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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하얀 숲속, 눈밭이 움직이더니 눈을 뚫고 나오는 류환.
추위에 떨며 옆자리 눈을 헤쳐 보면 이미 얼어 죽어 있는 동료.
류환, 동료의 야전 상의를 벗겨서 입는다.
이때, 동료의 목에 걸린 군번줄이 보이자 잡아 뜯어 자신의 배낭 주머니에 넣는다.
류환의 배낭 주머니에는 피 묻고, 녹슨 동료들의 군번줄들이 가득하다.
류환, 배낭을 매고 일어나는데 들개 한 마리가 자신을 보고 있다가 다가온다.
류환을 스쳐지나가 죽은 동료의 시신을 먹는 들개.
류환, 들개와 눈이 마주친다.
류환 (NA) 우린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졌다.
2. 비파곶 해군기지 앞 [밤]
번개가 꽝 치자 류환은 어느새 엄청난 위압감의 스카페이스 태원 앞에 서 있다.
태원 우리가 다시 만나는 경우는 두 가지 뿐이다.
조국통일을 이루고 얼싸안는 형제가 되거나,
아니면, 원수가 되어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거나!
9년 동안 동무를 담당한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겠다!
(덤덤히) 듁디마라.
류환 (NA) 9년 동안 900번이나 날 죽이려 했던 사람이 죽지 말란다.
태원 듁디말고 살아서, 위대한 조국의 영광을 두 눈으로 보라!
기래두 죽어야 한다문...위대한 전설이 된 후 죽도록! 알가써?!!
류환 (이를 악물고 쉰목소리로) 주체 조국의 번영을 위하여!
인민해방 만세! 조국통일 (경례를 붙이며) 만세!!
(NA) 출정을 격려해주는 군악대도 불빛도 하나 없다.
그래도 뭔가 뜨거운 것이 울컥한다.
- 화면 F. O 되며 자막 -
‘원류환, 5446 남파 특수 공작부대 오성조 조장.
잠행명: 적벽꽃, 폭우 속에서 남조선으로 단독출정.’
3. 달동네 놀이터 [낮]
화면 F. I 되면...서울의 번화한 도심 풍경이 보인다.
- 자막 - ‘2년 후 서울’
류환 (NA) 7시 방향...아니...8시! 약 10미터 거리. 기다린다...
나는 절대 피하지 않는다!. 끝까지 기다린다...
날카로운 눈동자, 동물적 공격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류환.
류환 (NA) 지형지물 파악 완료!
류환의 눈에 들어오는 모래밭과 걸림돌.
류환 (NA) 던졌다! 날아오는 소리로 볼 때 이것은....
직경 150미리, 중량 400그람 내외의
퍽- 소리와 함께 그대로 류환의 머리를 강타하는 돌멩이.
류환 (NA) 짱돌이다.
걸림돌에 발이 걸리면서 모래밭으로 그대로 엎어지는 류환.
동네 꼬마 치웅이(남, 8세)와 그 동생 세웅이(남, 7세)가 좋아 죽는다.
치웅 아싸아! 맞았다! 이-예!
세웅 (다 먹은 소시지 껍데기를 던지며) 이거나 먹어라 이 바보 똥구야. 하하하!
한껏 들떠서 놀이터를 떠나는 꼬마 형제를 실눈을 뜨고 바라보는 류환,
덥수룩한 머리, 무릎 나온 녹색 추리닝, 맨발에 슬리퍼, 콧물자국...영락없는 동네 바보다.
류환 (NA) 간나새끼들! 언젠간 산 채로 껍데기를 베께준다.
류환, 일어나서 소시지 껍데기에 남은 좁쌀만큼의 소시지를 먹는다.
그때, 또 다시 류환의 뒤통수를 강타하는 돌멩이 하나. 퍽-
치웅 앗싸아~ 간 줄 알았지? 이 바보야. 그걸 진짜 먹냐?
깔깔대는 치웅, 세웅 형제를 보며 헤- 웃어 보이는 류환.
류환 (NA) 아직 안 간 거 다 알고 있었다...이 애송이들아...
휘청거리며 놀이터 그네 위로 쓰러지는 류환, 그네 줄에 엉키며 거꾸로 매달리고 만다.
그 바람에 바지가 벗겨지며 드러나는 류환의 팬티... 그 위로 자막
20000:1의 경쟁률을 뚫은 최후 5인. 초살무 8단, 사격 R급(저격률99.8%)
영,중,러,일어 능통. 의학, 공학, 화학 전문과정 이수.
류환 (NA) 난 최정예 스파이인데...내 남파 임무는...
달동네와 공사 중인 아파트 건물들이 거꾸로 보인다. 류환의 얼굴 위로... 자막.
‘적벽꽃 침투임무 : 남한 최하계층 마을에 바보 백수 역할로 잠입하여,
그들의 생활 형태와 정치 성향 등을 파악하며, 작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
또 날아오는 짱돌. 추리닝 바지 치켜 올리며 달동네 골목으로 도망치기 바쁜 류환.
류환 (NA) 대체....!! 어케 전설이 되라는 거네?
화면 암전되고 메인타이틀 뜬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4. 석이 슈퍼 앞 / 류환의 옥탑방 [아침]
순임(소리) 동구야! 퍼뜩 안 내려오고 뭐하나!
<석이 슈퍼> 옥탑방 창문으로 고개 내밀며 헤헤 웃는 류환 향해 잔소리하는 순임(50대 후).
순임 (빗자루 던져주며) 사람이 모자라믄 부지런이라도 해야 먹고 사는 기야!
류환 (NA) 전순임 58세 통칭 슈퍼 할매.
내 고용주!...신분을 숨기기 위해 이용 중이다.
- 옷장과 이부자리뿐인 단출한 옥탑방 안
베개 쪽에 놓인 삐삐를 확인하고, 옷장을 열어 그 안의 츄파춥스 깡통을 끌어안는 류환,
류환 (NA) 가게 잡일을 도와주는 대가로 2층 방에다 숙식을 제공!
물론 노동에 대한 보수는 따로 받는다. 한 달에...무려!!
깡통 열면, 20만원씩 돌돌 말려 묶여있는 지폐뭉치들. 부들부들 떠는 류환의 손...
류환 (NA) 20만원!! 그 동안 모은 돈 475만2천8백70원....
(옷장 안에 수북이 쌓인 건전지와 편지지, 봉투, 볼펜을 보며)
요것들 사는 데 빼고 1전도 안 썼다.
뿌듯한 표정의 류환, 깡통 제자리에 놓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류환,
류환 (NA) 고향에 돌아가면..... 난 부자다!!
휴지 한 칸을 뜯어 돌돌 말아 콧구멍을 간질이면, 으헤~ 으헤에~ 푸 헤 취!!
코 밑으로 줄줄 흐르는 콧물. 날카로운 눈빛이 급 바보표정으로 바뀌며...
5. 석이 슈퍼 앞 / 길목 [아침]
추리닝 윗도리를 주워 입으며 계단을 내려오던 류환, 발을 헛딛으며 굴러 떨어진다.
순임 허구한 날 아주! 그래갖고 어디 죽겠나? 더 굴러라 더!
계단 아래 거꾸로 처박힌 류환.... 그 위로 자막.
‘잠행 중 행동강령 : 1일 3회 이상 1인 이상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실감나게 넘어질 것’
슈퍼 앞 삼거리 길목에서 어벙하게 비질을 하고 있는 류환.
류환 (NA) 여기가 요충지. 이 지역 사람들의 오전 동선을 거의 파악할 수 있다.
유란 동구씨는 참 부지런 하세요~
반갑게 인사하는 참한 인상의 동네 처녀 윤유란(여, 20대 초반),
류환 (빨개진 얼굴로) 아... 안녕.... 헤헤...
(NA) 윤유란 22세, 중소기업 경리직 근무...너는 매일 봐도 ...참 곱다.
유란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던 류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바로 그때, 뒤통수로 날아드는 손. 퍽!!-소리와 함께 넘어지는 류환.
유준 똥구 이 시키! 우리 누나 쳐다보지 말랬지?
머리를 감싸고 아파하는 류환 앞에 서 있는 양아치스런 교복 차림의 유준(남, 18세).
유준 (유란에게 달려가며) 또 껄떡대면 죽는다. 아주!
류환 (일어나며) 헤헤... 미... 미안 ... 헤헤
(NA) 윤유준 18세 고등학생... 윤유란과 남매...
쌍간나새끼... 때가 오면 손모가질 썰어버린다.
순임(소리) 세상에... 요즘 것들은 반도 안 채워서 버린다니까.
보면, 순임이 남의 집 쓰레기봉투를 풀어 그 안에 자기 쓰레기를 꾹꾹 눌러 담고 있다.
6. 순임의 방 안 [아침]
들키지 않으려고 등지고 뭔가를 정리하는 순임, 그걸 관찰하며 국을 푸는 류환.
류환 (NA) 쓰레기 수거비용을 절약해 통장 일곱 개를 만들다니.
소금장수도 울려 보낼 녀자다.
(몰래 자신의 국그릇에 고기 하나를 더 담으며) 그러나 내 국에 고기를 늘 한 점 더 담는 걸 평생 모를 거다...후후 멍청한 할마이!
순임 (돌아보며) 뭐하고 있는 겨? 얼른 형아 깨워라.
류환 네~~ 헤헤.
류환이 두석의 방문을 열면 누워있는 두석이 말없이 주먹을 치켜든다.
그냥 가라는 손짓을 보내며 발로 방문을 닫는 두석.
