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KDrama Script: Ep4

   Remember 04

 

1. 박동호 사무실 /

 

진우, 눈빛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진우가 보는 노트북 화면에 남규만이 나온다.

 

배철주 하여간... 미친놈. 니 대신 감방 가게 생긴 사람은 또 뭔 죄냐?

남규만 쥐뿔도 없는 게 그 인간 죄야. 누가 대신 감방 가달랬냐?

뭣도 없으니까 그 모양이지.

 

같이 화면을 보던 인아도 믿기지 않은 얼굴. 고개를 돌려 진우를 본다.

진우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리고 온몸이 떨리고 있다. 핸드폰 들어 박동호에게 거는데-

 

2. 한옥 요정 룸 /

 

한복을 입은 여자 종업원이 쟁반 들고 룸에 들어온다. 정갈하게 담겨진 음식을

상에 내려놓으면 박동호가 보인다.

 

박동호 박동호라고 합니더.

 

맞은편의 남일호,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박동호를 본다. 박동호,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진우 (E) (떨리는 목소리로) 정아 누나 죽인 그놈... 남규만 맞죠?

 

핸드폰 들고 있는 박동호. 흔들리는 눈빛. 그러다 차분하게 대답한다.

 

박동호 진우야. 쪼매 있다 통화해야겠다. (핸드폰 전원까지 꺼버리는)

남일호 (묵직한) 난 자넬 도울 수 있고... 자넨 날 도울 수 있네.

박동호 (웃음기 하나 없는 묘한 표정으로 보는)

남일호 (대답을 기다리며 팽팽하게 보는)

박동호 초장부터 훅 들어오시네요.

남일호 내 연락 받고 선뜻 왔지 않나? 자네가.

박동호 회장님 설득하러 온 겁니더.

남일호 나한테 설득 당하러 온건 아니고?

 

박동호와 남일호, 대결을 하는 듯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모습에서-

 

3. 남규만의 차 안 /

 

화면 가득, 초조하고 불안해 동공까지 흔들리는 남규만.

 

남규만 내가 재판에 서는 거 무서워서 이러는 줄 알아? 이번 일로 아버지

눈 밖에 나는 게 나한텐 사형이야! 사형!

안 실장 (운전석에서 백미러로 눈치 살피는)

남규만 가뜩이나 그룹 승계처리 때문에 숨죽여 있으라고 신신당부했는데...

하필 그 년이 재수 없이 죽어버리는 바람에...

안 실장 (떨리는 눈으로) 이미 알고 계신다. 회장님.

남규만 (멈칫) ?

안 실장 내가 보고 드렸어. 죽은 오정아 처리는... 내 선을 넘는 일이었다.

남규만 (서슬 퍼래져서) 차 세워.

 

안 실장, 올 게 왔다는 얼굴로 급브레이크 밟는다.

 

4. 갓길 /

 

차문이 부서질 듯 쾅 닫고 내리는 남규만. 넥타이를 거칠게 풀며 안 실장에게 다가간다.

두려움에 침을 꼴깍 삼키는 안 실장. 남규만, 안 실장의 목을 조른다.

 

남규만 (눈알이 희번덕 돌아가서) 니가 아주 미쳤구나.

안 실장 (숨 막혀 컥컥 거리는)

남규만 아버지한테 (조르는) 보고하지 말라고 (더 조르는) 몇 번을 말했어?

 

안 실장, 눈이 벌게지며 목 전체에 퍼렇게 핏줄이 올라온다.

 

안 실장 회장님이 손쓰지 않았으면 넌 이미...

남규만 (그 말에 조르던 손을 놓으며) 아버지가 손을 썼다고?

안 실장 (헉헉 거리며) 경찰, 언론에서 니 이름 회사이름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이유. 수사가 별장까지 미치지 않았던 게... 순전히 운이 좋아서

라고 생각했던 거야?

남규만 (눈앞이 캄캄한)

안 실장 넌 어떻게... 나보다 니 아버질 모르냐?

 

어찌할 바 모르겠는 남규만의 얼굴.

 

5. 한옥 요정 룸 /

 

전 장면 안 실장의 목소리가 깔리며-

 

안 실장 (E) 아마 지금쯤 변호사 만나서 해결 보고 계실 거다.

 

남일호, 옅은 냉소로 박동호를 보다 천천히 입을 연다.

 

남일호 내 아들이 찍혔다는 그 동영상, 그게 정말 재판을 뒤집을 만큼

결정적이라 보는 건가?

박동호 (그 시선 팽팽히 받으며) 좋은 질문이십니더. 당사자 간의 녹음이

아니라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남일호 잘 아는군.

박동호 회장님... 근데 말이지요. 운동화 속에 들어간 작은 조약돌 하나가

달리기를 망치는 법입니더.

남일호 (표정 굳는)

박동호 (점점 소리 높아지는) 법정에서 인정 안한다고 하믄.. 방송국, 신문사,

인터넷에 싹 다 뿌릴 겁니더. 시간당 백 만통씩 스팸 뿌려대는

애들한테도 시킬 거고요.

남일호 ....

박동호 이 박동호가... 대한민국 방방곡곡... 두메산골 영감탱이까지 동영상

보게 만들 겁니더!

남일호 (눈빛이 무서워진다.)

박동호 재판이 뒤집히겠냐고요? 아주 센세이션이 일어날 깁니더.

대 일호그룹 후계자께서 한 짓이 만천하에 밝혀지면 말이지요.

남일호 (묵직하게) 얼마를 원하나? 달라는 대로 다 주겠네.

박동호 원하는 건 딱 하나. 오늘 재판 시작 전에 아드님더러 자수하라 하이소.

남일호 (표정 굳는)  !!!

박동호 발악하다 잡혀가느니 제 발로 자수하는 게 서로 간에 못 볼 꼴 안 보고

젠틀하게 해결하는 겁니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는 박동호. 갑자기 생각난 듯, 멈춰서더니.

 

박동호 한 마디만 더 해야겠네요. 부자지간이 쌍으로 돈돈 거리시는데...

지가 아무리 걸레 빠는 양동이에 담겼어도... 여기까지만이다

하는 건 있십니더. (능청스럽게) 오늘 계산은 지가 합니데이!

 

그렇게 쐐기 박고 나오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6. 박동호 사무실 전경 /

 

7. 박동호 사무실 /

 

사무실을 분주히 왔다 갔다 하며 분을 삼키고 있는 인아.

 

인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변호사는 왜 전화를 안 받구?

진우 (그 말에 불안한 눈빛 되는) ...

인아 끊을 이유가 없잖아. 전원까지 꺼놓은 것도 이상하고. 뭔가 딴 꿍꿍이

있는 거 (하는데)

박동호 지금 꿍꿍이라 했습니꺼?

 

인아, 움찔하면서 고개 돌리면 박동호가 문 열며 들어오고 있다.

스프링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박동호에게 달려가는 진우.

 

진우 동영상 봤어요. 그 놈 얼굴도, 그 놈 한 말 모두 다!

박동호 (보는)

진우 별장에 정아 누나가 왔던 것도 알아냈어요! 거기서 남규만도 봤고.

박동호 내가 돈 처바르고, 애들 뿌려서 얻은 걸 니하고... (하다가 인아 보며)

저 아가씨가 알아낸 기가?

 

그 말에 뻘쭘한 표정 짓는 인아. 진우, 고개를 끄덕인다.

 

박동호 내일 공판에서 동영상 공개할 기다. 의사 선생도 불러다가 느그 아버지 기억에 문제 있는 거 밝히면 재판 분명히 뒤집힌다. 내 믿어라.

인아 근데... 동영상 어떻게 찍었어요?

박동호 아가씨. 맛집이 비법 공개하는 거 봤어요? 업무상 비밀입니데이.

인아 이거 증거 효력 있는 거 맞죠?

박동호 최소한 피고인석에 앉아있어야 할 사람 정도는 바꿀 수 있을 겁니더.

진우 그럼... 우리 아빠 풀려나는 거죠?

 

인아와 진우, 기대에 찬 표정으로 박동호를 바라본다.

 

박동호 (진우에게) 그래 니 솔직히... 재판 보면서 당장 증인석에 올라가...

우리 아부지 범인 아니라고... 당신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소리치고 싶었재?

진우 (고개 끄덕이는)

박동호 내도 잘 안다. 아부지가 하지도 않은 일로 피고인석에 앉고...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티비에서 떠드는 말만 믿고 욕하고, 짐승 취급까지

한다 아이가. 재판이 원래 그렇다. 인생을 걸고 싸우는 기다.

진우 (마음이 저리는)

인아 (박동호의 진지한 모습을 눈에 담아두는)

박동호 내만 믿어라. (진우 어깨 토닥이며) 느그 아부지... 곧 집에 갈 수 있다.

