? 넌 도깨비 신부가 아니다, 소문에 살지 말고 현실에 살아라, 자긴 콕콕 안 찌르고 되게 푹신푹신 했는 줄 아나 봐.
너 위해서 이야기 한 거잖아, 너 위해서!
나 위할 거면 남친이나 내놔요. 알바, 이모네, 남친. 무슨 수호신이 이래? 안 이루어 졌잖아요, 남친!
여기 있잖아, 니 남친!
여기 어디에요? 여기 어디?
여기 네 앞에 나!
아 미쳤나 봐 남친이래. 참 또 누구 마음대로? 나 좋아해? 참, 어이 없어.
900년 만의 실언이군, 따지자면 남친이 아니라 남편인데 가서 소상히 정정을 해야 하나? 몹시 곤란 하군.

★
누구는 이름이 없어서 전화도 못하고 있는데 지들은 아주..
누구는 이름이 없어서 전화도 못하고 있는데 지들은 아주..
아후, 껌껌해 죽겠네. 뭐 하세요?
아직도 그러고 있냐?
나가, 둘 다.
끝방 삼촌 왜 이래, 무슨 일 있어?
딱 여자 생각하는 얼굴인데..
내가 뭐? 뭐가? 어디가?
이게 그 여자 전화번호인가 봐? 오호 입술.
내놔. 말로 할 때.
삼촌, 이 입술자국에 뽀뽀 해 봤어? 안 해봤어? 솔직히.
너 나 좀 따라 와야겠다. 거기가 좋은 데는 아닐 거야.
삼촌.
신호 간다, 신호 간다.
야, 하지마!
안 걸 거면 왜 받아와?
인간처럼 보이려고, 언젠간 전화할지도 모르니까.
지금이 그 언젠가야.
여보세요?
어 인간처럼 언능(얼른)!

TEXT ON THE SCREEN
선희아니곳ㅅㅓ니

안녕하세요. 저는.. 아니야 별로야. 좀 거칠게 나가볼까? 뭐해? 내 목소리 몰라? 잊을만한 목소리가 아닌데.. 에이 이것도 아니야. 여보세요. 어머, 여보세요. 여보세요.
난 세 번째. 여보세요. 
너 다 듣고 있었어? 너 왜 이거 안 걸려?
멋있지? 신기하지? 전화나 받아. 이건 나도 할 수 있거든. 땡!
이게 뭐야?
먹어, 먹어. 얼음.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를 할 줄 아네요? 못하는 줄, 아니면 손가락 부러졌거나.
아 네, 배웠습니다. 손가락 안 부러졌습니다. 걱정 감사합니다.
제 번호가 거기 있기는 있었네요.
네. 번호분 여기 잘..
기다렸어요. 연락
아, 네.
아, 네 다음엔 뭐 더 없어요? 하실 말씀 더 있지 않나요?
예를 들면?
아침 점심 저녁 중 언제 만나야 제일 편하겠냐 뭐 그런 거?
아침 점심 저녁 중 언제가 제일 편하십니까?
저야 아침에 만나서 저녁에 헤어지는 게 제일 편하죠.
인간처럼 보여야 하니 걸어 가자.
타시죠. 인간이면 걸어서 인천까지 못 가요. 
아.

★
여기 있잖아 네 남친.
여기 어디예요? 여기 어디?
여기 네 앞에 나.
앞에 계셔서 깜짝 놀랬.. 저 목이 말라가지고 그.. 전 알바 가야 돼요.
지은탁.
네?
어?
방금 부르셨잖아요?
내가?
네.
왜?
그니까요, 왜요?
어색해서.
저도요. 그럼 제가 자연스럽게 배고프다고 할까요?
그럴래? 그럼 내가 자연스럽게 소 먹을래 해볼게.
코트만 금방 입고 나올게요 아저씨 옷 입으세요.
다 입었어. 가자, 가자.
나 이 집 두 번째야. 이러다 단골집 되겠다. 우리 그때 저기 앉았는데.
Welcome to Quebec, please have a seat. 
그니까요, 뭐 외국엘 와 봤어야죠.
그니까 하필 아홉 시에 뭔 해외야? 나 스물아홉엔 집 앞 슈퍼도 안 나갔어.
진짜요?
어, 약속이 없어서.
저 그래도 외국 처음 온 사람 안 같게 엄청 잘 다녀요. 조금 헤매고 밥도 안 굶고 소도 한 덩이 크게 먹을게요. 저 어떤 남자랑 멋진 레스토랑에 왔거든요.
레스토랑이 멋지면 어떡해? 남자가 멋져야지. 졸려, 끊어.
네, 주무세요. 대표님 여기요.
스물아홉의 너는 계속 환하구나. 하지만 네 옆에 나는 없구나. 나의 생은 결국 불멸을 끝냈구나. 내 죽음 뒤에 그 시간의 뒤에 앉아있는 너는 내가 사라진 너의 생은 나를 잊고 완벽히 완성 되었구나. 나는 사라져야겠다. 예쁘게 웃는 너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선택, 이 생을 끝내는 것. 결국 난 그 선택을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