류환 (NA) 조두석, 33세. 지 애미를 닮아서 성질 고약한 새끼.
7. 석이 슈퍼 [낮]
AM라디오의 늘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슈퍼 안 매대에선 졸고 있는 류환이 보인다.
이때, 세웅이가 망을 보고 치웅이가 슬그머니 들어와서 ‘천하장사’ 소시지 2개를 가져간다.
아이들이 도망치고 난 뒤,
자연스럽게 외상 장부를 꺼내 ‘웅이네 소시지 2개 1000원’이라고 적고, 다시 조는 류환.
류환 (NA) 절대 졸고 있는 건 아니다...연기일 뿐.
란(소리) 똥구!!
진짜 졸기라도 한 듯 깜짝 놀라 눈을 뜨는 류환, 시야에 들어오는 여자의 가슴에...
류환 흐억!
란 (허스키한 목소리) 할매 없지? 담배 한 보루 줘.
류환 앞에는 탱크탑과 핫팬츠 차림의 란(여, 20대 후반)이 가게를 한 바퀴 둘러본다.
류환 (NA) 란, 98일 전 한밤중에 흘러들어온 계집.
패턴을 파악할 수 없는 생활구도를 보인다.
다시 류환 쪽으로 다가오는 란, 출렁이는 란의 가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류환.
류환 (NA) 침착하자! 침착해! 시선을 떼야 한다!
저건 단지 갓난애 영양공급수단일 뿐이야!
허겁지겁 담배 한 보루를 상납하듯 두 손으로 들어 올리는 류환을 귀엽게 보는 란.
란 (손가락에 침을 찍어 그으며) 땡스 동구! 수고행!
노래를 흥얼거리며 멀어져 가는 란을 보는 류환. 외상 장부를 꺼내 적으며...
류환 (NA) 이 년아! 공화국에서 기케 입고 다니문 총살감이다!
상구 어이! 동구! 아줌니는 계신가?
우체부 상구(40대)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다 외친다.
류환(소리) 아니요~ 은행 가셨어요~ 헤헤~
8. 석이 슈퍼 앞 [낮]
나란히 평상에 앉은 상구와 류환, 하드를 쭉쭉 빨아먹는다.
상구 별 일은 읖고?
류환 인원변동 없고, 특이사항 없고, 하는 일도 늘 똑같습니다.
골목 쓸고 아침 먹고, 배달하고 점심 먹고, 가게 보다 저녁 먹고...
(허리춤에 찬 삐삐 보며) 당에선 나를 잊어버린 건 아니겠죠?
상구 ...자네 여기 온지 얼마나 됐지?
류환 736일쨉니다.
상구 아직 날짜로 세는 군...난 서른두 살에 넘어와서 16년 됐어.
이쯤 되니 모든 게 가물 해져서 오히려 편해.
씁쓸하게 미소 짓다 피식 웃는 상구.
류환 아저씨, 뭐 좋은 일 있어요? 얼굴에 화색이 도네...
상구 그래 보여? (씨익) 사실은 말야.. 얼마 전에 간부로 뽑혔어.
류환 당 간부요?!!
상구 아니...나.... 씨스타 팬클럽 총무로 추대됐어.
‘가식걸’ 들을 때마다 내 얘기 같아서 팬클럽 가입했다가 어느새...
(수줍게 율동하며) 뚜뜨르두드 가식놈~ 자네도 남조선에 재미 좀 붙여봐.
류환 재미...? (마치 한 번도 재미라는 말을 생각해보지 않은 듯한 표정)
상구 (안은 채 율동하며) 하긴...달동네 바보가 뭘 할 수 있겠어? 참.....당도 그래...
어떻게 자네 같은 최고 엘리트 요원한테....
류환 (주변을 살피며) 동무! 당의 뜻엔 다 이유가 있는 게지. 어케 기레 사고가 불온함미까? 조국 위한 임무에 크고 작음이 어뎄습미까?
날은 덥지만, 냉랭한 기운이 감돈다. 류환의 불안을 눈치 챈 상구.
상구 소좌동지 긴장하는 거 보니까 설마 오늘이 기날임네까?
류환 !!..(다급히 입을 막으며 주위를 살피는) 쉿!
상구 대단합네다. 저로선 상상도 못할...(하늘 보며) 부디 몸조심 하시라요.
류환 하늘을 보니... 파랗던 하늘을 야금야금 좀먹듯 점령하는 먹구름 떼.
9. 달동네 어느 골목길 [밤]
세차게 비가 쏟아진다. 인적 없는 골목길 빗물 웅덩이에 비친 류환의 실루엣.
류환, 후드 모자를 덮어 쓴 채 골목 어귀를 노려보고 있다.
세웅 진짜루 삼겹살 사왔어 엄마? 응? 응?
엄마 그렇다니까.
골목 어귀에 모습을 드러내는 웅이네 형제와 참한 인상의 치웅 엄마(40대 초반, 여).
류환 (NA) 일이 쉽게 풀린다. 때마침 신호도 오고 있다.
담벼락 뒤로 몸을 숨기는 류환, 회심의 미소.
류환 (NA) 철부지 꼬맹이들에겐 안됐지만, 인생의 쓴맛을 아는
노숙한 여자와 함께라면...정신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야.
비장하게 후드 모자를 젖히며 앞으로 뛰어나오는 류환, 배를 잡고 다리를 배배 꼬며
류환 으아~ 악~ 어후욱~ 나 죽네~
세웅 앗! 똥꾸다!
류환 어특해~ 어특해~
‘지금이다!’ 힐끗 세 모자의 눈치를 살피고는 갑자기 바지를 내리며 주저앉는 류환.
그런 류환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세 모자.
‘뿌직 뿌직’ 엄청난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큰일을 봐 버리는 류환.
세 모자,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 얼어붙는다.
류환 후와~ 살았네~ 헤헤..
(이제야 발견한 것처럼) 어랏? 안녕~ 헤헤 급해서 그만~ 헤헤~
훌륭히 임무를 완수한 류환의 표정이 갑자기 잿빛이 된다.
자세히 보니, 언제 왔는지 치웅 엄마 옆에 유란이 서 있는 것 아닌가!!
충격에 빠진 유란. 때마침 바람이 불어 유란의 우산이 훅 날아간다.
더 큰 충격에 빠진 류환 뒤로 번개가 꽝 친다.
사색이 된 얼굴에서 모든 걸 포기한 듯 눈물까지 맺힌 류환.
류환 뒤에 있던 전봇대가 ‘청춘 1호’이라고 써진 로켓으로 변해 날아간다.
류환 (NA) 잘가요... 청춘...
날아가는 로켓 위로 자막-
‘잠행 중 행동강령 : 2인 이상이 보는 앞에서 월1회 노상에 소변을 볼 것.
6개월에 1회, 노상에 대변을 볼 것’
10. 다음날 / 석이 슈퍼 앞 [아침]
어제의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시무룩한 표정으로 골목길을 쓸고 있는 류환.
이때 류환 쪽으로 걸어오는 유란.
류환, 태연한 척 웃으려 해보지만 잘 안 된다.
류환 (손을 흔들며) 아... 헤헤 아... 안녕...
곤혹스러운 표정의 유란, 류환을 외면한 채 빠른 걸음으로 지나친다.
멀어져가는 유란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는데...어김없이 날아오는 유준의 손.
유준 똥꾸 이 새끼! 우리 누나 쳐다보지 말랬지!
오늘부턴 그림자도 쳐다보지 마! 알았어?!!
예전과 달리, 바닥에 엎어진 채 미동도 없는 류환. 실의에 빠진 표정이다.
유준 ...어라? 야! 똥꾸! 왜 안 일어나냐? ...너무 셌나...?
류환 (NA) 할 거 했음 그냥 가! 새꺄! 혼자만의 시간 좀 갖자...
이때, 주인 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다가와 류환의 콧물을 핥아먹는다.
이때, 또 류환의 뒤통수를 텅-소리가 날 정도로 때리는 누군가.
류환,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돌아보면 ‘경찰’이라고 써진 모자를 쓰고 있는 두석이다.
두석 자알 한다. 고삐리한테도 쥐어 터지고.
너도 때리란 말야 짜샤!
주먹을 쥐고 휙-휙-입으로 소리를 내며 스파링 자세를 취하는 두석.
류환, 맞은 머리를 손으로 비비며 두석을 보며 헤- 웃는다.
류환 아프다...
두석 아프라고 때리지, 느끼라고 때리겠냐?
(스파링 자세로 류환의 코앞까지 주먹을 휙휙 날리며)
이렇게 해보라고 이렇게! 맞지만 말고 형을 상대로 한번 해봐.
(자세를 대충 취하자) 그게 아니지! 이렇게 원 투 날리고, 췻췻!
정신없는 틈을 타서 어퍼컷 빵!! 날리는 거야! 해봐!
류환, 진짜로 원투 쨉을 날린다.
두 대 맞고 어리둥절한 두석. 어이없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두석 고렇지. 계속 해!
어이없어하며 웃자 그대로 어퍼컷을 날리는 류환.
비명 지르며 만화처럼 몇 Km 날아가는 두석. (류환의 상상)
두석 뭔 생각해? 치라고! 빨리!!
순임 (가게에서 나오며) 아이구, 그만 혀, 쫌~
배달가고 청소해야 되는 놈을 언제까지 붙들어 둘 거여!
류환 ! (류환을 생각해서 만류하는 게 아닌...)
두석 엄마 이 놈은 쌈 좀 배워야 돼.
