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12
1. 법원로비 / 낮
법원 로비에 들어서는 누군가의 뒷모습. 진우와 인아다!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남규만과 박동호.
진우, 남규만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남규만도 진우를 보고 멈춘다.
자신감 넘치는 진우와 인아의 얼굴. 그들 앞에는 남규만과 박동호가 서 있다.
서로를 팽팽하게 바라보며-
남규만 어유, 서진우 변호사님. 누구 말대로 진짜 법정에서 보게 됐네?
진우 (여유롭게) 남규만 사장님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날이 진짜겠죠.
남규만 (비릿하게 웃고는) 그쪽은 이인아 변호사? 거 편하게 검사님 하시지...
인생 참 고달프게 사네?
인아 (가벼운 미소로) 남 인생에 훈수는 그만두시고, 본인 인생이나
똑바로 사는 건 어때요?
인아의 응수에 표정 일그러지는 남규만. 이에 분위기 돌리려는 박동호.
박동호 서진우 변호사, 우리 함 지대로 붙어봅시다.
진우 제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박동호 변호사님.
불법, 편법, 나한테는 이제 그런 거 안 통해.
진우와 인아, 여유 있게 걸어가는 모습에서-
2. 재판정 / 낮
진우와 인아, 피고 변호인석에 나란히 앉는다. 박동호는 원고 변호인석에 앉는다.
남규만, 여유로운 표정으로 걸어 들어와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는다.
안 실장과 편 사무장도 뒤따라 들어와 앉는데-
설 사장과 설민수가 들어와 진우와 인아에게 고개를 인사를 한다. 그 모습 본 남규만.
남규만 없는 것들끼리 잘들 논다. (안 실장 힐끗 보고) 안 그러냐?
안 실장 그... 그치.
판사가 들어와 앉는다.
시간경과>
증인석에 40대 후반의 남자가 앉아있다.
조사원 이번 일호전자 전자레인지 폭발사고 조사를 맡은 김영식이라고 합니다.
박동호가 ‘일호전자 전자레인지 사고조사보고서’를 가지고 증인 앞으로 나온다.
박동호 사고조사 보고서를 읽겠습니다. (읽는) 이번 일호전자 전자레인지가
폭발한 이유는 전자레인지내 전구의 품질불량 때문이다.
(증인 보며) 증인이 직접 조사해서 작성한 보고서가 맞습니꺼?
조사원 네.
박동호 폭파된 다른 전자레인지 모두 전구가 원인이었습니꺼?
조사원 네.
박동호 (판사를 보며) 증인의 사고조사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합니더.
이상입니더.
판사 피고 측 소송대리인 반대 신문하세요.
그 말에 인아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인아 이번 사고는 전자레인지가 작동하던 중 폭발되었습니다.
(강조하며) 작동중이라면... 전구 말고도 수많은 요인이 폭발이유가
될 수 있지 않습니까?
조사원 그렇겠죠.
인아 트랜스, 고압콘덴서, 전자기판 같은 폭발성 부품들이나 전선접촉불량
같은 경우들은요? 콘센트에 먼지가 끼어 발화가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조사원 모두 가능합니다만... 조사결과 전구의 품질불량이 확실했습니다.
진우, 변호인석에서 인아의 변론을 지켜본다.
박동호와 남규만도 그런 인아에 주의를 집중한다.
인아 증인은 오랫동안 수리기사로 일했죠? (강조하듯) 일호전자에서
20년 동안!
조사원 (살짝 머뭇거리며) ...네.
인아 그렇다면 지금, 증인의 사고조사업체가 입주해있는 건물은 어딥니까?
조사원 (대답 못하는)
인아 주소지가 마포구 공덕동 맞죠? (쐐기 박듯) 일호전자 건물 3층!
조사원 (표정 굳는)
인아 (더 몰아붙이며) 증인의 회사도 일호전자의 하청업체가 맞지요?
조사원 (머뭇거리는)
인아 대답하세요! 증인.
박동호 (일어나서) 지금 피고 측 소송대리인은 재판과 하등 상관없는 질문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인아 아닙니다. 지금 증인이 이 재판의 원고인 일호전자에 종속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중요한 쟁점입니다.
인아, 방청석 쪽을 보며-
인아 현재 우리나라는 전자제품이 사고 났을 때, 사건원인조사를 제조업체가 맡는 것이 관행입니다.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입니다.
따라서 증인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습니다.
판사 (고심하더니) 인정합니다. 계속하세요.
인아 대답하세요. 증인은 일호전자의 하청업체가 맞습니까?
조사원 (굳은 얼굴로) 네.
그 말에 방청석이 웅성거린다. 설 부자도 좋아한다.
박동호의 표정을 굳고, 남규만은 똥 씹은 얼굴이다.
박동호 (자리에서 일어나) 관행이 문제라믄... 우리나라 가전제품 사고조사는
싸그리 다 잘못됐네요. 나라에서 법으로 허가한 걸
문제 삼으면 (하는데)
진우 (말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로 그 점이 문제인 겁니다!
박동호 (멈칫)
진우 증인은 전적으로 일호라는 대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제조사의 하청업체니까요!
남규만의 얼굴이 훨씬 더 굳어있다. 진우, 그런 남규만의 기색을 눈치챘다!
보란듯이 남규만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더니- 남규만을 똑바로 보고 발언하기 시작한다.
진우 일호전자는 사고원인에 대한 납득할만한 이유도 내놓지 않고
일방적으로 하청업체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습니다. 그로인해,
3대에 걸쳐 30년 동안 가업을 이어오던 전구공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되었고,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도 직장을 잃었습니다.
표정이 점점 굳어져가는 남규만. 진우, 남규만을 강하게 쳐다보며 말을 잇는다.
진우 일호전자의 모기업인 일호그룹 남규만 사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들과 손잡고 일하는 하청업체는 모두 가족이라고.
남규만 (방청석에서 진우를 노려보며 표정 심각하게 구겨진)
진우 앞으로 이 재판을 지켜보면... 알게 될 겁니다. 그들에게 진짜 가족은
오로지 핏줄로 이어진 자신들 밖에 없다는 걸.
진우, 팽팽한 시선으로 남규만을 본다.
그런 진우를 일그러진 얼굴로 보고 있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3. 법원복도 / 낮
복도로 나오는 남규만과 안 실장.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뒤따라 나온다.
복도에는 사람이 없다. 남규만, 갑자기 걸음 멈춘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표정 짓더니
그대로 박동호의 뺨을 올려붙인다. 복도로 나오던 진우와 인아가 그 모습을 보게 되는데-
남규만 (바로 표정 돌아와서) 아, 쏘리.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버렸네.
(박동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맘에 담아 두진 말구.
박동호 (치욕을 참는 얼굴로) ...
남규만 왜? 기분 나빠요?
둘의 모습 뒤에서 지켜보는 진우와 인아. 남규만의 행동에 말문이 막힌 표정인데-
남규만 우리 잘 좀 합시다. 예에? 잘 좀 하자구. 다음 재판에서도
이러면... 그땐 손바닥 정도론 끝나지 않을 거야.
박동호 (표정 굳는)
박동호 남겨 두고 가버리는 남규만. 안 실장, 편 사무장과 난감해하는 눈빛 주고받고는
급히 남규만을 뒤따라간다. 남겨진 편 사무장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인데-
이때 박동호, 등 뒤에 있던 진우와 인아를 보게 되고 시선이 마주친다.
박동호, 잠시 진우를 보더니 뒤돌아서 가는데-
4. 일호로펌-박동호사무실 / 낮
책상 앞에 앉은 박동호, 아버지 사진이 담긴 액자를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편 사무장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박동호에게 다가오며-
편 사무장 행님. 괘한습니꺼?
편 사무장을 보더니, 씨익 미소짓는 박동호.
그러자 오히려 편 사무장, 갑자기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며-
편 사무장 남규만이! 지가 사장이면 사장이지 감히 우리 행님한테 손찌검을!
아오!! 옛날 행님 같았으면 아주 기냥 아작을 내줬을 낀데 말입니더!
박동호 괘한타 상호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안 카드나.
편 사무장 행님! 남규만이 저리 날뛰다 결국 지 발등을 지가 찍을 낍니더!
