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05
1. 도로 위 / 낮
자막- 4년 후
경쾌한 음악- 도로 위를 질주하는 차량. 운전자 보여주지 않고.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기자(E) 오늘 서울 고등법원에서는 연북동 K 빌라 경비원 박 씨 재판이
열립니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박 씨의 사망이 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임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내서...
2. 법원 앞 / 낮
경비원들이 과로사와 관련된 피켓을 들고 법원 앞에 몰려있다.
그 모습을 걸고 뉴스 멘트를 하고 있는 기자.
기자 1심에서는 이미 과로사를 인정한다며 2억원의 원고 승소 판결이
난 가운데 피고 측인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로 2심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근처에서 핸드폰 통화 중인 송 변(2부의 송 국선).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이다.
송 변 사무장님. 5분 있다 재판 시작이라구요. 대체 언제 오는 겁니까?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씹고 말이야!
연 사무장 (E) 재판 하나 뛰고... 빌라 관리사무소 들렸다 간댔어. 좀만 더 기다려봐.
송 변 (버럭) 아니 이게 얼마짜리 재판인데 연타로 뛰어요?
이 자식 아주 그냥 돈독이 올랐어.
연 사무장 (E) 한두 번도 아니면서 뭘 그래? 무대 올라가서 시간 좀 끌어줘.
자기도 변호사잖아.
송 변 (당황해서) 제 상태 알면서 그런 말이 나와요? 말했잖아요. 지금은
이렇게 멀쩡한 것처럼 보여도... 법정에서 판사 얼굴 보는 순간 (하는데)
연 사무장 (E) (말 끊고) 어쩌겠어? 그 병 고칠 때까지 서 변 옆에 붙어있으려면
우리 송 변도 밥값 해야지? 안 그래?
송 변 (버럭) 사무장니임!!!
화면 가득 난감한 송 변의 얼굴에서-
3. 재판정 / 낮
판사석에 강석규가 앉아있다. 선명한 이목구비에 강단 있어 보이는 인상.
피고 대리인석에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는 송 변. 방청석엔 경비원들이 다수 보인다.
증인석에 원고(사망한 경비원 아내)가 앉아있다.
송 변 (울상인 얼굴로) 망인께....서는 주 70시간의... 고용....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 90시..간을 근무했죠?
원고 네.
송 변 (약간 더듬으며) 추추가 근무무 수당....을 받았죠?
원고 아니요.
송 변 (당황해서 더 더듬는) 모오 못 받았..다.. 구요?
원고 네. 한 푼도 못 받았어요.
송 변, 말문이 막혀 자리에 털썩 앉아 버린다.
기가 막히는 듯 송 변을 바라보는 판사 강석규. 원고 대리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피고석에 양복 입은 남자들, 못마땅한 표정이 된다.
4. 법원 앞 ->로비 / 낮
법원 앞에 미끄러지듯 멈춰서는 진우의 차. 운전석에서 블랙수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진우가 내린다. 과로사 피켓을 든 시위대를 가로질러 가는 진우.
원고 (E) 야간 근무 때는 휴식 시간에도....
5. 재판정 / 낮
원고가 증언을 하고 있다. 석규가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데-
원고 가수면 상태로 있으라며 지키지 않으면 재계약 안 해주겠다고 했어요.
원고 대리인 과한 업무를 지속적으로 종용받고 있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망인의 사망원인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원고 (훌쩍이며) 남편은 평소 B형 간염을 앓다가.... 이 빌라에서
일하면서부터 건강이 더 나빠졌어요. 그러다 결국 간암으로...
송 변 (벌떡 일어나서) 지지... 금 증언은 추추.. 추측에 불과.. 합니다.
원고 대리인 (서기에서 서류 제출하며) 망인의 의료기록입니다. 근무 기간동안
B형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송 변, 눈을 질끈 감으며 자포자기한 얼굴인데-
그때, 진우가 문을 열고 법정에 들어선다. 송 변, 진우를 보자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다.
석규, 피고 대리인석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오는 진우를 의아하게 본다.
석규 피고 대리인입니까?
진우 늦어서 죄송합니다. 반대신문 하겠습니다.
진중하게 진우를 보는 석규. 원고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진우의 모습에서-
6. 고시텔 앞 / 낮
정장 차림의 인아가 고시텔 앞으로 걸어온다.
핸드폰에서 지도를 보고 위치 확인하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7. 고시텔 / 낮
인아가 안으로 들어서는데, 형사들 둘이 짜장면을 먹고 있고,
몇몇은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다. 금세 인아의 얼굴이 굳어진다.
다짜고짜 폴리스 라인을 뜯고는 고시텔 방 안으로 들어가는 인아.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게임 중이던 형사 1이 그 모습을 보고 다가온다.
형사 1 아가씨. 나가요. 여긴 도난사건 현장이야.
인아 (대꾸 없이 자기 일에 집중하는)
형사 1 (버럭) 내 말 못 들었어? 아가씨 이거 공무집행 방해 (하는데)
인아 (신분증 꺼내 보이며)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이인아 검사라고 합니다.
그때, 고참 형사가 안에 들어와 인아를 발견했다. 순간 짜증이 팍 나지만 표정 관리하며-
고참 형사 아이고. 이 검사님. 또 오셨네요~
인아 이 고시텔에서만 8곳 털렸다면서요? 조서엔 4층은 피해 없다더니
와서 보니까 4층도 두 곳 털렸고.
고참 형사 (할 말 없는)
인아 조서 이딴 식으로 작성할 겁니까?
고참 형사 ...
인아 (한심한 듯 쳐다보며) 안 되겠네요.. 서장님 서에 계시죠?
8. 재판정 / 낮
진우가 원고 앞으로 다가간다.
진우 망인은 B형 간염을 앓고 있었는데 과로 때문에 간암으로 악화되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원고 네.
진우, 테이블에 있던 논문집을 들어 석규에게 보여준다.
진우 세계적인 생명과학 학술지 셀에 실린 논문입니다. 만성 B형 간염은
자연적으로 간암으로 진행되는 예가 매우 흔하고, 과로나 스트레스
자체가 악화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원고 대리인의 표정이 굳는다. 방청객들 몇 명 술렁이기 시작하고-
진우 또한, 망인은 B형 간염을 앓고 있었던 만큼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다면
노동시간 단축을 관리소 측에 요구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 (울먹이며) 말했잖아요! 계약직이라 싫은 소리하면 바로 해고 된다고!
진우 오히려 망인은 단축근무가 아닌 자발적으로 추가 근무를 하며 건강을
악화시켰습니다.
원고 (분개하며 벌떡 일어나) 근데 그 돈도 못 받았다구요!
석규 증인, 법정에선 예의를 갖추세요.
진우 하지만,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망인께서는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을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증거 자료 제출하겠습니다.
원고 대리인 (벌떡 일어나며) 사전에 제출되지 않아 증거인부를 할 수 없습니다
진우 망인께서 추가 수당을 받았음을 증명하는 수당 지급 내역서입니다.
이 재판의 쟁점과 관련된 중요한 증거입니다.
석규 (고심하더니) 제출하세요.
진우, 서기에게 자료를 제출한다. 서기가 석규에게 자료를 건넨다.
진우 뿐만 아닙니다. (서류 들며) 이 서류를 보시면 망인께서는 평소 추가
근무 수당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뒷돈을 챙겨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원고 (당황해서) 네?
진우 일례로 망인은 주민들이 생활폐기물을 배출 할 때 5천원을 받아
스티커를 붙여왔습니다. 시중에서 약 3천원에 파는 스티커를 말입니다.
원고 대리인 (일어나며) 근거 없는 진술입니다.
진우 빌라 입주자들의 서명서입니다. 입주자 80퍼센트가 망인이 평소
이런 행동을 상습적으로 해왔다고 서명했습니다.
원고 (울먹이며) 뭐라구요?
진우 계산해보면 스티커 한 장당 2천원, 망인이 근무한 11개월 동안 폐기물
처리건은 2317건으로 약 463만 4천원의 부당이득을 취해 온 것입니다.
방청객들, 그 말에 크게 웅성댄다. 원고, 무너질 듯 떨고 있다.
석규, 진우의 말과 서류를 번갈아 신중히 확인하는데-
진우 이는 모두 망인의 따님이 올해 미대에 입학하여, 부담되는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망인이 자발적으로 한 행동입니다.
방청석에 앉아 있는 원고의 딸,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진우를 노려본다.