 

기쁨에 미소짓는 진우. 인아도 표정이 풀린다. 그 말에 엷은 미소짓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8. 남일호 서재 /

 

서재 책상에 앉아있던 남일호. 여경이 책 한권을 들고 들어온다.

 

여경 나 오늘 서점 갔다가 아빠 책 봤다?

 

책을 보여주는 여경. ‘꿈이 있는 곳에 실패란 없다.’ 남일호 얼굴이 표지에 박혀 있다.

 

남일호 녀석... 쑥스럽게 이걸 굳이 사왔어?

여경 ? 난 서점에서 아빠 얼굴 보니까 더 반갑던데?

남일호 (웃음) 집에서 아빠 매일 보는 건 별로고?

여경 에이.. 나랑 또 밀당하는 거야? (급히 페이지 넘기더니) ..

이 구절에서 감동 먹었어.

 

남일호, 안경 올리며 보려는데 노크소리 들리면서 남규만이 들어선다. 초조한 표정이다.

따라 들어온 안 실장의 긴장한 얼굴을 보고 상황을 직감한 남일호.

 

남일호 여경아, 잠깐 나가 있거라.

 

여경, 뭔 일인지 묻고 싶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남규만을 흘긋 보고 나가는 여경.

안 실장도 나간다. 남규만, 무릎 꿇은 채 머리 떨군다. 둘 사이, 무섭도록 냉랭한 분위기 이어지고- 남일호, 벽에 걸려있던 검도 투구와 죽도를 바닥에 던진다.

 

남규만 (올 것이 왔다는 두려운 얼굴) ...아버지.

남일호 .

남규만 (애처럼 두 손으로 싹싹 빌며) 아버지.. 잘못했어요...

남일호 (서슬 퍼런) !!

 

남규만, 벌벌 떨며 투구를 쓴다. 죽도를 들어 올리는 남일호의 광기어린 얼굴에서-

 

9. 남일호 서재 문 앞 /

 

남규만 (E) 으아악~~! 으악~~!!!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안 실장. 남규만의 비명소리에 눈을 질끈 감는다.

그 옆에 여경, 팔짱낀 채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다.

 

여경 (고소한 듯) 오빠, 또 무슨 사고 쳤어?

안 실장 (눈 뜨며 사무적으로) 작은 실수가 있었을 뿐입니다.

괜한 상상 말아주십시오.

 

안 실장의 단호한 말투에 기분 상해 가버리는 여경. 못마땅한 얼굴로 여경을 보는 안 실장.

 

10. 남일호 서재 /

 

죽도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남일호, 남규만의 투구를 한 손으로 휙! 벗겨낸다.

남규만의 얼굴은 공포와 고통에 찌들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남일호 말해. 처음부터 끝까지. 니 입으로.

 

남규만, 고개를 돌리면 서재 거울에 자기 얼굴이 비친다.

이야기는 남규만의 귀국파티가 있었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11. (과거) 서촌별장 전경 /

 

파티가 끝나서 고급 외제차량들이 별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12. (과거) 서촌별장 - 드레스 룸 /

 

거울을 보고 있는 남규만.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기고, 엉망인 옷매무새를 추스른다.

그 뒤로, (이미 성폭행을 당해) 옷이 찢겨져 처참하게 쓰러져있는 오정아가 보인다.

 

남규만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 한 장 한 장 바닥에 던지며) 이건 노래 부른 값.

이건 집에 갈 차비. (또 한 장 꺼내 던지며) 그리고 이건 방금 니가

날 위해서... (하면서 키득거리는)

오정아 (모멸감으로 새어나오는 흐느낌, 눈물범벅인) 흐흐흑...

 

그때, 문이 열리면서 배철주가 얼굴을 내민다.

 

배철주 (누워있는 오정아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쏘리. (남규만에게) 먼저 간다.

 

남규만이 배철주에게 시선을 돌리는 사이, 몸을 일으키는 오정아.

배철주가 문을 닫고 가자, 테이블에 있던 커다란 와인 잔을 깨트려 유리조각을 쥔다.

 

남규만 (약에 잔뜩 취해 흐리멍덩한 눈으로) ..야아? 그걸로 이 오빠

찌를려구? (혀도 꼬인) 찌르세요. (배를 내밀며) 제발 찔러주세요.

오정아 (분노로) 개자식.

 

오정아, 눈 부릅뜨고 유리조각을 휘두르다 남규만의 왼쪽 턱 아래를 긋는다.

 

남규만 이 미친년이. 돌았나?

 

남규만, 오정아의 따귀를 때리고 벽으로 내던진다. 바닥에 나뒹굴며 고통을 느끼는 오정아.

그때, 시야에 주방으로 연결되는 출입문을 발견한다.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규만을

밀친 뒤, 문을 열고 도망치는 오정아의 모습에서-

 

13. (과거) 서촌별장 주방->복도 /

 

어둠에 잠긴 주방을 필사적으로 내달리는 오정아.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오정아, 복도로 나오는데 별장 안에 아무도 없다.

복도를 따라 달리다 급히 현관문을 여는데- 그 뒤로, 나타나는 남규만.

 

남규만 (약에 취해) 여기서 도망칠 수 있을 거 같아? ... 잡히면 죽는다!!

 

손에는 오프너 나이프가 들려있다.

 

14. (과거) 숲길 / ->새벽

 

어두운 숲길을 겁에 질려 뛰고 있는 오정아. 등 뒤로 불 밝힌 별장의 모습이 보인다.

거리 두고, 남규만이 쫓고 있다. 오정아, 뒤를 신경 쓰다 돌부리에 걸려 심하게 넘어진다.

다리가 부러진 듯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런 오정아를 향해 섬뜩한 얼굴로 다가오는 남규만.

 

오정아 (두려워 턱을 덜덜 떨며) 아빠...

 

남규만, ‘오프너 나이프로 오정아를 찌른다. 계속 찌른다.

오정아의 감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절명한다.

약에 취한 남규만, 이내 죽은 오정아 옆에 쓰러져 잠들어 버린다.

 

시간경과>

동이 터온다. 눈을 뜨는 남규만. 옆에 죽은 오정아가 누워있다.

기겁한 남규만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든다.

 

남규만 (떨리는음성으로) 나좀 도와줘야겠다. 수범아  

 

시간경과>

현장에 헐레벌떡 뛰어오는 안 실장. 죽은 오정아를 보고 놀란다.

 

남규만 이거 치워. 나한테 피해 안 가게.

안 실장 (넋이 나가 감당 안 되는 표정으로 보는)

남규만 뭐해? 내 말 안 들려?

안 실장 (정신 차리고 핸드폰 꺼내며) 119 먼저 연락 (하는데)

남규만 (안 실장 핸드폰 거세게 치며) 이 새끼가 미쳤나?

안 실장 (덜덜 떨리는 눈빛으로 보는) 아직 살았을 지도 모르잖아.

남규만 ... 나 대신 이거 뒤집어쓸래?

안 실장 (보면)

남규만 아니잖아.... (안 실장 얼굴 기분 나쁘게 툭툭 치며) 넌 오지랖 떨지

말고 나나 신경 써.

 

안 실장, 그 말에 모멸감을 느끼지만 꾹 참는다.

 

남규만 (시신 옆의 오프너 나이프를 발로 툭 차며) 이것도 잘 처리하고.

 

안 실장, 멀어지는 남규만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본다.

잠시 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프너 나이프끝 부분을 집는 안 실장.

 

14-1 서촌별장 주방 / 새벽

 

텅 빈 주방에 들어서는 안 실장. 주방 집기류를 모아놓은 서랍들을 정신없이 연다.

포크, 나이프, 스푼, 냅킨 등등이 보인다. 그러다 마지막 서랍에 대 여섯 개의

다양한 오프너 나이프가 있다. 그 중 한 개를 냅킨으로 감싸 집어 드는 안 실장.

오정아를 죽인 오프너 나이프와 똑같다.

테이블에 놓인 똑같은 두 개의 오프너 나이프를 보며 음모를 꾸미는 듯한

안 실장의 얼굴에서-

 

15. 남일호 서재 /

 

다시 현재다.

 

남규만 죽일 생각은 없었어요.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는 줄도 몰랐어요.

남일호 (메마른, 낮은) 고작 여자 하나야.

남규만 ?

남일호 앞으로 니 결정 하나에 수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하게 될 텐데... 고작

여자 죽은 걸로 벌벌 떨고.. 질질 짜면 회사는 어떻게 감당할 거야? ?

남규만 죄송합니다.

남일호 (잠시 눈을 감는다. 생각에 잠긴다. 이내 뜨고는) 넌 나가고...

안 실장 들어오라 그래.

 

남일호,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있는 듯한 얼굴에서-

 

16. 진우의 동네 전경 /

 

동네 집들 위로 아침볕이 든다.

 

17. 진우네 집-대문 앞 /

 

인아, 물과 수세미가 담긴 양동이를 앞에 내려놓는다.

 

인아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 서진우! 진우야!

