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KDrama Script: Ep9

   Remember 09

 

1. 새림동 다른 골목 / 낮

 

해결사의 뒤를 밟고 있는 인아. 급히 휴대폰을 꺼내 진우에게 건다. 진우, 전화를 받는데-

 

인아 범인 찾았어. 여기가 어디냐면...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해결사 쪽을 보면, 사라졌다!

당황하는 인아. 그때, 인아의 뒤에 나타나 뒷목을 후려치는 해결사.

 

2. 새림동 또 다른 골목 / 낮

 

갑자기 끊긴 휴대폰을 들고 소리치는 진우.

 

진우 여보세요! 왜 그래! 인아야!!

 

하지만 응답하지 않는 휴대폰. 진우, 얼굴이 사색이 되는데- 이때, 먼발치 차에서 내리는 박동호의 모습이 보인다. 패닉에 빠진 진우, 선글라스 벗으며 동네를 살피는 박동호.

 

진우, 기억의 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인서트>

7부 70씬 상황. 동네 골목. 통화하며 진우의 옆을 지나가는 해결사.

 

해결사 (조선족 말투로) 오늘 저녁, 내가 소고기 쏠게.

 

뒤이어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

 

해결사 (E) 이따 가게 건너편 고깃집으로 모이라구.

 

8부 70씬 서류에 적힌 세 곳의 주소들이 재빠르게 복기되고,

부감으로 언젠가 본 적이 있던 서울시 지도가 잡힌다.

새림동에 위치한 세 지점을 빠르게 훑는 비주얼, 세 지점을 이은 가상의 삼각형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근방의 주택, 상가들을 재빨리 스캔한다. 이내 고깃집에서 탁 멈추는

비주얼. 고깃집에서 맞은편 건물로 화면이 180도 뒤집히면, 낡은 건물 그리고,

정확히 보이는 OO시계수리점 간판!

 

3. 시계방-지하창고 / 낮

 

의자에 기대어 기절해 있는 인아. 해결사가 손목시계의 용두를 돌려 뽑으면, 낚싯줄이

천천히 빨려 나온다. 그때, 의자 맞은 편 시계 진열장 위에 올려진 인아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인아가 들고 간 인아 부의 휴대폰이다. 액정 화면에 ‘큰 딸 인아’라고 뜬다.

 

그 소리에 인아의 손가락 끝이 꿈틀대더니, 의식을 차리는 인아!

인아의 시야에 낚싯줄을 뽑고 있는 해결사가 보이고, 울리던 휴대폰 진동도 꺼져버린다.

인아, 두려움이 엄습하지만 애써 티내지 않으며-

 

인아 (노려보는) 영원히 붙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해결사, 대꾸없이 태연하게 낚싯줄을 뽑아 든다. 인아, 일어나 뒷걸음질 치려고 하지만-

 

인아 (매섭게) 누가 사주했어? 서진우에게 누명 씌우라고 한 사람, 누구냐고!

 

해결사, 아랑곳 않고 성큼 인아에게 다가와 인아의 목에 낚싯줄을 감는데. 목을 조여 오는

낚싯줄. 안간힘 쓰며 벗어나려는 인아. 의식이 희미해져 간다. 절체절명의 순간!

 

4. 다른 골목 / 낮

 

시계방으로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진우 모습. 그 위로, 와장창-

 

5. 시계방 앞 / 낮

 

유리문을 발로 차 깨부수는 박동호.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시계방 유리문이 산산조각 난다.

 

6. 시계방-지하창고 / 낮

 

해결사, 유리 깨지는 소리에 당황해 목을 조인 손을 풀고 창고 문 쪽을 바라본다.

창고문을 열고 들어오는 박동호.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인아가 박동호의 눈에 들어온다.

인아, 눈꺼풀 서서히 풀리며 이내 옆으로 쓰러지는데-

 

해결사 (경계하며) 뭬이야?

 

박동호, 기절해 있는 인아를 보더니 해결사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박동호 (인아를 한번 보고) 석주일 사장이 시키드나?

해결사 (석주일이라는 말에 수상한 눈빛을 날리는)

박동호 그 여자 놔 줘라. 아무 상관없는 여자다.

해결사 뭐하는 놈이네? ...니도 황천길 가고 싶네?

 

해결사, 순간 박동호에게 몸을 날려 주먹을 내뻗는다.

박동호, 가볍게 주먹을 피하고- 몸싸움 벌이는 두 사람.

이내 박동호가 해결사의 팔을 뒤로 꺾는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해결사.

그때, 진우가 헐레벌떡 들이닥친다. 정신을 잃은 인아가 진우의 눈에 들어오는데-

 

진우 (달려가 인아를 흔들어 깨우며) 정신차려봐! 인아야! 인아야!

인아 (눈을 서서히 뜨는)

 

진우, 의식이 돌아온 인아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인아, 목을 만지며 고통스러워하지만 이내 표정을 되찾는다.

 

인아 (힘겹게) 지.. 진우야...

진우 (안도하는)

 

해결사를 단단히 붙잡은 채, 진우를 바라보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7.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석주일이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선다. 박동호, 천천히 일어서는데-

 

석주일 (흥분해서) 동호 니, 와 일을 크게 벌리노?

내가 와 이 일 맡았는지 모르냐 이 말이다!

박동호 (차분히) 더는 행님이 그덜 대신해서 피까지 묻히는 건 원치 않습니더.

석주일 동호야!

박동호 (버럭) 와 행님은 평생 늠을 위해 더러운 일만 도맡아 하십니꺼?

이제라도 겉만큼이나 속도 참말로 뽀대나게 살 수는 없는 겁니꺼?

석주일 (잠시) 니 단디 들으라. 내는 지금까지 후회할 결정은 단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갈 길이 정해지면... 내 손에 피를 묻히는 한이 있어도

그게 옳은 결정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 말이다.

박동호 행님!

석주일 니, 내 밑에 딸린 식구만 백오십이 넘는 거 잘 알고 있재?

박동호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석주일 (단호하게) 인자 결정해라. 진우 그 놈 발목 잡혀 살 건지,

아니믄 내랑 남씨 일가 밑에서 폼나게 살 건지.

 

박동호, 대답하지 않고 무겁게 바라본다. 석주일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데-

 

석주일 (멈춰 뒤돌더니) 그래도 내가 가야할 길... 앞으로도 니랑 같이

걸어갔으면 싶다.

 

무거운 여운 남기며 나가버리는 석주일. 씁쓸한 표정의 박동호에서-

 

8. 경찰서 / 밤

 

석주일, 유치장 속 해결사(전갈남)에게 다가온다.

 

석주일 입단속 단디하세요.

전갈남 (무표정으로 서늘하게 쳐다본다)

석주일 뒷처리는 내가 할테니까 쪼매만 기다리소.

전갈남 (조소하듯 본다)

 

이 때 들어오는 곽형사.

 

곽형사 (귀찮다는 듯) 빨리 빨리 처리들 하세요.

  (혼잣말로) 깡패새끼들...

석주일 (쳐다보며 열받는 모습에서)

 

9. 경찰서 앞 / 낮

 

인아와 송 변, 연 사무장이 경찰서 입구에서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그때, 입구로 진우가 나온다. 진우 발견하자 달려가는 송 변, 그리고 연 사무장.

 

송 변 (진우를 얼싸 안으며) 내가 정말 서 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 모습을 연 사무장과 뒤에 있는 인아가 보며 미소짓고 있다. 진우, 인아에게 다가간다.

 

진우 (인아 살피며) 몸은 좀 괜찮아?

인아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이 정도가지고.... (밝게) 진우 넌?

진우 괜찮아.

연 사무장 이번에 서 변이 액션 영화 제대로 찍었지.

 

그 말에 모두들 웃음 지으며, 나란히 걸어간다.

한편 주차장 뒤에 숨어 몰래 진우와 그 일행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안 실장.

걸어 나가는 진우와 일행들을 보며, 휴대폰을 꺼내 든다.

 

안 실장 (통화하며) 서진우가 풀려났어.

 

10. 남규만의 차 안 / 낮

 

달리고 있는 남규만의 차. 남규만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이어셋으로 통화 중인데-

 

남규만 (눈빛 차갑게 굳으며) 그게 무슨 소리야?

안 실장 (E) 이인아 검사가 진범을 잡아왔어.

남규만 (버럭) 또 그 검사년이야?

 

그때, 남규만의 차 앞으로 급하게 끼어드는 경차. 남규만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앞차가 미안하다는 의미로 깜빡이를 켠다. 뒤 유리창에 붙어있는 ‘초보라서 죄송합니다.’

 

안 실장 (E) 당연히 서진우한테 내려졌던 수배령도 해제되고 (하는데)

 

남규만, 화를 참지 못해 이어셋을 내동댕이친다. 경차를 보며 분노의 악셀을 밟는 남규만.

폭발 직전의 남규만의 모습에서-

 

11. 도로 위 / 낮

남규만의 차가 앞 차를 추월하더니 진로를 막는다. 갓길에 동시에 멈추는 두 대의 차량.

남규만, 앞문을 거칠게 열면서 나온다. 뒷 트렁크로 가서 골프채를 빼든다.

섬뜩한 눈빛으로 경차를 향해 걸어가는 남규만. 경차의 여자 운전자는 겁을 집어 먹는다.

 

남규만 (경차 앞 유리창을 골프채로 내려치며) 대체! 왜! 일들을 그따위로

하는 거야!! 왜! 왜!