진우 따라서 사망의 원인인 간암은 과로와 무관하며, 망인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결과이므로 피고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냉정한 얼굴로 발언을 마치는 진우의 얼굴에서-
9. 경찰서장 집무실 / 낮
문을 열고 당당히 안으로 들어서는 인아. 뒤에는 고참 형사가 할 수 없이 따라와 서 있다.
경찰서장, 고참 형사와 눈이 마주치고는 꾸욱 참으며 일어서는데-
경찰서장 아니, 바쁘신 이 검사님께서 또 무슨 일로...
인아 도연동 고시텔 절도사건 현장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경찰서장 아~ 근데 그런 작은 사건은 저희한테 맡기시고
검사님은 티비에서 나오는 큰 사건 지휘하셔야 (하는데)
인아 사건에 크고 작음이 있다는 말인가요? 어떤 사건이든
발생하면 피해자가 늘 있다는 거 모릅니까?
경찰서장 저희 서에서만 살인에 강도, 강간, 폭력까지... 매일 쏟아지는
큰 사건들이 얼만지 모르십니까?
인아 (맞서서) 만약, 서장님 가족이 똑같은 절도 피해를 당했어도
작은 사건이라며 대충 하실 건가요?
경찰서장, 더는 대꾸 못하고 고참 형사를 괜히 노려보면, 고참 형사 머리 조아리는데-
인아 시민들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제일 먼저 응답해야 하는 게
경찰의 존재 이유입니다.
경찰서장 ...
인아 두 번 다시 저희 관할에서 똑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장 범인 잡아 오세요.
10. 경찰서 복도 / 낮
복도를 걸어가는 인아. 이때, 형사 하나를 붙잡고 애원하고 있는
김한나가 보인다. 20대 중반의 수수한 외모다.
김한나 제 돈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 그 돈 없으면 큰 일 나요!
형사 (성가셔서) 아이고, 범인 잡혀봐야 안 다니까요. 몇 번을 말해?
김한나 언제 잡히는데요? 잡으면 제 돈 찾을 수 있는 거예요?
인아 (김한나에게 다가가) 고시텔 절도사건 피해자세요?
김한나 (누구냐는 듯 보면)
인아 담당 검사입니다. 지금 현장 조사하고 오는 길이에요.
김한나 검사님이요? (인아 손 꼭 잡으며) 검사님, 제발 제 돈 좀 찾아주세요...
김한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인아의 얼굴에서-.
11. 경찰서-휴게실 / 낮
커피 두 잔 가지고 들어오는 인아. 벤치에 앉아 있는 김한나에게 건넨다.
김한나 엄마 수술비에... 돈 되는 건 다 가져갔어요. 노트북에 반지까지..
인아 범인 잡아서 어머님 수술비 돌려 받게 해줄게요.
김한나 (고마움에 눈물 뚝뚝)
인아, 김한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본다. 명찰에 ‘일호생명’이라 쓰여있다.
인아 일호 생명 다니나 봐요?
김한나 (씁쓸하게 웃으며) 인턴이에요. 이번 달 끝나면 딴 직장 알아봐야 해요.
인아 (조심스레) 실적에 따라 정직원 채용되는 거 아니에요?
김한나 (허탈하게 웃으며) 요즘 인턴은 그냥 인턴일 뿐이에요. 회사가 어디든
6개월 이리저리 써먹다가, 씹던 껌처럼 버리면 그만이니까.
인아 (안쓰럽게 보는)
김한나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했는데.. 어디부터 제 인생이 꼬여버렸는지...
인아 한나씨, 제가 범인, 꼭 잡을게요. 약속해요.
인아의 진심을 느낀 김한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머문다.
김한나의 손을 잡으며 다독이는 인아의 모습에서-
12. 법원 입구 / 낮
택시 멈추고 인아가 내린다. 서류파일 등을 품에 안고 급히 법원 건물로 향하는데-
인아 (통화하며) 반장님. 고시텔 주인한테 방범시설 규정대로 보강하라고
전하시구요. 사건현장 일대 야간 순찰 강화해주세요.
이때 인아의 품에서 펜이 떨어진다. 이를 법원에서 나오던 석규가 보고는-
석규 저...
정신없이 법원으로 들어가는 인아. 머쓱해하며 석규가 펜을 챙긴다.
이때 진우와 송 변이 법원 밖으로 나온다. 간발의 차이로 스쳐 지나가는 진우와 인아.
송 변 에휴. 누구는 일에 치여 죽고, 누구는 일 못 구해서 죽고...
(잠시) 근데, 왜 갑자기 주민들이 등을 돌린 거야?
진우 거기 입주자 대표가 뒤가 구린 인간이에요. 난방비 문제 들추겠다고
하니까 바로 협조해줬어요.
송 변 (머뭇거리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겨야 하나?
진우 (일부러 화제 돌려) 지금 사무실 갈 거예요. 연 사무장님도 부르세요.
송 변 지금? 어디다 얻었는데?
법원 앞에 서 있던 원고의 딸, 진우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는다.
석규, 가려다가 이를 지켜보는데-
원고 딸 (눈시울 붉어져서) 아까 한 말 다시 해봐. 다 아빠 책임이라고?
송 변, 원고 딸을 막으려 한다. 진우가 내버려두라는 의미로 손을 든다.
원고 딸 (울먹이며) 우리 아빠, 열심히 산 게 죄야? 자식은 당신보다
더 공부시키겠다고 밤낮없이 일한 게 죄냐구!
진우 (말없이 듣는)
원고 딸 우리 아빠... 뒷돈 챙기다 죽은 사람으로 만들면서까지 이기고 싶었어?
진우 (잠시) 저도 유감입니다.
원고 딸 (그 표현에 더 화가 나는) 뭐?
진우 하지만... 어딘가에 분풀이 하고 싶다면 상대를 다시 찾으세요.
원고 딸 (울음이 터질 듯 노려보는)
진우 (냉랭한) 제가 아니라 일을 제대로 못한 당신네 변호사한테 가서
따지라구요. 아님, 이런 판결 나오게 만든 이 나라 법한테 따지시던가.
그렇게 말하고 싸늘하게 돌아서는 진우.
원고 딸 (경멸에 찬 눈으로 진우의 뒷모습을 향해) 우리 아빠, 돈 많은 인간들
비위 맞추며 하인처럼 일하다 개죽음 당했어!
진우 (멈칫) ...
원고 딸 당신처럼 돈만 아는 변호사가 우리 맘을 알아?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정의냐고!!!!
원고 딸, 흐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송 변, 본능적으로 원고 딸에게 다가간다.
석규, 진우를 보는데, 냉랭함 풍기며 그냥 가버리는 진우의 모습에서-
13. 법원 로비 / 낮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다. 잠시 후, 누군가 로비로 나오자 경쟁하듯 달려든다.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지면서 드러나는 컬러풀한 양복의 남자, 박동호다!
그 뒤로 편 사무장. 취재진이 박동호를 에워싸며 일제히 마이크를 들이댄다.
박동호 (가벼운 미소로) 법원에서 내린 판결은 무죕니더. 저희 의뢰인은
죄가 없습니더.
기자 1 현장에서 배철주씨와 같이 체포된 세 명에겐 마약투약 혐의로 실형이
선고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2 배철주씨 자택에서 주사기도 다량 발견 됐구요.
박동호 (여유롭게) 법정에서 모두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려고 하자 박동호가 손을 들어 막으며-
박동호 중요한 건, 검찰의 과잉수사로 장래가 촉망되는 한 젊은이의 삶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겁니더.
그때, 로비에 배철주가 나온다. 취재진이 몰려들자 박동호와 편사무장이 배철주를
가드하며 앞으로 로비를 빠져나가는데-
14. 남규만의 차 안 / 낮
남규만, 태블릿PC로 배철주 관련 기사를 보고 있다. ‘마약파티에서 체포된 세현그룹
재벌 3세, 배 모씨 무죄 판결 받아!’ 그때 울리는 핸드폰. 받아들면-
남규만 안 그래도 뉴스 보고 있었다. 우리 에이스 믿으랬잖아.
박변만 출동하면 뭐든 깔끔하게 처리된다고.
배철주 (E) 앞으로도 종종 빌려 쓸게.
남규만 하여간 약쟁이 새끼. (끊는)
15. 일호그룹 외경 / 낮
도심 한복판에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는 일호그룹 건물.
건물 옥상에는 일호그룹 대형 홍보 간판이 보인다. ‘더 좋은 세상을 생각하는 일호그룹’
(일호로펌은 일호그룹 안에 있다는 설정.)