박동호 (표정 진지해지며)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세상만사가 다
결국엔 자기 업보로 그리돼 있는 거 아니겠나.
5. 법원 근처식당 / 낮
진우와 설사장과 설민수, 허름한 식당에 앉아있다. 소박한 음식들이 풍성하게 차려져있다.
설 사장 변호사님한테 대체 뭐라고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지...
설민수 (진우에게 넙죽) 정말 고맙습니다. 변호사님.
진우 아닙니다. 저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설사장 이 눔 두고 내가 진짜 저 세상으로 가버렸으면 어쩔 뻔 했는지...
끔찍한 짓을 하려고 했던 제 자신이 정말이지... 너무 부끄럽습니다.
설민수, 그런 아버지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설민수 매일 아침 눈뜨면, 힘들지만 그래도 아버지랑 다시 새롭게 살아갈
하루가 내 앞에 있다는 거.. 그 자체로 감사하면서 살고 있어요.
진우 민수씨가 마음 깊이 지키고 싶은 아버지가 곁에 있다는 게..
부럽습니다.
쓸쓸함 스치는 진우의 얼굴 위로-
인서트>
7부 66씬 상황. 변호사 접견실.
접견실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급하게 이것저것 집어먹고 있던 서재혁.
진우의 눈시울이 붉어져있다.
진우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잠시) 서재혁씨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버지였습니다.
서재혁 (놀라며) 저한테 아들이 있습니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럼...
제 아들에게 이 말 좀 전해주세요. 매일매일... 정말 보고 싶다구요.
그런 서재혁의 말에 눈물 한줄기 흐르는 진우.
/ 다시 현재.
반찬을 아들의 밥 위에 올려주는 설 사장 모습을 보는 진우.
밥을 먹던 설민수가 진우를 보더니-
설민수 근데.. 변호사님.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진우 (밥을 먹으며) 네.
설민수 왜 상대편 변호사가 서진우 변호사님을 추천했을까요?
진우 (살짝 놀라며) 박동호 변호사가요?
설민수 일호그룹 앞에서 시위할 때, 그 변호사가 변호사님 명함을 줬었거든요.
분명 큰 도움을 줄 거라면서.
설민수, 주머니에서 진우 명함을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진우, 의아한 얼굴로 자신의 명함을 본다.
‘이기는 진실이 되어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화면 가득 보이는데-
6.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책상 앞에 앉아 소송관련 문서를 보고 있는 박동호. 그때 편 사무장이 들어오면서-
편 사무장 행님이 요청하신 남일호 회장과 전자렌지 폭발사고 피해자 명단입니더.
편 사무장, 자료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1999년 그룹 가스폭발사고 기사’와 ‘전자렌지 폭발사고 피해자 명단’이 보인다.
자료를 보는 박동호. ‘가스 배달원의 실수로 가스폭발, 서광그룹 사장 사망’
편 사무장 행님요 전자렌지 폭발사고는 이상한 게 많습니더.
박동호 언제, 멀쩡한 사건이 있었나?
편 사무장 근데 남일호 회장 자료는 와 알아보라 하신겁니꺼?
박동호 다 이유가 있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박동호, 휴대폰을 든다.
박동호 배 형사님. 접니더.
7. 경찰서-휴게실 / 낮
박동호와 배 형사가 휴게실 테이블에 앉아있다. 테이블 위에는 묵직한 파일첩이 있다.
박동호, 파일첩 열면 신문기사 스크랩과 메모자료를 엮은 서류들이 있다.
사건자료를 차근차근 살펴보는 박동호. 17년 전 ‘서광그룹폭발사고’ 자료다.
그 중에 보이는 ‘담당검사 홍무석’
배 형사 아마 그 사건, 홍무석 검사가 맡았던 거 같은데.
박동호 악연 한 번 얄구지네요.
배 형사 그 사건,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야.
서광그룹이 큰 프로젝트 수주를 앞둔 시점에 사장이 사망했어.
박동호 라이벌 업체가 일호였고 말이지요.
배 형사 맞아. 그때 남일호가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지금의 일호그룹이 탄생한 거지.
박동호 남일호가 서광그룹 사장을 살인교사 (하는데)
배 형사 정확한 물증은 없어. 공장화재로 재만 남았으니까. 다만,
자네 아버지는 누군가의 지시를 거부하고 달아나려다가 사고를 냈지.
박동호 그 누군가가 남일호...
배 형사 남일호가 지시를 내렸겠지. 그래서 나도 이 사건 조사하려다가,
물 먹은 거고...
배 형사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박동호.
한편, 휴게실 한편에서 금 실장이 둘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데-
8. 옥탑사무실 / 밤
진우와 인아, 송 변, 연 사무장이 소파에 모여 앉아, 맥주캔을 부딪친 뒤 마시고 있다.
송 변은 이미 꽤나 마신 상탠데-
연 사무장 (진우, 인아 보며) 오늘 재판 둘 다 수고 많았어.
박동호랑 남규만, 얼빠진 모습을 내 눈으로 봤어야 하는데~
송 변 (살짝 혀가 풀린 채) 남은 변론도 우리 이대로만 쭉 가자구요~
연 사무장 으이구.. 누가 보면 송 변이 오늘 재판한 줄 알겠어.
송 변이 시원하게 맥주를 원샷한다. 그 모습을 보며, 진우와 인아 미소를 짓는데-
연 사무장은 진우와 인아가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보고는 씨익 웃으며 일어나려 하는데-
연 사무장 (송 변 캔 뺏으며) 송 변, 그만 일어나. 차 끊기겠다.
송 변 네? 그럼 사무장님 먼저 가세요. 나는 오늘 더 달릴 거(하는데)
연 사무장 (송 변 등짝 때리며) 으이구. 내일은 일 안 할 거야? 아, 얼른~
송 변, 할 수 없이 연 사무장에게 이끌려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그 모습을 보며, 진우와 인아는 서로 미소짓는데-
시간경과>
진우와 인아 단둘이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에는 마신 맥주캔들이 가득하고,
인아는 이미 술을 많이 마신 상탠데-
진우 인아 너, 술 좀 그만 마셔.
인아 (발끈하며 눈 크게 뜨더니) 인아 너? 방금 나보고 너라고 했지? 맞지?
진우 (당연하다는 듯) 어.
인아 너 고삐리때 나 대딩이었어. 지금 너 스물 두 살이고 나는 스물... 여섯
진우 (웃는) 그놈의 나이 타령은...
취한 인아가 갑자기 진우 얼굴에 가까이 다가간다.
본능적으로 뒤로 약간 피하는 진우. 그러나 시선은 고정한 채-
인아 (살짝 풀린 눈으로 진우 보며) 누나라고 해.
진우 (가까이 오자 약간 민망한데 싫지는 않은) 왜 이래...
인아 (술 취한) 인아 누나~~ 해봐~~ (갑자기 헤드락을 확 걸며)
진우는 인아를 피하려는데- 취한 인아, 계속 진우에게 헤드락을 걸려는 모습에서-
9. 일호그룹 주차장 / 밤
석주일이 주차장으로 걸어들어 오면, 금 실장이 기다리고 있다.
금 실장, 석주일을 보고 꾸벅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석주일 동호, 요새 뭐하고 돌아댕기드나?
금 실장 형사 하나 만나면서 아버지 사건 캐는 것 같습니다.
석주일 (놀라는) 아버지 사건이라꼬?
금 실장 예. 박동호 변호사 아버지 죽음이... 남일호 회장과 연관된 것 같습니다.
형사 만나서, 확인하는 걸 직접 봤습니다.
그 말에 석주일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린다. 천천히 금 실장을 바라보며-
석주일 단디 들으라. 방금 들은 사실은... 남규만 사장 귀에 절대
들어가지 몬하게 해라. 알았나?
금 실장 명심하겠습니다. 형님.
금 실장을 단도리하는 석주일의 진지한 모습에서-
10. 남일호 저택-응접실 / 밤
남일호와 박동호, 석주일이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석주일은 박동호가 신경 쓰이는 눈친데, 박동호는 평소처럼 여유로워 보인다.
박동호 (고개 숙이며) 면목없습니더.