진우 (대문을 열고 나오며)

인아 (다짜고짜 수세미를 던지며) 받아.

진우 (엉겁결에 수세미 받아들면)

인아 아버지 오시기 전엔 지워놔야 할 거 아냐.

 

인아, 두 팔을 걷고 수세미로 담벼락에 적힌 욕들을 지우기 시작한다.

 

인아 (지우며) 이거 다 명예훼손에 재물손괴죄인 건 아나 몰라.

그냥 콱 이 사람들 다 벌금 먹여버릴까?

진우 (그런 인아를 미소로 보다가 이내 옆에 가서 따라 지우며)

변호사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인아 (그 말에 웃음 지으며, 담벼락 열심히 지우다가) , 간만에 힘썼더니

완전 배고프네. 너도 아직 안 먹었지?

 

미소로 대신 대답하는 진우의 밝은 얼굴에서-

 

18. 남일호 서재 /

 

서재에 남 회장과 안 실장 둘 만 있다.

 

남일호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커져버렸어. 규만이 대신 죄를 뒤집어쓸 놈이

있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아. 영원히 세상에 못 나오게 만들어야 돼.

(잠시) 그 물건은?

안 실장 명령하신 대로... 잘 보관해두고 있습니다.

남일호 흐름은 정해놨으니까... 적당한 타이밍에 터트리면 돼.

안 실장 (고개 숙이며) . 회장님.

남일호 (만족스러운) 남은 건, 변호사 잡놈 하난데.... 앞뒤 안 가리고 덤비다

구정물이라도 튀기면 일을 그르칠 수 있어. 어딘가 약점이 있을 거야.

안 실장 (서류 내밀며) 석주일이라고 친분 이상의 관계를 가진 조폭이 있습니다.

지난 번 남 상무님 소송 때 보니 아버지처럼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남일호 석주일?

 

남 일호, 서류를 펼쳐본다. 석주일의 사진과 간략한 신상명세, 전과기록들이 적혀있다.

 

안 실장 부천에서 작은 조직을 꾸리고 있습니다. 소문에는 호적 깨끗하고 머리 좀 돌아가는 조직원 찾다가 박동호를 변호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남일호 그게 사실이면... 건달치고는 야망이 있는 놈일 거야.

안 실장 . 조직을 서울로 확장하고 싶은데 자금줄이 없어서 물주를 구하고

있는데 쉽지 않나 봅니다.

남일호 (고심하더니) 그 잡놈. 자기 의뢰인과 자기 아버지같은 놈이

둘 다 절벽 끝에 있다면... 누굴 구하고, 누굴 포기할까?

 

음모를 꾸미는 남일호의 얼굴에서-

 

19. 박동호의 사무실 /

 

법정에 갈 채비를 끝낸 박동호. 양복 상의를 걸치는데 편 사무장 들어온다.

 

편 사무장 벌써 나갑니꺼?

박동호 오늘 재판 장난 아일기다. 미리 나가서 양복도 좀 맞추고...

때 빼고 광도 내야지 안카나?

편 사무장 행님. 기분 좋으신가 봅니더. 다른 재판하고는 좀 다르네예.

박동호 (웃으며) 그렇드나?

 

그때, 핸드폰 진동 울리고, 보면 액정에 탁영진 검사

 

탁 검사 (E) 박 변, 점심 먹었나?

 

20. 돼지 국밥집 /

 

국밥을 시원하게 먹고 있는 박동호와 탁 검사.

 

탁 검사 오늘 재판도 국밥처럼 시원하게 말아 먹었네.

박동호 (웃는) 그래서 국밥 묵자 했슴니꺼.

 

이 때, TV에 나오는 남일호 회장 관련 뉴스. ‘남일호 회장, 희망 양육원 방문해 3억 기부

타이틀 보인다. 그 순간, 탁 검사가 먹던 숟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탁 검사 , 저 인간. 밥 맛 떨어지게 하네. (먹던 거 쓰레기통에 탁 뱉는)

박동호 남 회장말입니꺼?

탁 검사 저거 다 쇼야. 앞에선 저렇게 착한 짓 하면서, 뒤에선 지 그룹 위해선

얄짤 없는 놈이야. 문태식 검사 알지? 그 선배도 저 인간 잡겠다고

동분서주하다 물 먹은 것만 8년이다. 8.

박동호 그래도 한 번 쯤은 들어갔겠지예.

탁 검사 무슨. 이 양반이 정권 바뀌면 바뀌는 족족 청와대에 발 걸치고,

대법원에 경찰청장까지 아예 싹 다 휘어잡고 있다니까.

박동호 그래도 그런 양반들이 작은 돌부리에 걸리기만 하면, 크게

고꾸라지는 법 아니겠십니꺼.

 

소주잔 주고받는 두 사람.

 

탁 검사 이따 재판이지? 뒤집을 수 있겠어? 이번에 승률 떨어지는 거 아냐?

박동호 야구에서 제일 유명한 말이 뭔지 아십니꺼?

탁 검사 (보는)

박동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이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박동호를 보는 탁 검사.

 

21. 인아의 집-마루 /

 

된장찌개와 정갈한 반찬들이 가득하다. 상 가운데 진우를 중심으로 둘러앉은 인아 가족들.

진우가 옆에 있는 연지의 수저를 살뜰히 챙기며 미소 짓는다. 다들 식사를 시작하는데-

 

인아 모 에휴... 근데 동네 사람들도 그렇구, 뉴스 보면 또 그게 맞는 말같구..

 

그 말에 인아가 인아 모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 인아 부는 슬쩍 진우 눈치를 본다.

 

인아 엄만... 맞긴 뭐가 맞어? 아저씨 곧 무죄로 풀릴 거야.

인아 모 (보면)

인아 범인 따로 있었거든. 변호사가 누명 벗겨줄 증거 찾았어.

인아 모 진우야, 진짜야?

진우 . 변호사가 열심히 해줬어요.

인아 겉모습이 조~금 남달라서 그렇지. (웃음)

인아 부 정말 잘 됐다. 그동안 아버지 걱정에... 동네방네 사람들 땜에

니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진우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언젠간 꼭 밝혀질 거라 믿었어요.

(덤덤히) 우리 아빠는 그런 적 없으니까.

인아 모 (언제 그랬냐는 듯) 아휴... 난 진작부터 알았다. 니 아버지 관상을

좀 봐라. 어디 그런 숭악한 일 저지를 양반인가?

 

진우와 인아, 피식 웃는다. 그런 진우를 보며, 인아 부가 조용히 진우의 등을 쓸어내린다.

 

22. 진우의 집 앞 /

 

나란히 걸어오는 진우와 인아. 예전과 달리 담벼락이 깨끗해져 있다.

 

인아 (담벼락 보며) 이야...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진다. 그치?

진우 진작에 지워버렸으면 될 걸... 괜히 눈에 들어오면 화나고

아빠가 집에 없다는 게 더 생각나서... 그냥 피하고만 있었어.

인아 (진우의 어깨를 툭 치며) 근데 아저씨 집에 돌아오시면, 제일 먼저

뭐 하고 싶어?

진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 김치찜...

인아 ?

진우 아빠 퇴근하면 내가 김치찜 해주겠다고 약속했었거든...

인아 (코 끝 찡해지는) , 고삐리~. (진우의 목을 감으며) 이번에 김치찜

만들 때는 넉넉히 좀 해~ 무슨 말인지 알지? 이따 보자.

손들어 보이며 사라지는 인아. 진우, 멀어지는 인아를 보며 미소 짓는다.

 

23. 구치소 면회실 전경 /

 

24. 구치소 면회실 /

 

면회실 창문 앞에 진우가 앉아있다. 기대감 가득한 표정.

서재혁이 들어서자, 창 쪽으로 바짝 다가서는 진우.

 

진우 (서재혁 몸을 살피며) 몸은 좀 괜찮아?

서재혁 (힘없이 미소 지으며) ~ (진우 살피며) 우리 아들도 몸 성하구?

진우 (크게 끄덕이며) 그럼! (환해지며) 좀만 더 참아요.

오늘 재판만 끝나면... 아빠 이제 집에 갈 수 있을 거 같애.

서재혁 (영문을 모르겠고) !!!

진우 변호사 아저씨만 믿으면 돼. 내가 그랬잖아. 아저씨 정말 실력 있고

좋은 변호사라고.

서재혁 (기쁨과 안도) 진우야, 사실 그동안 아빠... 평생 이곳에 있게 될까봐

너무 무서웠어.

진우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왜 있어?

서재혁 (애써 웃으며) 그래... 우리 아들이 정말 못난 애비 땜에 고생이 많다.

 

서로 따뜻한 시선을 나누는 두 부자의 모습에서-

 

25. 법정 복도 /

 

법정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박동호. 복도 끝에 석주일이 보인다.

 

박동호 (의아한) 어라? 형님이 여긴 웬일입니꺼? 연락도 없이?