굼벵이도 밟히면 꿈틀하는데 이 놈은 맞아도 맨날 헤헤거리니...
두석, 순임 티격태격하는 사이 지나가는 상구의 오토바이. 류환을 보며 뭔가 눈짓을 하는 상구.
류환 으헤헤~ 우체부 아저씨다~~
마치 소독차 쫓아가는 시골 아이처럼 상구의 오토바이 매연을 다 마셔가며 쫓아가는 류환.
두석(소리) 저봐 저! 또 헤헤 거리잖아.
순임(소리) 아이구... 저 바보한테 누가 편지 보낸다고 맨날 저래 쫓아가누. 쯧쯧....
11. 폐창고 앞 [낮]
편지를 꺼내 류환에게 주는 상구의 표정이 어둡다.
상구 엘리트라 다르군. 당에서 자네의 지속적 요청을 들어주는 걸 보면...
류환 (상구의 표정에 긴장) 임무가 내려온 겁니까?
상구 동무, 동무는 나처럼 되지 말고, 꼭 큰일해서 돌아 가라우.
생수 한 모금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우울한 표정의 상구. 신경 쓰이는 류환.
12. 류환의 옥탑방 옥상 -> 방 안 [낮 -> 황혼]
화단에 놓인 화분을 들어 올리자 깨져있는 시멘트 바닥.
사위를 살피며 시멘트 조각을 집어 들고 그 아래에서 비닐에 싸인 뭔가를 끄집어내는 류환.
- cut to
급히 방안에 들어와 커튼 닫고, 겹겹이 비닐에 싸인 난수표를 펼쳐놓고, 떨리는 손으로 상구에게 받은 편지를 뜯어보는 순간.....잠시 멍해진 류환...
봉투 안에는 낡은 사진 한 장이 들어있다. 꼭 다문 입술의 단아한 여인의 사진이다.
멍한 류환. 눈물이 나지도 그렇다고 미소가 지어지지도 않는다.
서먹한 느낌에 얼굴과 몸 전체가 조금씩 떨리고 있을 뿐이다.
어느새 창밖에 하늘빛은 노랗게 물들고 있다.
이럴 때가 아니란 듯.. 엄마 사진을 난수표 앞에 놓고, 큰 절을 올리는 류환.
류환 오.마..니...아들 류환이...11년 만에 인사 올립니다.
엎드린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이때....
두석(소리) 동구야! 뭐하냐아! 형이 도와줄게 빨리 배달 가자! 헤이 브라더! 렛츠고우!
13. 계단 길 [저녁]
가파른 계단 길을 쌀 두 포대를 들고도 아무렇지 않게 올라가는 의욕에 찬 눈빛의 류환,
계란 한 판 들고 뒤쫓아 가면서도 헉헉거리는 두석.
14. 고영감네 하숙집 대문 앞 -> 마당 [저녁]
대문 앞에 도착해서 헉헉대는 두석. 계란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두석 너 오늘 약 먹었냐? (헉헉) 이제 교대해.
류환 (인상 살짝 찡그리자)
두석 형의 말이 곧 법이다. 몰라?! 형은 민중의 뭐다?
류환 (이를 악물고) 곰팡이!
두석 (꿀밤 먹이며) 지팡이! 지팡이! 자꾸 까먹을래?
조순경은 민중 중에서도 특히 란이씨의 지팡이가 되고 싶도다~!
“배달 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대문 열고 들어가는 두석과 뒤따르는 류환.
다닥다닥 붙은 방들을 순식간에 쓱 훑어 동향을 파악하는 류환.
두석 역시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데,
탱크탑과 핫팬츠 차림으로 목욕 바구니를 들고 욕실 문을 열고 나오는 란.
란 어머? 동구 왔네~? 안녕~
두석 저도 왔습니다... (거수경례하며) 봉사!
쌀이 하나도 안 무거워요.
고영감 (옥상에서 내려오며) 그럼 계속 들고 있어!
류환 (NA) 통칭 고영감. 65세. 15만 원짜리 월세방 4개를 소유한 동네 최고 갑부.
란 아저씨가 또 보일러 또 끈 거죠? 중간에 찬물 나왔잖아요~
고영감 찬물이 건강에 좋아! 10월인데도 이렇게 찌니 원.
란 (두석 쪽으로 다가가며) 어휴! 짠돌이 영감!
자신에게 다가오자 놀라는 두석의 표정. 란의 움직임을 따라 눈이 돌아가는 남자들.
두석 쪽으로 오다 류환에게 다가와 날계란 하나를 꺼내더니 네일아트한 손톱으로 톡톡 구멍을 내서 후루룩 마시는 란. 남자들 그 모습에 다들 숨넘어갈 듯한 표정이다.
만화 그리던 훈(20대 후)도 다급히 방문을 열고 내다본다.
그러다 마지막 한 방울이 란의 턱을 타고 가슴 쪽으로 떨어지려하자.
잽싸게 혀를 내밀어 떨어지는 한 방울을 낚아채가는 류환.
류환 떨어지면 아깝다!! 헤헤..
고영감을 비롯한 남자들 입이 전부 딱 벌어졌다가... 안도의 한숨을 쉰다.
란, 껍데기를 두석에게 주며 무슨 일이냐는 듯 이사람 저사람 쳐다본다.
란 (여전히 입벌리고 있는 고영감을 보며) 아저씨. 침!
고영감 어허! (급히 닦으며 헛기침하는) 에헴에헴...어이! 노랑머리 총각!
안에 있으면 잠깐 인사나 하지.
류환 ..... (순간 3호실 쪽을 날카롭게 보는)
고영감 (대답 없자) 새로 방 쓰는 김... 뭐시기인디 딴따라랴!
하숙집 하나에 딴따라가 둘씩이나 있네.
란 제가 왜 딴따라예요? 전 쮀즈 뮤쥐쉬언이라구요.
훈 (연필로 머리를 긁으며) 저는 딴따라로도 안쳐주는 건가요?
고영감 넌 그냥 백수고! 맨날 방구석에 틀어박혀 아무도 안보는 만화를 그렸다 지웠다..지 혼자 울었다 웃었다..쯧쯧..나 같으면 차라리 벽에 낙서를 하것다. 지기.
다들 안타깝게 쳐다보자 절망스런 표정으로 다시 방문을 닫는 훈.
다들 훈을 신경 쓸 때, 3호실 문 앞의 낯선 신발을 신경 쓰는 류환.
15. 류환의 옥탑방 [밤]
한발로 거꾸로 매달린 채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는 류환. 잔 근육이 매끈한 상반신이 보인다.
류환 (NA) 왜일까? 내 임무수행에 문제라도 있던 걸까?
(간유리 쪽 그림자를 보며) 아니문 내래 버려진 건가? 흑룡조장 리해랑.
해랑(소리) 짐승 어디 안 가는구만! 오랜만이다 원류환 동무. 문 좀 열어 보라!
류환 아흔아홉... 백!
윗몸일으키기 백 개를 채우고, 조심스레 문을 여는 류환. 하숙집에서 본 신발이 보인다.
이때, 문틈 사이로 쑥 들어오는 해랑의 가오리, 반사적으로 피하자 재차 이어지는 해랑의 공격.
류환의 눈빛이 드디어 짐승의 눈빛으로 돌아오고,
문지방 한 발을 넘어서고 막으려는 초고수들의 전광석화와 같은 경합이 처절히 이어진다.
태원(소리) 멈추라우! 인사들 하고!
- 회상 / 5446부대 훈련장
얼굴과 몸이 전부 그을려서 흰자위만 번뜩이는 소년 류환이 외나무다리 위에 서있다.
외나무다리 아래에는 사나운 사냥개들이 컹컹대고 있다.
소년해랑 아 새끼 거 뭐이가 그리 심각한 표정이네?
다른 시커먼 아이들과 달리 도시 소년 같은 피부의 해랑, 다리위에 올라와 킥을 날린다.
여유롭게 막아내는 류환, 이제야 적수를 만났다는 듯 씨익 웃으며 다시 공격하는 해랑.
류환, 또다시 막아서며 반격하면 어느새 조금 더 커진 두 사람.
류환 (NA) 우리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칠 때, 넌 놀러 나온 아이 그 자체였써.
- 다시 현재
용호상박의 혈투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해랑의 목 앞에 멈춰있는 자신의 가오리.
해랑 (피식 웃으며) 역시 넘버원- 실력 녹슬디 않았구만 기래.
몸에 힘 디간 거 좀 빼믄.
16. 류환의 옥탑방 옥상 [밤]
옥탑방 앞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해랑과 류환.
류환 왜 왔냐? 리무혁 대장 동지 아들이믄.. 평양서 기냥 자리 하나 맡을 것이지.
해랑 (담배를 꺼내 피며) !! 쪽팔리네...너도 내가 락하산인거 알고 있었구나.
심심해서 임무 좀 달랬더니 주더라.
류환 임무? 무슨 임무?
해랑 협조지시 없는데 서로 간 개별임무 묻게 돼 이써?
합동임무가 내려오기 전엔 우린 동지역 잠입 수칙대로
서로를 감시하며 대기하면 되는 기야. 잊었나? 내래 당에 보고할까?!
류환 (팔을 잡으며) 진짜야?!!! 진짜 임무를 갖고 왔냐고?
해랑 와 이래?
류환 와 널 시켜? 내가 있는데.
해랑 못 믿는 거 아니가써? 2년 동안 남조선 쌀밥 처먹은 놈을 어케 믿간?
류환 (멱살을 잡고 한 대 칠 기세로) 주둥아리 함부로 놀리지 말라!!