남일호 (박동호에게) 그 상대측 변호사가 서진우라고 했지?
박동호 네. (흔들림 없이) 우쨌든 회장님, 남은 변론은 이번처럼 허무하게
지는 일은 절대 없을 깁니더.
석주일 (박동호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박동호 그게 회장님께서 저와 행님을 거둬주신 것에 대한 제 작은 수고라고
생각합니더.
남일호, 차분히 차를 마시고, 박동호도 예의를 갖춰 차를 한 모금 마신다.
남일호에게 과잉충성하는 듯한 박동호를 의미심장한 얼굴로 보는 석주일에서-
11. 남일호 저택 밖 / 밤
박동호와 석주일이 저택 밖으로 나온다.
석주일 동호야, 니 잠깐 시간 좀 내라.
박동호 (냉랭한) 지가 오늘 바쁜 일이 있네예. 다음에 보입시더.
박동호, 그냥 지나쳐가려하자 석주일이 박동호의 팔을 거세게 탁 잡는다.
박동호 (날카롭게) 이거 놓으소.
그럼에도 석주일, 놓지 않는다. 박동호가 완력으로 석주일의 손을 뿌리친다.
둘 사이, 한 대 칠 것 같은 분위기 이어지는데-
석주일 (예전에 없던 험악한 눈빛으로) 내 두 번 말 안한다. 시간 좀 내라.
그런 석주일을 보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12. 포장마차 / 밤
박동호 잔에 소주를 가득 따르는 석주일. 박동호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런 박동호 굳은 얼굴로 한번 보더니-
석주일 니 요즘.. 남일호 회장 뒤 캐고 다니나?
박동호 (멈칫)
석주일 대답해라.
박동호 제 귀엔 행님이 제 뒤를 캐고 다닌다는 말로 들리는데 말입니더.
와 꼬리 밟고 다니십니꺼?
석주일 (말문이 막히는)
박동호와 석주일, 전에 없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석주일, 분위기 돌리듯 소주잔 입 안에 털어 넣는다.
박동호 하나만 묻지예. 지 아버지 죽음에 남일호가 관련된 거...
행님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습니꺼?
석주일 (모르는 척) ...난 모르는 일이었다.
박동호 (의심하듯 쳐다보는)
석주일 (그 시선 느끼고) 니 아버지 죽게 만든 원수한테 동호 니를
갖다 바칠 만큼... 그맨치로 바닥은 아이다. 하지만 잘 들어라. 동호야.
박동호 ....
석주일 이제 남일호 회장은 내가 모시는 분이다.
박동호 (굳은 얼굴로 보는)
석주일 회장님을 건드릴 거면... 내를 먼저 밟아야 할 기다.
할 말 다 끝났다. 가라!
박동호, 석주일을 잠시 노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다가-
박동호 지한테 행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었습니더.
석주일 (쐐기 박듯) 아버지 같다는 거지... 내가 니 아버지는 아이다.
박동호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예. 앞으로 우리! 각자 갈 길 가입시더.
박동호, 나가려다 멈추더니-
박동호 지 꼬리 밟고 다니는 놈한테 전하이소. 눈에 띄면 죽여 버린다꼬!
석주일에게 경고하듯 선언하는 박동호. 냉랭함 풍기며 나가버린다.
남겨진 석주일, 들고 있던 소주잔을 바닥에 깨질 듯 내려놓는다.
13. 미소전구 공장 안 / 낮
설 사장과 설민수, 공장 앞에 있다. 체납 경고문과 독촉장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착잡한 얼굴의 설 사장.
설 사장 (마음 다잡으려는 얼굴로) 민수야. 재판 이기면, 공장에 전기도
다시 들어오고... 떠났던 직원들도 돌아올 거다.
설민수 (미소 머금고) 그럼.
설 사장 청소라도 먼저 해놔야겠다.
설 사장, 옆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그때 뒤에서 진우가 오고 있다.
설민수 (진우 발견하고) 어? 변호사님?
진우 (엷은 미소로) 민수씨.
설민수 아버지가 예전처럼 다시 활기를 찾으셨어요.
진우 민수 씨가 아버지 잘 챙겨드리세요.
설민수 이게 다 변호사님께서 저희 아버지 구해 주시고 변호해주신
덕분이에요. (말을 잇지 못하다가) 그게 결국 저까지 살린 거구요.
진우와 설민수, 서로 따뜻하게 웃는다.
설민수 (뒤늦게 깨달아) 아차, 저희 공장 직원명부가 필요하다고 하셨죠?
그 위로 인아의 목소리가 깔린다.
인아 (E) 직원 명부는 왜?
14.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낮
진우 앞에는 미소전구 직원들 명부가 펼쳐져 있다. 인아, 의아한 얼굴로 보고 있다.
진우 (명부 살피며) 아주 사소한 것들... 그게 가장 중요한 거잖아.
인아 (미소 지으며) 그 말, 오랜만에 듣는다.
진우 (가만히 보면)
인아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니가 했던 말이잖아.
인서트>
1부 21씬. 경찰서 상황.
진우 (인아에게) 다 기억한다면서? 옆 사람도 몰라요?
인아 그런 사소한 것까지 무슨 수로 기억해?
진우 아주 사소한 것들... 그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 다시현재.
인아, 그때 생각이 나서 입가에 미소가 스며든다.
하지만, 진우는 그때 기억이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그 기색 눈치 챈 인아.
인아 (걱정스레) 너, 요즘 무리하는 거 아냐?
내가 도와줄 거 있으면 뭐든 말만 해.
진우 (애써 미소지으며 화제 돌리듯) 어. 근데 홍무석은 어떻게 돼가?
인아 탁 검사님이랑 증거 모으면서 잘 준비하고 있어.
그런 인아를 지그시 바라보는 진우의 얼굴에서-
15. 홍무석의 검사실 / 낮
홍무석이 집무의자에 앉아 서류들을 살피고 있다.
이때 벌컥 문이 열리며, 곽 형사가 황급히 홍무석 앞으로 걸어온다.
흥분상태의 곽 형사와 달리, 홍무석은 평상심을 유지하며 서류만 다시 보고 있는데-
곽 형사 (애원조로) 검사님, 제발 남규만 사장님 오해 좀 풀어주십시오.
제가 술 먹고 말실수 좀 한 거 가지고 (하는데)
홍무석 (말 끊고 차분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곽 형사 (어이가 없고) 홍 검사님...
홍무석 혹시 저와 겸상 한 번 했다고, 본인과 같은 레벨로 생각했습니까?
곽 형사 (모욕감에 이글거리는 눈빛) ...
홍무석 (다시 서류에 시선 두며) 당신 자리에 채워 넣을 형사들은
차고 넘칩니다.
곽 형사, 대꾸도 못한 채 홍무석을 노려 보고 있는데-
홍무석 (다시 곽 형사 보며) 아까 말실수라고 했나요?
곽 형사 (가만히 노려보는)
홍무석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변명일 뿐입니다.
남규만 사장의 은혜를 계속 받고 싶었다면, 24시간 365일 항상
대기 상태여야 한다는 것 정도는 숙지했어야죠.
곽 형사 검사님... 제가 그동안 검사님과 남 사장님을 위해서 얼마나
헌신했는지는.. 검사님이 누구보다 잘 알지 않습니까?
그 말에 홍무석, 여유롭게 웃으며 곽 형사를 보더니-
홍무석 제가 언제 저와 남 사장님을 위해 헌신하라고 한 적 있습니까?
곽 형사 (한 대 맞은 것 같은) !
홍무석 좀 솔직해져 보세요. 그 모든 건 다 당신, 본인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지 않았습니까?
곽 형사 (배신감에 이글거리는 눈빛)
홍무석 (다시 서류에 시선 두며) 앞으로는 볼 일 없을 겁니다.
그만 나가 보세요.
주먹 쥔 곽 형사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분노가 차오르는 곽 형사의 얼굴에서-
16. 석규의 집무실 / 낮
집무실 책상에서 앉아 서촌여대생 관련 서류들을 보고 있는 석규.
그러다 생각에 잠긴다.
인서트>
8부 22씬 상황. 법원휴게실.