석주일 아우야. 시간 있나?

박동호 지금 재판 들어가야 되는데... 급한 일이라도 있습니꺼?

석주일 담배 한 대 필 시간이면 된다. 따라 온나!

 

전에 없이 심각한 석주일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는 박동호.

 

26. 형사합의부 법정 /

 

자막 - 국민참여재판 공판 기일 제 4

 

방청석이 사람들로 채워지는 모습들. 진우와 인아도 자리를 잡아 앉는다.

홍무석이 들어와 검사석에 앉는다. 아직 비어있는 변호인석.

 

27. 법원 옥상 /

 

법원 옥상에 서 있는 두 사람. 석주일,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박동호,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려는데-

 

석주일 아우야. 이 재판 져라!

박동호 (얼굴 굳으며 멈추는)

석주일 이 재판 이기면 변호사로 니 출세길은 딱 거기까지다.

박동호 남일호 회장 만나셨습니꺼? 행님더러 설득하라꼬?

석주일 니가 지금은 승률 좋은 변호사일지 몰라도... 결국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한테는 못 당하는 기라.

박동호 행님 지금 무슨 말 하십니꺼? 안 들은 걸로 하겠습니더.

 

쌩하니 가버리는 박동호, 덩그러니 남겨진 석주일의 모습에서-

 

28. 형사합의부법정 /

 

법정 문을 열고, 변호인석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박동호.

방청석에 있던 진우와 인아를 발견하고 살짝 미소 짓는다.

 

시간경과>

증인석에 의사가 앉아있다.

 

박동호 피고인 서재혁의 신경과 진료를 본 적이 있습니꺼?

의사 .

박동호 피고인의 현재 상태에 대해 의학적 소견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꺼?

의사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피고인은 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입니다.

 

의사,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마침내 입을 연다.

 

의사 하지만...

박동호 (멈칫하는)

의사 보통 성인 남자의 인지력, 기억력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박동호 (당황해서) 뭐라꼬요?

의사 혹시 알츠하이머 증상을 의심하고 계신 거라면... 어떤 일관된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방청석의 진우와 인아, 충격 받은 얼굴이 된다.

그때, 2층 문 열고 들어서는 석주일. 2층 방청석 자리에 앉는다.

 

박동호 증인은 법정에서 위증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습니꺼?

의사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박동호 (보는)

의사 피고인 아들이 찾아와 병명을 알츠하이머로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 말에 웅성거리는 배심원석.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 짓는 여경.

방청석의 진우, 충격에 표정이 굳는다. 박동호, 감정 격해지며-

 

박동호 분명히 피고인한테 알츠하이머라 하지 않았습니꺼! 구라치지 마이소!

의사 (단호한) 그런 적 없습니다.

 

박동호, 기가 막혀하는데 2층에 앉아있는 석주일과 눈이 마주친다.

 

판사 (판결봉 땅땅 치며) 변호인, 법정에서 예의를 지키세요.

검사는 반대 신문 하세요.

홍무석 (일어나서) 반대 신문 대신 증인의 말을 확인하기위해 피고인의 아들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박동호 (일어나서) 사전에 예정되어 있지 않은 증인 신청입니더.

홍무석 (팽팽히 맞서는) 피고인은 아들을 시켜 의사를 매수하려했습니다.

그 정황을 밝히는 것은 이번 재판의 중요한 쟁점입니다.

판사 인정합니다.

 

그 순간, 법정 안의 모든 시선이 진우에게 쏠린다.

인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우를 본다. 여경의 얼굴엔 흥미로운 미소가 돋는데-

 

판사 잠시 휴정 후, 검사 측 증인 신문 시작하겠습니다. (땅땅)

 

29. 법원 옥상 /

 

박동호, 흥분한 얼굴로 석주일을 보고 있는데-

 

석주일 어차피 이 재판 처음부터 니가 이길 수 없는 재판이다.

박동호 (표정 굳어져서) 그게 무슨 말입니꺼?

석주일 지금 판 돌아가는 꼴 보믄 모르나? 니가 동영상 공개하는 건

똥물 튀기는 것밖에 안 된다 이 말이다.

 

그 말에 박동호의 얼굴이 일그러지는데-

 

박동호 행님 뭐 약속 받은 거 있십니꺼?

석주일 (대답 못하는)

박동호 말 하이소.

석주일 (주저하다) 일호건설에서 명동 한복판에 짓는 쇼핑몰 공사건을

우리한테 주기로 했다.

박동호 남일호.. 이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

석주일 니 내 꿈 잘 알지 않나? 내가 언제까지 룸살롱 나이트 관리하고

포장마차 삥이나 뜯어 먹고 살아야겠노?

박동호 ..행님.

석주일 그게 얼매나 드럽고 치사한 일인지.. 그래서 니 변호사 맨든 거 아이가?

박동호 (강하게 나오는 석주일 때문에 곤란한) ....

석주일 내도 이젠 서울에 올라가 형사검사 놈들 눈치 안보고 떳떳한 비즈니스 좀 해보자. 일호그룹만 등에 업으면 평생 내 꿈이 이뤄진다카이.

 

박동호, 마음이 복잡해 보이는 얼굴에서-

 

30. 법정 화장실 /

 

세면대 앞에 서 있는 박동호. 그 위로 석주일의 목소리 깔리고-

 

석주일 (E) 느그 아버지 그리 가뿔고... 니 거둔 게 누구고?

 

박동호, 거울 속의 자기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면-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31. (과거) 달리는 트럭 안 /

 

사이드미러에 비친 어린 박동호(24)의 얼굴이 잔뜩 불안해 보인다.

초조한 얼굴로 운전대 붙잡고 있는 박동호 부. 과하게 사이드미러로 후방을 확인한다.

 

박동호 아부지. 오늘 따라 와 이럽니꺼?

 

그 순간, 전방에 음주단속 현장이 보인다. 급브레이크 밟는 박동호 부.

급정거 소리가 음주단속 경찰들에게까지 들린다.

 

32. (과거) 도로 위 /

 

급히 유턴해 반대차선으로 도주하는 박동호 부의 트럭. 경찰차가 사이렌을 켜고 추격한다.

 

33. (과거) 달리는 트럭 안 /

 

잔뜩 긴장한 박동호의 표정.

 

박동호 아버지! 와 도망칩니꺼? 술도 안 먹었으면서.

 

사이드미러 뒤로, 경찰차가 추격해온다. 박동호는 불안해 미치겠다.

 

박동호 이러다 사고납니더!

박동호 부 (불쑥 입을 여는) 동호야. 아부지 이러는 거 다 이유가 있다.

니한테 말 못할 이유가 있단 말이다.

박동호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꺼? 퍼뜩 말해 보이소.

박동호 부 (캐비닛 가리키며) 거기 열어봐라.

 

열어보면, 비행기 티켓이 있다.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의 박동호.

 

박동호 부 미국 가는 비행기표다.

박동호 표 살 돈이 갑자기 어디서...

 

박동호 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툭 하고 눈물이 떨어진다.

 

박동호 부 동호야. 죽이고 싶도록 미워도... 결국 용서할 수밖에 없는 게 가족이다.

우리 버리고 떠난 엄마..... 만나면 용서해줘라.

박동호 갑자기 그 여자 얘기는 와 합니꺼?

박동호 부 니 석주일 삼촌 알지?

박동호 각그렌져 끄는 아저씨요?

박동호 부 (흔들리는 시선으로) 내 없으면 그 삼촌이 니 아부지다. 알았나?

 

평소와 다른 아버지 모습에 박동호는 점점 더 불안하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박동호 부 근데... 아부지 비행기 표가 와 한 장입니꺼?

 

그때- 전방에 사거리 붉은 신호등 들어온다.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는 박동호 아버지. 그 순간 쾅-

 

시간경과>

정신 차리는 박동호. 운전석의 아버지는 죽었다.

 

박동호 (울먹이며) 아부지. 아부지 일어나이소. 퍼뜩 일어나란 말입니더.

 

아버지를 흔들어보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박동호 무너지듯 통곡한다.

 

박동호 이리 혼자 가믄 지 혼자 어찌살란 말입니꺼!! 일어 나이소! 제발!!!

 

34. (과거) 도로 위 /

 

트럭 안에서 절규하는 박동호. 카메라 멀어지면-

사고 난 상대편 차량 안에서 울먹이는 어린 진우가 보인다!

경찰차와 앰뷸런스 도착하는 그 현장에서 점차 멀어지는 화면.

 

35. 법정 화장실 /

 

다시 현재다. 아버지가 죽었던 기억에 얼굴이 어두워진 박동호.

넥타이를 바로 잡고, 옷깃을 정리하며 밖으로 나간다.

 

36. 형사합의부 법정 /

 

박동호, 법정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방청석의 인아, 박동호에게 뭔가 말하려고 일어나는데,

냉랭하게 지나쳐가는 박동호.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복잡한 얼굴이다!