16. 일호로펌 안 / 낮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로펌 안으로 들어선다. 인포메이션을 지나 사무실로 향하는데-
직원들이 박동호를 보자, 일어나서 인사한다. 여유롭게 목인사로 답하며 지나가는 박동호.
17.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안 / 낮
편 사무장이 문을 열어주면, 박동호가 안에 들어선다.
배철주, 배철주 부(60대 중반)가 앉아있다.
배철주 부 (반기며) 박 변, 어서 와. 애 많이 썼네.
박동호 (자리에 앉으며) 남규만 사장님 친구 분이라 신경 쪼매 더 썼습니더.
배철주 (가볍게 미소 짓는)
박동호 검사가 항소도 안 할 겁니더. 앞으로 이 일과 관련해 맴 푹 놓고
살아도 된단 얘기지요.
배철주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일호로펌 에이스답네요.
박동호 (능글맞게 웃으며) 과찬이십니더.
배철주 부 남일호 회장이 아주 든든하겠어. 박변이 일호 들어온 뒤로,
규만이 단속도 잘 되고 있고....
배철주 (슬쩍 입꼬리 올라가는)
박동호 마, 변호사 안 보고 무탈하게 사는 기 제일 좋은 거지만서도...
어디 세상 일이 그렇습니꺼? 아드님 일이든, 회사 일이든 언제든
불러만 주이소.
자신만만한 박동호의 얼굴에서-
18. 일호그룹 대회의실 / 낮
‘일호그룹 사장단 회의’라고 붙은 플래카드. 연단에 위치한 남일호를 중심으로
‘일호푸드’, ‘일호홈쇼핑’, ‘일호전자’, ‘일호생명’, ‘일호물산’.... 등의 명패가 보인다.
일호생명에는 남규만과 부사장이 앉아 있고, 그 옆으로 ‘일호물산’에는 석주일이 보인다.
남규만은 석주일에게 형식적으로 목인사를 할 뿐, 여전 불편한 기색이다.
석주일, 남규만이 못마땅해 헛기침을 한다. 이때 남일호, 4분기 실적 그래프를 가리키며-
남일호 우리 일호그룹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27조, 영업 이익은 약 8조 이상 증가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사장단 모두 일제히 박수를 친다.
남일호 특히 일호생명의 성장이 괄목할 만합니다. 단숨에 업계 2위로
만들어 놓은 일등공신 (하는데)
그 말에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규만. 그런데-
남일호 강만수 부사장.
남일호의 손과 시선이 부사장쪽으로 향하면, 사장단 박수의 방향이 부사장에게 몰린다.
민망함에 어정쩡한 자세로 부사장을 향해 박수를 치는 남규만.
석주일, 그런 남규만을 보며 피식 비웃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답례를 올리는 부사장.
석주일 (부사장 가까이) 짧은 시간에.. 정말 대단하십니더.
부사장 과찬이십니다.
석주일 저희 일호물산도 은제든 부사장님 뫼실 수 있도록 문 활짝
열어 두겠습니더.
석주일에게 미소로 답하는 부사장. 자리에 앉아있는 남규만, 모멸감에 손이 부르르 떨린다.
19. 남규만 집무실 / 낮
집무실로 돌아온 남규만이 순식간에 책상을 엎어버린다.
안 실장 크게 놀라지도 않고 자연스레 물건들을 줍기 시작하는데-
남규만 (넥타이 풀어 제끼며) 아우. 아버지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갈아
마셔버리는 건데...
안 실장 (물건들 주우며) 그래도... 능력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
남규만 (순간 노려보며) 야, 너 지금 부사장 편드냐?
안 실장 (당황해서 멈추고는) 아니... 그니까 내 말은 (하는데)
남규만 (말 자르며) 아버지가 오냐오냐 해주니까.. 이젠 지가 오너라도
되는 줄 알고 설친단 말야.
안 실장 (눈치 보다 다시 물건들 주우며) ....
남규만 암튼... 내 눈에 작은 먼지 하나라도 띄기만 해봐.
20. 진우의 차 안 / 낮
도로를 달리고 있는 진우의 차. 높은 빌딩들로 즐비한 도심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진우가 운전하고, 연 사무장이 조수석, 송 변은 뒷좌석에 앉아있다.
송 변 (가운데로 얼굴 들이밀며) 여기에 사무실 얻었다고?
임대료 장난 아닐 텐데. (연 사무장에게) 사무장님은 알고 있었어요?
연 사무장 나도 몰랐지. (진우에게)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21. 옥탑 사무실 건물 앞 / 낮
주변의 높다란 신식 건물과 대비되는 허름한 건물.
그 앞에 서 있는 세 사람. 송 변의 표정은 이미 실망으로 가득하다.
송 변 그럼 그렇지... (주위를 둘러보더니) 엘리베이터는?
진우 계단은 저 쪽이에요.
먼저 들어가는 진우. 연 사무장도 진우 뒤를 따른다. 송 변, 마지못해 따라가는데-
22. 옥탑 사무실 / 낮
계단을 올라오느라 지친 얼굴로 옥상 문을 힘겹게 여는 송 변.
송 변 얼굴에 낭패감이 퍼진다. 오래된 건물 꼭대기에 있는 낡은 옥탑이다.
송 변이 사무실 문을 건드는데, 문짝이 툭하고 쓰러진다.
송 변 서 변이 착각했나 봐. 잘못 올라왔어. 빽! 다시 빽! (돌아가려는데)
진우 여기가 우리 사무실이에요.
송 변 하하, 우리 서 변이 이젠 농담도 하네? 이거 몰래카메라지? 그치?
연 사무장 (주위 둘러보더니) 알 것 같다. 자리 잘 잡았네.
진우 (연 사무장 보며 고개 끄덕이는)
송 변 또 둘이서만 짝짝꿍한다. 나만 자꾸 왕따시키지? (진우에게) 뭔데? 응?
(연 사무장 보고) 뭘 알 것 같은데요~ 나도 알려줘!
진우와 연 사무장, 송 변을 무시하고 잡동사니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송 변 (삐져서) 에이, 더럽고 치사해서 안 한다! 안 해! 배 째!!
송 변, 평상 위로 엎어져 배 째라는 듯 눕는다. 이에 송 변의 등짝을 후려치는 연 사무장.
연 사무장 이 화상아, 밥값을 못하면 진상 짓은 말아야지.
송 변 (울먹이며) 왜 나만 미워해요!
그런 송 변과 연 사무장을 보고는 피식 웃는 진우의 모습에서-
23. 진우의 집 앞 / 밤
진우의 집 앞으로 걸어가는 인아. 대문 앞에는 우편물이 잔뜩 쌓여있다.
대문을 열어보려는 인아. 하지만 굳게 닫혀있다. 인아의 걱정스러운 얼굴 위로-
인아 (E) 내가 아저씨 무죄 밝혀줄 진짜 변호사...
인서트>
과거 4년 전. 4부 68씬 장례식장 상황. 진우가 인아를 싸늘하게 노려보고 있다.
인아 꼭 찾아줄게. 가지 마.
진우 그런 변호사는 없어. 절벽 끝에 서 있던 우리 아버지. 밀어 버린 게
변호사야.
인아 (안타까운) 진우야...
진우 죄 없는 사람이 사형수가 되는 게 법이야? 왜 내가 살인마 아들인데?
난 그냥 우리 아버지 아들인데, 대체 왜! 내가 살인마 아들이냐구! 왜!!
인아 (대답하지 못하고) ....
진우 사람이 왜 약해지는지 알아? 잃을게 있어서 그래. 소중한 게 남아
있어서 그래. (잠시) 난 이제 잃을 게 없어.
처참한 얼굴로 캐리어 끌고 가는 진우. 인아가 그런 진우를 차마 붙잡지 못한다.
인아, 떠나가는 진우의 뒷모습을 슬픈 얼굴로 본다.
/다시 현재. 굳게 닫힌 문을 심란한 얼굴로 보고 있는 인아.
인아 얘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24. 옥탑 사무실 / 밤
어둡고, 아무도 없는 옥탑 사무실, 아직 집기류가 들어오지 않아 휑하다.
화면, 불빛이 희미하게 들어오는 공간으로 파고 들어가면-
25.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밤
작은 방 안에서 진우가 뭔가를 붙이고 있다. 진우의 손끝을 따라 가면 벽 전체가
각종 자료들도 가득 채워져 있다. ‘남씨 일가 가계도’ ‘일호그룹 계열사’ ‘일호생명 조직도’
‘일호로펌 변호사 리스트(박동호 사진 포함)’ ‘서촌여대생 관련 신문기사들’
남규만을 몰래 찍은 사진들도 보이고, 그 밑으로 일호생명 부사장 사진도 언뜻 스치는데-
26. 인아의 집 / 밤
인아 부는 뉴스를 보고 있고, 인아 모는 주방에서 설거지 중이다.