인아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한 듯) 저... 서 변 아버지 재판 때문에
검사됐어요.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석규 (살짝 놀라는)
인아 그때 저는 서 변 아버지가 결백하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재판에선
분명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었었는데...
/ 다시 현재.
뭔가 결심을 한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석규의 모습에서-
17. 법원 로비 / 낮
석규, 걸어가는데 법복을 입고 지나가던 여경을 보게 된다.
석규 여경아.
여경 어, 오빠.
석규 오늘 재판 있었어?
여경 (살짝 미소 지으며) 그럼. 오늘 변호사만 몇 명을 상대했는데?
석규 (잠시 생각하더니) 여경이 너... 4년전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재판...
배심원이었다고 했지?
여경 응,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석규 얼마 전에 내가 재심 맡았잖아. 마지막 판결은 내리지 못했지만...
여경 (안쓰럽게 보며) 나도 그 얘긴 들었어.
석규 넌... 그 재판 어떻게 생각하는데.. 지금은?
여경 당연히 유죄지. (잠시) 오빠는 다르게 생각해?
석규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아니야. 됐다.
여경의 어깨 툭 두드려주며 가는 석규.
그런 석규가 이상하기만한 여경의 얼굴에서-
18. 남규만 집무실 / 낮
소파에 남규만과 홍무석이 마주 보고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안 실장은 없고, 단 둘이 대화를 이어가는데-
홍무석 곽 형사가 찾아 왔었습니다. 남 사장님의 오해를 풀어달라면서요.
남규만 (어이없어하며) 지 분수도 모르고, 지 입으로 지껄인 게 문제지,
오해는 무슨 오해.
홍무석 일개 형사 나부랭이가 천지 분간 못하고 날뛴 거죠.
(비릿하게 웃으며) 차라리 잘 됐습니다.
오버하는 홍무석을 살짝 의아하게 바라보는 남규만.
남규만 근데, 공사다망한 홍 검사님께서 여기까지 그 얘기만 하러
오신 건 아닐테고.
홍무석 (차 마시더니) 강석규 판사, 잘 아시죠?
남규만 (살짝 미소) 뜬금없이 석규는 왜요?
홍무석 그 판사가 서재혁 판결에 대해 꽤나 의심하고 있더군요.
남규만 (살짝 놀라며) 석규가요?
차분히 끄덕이는 홍무석. 금세 차갑게 굳어지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19. 옥탑사무실 앞 / 낮
석규가 사무실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진우와 인아가 얘기를 나누며 계단 위로 올라온다.
석규, 둘과 눈이 마주친다.
인아 강 판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석규 서 변호사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엷은 미소로) 이젠 인아씨를 여기서 보게 되네요.
인아,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는데-
20. 옥탑사무실-1층 / 낮
진우와 인아, 석규가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진우 지난 번 의무과장 일 감사합니다.
인아 (살짝 놀라는)
석규 감춰져 있던 죄들, 원칙대로 살피고 법대로 처리했을 뿐이에요.
진우 (잠시) 그런데 저한테 물어보고 싶으신 게..
석규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에 대해서요.
진우와 인아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치고-
석규 재심이 끝나긴 했지만, 아무래도 뭔가 더 남아있는 거 같아서요.
진우 (조심스레)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석규 그때 김현옥씨 위증 고백 영상도 그렇고, 당시 사건 수사 기록을 봐도
허술한 점이 많았습니다. 갑자기 판사가 교체된 것도 이례적이구요.
진우,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데 인아가 결심한 듯 대신 말을 잇는다.
인아 저는 4년 전에도, 서 변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금도 그 분은
결백하다고 믿고 있어요... 제가, 진범이 자백하는 동영상을 봤으니까.
석규 (크게 놀라며) 진범.. 이요? 혹시...서 변호사님도 그 동영상을 보셨나요?
진우 네. 제 눈으로 똑똑히 진범이 오정아씨를 살해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봤습니다.
석규 ...그 진범이 누군지도 알고 있습니까?
진우, 잠시 석규를 가늠하듯 보던 진우.
진우 ...남규만이에요. 일호그룹 사장.
석규, ‘남규만’이라는 이름에 한 대 맞은 듯 큰 충격에 빠진 얼굴에서-
21.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박동호. 아버지 사진 액자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겨있다.
복잡한 얼굴의 박동호. 그때, 편 사무장이 집무실로 들어온다.
편 사무장 역시나 금 실장이 행님 뒤를 밟고 있었습니더.
남 사장이 큰 행님한테 사주한 거 아이겠습니꺼?
박동호 (말없이 액자만 만지작거리는)
편 사무장 인자... 우짜실 겁니꺼?
박동호 (액자 내려놓으며) 남규만이 내를 단디 의심하고 있다. 상호야.
이번 재판... 진우를 꼭 이겨야겠다.
편 사무장 행님 옆에는 지가 있습니더. 무슨 일이든 분부만 내려 주이소.
편 사무장을 바라보는 박동호의 결의에 찬 표정에서-
22. 옥탑사무실-1층 / 낮
진우와 인아, 연 사무장, 송 변이 각자 자리에서 서류 등을 살피며 업무를 보고 있다.
그 때, 인아 부가 피자 박스를 두 손 가득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다.
인아 (벌떡 일어나며) 아빠!
인아 부 (환히 웃으며) 인아야.
진우 (미소) 안녕하세요?
인아 부 응, 진우야. 잘 있었어?
이때, 뒤에서 빼꼼이 나타나는 한 사람, 인아 모다.
인아 (살짝 당황하며) 엄마...
연 사무장과 송 변도 인아 부모의 등장에 서로 눈이 마주치며 무슨 일인가 싶은데-
시간 경과>
소파 테이블에는 피자 두 판이 놓여 있고, 송 변과 연 사무장이 피자를 먹고 있다.
그 앞으로는 인아 부와 진우가 앉아 있고, 인아 모는 사무실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인아는 난감해 하며 인아 모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데-
송 변 (피자 맛나게 먹으며) 아버님, 여기도 쿠폰 열 개 찍으면 한 판
서비스로 주시나요?
연 사무장 으이구... 하여간 공짜라면 그냥..
인아 부 (송 변에게 웃으며) 언제든 전화만 주세요. 여기 분들은
제가 평생 공짜로 갖다 드릴게요. 진우도 많이 먹어.
진우, 미소 띤 채 피자를 먹기 시작하는데-
인아 모가 인아 책상 주변을 살피다 서류와 휴지들이 널부러져 있는 걸 보고는
참지 못하고 치우면서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인아 모 (계속 휴지통에 치우며)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거지 뭐..
인아 (말리려 들며) 엄마.. 그냥 놔둬. 내가 다 치울게.
아랑곳 않고 책상 밑도 유심히 살피더니, 뭉쳐있는 츄리닝도 꺼내 올리며-
인아 모 으이구.. 무슨 두더지도 아니고... (인아 노려보며) 여기가 옷장이야?
인아 (후다닥 옷가지들을 뺐으며) 오늘만 그런 거야. 오늘만..
인아 모 속일 사람을 속여라. 아니, 그냥 그때마다 개서 넣어두면
될 걸.. 그게 그렇게 어려워? 얼굴만 곱게 화장하고 다니면 뭐해?
인아, 입만 삐죽 나오고, 인아 부와 진우, 송 변과 연 사무장은 그 모습에 피식 웃는데-
23. 옥탑사무실 앞 / 낮
인아와 인아 모, 단둘이 흔들의자에 앉아 있다. 살짝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데-
인아 모 (시선 안 맞추는) 아빠가 오자고 해서 온 거야.
인아 (따뜻하게 웃으며) 치.
인아 모 일은 할 만 해?
인아 (미안함에 고개 숙인채) 아직은 서툴고 어렵고 그러지 뭐..
이때, 인아 모가 슬며시 인아의 두 손을 감싼다.
인아, 살짝 놀라고는 인아 모를 바라보는데-
인아 모 ... 진짜 변호사 될 거지?
인아 엄마...
인아 모 무늬만 말고, 진짜 따뜻하고 실력있는 변호사..
인아 (뭉클해지는)
인아 모 (째리며) 나 그때까지 너 용서한 거 아니다?