전과 다른 박동호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는 인아.

 

시간경과>

증인석에 앉아 피고인석의 아버지를 보는 진우. 두 부자, 서로를 보며 가슴이 메어온다.

 

홍무석 증인은 의사에게 병명을 조작해줄 것을 요구했습니까?

진우 의사 선생님께서 테스트를 하셨고... 제게 분명히 알츠 (하는데)

홍무석 (말 끊고) 묻는 말에만 답하세요. 있습니까? 없습니까?

진우 ...없습니다.

홍무석 지금 피고인은 살인당시의 기억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기위해 의사에게 부탁을 한 적이 없다는 말인가요?

진우 . 없습니다.

홍무석 그럼 피고인의 아들과... 피고인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의사 둘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데.. 그게 누굴까요?

 

인아는 홍무석을 노려보고, 여경은 흥미로운 듯 바라본다. 박동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동호 이의있습니더. 지금 검사는 교묘한 일반화의 오류로 증인의

증언 자체를 불신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더.

홍무석 (맞서는) 보통의 상식으로 판단해보자는 얘깁니다.

박동호 (지지 않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검사의 추측에 불과합니더.

 

팽팽하게 맞서는 박동호와 홍무석. 그러자, 진우가 작정한 얼굴로 소리친다.

 

진우 정아 누나를 죽인 사람은 따로 있어요!!!

홍무석 (놀라는) !!

진우 남규만!

홍무석 (안경을 살짝 올리며 표정 관리하는)

진우 일호생명 남규만이 죽였어요!

 

그 말에 웅성거리는 배심원단과 방청석. 서재혁의 두 눈이 크게 흔들린다.

박동호의 낯빛이 변한다. 여경은 자기 귀를 의심하고, 인아는 두 손을 꼭 모은다.

 

홍무석 증인! 증거가 있습니까?

진우 (홍무석 노려보며) 그 사람이 정아 누나 죽였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있어요. (박동호에게) 지금 빨리 동영상 틀어요!

박동호 (고민에 빠진) ....

홍무석 지금 증인은 위증을 넘어 무고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진우 (박동호에게) 아저씨 뭐하고 있어요? 튼다고 했잖아요!

박동호 (수많은 생각이 스치는 듯한 얼굴로)

판사 (박동호에게) 변호인. 증인이 말하는 동영상이 있습니까?

 

진우, 인아, 여경을 포함한 법정 안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순, 박동호에게 몰린다.

박동호, 진우의 애타는 얼굴을 본다. 서재혁도 박동호를 간절한 시선으로 보고-

 

판사 변호인! 대답하세요.

박동호 (진우 얼굴 외면하고, 힘겹게 입을 떼는) ...동영상 같은 거 없습니더.

진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

인아 (눈이 커지며 충격에 빠지는) !!!

여경 (의심을 풀었지만, 그럼에도 못미더운) ...

박동호 (쐐기를 박듯) 증인이 뭔가 잘못 알았나 봅니더. 판사님.

 

그러자, 진우가 증인석에 뛰어나가 박동호에게 달려든다.

 

진우 동영상 어딨어요! 오늘 튼다고 했잖아요!

판사 (판결봉 두드리며) 정리. 증인을 지금 즉시 법정소란죄로 퇴정시키세요.

 

그 말에 피고인석에서 벌떡 일어나는 서재혁.

정리들이 진우를 박동호에게서 떼어 놓으려 애쓴다. 발악하며 끝까지 소리치는 진우.

 

진우 우리 아빠 구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나만 믿으라면서!!

 

양팔을 붙잡혀 질질 끌려가는 진우. 인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우에게 가려하지만,

방청객들에게 막힌다. 서재혁, 진우 향해 달려들며 절규한다.

 

서재혁 진우야!!!

 

진우와 서재혁, 둘 다 정리에 제압된다. 순식간에 아수라장되는 법정 모습에서-

 

37. 법원 앞 /

 

차에 타려는 여경. 갑자기 달려온 인아가 차문을 붙잡는다.

 

여경 지금 뭐하는 거야?

인아 너도 들었지? 진짜 범인 이름?

여경 (표정 애써 감추며) 그래서 뭐?

인아 당장 니 오빠한테 전해. 자수하라고.

여경 (버럭) 뱉으면 그게 다 말인 줄 알아?

인아 (지지 않고 노려보며) 니 오빠 나오는 동영상 봤어! 정아 죽였다고

말하는 거 내가 봤다고!

 

여경, 인아의 손을 거세게 쳐내며 차에 탄다.

남겨진 인아, 떠나는 여경의 차를 분노에 차서 바라본다. 그 위로-

 

(기자)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재판 도중, 일호생명 남규만 상무 이름이

언급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38. 남일호의 서재 /

 

쇼파에 앉아 TV 를 보고 있는 남일호.

 

기자 검찰 관계자는 재판과 전혀 상관없는 피고인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어떤 추측성 기사도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남일호,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이다.

 

39. 일호생명 복도 /

 

또각또각 구둣발 거세게 내며 복도를 빠르게 걷고 있는 여경.

 

40. 남규만 집무실 /

 

마스크팩 붙이고 누워 있는 남규만. 피부관리사가 석고팩을 떠서 남규만 얼굴에

발라주려는데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여경.

 

여경 왜 니 이름이 그 재판에서 나와?

 

남규만, 피부 관리사에게 나가라는 제스처 취한다.

 

여경 동영상이 뭐야? 진짜 그런 거 있는 거야? 뭐야?

남규만 (태연히 팩을 떼어내며) 이런 구설수가 한 두 번이냐?

여경 그 애가 니 이름을 어떻게 아는데?

남규만 TV나 인터넷에서 봤겠지. 아님 찌라시에서 봤던가. 내가 좀 유명하냐?

여경 (냉랭한) 지금 나, 장난할 기분 아니거든?

남규만 아이씨! 걔 아버지가 우리 별장 관리인이라 소설 써 제끼는 거잖아!

여경 (보는)

남규만 , 내가 아무리 망나니에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해도...

사람까지 죽이겠냐? 안 그래?

 

태연한 얼굴의 남규만. 그런 모습에 더는 대꾸하지 못하는 여경의 얼굴에서-

 

41. 법원 입구 /

 

입구 계단을 넋이 나간 얼굴로 내려오는 진우. 계단 밑에서 인아가 기다리고 있다.

 

인아 (진우를 발견하고 달려와서)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진우 (넋이 나가 있는) 믿을 수 없어. 뭔가 잘못된 거야.

인아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진우 어제하고 완전히 딴 사람이야.

 

42. 박동호 사무실 앞 /

 

문을 세게 흔드는 진우. 하지만 사무실은 불이 꺼져 있고, 잠겨 있다.

진우, 박동호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신호만 계속 이어질 뿐이다.

분노가 차올라 문을 세게 걷어차는 진우. 인아가 진우를 애써 말린다.

 

43. 오정아의 집 전경 /

 

가로등 불빛 아래 오정아의 집.

 

44. 오정아의 집-거실 /

 

DVD플레이어에 DVD를 넣는 오정아 부.

-이하, DVD 영상이 재생된다. 7살의 어린 오정아가 보인다.

 

선생님 정아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어린 오정아 아빠요. 좋아하는 사람도 아빠. 제일 소중한 사람도 아빠.

선생님 정아는 꿈이 뭐야?

어린 오정아 보아 언니처럼 가수가 되서 아빠랑 단 둘이 세계여행 가고 싶어요.

 

오정아 부, 울음과 절규. 그동안 가둬놨던 슬픔을 한꺼번에 토해낸다.

 

오정아 부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정아야...

 

45. 오정아의 집-오정아의 방 /

 

오정아 부, 조심스레 오정아의 방문을 연다. 딸이 앉았던 책상에 앉아 본다.

벽에 부착된 딸 사진을 만지작거리는 오정아 부. 구석에 놓인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책갈피로 표시된 부분을 펼쳐보는데-

달력 페이지의 마지막 날짜에 ‘010-XXXX-XXXX' 노래 알바' 라고 적혀있다!

 

오정아 부 (의구심 가득한 얼굴 되는)

 

다이어리를 더 살펴보는데, 맨 앞장에 명함 한 장이 꽂혀있다.

손가락을 뻗어 명함을 빼내는데. ‘일호생명 안수범 비서실장

 

46. 고급 일식집 /

 

화면 가득, 홍무석 검사의 얼굴이 보인다. 누군가에게 접대를 받고 있는 듯,

자유롭게 술잔이 오고가는 분위기다. 그때 핸드폰 진동음 울린다. 받아드는-

 

홍무석 홍무석입니다.

오정아 부 (E) 검사님. .. 오정아 애빕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홍무석 . 말씀하세요.

오정아 부 (E) 제가 정아 잃고 나서 정신이 좀 없었어요. 그러다 이제 겨우 정신 좀

차려서 정아 유품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홍무석 이상한 거요?