2년이 20년 같아써!
해랑 (멱살을 쳐내며) 내 어랬을 때 아버지로부터 5446 맨든다는 소리 듣고 들어오고 싶어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를 거다.
인생 어차피 한번 사는 거! 싸우고, 이기고, 올라서고 력사가 되야지!
(담배연기를 류환 얼굴에 후욱 불며) 나는 곧 력사를 이룩하고 갈 테니까 동무는 바보 임무나 잘 수행하라우. 오래오래!
사뿐히 1층으로 뛰어 내려가는 해랑을 어이없게 바라보는 류환.
17. 류환의 방 안 [밤]
삐삐가 고장 난 건 아닌지 흔들어 보고, 건전지도 새 걸로 갈아 끼워보는 류환.
삐삐를 확인하는데 파리 한 마리가 주변을 윙윙 날아다니자 손으로 쳐내버린다.
그대로 맞은 파리는 물 컵에 빠져 파드득 거린다.
18. 다음날 / 해랑을 미행하는 류환 [낮]
배달을 하며 해랑을 감시하고 있는 류환.
해랑이 기타를 메고 마을을 내려가고 있는 게 보인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동네를 빠져 나가는 해랑을 바라보는 류환. 표정이 굳는다.
- 박씨네 이발소 앞
자전거 타고 급히 내리막길 달리다 마침 오토바이 타고 올라오는 상구와 마주치는 류환.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타이어에 펑크가 날 정도다.
이발소 길가에서 화분의 꽃을 자르다가 펑-소리에 놀라는 박씨.
19. 강남의 대형 빌딩 앞 [낮]
택시에서 내리는 해랑. 빌딩 안으로 들어간다.
류환,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편지 몇 개를 집어든 다음 헬멧을 쓴 채로 쫓아간다.
사방의 지형을 파악하고 탈출구들을 살피며 건물로 들어가는 류환.
로비벽에 붙어 있는 입주한 업체들의 목록을 스캔하듯 한눈에 훑는 류환.
그 중에서 13층에 입주한 ‘대북방송협회’가 눈에 띈다.
해랑 따라 엘리베이터 타는 류환. 사람도 많고 헬멧 쓰고 있어 눈치 못 채는 해랑.
6층에서 문이 열리더니 우체부 한 명이 탄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류환.
다른 지역의 우체부 복장을 입은 류환을 이상하게 보는 우체부1.
우체부1 ...저기....왜 여기....
당황한 류환, 힐끔 보니 해랑은 이어폰을 꽂고 있어 못 듣는 것 같다.
류환, ‘쉿!’하라는 포즈를 취하며, 엘리베이터 문에 붙어있는
‘MC 엔터테인먼트 <4인조 락밴드 모집 오디션> 13층.’ 이라 쓰인 포스터를 가리킨다.
우체부1 (아주 작게) 아하. 화이팅!
안도하는 류환. 드디어 13층에 도착하고, 해랑이 내린 다음에 따라 내린다.
그런데, 해랑은 대북방송협회가 아니라 오디션장으로 향한다.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류환.
20. 달동네 놀이터 [낮]
웅이 형제, 입이 딱 벌어진다.
그네에 류환의 녹색 추리닝을 입은 상구의 뒷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살금살금 다가가 “똥구야 왜 돼지가 됐냐?”면서 돌멩이를 던진다.
돌아보는 상구의 눈빛은 평소와 달리 진짜 무섭다. 식겁하고 도망치는 웅이형제.
21. 오디션장 [낮]
엄청난 속주기타를 치는 긴 머리 남자. 점프하고, 현란한 제스처를 보여주는 여자.
피어싱 투성이 스킨헤드는 기타를 물어뜯으며 괴기스럽게 친다.
각각의 지원자들을 멀뚱히 보던 해랑이 무대에 오른다.
무게를 잡더니 한 음씩 치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라솔파미레도’ 이다.
해랑 이것만 알면 모든 음을 다 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는 까딱 인사하고 내려가는 해랑.
심사위원들과 후보들, 잠깐 얼어붙었다가 “뭐야?” “미친놈 아냐!” “또라이 새끼”라며 수군댄다.
객석 구석에서 류환도 몰래 보고 있다가 어이없는 듯 피식 웃는다.
22. 달동네 놀이터 [황혼]
미끄럼틀 계단에 앉아 고개 숙이고 있는 해랑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류환.
해랑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붙어서 롹커로 위장하라는 거이 당의 지시야.
류환 나보단 낫구나야.
해랑 오디션쯤이야 껌이라 생각해써. 긴데 남조선 앗새끼덜 아...거...
류환 붙으면 되지! 우리가 누구야? 무슨 일이든 해내는 공화국 전사 아닌가!
해랑 기래 손꾸락에 피나도록 연습하면 되갔지?
내래 남조선 앗새끼덜에게 진정한 인민의 롹을 보여주갔어!!
일어서서 기타를 연주하는 해랑. 엉터리 연주가 흘러나온다.
앰프서 나오는 심한 잡음을 도저히 못 들어주겠는지 류환이 슬그머니 잭을 뺀다.
해랑이 인상구기며 쳐다보자 헤헤- 바보 같은 웃음을 보이며 미끄럼틀을 내려간다.
얼른 일어나 도망가려다 멈칫하는 류환. 고무줄이 터져 바지가 내려가 있다.
23. 류환의 옥탑방 [밤]
추리닝 바지의 고무줄을 갈아 끼우고, 뜯어진 곳을 꿰맨 류환. 편지를 쓴다.
‘어머니께, 어머니 건강히 잘 계시나요. 저는 이곳에서 임무수행 잘하고 있습니다....’
이때, 누군가 다급히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급히 편지를 숨기는 류환.
세웅(소리) (문을 두드리며) 똥구야! 똥구야! 똥구~야아~. 나야 나!
류환 (혼잣말로) 밤엔 좀 쉬자. 나도 새살이 돋아야 버틸 수 있단 말이다.
세웅(소리) 안 일어나면 죽는다. 너!
류환, 마지못해 방문을 연다. 공포에 질린 세웅의 얼굴이 보인다.
세웅 이 바보야, 내가 부르면 빨랑 나와야지. 너 빨랑 우리 형아 좀 찾아봐.
류환 형아?
세웅 우리 형아가 새벽에 오줌 누러 나가서 아직도 안 들어왔단 말이야.
류환 (머리 긁으며) 잘 됐네. 헤헤..
세웅 (주먹을 날리며 우는) 바보야. 그건 잘 된 게 아니지. 왜 이렇게 머리가 나뻐?
류환 (NA) 너까지 없어져야 진짜 잘 된 거지.
세웅 아빠 돌아가고 한 번도 떨어져 본 적 없는데...아빠처럼 이제 형아 못 보면 어떡해...
류환 ......
세웅 동구야 우리 형아 좀 찾아줘. 너는 머리는 돌이지만 나보다 키가 커서 더 멀리 볼 수 있고, 다리가 길어서 달리기도 빠르잖아.
류환이 갸우뚱하며 문을 닫으려하자 세웅, 호주머니에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다.
세웅 (천하장사 소시지 내밀며) 이거 반주께...
(류환이 물끄러미 보자) 아니 전부 줄게.
24. 치웅이네 집 담벼락 앞 [밤]
랜턴으로 녹색 쪽문 옆 벽을 비춰보는 류환.
세웅 바보야! 우리 집에 왜? 형아 없다니까!
치웅이 남겨놓은 오줌자국을 살피는 류환, 오줌자국에 손을 대보는 류환.
류환 (작은 소리로) 30분 안 넘었군.
(손끝에 살짝 찍어 맛도 보더니...) 소아당뇨? 군것질 좀 줄여야 겠다.
딱딱한 흙바닥을 손으로 훑으며 살피던 류환, 급히 랜턴을 비춰본다.
류환 (중얼중얼) 실랑이한 발자국이 없는 걸로 봐서 완전 프로 솜씬데.
지붕 위로 뛰어올라 사위를 살피는 류환.
세웅 거기 언제 올라갔어??
류환 여기가 잘 보인다~ 헤헤~
세웅 잘 찾아봐!!
지붕 위에서 달동네를 내려다보는 류환.
치웅모(소리) 웅아! 치웅아~ 치웅아… 웅아……어딨니? 얼른 돌아와...
류환, 소리 나는 쪽으로 내려다보면 달동네의 골목길.
25. 달동네 골목길 [밤]
치웅모 치웅아 어딨니? 웅아!..(주저앉으며) 우리 치웅이 좀 돌려보내주세요! 제발요...
순임(소리) 어디 엄마란 사람이 자식 찾다 쓰러지나. 어여 썩 못 일어나.
그때, 치웅 엄마 얼굴로 밝은 불빛 하나가 들어온다. 웅성웅성 마을 사람들도 모여 든다.
란 (귀찮은 듯) 피부미인은 잠을 잘 자야 되는데...
빨리 경찰에 신고하는 게 안 나아요?
두석 경찰 앞에 두고 경찰에 신고한다니요? 듣는 경찰 섭섭합니다.
제가 이 작은 마을 하나 책임 못질 거 같습니까? 이시간부로 걱정은 수갑 채우십시오.
맨 앞줄에서 진두지휘하는 두석. 마을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더 나서는 두석.
두석 자자! 제가 판단했을 때는요, 범인이 멀리 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지금부터 2인 1조가 돼서 토끼몰이 식으로 찾는 겁니다. 란이씨는..저..!
란 (말 끊으며) 홀수니까 저는 혼자 찾아볼게요.