인아 (피식 웃으며) 알았어.
인아, 인아 모의 팔짱을 끼며 어깨에 기댄다. 인아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인아 모.
미소 띤 채 동네를 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24. 일호로펌-박동호의 사무실 / 낮
편 사무장이 공장장 심병훈의 사진을 박동호에게 건넨다.
편 사무장 행님이 알아보라고 한 공장장입니더.
박동호 (사진 받으며) 뭐 건질 거 있드나?
편 사무장 예, 딸래미가 아파가 돈을 여기저기 구하러 다니고 있나 봅니더.
박동호, 사진을 보면 아픈 딸의 휠체어를 끌고 있는 심병훈의 모습이다.
미소전구 점퍼 입은 심병훈의 사진들. 박동호, 사진 한 장 한 장 유심히 보는 모습에서-
25. 전기 실험 사설업체 / 낮
실험용 강화유리에 소켓 전구가 담겨 있고 전선들이 밖으로 연결되어 있다.
진우, 휴대폰으로 촬영을 시작하면-
전원 스위치를 누르는 연구원. 전구에 불이 들어온다.
연구원, 기계의 레버를 점점 올리자 전구가 천천히 밝아진다.
레버를 끝까지 올리는 연구원, 이내 전구가 팍- 하고 폭발한다.
진우, 연구원의 말을 휴대폰을 녹화한다. 화면의 지향성볼륨을 올리면
연구원의 목소리가 올라간다.
연구원 (진우 보며) 전자렌지에 흔히 쓰이는 10와트 전구인 경우
필라멘트 저항값이 약 1.5킬로와트 이상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정격보다 높은 전압이 흐르면 발열이 높아져 필라멘트가 타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진우 문제라면... 폭발도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연구원 우리나라 정격 전압에서 사용 시 폭발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진우 그럼 전자렌지의 폭발 원인이 전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거네요.
연구원 네. 전구 자체 불량이 아닌 이상은요.
휴대폰 촬영 종료버튼을 누르는 진우의 표정에서-
26. 카페 / 낮
미소전구 작업복을 입고 있는 심병훈, 카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박동호, 심병훈을 발견하고는 다가가 앉는다.
박동호 아이고, 먼저 와계셨네예. (악수 청하며) 박동호라고 합니더.
심병훈 (악수하며) ...심병훈입니다.
박동호 지가 말씀드린 거, 함 생각해 보셨습니꺼?
심병훈 정말... 그렇게만 하면 일호의료원에서 무상으로 진료 받을 수 있게
해주실 겁니까?
박동호 진술만 해주신다면... 따님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더.
떨리는 심병훈의 눈빛. 그런 심병훈을 의미심장한 얼굴로 보는 박동호에서-
27. 고급 레스토랑 / 낮
남규만과 민머리의 남자(양 사장, 50대 후)과 석주일이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남규만, 음식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살포시 입에 넣으며-
남규만 양 사장님. 저희 일호물산의 석주일 사장님이십니다.
석주일 (환하게) 처음 뵙겠습니더.
양 사장 (정중히) 양현수라고 합니다.
남규만 이번에 일호물산에 영원전기가 계열사로 합류했으니 회사를 좀 더
키워보세요.
석주일과 양 사장이 서로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남규만 석주일 사장님. 이번 기회에 양 사장님과 잘 상의하셔서 전구사업까지
확장해보시죠?
석주일 (허리를 굽실거리며) 감사합니더.
남규만, 술 마시며 비릿하게 웃는다. 양 사장과 석주일은 화기애애하게 술잔을 부딪히고-
그때, 곽 형사가 갑자기 들어선다. 살짝 놀라는 남규만과 석주일.
남규만 (귀찮은 듯) 또 뭐야?
곽 형사 남규만 사장.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당신 개 노릇을 얼마나 했는데 날 내쳐!
석주일 (표정 일그러지는) 이봐요. 곽 형사. 지금 어데라꼬?
곽 형사 내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
니가 돈 바른 놈들 다 불어버리면, 당신 끝장이야!
남규만 (표정 살벌해지는)
그때, 석주일의 부하들이 들이닥친다. 겁에 질린 양 사장.
곽 형사, 석주일의 부하들에게 끌려나간다.
곽 형사 (몸부림치며) 이거 안 놔?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경찰이야! 강력계 형사라고!
니들 다 빵에 처넣어 버릴 거야! 이 새끼들아! 이거 놔!!
곽 형사가 소리치거나 말거나 끌고 나가는 석주일의 부하들.
끌려나가는 곽 형사를 보며 같잖다는 표정 짓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28. 폐창고 / 낮
고개 푹 숙인 채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곽 형사.
석주일과 그 부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규만이 어슬렁어슬렁 곽 형사에게 다가온다.
남규만 이봐요. 곽 형사님. 여기 기억나죠?
곽 형사, 고개 들어 남규만을 본다. 많이 상한 곽 형사의 얼굴.
남규만 (느글거리는) 그때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지만...
이번엔 리얼인 거 알고 있죠?
곽 형사 (버럭) 이거 안 풀어? (발악하며) 으아아아~~
남규만 (개 짖는 소리 흉내내며) 워우 워우. 개가 하도 짖어대니까
너무 시끄럽잖아.
비릿한 표정 짓는 남규만. 이를 내려다보는 CCTV 시점.
천정에서 빨간 불빛이 빛나고 있는데-
29. 오정아의 집 앞 / 낮
인아가 오정아네 집 대문 앞에 서 있다.
안에서 한 여자 (4부 67씬 오정아 부 장례식장에서의 여동생)가 대문을 열고 나온다.
오정아의 고모다.
고모 (조심스레 인아를 보며) 누구... 세요?
인아 (명함 건네며) 정아 친구, 이인아라고 합니다.
30.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인아가 커다란 박스를 열고 있다. 안에는 생전의 오정아 사진과 다이어리 몇 권,
오정아가 오정아 부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이 들어있다.
인서트>
12부 29씬 이후의 상황. 오정아의 집 앞.
오정아 고모가 박스 하나를 들고 와 인아에게 건네고 있다.
고모 정아가 생전에 아끼고, 직전까지 사용했던 물건들...
그냥 버리기엔 너무 맘 아파서...
인아 감사합니다. 잘 살펴본 뒤에 갖다 드릴게요.
/ 다시 현재.
인아가 하나씩 물건들을 살펴보다가 정아가 생전에 사용했던 다이어리를 집는다.
(4부 45씬에서 오정아부가 살펴봤던 오정아의 다이어리다.)
인아가 천천히 다이어리를 넘기다가 2011년 11월 1일(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전날)에
‘010-XXXX-XXXX' 노래 알바' 라고 적혀 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인아.
잠시 후 다이어리를 다시 살펴보는 인아. 맨 앞장에 꽂혀 있는 명함 하나를 발견한다.
명함에는 ‘일호생명 안수범 비서실장’이라고 쓰여 있고, 앞서 보았던 전화번호와
안수범의 전화번호가 동일한 것을 확인하게 된다.
뭔가 실마리를 잡은 듯한 인아의 얼굴, 벽에 붙어 있는 안 실장의 사진을
유심히 살펴본다. 화면 가득 안 실장의 사진이 잡히는데-
31. 일호그룹 로비 / 밤
안 실장이 로비 안으로 들어서는데, 이때 안 실장 앞으로 나타나는 인아.
안 실장, 인아인 것을 확인하고는 뿌리치고 그냥 지나가려 하는데-
인아 (다시 안 실장 막아서며) 4년 전에 당신이 오정아, 서촌 별장으로
불렀지?
안 실장 (크게 당황하고는) 지.. 금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사람 잘못 봤어요.
인아 (과거 안 실장 명함 보이며) 당신이 노래 알바로 오정아 불렀잖아.
명함을 보고는 급격히 얼굴이 어두워지며,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는 안 실장.
하지만, 인아가 안 실장의 팔을 강하게 붙잡는다.
안 실장 (팔 뿌리치며) 아니, 이 사람이 지금. 알바는 무슨 알바!
이때, 멀리서 경호원 둘을 옆에 끼고 로비 중앙으로 걸어가던 남규만.