오정아 부 (E) 아무래도... 이번 사건... 일호생명과 관련된 것 같습니다.

홍무석 !!!

 

47. 오정아의 집-오정아의 방 /

 

오정아 부, 안 실장의 명함을 보면서 통화하고 있다.

 

오정아 부 정아가 사건 벌어졌던 날.. 일호그룹 쪽 사람이 주선한 일을 하러

갔던 것 같아요.

홍무석 (E) 그게 따님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거죠?

오정아 부 오늘 재판 때 진우가 그랬다면서요! 진범은 일호생명 남규만 상무라고!

홍무석 (E) 그건... 피고인 아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오정아 부 (단호한) 아니요. 검사님. 제가 가방끈이 짧아 배운 게 없지만 이게

우연일 수는 없습니다!

홍무석 (E) !!!

오정아 부 검사님. , 정말 내 새끼 그렇게 죽은 거 너무 원통하고, 아직도

하루에도 몇 번씩 까무러치지만요. 저요... 정말...

 

오정아 부, 눈시울 붉어지더니 얼굴이 일그러지며 울먹이기 시작한다.

 

오정아 부 우리 정아 죽인 사람 벌을... 죄 없는 사람이 받는 건... 원치 않습니다.

 

오정아와 함께 찍은 사진 매만지며-

 

오정아 부 그게 우리 착한 딸이 바라는 것도 아닐 거고요. (핸드폰 두 손으로 잡고 간절히) 검사님께서 일호생명 잘 조사하셔서, 우리 정아 고통스럽게

죽게 한 진짜 범인, 꼭 좀 잡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흐느끼는)

 

48. 고급 일식집 /

 

통화 중인 홍무석에게 사케를 따르고 있는 남일호.

 

홍무석 , 잘 알겠습니다.

 

조용히 핸드폰 끊은 홍무석. 사케병을 집어 남일호 술잔에 예를 갖춰 채운다.

조용히 술잔을 비우는 홍무석. 그 모습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일호의 얼굴에서-

 

49. 진우의 동네 전경 /

 

점점 날이 밝는다. 진우, 인아, 오정아 부의 집에도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 위로-

 

앵커 (E) 속보입니다. 서촌여대생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오 씨가 오늘 아침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50. 몽타주 /

 

앵커의 보도 위로, 곳곳에서의 사람들 반응이 지나간다.

 

앵커 (E) 경찰에 따르면 오 씨는 딸의 방에서 목을 매단 채 숨져 있었으며

오 씨가 딸의 사망이후 심적으로 괴로워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

있습니다. 또한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자살에 무게를 두고...

 

-진우의 집 / 이불을 개고 있던 진우. TV 뉴스 속보를 보고는, 넋 나간 얼굴이 된다.

-버스 정류장 / 전광판에 뜬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오 모씨 숨진 채

 발견돼.‘가 지나가고- 학생, 직장인들 모두 놀란 표정들.

 

-인아네 피자가게 / 바닥 대걸레질 하고 있던 인아 모. 도우를 펴고 있던 인아 부,

 TV에서 뉴스 속보를 보며 충격을 받는다.

 

-전철 안 / 스마트 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는 승객들. 모두 충격에 빠져 있고, SNS

기사를 마구 나르며, ‘헐 대박...’, ‘왜 피해자들만 계속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거죠?’,

 ‘나라도 딸 잃으면, 모진 생각할 수 있을 듯...”, “판사는 당장 사형 때려라!!” 등등의

충격과 분노의 댓글들이 이어진다.

 

-인아의 집 /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뉴스들을 검색하는 인아.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결국 자살‘, ’네티즌들 진짜 뿔났다., ‘성폭력 근절 운동 시민단체들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성명 발표등의 기사들을 보며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51. 박동호의 사무실 /

 

사무실에서 TV를 보던 박동호도 오정아 아버지 뉴스를 보고 있다. 그러다 끼어드는 뉴스.

 

앵커 이어지는 서촌여대생살인사건 속보입니다. 시민의 제보로 피고인

서재혁씨가 일하는 서촌별장을 지금 수색하고 있습니다.

사건 당일 피고인을 현장에서 봤다는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뉴스를 보는 박동호의 얼굴이 굳어있다.

 

52. 형사합의부법정 /

 

자막 - 국민참여재판 공판 기일 제 5(마지막 날)

 

위의 화면 받아서 재판정 스크린에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인서트>

화면 내용. 서촌별장을 수색하던 경찰들. 관리인 휴게실을 뒤지다 환풍기를 뜯어낸다.

그 안에서 헝겊에 쌓인 무언가가 나온다.

 

화면, 재생 끝나자 홍무석의 손에 들려있는 증거용 비닐봉투. 그 안에 오프너 나이프!!

 

홍무석 이 흉기에서 발견된 혈흔이 오정아양 혈흔과 일치한다는 국과수의

소견서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홍무석, 판사에게 서류를 제출한다. 굳은 표정으로 보는 박동호.

 

홍무석 흉기와 관련해 제보자 김현옥씨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법정 문 열리면서... 50대 초반의 여자(이하, 전주댁)가 나타난다.

방청석에 있던 진우, 그녀를 보자 기억이 떠오른다.

 

53. (기억) 버스정류장 /

 

119. 서재혁과 화상통화 중인 진우. 곧이어 전주댁이 서재혁 뒤로 보인다.

 

전주댁 (E) 서씨! 이거 여기 두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진우 ! 아줌마 안녕하세요!

전주댁 (E) 어유, 진우야. 오늘 니 아버지 까마귀 고기 자셨나 보다.

 

54. 형사합의부법정 /

 

진우, 증인석에 앉아있는 전주댁을 불안한 시선으로 본다.

 

전주댁 그날 서씨를 봤었어요. 출근하던 길이었는데... 휴게실에 뭔가를

숨기는 거 같더라고요.

홍무석 지금에서야 제보를 한 이유가 뭡니까?

전주댁 처음엔... 동료를 신고한다는 게 내키지 않아 주저했어요. 하지만...

암만 생각해봐도... 어린 학생이랑... 그 아버지까지 죽었는데...

(잠시) 서씨가 죗값 달게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에 법정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판사 (땅땅) 방청석 조용히 하세요. 변호인. 반대 신문 있습니까?

박동호 (한참 머뭇거리더니) ....없습니다.

 

진우와 인아, 박동호의 그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시간경과>

판사 검사 최후 진술하세요.

 

홍무석, 자리에서 일어나 배심원석으로 다가간다. 최후 진술이 시작된다.

 

홍무석 배심원 여러분. 피고인 서재혁의 얼굴을 잘 보십시오.

 

하면서 서재혁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홍무석 피고인의 선량해 보이는 얼굴 뒤에는... 평소 딸처럼 친했던 여대생을

강간하기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 얼굴이... 경찰수사를 혼선에

빠트리기 위해 사건 제보자를 가장한 얼굴이...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알츠하이머환자로 위장한 악랄한 얼굴이 숨어 있습니다.

 

참담한 서재혁의 얼굴. 방청석의 진우, 인아, 배심원석의 여경 보여주는 컷컷.

 

홍무석 그리고... 오늘 아침... 또 한 명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말에 피고인석의 서재혁, 눈시울이 붉어진다.

 

홍무석 존경하는 재판장님. 배심원 여러분. 이 땅에 정의가 있다면... 법의 힘을

이용해 피고인에게 마땅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본 검사는

오정아 양의 부친이 유서에 남긴 말로 진술을 마칠까 합니다.

 

비닐에 담긴 유서를 들고 읽는 홍무석.

 

홍무석 내 딸을 죽인 서재혁에게 엄중한 판결이 내려지길 바란다!

 

서재혁, 눈을 질끈 감는다. 눈물이 흐른다. 크게 동요하는 배심원단 모습들 컷컷.

 

판사 변호인 최후변론하세요.

박동호 존경하는 재판장님. 넓으신 재량으로 선처 부탁드립니더.

 

단지 그렇게만 말하고 자리에 앉는 박동호. 차갑도록 무서운 무표정이다.

박동호가 최후변론을 마치자, 판사는 판결을 위해 휴정을 외친다.

 

시간경과>

판사가 판결문을 꺼내들자 법정이 조용해진다. 초조한 표정의 진우와 인아.

 

판사 배심원 대표 일어나서 판결해주세요.

여경 (자리에서 일어나며)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피고인의 유죄

결정했습니다.

 

여경, 말을 끝내곤 방청석 인아를 보란듯이 쳐다본다. 인아의 절명적인 얼굴.

 

판사 판결하겠습니다.

 

법정 안의 모든 사람들 숨죽이며 판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판사 피고인 서재혁은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고, 범행 후에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등 개전의 정이 전혀 없다. 비록 사형이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반인륜적 처벌일지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본 법정은 피고인 서재혁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이하, 판사 대사 위로 깔리는 인물 모습들)

박동호가 고개를 숙인다. 판사의 망치소리 세게 울리자 지그시 눈을 감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요동치는 재판장. 박수를 치는 방청객도 보인다.