 

광기에 찬 남규만. 운전석에 앉아있는 여자 운전자가 하얗게 질린다.

남규만, 골프채 던지더니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휴대폰 들고-

 

남규만 (휴대폰에 대고) 박 변, 여기 와서 당장 처리해요.

 

12. 옥탑사무실 건물 앞 / 낮

 

옥탑사무실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는 진우와 인아.

 

진우 무슨 여자가 겁도 없이 혼자서 살인청부업자를 쫓아가?

인아 그럼 어떡해. 그 놈 잡아야 니가 누명 벗는데.

진우 (피식 웃고는) 다음부턴 그러지마.

 

진우와 인아, 사무실로 들어가기 위해 옆의 계단을 올라가는데-

 

13. 옥탑사무실 앞 계단 / 낮

 

진우와 인아, 계단을 올라오는데, 사무실 문 앞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

진우, 유심히 보면 전주댁 딸이다!

 

14. 옥탑사무실 / 낮

 

진우와 인아, 전주댁 딸이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있다.

전주댁 딸의 머리에는 상장이 꽂혀 있다.

 

진우 늦은 시간에 여긴 무슨 일이죠?

전주댁 딸 ...진범 잡혔다는 말, 듣고 왔어요.

 

전주댁 딸, 테이블 위에 천천히 구형 휴대폰을 올려놓는다.

 

전주댁 딸 엄마가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 휴대폰에 있는 동영상...

세상에 공개하라고 했는데...

 

진우와 인아, 침착하게 전주댁 딸을 본다.

 

전주댁 딸 아무래도... 변호사님께 드리는 게 맞는 거 같아서요.

 

진우, 테이블 위에 놓인 전주댁 휴대폰을 본다.

 

전주댁 딸 늦은 거 알지만... 지금이라도 아버님의 무죄가 밝혀졌으면 좋겠어요.

진우 (말없이 보는)

전주댁 딸 ...엄마 대신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흐느끼는 전주댁 딸. 그런 전주댁 딸을 가엾게 바라보는 진우와 인아의 얼굴에서-

 

15. 도로-갓길 / 낮

 

경차는 앞 유리가 다 부서져 있고, 이미 남규만은 떠나고 없다.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여자 운전자 곁으로 다가서는 박동호. 봉투를 슬그머니 건넨다.

 

여자 운전자 (돈 봉투 안 확인하고 놀라는)

박동호 사모님. 오늘 일, SNS나 매스컴에 나오지 않도록만 해주시면

참말로 고맙겠습니더.

 

망가진 경차와 주변을 다시 둘러 보며, 한숨짓는 박동호.

 

박동호 (혼잣말로) 내가 지금 여서 뭐하는 기고...

 

덩그러니 도로 위에 홀로 서있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16. 옥탑사무실 / 밤

 

조명이 어두운 사무실에 진우와 인아, 단 둘만 남아 있다.

테이블에 놓인 전주댁의 휴대폰을 드는 진우. 안에 있는 동영상을 재생한다.

화면 속에 전주댁이 나오자 진우, 인아 모두 긴장하는데-

 

전주댁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저는 김현옥이라고 합니다. 저는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판에서 위증했습니다.

 

진우의 눈빛이 강하게 흔들리고 있다. 옆의 인아도 놀라움과 기대감이 차오르는 얼굴인데-

 

17. 옥탑사무실-2층 / 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진우. 서재혁과 함께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을 본다.

아련한 얼굴로 사진액자를 보는 진우의 모습에서-

 

18. 서울중앙지법 / 낮

 

날이 밝는다.

 

19. 석규의 집무실 / 낮

 

석규가 다시 올라온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심 신청서류를 살피고 있다.

모니터 속, 첨부된 동영상에서 전주댁의 양심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전주댁 저는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판에서 위증했습니다.

...서재혁씨가 11월 2일 아침, 별장 휴게실에서 뭔가 숨기는 걸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날, 서재혁씨는 별장에 출근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은 모두 진실입니다.

(흐느낌 속에 연신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석규, 정지버튼을 누른 뒤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잠시 후, 신청 서류에 ‘재심개시’ 도장을 찍는다. 그 위로 앵커의 멘트가 이어지고-

 

앵커 (E) 2011년 11월 서촌에서 발생했던 여대생 강간 살인사건의 재심 개시가

오늘 최종 결정됐습니다.

 

20. 남일호 저택-복도 / 낮

 

남규만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빠르게 걸어가고 있다. 그 위로 흐르는 앵커의 목소리.

 

앵커 (E) 법원은 현재 사형수로 복역 중인 서재혁의 사건 당시 알리바이를

밝혀줄 새로운 목격자가 확보된 점, 원심때 핵심 증인이 위증을 고백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21. 남일호의 저택-서재 / 낮

 

뉴스를 보고 있는 남일호. 뒤에는 차 비서가 무표정하게 서있는데-

이때, 남규만이 들어온다.

 

앵커 한편 오늘 법정을 찾은 서진우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의미있는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화면에 진우가 나오고 있다. 남규만, 화면 속 진우를 굳은 얼굴로 노려보고 있는데-

남일호의 눈짓에 차 비서가 리모콘으로 TV를 꺼버린다. 초조해지는 남규만의 얼굴.

 

남규만 (급히 무릎 꿇더니) 아버지, 재심 제가 막을 게요.

(정신없이) 아니, 재심 제가 이길게요.

 

이때, 대답 대신 투구를 남규만 앞에 툭! 던지는 남일호.

남규만, 투구를 보고는 정신없이 남일호에게 달려들어 바지를 붙잡으며 애원한다.

 

남규만 (간절히) 한 번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아버지..

남일호 (남규만 무섭게 내려다보며) 규만이 니 뒤치다꺼리를 내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냐? 대체 언제까지!!

남규만 ...더 노력하겠습니다. (머리 조아리며) 아버지 마음에 드실 때까지...

남일호 (의미심장하게) 너도 니 에미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이번 재심

제대로 끝내. 이번 일로 우리 그룹 이름이 한 자라도 매스컴에

나오는 날엔 너도 예외 없다.

남규만 명심하겠습니다. 꼭 이기겠습니다.

 

계속 불안에 떨고 있는 남규만. 그런 남규만을 한심한 듯 보고 있는 남일호의 얼굴에서-

 

22. 인아의 검사실 / 낮

 

인아가 정산동 살인사건 파일들을 살피고 있다. 이때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홍무석.

인아, 놀라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며 일어서는데-

 

홍무석 (강하게 노려보며) 이 검사, 내 말이 장난으로 들립니까?

인아 ....

홍무석 장기 미제 사건들 살피고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새림동에는

수사관들 급파하고, 현장까지 나간 겁니까?

인아 (고개 숙이며) 장기 미제 사건 일부와 정산동 살인 사건의

연관성이 있어서 꼭 확인해야 했습니다.

홍무석 (냉소하며) 이 검사는 ‘검사동일체의 원칙’도 모릅니까?

인아 하지만 검사로서 감춰진 진실을 묵과할 수는 없었습(하는데)

홍무석 (말 끊으며) 검찰총장님을 필두로 철저히 상명하복을 지켜야 하는 것,

그게 이 조직의 생리에요.

인아 ....

홍무석 이 검사, 단단히 새겨 두세요. 이번에는 시말서 쓰는 선에서 끝나지만, 앞으로 또다시 경거망동한다면, 더 이상의 아량은 없습니다.

 

홍무석, 냉랭하게 나가버린다. 남겨진 인아의 어두운 얼굴.

이때, 수사관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인아, 전화를 받는데-

 

수사관 (E) 이 검사님, 정산동 살인사건 세부조사가 급히 덮어지려는 거 같습니다.

인아 (놀라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수사관 (E) 지금 담당 형사 선에서 조서 써서 마무리 중이라는데요?

인아 (휴대폰을 끊고는 혼잣말로) 곽 형사... 이 인간이...

 

어이없고 분노가 차오르는 인아의 얼굴에서-

 

23. 옥탑사무실 / 낮

 

진우가 겉옷을 챙겨 입으며 밖에 나갈 준비를 하는데, 송 변이 다가온다.

 

송 변 서 변, 어디 가!!

진우 아버지 보러 가려구요.

송 변 (허겁지겁 겉옷 챙겨입으며) 안 돼. 같이 가.

진우 네?

송 변 연 사무장님이 서 변 혼자 다니면 또 뭔 일 난다고,

나보고 붙어 다니래.

진우 (피식 웃으며) 괜찮아요.

송 변 아니, 내가 안 괜찮아. 그 아줌마 말 안 들으면 내가 죽어. 자! 가자!

 

진우의 등 떠밀며 가는 송 변. 웃으며 송 변과 함께 나가는 진우의 모습에서-

 

24. 남일호 저택-서재 / 낮

 

서재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남일호. 굳은 얼굴로 전화기를 든다.

 

남일호 홍 부장인가?

홍무석 (E) 안 그래도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남일호 그래.. 선수 하나 준비시켜주게.

홍무석 (E) 일호그룹 장학생 중에 한 명 골라놨습니다. 회장님 마음에 드실 겁니다.

 

전화 끊는 남일호의 무거운 표정에서-

25. 교도소 앞 / 낮

 

진우와 송 변이 교도소 앞으로 걸어간다. 이때 검정 세단 서너 대와 수행원들이 길게

도열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 앞으로 기자들과 카메라맨들도 여럿 보이는데-

잠시 후, 철문열리면 휠체어 타고 나오는 강 회장 (70대,남)

 

송 변 (그 모습을 씁쓸히 보며) 으이구. 아주 쇼를 해라. 쇼를.