안 실장이 인아와 다투 듯 얘기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살짝 표정이 일그러지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32. 남규만의 차 / 밤
뒷좌석에는 남규만이 앉아 있고, 앞에는 운전기사, 조수석에는 안 실장이 있다.
남규만이 룸미러로 안 실장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남규만 너, 아까 로비에서 얘기하던 여자.. 서진우네 로펌, 이인아 맞지?
안 실장 (화들짝 놀라며) 어... 봤..구나?
남규만 그 여자가 무슨 말을 하든?
안 실장 (식은 땀 흘리며) 벼.... 별 거 아냐. (머리 막 굴리더니)
미소 전구 재판 있잖아.. 그때 뭐 뒤집을 건 없나.. 떠보러 온 거였어.
남규만 (룸미러로 안 실장 차분히 보며) 그게 다야?
안 실장 (남규만 눈과 마주치자) 그... 그럼.
태연한 척 애쓰는 안 실장. 그런 안 실장이 수상쩍은 남규만의 얼굴에서-
33. 옥탑사무실 앞 / 밤
쾅- 쾅-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우, 나가면 곽 형사가 서 있다. 여기저기 얻어터진 곽 형사의 얼굴.
곽 형사의 방문에 살짝 굳는 진우의 얼굴. 곽 형사도 굳은 얼굴로 진우를 바라보는데-
34. 탁영진 검사실 / 낮
탁영진이 서류(필적감정서)를 보고 있다. 마주 앉아있는 인아.
인아 유서가 조작됐어요. 오정아 부친, 자살이 아니라 타살인 게 분명해요.
탁영진, 인아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서류를 집중해서 읽고 있다.
그러다 서류를 내려놓는 탁영진. 그런 탁영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인아.
탁영진 홍무석이 일호그룹 커버쳐가며 뻔뻔하게 검사짓 하고 있었다, 이거지?
인아 (끄덕이면)
탁영진 나도 그 인간, 형사 사건까지 은폐시키려고 했던 걸 안 이상,
더는 참지 못하겠다.
인아 선배님.. 괜찮으시겠어요?
탁영진 (잠시) 너, 임관때 검사선서 아직 기억하지?
인아 (끄덕이면)
탁영진 그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어.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인아, 그 말에 씨익 웃는다. 탁영진도 인아와 웃음짓더니 뭔가 각오를 다지는 얼굴인데-
35. 서울중앙지검 복도 / 낮
복도를 걸어오고 있는 인아. 반대편에서 오던 홍무석과 마주친다.
인아, 홍무석을 외면하고 가려는데-
홍무석 누가 보면 아직도 검사인 줄 알겠어요.
이렇게 지검에 자주 들락날락거리니.
인아 (돌아서서 보면)
홍무석 탁 검사랑 뭐라도 해보려고 수작부리는 거 같은데...
(잠시) 이젠 탁 검사까지 검사복 벗게 만들 작정입니까?
인아 저 다음으로 누가 옷을 벗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게 부장검사님이 되실 수도 있구요.
홍무석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건 여전하군요. 이 변호사.
인아 (냉랭하게) 사람은 누구든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인아, 홍무석을 차갑게 보고는 다시 걸어간다. 그런 인아를 비릿하게 보는 홍무석.
36. 진우의 차 안 / 낮
운전 중인 송 변과 조수석에 앉아, 미소전구 사건과 관련된 서류를 보고 있는 진우.
송 변 (걱정스레) 근데 서 변, 우리 피해자들 만날 수나 있을까?
일단 전구 때문에 전자렌지가 폭발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진우 부딪혀 봐야죠. 폭발 사고가 일어난 당시 상황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피해자들 증언뿐이니까.
송 변, 진우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는데-
37. 일호의료원-복도 / 낮
남자(40대)에게 멱살을 붙잡혀 병실에서 끌려 나오는 진우의 모습.
송 변은 안절부절 못하며 남자를 떼어내려고 하고 있다.
남자 이것들이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여길 무슨 낯짝으로 와?
왜, 얼마나 다쳤나 보러 왔냐? 합의 보려고 왔어?
송 변 저, 아버님. 일단 진정하시고...
이때 복도에 들어서는 박동호, 진우를 발견하는데-
남자, 거칠게 진우의 멱살을 놓는다.
남자 니들 때문에 우리 애가 다쳤어! 아무 잘못도 없는 애가 다쳤다고!
진우 ...저희도 따님의 사고에 대해 (하는데)
남자 그 입 다물어! 이 새끼들이... 다시 한 번만 오기만 해.
그땐 니들 죽고 나 죽는 거야.
남자, 진우와 송 변을 노려보고는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송 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남자를 따라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진우, 씁쓸한 얼굴로 병실 쪽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는데- 박동호와 눈이 마주친다.
진우, 박동호를 무시하고 가려다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진우 (돌아서서 박동호 보며) 내 의뢰인한테.. 명함은 왜 줬어?
박동호 그래야 재판에서 함 붙을 거 아이가? 우리가?
‘우리’라는 말에 피식 웃는 진우. 박동호, 그런 진우를 바라보더니-
박동호 진우야.... (잠시) 남규만을 이기려면 나부터 이겨라.
진우 (그 말에 멈칫하는) 뭐?
박동호 난 이번 재판에서 니를 반드시 이길 기다. 그러니.. 니도 나를 이겨봐라.
진우 걱정 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길 테니까.
이내 돌아서서 병실로 들어가는 박동호. 진우, 그런 박동호를 보는 모습에서-
38. 일호의료원 앞 / 낮
건물 밖으로 나오는 송 변과 진우.
송변이 진우의 옷을 바로 잡아주며 안쓰러워한다.
송 변 아니 사고 난 게 꼭 미소전구 때문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사람들 진짜 너무 하네. 누구든 따지고 미워하면 만고땡인가?
이때 진우와 송 변 앞으로 딸의 휠체어를 끌고 지나가는 심병훈이 보인다.
심병훈과 진우, 서로 눈이 마주친다. 진우, 차분히 심병훈을 바라본다.
그 시선에 휠체어를 멈추며 굳은 얼굴로 서는 심병훈의 모습에서-
39. 카페 / 낮
카페에 진우와 심병훈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진우 박동호 변호사 만난 적 있으시죠?
심병훈 (표정 급격히 굳는)
진우 그 사람이 위증을 요구했죠? 따님 수술 시켜주겠다면서?
심병훈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당신들 아니어도 지금 나,
충분히 사는 게 지옥같다구요!
진우 따님 수술비는 제가 먼저 해결해드릴게요.
나중에 천천히 갚으시면 됩니다.
심병훈 (눈빛 흔들리며 멈춰서는)
진우 설 사장님과는 가족 이상으로 지내셨잖아요. 지금까지 두 분이 청춘을
고스란히 바쳐서 지금의 미소전구를 일군 거구요.
심병훈 (괴로워하는 얼굴로) 제발.. 그만 하시죠.
진우 심병훈씨는 지금 위증으로 미소전구와 함께 한 시간들을
모두 부정하려 하고 있어요. 그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러섬 없이 간절한 진우의 모습. 심하게 눈빛이 떨리고 있는 심병훈의 얼굴에서-
40. 남규만의 집무실 / 낮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는 배철주와 남규만. 배철주가 남규만의 집무실을 둘러보며-
배철주 이제야 진짜 일호그룹 후계자 느낌난다.
남규만 (굳은) 야. 언젠 후계자 아니었다는 것처럼 들린다?
배철주 (살짝 당황하며) 내 말은, 니가 이제 곧 일호그룹 먹을 거 같다 이거지.
남규만 (피식) 하긴, 거들먹거리던 이사진 놈들도 이젠 나한테 암말 못해.
남규만과 배철주, 기분 좋게 차를 마시는데- 그때, 노크하고 들어오는 안 실장.
배철주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서류파일을 남규만에게 건넨다.
배철주 근데 안 실장이 요즘 인사를 똑바로 안 하네?
안 실장 예?
배철주 목례만 하면 다야? 규만이랑 고교동창이라고, 나까지 친구로 보여?
남규만 야, 수범아. 뭐하냐. 똑바로 안 해?
안 실장 ...죄송합니다.