빠른 걸음으로 법정을 나가는 판사. 홍무석도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뒤를 따른다.

 

진우는 붙박인 듯 그 자리에 서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무력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진우의 눈에 수갑 채워져 재판장 밖으로 끌려 나가는 서재혁이 보인다.

달려가 서재혁을 붙잡는 진우. 법정정리가 진우를 거세게 밀며 떼어 놓는다.

그래도 달려들자, 진우의 양쪽 어깨를 잡아 바닥에 무릎을 꿇린다.

서재혁, 끌려 나가며 진우를 향해 절규한다.

그 모습, 외면하며 무거운 걸음으로 나가는 박동호. 인아가 박동호에게 달려간다.

 

인아 (박동호 붙잡고) 진우한테 약속했잖아요! 진짜 범인 잡아서

진우 아버지 무죄 밝혀준다고! 집에 보내준다고!

박동호 (애써 외면한다)

인아 (절규하는) 당신이 이래도 변호사야? 말해봐. 당신이 변호사냐구?

 

붙잡고 늘어지는 인아를 박동호가 거세게 뿌리친다. 빠른 걸음으로 재판장 나가는 박동호.

 

55. 법원 로비 /

 

무거운 걸음으로 법원 로비를 나오던 박동호.

 

홍무석 어이 박변.

박동호 (걸음 멈추고 돌아보면)

 

홍무석,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한다. 박동호, 악수를 받지 않는다.

 

홍무석 (박동호 손 끌어당겨 악수하며) 조만간 자리 한번 마련합시다.

(귓속말로) 이번 재판... 박변 역할 컸단 거.. 회장님도 알고 계시니까.

 

그때, 법원정리들에게 붙잡혀 로비로 나오는 진우. 끌려가는 와중에 먼발치에서

박동호와 홍무석이 악수하는 모습을 봤다! 소리 지르며 반항하는 진우.

그 때문에 박동호도 진우를 봤다. 죄책감에 진우와 더 이상 눈 마주치지 못하는-

 

56. 법원 밖 /

 

절망적인 얼굴로 법원을 나오는 인아. 앞에 여경이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다.

인아, 말할 힘도 없어 그냥 지나쳐 가려는데-

 

여경 (비꼬듯) 니가 원하는 사람, 범인 아니라 아쉽겠어?

인아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여경 (인아 잡아 세우며 차갑게) 사과해.

인아 (그 말에 울컥해서) .... 이게 진실이라고 생각해?

여경 너도 참.. 지독하다. 니 말대로 피고인한테 공평한 기회 줬고,

이제 판결까지 난 마당에 아직도 진실타령이야?

 

인아, 가슴이 무너진다. 주먹을 쥔 손이 주체 없이 떨린다.

한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여경, 인아의 반응에 이상함을 느낀다.

 

인아 (눈물 흘리며) 어떻게 그렇게 다들 쉽게 믿어버릴 수 있어?

그냥 눈에 보이는 힘없는 사람 미워하는 게 편해서 그런 거잖아.

여경 (울먹이는 인아 모습에 동요하는 눈빛)

인아 니가 게임으로 생각하는 재판으로 이제... (울음 삼키며)

누군가의 인생 전체가... 주저앉아 버렸어. 아들까지도...

 

인아, 그대로 가버린다. 그런 인아의 뒷모습을 한동안 보고 있는 여경의 모습.

 

57. 포장마차 /

 

박동호의 빈 잔을 채워주는 석주일. 말없이 소주잔을 쓰리게 들이키는 박동호

 

석주일 애썼다.

박동호 (스스로 잔을 채워 들이키며) 행님. 오늘 따라 술이 억수로 쓰네예.

 

말없이 빈잔 채워주는 석주일의 모습 위로-

 

인서트>

(과거) 남일호의 차 안.

뒷좌석에 석주일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 옆으로 보이는 남일호.

 

남일호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재판에 박변이 들어온 겁니다.

석주일 그런 협박 우리 동호한테는 씨알도 안 먹힙니더.

남일호 그럼 다르게 말해보지요.

석주일 ....

남일호 내 아들 동영상을 꺼내는 순간, 그 재판은...

박변의 마지막 재판이 될 겁 니다.

석주일 (순간 어두워지는 얼굴) .....

 

다시 현재다. 박동호가 석주일의 잔을 채우고 있다.

애잔한 얼굴로 박동호를 바라보는 석주일. 그러다가-

 

박동호 행님 때문만은 아입니더.

석주일 (의아한 얼굴로) 니 뭐라 했나?

박동호 (소주잔 쓰리게 삼키며) 더는 묻지 마이소.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됩니더.

 

박동호의 그 말, 그 눈빛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석주일의 얼굴에서-

 

 

58. 진우의 집 전경 /

 

59. 진우의 집-거실 /

 

캄캄한 진우의 집, 거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온 진우.

힘없이 불을 켠다. 금세 환해지는 집안. 하지만, 아버지가 없어 삭막하기만 하다.

이때, 진우의 눈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낡은 밥상이 들어온다.  

 

인서트>

진우의 집. 16씬 상황. 진우가 낡은 밥상 앞에 앉아 있고, 서재혁은 옆에서

진우의 옷을 다림질하고 있다.

 

진우 (상 앞에 앉으며) 아빠, 이건 또 언제 했어?

(계란말이 한입 먹더니 미소 가득) 이야~

서재혁 (환히 웃으며 다가와) 안 짜?

진우 (오물거리며) 완전 딱. (건네며) 아빠도 좀 먹어봐봐.

 

미소 지으며 맛있게 먹는 서재혁의 모습에서-.

 

인서트>

버스정류장. 119씬 상황. 버스 기다리며 서재혁과 영상통화중인 진우.

 

서재혁 진우야, 좀만 더 비춰 줘봐. 오늘 우리 아들 얼마나 멋진가 보게.

진우 아침에도 봤잖아~ (못 이긴 척, 팔 멀리 뻗으며) , 잘 보여?

 

영상 속, 진우의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서재혁의 얼굴에서-.

 

다시 현재다. 텅 빈 거실에 걸려 있는 진우의 옷이 보인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걸음으로 다가가는 진우.

아버지를 대하듯,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옷을 만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옷을 꼭 부여잡은 채 오열하는 진우.

휑한 거실에 홀로 울고 있는 진우의 작은 몸이 부서질 듯 위태롭고 슬퍼 보인다.

 

60. 박동호 사무실 /

 

불 꺼진 사무실 안. 박동호, 진우와 서명을 주고받은 5만원권을 보고 있다.

많은 생각이 스치는 듯 눈을 감는다.

 

인서트>

320씬 상황이다.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박동호, 백팩에서 5만원권 다발 하나를

꺼내 지폐 한 장만 쏙 뽑는다. 볼펜으로 뭔가를 열심히 적어댄다.

 

박동호 (5만원권 확 들이밀며) . 계약서다. 싸인 해라.

진우 5만원에 사려구요?

박동호 내도 5만원 받고 법정에 서잖아. 이기 공평한 기다.

 

진우, 박동호를 잠시 보더니 이내 결심한 듯 5만원권 계약서에 슥슥 서명을 한다.

 

박동호 오케이. 거래 성사. 이건 내가 갖는데이.

 

흡족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박동호와 진우의 모습.

 

다시 현재다. 5만원권을 보던 박동호, 곱게 펴서 지갑에 소중이 넣는다!

그때, 문 열고 들어오는 남규만. 박동호의 표정이 차갑게 굳는다.

 

남규만 (능글능글한) 내가 못 올 데 온 거 아니죠? 박동호 변호사니임~~

박동호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 하지 않는)

남규만 근데, 나한테.. 고맙다고 안 해요? 아버지가 회사 로펌에 꽂아줬다던데..

박동호 (보는)

남규만 아버지가 그러더라고. 호랑이 새끼가 여우 밑에 있는 꼴이라고.

박변이 독고다이로 나오면... 석주일 사장은 바로 팽 당해. 당신이

아버지처럼 따르는 양반... 끈 떨어진 연 신세 만들지 말라고.

박동호 그 말 하러 왔습니꺼?

남규만 아니. 진짜 이유는 따로 있죠. 내 목숨 값 받아야지.

 

남규만, 박동호에게 손을 내민다. 박동호가 USB를 건넨다.

 

남규만 (USB를 챙기며) 촌스럽게 또 복사본 있는 건 아니죠?

박동호 (차갑게 바라보는)

남규만 좋든 싫든 이제 우리... 같이 가보죠? (비릿하게 웃는)

 

뒤로 손 흔들며 나가는 남규만. 혼자 남은 박동호, 책상 위의 있던 전화기를 부숴버린다.

 

61. 박동호 건물 입구 /

 

박동호 사무실 건물로 걸어오던 진우. 주차된 차량에 남규만이 타는 모습을 본다.