인아 부 옆에서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과자를 먹고 있는 연지가 보인다.
인아 (지친 목소리로) 다녀왔습니다.
인아 모 (고무장갑 낀 채로 헐레벌떡 다가와) 아이구~ 우리 이 검, 왔어?
그 말이 듣기 싫어 귀를 꽉 막는 인아. 게임 중이던 연지도 인아모를 흘기며 바라본다.
인아 부 인아가 그렇게 부르지 말래두...
인아 모 아니, 검사한테 검사라고 하는 게 뭐가 잘못이야~ 그럼 영감님이라고
부를까? 드라마 보니까 검사한테 다~들 그렇게 부르더만.
연지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우리 김 여사를 누가 말려.
인아 부 누가 보면 당신이 검사된 줄 알겠어. 너무 그러면, 동네 사람들도
지 자식 자랑만 한다고 수군거려.
그러거나 말거나 핸드폰을 들고 인아에게 보여주는 인아 모. 남자 사진이다.
인아 모 봐봐. 너 검사되니까 중매쟁이들이 줄을 선다. 줄을 서.
인아 (살려달라는 듯 인아 부를 쳐다보는) ..아빠...
인아 부 애 아직 어린데 왜 시집 못 보내서 안달이야?
인아 모 아니 이번엔 의산데 잘생기기까지 했다니까.
인아 나 한 달에 처리하는 사건만 천 건이 넘어. 일할 시간도 모자라.
인아 모 (계속 핸드폰 들이밀며) 에이, 암만 바빠도 연애는 해야지!
그 모습을 흘겨보며 고개를 흔드는 연지.
27.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28. 서울중앙지검 로비 / 낮
수수하게 차려입은 인아가 입구에 들어선다. 신분증 대고 게이트를 통과하려는데-
옆 게이트에서 여경도 통과하고 있다. 화려한 정장을 입고 있는 여경.
의경의 경례에 고개 숙여 답하는 인아와 달리, 여경은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지나간다.
여경 (툭 내뱉듯) 너, 어제는 경찰서까지 갔다며?
인아 (맞서며) 어. 간 김에 서장까지 만나고 왔다. 왜?
여경 (어이없고) 현장에, 경찰서까지 드나들 거면, 형사하지 왜 검사해?
인아 남이사 형사를 하든 검사를 하든... 뭔 상관?
쌩하니 돌아서 가려는 인아. 어이없는 여경. 이때-
석규 여경아!
여경과 인아가 보면, 석규가 환히 웃으며 둘의 곁으로 오고 있다.
여경 오빠 좀 늦는다며.
석규 일이 일찍 끝났어. (인아에게) 안녕하세요. 요즘 많이 바빠
보이시던데요?
인아 (머쓱해 하며) 사건들 맡을 때마다 매번 만만치 않네요.
여경 (인아가 신경 쓰여서) 오빠, 나 커피 사준댔잖아.
여경이 석규를 잡아끌고 걸어가는데. 석규, 인아에게 가볍게 인사한다.
인아도 가볍게 미소 지으며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29. 서울중앙지검 야외 휴게실 / 낮
여경과 석규, 커피를 마시며 걸어오고 있다.
여경 둘이 친해?
석규 누구?
여경 이인아 검사.
석규 그냥 오다가다 인사하는 사이야.
그때, 근처에서 탁영진의 버럭하는 소리가 들린다.
탁영진 (E) (버럭) 니가 무슨 검사야?
석규와 여경, 고개를 돌려보면- 열중 쉬어 자세로 고개 숙이고 있는 인아가 보인다.
탁영진 검사하려고 청춘 다 바쳐 끔찍한 공부 한 거 아냐?
인아 (고개 푹 숙이고 있는)
탁영진 (버럭) 형사들이 조서 쓴 거 못 믿어서 걸핏하면 현장 나가고, 일일이
다 확인하고! 지난 주엔 형사들 잠복근무까지 따라 나갔다며?
지금 관할서에서 불만사항 민원 넣고 난리도 아니야!
인아 (당당히) 검사라고 현장 나가지 말라는 법은 법전에 없는 걸로 압니다.
탁영진 야. 법 너만 배웠어? 업무분담 말하는 거잖아. 업무분담! 형사는
현장에서 운동화 밑창 떨어질 때까지 범인 잡고, 검사는 수사 지휘해서
판사 책상 앞에 무사히 납품하고! 응?
인아 (가만히 듣는)
탁영진 이렇게 각자의 나와바리가 있다는 거 아는 놈이 현장에 기어코 나가는
이유가 대체 뭐야?
석규, 인아의 대답을 기다린다. 여경, 그런 석규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인아 사람이라서 그렇습니다.
탁영진 뭐?
인아 수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거고... 형사도 사람이고...
사람이면 언젠가는... 실수를 하고 놓치기도 하는 법입니다.
석규, 인아의 진지한 모습에 시선 간다.
인아 잘못된 판결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남구요.
저 그거 막고 싶어서 검사된 겁니다. 저 현장 계속 나갈 거예요.
탁영진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인아 대신 검찰로서 품위는 지키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씨익- 미워할 수 없는 미소를 짓는 인아. ‘어이구 이걸’ 하는 느낌으로 보는 탁영진.
석규도 옅은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 보던 여경은 괜히 신경이 쓰이는데-
30. 단란주점 외경 / 밤
일호생명 근처에 위치한 단란주점 건물이 보인다.
31. 단란주점 화장실 / 밤
김한나가 세면대 앞에서 연거푸 세수를 하고 있다.
잠시 후, 세면대를 붙잡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김한나 (양 볼을 가볍게 치면서) 김한나, 정신 차리자.
32. 단란주점 / 밤
회식자리가 한창이다. 부사장이 상석에 앉아있고- 김한나가 들어오자, 남자 직원 한 명이 호들갑을 떤다.
남직원 아이고, 한나씨 어디 갔다 이제 온 거야? 여기 비었으니까 얼른 와~
김한나 (부사장 옆자리 빈 걸 보고) 네?
남직원 (머뭇거리는 김한나에게) 부사장님한테 잘 보이면 좋잖아? 안 그래?
남직원, 김한나를 끌어 당겨 부사장 옆에 앉힌다.
당황한 김한나. 별 수 없이 부사장에게 살짝 목례하며 앉는다.
부사장 (웃으며) 괜찮아요?
김한나 (치마를 더 내리며 어색한 미소) 네...
이때 폭탄주를 만들어 부사장과 김한나에게 건네는 남직원.
남직원 자자~ 러브샷 들어갑니다!
부사장과 김한나가 괜찮다며, 손사래 치는데, 남직원이 바람을 넣기 시작하자-
직원들(모두)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쭉쭉쭉쭉!
직원들 시선이 둘에게 쏠리며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남직원, 김한나에게 어서 하라며
눈치 준다. 할 수 없이 러브샷을 하는 김한나와 부사장. 직원들 환호하는 모습에서-
33.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밤
소파에 앉아 캔 맥주를 마시는 박동호, 그 앞에 석주일.
석주일 남규만 딱가리는 할 만 하드나?
박동호 (되받아치듯) 남일호 회장 시다바리는 괘안습니꺼?
석주일 (쓰게 웃으며) 맞다, 우리 둘 다 꼬봉이다. 그래두 내는 사장 명패
달았고, 니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비싼 변호사 아이가?
석주일, 캔 맥주 한 모금 삼킨다.
석주일 술이 말이다. 어느 날은 쓰고, 어느 날은 달짝지근하고...
박동호 (따라 한 모금 삼키며 말 이어받아) 어느 날은 한 잔만 마셔도 가뿔고...
어느 날은 병나발을 암만 불어도 말짱하고!
쿵짝이 잘 맞는 박동호와 석주일.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석주일 (지긋이 바라보며) 왜 그런 거 같나?
박동호 술맛은 그대론데... 이 혓바닥이 간사해서 그러는 겁니더.
석주일 혀로 돈 쓸어 담는 변호사 양반이 그런 소리 하면 욕 먹는다 안카나?
박동호 (쓰리게 웃더니) 그 놈아도 변호사 됐다캅니더.
석주일 그 놈이 누꼬?