안 실장, 다시 인사하려는데, 남규만이 안 실장의 고개를 꾹 눌러 90도 인사하게 만든다.
남규만 앞으로 이렇게 인사해. 철주랑 친구 먹을 생각하지 말고.
안 실장 (90도로 숙인 상태에서) ...알겠습니다.
배철주 야, 규만아. 이러니까 레벨이 다른 애들이랑 놀면 안 돼.
남규만 (히쭉 웃으며) 그래도 수범이 정도면 지 분수 아는 애지.
(안 실장 기분 나쁘게 보며) 자존심이라는 게 없거든.
웃는 배철주와 남규만. 안 실장, 모멸감을 느낀다. 주먹을 꽉 쥐고 참는 안 실장 모습에서-
41. 선술집 / 밤
안 실장과 석규가 앉아 있다.
안 실장, 소주를 털어 넣으려고 하자 석규가 뺏어 든다.
석규 수범아, 많이 취했다.
안 실장 오늘은 좀 취할란다. 남규만 뒤치다꺼리나 하는 인생이라고..
난.. 내 맘대로 술 한잔도 못 마시냐?
잔을 다시 뺏어 입에 털어 넣는 안 실장.
석규도 자기 소주잔을 채워 한 입 털어 넣는다.
안 실장 내.. 내가 입만 뻥긋하면 규만이 걔 끝나.
내가 지 명 줄 잡고 있는 것도 모르면서 까불어, 까불긴.
석규, 그 말을 듣자 옥탑사무실에서 진우와 인아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인서트>
12부 20씬 상황. 크게 놀라는 얼굴의 석규.
진우 네. 제 눈으로 똑똑히 진범이 오정아씨를 살해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봤습니다.
석규 ...그 진범이 누군지도 알고 있습니까?
진우, 잠시 석규를 가늠하듯 보던 진우.
진우 ...남규만이에요. 일호그룹 사장.
/ 다시 현재. 석규, 자리에서 일어나 안 실장을 일으켜 세운다.
석규 많이 마셨어. 그만 가자. 수범아.
술 취한 안 실장을 부축해 나가는 석규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42. 옥탑사무실 / 밤
인아, 송 변, 연 사무장이 소파에 둘러 앉아 있다.
난로 위에는 군고구마들이 놓여 있는데-
송 변 (고구가 정성스레 까며) 겨울에 군고구마는 이렇게
오순도순 모여 먹을 때가 진짜 맛나지. (연 사무장에게)
하나 드릴까?
연 사무장, 환히 웃으며 고구마를 받으려는데, 송 변이 냉큼 인아에게 건넨다.
인아 (씨익 웃으며) 고맙습니다.
연 사무장을 향해 메롱~ 하고는 다시 고구마를 까기 시작하는 송 변.
연 사무장 (송 변을 흘기며) 어우~ 얄미워. 이 정도 밉상인 건,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닌데~
송 변 참나. 나보고 밉상이라고 하는 사람은 연 사무장님밖에 없어요.
다들 나만 보면 귀염상이라고들 하는데. 그치~ 이 변?
이에 피식 웃는 인아와 연 사무장.
그때, 옥탑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진우.
송 변 어! 서 변! 왔어? 알아본 거는?
진우 이번 미소전구와 비슷한 일로, 일호전자 때문에 도산당한
하청업체가 있어요.
인아 같은 피해자가 또 있다구?
진우 응, 냉장고에 냉각기를 납품하던 업체인데, 한 번 알아봐줘.
‘팽중석 010-XXXX-XXXX’가 적힌 메모지를 인아에게 건네는 진우.
진우 그때 도산당한 하청업체 대표야.
인아 응, 알았어.
송 변 오케이! 이 변, 나도 같이 가자구! 레이디를 혼자 보낼 순 없지!
송 변의 말에 웃는 진우, 인아, 연 사무장의 모습에서-
43. 달동네 거리 / 낮
달동네 거리 ‘일호그룹 독거노인 돕기’ 행사 현수막 걸려 있고
남규만과 안 실장, 일호그룹 직원들 줄지어서 노인 집으로 연탄 나르고 있다.
남규만 짜증나지만 간간히 웃으며 지나가는 달동네 사람들과 눈인사 한다.
그 모습 일호그룹 직원이 연신 촬영하고 있다.
노인 한 명이 다가와 남규만을 반기며-
노인 아이고. 이런 고마울 때가 있나. 아버지도 그렇게 좋은 일을 많이
하시더니... 부전자전이구만. (손을 덥석 잡는)
남규만 (불편하지만 애써 웃으며) 예. 감사합니다.
노인 매년 고마워.
남규만 네. 따뜻한 겨울 되세요~
그때, 남규만에게 문자 메시지가 온다. 뒤돌아서 화면을 터치하자 영상이 뜬다.
인서트>
12부 28씬 이후 상황.
폐창고에서 곽 형사가 남규만을 향해 악을 쓰고 있다.
곽 형사 내가 혼자 죽을 줄 알아?
남규만 왜... 내가 당신한테 총 쏴서 사람 죽이라는 거 떠들고 다니게?
곽 형사 니가 사람 죽이라고 시킨 게 그때 한 번 뿐이야?
남규만 그게 뭐 어쨌다고!
/ 다시 달동네.
남규만, 열 받는다. 그때, 걸려오는 휴대폰. 받아들면, 진우다!
진우 (E) 동영상은 잘 감상하셨나?
남규만 너 이 새끼, 지금 어디야!!!!
진우 (E) 이거는 예고편에 불과해. 앞으로 기대해. (끊는)
남규만 (열받아 소리치며) 야. 이 새끼야.
남규만,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연탄을 집어던진다.
안 실장과 주변 사람들 놀라서 남규만 쳐다보는데서-
44. 옥탑사무실 옥상 / 낮
옥탑사무실 옥상 위의 진우. 건너편의 일호그룹 광고 전광판을 보는데.
그 위로-
인서트>
33씬이후의 상황. 옥탑 사무실.
곽 형사가 테이블 위에 USB를 탁 올려놓는다.
진우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지? 주인한테 버림받아서 나한테
용서라도 빌고 싶나?
곽 형사 뭐, 마음대로 생각해라. 쓰레기 같은 놈들 믿고 개처럼 충성한
내가 바보였다.
진우 (보는)
곽 형사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나만 당할 수는 없어!
진우 그러니까, 같이 죽겠다?
곽 형사 뭐 그럴 수도 있고. 더 중요한 건 너하고 나... 타겟이 같잖아!
/ 다시 옥탑 사무실 옥상.
건너편 일호그룹 전광판을 바라보는 비장한 얼굴의 진우 모습에서-
45. 카페 / 낮
카페에 앉아있는 인아와 송 변. 그 앞에 초라한 행색의 팽씨(50대 남)가 앉아있다.
인아 (깜짝 놀라며) 일호전자 냉장고사고가 실제로는 영원전기때문이라구요?
팽씨 제가 공장들 돌아다니면서 직접 조사를 해봤습니다.
송 변 에휴, 얼마나 억울하셨으면 그러셨을까?
인아 그래서 영원전기 전선에 결함이 있는 걸 알아내신 거예요?
팽씨 알아내면 뭐합니까? 아무리 언론에 제보해봤자 한 군데도
들은 척도 안하더군요.
그때 생각에 한숨을 푹푹 쉬는 팽씨. 인아와 송 변, 안쓰럽게 보는데-
인아 그럼 그 당시에 일어난 냉장고 대량 리콜사태를 사장님께서
모두 책임지셨다는 건가요?
팽씨 ...그렇습니다. 일호전자 측은 조사를 한 결과, 우리 회사 냉각기
문제라며 소송 했고, 모든 책임을 저희 회사로 돌렸습니다.
송 변 사장님 회사 냉각기엔 아무 문제가 없었구요?
팽씨 예, 여러 조사업체에 의뢰한 결과, 모두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인아와 송 변, 단서를 잡았다는 얼굴이 된다.
46. 홍무석의 검사실 / 낮
검찰 박스를 든 검찰 직원들 서넛이 들이닥친다.
책상과 책장 등을 샅샅이 뒤져 파일들을 쓸어 담는데-
뒤이어 나타나는 매서운 눈초리의 탁영진.