두석 위험.....그럼 유란씨가...
유란 전 제 동생하고 찾아볼게요.
유준 (유란이 끌고 가자) 아씨 귀찮어.
이 자식! 나오면 디졌어!
유란 하지 마! 그러다 겁먹고 안 나오면 어떡해?
유준 (싸가지 없게) 너는 니 얼굴 걱정이나 해.
두석, 치웅 엄마를 일으켜 가고 있는 순임을 보며, 남은 사람은 고영감 뿐임을 확인한다.
의욕 없이 몇 걸음 앞서 가던 두석, 멈칫! 한다.
두석 방금 무슨 소리 안 들렸어요?
고영감 (수줍은) 들렸어?
두석 (신나서) 네!
고영감 저녁에 보리밥을 먹고 잤더니... (배를 만지며) 속이 안 좋네...
두석 (코를 쥐어 막으며) 치웅아! 이놈아!!
- cut to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란.
란 (귀찮아하며) 이 꼬맹이 어딜 간 거야!
스마트폰을 켜서 바탕화면을 물끄러미 보다 핸드폰 후레쉬를 켜고 다시 찾기 시작한다.
26. 치웅이네 집 지붕 [밤]
마을 골목 곳곳에 후레쉬 불빛들을 비추며 치웅이를 찾는 사람들을 보는 류환,
바닥에 떨어진 꽃잎 하나를 발견한다. 이때, “팡!” 소리 난다.
- 플래시 백
자전거 타고, 해랑이 쫒다 이발소 앞에서 펑크가 날 때,
이발사 박씨가 화분의 꽃들을 꽃꽂이 가위로 자르다 놀라는 모습 떠오른다.
류환 (NA) 연변에서 와서 그렇게 안 봤는데...! 감히, 내 공작구역에서....
털 끝 하나 상했다간 당신은 죽어!! 그 꼬맹인 내가 조진다.
세웅이가 신경 쓰이는 류환, 돌멩이 하나를 들어 담 안쪽에 던진다.
집 안쪽에서 쿠당탕-소리가 나자 깜짝 놀라는 세웅.
류환 어...치웅이.. 안에 있나봐!
세웅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혀..형아!!
지붕 위를 뛰어넘으며 달리는 류환. 마을 사람들 눈에 띨 뻔하자 멈칫하며...
류환 이크! 정체를 들키면 안 되지.
옥상에 널려져 있던 빨래들을 쉭! 쉭! 낚아채며 다시 질주하는 류환,
류환이 달리는 뒤로 내려다보이는 한밤중의 수색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장관이다.
27. 이발소 [밤]
류환이 달려와 이발소 안으로 들어가려다 멈칫하고 보면....
치웅의 손을 잡은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이발소 박씨가 보인다.
박씨 여기까지 따라오면 오쩌냐? 엄마 걱정하이까 얼릉 드가라.
치웅 그럼 그 과자 주세요. 저번에도 왔다가 그냥 갔잖아요.
박씨 어? 아! 미안...이거 줄테이까니 빨리 드가라. 대신 아저씨 만난 건 비밀이다.
치웅 왜 비밀로 해야 되요?
박씨 이 아자씨 처지로는 지금 모 말하기가 그래...
치웅 처지가 뭐에요?
박씨 처지?...
류환 (창문 밖에서 보며 NA) 정말 말 못할 처지에 있는 사람도 있는데...
박씨 아자씨가 여기 사장되믄...그때...아무튼, 약속! (새끼손가락을 걸며) 남성끼린 거저 기밀이 있어야 돼.
이때, 멀리서 들리는 “변태다!!”소리.
류환이 보면, 저 멀리서 두석이가 달려오고 있다.
류환, 반대쪽으로 달아나려고 하는데.. 그쪽에선 유준이와 유란이가 다가오고 있다.
유준 꼼짝 마라!
유란 엄마야!! 저거 내 속옷인데!
류환 어?
그제 서야 제대로 보이는 류환의 모습...
터질 듯 꽉 끼는 호피 무늬 스판 에어로빅 반바지에 앙증맞은 브래지어를 차고 있고,
머리엔 급히 눈 코 입만 겨우 뚫은 검은 봉다리를 쓰고 있다.
유준, 유란과 두석, 고영감이 포위망을 점점 좁혀오자 점프하여 지붕 타고 사라지는 류환.
소란이 일자 박씨가 치웅이를 데리고 밖으로 온다.
유준 어!! 치웅이다. 치웅아?!!
두석 (박씨와 치웅이 손잡은 모습 보며) 아저씨가 저 변태새끼로부터 치웅일 구한 거죠?
박씨 어?
유란 (다가가 볼을 만지며) 치웅아 괜찮아?
(눈을 가리며) 오늘 본 건 다 잊어버려!
치웅 어...알았어...기밀로.. 할게.
유란 ....기밀? (어리둥절..)
두석 웅이 어머니!! 박씨 아저씨가 치웅이를 구했대요!!
치웅모 (맨발로 달려와 안아주며) 치웅아!! 괜찮아.
(박씨에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빨리 아저씨한테 감사합니다 해.
박씨 (난처해하며) 그..그기 아인데,,.
치웅 (박씨에게 새끼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감사합니다...
세웅(소리) 형아!!!!
세웅이가 울며 달려온다.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려는 찰나,
란, 갑자기 나타나 치웅이를 끌어안으며
란 일루와 이놈! 너 한번만 더 없어지면 이모가 혼낼 줄 알어! 알았어?
그치만 오늘은 돌아왔으니 뽀뽀해줄게! (쪽!쪽!쪽!)
두석 (부러운) 나도 유괴당하고 싶도다. (사람들이 보자) 하하하. 제가 우리 서장님한테 박씨 아저씨를 용감한 시민 상 후보로 추천해드릴게요. 다 같이 박수!!
혼자 박수치는 두석. 다 같이 서로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한밤중의 소동은 끝이 난다.
류환이 도망치는 모습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해랑이도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28. 안가 마당 -> 거실 [낮]
검은 양복의 요원들이 마당과 옥상에서 경계를 펼치고 있는 안가로 차 한 대가 급히 들어간다.
수혁 (차문을 열어주며) 여기가 제일 안전한 곳입니다.
김희관 (얼굴을 툭 치며) 조선반도에 안전한 데가 어딨네? 하찮은 새끼들!
- 거실
국정원 국장이 아이패드로 어떤 남자의 사진을 심기가 불편한 김희관(남, 50대)에게 보여준다.
국장 어제 새벽, 선생님의 심복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김희관 ......(찰칵 소리와 함께 사망사고 현장 사진 보인다)
국장 리무혁 대장이 움직이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혹시 짚이는 거 없으십니까?
김희관 (떨리는 손으로 물 컵을 들어올리며) 리무혁이 15년도 더 전에 만든 인민무력부 직속 비밀부대가 있다고 들었네.....
국장 비밀 부대요?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십시오.
김희관 당신들 굶어봤어?
국장 네에...?
김희관 (유리창 쪽으로 가며) 내가 알려준들 당신들이 감당할 수 있갔어? 부족한 거 없이 자란 당신들이 옥수수 반 토막만 주면 뭐든지 하는 걔네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29. 석이 슈퍼 앞 [낮]
음료수 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류환.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면, 불안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상구가 보인다.
류환 (주위를 살피며) 정기 접선일은 내일 아닌가요...?
상구 내일은...내래 못 올 거 같아서...
류환 ?
상구 당에서 명령이 왔어. 그만 임무 정지하고 올라오래.
류환 (화색) 정말 잘 됐네요. 귀향하니 식구들도 볼 수 있구.
올라가실 때 저희 어머니한테 쓴 편지 좀 전해 주세요.
상구 어? 그럴게..(미적미적 하다가) ...저기 말이지. 나도 부탁이 있는데....
류환 뭐든지요.
상구 자네...총 있지? 기거 한정만 좀 주라우.
류환 !!!
30. 류환의 옥탑방 안 / 옥상 / 안가 교차 [낮]
- 옥상
저격용 총을 조립하는 손. (옥탑방을 노리고 있는 건지, 안가를 노리는 건지 알 수 없다)
- 류환의 옥탑방 안
상구 류환 동무... 제발... 한 번만...
류환 무슨 일인지 알기 전엔 안 됩니다.
상구 ......(고개 숙이며) 사실은 식구들이...
공화국을 빠져나오다 잡혔어. 중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류환 ...동무, 지금... 공화국을 배신하려고 했단 말입니까?
상구 (사무치는 듯 가슴을 치며) 내래 여기 이리 오래 있을 줄은 몰랐디...
오마니 돌아가신 것도 1년 지나 겨우 알게 되고....
제일 힘든 게 뭔지 아네? 몇 년 전부턴 아무리 해도 식구들 얼굴이 생각나질 않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사진이라도 닳지 않게 아껴 볼 것을...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내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보는 상구, 사진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상구 (머리 조아리며) 좀 도와 달라우. 남조선 높은 아새끼 몇 명은 죽이고 같이 죽어야 식구들이 살 가능성이 있디 않갔네?
- 옥상
시거 케이스를 뜯자 탄알 3발이 나온다. 나침반이 붙어있는 시계를 보는 해진.
- 류환의 옥탑방
류환, 말없이 일어나 벽의 비밀공간을 열자... 권총 3개가 가지런히 있다.
상구 고맙네, 류환 동무.
상구, 다가와 권총 한 자루를 꺼내 드는데...
류환 서상구 소위! 깨끗하게 자결하라우.
상구 (류환 보며) 동무...?!