박동호 지가.. 딱 한번 진 재판에... 그 놈아 말입니더.
그 말에 석주일, 조금 놀라고. 쓰리게 맥주를 넘기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34. 경찰서 / 밤
경찰서에 김한나가 뛰어 들어온다. 맨발에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눈물범벅이 된 상태!
치마도 찢어져 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울먹이고 있는 김한나.
놀란 형사들이 한 걸음에 달려와 김한나를 부축하는데-
35. 단란주점 지하주차장 / 밤
운전석 차안에서 잠들어있는 부사장. 이때, 거칠게 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놀란 부사장의 얼굴. 비몽사몽인 채로 차문을 여는데,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는 형사.
형사 강만수씨, 당신을 김한나씨 성추행 혐의로 체포합니다.
부사장 네?
형사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황당함에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하고 그대로 끌려가는 부사장의 모습.
36. 서울중앙지검 / 낮
날이 밝았다.
37. 탁영진 검사실 / 낮
탁영진 책상에 사건 파일을 탁 올려놓는 인아. 뭔가 비장한 얼굴이다.
인아 이 사건 저 주십시오.
탁영진 이거 피의자가 일호생명 부사장이야. 언론에서 벌써 냄새 맡고
펌프질하고 있어. 니 짬밥으론 감당 못 해.
인아 감당합니다. 주세요.
탁영진 안 되면 안 되는 줄 알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리는 탁영진. 인아, 물러섬 없는 얼굴로 뒤따라 나간다.
38. 서울중앙지검 남자 화장실 / 낮
소변을 보고 있는 탁영진. 그때, 인아가 거침없이 들어오더니 탁영진 옆에 선다.
옆에서 소변 보고 있는 남자들도 얼음처럼 일제히 굳는다.
탁영진 (깜짝 놀라 몸을 소변기에 밀착하며) 야! 여길 왜 들어와? 안 나가?
인아 저 잘 할 수 있습니다!
탁영진 너 말귀 못 알아듣는 애였냐?
옆의 남자들, 서둘러 마치고 모두 밖으로 나가면- 탁영진, 급히 바지를 추스른다.
탁영진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인아 성추행 당했다는 인턴, 도연동 고시텔 절도 사건에서 만난 피해자에요.
탁영진 뭐?
인아 김한나씨, 힘든 일 생기면 제가 도와준다고 약속했어요. 이거 제 손으로 해결 못하면... 검사하는 동안 내내 한으로 남을 거 같아요.
탁영진, 고개 돌려 인아를 본다. 간절한 인아의 얼굴.
39. 옥탑 사무실 / 낮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진우가 신문을 들고 사무실로 내려온다. 송 변, 콧노래 부르며
연 사무장에게 커피를 건넨다. 송 변이 진우에게도 다가와 깍듯이 커피를 건넨다.
진우 (테이블에 신문 내려놓으며) 이 사건 좀 알아봐요.
‘일호생명 부사장 강모씨 성추행 혐의 입건’ 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송 변 (의아한 얼굴로) 이거 하게?
진우 (차분히 커피를 마시며) 역시 송 변 커피가 최고네요.
송 변 당연하지. 근데, 아무리 서 변이라도 이건 힘들어. 매스컴에서 이미
두들겨 맞은 사건은 90프로쯤 지고 시작하는 재판이라구.
(연 사무장에게) 우리 사무장님 생각은 어때요?
연 사무장 (곰곰이 생각하다) 서 변 생각이 곧, 내 생각이지.
진우 (말없이 미소 짓는)
송 변 (일어서며) 뭐야, 이번에도 나만 따야? (진우의 커피 잔 뺐으며)
서 변 그만 마셔. (사무장 커피도 뺐으며) 사무장님도~
연 사무장 으이구.. 이런 쫌생이. 그래, 다 마셔서 속 새카매져 버려라~
송 변 가만... 이거 일호생명이잖아. 당연히 일호로펌 갈 텐데?
신문의 기사를 내려다보며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진우의 얼굴에서-
40. 남일호 저택 / 낮
남일호, 남규만, 여경이 식사를 하고 있다. 가사도우미가 음식들을 나르고 있다.
여경 다른 사건도 아니고 부사장님이 성추행? 말도 안 돼. 아빠 그죠?
남일호 (여경 무시하고, 남규만에게) 회사 분위기는 잘 단도리 하고 있냐?
남규만 그럼요. 문제없습니다.
여경 (남일호에게) 아빠, 부사장님 걱정은 안 돼요?
남일호 (덤덤히 밥을 먹으며) 한 번 때 탄 사람은 다시 곁에 두는 게 아니야.
남일호의 대답에 말문이 막힌 여경.
남규만 (엷은 미소로) 그래도 20년 넘게 우리 그룹에 인생 바친 분이신데....
좋은 변호사 써서 잘 해결하겠습니다.
남일호 이 일로 힘들게 쌓은 회사 이미지, 망가지는 일 없도록 해.
남규만, 고개 끄덕이며 식사를 이어간다.
41. 교도소 외경 / 낮
42. 변호사 접견실 / 낮
진우가 접견실에 앉아 있다. 잠시 후, 서재혁이 들어온다.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서재혁 새로 온 변호사님입니까? (진우를 유심히 보며) 기억엔 없지만...
그래도 저한테 참 좋은 사람이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진우, 애써 슬픔을 참으며 옷깃 사이에 있던 어머니의 반지 목걸이를
서재혁의 손에 쥐어준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서재혁.
서재혁 이게... 어디서 많이... 본... (두 눈이 커지며) ...진우야!!!
서재혁, 그제서야 진우의 두 손을 꼭 잡는다.
서재혁 진우야.. 미안하다. 미안해. 내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몰라보고...
진우 아냐. 난 괜찮아. 이렇게 아버지 손, 잡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서재혁 근데 왜 이렇게 야위었어. 공부 많이 힘들지? 그니까 왜 변호사
된다고 그래서...
진우 아냐. (옷깃의 변호사 뱃지 보이며) 아버지, 나 변호사 됐어.
서재혁 (환히 웃으며) 뭐? (뱃지 다시 보며) 우리 아들이 해냈구나!!
드디어 해냈어!! (진우의 두 팔을 잡고 기쁨에 환호하는)
하지만 진우의 표정에는 그늘이 스치는데- 애써 웃어 보이는 진우.
그런데 크게 기뻐하던 표정의 서재혁- 순간 표정이 멍해졌다가 금세 굳어진다.
진우의 팔을 천천히 내려놓는다.
서재혁 ... 진우야. 아빠 저번에도 이런 적 있지? 맞지?
진우 (애써 거짓말하며) 아냐. 없어. 오늘 변호사 자격증 나와서
아버지 만나러 온 거야.
서재혁 (고개 저으며) 아냐. 너 저번에도 뱃지 보여줬잖아. 변호사 됐다고.
진우 ...아빠, 이제 나만 믿으면 돼.
서재혁 (눈시울 붉어지는)
진우 (E) (서재혁의 손을 감싸 쥐며)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
아빠, 이제 시작이야.
43. 납골당 외경 / 낮
44. 납골당 / 낮
고요함이 흐르는 공간. 화면, 칸칸이 납골함을 훑다가 멈추면,
검은 양복의 진우가 보인다. 어머니의 반지 목걸이를 올려놓았다.
진우 (덤덤히 엄마와 형의 사진을 바라보는)
그때, 먼발치에서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들린다.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박동호가 걸어오고 있다! 옆에는 편 사무장이 있다.
박동호 하필이면 부모님 기일도 같고.... 우리 인연 참 드럽제?
진우 (가만히 보는)
박동호 오늘 여 오면 니 만날 거 같아서 안 올라 그랬다. 근데... 기일이
지나서 오는 건 불효 아이가? (잠시) 변호사 됐다면서?
진우 네.
박동호 아버지는 어떻노?
진우 (그 말에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박동호 변호사 됐으니까... 이제 아버지 꺼낼 기가?
진우 (여유 있게 미소 짓는) 일단, 돈부터 벌고요. 힘들게 변호사 된 거니까.
뜻밖의 대답에 박동호의 표정이 굳는다. 진우, 명함을 꺼내 박동호에게 건넨다.
진우 사무실 개업했어요.
박동호, 명함 보면 ‘이기는 진실이 되어 드립니다. 변호사 서진우’
45. 진우의 차 안 / 낮
진우, 심란한 얼굴로 운전하다가 갑자기 핸들을 확 돌리며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46. 갓 길 / 낮
차문을 쾅 닫고 나오는 진우. 먼 곳을 굳은 얼굴로 응시하는데-
인서트>
4부 61씬의 박동호 사무실 앞.