진우 (멈춰 서서 보면)

송 변 저 영감탱이, 호산그룹 강 회장이잖아. 회삿돈을 300억이나 횡령했는데

판사 구워삶아서 10년 받을 거 5년 때리게 하고...것도 못살겠다고

5개월 만에 형집행정지 받아서 냉큼 나오는 거야.

 

진우의 시선에 휠체어에서 내려 차량 안으로 타고 있는 강 회장 모습이 보인다.

 

송 변 (혀를 차며) 에휴... 파킨슨병 환자 흉내내느라 고생이 많다.

아주 배우를 해도 되겠다, 되겠어. 에잇!

 

아무 말이 없는 진우, 무거운 얼굴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26. 변호사 접견실 / 낮

 

밝은 얼굴의 진우가 접견실 의자에 앉아 서재혁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서재혁이 들어서고... 한결 병세가 짙어졌다.

 

진우 (슬프지만 기쁜 얼굴) 서재혁씨... 재심이 확정됐습니다.

서재혁 (진우와 눈을 맞추려 하지 않는) ...

진우 다시 재판이 열릴 겁니다. 이번엔 꼭 (하는데)

서재혁 (잠시) 재판...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진우 (서재혁을 본다) 서재혁씨!

서재혁 (두려움에 덜덜 떠는) 그 사람이 ....내가 ...내가 죽였다고 했어요.

 

그 말에 화가 나지만 애써 참는 진우. 그러더니-

 

진우 그 사람이 죽인 겁니다. 서재혁씨한테 그 말을 한 사람이요.

서재혁 (놀라서 믿기기 않는 눈으로) 그... 그.. 사람이요?

진우 서재혁씨는 죄가 없어요. 아무 걱정 마시고 재판만 하시면 됩니다.

서재혁 (매우 조심스럽게) 제가 죽인 게 아니라구요?

진우 네.

 

그때 진우, 병세로 떨리는 서재혁의 거친 손을 보자 가슴이 울컥한다.

두 손으로 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는다. 그런 진우를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는 서재혁.

 

진우 (붉어진 눈으로) 지난 4년 동안 오늘만 기다렸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서재혁 (눈물 글썽거리는)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내 교도관들이 서재혁을 데리고 들어간다. 서재혁을 보며 눈물 흘리는 진우.

 

27. 교도소-의무과장실 / 낮

 

진우가 의무과장 앞에 무거운 얼굴로 서 있다. 그 뒤의 송 변의 얼굴도 어둡다.

반면 집무의자에 앉아 있는 의무과장의 얼굴은 태평하기만 한데-

 

진우 서재혁씨는 아들도 몰라볼 만큼 알츠하이머 상태가 심각합니다.

의무과장 (태연히 진우를 올려다보며) 그래서요?

진우 (의무기록부 보이며) 여기 보면, 최근 인지 상태 저하뿐만 아니라

복통을 호소한 횟수도 상당히 많습니다. 형 집행정지가 어렵다면,

외부의사 진찰이라도 제대로 받게 해주세요.

의무과장 (가소로운 듯) 고작 기억력이 좀 떨어지고 배가 아프다는 이유로 당신 아버지한테 그런 특혜를 달라는 겁니까? 살인자인 사형수한테?

진우 (마음을 억누르며) 저는 지금 서재혁씨의 아들이 아니라 변호사로서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겁니다.

의무과장 (탐탁치 않은 표정)

진우 그리고 이건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수용자의 처우에 대한 시행령 106조에도 명시하고 있는 거라구요.

 

이때, 뒤에서 보다 못한 송 변이 끼어든다.

 

송 변 아니 그럼, 아까 형집행정지 받고 나간 사람은 뭔데?

의무과장 (표정 굳는)

송 변 누군 환자 코스프레하면서 나가고, 누군 진짜 죽을 병 걸렸는데

최소한의 치료도 못 받고! 어?

의무과장 (당황함에 벌떡 일어나) 당신이 의사야? 그쪽은 정말 위중한 상태여서 집행정지가 떨어진 거라고! 그리고 그건 내 소관이 아니라 검사가 결정 한다는 거 몰라?

 

송 변이 욱해서 의무과장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데, 진우가 애써 막는다.

의무과장을 강하게 노려보는 진우. 주먹 쥔 진우의 손이 강하게 떨리고 있다.

 

28. 경찰서 / 낮

 

경찰서 내부로 유유히 걸어 들어오는 인아.

인아, 곽 형사 책상 앞에 탁 멈춰 서면- 형사들 일제히 쳐다본다.

 

인아 정산동 살인사건 이렇게 급히 마무리하는 이유가 뭐죠?

곽 형사 어차피 범인도 잡혔고, 증거도 명확해서 제 일을 하는 것뿐인데...

그게 뭐 잘못 됐습니까? 이인아 검사님?

인아 이 사건 용의자는 살인청부업자고, 단독으로 죽였을 리 없어요.

곽 형사 그건 여기 와서 이럴 게 아니라 당신 상관한테 가서 따져야죠.

인아 (굳은 얼굴로) 홍무석 부장검사?

곽 형사 (여유롭게) 수사지휘권은 경찰이 아닌 검사님들께 있지 않습니까?

저는 부장검사님 지시를 따르는 거고.

 

인아, 곽 형사의 마지막 말에 더는 응수하지 못한다. 인아의 눈에 힘이 들어가는데-

 

인아 당신, 이번에는 경고로 끝나지만 앞으로 내가 계속 주시할 거야.

곽 형사 (기가 찬)

인아 정산동 살인사건 함정수사, 현직 검사 미행... 더 나열해 볼까요?

곽 형사 (빈정거리는) 증거 있어?

인아 (무시하고 더 세게) 살인 미수, 강요 및 협박. 비리 청탁. 증거 인멸!!

곽 형사 (인아를 노려보는)

인아 당신한텐 이런 게 일상이죠? (여유롭게) 조심해요. 꼬리가 길면

언젠가 밟히는 법이니까.

 

팽팽한 인아와 곽 형사의 모습에서-

 

29. 법원 휴게실 / 낮

 

석규와 여경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때 채진경(40)이 그 앞을 지나가는데, 여성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묻어난다.

여경, 채진경을 보더니 환히 웃으며 금세 다가가 인사한다.

 

여경 선배님, 오늘 재판 있으세요?

채진경 (살짝 도도한) 남 검사? (잠시) 오늘 오전 오후 풀이야.

(석규 보더니) 강 판사님, 오랜만이네요?

석규 (엷은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는)

여경 지난 번 여 검사 신년 모임 때는 왜 안 오셨어요?

채진경 내가 그런 모임에 꼭 가야되나?

여경 (살짝 민망해하며) 아... 네...

채진경 조만간 따로 한 번 보자. (석규 향해) 재판 때 봐요.

 

석규, 가볍게 채진경을 향해 미소 짓는다.

채진경은 여경을 보고는 살짝 웃음 지으며 바삐 걸어간다.

 

여경 (테이블로 와서는) 오빠도 저 선배 알아?

석규 여기서도 독사로 통해.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는데

재판만 맡으면, 어떡해서든 물고 늘어져서 승소해 버리니까.

 

석규와 여경이 가볍게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에서-

 

30. 옥탑사무실 / 낮

 

소파에 마주 앉아 있는 진우와 인아.

 

인아 도움이 필요하면 말만 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할게.

진우 이번 재심... 다음은 없다고 생각해. 아버지 누명, 꼭 벗겨낼 거야.

인아 그래.. 이번 재심재판은 지난 번과는 다를 거야. 분명히.

 

진우가 인아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데-

 

인아 근데 진우야, 그동안 홍무석 관련된 자료들도 (비밀의 방 가리키며)

저 방에 다 모아뒀지?

진우 ...갑자기 그건 왜?

인아 부사장 재판 때도 그렇고, 일호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걸 수사하려고

하면, 홍무석이 일방적으로 막아버리고 있거든. 정산동 살인사건

졸속 처리도 홍무석 입김에 의한 거고.

진우 (가만히 인아를 보면)

인아 니가 말했던 더러운 음모의 연결고리, 그게 홍무석인 거 같아.

내겐 이제 심증 말고 진짜 증거가 필요하구.

진우 너무 신경 쓰지 마. 어떻게든 내가 해결할 거니까.

인아 이건 더 이상 너만의 일이 아냐. 내 일이기도 해.

 

그 말에 엷게 미소 짓는 진우. 인아도 따라 미소 짓는데-

 

31.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낮

 

진우가 인아에게 서류 뭉치들을 넘긴다.

 

진우 홍무석과 일호그룹 사이에 오고 간 비리를 기록한 자료야.

 

인아, 서류들을 하나씩 넘기며 보는데- ‘제약 리베이트 사건’, ‘자살 보험금 미지급’ 등의

일호그룹과 직접적,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건 내사 종결 자료들이다.

 

인아 이게 다... 홍무석이 한 짓들이라고?

진우 응, 모두 일호그룹을 위해 홍무석이 내사 종결한 사건들이야.

 

자료들을 검토하는 인아의 의미심장한 얼굴에서-

 

32. 교도소-의무실 / 밤

 

서재혁이 배를 움켜쥔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앞에는 의무과장이 있는데-

 

서재혁 (간절히 신음하며) 선생님, 저 좀 살려 주세요.

(배를 가리키며) 여기가... 찢어질 듯 (하는데)

의무과장 (말 끊으며 냉정히) 3729번. 꾀병 좀 그만 부려.