류환 어설프게 사고치는 것 보다 그 편이... 식구들이 살 가능성이 높지 않캇소?
권총을 쥔 상구의 손이 덜덜 떨린다. 천천히 입을 벌려 총부리를 겨누는 상구.
식은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 얼굴로 권총을 입에 넣은 채 잠시 망설인다.
결심한 듯 방아쇠를 당기는데...
“탕!”
- 안가
“퍽!”
소리와 함께 창문에 총알이 박힌다. 놀라 움찔하는 김희관.
곧바로 또 한 발이 날아와 금이 간 창문을 통과해 피하던 김희관의 심장을 뚫는다.
수혁(30대)과 요원들이 거실로 뛰어 들어간다.
수혁, 김희관을 몸으로 막으며 창가로 다가가 “10시 방향 건물 옥상”을 외친다.
- 옥상
창가에 다가 선 수혁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해진.
- 류환의 옥탑방
계속 방아쇠를 당기는 상구, 그러나 안에는 총알이 없다.
류환 작전 중도 아닌데 탄이 들어 있을 것 같소?
동무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그냥 남조선의 나약한 아저씨일 뿐이오!
상구 (발끈하여 달려들며) 처자식도 없는 동무가 뭘 안다고 그카네!!
몇 번의 동작만으로 상구를 벽으로 몰아 목을 조르는 류환. 괴로워하는 상구.
류환 자알 들으라우 서소위 동무!! 죽는 순간까지 공화국에 충성하라우!
위험한 일은 피하고, 악착 같이 살아서 돌아가라우!
만약 식구들이 살아 있다면...언젠가 다시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오!
심지어, 그곳이 수용소라 하더라도.
상구 (눈물을 흘리며) 류환 동무...
류환 (다시 순한 얼굴로 돌아와서) 험한 꼴 그만 보이고...
용맹한 공화국의 전사로 돌아오시죠. 아저씨!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상구. 그제야 천천히 상구를 놓아주는 류환.
- 옥상 / 계단 교차
- 총을 분해해 케이스 안에 넣는 검은 옷의 해진,
- 계단을 올라오는 국정원 요원들.
- 가방의 지퍼를 잠그는 해진.
- 요원들. 옥상 문을 박차고 나가면 해진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돌리고 있는데, 손가락에는 안전핀 두 개가 돌고 있다.
- 놀란 요원들, 급히 계단 쪽으로 피한다. 속았음을 느끼고, 다시 옥상으로 나가보면, 안전핀 빠진 소화기 두 대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발로 손잡이를 밟아서 소화기를 쏴버리는 화난 요원.
31. 안가 거실 [낮]
김희관의 시체를 보고 있는 국장. 방탄유리를 확인하고 다가오는 수혁에게
국장 도대체 어떻게 뚫은 거야!
수혁도 팔에 총알이 스쳤는지 옷이 찢어져 있다. 유난히 굵고 긴 탄알을 내보이며...
수혁 대물저격용 바렛 총을 썼습니다.
국장 방탄을 어떻게 뚫었냐가 아니라 이 집을 어떻게 뚫었냐고 임마!
김희관이 이쪽으로 옮긴지 10분도 안됐어. 우리를 손바닥 보듯 다 보고 있다는 거 아냐! 오늘 작전에 대해 누구까지 알고 있어?
수혁 저희 팀 단독 임무입니다.
국장 뭐! 싸그리 조사해봐!
수혁 (즉시 대답 않고) 국장님!! 김희관이 당했다면 성옥주도 위험한 것 아닙니까!?
국장 (아차하며 신경질적으로) 당장...성옥주 경호팀에 연락해...!
32. 석이 슈퍼 앞 [저녁]
가게 보는 무거운 표정의 류환. 기타매고 류환 앞을 지나가는 해랑.
류환 또?
해랑 (오디션 접수증을 보이며) 다앙근!
두석(소리) 늦었다니까! 오늘 야근이라고 했잖아!
순임 (따라 나오며) 그래도 한 술 뜨고 가! 니 좋아하는 북어국 끓였는데...
두석 아 됐다니까!
허둥지둥 뛰어나오는 두석. 물티슈가 건조대에 가지런히 널린 것을 보며
두석 물티슈 좀 빨아 쓰지 마.
순임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야. 이놈아.
쓸 수 있는데도 버려지는 게 아까운거지.
두석 또 저 소리!
(류환에게 불똥) 아씨...새꺄! 깨웠어야지!
류환 ......헤헤 미안...
순임 콜록-콜록- 에혀- 썩을 놈... 나랏일도 중하지만 끼닐 걸러?
두석 (달려가며 건성으로) 또 또 기침한다! 내가 병원 가보랬지?
순임 월급 한 번 안 갖다 주는 놈이 입만 살아갖구선.
동구야, 그만하고, 들어와서 밥 묵어라.
류환 네, 헤헤~
33. 순임의 방 안 [저녁]
손으로는 북어국을 퍼 담고 있지만, 시선은 밥 푸는 순임에게 가 있는 류환...
순임 밥도 고슬고슬 잘 됐고만... 쯧... 썩을 놈... 근디 동구야!
류환 네~?
순임 (밥을 건네며) 니 북어를 그리 좋아했나? 넘치겄다.
북어 건더기로 가득한 넘치기 일보직전인 국 그릇. 그리고 엄청난 양의 밥그릇.
34. 류환의 옥탑방 [밤]
바닥에 쭈그려 앉아 편지를 쓰고 있는 류환.
“오마니.. 건강하시지요?
만약, 나도 오마니와 같이 살믄 아주머니와 두석이처럼 지내구 있을까요?
매일 티격태격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이 전 부럽습니다.
저도 돌아가믄 오마니께 어리광 좀 부리고 그래도 이해해주시라요.”
자기가 쓰고도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류환, 어느새 두 장을 다 채워 편지봉투에 잘 접어 넣고,
옆에 있는 어머니 사진을 집어 든다. 사진 귀퉁이가 어느새 해져있다.
투명 지퍼백을 꺼내 사진을 담아 봉하는 섬세한 손길.
장판을 들쳐 그간 차곡차곡 쌓인 편지들 위에 사진을 올려놓는다.
그때-
순간 불이 꺼지며 사방이 어둠에 휩싸인다.
어둠 속에서 표정이 싸늘해지는 류환.
류환 지금... 누구 머리에 총구녕 대고 있는지 알간?
스윽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그림자, 해진(남. 10대 후반)이다.
류환의 관자놀이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해진.
류환 고개를 돌려 총부리를 미간에 갖다 대며 어둠 속 해진을 노려본다.
류환의 시선으로 보이는 손목시계. 나침반이 붙어 있는 시계다.
류환 위에서 온 거가? 소속 대라.
해진 동무는 남파임무에 아무런 실수가 없다고 생각하시오?
류환 한 번 더 기회를 주갔어. 소속을 대라.
그 말에 살짝 긴장하는 해진, 둘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류환 당기면 동무는 죽어.
순임(소리) 동구야~ 동구 자나?
순간 멈칫하는 류환, 그런 류환의 반응을 살피는 해진.
순임(소리) 낼 아침에 물건 일찍 온다니께 퍼뜩 일나야한다~ 자나~?
자는 갑네...썩을 놈. 콜록~ 에고고...
해진 오성조 제3조장 원류환. 저 남조선 애미네 걱정이라도 하는 거요?
류환 내가 왜 저따위 늙은 애미네를 걱정하나?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류환, 순임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다시 해진에게 집중한다.
시선을 류환에게 두고, 총을 겨눈 채 천천히 뒷걸음질하며 움직이는 해진.
해진 공화국의 명예가 걸려 있소. 동무의 존재를 잊지 마시오. 조장 동무.
해진, 문을 열고 재빨리 사라진다. 뒤쫓는 류환.
35. 달동네 집들의 옥상 위 [밤]
평평한 곳을 골라 디디며 능숙하게 옥상과 지붕을 타고 넘는 해진.
그런 해진을 필사적으로 뒤쫓던 류환, 기우뚱 뒤쪽으로 몸이 기울며 균형을 잃고 만다.
비틀거리며 휘청거리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는 류환.
류환 간나새끼... 뭐가 저리 날래네?
류환, 저만치 멀어진 해진을 바라보고 있는데,
란 야~ 동구!! 너 뭐야~!
지붕 아래서 류환을 올려다보고 있는 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린다.
란 방금 뭐가 휙 지나간 거 같은데! 뭐지? (하며 해진이 쪽을 보려하자)
류환 (내려와 시선을 막으며) 아..아닌 거 같은데..
란 너 잘 만났다. 나 따라와~!!
36. 상구의 아파트 안 / 엘리베이터 안 [밤]
- 상구의 아파트 안
TV화면-예술을 통해 북한의 인권현실을 알리겠다며 자선공연을 진행하던 성옥주가 연주회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켰다고 말하는 아나운서.
“연주하다 갑자기 쓰러졌어요”라고 말하는 모자이크 처리된 관람객의 인터뷰가 나온다.
정확한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지만 독살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하는 기자.
눈물을 흘리며 뉴스를 보고 있는 상구. 주변엔 소주병도 보인다.
- 엘리베이터 안
올라가기 시작하는 엘리베이터 불빛 1층, 2층, 3층, ...
4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해진 보인다. 엘리베이터 양 벽면 거울에 반복되어 비치는 해진.
37. 달동네 놀이터 [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캔 맥주를 들고 있는 란과 류환.
류환은 방금 전 찾아온 의문의 공작원 때문에 이따금 주변을 살피고 있고,
란은 많이 취해서 혀가 꼬부라져 있다.