진우, 분노로 박동호 앞에 가더니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휘청 박동호의 머리가 돌아가는데-
진우 (소리치는) 이번만큼은 유죄라고 생각하면서 변호하기 싫었다며!
박동호 (터진 입술 말없이 훔치는)
진우 당신은 정아 누나 죽인 놈보다 더 나쁜 놈이야!
박동호 진우야. 니 아버지 아직 살아있다. 니 아버지 죽기 전까지 재판은
끝나지 않은 거다.
진우 (그 말에 분노로 노려보는)
박동호 니 아부지 살릴 사람은... 그래도 변호사다. 어쩔 수 없다.
진우 아니! (절규하는) 이제 변호사 따윈.. 믿지 않아! 어느 누구도!
박동호 (마음이 저리는) ....
진우 당신이 시작한 일... 내가 끝낼 거야. 내가 우리 아버지 구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진우의 얼굴에 절박함이 묻어난다.
/다시 현재, 미동 없이 차갑게 빛나는 진우의 눈빛에서-
47. 일호그룹 외경 / 낮
48. 일호로펌 복도 / 낮
복도를 걷고 있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
편 사무장 진우 말입니더... 뭐랄까 꼭 행님 같았습니더.
박동호 나 같았다꼬?
편 사무장 옛날에.... 행님이 변호사 딱지 막 달았을 때 말입니더.
온갖 사건 다 맡고 댕기지 않았습니꺼?
박동호, 진우 생각하며 자신의 사무실로 향한다.
49.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편 사무장이 문을 열면, 박동호의 집무 의자에 남규만이 보란 듯이 앉아 있다.
얼굴이 굳는 박동호.
남규만 많이 바쁘신가 봐요?
남규만에게 목례하고는 나가는 편 사무장.
남규만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박변처럼 변호사 오래하면 의뢰인이 무죄인지
유죄인지... 한눈에 보고도 알 수 있나?
박동호 사람 속을 우째 알겠습니꺼?
남규만 (잠시) 사건 들으셨죠? 그래서 말인데... 박 변이 부사장님 변호 좀
맡아줘요.
차분히 남규만을 바라보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50. 일호그룹 건물 앞 / 낮
편 사무장, 밖으로 나와 두리번거린다. 한 쪽에 쪼그려 앉아있던 안 실장이 손 흔들며-
안 실장 형! 여기에요!
편 사무장이 다가오자 안 실장, ‘부사장 성추행 관련 재판자료’ 서류파일을 건넨다.
편 사무장, 서류파일 챙기는데, 안 실장이 품속에서 호빵 하나를 꺼내며 웃어 보인다.
안 실장 짜잔!
편 사무장 (좋아하며) 이야, 역시 겨울엔 호빵이재!
안 실장 (호빵 반으로 쪼개며) 지갑을 차에 두고 와서 하나밖에 못 샀어요.
편 사무장 괘안타. 우린 콩 한 짝도 나눠먹는 사이 아이가.
편 사무장, 호빵을 받아 한 입 먹으려는데, 팥 앙금이 튀어나와 화들짝 놀란다.
편 사무장 핫 뜨거!
안 실장 형! (떨어지기 직전의 팥 가리키며) 팥! 팥!
편 사무장 (재빠르게 주워 먹는)
안 실장과 편 사무장, 서로를 보고 씨익 웃으며 사이좋게 쪼그려 앉아 호빵을 먹는다.
안 실장 글쎄, 나 어제 또 남규만 그 자식한테 멱살 잡혔잖아요.
일 똑바로 안 하냐고. 자기 할 일을 왜 나한테 시켜? 내가 지 똥개야?
편 사무장 똥개라니. 우리 안 실장 정도면 명품견이재.
안 실장 그니까! 솔직히 나 아니면 벌써 끝났을 놈이잖아요. 맨날 술이나 먹고, 여자나 옆에 끼고 있는 놈이 뭘 할 줄 알겠어.
편 사무장 (어깨 다독이며) 동상, 니가 고생이 억수로 많다.
안 실장 내가 진짜 매일 남규만 저 파파보이만 생각하면... 아오!
(화 삭히며 호빵 먹고) 형은요? 형도 말해 봐요.
편 사무장 (사람 좋게 웃으며) 내는 없다. (얄밉게 호빵을 한 입에 다 넣는)
그 모습에 말문이 막히며 괜히 억울한 안 실장의 얼굴에서-
51.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박동호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때 편 사무장이 들어온다.
편 사무장 재판 자료 받았는데 이름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더.
박동호 (보면)
편 사무장 사건 담당 검사가 말입니데이. 쪼매 깔짝지근합니더.
박동호 와?
편 사무장 행님도 아는 사람입니더. 서울중앙지검...
다음 말 기다리는 박동호의 얼굴 위로, 진우의 목소리가 깔린다.
진우 (E) 이인아 검사라구요?
52. 단란주점 지하주차장 (현재 과거 교차)
화면 가득 진우의 놀라는 얼굴. 화면 뒤로 빠지면 진우와 송 변이
단란주점 지하주차장에 서 있다. 송 변은 사건 파일을 들고 있다.
송 변 봐봐 여기 재판 자료에 나와 있잖아. 이인아 검사라고.
(진우 기색 보고) 혹시 아는 검사?
진우 아니에요. (송 변이 들고 있던 재판 파일을 뺏어드는)
송 변 하기야 서 변이 여검사를 알 리가 있나? 글쎄 내가 대검부터 지검까지
여검사 리스트는 쫙 꿰고 있거든. 내 데이터에 없는 걸 보니 딱 초짜네.
송 변을 내버려두고, 현장을 둘러보는 진우. 파일을 읽어가며 당시 상황을 유추해본다.
진우 술에 취한 부사장을 피해자 김한나가 주차장까지 부축해서 나온다.
-이하, 진우의 설명과 함께 과거 상황이 재연된다.
부사장 차량이 주차 되어 있다.
진우 (E) 김한나가 부사장을 부축하고 들어서면.
잠시 뒤, 주차장에 김한나가 부사장을 부축하고 들어선다.
진우 (E) 두 사람이 부사장의 차에 탄다.
부사장과 김한나가 차량 앞좌석에 탄다.
진우 (E) 잠시 후, 성추행 당한 김한나가 차에서 뛰쳐나온다.
차량이 들썩거린다. 잠시 후, 치마가 찢긴 모습으로 조수석에서 튀어 나오는 김한나.
그대로 주차장 밖으로 뛰어나간다. 과거 상황 재연 끝.
고심하고 있는 진우의 얼굴에서-
53. 단란주점 입구 / 낮
인아와 수사관, 형사까지 서넛이 단란주점 입구에 들어선다.
54. 단란주점 지하주차장 / 낮
여전히 수다를 떨고 있는 송 변.
송 변 근데 이거... 일호로펌 박동호 변호사가 맡았잖아. 이러고 조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모르겠네. 사건 뺏어올 거 아니라면...
그때, 주차장 출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이 검사님 이 쪽입니다.’하는 소리 들리고-
진우, 송 변을 붙잡아 코너로 몸을 숨긴다. 인아와 형사들이 한꺼번에 내려온다.
주차장을 둘러보는 인아. 천장에 달려있는 CCTV가 눈에 들어온다.
인아 CCTV 화면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거죠?
형사 2 네. 사건 발생 장소가 사각지대라서.
인아 그럼 사건 발생시간에 주차장 출입했던 모든 차량 전수 조사하세요.
차량에 있는 블랙박스 확보해서 걸리는 거 있으면 다 긁어오시구요.
형사들에게 지시하는 인아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고 있는 진우 모습에서-
55.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낮
‘일호 생명 조직도’에서 밑에 있는 ‘김준식 부장’의 사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진우.
56. 구치소 변호사 접견실 / 낮
박동호가 부사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동호 그니까... 회식이 끝나고 김한나의 부축을 받아서 주점 밖으로
나온 것까지는 기억한다는 겁니꺼? 눈 떠보니 차 안이었고?
부사장 그렇습니다.
진위를 확인하듯 부사장 얼굴을 살펴보던 박동호. 그러더니-
박동호 지는 팩트에는 관심 없습니더. 다만 작전 짜는 데는 팩트가
중요합니더.
부사장 기억에는 없지만...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박동호 기억에 없다라...
인서트>
3부 18씬. 구치소 변호사 접견실.