서재혁 (의무과장의 팔을 붙잡으며) 선생님... 정말 너무 아파요.

주사든 약이든.. 뭐라도 제발...

의무과장 (팔 뿌리치며 간호사에게) 진통제 두 알 줘서 내보내.

 

서재혁이 애원하는 눈빛으로 의무과장을 보는데, 간호사는 건조하게 진통제 두 알을

서재혁의 손에 쥐어줄 뿐이다.

 

서재혁 (다시 의무과장 앞으로 가서)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이때, 의무과장이 눈짓하자 옆에 있던 교도관 둘이 서재혁을 강하게 끌고 나간다.

끝까지 간절한 눈빛의 서재혁. 이내 문이 닫히자, 의무 과장이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데-

 

33. 남규만의 차 안 / 밤

 

일호로펌으로 가고 있던 남규만. 안 실장, 의무과장과 통화중이다.

 

안실장 네. 알겠습니다. (휴대폰 끊는)

남규만 뭐래?

안 실장 약을 먹어야 알츠하이머 진행속도를 지연시키는데...

그걸 차단하고 있대.

남규만 (비릿하게 웃으며) 그 아저씨, 약 챙겨 먹을 기억력도 없잖아.

안 실장 ...그... 그렇겠지.

남규만 (입꼬리 올리며) 그래도 기억 못하는 병이라 다행이야.

아들놈처럼 뭐든 다 기억했으면 어쩔 뻔 했냐? 안 그래?

안 실장 ....

남규만 가진 거 없는 게 죄지... 어쩌겠어.... (키득거린다)

 

안 실장, 백미러로 보이는 남규만을 몰래 노려본다.

 

34.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밤

 

책상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는 박동호.

그때, 남규만과 안 실장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박동호,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남규만을 맞이한다.

 

남규만 여어~ 박 변. 교통사고 뒤처리 깔끔하게 하셨던데.

박동호 (떫은) 밸 일 아입니더.

남규만 근데 정산동 살인사건은 왜 그 따위로 일 처리를 해서 사람 피곤하게

하는지 몰라. 서진우 잡으려고 내가 사냥개를 몇 마리나 풀었는데.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남규만을 보는 박동호. 남규만, 박동호에게 바짝 다가가는데-

 

남규만 요즘 서진우 그 새끼가 벌인 재심재판 때문에 내가 아주 예민하거든.

박동호 (똑바로 남규만을 보는)

남규만 박동호 변호사님. 사냥개면 사냥개답게 먹잇감만 물어 옵시다.

난 사냥 못하는 개는 죽여 버리니까. 그 말 하고 싶어서 왔어요.

 

남규만, 박동호의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여유롭게 나간다.

나가는 남규만과 안 실장을 보며 두 주먹을 꽉 쥐는 박동호.

 

35. 국밥집 / 밤

 

어두운 얼굴로 혼자 쓸쓸히 국밥에 소주를 마시고 있던 박동호.

그때, 탁영진과 배 형사(40대 후반)가 들어온다.

 

탁영진 (박동호 발견하고) 어! 이게 누구야! 우리 박 변 아냐?

박동호 탁 검사님...

 

웃으며 박동호에게 다가가 테이블에 앉는 탁영진과 배 형사.

 

시간 경과>

배 형사의 소주잔을 채워주는 박동호.

 

박동호 (소주잔 채워주며) 그간 말씀 마이 들었습니더. 탁 검사님이랑

친한 고향 형님이시라꼬.

배 형사 (이미 많이 취한) 에이, 내가 왜 영진이 고향 형님이야? 나 아냐!

탁영진 아이고. 저 소리 또 시작한다.

배 형사 나 배종식이, 서울서 진짜 잘 나가던 형사였는데... 어쩌다 좌천을

당해 그 촌구석에 가 요놈을 만났다 이거 아냐.

탁영진 (박동호 잔 채우며) 저 양반 술만 마셨다 하면 저 소리야.

그냥 넘겨들어.

박동호 (웃으며) 억수로 맺히셨나 봅니더.

배 형사 그럼! 내 평생 한이지. 그 교통사고만 안 팠어도 이렇게 안 살거든.

요 어깨에 무궁화 두 개는 더 달고도 남았지. 에라이!

 

배 형사, 술을 병째로 마시려는데, 탁영진이 붙잡아 말린다.

 

박동호     뭔 교통사고를 파셨길래 좌천까지 당하셨습니꺼?

탁영진 그냥 음주운전 사곤데, 이 양반이 그걸 시시콜콜 파고 들어갔거든.

근데 그게 물먹은 이유겠어? 딴 게 있겠지.

배 형사 아! 음주운전 아니라니까! 너, 술 마시고 지 아들 태우는 사람 봤어?

 

국밥을 먹다 멈칫하는 박동호. 흥분해 소리치는 배 형사를 보는데-

그 위로 어린 박동호(24)의 목소리가 들린다.

 

박동호 (E) 울 아부지 술 안 마셨다 말입니더!!!

 

36. (과거) 경찰서 / 낮

 

어린 박동호(24)가 형사를 붙잡고 소리치고 있다.

 

형사 안 마시긴 뭘 안 마셔? 술 마셨으니까 단속 피할라 했고,

그러다 신호 위반으로 사고 난 거 아냐!

박동호 형사님은 옆에 아들 태우고 술 마시는 아부지 봤습니꺼?

와 술 한 입도 안 댄 우리 아부지가 음주운전입니꺼? 예?

 

형사, 짜증내며 붙잡고 있는 박동호의 손을 뿌리치고 가버린다.

그런 형사를 보는 울분에 찬 어린 박동호의 얼굴에서-

 

37. 국밥집 / 밤

 

다시 현재. 병나발 부는 배 형사의 병을 뺏으려는 탁영진의 모습이 보인다.

박동호, 쓰린 얼굴로 소주잔을 비우는데-

 

38.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남일호와 남규만의 차량이 도착한다.

 

39. 서울중앙지검 로비 / 낮

 

남일호를 필두로 남규만, 그 뒤로 안 실장, 차 비서 이하 수행원들이 뒤따른다.

로비로 나오던 검사들이 남일호를 발견하자 고개를 꾸벅 숙여 예를 갖춘다.

절제된 동작으로 답하며 게이트로 향하는 남일호. 범접할 수 없는 압도감이 느껴진다.

남일호 일행이 다가오자 경비원은 게이트를 일제히 오픈하는데-

그 앞에 홍무석과 채진경이 서서 남일호와 남규만에게 예를 갖춰 인사하고 있다.

 

홍무석 (남씨 부자를 향해 환히 웃으며) 여기까지 몸소 와주시고. 영광입니다.

 

그 모습을 밖으로 나가던 도중 보게 되는 인아. 얼굴이 금세 굳어지는데-

 

40. 홍무석의 검사실 / 낮

 

테이블에는 찻잔들이 놓여 있고 남일호와 남규만이 홍무석, 채진경과 마주보고 앉아 있다.

 

홍무석 이번 재심재판을 맡게 된 채진경 검사입니다.

남일호 홍 검사한테 얘기 들었어요.

채진경 (고개 숙이며) 그동안 회장님께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남일호 은혜는 무슨... 돈에 휘둘리지 말고 나랏일 열심히 하라고

책값, 술값 대신 내준 거뿐이야.

채진경 이제야 조금이라도 돌려 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남일호 최초의 여자 검찰총장이 되고 싶으시다?

채진경 (웃으며) 제 첫 번째 목표만 들으셨군요.

남일호 (맘에 드는 웃음) 음... 채 검사의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 궁금하네.

내 힘껏 밀어드리겠소. 재판 잘 하리라 믿겠습니다.

 

그 말에 남일호와 채진경 번갈아 보며 말하는 남규만.

 

남규만 에이. 아버지. 설마 스물세 살짜리 변호사한테 지기야 하겠어요?

여 검사라 걱정은 되지만...

채진경 (여유롭게) 이번 재판엔 남규만 사장님 이름 나오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안심하세요.

남일호 물론 내 아들이라도 법을 어겼다면, 당연히 감옥에 가야지.

 

홍무석은 비릿한 웃음을 짓고, 남규만은 찔리지만 내색 안 하려고 애쓰는데-

 

홍무석 (잠시) 이번 재심에서도 반드시 진실이 이길 겁니다.

남규만 (그 말에 만족스럽게 웃는)

채진경 (남일호 보며 쐐기 박듯) 서재혁은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거구요.

 

남일호, 남규만, 홍무석. 세 사람이 눈으로 서로의 만족을 표시하는데-

 

41. 서울중앙지검 복도 / 낮

 

홍무석 검사실에서 나오는 채진경. 곧이어 남규만도 나온다.

 

남규만 아버지랑 홍 검사님은 술 한 잔 하러 가실 거 같고...

채진경 (남규만을 보면)

남규만 이렇게 채 검사님이 몸과 마음을 바쳐 날 지켜주신다니,

내가 감사의 뜻으로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 말야.

채진경 (여유롭게) 그럼 제가 괜찮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남규만 (만족해하며 웃는) 가시죠? 서포트 해줄 사람도 만날 겸.

 

앞장서서 가는 남규만. 그런 남규만을 따라 나가는 채진경의 모습에서-

 

42.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박동호, 의자에 기대어 앉아 책상 위 트로피(아버지 복싱)를 보고 있다.

트로피 옆엔 웃고 있는 어린 박동호(24)와 아버지의 사진액자가 보인다.