란 마시라니깐~!!
류환 난...술 못 마시는데.. 많이 마셨어?
란 완전 꽐라 됐어. 오늘, 기획사에서 드디어 내 음반을 내주기로 했거든.
류환 ....정말?!
란 근데....5천 만 원을 가지고 오랜다....
동구야!...내 노래 한번 들어볼래? 나한테 꼭 그런 돈이 있어야 하는지 봐줘.
노래를 부르는 란....술이 취해서 그런지 혀가 꼬부라져 진짜 들어주기 힘들다.
란, 노래를 다 부르고는 기대된다는 눈빛으로 류환을 본다.
류환 5천만 원 꼭 구해.
란 그렇지? (시무룩해지는) 돈 걱정 좀 안 하고 살아봤으면 좋겠다.
나는 세상에서 돈이 제일 무서워. 동구 넌?
류환 나?... 웅이 형제.
란 아니...그런 거 말고 진짜 걱정이나 두려운 거 없어?...동구는 바보라서 걱정도 고민도 하나도 없나 부다. 애써 괜찮은 척 할 필요도 없고....
에이 좋다! 술도 취했겠다. 지금부터 비밀 교환타임.
류환 ??
란 내 이름은...란! 사실 본명은 허점란! 방년 25세!
나름 뼈대 있는 집안 출신이야. 딩동뎅~ 부모님 두 분 모두 교육자!
류환 ....?
란 그리고, 나는... (한손을 번쩍 들며) 나, 허점란은!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류환 ....!! (란을 다시 보는)
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그런데 7년 동안 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이 못 만나게 하거든요~ 헤헤.
류환 .....
란 어지럽다! 자 이제 동구 니 차례!
중얼중얼 대다 류환의 어깨에 기대어 바로 잠드는 란. 손에 쥐고 있던 전화기를 떨어뜨린다.
란의 전화기를 주워 바탕화면을 보는 류환. (어떤 화면인지는 보이지 않음)
류환, 전화기를 넣어주고, 달을 쳐다보며.
류환 나......방동구...
아니 원류환...24세.....나는...간첩입니다.
38. 상구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밤]
다시 3층...2층...1층... 멈춰서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밖으로 나오는 해진, 피가 튄 얼굴.
39. 고영감네 하숙집 대문 앞 [밤]
낑낑대며 란을 업고 오는 류환, 하숙집 대문 앞에서 기타연습 하고 있는 해랑을 본다.
해랑 어이쿠~야~ 떡실신 됐구만! 바본척 하면서 할 건 다 하나봐?
류환 (란을 내리며) 하긴 뭘 해? 왜 시끄럽게 밤에 기타 연습이네?
해랑 야! (억지로 란을 받으며) 내가 지금 딴 사람 생각하게 됐네?
이때 갑자기 좀비처럼 스윽~ 몸을 일으켜 세우는 란. 당황하는 둘.
순간, ‘복어 입’이 되는 란. 불길한 예감이 든 해랑, 그러나 이미 늦었다.
왜엑......하고 해랑의 몸에 들이붓는 란의 토사물. 피하며 웃는 류환.
- cut to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해랑. 대문 앞 청소를 마무리하는 류환.
류환 근데, 너한텐 누구 안 왔냐?
해랑 감시하러 보냈구만. 윗대가리들은 원래 우릴 다 안 믿어.
고향 떠난 연어가 불안한 거지.
류환 연어?
해랑 모르네? 윗대가리들은 말이야, 우리를 ‘연어’라고 불러. 고향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연어처럼 큰일을 하고 돌아오라는 뜻이라나 뭐라나...
류환 .......재밌구만.
해랑 기케 생각해? 하긴, 목숨을 걸고 물길 거슬러 가는 거이 비슷하긴 하디.
류환 .......비도 오는데 들어가 자라. 난 간다.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진다.
해랑 원소좌 동무!
류환 ?
해랑 기거 알아? 연어는...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서, 산란을 마치믄...
류환 ?
해랑 죽어.
류환 ...
해랑 이제 알가서? 왜 우릴 기케 부르는지...
말없이 마주 보는 두 사람. 빗방울이 굵어진다.
류환 동무. 다들 그 정도 각오는 돼있는 거 아닌가?
난 당에서 오마니만 잘 살펴 준다면... 목숨 따윈 얼마든지 내놓갔어.
멀어지는 류환을 바라보는 해랑.
해랑 (혼잣말로) 동무는... 바로 그게 문제야...
40. 마을 길 -> 류환의 옥탑방 옥상 [밤]
생각에 잠긴 채 비를 맞으며 마을길을 걷는 류환.
옥상에 올라와 평상에 누워 두 팔 벌려 비를 맞는다.
류환 어머니...어마니....오마니....오마니...
류환(6세,소리) (6세 정도의 소리로) 오마니! 뭘 기케 봐!
류환모(소리) 우리 아들은 어트케 똥까지 이케 곱네?
류환(6세,소리) 웩!
류환모(소리) (웃으며) 정말이야 야. 긴데, 류환아...
너 탁아소서 자꾸 1등하문 안 돼.
류환(6세,소리) 왜요 오마니?
류환모(소리) 너무 잘하면 너 혁명전사로 뽑혀 가......엄마랑 떨어지게 된다..
빗물에 섞여 나오려는 눈물을 이를 악물고 참으며....
류환 죄송해요.... 오마니..
41. 다음날 / 류환의 옥탑방 [아침]
아픈 류환에게 죽을 떠먹이는 순임.
순임 아 그래 뭐한다고 아침까정 비를 처 맞고 누워있어?
아무 걱정 말고 푹 쉬어. 일 빠진 건 월급에서 까면 되니께.
죽을 먹다가 사래 걸리는 류환.
42. 국정원 원장실 안->문앞->안 [낮]
태블릿 피시가 연결된 프로젝터 화면 위에 띄워져 있는 김정은의 사진.
정파별로 묶인 북한 권력부의 중요 인물들 사진과 관계도가 나타난다.
김희관, 성옥주 등 죽은 사람들은 X표시가 되어있다. 전부 리무혁 라인이다.
수혁 이상 결론적으로 김정은에 대한 당과 군의 충성 경쟁 속에서 입지가 좁아진 리무혁이 5446을 통해 직접 암살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원장 5446?
수혁 김정일과 리무혁이 만든 특수 공작 비밀부대입니다.
국장 김정일 사후 리무혁은 아직 그 존재를 김정은에게 보고하지 않아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서수혁 팀장 주도하에 5446 전담팀을 구성했습니다.
원장 알겠네. 국장은 잠깐 남고.
수혁 네. 알겠습니다.
원장 (수혁 나가자) 김정은은 남북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어.
원장실 문 앞
원장실 문을 닫다가 서류를 떨어뜨리는 수혁. 줍다가 문틈으로 대화를 엿듣게 된다.
원장(소리) 나쁘지 않게 흘러가고 있으니.. 일단 우리 쪽만 안 다치게 해. 손안대고 코풀 수도 있잖아.
국장(소리) 알겠습니다. 원장님. 더 유리한 카드로 쓰실 수 있게 만들어 놓겠습니다.
대화내용에 살짝 인상이 구겨지는 수혁. 비서가 쳐다보자 더 머무르지 못하고 간다.
43. 달동네 골목길 -> 석이 슈퍼 앞 [낮]
달동네의 곳곳을 자전거로 배달 다니는 류환, 모든 사람들에 꼬박꼬박 인사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을 땐 날카롭게 주변을 살핀다. 석이 슈퍼로 돌아오는데...
유준(소리) 똥꾸야! 너 이 시끼! 아프다며!
류환 돌아보자, 유준 옆에는 교복을 입은 누군가 서 있다. 해진이다.
놀라는 류환. 해진도 물끄러미 바라보다 시선을 떨어뜨린다.
유준 아프면 안 되지 임마! 니가 아프면 내가 누굴 때리냐? 그치?
참, 첨 만났으니까 둘이 인사해.
(해진을 가리키며) 이놈은 새로 생긴 학교 꼬붕~
이놈은 똥구라고 우리 동네 똘마니야!
꼬붕과 똘마니 인사! 실시!
해진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아... 안녕하세요...
류환 (얼떨결에) 아...안..녕?
유준 하하!!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꼬붕된 기념으로 내가 쏜다~!!
류환의 시선으로 보이는 해진의 손목시계. 나침반이 붙어 있는 시계다.
이때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 그러나 지나가는 우체부는 상구가 아니라 딴 사람이다!
류환 아저씨...
가게 안에서 과자를 고르며 우체부에게 다가가 대화하는 류환을 몰래 바라보는 해진.
우체부와 대화를 끝내고 해진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류환.
44. 달동네 골목길 [밤]
헤드폰을 귀에 꽂은 채 걷고 있던 해진, 멈춰 선다.
해진 (헤드폰을 빼며)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골목 끄트머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자, 류환이다.
류환 니가 죽였냐?
해진 그 동무가 그리 중요합니까?
류환 질문에 답하라.
해진 ...칼로 자결을 시도했습니다. 살려서 보내라는 명령이 있어서 무력으로 제압 했습니다. 지금쯤 위로 향하고 있을 테니... 죽어도 위에서 죽겠죠.
류환 대체 니 임무가 뭐냐?
해진 서상구 동무가 하던 역할은 이제 제가 합니다...
류환 뭐? 조원 주제에 니가?
해진 전 예전의 꼬마가 아닙니다.
부장(소리) 어허~ 데려다 준다니까 그러네~!!