박동호, 진우와 서재혁의 모습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
서재혁 변호사님. 머리에 기억되지 않아도... 마음에 새겨지는 기억이 있습니다.
박동호 (보는)
서재혁 제 말이 우습게 들릴 겁니다. 이렇게 밖에 말하지 못하는 저도
괴롭습니다. 하지만 죽은 정아를 떠올릴 때마다 죽이지 않았다는 걸
느끼는데 어떡합니까! 전... 죽이지 않았습니다. (눈시울 붉어지며)
절 믿지 못하겠으면 변론 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시 현재다. 부사장을 보던 박동호, 입을 연다.
박동호 (부사장에게) 알겠습니더. 법정에서 보입시더.
57. 카페 / 낮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진우.
이때 김 부장(55씬의 남자)이 호들갑을 떨며 진우 곁으로 다가온다.
진우 (반갑게 일어나 악수하며) 부장님, 못 뵌 사이 얼굴이 더 좋아지셨네요.
김 부장 이게 다 서 변 덕분이지 뭐. 그때 세입자 문제로 골치 썩었는데,
서 변이 통쾌하게 이겨줬잖아.
진우 (미소 짓는)
김 부장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진우 근처에 일이 좀 있어서요. (조심스레) 부사장... 구속 됐다면서요?
김 부장 아휴, 말도 마. 여직원들 죄다 들고 일어나서 남자들은 찍소리도 못 해.
진우 남규만 사장도 골치 좀 아프겠어요?
김 부장 글쎄...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진우에게 바짝 다가가서는 조심스레 얘기를 시작하는 김 부장의 모습에서-
58. (과거)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과 부사장이 앉아 있고, 김 부장은 둘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테이블에 놓인 서류에 쓰여있는 ‘보험사별 민원공시’
부사장 지난 분기 보험사들 중 우리 회사 민원 건수가 제일 높다는 말일세..
남규만 기업이 실적 올리려다 보면 잡음이 일어나는 건 당연하죠. 이런 문제
해결하려고 TF팀도 만든 거 아닙니까?
부사장 그래도 이렇게 묻지마식 영업을 계속하면 우리 회사 이미지가 (하는데)
남규만 (말 끊으며) 부사장님. 이 회사 사장은 나, 남규만이에요. 그깟 소비자들
불평불만 무서워서 팔짱 끼고 있을까요?
부사장 (남규만 무겁게 바라보며) ...
남규만의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굳는다. 김 부장, 둘 사이 좌불안석하고 있는 모습에서-
59. 카페 / 낮
얘기를 다 마친 부장, 목이 타는 듯 음료를 원샷한다.
부장 부사장님, 다 좋은데... 늘 옳은 말을 곧이곧대로 하시는 게 문제야.
뭔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진우의 얼굴에서-
60. (몽타주) 일호생명 / 낮
- 여성 휴게실/ 인아가 일호생명 여직원들을 일 대 일로 대면 조사하고 있다.
한 명씩 다른 여직원들이 휴게실로 들어와 인아에게 진술한다.
수첩에 여직원들의 진술 내용을 메모하고, 녹음도 하고 있는 인아.
- 구내식당/ 여직원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로 가 인사하며 명함을 건네는 인아.
부사장의 평소 행동이나 습관에 대해 물어보고 있는 인아의 모습에서-
61. 일호생명 엘리베이터 안 / 낮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인아.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남규만이 들어선다.
3층을 누르는 남규만. 남규만 얼굴을 보고 인아, 얼굴이 굳어지는데-
인서트>
3부 74씬의 상황. 동영상에서 오정아 살해를 실토하고 있는 남규만.
남규만 지 주제도 모르고... 나 뚜껑 열리면 어떻게 되는 지 모르냐?
배철주 그래서 죽였어?
남규만 걔가 먼저 내 얼굴 확 그었거든?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을지 내가
알았겠냐?
/ 다시 현재. 인아의 눈빛이 흔들린다. 남규만이 인아를 위아래로 음흉하게
훑어보다 문이 열리자 내린다. 남겨진 인아의 얼어붙은 얼굴에서-
62. 옥탑 사무실 / 밤
창밖을 보고 있는 진우. 건너편 건물을 바라보는데, 점점 의미심장해지는 얼굴.
진우가 보는 시야 너머로 일호로펌이 보인다. 외벽에 달린 일호로펌 간판.
연 사무장 (다가오며)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거야?
진우 (그 의미 곰곰이 되뇌며) 시작이라....
진우, ‘더 좋은 세상을 생각하는 일호그룹’ 이라는 대형 간판을 본다.
진우 ...시작은 이미 4년 전에 했어요.
63. 인아의 검사실 / 밤
인아의 재판 준비 모습들. 성추행 사건 개요도를 슬라이드 화면으로 띄워놓는다.
사건 현장인 주차장 사진들. 김한나의 진술서 녹취록들을 놓고 고심 중인 모습.
64.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65. 서울중앙지검 여자화장실 / 낮
푸석한 얼굴의 인아,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다. 이때, 들어오는 여경.
여경 니가 자청해서 맡았다며? 핫한 사건 잡아서라도 주목받고 싶었니?
인아 (무시한 채 보란 듯 크게 가글하더니 물을 뱉으며) 넌, 나 볼 때마다
태클 거는 게 그렇게 좋아?
여경 (질색하며 뒤로 물러나) 부사장님 어릴 때부터 봐 왔어. 그럴 분 아냐.
인아 (덤덤히) 그럼 누명이라도 썼다는 거야?
여경 감정에 또 휘둘리지 말라는 거야. 너 한 번 이상한 데 꽂히면
앞뒤 못 보고 달려들잖아. 4년 전에도 그랬고.
인아 너, 설마 니네 그룹 계열사 일이라 민감한 거야?
여경 (살짝 당황해서) 뭐?
인아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수사압력인가? (여경 보며) 맞지?
여경 (표정 굳는)
인아 검사복 입고 있는 동안 언젠가는 받을 줄 알았는데,
너한테 받으니까 느낌이 특히나 남다르다야...
여경 말 함부로 하지 마. 너한테 압력 넣은 적 없어.
인아 압력이란 건 말야. 당사자가 느끼면 그게 압력이거든.
지금 이 사건 피해자가 느낀 것처럼.
인아, 밖으로 나가더니 다시 얼굴만 내밀고는.
인아 걱정 마. 못 들은 걸로 할게. 그래도 우리 인연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사라지는 인아. 부사장 재판이 계속 신경 쓰이는 여경의 얼굴에서-
66. 법원 외경 / 낮
67. 법원 복도 / 낮
복도에 들어서는 인아. 그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박동호를 발견한다. 뒤로 편 사무장.
박동호 (손 내밀며) 오랜만입니더.
인아 (악수 받지 않는)
박동호 (손 다시 집어넣으며) 사건이 좀 구질구질 하지요? 이왕이면 폼나는
사건으로 붙었으면 좋았을 긴데 말입니더.
인아 잘 나가고 있다면서요? 의뢰인 포기한 대가로!
박동호 (표정 굳는)
인아 부끄러워해야죠? 당신이 진짜 변호사라면.
박동호 아직 유죄로 확정되지 않은 우리 의뢰인, 사방천지에 신상 까발린 거,
그거 부끄러워 해야지요. 진짜 검사라면.
인아의 공세에 밀리지 않는 박동호. 응수하듯 노려보는 인아.
68. 재판정 / 낮
인아,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판사 석규가 들어온다.
부사장과 박동호도 굳은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다.
석규 사건번호 2015 고단 5697 서울중앙지법 제 1형사 단독부 공판을
시작합니다. 검사 측 모두 진술 하세요.
인아 (일어나며) 피고인 강만수를 성추행으로 공소 제기합니다.
석규 변호인, 공소사실을 인정합니까?
박동호 (일어나며) 인정하지 않습니더.
설치된 스크린 앞으로 걸어 나오는 인아.
인아 피고인 강만수와 피해자 김한나는 한 술집에서
직원들과 2차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인서트>
32씬. 회식 당시의 모습들 컷컷 이어지고-
인아 이후, 강만수는 술에 취했다며 김한나에게 차가 주차된 곳까지
부축해 달라고 합니다.
인서트>
지하주차장. 김한나가 부사장을 부축하고 들어선다.
인아 밖에 운전기사가 있을 거라고 했지만 주차장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강만수는 기사가 올 때까지 있어달라며 김한나를 차안으로 유도합니다.
인서트>
부사장과 김한나가 차량 앞좌석에 탄다.