 

인서트>

4부 33씬. 트럭이 진우네 차를 들이박은 후의 상황. 정신 차리는 박동호.

운전석의 아버지는 죽었다.

 

박동호 (울먹이며) 아부지. 아부지 일어나이소. 퍼뜩 일어나란 말입니더.

 

아버지를 흔들어보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박동호 무너지듯 통곡한다.

 

박동호 이리 혼자 가믄 지 혼자 어찌살란 말입니꺼!! 일어 나이소! 제발!!!

 

/ 다시 현재. 사진액자를 보고 있는 박동호의 눈이 흔들린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액정엔 ‘남규만 사장’이라고 떠있다. 어두운 얼굴로 이를 보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43. 고급 중식집 / 낮

 

남규만과 채진경이 마주 보고 앉아 식사중이다. 이때 안으로 들어서는 박동호.

박동호, 채진경의 얼굴을 보더니 얼굴이 굳는데-

 

남규만 박 변, 늦었네요? 채 검사님, 여긴 4년 전 원심 재판 맡았던

박동호 변호삽니다.

박동호 (탐탁지 않은 얼굴로 고개 살짝 숙이는)

 

채진경도 살짝 목례하며 박동호를 차분히 바라보는데-

 

남규만 (둘을 살피더니) 어, 뭐야? 혹시 둘이 아는 사인가?

채진경 (여유롭게 요리 먹으며) 연수원 동기입니다.

남규만 (환히) 아, 그럼 더 잘 됐네. 안 그래도 재심까지 시간도

얼마 없는데. 박 변이 채 검사님 좀 많이 도와줘요.

박동호 (자리 앉으며) 지가 뭔 도움이 되겠습니꺼.

남규만 아냐. 원심 때 박 변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데.

(비릿하게 웃으며) 시작과 끝이 다른 게 아주 다이나믹했지. 안 그래요?

박동호 (자조적인) 사람 운명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거지요.

채진경 (차가운 미소로 박동호 보는)

남규만 박 변, 다른 건들은 좀 미루고 채 검사님 최대한

서포트해요. 당시 사건 자료들도 빠짐없이 넘기고...

 

차분히 식사를 이어가는 채진경. 그녀를 어두운 얼굴로 바라보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44. 고급 중식집 앞 / 낮

 

남규만의 차가 출발한다. 박동호와 채진경이 차를 향해 꾸벅 인사한 뒤 고개를 드는데-

 

박동호 참 얄궂제? 연수원 때만 해도, 니는 늘 수석이고 내는 만년 꼴찌...

니 별명이 정의의 여신 디케 아니었나... 대한민국 최고의 정의로운

여검사가 니 꿈이었고.

채진경 (박동호 바라보는)

박동호 세상이 사람을 참 많이 바꿔놨네. 니도 내도.

채진경 (잠시) 이렇게 만났다고 해서 날 같은 삼류로 취급하지는 마.

박동호 (기가 차서 웃는) 삼류?

 

채진경, 자신만만한 얼굴로 박동호 앞으로 한걸음 다가선다.

 

채진경 너는 정의를 돈을 주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 아닌가?

돈을 받고 팔았던가? 그게 그거지만... (여유로운 얼굴로)

난 아직 그 정도는 아냐.

박동호 (기분 언짢다) 남씨 집안 거들고 있는 니도 매한가지 아이가?

채진경 최소한 법정에선 당신처럼 얼굴을 바꾸진 않을 거야. 난.

그럼 또 봐 ~

 

채진경, 미소를 남긴 채 차에 올라탄다. 박동호, 채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45. 폐지노인의 집 앞 / 밤

 

녹슨 대문 앞에 진우가 서있다. 진우가 굳게 닫힌 대문을 두드리며-

 

진우 박대수씨! 박대수씨!

 

그때, 장을 보고 오는 한 이웃집 아줌마. 진우를 흘깃 보고는-

 

아줌마 그 집 어제 급히 이사 가던데.

진우 ...이사요?

아줌마 야반도주라도 하는 사람마냥 급하게 짐싸서 가더라고.

 

진우의 불안한 얼굴 위로-

 

안 실장 (E) 사례금입니다.

 

46. 차 안 / 밤

 

운전석에 앉아있는 안 실장과 조수석에 앉아있는 폐지 노인.

 

안 실장 앞으로 조용히 살아요. 영원히 입 닫고.

 

안 실장, 노인에게 두툼한 돈봉투를 건넨다. 받아들고는 냉큼 돈을 확인하는 노인의 모습.

 

47. 경찰서 밖 / 밤

 

경찰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동호. 배 형사가 경찰에서 나온다.

 

박동호 배 형사님, 여깁니더.

배 형사 (앞에 와서) 박동호 변호사님.. 무슨 용무로 여기까지?

박동호 어제 말씀하셨던 교통사고 말입니더. (잠시) 그기 혹시...

용인 쪽에서 난 사고입니꺼?

 

배 형사의 대답을 기다리는 박동호의 흔들리는 눈빛.

 

배 형사 (생각을 뒤지더니) 맞아. 용인에서 벌어진 교통사고였어.

박동호 !!

배 형사 16년 전이던가... 생수트럭이 경차를 들이 박아서 3명이나 죽었어.

트럭 운전수랑 경차에 타고 있던 가족 2명 까지.

박동호 ...혹시 그 사고 관련 자료 좀 볼 수 있겠습니꺼?

배 형사 그건 왜?

 

심각한 얼굴의 박동호의 모습에서-

 

48. 옥탑 사무실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49. 옥탑 사무실-회의실 / 낮

 

회의실에 모여 앉아 서류, 자료 등을 보며 일하는 모습의 진우, 연 사무장, 송 변.

 

송 변 이거 원...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유일한 목격자가 사라졌으니...

연 사무장 뭔가 구린내가 나. 구린내가.

 

진우, 보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연 사무장과 송 변을 본다.

 

진우 송 변호사님은 박대수씨 행방 계속 추적해주시구요.

송 변 오케이!

진우 연 사무장님은 검사 측과 관련된 조사에 주력해주세요.

연 사무장 서 변은 어디 가게?

진우 새로 확보해야할 증인이 있어서요. 다녀올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 입는 진우의 모습에서-

50. 홍무석의 검사실 / 낮

 

인아가 안으로 들어선다. 소파에는 홍무석과 채진경이 앉아 있다.

인아, 둘을 향해 목례하고 다가가 앉는데-

 

홍무석 이 검사, 채 검사를 도와 재판 하나 맡으세요.

인아 (보면)

 

홍무석이 테이블에 재판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인아가 보면,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심자료’다. 인아의 표정이 굳는다. 홍무석, 그런 인아를 비릿한 웃음 지으며 바라보는데-

 

인서트>

남규만의 차 안. 남규만과 홍무석이 뒷좌석에 앉아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규만 부장 검사님 능력이면.. 이인아 검사 그만 두게 할 수 있죠?

홍무석 제가 아직은.. 지검장도 아니고, 능력이 그 정도는 못 됩니다.

남규만 (무슨 말인가 의아한 얼굴로 보는)

홍무석 (잠시) 하지만 이 검사 스스로가 못 견뎌 검사복을 벗게 할 방책

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표정의 남규만. 엷은 미소를 띠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 다시 현재. 인아의 굳은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홍무석.

 

홍무석 (비릿하게 보며) 이 사건, 원심 검사가 나였던 건 알죠?

인아 (주저하다가) 네.

홍무석 이번 재심도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무조건.

인아 (대답할 수 없는)

채진경 채진경입니다. (손 내밀며) 잘 부탁해요.

인아 (할 수 없이 손을 내미는) 이인아라고 합니다.

홍무석 서재혁처럼 죄질이 나쁜 사형수가 재심제도를 악용해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홍무석은 인아를 비릿한 얼굴로 보고 채진경은 차가운 표정으로 인아를 보고 있다.

한편 혼란스러움에 휩싸이는 인아의 얼굴에서-

 

51.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수임된 사건 자료를 보고 있는 박동호. 곧이어 편 사무장이 들어와 서류봉투를 건넨다.

 

편 사무장 행님, 그 형사분께 받아온 용인 교통사고건 자료입니더.

박동호 수고했다.

 

인사하고 나가는 편 사무장. 박동호는 서류봉투에서 자료들을 꺼내서 한 장씩 넘겨본다.

이내 한 서류를 보고는 더 넘기질 못하는 박동호. 눈빛이 크게 떨리기 시작한다!

서류엔 피해자 ‘중상-서재혁, 서진우/ 사망-이혜선, 서영우’의 이름이 보이는데-

 

52. 채진경의 검사실 / 낮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앉은 채진경과 인아.

 

채진경 이인아 검사.

인아 (들리지만 대답하지 않는) ....

채진경 기분 이해해. 하지만 검사라도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야.

네 생각, 네 판단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인아 검사조직에서 상명하복이 중요한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개의 검사는 독립관청으로서 고유의 검찰권도 갖고 있는 게 아닌가요?

채진경 (살짝 웃으며) 자기, 꼭 말하는 게 나 어릴 때 보는 거 같네?

인아 (무슨 말인가 싶고)

채진경 (찬찬히 보며) 이 검사, 지나친 자기 확신은 언젠가 자신한테

독이 돼 돌아오는 법이야.

인아 (표정 굳는)

채진경 자기한테 많은 걸 바랄 생각은 없어. 이번 재심 겪으면, 이 검사도

자연스레 배우는 바가 많을 거고.