분노로 따라가 보지만 이미 속력내서 사라지는 남규만의 차량.

 

진우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헉헉 거리는)

 

그때, 건물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박동호가 보인다.

진우, 분노로 박동호 앞에 가더니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휘청 박동호의 머리가 돌아가는데-

 

진우 (소리치는) 이번만큼은 유죄라고 생각하면서 변호하기 싫었다며!

박동호 (터진 입술 말없이 훔치는)

진우 당신은 정아 누나 죽인 놈보다 더 나쁜 놈이야!

박동호 진우야. 니 아버지 아직 살아있다. 니 아버지 죽기 전까지 재판은

끝나지 않은 거다.

진우 (그 말에 분노로 노려보는)

박동호 니 아부지 살릴 사람은... 그래도 변호사다. 어쩔 수 없다.

진우 아니! (절규하는) 이제 변호사 따윈.. 믿지 않아! 어느 누구도!

박동호 (마음이 저리는) ....

진우 당신이 시작한 일... 내가 끝낼 거야. 내가 우리 아버지 구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진우의 얼굴에 절박함이 묻어나는데-

 

62. 교도소 전경 /

 

교도소 건물을 배경으로 날이 밝는다.

 

63. 교도소 면회실 /

 

면회 창을 두고 마주한 진우와 서재혁. 고개를 숙인 진우. 애써 눈물을 참고 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서재혁. 그런 진우를 바라본다.

 

서재혁 진우야.

진우 ..., 아빠.

서재혁 이제 오랫동안 아빠가 같이 있어주지 못할 것 같다.

진우 (애써 참는) ...나 너무 걱정하지 마.

서재혁 계란말이 부치는 거랑 된장찌개 끓이는 법 알지?

우리 진우 좋아하는 건데... 이제 아빠가 못 해줘서 어떡하지...?

진우 (목메는) 왜 내 걱정을 해. 아빠나 거기 있는 동안 밥 잘 챙겨

먹고 있어. 맛없다고 굶지 말고.

서재혁 우리 아들 다 컸네. 아빠 위할 줄도 알구.

진우 (애써 참지만 흐르는 눈물) ...그럼 아빠 아들 다 컸지.

서재혁 (목 메인) 진우야. 아빠랑 약속 하나만 할래?

진우 (계속 흐르는 눈물) ...

서재혁 오늘 집에 가면 아빠구두 꺼내 현관 앞에 놔둬. 이제 매일 너 혼자

밤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무도 없으면 위험하잖아. 까만색 구두 알지?

 

면회 시간이 종료되어 삐- 소리 울리자 교도관이 서재혁을 자리에서 억지로 일으킨다.

진우, 서재혁 따라 벌떡 일어나 면회 창에 바짝 다가간다.

 

- 이하 12씬과 동일 상황이다.

 

진우 (눈물 닦으며 흐느끼는) 아빠!! 나 변호사 될 거야!!!

서재혁 (그 말에 걸음 멈추는)

진우 아빠 사형되기 전에 무죄 밝혀낼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서재혁, 교도관들에게 강제로 끌려 들어간다.

 

진우 약속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절대!!!

 

끌려 들어가는 서재혁과 면회 창 너머의 진우, 서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64. 진우의 집 안 /

 

신발장 앞에 서있는 검은 정장의 진우. 손과 어깨에는 큰 백팩과 캐리어가 들려있다.

진우, 깨끗하게 정돈된 집 안을 보고는, 신발장에서 아버지 까만 구두를 꺼내 앞에 놓는다.

 

65. 진우의 집 대문 앞 /

 

진우, 집에서 나와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근다.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에서-

 

66. 장례식장 입구 앞 /

 

진우가 장례식장 입구 앞에 서있다.

 

67. 오정아 부의 장례식장 /

 

오정아 부의 영정 사진이 보인다. 인아와 인아 모는 상을 정리하고 있다.

이어 진우가 신발을 벗고 빈소에 들어선다.

진우를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들. 벌떡 일어나 진우에게 삿대질 하는 사람도 보인다.

 

인아 (수군거림에 진우 쪽을 보고) ...진우?

 

검은색 상복을 입은 오정아 부 여동생이 흥분해서 소리친다.

 

여동생 저 놈이 미쳤나! 얼굴을 어따 디밀어?

주민 1 세상에. 잘 살던 가족 다 죽여 놓고는 뻔뻔하다 뻔뻔해...

 

진우, 사람들에게 치이면서도, 꿋꿋이 향을 피운다.

순간 오정아 부 여동생이 진우의 뺨을 후려친다. 진우의 고개가 확 돌아간다.

 

여동생 더러운 손으로 만진 걸 어디에 올려?

인아 (달려가 진우 앞에 서며) 아줌마! 애를 왜 때려요!

주민 2 편들지 말어. 씹어 먹어도 모자를 판에. 이 아저씨가 얼~~매나

억울했으믄 이래 목숨을 끊겠노?

주민 1 이 양반이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 그 착한 애가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

인아 (진우에게) 괜찮아?

 

인아, 진우의 얼굴을 살펴보려는데, 진우가 인아의 손길을 피한다.

 

주민2 당장 소금 뿌려!

진우 (울컥해서) ...아저씨!!

 

일순간 조용해지는 빈소 안. 진우가 무릎을 꿇는다.

 

진우 (묵묵히) 저 진우에요.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해요. 진짜 너무...

너무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진우, 절을 올리는데... 바닥에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한다.

인아가 그런 진우를 안쓰럽다는 듯 바라본다.

 

68. 장례식장 앞 /

 

캐리어를 끌며 밖으로 나온 진우. 인아가 뒤따라 나와 진우를 붙잡는다.

 

인아 너 진짜 왜 이래. 어디 가는 거야? ?

진우 (묵묵히 가려는)

인아 내가 아저씨 무죄 밝혀줄 진짜 변호사... 꼭 찾아줄게. 가지 마.

진우 (인아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그런 변호사는 없어.

인아 !!

진우 절벽 끝에 서 있던 우리 아버지. 밀어 버린 게 변호사야.

인아 (안타까운) 진우야...

진우 죄 없는 사람이 사형수가 되는 게 법이야? 왜 내가 살인마 아들인데?

난 그냥 우리 아버지 아들인데, 대체 왜! 내가 살인마 아들이냐구! !!

인아 (대답하지 못하고) ....

진우 사람이 왜 약해지는지 알아? 잃을게 있어서 그래. 소중한 게 남아

있어서 그래. (잠시) 난 이제 잃을 게 없어.

 

처참한 얼굴로 캐리어 끌고 가는 진우. 인아가 그런 진우를 차마 붙잡지 못한다.

인아, 떠나가는 진우의 뒷모습을 슬픈 얼굴로 본다.

 

69. 납골당 전경 /

 

박동호의 차량이 들어온다.

 

70. 납골당 /

 

아버지의 납골함 앞에 선 박동호. 사진 속에서 박동호 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박동호 아부지 만나러 올 땐, 항상 자랑거리만 들고 올라켔는데...

이번엔 이리 되고 말았네예. (왠지 슬퍼 보이는)

 

박동호 손에 쥐어져 있는 진우와의 5만 원 지폐 보며-

 

박동호 하지만 이 계약...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더.

... 이대로는 제 의뢰인 포기 몬 합니더!

 

뭔가를 결심한 듯한 박동호의 형형한 눈빛 위로-

화면, 천천히 어두워진다.

 

타이틀- 4년 후

 

71. 인아의 동네 전경 /

 

천천히 밝아지면 동네 전경이 보인다.

 

72. 인아의 집-거실 /

 

인아(27), 숄더백을 어깨에 메고 머리를 묶으며 방에서 나온다.

연지(10)의 등교를 위해 책가방 싸느라 분주한 인아 모.

인아 부, 인아에게 바나나 하나 건네주고- 인아, 받아 든 뒤 급히 집을 나선다.

 

73. 법원-인아의 집무실 /

 

인아, 옷걸이에 걸려있는 검정색 검사 법복으로 갈아입는다.

 

74. 법원 복도 /

 

깔끔한 검은 색 슈트를 입고 복도를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

길쭉한 기럭지에 슈트 핏이 딱 맞는다. 거침없이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

 

75. 형사단독부 법정 /

 

검사석에서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인아. 변호인석은 아직 비어있다.

 

법정정리 기립! 재판장님 이하 배석판사님 입장하십니다.

 

보랏빛 법복을 입은 판사, 석규가 입장한다.

 

석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아직 자리하지 않았습니까?

 

인아가 변호인석을 보면, 정말 비어있다. 그때 법정 문 열리면서, 나타나는 변호인.

 

인아 (눈이 커지며 놀라는)

 

진우가 법정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인아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 표정이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변호사가 된 진우.

4년 만에 한 재판에 변호인과 검사로 만나는 진우와 인아 모습에서-

 

-4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