인아 하지만 핸드폰 기록엔 운전기사와 통화한 내역 자체가 없었습니다.
증거자료로 강만수의 사건 당일 통화 기록을 제출합니다.
스크린 화면에 강만수의 통화 내역서가 뜬다. 이를 덤덤히 바라보고 있는 박동호.
인아 차안에서 강만수는 김한나에게 성추행을 시도합니다.
인서트>
부사장의 차량이 들썩거린다. 잠시 후, 치마가 찢긴 모습으로 조수석에서 튀어 나오는
김한나. 그대로 주차장 밖으로 뛰어나간다.
인아 피해자 김한나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이때, 2층 방청석에 들어와 앉는 진우. 앞 사람이 키가 커서 1층의 인아는
진우를 볼 수 없다. 김한나가 증언대에 앉는다.
인아 피고인이 평소에도 과도하게 몸을 접촉했다고 들었습니다. 맞나요?
김한나 어깨가 뭉쳤다며 원하지도 않았는데 어깨를 주물러주기도 했어요.
너무 싫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부사장 (벌떡 일어나며) 내가 언제 그랬습니까!!
박동호 (부사장 진정시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입니더.
인아 직장 내 성추행은 확실한 증거를 제출하기 힘듭니다.
박동호 피해자가 맘만 먹고 소설 써 제끼면 일호생명 남자 직원들 다
이 재판 받게 될 겁니더. 인정할 수 없습니더.
팽팽하게 맞서는 인아와 박동호. 이를 유심히 지켜보는 진우.
석규 증인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특히 유념해 듣겠습니다.
인아 (김한나에게) 차에서 나가기 직전, 피고인이 김한나씨에게 뭐라고 했죠?
김한나 경찰에 간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바로 해고하겠다고 경고했어요.
인아 비정규직이니까 언제든 마음 내키면 해고 할 수 있다는 말도 했죠?
김한나 네.
그 말을 마치고 끝내 눈물을 흘리는 김한나. 억울함에 눈을 질끈 감는 부사장.
인아, 눈물 흘리는 김한나를 보며 맘 아프지만, 꾹 참고 발언 이어간다.
인아 (석규를 보며) 직장 내 성추행의 본질은 권력에 관한 문제입니다.
강만수씨에겐 있지만... 김한나씨에게는 없는 그런 권력 말입니다.
석규, 인아의 발언을 인상적으로 본다.
시간경과>
공판이 끝나고 방청객들이 퇴장한다. 박동호, 검사석의 인아에게 다가온다.
박동호 꽤 하십니데이. 그럼 다음 공판도 기대하겠심더. (돌아서는)
인아 진우 아버지 재판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박동호 (가다가 그 말에 돌아서는)
인아 진우 아버지 무죄, 제가 밝힐 거예요. 당신이 받들고 있는 남규만,
그 인간도 죗값 받게 할 거고. 당신 포함해서.
박동호 그래서 이 재판 맡으신 겁니꺼? 남규만 사장 측근 한 방 멕일려고?
인아 (대답 없이 보는)
박동호 그런 말 술술 나오는 거 보니 우리 검사님 아직 때가 덜 묻었심더.
인아 ...
박동호 쉽진 않을 깁니더. 이 놈의 세상이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데이.
여유롭게 나가는 박동호.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다 2층에서 누군가를 보게 되는 인아.
자세히 보려는데, 2층 방청객들에 가려 그 남자가 보였다 사라진다.
인아 혹시... 진우?
인아, 급하게 밖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에서-
69. 법원 로비 / 낮
로비로 뛰어나온 인아. 삼삼오오 몰려 나가는 방청객들 사이에서 진우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그때, 등 뒤에서 들리는 석규의 목소리.
석규 이 검사님!
인아 (뒤돌면)
석규 (환한 얼굴로) 오늘 재판,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아 (진우가 간 쪽 바라보며) 아직.. 재판 끝나지 않았어요.
인아, 다시 진우 사라진 쪽으로 가려는데-
석규 검사님.
인아 (돌아보면)
석규 (12씬에서 인아가 떨어뜨린 펜을 건네며) 저번에 이거...
인아 아, 감사합니다.
석규, 옅게 미소 짓는데. 급히 돌아서서 가려는 인아.
진우가 사라진 쪽 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실망하는 인아의 얼굴에서-
70. 구치소 외경 / 낮
71. 구치소 면회실 / 낮
진우와 부사장, 면회실 유리창 너머로 서로를 보고 있다. 팽팽한 기운이 감돈다.
부사장 재판을 달라는 말인가?
진우 네. 이대로 가면 재판 집니다.
부사장 내가 자네한테 재판을 맡겨야 하는 이유, 한 가지라도 대봐.
진우, 부사장을 쳐다보며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진우 첫째, 부사장님은 남규만한테 이미 버림받았습니다.
둘째, 박동호 변호사는 이길 생각이 없습니다.
셋째, 저는 재판에서 만날 강석규 판사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부사장, 여전히 진우를 못 믿겠다는 얼굴인데. 진우가 부사장에게 문서를 꺼내 보여준다.
인서트>
진우의 차 안. 조수석에 진우와 카페에서 만났던 김 부장이 앉아 있는데-
김 부장, 진우에게 문서 하나를 건네고 있다.
김 부장 이거 아직은 내부 비밀 문건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다시 현재. 부사장, 문서를 보면 ‘일호생명 차기 부사장 후보 명단’이라고 쓰여 있다.
부사장의 손이 쉼 없이 떨리고 있다. 힘없이 문서를 내려놓는다.
부사장 아냐.. 박 변이 그랬어. 남 사장이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진우 그 말이 진심이었으면 한 번쯤은 남규만 사장이 면회 왔었겠죠.
부사장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
진우 이제 부사장님은 이 재판에서 져도 일호에서 버림받고,
이겨도 일호에서 버림받는 신세가 된 겁니다.
부사장 (혼란 가득한 얼굴) ...
진우 (잠시) 강석규 판사, 2년 전 성추행사건 맡은 적 있어요. 그런데
강 판사한테 유죄 판결 받은 남자가 자신은 무고하다면서 자살했죠.
부사장 (두려움과 갈등이 공존하는) ...
진우 두 번 실수 안 하려고 가장 확실한 증거를 원할 겁니다.
전 그걸 공략할 거구요. 그리고 이인아 검사는...
부사장 (고개 들어 진우를 바라보는)
진우 ...제가 잘 압니다.
부사장과 진우, 서로의 눈빛이 오고가는 모습에서-
72. 일호그룹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73. 일호로펌 박동호 사무실 / 낮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박동호. 그 위로 남규만의 목소리가 깔린다.
남규만 (E) 박 변.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아요?
인서트>
49씬 상황이다. 사무실에 박동호와 남규만 단 둘만 있고-
남규만 여직원이 당했든 말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재판에서 지는 게
이득일까요? 이기는 게 이득일까요?
박동호 그래서... 계산기 두드러보셨습니꺼?
남규만, 잠시 말을 멈추더니 박동호를 쳐다보며-
남규만 재판 져요. 부사장을 성추행범으로 만드세요. 그게 제 지시사항입니다.
박동호 (굳은 표정으로 보는)
남규만 날 위해 의뢰인 포기하는 거.... 그거 새삼스러운 일 아니잖아요?
다시 현재다. 고민에 빠져있는 박동호 모습. 그때 편 사무장이 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온다.
편 사무장 부사장이 선임 취소를 하겠답니더.
박동호 (멈칫하더니) 뭐라꼬?
부사장 (신기한 듯) 나이가 굉장히 어린 변호사라카던데요.
박동호의 얼굴에 놀라움과 의구심이 함께 번진다.
74. 재판정 / 낮
검사석의 인아. 변호인석은 아직 비어있다. 곧이어 판사, 석규가 입장한다.
석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아직 자리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법정 문 열리면서 진우가 들어온다. 인아,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인아 진우야...!
진우가 법정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진우.
실내에서 울리는 진우의 구둣발 소리. 앳된 분위기는 사라지고, 냉철한 눈빛과 표정이
낯설 정도다. 진우, 뚫어지게 보는 인아의 시선 외면하고 변호인석에 선다.
진우 오늘부터 제가 강만수 씨 변호인, 서진우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인아를 똑바로 쳐다보는 진우. 인아, 난감함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때, 2층 방청석에 들어서는 박동호. 검사와 변호인으로 만난 인아와 진우를 지켜본다.
세 사람을 각기 분할화면으로 걸고 엔딩!
-5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