인아 (혼란스러운 얼굴로) 아직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채진경 (여유롭게 미소띠며) 이 검사, 많이 어리구나?

 

인아는 굴욕감을 느끼는데, 채진경이 천천히 일어서며 말을 잇는다.

 

채진경 부장검사님, 이번 결과에 따라 지검장 여부가 정해지는 건 알고 있지?

(잠시) 우리가 잘 보필해 드리자구. 오케이?

인아 (더는 말할 수 없는)

채진경 (여유롭게) 나가봐.

 

인아, 채진경과 눈이 마주치자 할 수 없이 목례를 하며 돌아선다. 굳은 인아의 얼굴에서-

 

53. 변호사 접견실 / 낮

 

서재혁이 힘겨운 걸음걸이로 접견실에 들어선다. 박동호가 앉아있다.

누군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자리에 앉는 서재혁.

 

서재혁 ...기억에 관해 제 자신을 믿지 못하니.. 쉽사리 말을 꺼내기가 힘드네요.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까?

 

4년 만에 비로소 서재혁과 대면하는 박동호. 흔들리는 눈빛으로 서재혁을 본다.

 

박동호 ...4년 전에 지가 변호했습니더. 서재혁씨를.

서재혁 아!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박동호 아입니더. 그런 말씀 마이소.

서재혁 ...변호했던 사람이 이렇게 사형수가 돼버려서....

변호사님도 그동안 힘드셨겠네요.

 

박동호의 눈빛이 흔들린다. 서재혁, 자리에서 일어난다.

 

서재혁 (힘겹게 고개를 숙이며) 그때, 고마웠습니다. 절 위해 싸워주셔서.

...그리고 죄송합니다.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지 못해서.

 

그 말에 내내 참아왔던 가슴 속 무언가가 쿵 내려앉는 얼굴의 박동호.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이 흘러내리려한다. 그 모습 보여줄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데-

 

54. 변호사 접견실 복도 / 낮

 

교도소 변호사 접견실 복도로 나오는 박동호. 그 옆으로 의무과장이 따라가고 있다.

 

의무과장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대개 본인에게 가장 가까운 기억부터 잃어갑니다.

3729번은 지금 상당히 먼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구요.

 

굳은 얼굴로 들으며 걸어가는 박동호.

 

의무과장 남규만 사장님께 안부 좀 부탁드립니다. 3729번 관리는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그 말에 갑자기 걸음 멈추는 박동호. 분노로 가득한 얼굴이다.

박동호, 의무과장의 멱살을 잡아챈다.

 

박동호 (분노로 노려보며) 다신 내 앞에서...

의무과장 (숨 막혀서 컥컥 거리는)

박동호 사람 이름... 숫자로 부르지 마소. 다시는!

 

그렇게 말하고 의무과장 내팽개쳐 버리는 박동호.

무거운 걸음을 걸어 나가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55. 일호의료원-부원장실 / 낮

 

삼각명패를 정성껏 닦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진우.

남자, 문소리에 삼각명패를 내려놓으면, ‘부원장 이정훈’이 선명하게 보인다.

남자(과거 서재혁 담당의, 이하 이정훈), 문 쪽을 향해 뒤돌아서는데-

 

진우 축하드립니다. 얼마 전 부원장으로 취임하신 거.

이정훈 다 지난 일 들추러 왔나?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

진우 다 지난 일이라.. 그럼 이것도 다 지난 일들인 건가?

이정훈 ...?

진우 정상적인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만들어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는 거.

다 알고 왔어. 그 댓가로 가족들에게 돈 꽤나 받았겠지.

이정훈 (버럭 화내며) 아니 그게 무슨 헛소린가?

 

진우, 절대기억으로 거침없이.

 

진우 2012년 9월 20일, 김동석, 망상장애, 신경증장애, 적응장애,

2013년 5월 26일, 최영순, 종교적 망상에 따른 우울증 장애,

2014년 3월 7일, 오철민, 조울증 장애,

2014년 9월 3일, 고민수, 알콜 중독 장애,

각각 86일, 132일, 205일, 307일. 당신이 빼앗은 644일, 15456시간!

이정훈 !!

진우 당신 때문에 갇힌 사람들 중에.. 탈출하려다 죽은 사람도 있는 거 알아?

이정훈 (궁지에 몰린) 원.. 원하는 게 뭔가?

진우 ...4년 전에... 위증했다는 사실을 재심에서 밝히면 깨끗이 묻어줄게.

 

진우의 결의에 찬 표정에서-

 

56. 일호생명 건물 계단 / 낮

 

편 사무장과 안 실장이 과자 한 봉지를 안주삼아 캔 맥주를 마시고 있다.

두 사람, 캔을 부딪치고는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킨다.

 

안 실장 크으... 형, 이제 털어놔 봐요. 요즘 왜 이렇게 힘이 없어?

편 사무장 아이다... 괘안타...

안 실장 뭐든 말해 봐요. 나도 맨날 남규만 그 파파보이 욕하잖아.

편 사무장 그기 말이다... 내가... (망설이다가) 아홉수거든...

안 실장 아홉수였어요? 와, 어쩐지~ 얼굴 봤을 때 딱 삼재가 낀 상이더만.

 

편 사무장, 안 실장의 말에 시무룩하게 과자를 집어먹는다.

안 실장, 아차 싶었는지 편 사무장 옆에 바짝 다가가 앉으며-

 

안 실장 그래서요? 요즘 뭐가 힘든데요?

편 사무장 요즘 우리 동호 행님한테 힘든 일 연타로 생기는 게... 내 삼재 때문에

행님까지 고로코롬 일 꼬이는 거 아인가 싶다.

안 실장 에이, 그럼 남규만 그 자식은 걸어 다니는 아홉수게? 난 규만이 만나서

하루하루가 삼재구만. (기가 찬 듯) 글쎄, 이번엔 그 자식이 서진우

직접 보러 가겠대요. 어휴...

편 사무장 (놀라며) 그러다 진짜 남 사장이 진우 죽이는 거 아이가?

안 실장 나 그래서 오늘부터 기도하려고. 제발 규만이가 사람 죽이지 않게

해주세요. 간절히 비나이다.

편 사무장 (걱정하며) 니를 보니 내는 삼재 축에도 못 끼는 거 같데이.

안 실장 그니까 형도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그런 거 믿지 마요.

편 사무장 (찌릿 안 실장 보면)

안 실장 자자, 우리 형 (입 벌리는 시늉하며) 아~

 

안 실장, 편 사무장 토닥여주며 편 사무장 입에 과자를 넣어준다.

편 사무장도 안 실장 입에 과자를 넣어주려고 하면, 안 실장이 아~ 입 벌리는데,

얄밉게 자기 입에 과자넣는 편 사무장. 이에 안 실장, 쩝하고 스스로 집어먹는 모습에서-

 

57. 인아의 검사실 / 낮

 

인아와 탁영진이 소파에 앉아 믹스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탁영진 홍 부장이 이번 재심, 너한테 맡겼다고? 채진경이랑 붙여서?

인아 이번 기회에 저를 완전히 길들이려는 거 같아요.

...아니면 완전히 아웃시켜 버리든가.

탁영진 (심각한 얼굴 되는)

인아 (어두운 얼굴로) 선배님, 저 정말 명령대로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거예요?

검사가 원하는 단 하나는 조직이 아닌 진실이라고 하셨잖아요.

 

탁영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탁영진 (인아 손 잡으며 간절히) 인아야, 니 맘 모른 거 아닌데...

이번만은 수위 좀 조절해야겠다.

인아 네?

탁영진 이번에도 니가 설치면 여러 사람 괴로워진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치고 빠질 때도 있는 거야.

인아 (당황스럽고) 선배님...

탁영진 당분간은 좀 수그리고 있자.

 

더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어두운 얼굴로 있는 인아의 모습에서-

 

58. 서울중앙지검 앞 / 밤

 

건물 앞에서 인아를 기다리고 있는 진우.

그때, 홍무석의 차가 빠져나오며 진우 앞에 멈춰선다. 홍무석, 운전석의 창문을 슥 내리며-

 

홍무석 아이구. 그 유명한 서 변호사님을 여기서 다 만나네요.

진우 (맞받아치며) 유명하기로 따지면.. 제가 검사님 상대가 될까요?

홍무석 (능글맞게) 이번 재심 재판, 이인아 검사랑 싸워야 하는 건 알고 있죠?

 

그 말에 진우의 표정이 굳는다. 그때, 홍무석 등 뒤로 인아가 나타난다.

인아와 진우, 서로를 발견하고 복잡한 얼굴 된다. 홍무석, 인아를 보더니-

 

홍무석 우리 이인아 검사, 지난 부사장 재판보다는 살살 좀 해 주세요.

아직 배움이 많이 필요하니까요. 그럼 이만.

 

홍무석, 비릿한 표정을 짓고는 떠난다. 남겨진 진우와 인아의 모습에서-

 

59. 카페 / 밤

 

진우와 인아가 마주 보고 앉아 있다. 둘 사이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인아, 불편한 기색으로 커피잔만 매만지고 있는데-

 

인아 (쉽게 말 꺼내지 못하며) 이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진우 홍무석이 시킨 거 다 알아.

인아 (주저하다) ...처음으로 검사된 거 후회 돼.

진우 재심 개시되더라도 뭐든 수월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어...

그렇게 4년을 준비해왔고.

인아 그래도 아닌 걸 알면서 어떻게 너희 아버지를 내가...