탁영진 (위압적으로 지시하는) 먼지 하나도 남기지 말고, 싹 다 쓸어 담으세요.
이때, 홍무석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다.
두 사람, 서로의 팽팽한 시선이 오고 가는데-
홍무석 탁 검사, 지금 이게 대체 뭐하자는 겁니까?
탁영진 (물러섬 없이) 지금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부장검사님 비리 건으로
압수수색 중입니다. 협조해 주십시오.
홍무석 (비릿한 미소) 이거... 하극상 인가요? 무슨 증거로 이러는 겁니까?
탁 검사, 괜한 오지랖은 부리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요.
탁영진 지검장님께서 허가하신 사항입니다.
홍무석 (표정 굳는)
탁영진 제가 괜한 오지랖을 부리는 건지, 정당한 행동을 하는 건지는
감찰부에서 밝혀줄 겁니다.
홍무석 탁 검사.... 뒷감당 할 수 있겠어요?
탁영진 (여유 있는) 뒷감당은 부장님이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꾸벅 목례한 뒤, 보란 듯이 나가버리는 탁영진.
난장판이 된 사무실을 냉랭한 얼굴로 보고 있는 홍무석에서-
47. 옥탑사무실-1층 / 낮
‘영원전기’에 대해서 검색하고 있는 인아. 사장인 ‘양현수’에 대한 정보를 보고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일호전자 하청업체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이어지는데-
48. 영원전기 / 낮
영원전기에 찾아간 인아와 송 변. 안내데스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송 변 아니, 사장님 좀 잠깐만 보면 된다니까요?
데스크 죄송합니다. 사장님께선 지금 안 계십니다.
인아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언제쯤 오시나요?
데스크 저희도 모릅니다. 다음에 선약을 하고 오시죠.
단호한 데스크 직원. 인아와 송 변, 곤란한 얼굴인데-
이때, 엘리베이터에서 경호원과 함께 내려 밖으로 향하는 남자. 양 사장이다!
인아, 양 사장이 있는 쪽으로 재빨리 달려간다.
인아 양 사장님!
다가오는 인아를 보게 되는 양 사장. 가드들이 인아를 막는다.
인아 일호전자 전자레인지 폭파 사건에 대해 질문할게 있습니다.
잠시 시간 좀 내주시죠!
양 사장 얜 뭐야?
인아 미소전구 법률대리인입니다.
양 사장 (차갑게) 할 말 없습니다.
양 사장 가버리면, 가드에 막혀 더 이상 가지 못하는 인아와 송 변.
49. 남규만 차 안 / 낮
남규만, 홍무석과 통화 중이다. 앞자리에는 안 실장이 타고 있다.
홍무석 (E) 저한테... 내사가 들어왔습니다.
남규만 어떤 놈이 홍 부장님 등에 칼을 꽂았나요?
홍무석 (E) 치고 들어온 건 제 밑에 있던 탁영진 검사지만...
소스는 이인아 변호사가 줬을 겁니다.
남규만 (짜증 팍 나며) 이인아?
홍무석 (E) 네.
남규만 홍 부장님 때문에 제가 또 바빠지겠네요.
안 그래도 지금 바쁜 일 하나 처리하러 가는 길인데...
홍무석 (E)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니.
남규만 알았어요. 연락 기다리세요. (끊는)
휴대폰 끊는 남규만.
남규만 (화가 치밀어 올라) 이것들이 쌍으로 연타를 멕이네.
쾅쾅 차안을 주먹을 쳐댄다. 그 모습에 눈치 보는 안 실장.
50. 주차장 / 낮
박동호,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시선.
차에 올라타는 박동호.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그 뒤를 바짝 따라 출발하는 금 실장의 차.
앞서가던 박동호의 차가 급정거한다. 금 실장의 차도 같이 멈추는데-
금 실장의 차 바로 뒤에 바짝 붙어 멈추는 차량 한 대. 운전석 보면 편 사무장이다!
금 실장의 차가 박동호 차와 편 사무장 차 사이에 갇혀 꼼짝 못한다.
그때 동시에 차에서 내리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
박동호가 금 실장의 차로 다가가 노크를 한다. 똑똑똑-
박동호 내리라.
금 실장 (머뭇거리는)
박동호 (험악하게) 내리라 안카나!
금 실장, 할 수 없이 차 문을 열고 내리면-
박동호 (멱살 잡으며) 행님한테 몬 들었나?
내 따라댕기믄 죽이삔다꼬!
금 실장 나 건드리면 (하는데)
금 실장의 얼굴에 박히는 박동호의 주먹.
두 사람 주먹이 오가지만 박동호가 연타를 날려 금 실장을 바닥에 쓰러뜨린다.
박동호 이번이 마지막이다. (뒤돌아가는)
편사무장 (때릴 듯이 손을 치켜들며) 이 짜슥이. 뒤질라꼬.
박동호 (차로 걸어가며) 상호야. 가자.
신음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금 실장.
박동호와 편 사무장, 그런 금 실장을 남겨두고 떠나는데서-
51. 병원 / 낮
신경정신과 유 의사(40대 초, 남)가 모니터로 뇌사진을 찍은 차트를 보고 있다.
화면, 뒤로 빠지면 진우가 유 의사 앞에 앉아 있다.
유 의사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잖습니까?
진우 제가 요즘 재판으로 바빠서...
유 의사 지금 서진우씨는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뭐든 과하면...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죠.
진우 (어두운 얼굴로 듣고 있는)
유 의사 남들은 재능이라고 할 지 몰라도, 진우씨가 가진 기억능력은...
사실은 장애입니다.
진우 ....선생님, 제 상태가 현재 어디까지 와 있나요?
유 의사, 주저하며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진우 괜찮습니다. 저한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요?
유 의사 ...기억을 쓰면 쓸수록 진행은 더 빨라질 거예요.
(잠시) 길면 1년, 짧으면 6개월입니다.
진우 (크게 충격 받는)
유 의사 그 시간 안에 진우씨의 기억은 점점 사라져 갈 겁니다.
진우, 뭐라 말할 수 없는 얼굴에서-
52. 한강 둔치 / 밤
진우가 한강변을 힘없이 걷고 있다. 그러다 멈춰 선다.
흘러가는 강물을 가만히 바라보며-
인서트>
6부 27씬 상황. 변호사 접견실.
진우 (서재혁의 손을 잡으며) 제발... 아버지... 내 얼굴 잘 봐봐... 응?
서재혁 변호사님께서 잘못 찾아 오셨나 보네요.
진우에게 조용히 반지목걸이를 건네는 서재혁. 입술을 깨무는 진우, 눈시울이 붉어진다.
서재혁 저는... 아들이 없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진우의 눈빛. 결국, 진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 다시 현재. 한강을 보며 소리를 지르는 진우.
응어리와 분노, 슬픔이 뒤섞인 진우의 외침이 이어진다.
53. 옥탑 사무실 / 밤
인아, 커피 들고 비밀의 방으로 들어간다.
54. 옥탑 사무실 계단 / 밤
계단을 오르는 두 사람의 다리가 보여진다.
55. 옥탑 사무실 / 밤
남규만, 옥탑 사무실 들어서는데 아무도 없다. 그 뒤로 안 실장도 따라 들어온다.
주변을 둘러보는 남규만. 책장 문틈사이로 비밀의 방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비밀의 방쪽으로 다가가는 남규만과 안 실장.
56.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밤
인아, 영원전기 관련 서류를 집중해서 보고 있다.
그때, 비밀의 방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남규만.
인아, 인기척을 느낀다!
인아 진우야, 왔어? (돌아보면)
남규만이 비밀의 방 앞에 서 있다. 인아를 보고 씨익 입꼬리까지 올린다.
남규만 이인아 변호사?
인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남규만, 비밀의 방의 사진들을 쓰윽 살펴보더니-
남규만 잘 꾸며놓으셨네. 내가 누군지... 나보다 더 잘 알겠어. 당신들.
인아를 향해 섬뜩한 얼굴로 다가오는 남규만의 모습.
두려움 느끼고 뒷걸음질 치는 인아의 모습에서 엔딩!
-12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