 

인아, 마음이 무거워 고개 숙인다. 그때, 들리는 진우의 말.

 

진우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인아 (고개 들어 보면)

진우 (따뜻한 얼굴로) 난 이 재판 반드시 이길 거야.

 

진우, 따뜻한 미소를 보낸다. 하지만 인아는 여전히 마음이 쓰인다.

 

60. 인아네 피자가게 / 밤

 

인아 부와 연지가 올인원 박스 상자에 제품들을 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인아 모는 홀에서 아줌마 2명과 함께 피자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그때, 피자가게 안에 들어오는 인아.

 

인아 모 아유! 우리 이 검사님 오셨네! 이 검사님~

 

인아 모가 호들갑 떨며 인아를 반긴다. 인아 모를 보며 고개를 젓는 인아 부와 연지.

 

인아 모 엄마랑 같이 수영 다니는 아줌마들이야. 인사 드려.

아줌마 1 (웃으며) 이거, 검사 딸 없는 사람은 서러워 살겠어?

 

인아 모, 웃으며 인아를 끌어당기고는 아줌마들에게 간다.

 

인아 (불편한 얼굴로) 안녕하세요...

아줌마 2 큰 딸이 검사라고 얼마나 자랑하던지. 얼굴 한 번 보고 싶어서 왔어~

아줌마 1 검사님이면 우리집 전세 문제도 해결해줄 수 있나?

인아 모 아유~ 말만 해. (인아 보며) 인아야. 도와 줄 수 있지?

인아 (불쾌한 얼굴 되지만 꾹 참으며) 못 들은 걸로 할게.

 

인아, 가려는데 인아 모가 다시 잡아 끈다.

 

인아 모 그러지말구 좀 도와줘. 니 말 한마디면, 경찰이고 공무원이고 죄다

벌벌 떨잖아. 엄마도 검사 딸 생색 좀 (하는데)

인아 (결국 참지 못하고 버럭) 엄마!! 검사한테 사건 청탁하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몰라?

 

인아의 말에 눈치 보는 아줌마들. 인아 모가 당황하며-

 

인아 모 인아야... 엄마가 (하는데)

인아 내가 이러려고 검사 된 줄 알아!

 

그렇게 말하고 감정이 끌어 오른 인아. 쌩하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61. 피자 가게 밖 / 밤

 

가게 밖으로 급하게 나온 인아. 심란한 마음, 복잡한 얼굴로 걸어 나간다.

 

62. (교차) 박동호의 차 안+남규만의 차 안 / 밤

 

어두운 얼굴로 운전 중인 박동호.

인서트>

54씬. 변호사 접견실 상황. 자리에서 일어나 박동호에게 감사 인사하는 서재혁.

 

서재혁 그때, 고마웠습니다. 절 위해 싸워주셔서. 그리고 죄송합니다.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지 못해서.

 

/ 다시 현재. 진동 소리가 들린다. 박동호, 이어셋을 귀에 꽂는데-

 

남규만 (E) 박 변~

 

/ 남규만의 차 안. 운전 중인 안 실장과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규만의 모습.

 

남규만 요즘 뭐하고 다녀요? 통 얼굴을 못 보네?

박동호 ...뭔 일 있습니꺼?

남규만 박 변 입이 좀 필요한 일이니까 빨리 와요.

불안한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놓는 박동호. 남규만, 핸드폰 끊더니 옆에 있는 안 실장에게-

 

남규만 박 변이 요즘 따라 자꾸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네.

안 실장 ...그럼 어떡할 건데?

남규만 그래도 박 변 아직 쓸모 있잖아. 서진우 그 새끼 앞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한 번 봐야지.

 

비릿한 표정의 남규만 얼굴에서-

 

 

63. 옥탑 사무실 / 밤

 

옥탑 사무실에 들어서는 남규만. 자리에 앉아 서류를 보던 진우, 남규만을 보고 일어난다.

 

남규만 (둘러보며) 그때, 말한 로펌이 이거야? (창 밖에 일호생명이 보이고)

여기서 딱 내 회사가 보이네. 이거 우연인가?

진우 (싸늘한 얼굴로 보는) 여긴 왜 왔어? 당신이 발 들여놓을 곳이 아닌데?

 

남규만, 비릿하게 웃으며 말한다.

 

남규만 내 경험에 따르면, 우연을 우연으로 해석하지 않는 게 현명한 거더라구.

진우 (여유롭게) 이깟 우연도 넘기지 못하고 여기까지 찾아온걸 보니

꽤 불안한가 보네... 아무튼 언제든 환영이야.

 

진우, 굳은 얼굴로 남규만을 쳐다본다.

 

남규만 (천천히 다가오며) 내가 뭐를 어떻게 해줘야 우리 서진우 변호사님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릴까? 돈을 바라면 돈을 주고, 자리를 원하면

자리를 주고... 아님 둘 다 줘?

진우 (여유롭게) 더 불러봐. 더.

남규만 !!!

진우 재밌네. 니 죗값 흥정하는 거.

 

강하게 응수하는 진우.

이에 남규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그때, 사무실로 급하게 들어서는 박동호.

 

남규만 (박동호 보고) 박 변, 좀 늦었네.

 

진우, 박동호를 노려본다. 이 상황을 즐기는 남규만.

 

남규만 (진우에게) 서진우 변호사님. 충고 하나만 할게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야. 박동호 변호사가 그때 재판을

왜 포기했겠어? (박동호 쪽으로 고개 돌리며) 박 변 입으로 말해 봐요.

선뜻 답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박동호. 그런 박동호를 조용히 주시하는 남규만.

 

박동호 (주저하다가 진우 보며)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재판이었다.

4년이 흘렀지만...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질 기다. 진우야.

진우 (핏발 선 눈으로) 입 다물어.

남규만 (여유롭게) 난, 너처럼 지킬 게 없는 놈들이 덤비는 게 제일 귀찮아.

인생 걸고 덤벼도, 잃어버리는 건 고작 몸뚱이 하나잖아. 근데...

(잠시) 난 아니거든.

 

여전히 흔들림 없이 서 있는 진우의 모습.

 

남규만 안 되겠네. 박 변이 설득 좀 더 해봐요. 난 갑니다.

 

남규만이 박동호의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나간다. 단둘이 남은 박동호와 진우.

 

박동호 ...진우야.

진우 (단호하게) 당신 사장한테 충분히 들었어!

박동호 ...그때 내가 못 끝낸 거... 니가 끝냈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진우 이젠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야. 당장 여기서 나가!

 

굳은 얼굴로 나가는 박동호의 뒷모습.

그런 박동호를 차가운 눈빛으로 보는 진우의 얼굴에서-

 

64. 비밀의 방 / 밤

 

비밀의 방의 자료들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는 진우 모습.

굳은 얼굴로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다.

 

65.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66. 인아의 검사실 / 낮

 

인아가 옷걸이에 걸린 검사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

이때, 문이 열리며 검사복을 입은 채진경이 들어선다. 곧바로 일어나 목례하는 인아.

 

채진경 재판이 코앞인데 설마 아직도 괜한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니지?

인아 (가만히 보면)

채진경 이 검사, 이미 세상과 이 조직의 틀은 견고하게 짜여져 있어.

그거 바꾸겠다고 애쓰면 언제나 본인만 다칠 뿐이야.

인아 전 회사원처럼 그저 조직에나 충실하려고 검사가 된 건 아닙니다.

채진경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그런 소신 있는 말은 여기 필드에서는 안 통해.

인아 (굳은 얼굴로 채진경을 보는)

채진경 이 검사, 더는 시간 끌지 말고, 내 밑으로 와 줄 서. 이건 니가

이뻐서 주는 팁이야. 외모도 경쟁력이거든. (잠시) 빨리 준비하고 나와.

 

여유로운 미소 남기며 나가버리는 채진경.

홀로 남겨진 인아, 검사복을 다시 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 드는데-

 

67. 법원 복도 / 낮

 

진우, 법원 복도를 걸어 재판정으로 가고 있다.

반대편에서 검사복을 입은 채진경이 오고 있는데- 채진경, 진우에게 다가간다.

 

채진경 재심 변호인이시죠? 채진경 검삽니다.

진우 (채진경 유심히 보면서 자신있게) 서진웁니다.

채진경 매스컴에서 최연소 변호사라고 하도 떠들어 대서 어떤 분인가 했더니

진짜 대학생 느낌이시네. 후레쉬하네요.

진우 이번 재심 제겐 특별한 재판인 만큼 절대 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채진경 그래요. 각오도 신선하시고... 좋으시네.

(여유만만) 아버지가 몸도 편치 않으신데 ...꼭 이겼으면 좋겠어요.

 

채진경, 진우를 한번 흘깃 보더니 가버린다. 진우, 채진경 돌아보며 결연한 표정에서-

 

68. 재판정 / 낮

 

진우, 변호인석에 앉는다. 반대편 검사석엔 채진경만 앉아있다.

비어있는 인아 자리를 복잡한 얼굴로 바라보는 진우.

그때, 방청석으로 박동호가 걸어 들어온다.

진우와 박동호, 서로 굳은 얼굴로 눈 마주친다.

잠시 후, 문 열리며 서재혁이 들어선다. 진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힘든 걸음으로 걸어오는 서재혁을 부축해 자리에 앉히는 진우.

 

69. 법원 복도 / 낮

 

법원 복도를 걷고 있는 인아. 검사복을 입은 모습인데-

 

인서트>

빠르게 지나가는 인아의 기억들.

51씬 홍무석의 검사실.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재심을 맡으라고 하는 홍무석의 모습.

58씬 인아의 검사실. 인아에게 탁영진이 하소연하는 모습.

59씬 인아네 피자가게 집. 아줌마들에게 검사 딸을 자랑하는 인아 모의 모습.

 

/ 다시 현재. 생각이 복잡한 얼굴로 걸어가는 인아의 모습에서-

 

70. 재판정 / 낮

 

판사 석규가 들어온다. 자연스레 검사석의 비어있는 인아 자리에 시선이 간다.

이때, 재판정 문 열리면서 들어오는 인아. 결심이 선 얼굴로 거침없이 검사석을 향한다.

 

진우 (법복 입은 인아를 보고, 복잡한 얼굴 되는)

채진경 (법복 입은 인아를 보고, 만족스러운 얼굴 되는)

 

이밖에 굳은 얼굴의 박동호, 담담한 얼굴의 석규.

검사석으로 향할 것 같았던 인아. 그러나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는다.

그리고선 보란 듯이 채진경을 쳐다보는 인아. 한 방 맞았지만, 차가운 얼굴의 채진경.

 

채진경 (휴대폰 들더니) 장 검사, 지금 내려와요. (끊는)

 

변호인석의 진우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짓는 인아. 진우도 엷게 미소 짓는다.

서재혁 향해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인아의 모습 위로 뜨는 자막.

 

자막 - 서촌 여대생 강간 · 살인사건 재심 제1차 공판기일

 

시간경과>

재판정에 설치된 스크린에 전주댁 동영상이 나오고 있다.

 

진우 살인에 쓰인 흉기를 피고인이 숨겼다고 증언했던 김현옥씨는

당시 위증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사건 당일 피고인 서재혁을

별장에서 보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석규 검사 측, 반대 의견 진술하세요.

채진경 (엄숙한 얼굴로 일어나더니) 먼저, 화면에 등장하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채진경의 의도적인 모습 지켜보는 방청석의 인아. 그리고 진우.

 

채진경 하지만 고인의 증언은 증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재판장님.

석규 이유가 뭡니까?

채진경 압박과 강요에 의한 진술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증인을 신청합니다.

 

채진경, 얼굴 가득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한 남자, 조심스럽게 통화하면서 나가고-

 

71.   남규만의 집무실 / 낮

 

책상 위에 다리를 쭉 뻗어 올리고 있는 남규만.

통화하던 안 실장이 조심스럽게 남규만에게 다가가 말하는데, 비릿한 미소 짓는 남규만.

 

72. 재판정 / 낮

 

증인석에 마트직원(20대 남)이 앉아있고, 채진경이 앞으로 걸어 나온다.

 

채진경 증인은 대형마트에서 주차장 직원으로 일하고 있죠? 그렇다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고인을 마트에서 본 적이 있습니까?

마트 직원 네.

채진경 그때 고인은 누구와 함께 있었습니까?

마트 직원 저 사람이요.

 

마트 직원, 변호인석에 앉아있는 진우를 똑바로 가리킨다. 진우의 얼굴이 굳는다.

술렁이는 방청석. 불안한 얼굴의 인아.

 

채진경 그렇다면 고인은 어떤 상황이었나요?

마트 직원 저 남자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었어요.

 

인서트>

7부 39씬. 마트 주차장. 앞에 전주댁이 있고, 진우가 굳은 얼굴로 말하고 있다.

 

진우 당신, 흔들리는 눈빛이 그 증거야. (잠시)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해요.

전주댁 (오리발 내밀며) 얘가, 지금 뭔 소릴 하는 거야? 난 할 말 없어.

(휴대폰 꺼내며) 자꾸 이러면 경찰 부를 거야.

 

/ 다시 현재. 진우의 굳은 얼굴. 박동호와 인아, 숨죽이고 재판을 지켜보는데-

 

채진경 왜죠?

마트 직원 자꾸 이러면 경찰을 부를 거라고 남자에게 말하는 걸

똑똑히 들었거든요.

 

엷은 미소를 띤 얼굴로 여유롭게 말하는 채진경.

 

채진경 증인의 증언처럼 고인을 협박해 몰아세운 남자는 바로 본 재판의

변호인입니다. (쐐기 박듯) 피고인 서재혁의 아들이기도 하죠.

진우 (굳은 얼굴로 보는)

채진경 따라서 이 재판을 이기기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게

너무나 쉽게 예상됩니다. (강조하며) 변호사가 아닌, 아들로서 말입니다!

진우 (일어나) 이의 있습니다. 지금 검사의 발언은 추측에 불과합니다.

석규 인정합니다. 검사 측, 추측성 발언은 주의해주세요. 계속하세요.

채진경 (여유로운 얼굴로) 동영상에 녹화된 고인의 음성분석 자료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채진경, 자료를 꺼내 서기에게 제출한다.

 

채진경 그래프를 보시면... 고인은 정신적인 압박을 평균 이상으로 받았다고

나옵니다. 따라서 변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강압을 통해 취득된 진술은 증거력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석규 변호인, 반론 있습니까?

진우 강압 여부의 확인을 위해 고인의 딸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시간경과>

증인석에 전주댁 딸이 앉아있고, 진우가 그 앞에 서 있다.

 

전주댁 딸 저희 엄마가 서진우씨를 만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진우씨의

강압으로 동영상을 찍은 것은 아닙니다.

채진경 (일어나서) 방금 발언은 증인의 개인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진우 증인, 그 근거는 뭐죠?

전주댁 딸 (잠시) 제가 저 동영상을 찍었으니까요.

 

그 말에 방청석이 웅성거린다.

 

전주댁 딸 (잠시) 서진우씨를 만난 그 날 밤, 엄마가 저를 불러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엄마께선 4년 전에 위증을 한 적이 있다며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눈빛 흔들리며) 그게 저 동영상이구요.

진우 ....

전주댁 딸 서진우씨는 동영상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제가 엄마의 유언에 따라 자발적으로 서진우씨를 찾아가 드린 거예요.

 

그 말에 채진경의 표정이 굳어진다. 방청석의 인아는 엷은 미소를 짓는다.

박동호도 유심히 진우를 바라보는데, 진우의 얼굴에 희망이 묻어난다.

 

석규 잠시 휴정하겠습니다.

 

73. 법원 복도 / 낮

 

진우와 인아가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인아는 평상복 차림으로 바뀌어 있다.

 

인아 (미소 지으며) 검사복 입고 방청석에 앉은 검사는 아마 내가 최초겠지?

앞으로도 없을 거 같고. (씁쓸한 미소)

진우 ... 왜... 그런 선택 한 거야?

인아 그 얘긴 나중에 차차 하자. 내 일은 신경 쓰지 말고 재판에 집중해야지.

진우 (안쓰러운 얼굴로 보는)

인아 재판에 세울 증인, 누구야?

 

그 위로 깔리는 진우의 목소리.

 

진우 (E) 원심에서 피고인 서재혁을 담당했던 의사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74. 재판정 / 낮

 

이정훈이 걸어 나와 증인석에 앉는다. 방청석의 인아, 박동호 모두 긴장하는 얼굴이다.

진우, 변호인석에서 일어나 증인석으로 다가간다. 잠시 정적이 이어지고-

진우, 발언을 위해 입을 연다.

 

진우 증인은 지금 일호의료원에서 부원장으로 있는 이 (하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부원장으로 있는 이...

 

진우, 급격히 당황하는 얼굴 되더니-

 

진우 죄송합니다.

 

진우, 기억의 방으로 들어간다.

 

75. 기억의 방 / 낮

 

54씬 상황. 일호의료원. 진우가 부원장실에 들어선다.

명패를 닦고 있던 남자, 문소리에 삼각명패를 내려놓는데-

명패에 새겨진 이름이 흐릿하다. 남자의 의사가운의 명찰을 보려는데 기억의 방에 보이는

모든 영상들이 마치 화면에 블러처리를 한 것처럼 흐릿하다.

 

그 위로 석규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명이 섞여 나오는 느낌.

 

석규 (E) 변호인, 내 말 들리지 않습니까? 변호인!

 

76. 재판정 / 낮

 

기억의 방에서 나온 진우. 새하얗게 질려있는 얼굴이다.

진우의 이상한 모습, 방청석에서 불안한 얼굴로 보는 인아. 그 뒤로 박동호까지.

 

인서트>

진우에게 고통스럽게 각인된 과거 기억들이 재빠르게 뒤섞이며 떠오른다.

-1부 61씬 장례식장. 서재혁이 오정아의 장례식장에서 형사들에게 끌려가는 장면.

-1부 70씬 법원 앞. 진우가 사람들에게 계란세례 맞는 장면.

-4부 67씬 장례식장. 진우가 오정아부 장례식장에서 절하며 죄송하다고 울먹이는 장면.

-8부 66씬 폐창고. 곽 형사가 진우에게 총을 쏘는 장면.

-4부 54씬 형사합의부 법정. 최후판결에서 서재혁에게 사형이 떨어지고, 진우가 끌려가는 서재혁과 손을 붙잡으려다 떨어지는 장면.

 

/ 다시 현재. 갑자기 들이닥친 패닉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진우.

 

석규 (다급한) 정리! 의료진 부르세요! 지금 당장!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재판정. 서재혁과 박동호도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채진경도 살짝 놀란다. 방청석에 있던 인아, 놀라 진우에게 달려가고-

쓰러진 채 눈을 뜨지 못하는 진우의 모습에서 엔딩.

 

- 9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