류환, 해진을 데리고 얼른 몸을 숨기며 돌아보면,
유란이 웬 중년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며 걸어오고 있다.
부장 (유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미스 윤~사는 게 참 힘들지~ 응? 그치~?
유란 (차마 뿌리치진 못하고) 왜 이러세요. 부장님...
벽 뒤에 숨은 류환과 해진 앞을 지나쳐 가는 유란과 부장.
류환이 들키지 않으려고 해진의 몸을 뒤에서 잡아당긴다.
류환과 몸이 밀착되자 해진은 내색은 못하지만 약간 당혹스러워한다.
부장 내가 동생 대학까지 책임져 줄 수 있다니까!
유란 자꾸 이러시면 소리 지를 거예요!
껴안으려는 부장을 밀어내며 빠져나오는 유란, 도망치려는데
부장 미스 윤! 회사 짤리고 싶어? 우리 회사 짤리면 어디서 받아줄 거 같아!
도망치지 못하고 망설이는 유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류환,
류환 가서 좀 도와줘라! 내 얼굴은 노출되면 안 돼.
해진 제가 왜 알지도 못하는 남조선 앰나일 도와줘야 합니까?
혹시 저 앰나이 걱정하는 겁니까?
류환 그건...저 애미나이를 위해서가 아니다. 저 애미나이가 유준이 놈 친누이다.
니가 그놈 제대로 이용하려면 먼저 가족과 신뢰를 쌓아둘 필요가 있는 기야.
해진 ... (덤덤히) 저 놈 모가지 잘라서 갖다 주면 됩니까?
류환 (놀라며) 아니! 오늘은 그냥 겁만 줘! 첨부터 그러면 부담스러워한다.
유준(소리) 누나 너 거기서 뭐하냐?
해진이 나서려는데 갑자기 나타난 유준, 험악한 표정으로 유란과 부장 앞으로 나선다.
유준 추녀라서 이런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허 이런 씨발..
부장 어허! 잘 모르나 본데, 내 말 한마디면 네 누나 회사도 짤려! 알아?!
유준 (멱살을 잡으며) 잘라! 내가 벌어서 먹여 살리면 돼! 씨발!
부장 이...이런 호로자식. 이래서 부모 없는 것들은 안 돼...
유준 잘 아네! 너는 니 부모가 얼마나 잘 가르쳐서 이렇게 훌륭한 치한이 됐냐?
주먹을 휘두르려는 유준을 말리며 끌고 가는 유란. 그 틈을 타서 도망치는 부장.
해진 저 앰나이 회사 잘리면 유준이 놈 이용하는데 문제 생기는 거 아닙니까?
부장이란 놈 조용히 산에 묻갔습니다.
류환 너 핸드폰 있지?
45. 달동네 놀이터 [밤]
류환(소리) 자~ 찍습니다! 정면 보시고~ 정면 안 보면 죽습니다~!
밤하늘을 비추던 카메라, 천천히 내려오면,
코피를 줄줄 흘리며 정신 줄 놓은 표정으로 정면을 보고 있는 부장,
브래지어와 호피 반바지 차림으로 미끄럼틀에 묶여 있다.
류환 (찰칵) 유란씨 자르면 이 사진들 전국에서 보게 될 겁니다. 아시겠죠?
부장 (멘붕 상태가 되어 고개를 끄덕인다)
류환 (부장의 코피를 손가락에 묻혀서 각서에 지장을 찍으며)
자 각서에 지장도 찍었고 이제 동영상입니다!
흔들어! 더! 격하게! 좋아~! 최대로!! 춤 춰!!
해진 조장 동무... 예전부터 느꼈지만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요.
류환 ........(물끄러미 쳐다보는)
해진 ........왜..요?
류환 넌 아직도 치약 먹고 다니냐?
해진 .......
- 회상
해진의 얼굴 어린 시절로 바뀌어 있다. 며칠 굶은 꼬질꼬질하고 꺼칠꺼칠한 부랑자다.
육중한 배낭을 메고 행군중인 류환에게
해진(어린시절) 군대 동무 제발...먹을 것 좀 주시라요.
류환, 뒤를 돌아보고 주머니를 뒤져 치약을 던져준다.
해진(어린시절) (놀라며) ??
류환(어린시절) 상한 음식 먹을 때 찍어 먹어라. 그래야 배탈 안 난다.
가던 길을 가는 류환. 한참동안 류환을 보는 해진.
행군하는 군인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이리 저리 치이다 넘어지는 해진.
혼자 남게 된 해진이 일어나 류환을 쫓아간다.
해진(소리) .....남조선 치약은 독해서 조금밖에 안 먹습니다.
- 현재
해진 많이 먹으면 코에서 바람 나오고...
류환 너 여기 와서 목욕탕 안 가봤지?
해진 (얼굴 빨개지며) 네?
류환 얼른 다녀와라 들짐승 냄새난다.
해진 (서운한)
류환 거기 치약 맛이 젤 비슷하더라.
해진이 귀여운 듯 엷게 웃는 류환의 모습에 사무쳤던 감정을 억누르는 해진.
둘이 대화에 빠져 있는 동안 춤추다가 거품 물고 쓰러지는 부장, 놀라는 두 사람.
46. 류환의 옥탑방 옥상 [낮]
땀에 젖은 얼굴로 헉헉대며 뭔가를 밟고 있는 해진의 얼굴.
류환 야 됐다니까, 내가 한다구!
해진 안 됩니다. 조장께서 이런 일 하는 거 볼 수 없습니다.
고무 다라에 담긴 빨래를 밟고 있는 해진....
해진 아무리 임무라지만... 이건 좀 아닌 거 같습니다.
늙은 애미네... 아무래도 제가 조용히 처리하갔습니다.
류환 아 새끼! 니 임무나 잘하라. 수명 얼마 남지도 않은 할마이 놔두고.
해랑(소리) 이래서 어린놈은 임무를 주면 안 되는 긴데! 기어이 억지 부려 내려왔구만.
화면 넓어지면, 난간에 걸터앉은 해랑, 기타연습을 하고 있다.
해진 억지 안 부렸습니다. 오성조장으로 내려온 겁니다.
류환 뭐? 저놈 뭐라는 거야? 열여덟 살짜리가 조장?
해진 (갑자기 고무호스로 자신의 몸에 물을 뿌리며) 날로 먹은 거 아닙니다.
해진, 흰 셔츠가 몸에 달라붙어 가슴, 등, 팔에 온통 칼자국과 흉터가 드러난다.
류환, 고개를 휙 돌려 해랑을 쳐다보면
해랑 왜! 날 봐? 난 제대로 했어! 저 몸으로 버텨서 1등한 놈이 미친 거지!
류환 (이상한 낌새에) 그럼 이 지역에 조장급만 세 명? 드디어 곧 시작인가?
하긴 지난 2년간 아무 임무도 없던 게 이상한거지
해진 (이불 꺼내며) 기 수행 작전 포함 남조선에서의 모든 작전은 중지입니다.
류환 무슨 소리야?!
해진 지금 위에선 반동분자 색출이 한창이라 들었습니다.
류환 ......
해랑 모든 일이 정리될 때까지 서로 감시하며 알아서 살아남아 있으면 때가 온다 이거디. 긴데.... 어케 보면 우리한텐 휴가다야 휴가! 나쁘디 않은 기야 이거.
해진 (해랑에게 이불을 내밀며) 놀 생각 그만하고 잡으시죠. 조장동지.
해랑 니네 조장은 쉬게 하고, 이 조장은 일하란 거네?
이런 띠팔! 완우가 내려 왔쑤야 됐는데!
해랑이 거부하자 류환이 이불 한쪽을 받아서 해진과 꽈배기처럼 돌려 짠다.
이때, “우당탕!” “와장창!” 밑에서 무언가 넘어지고 깨지는 소리 들린다.
47. 석이 슈퍼 앞 [낮]
내려다보면, 술병들이 깨져 있고 깍두기 머리의 덩치와 실랑이를 벌이는 순임이 보인다.
덩치 소주, 맥주 우리 쪽에서 대주겠다는디 뭐가 그리 문제요~
순임 나가 개뿔도 없을 때 공짜로 물건 대줘서 30년간 먹고 살게 해준 사람이 있다고 몇 번을 얘기허냐! 이 썩을 놈아!
덩치 아래 큰길 슈퍼는 3대째 그 집 물건 받다 우리 집으로 바꿨다니까~!! 노인네가 귀구멍에 전봇대를 박았나?
순임 남산타워를 박았다 이놈아! 세상천지 다 변해도 난 못 한다 이놈아.
류환 저... 네모반듯한 새끼! 내가 고생해서 쌓아 둔 걸!
류환이 내려가려하자 해진이 류환의 뒤를 따른다.
해진이 내려오려는 걸 손짓으로 막고, 계단을 굴러 내려가는 류환.
그 모습에 놀란 표정으로 해랑을 보는 해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해랑.
류환이 굴러 내려오자 황당한 표정을 짓는 덩치.
류환 (비틀거리며 다가가 허리를 껴안으며) 이씨~ 형한테 일른다!
우리 두석이 형아 경찰이야~진짜야~ 그리고, 깨진 거~밟으면 피나~! 아파~!
덩치 이 덜떨어진 얼란 누구여~~니 형이 짭새면 우리 형은 껌새다 이 씨방새야!
주먹으로 류환의 머리를 내리 찍는 덩치. 바닥에 쓰러지는 류환.
순임 아이구~ 동구야! 아니 사람은 왜 때려!
덩치 하여간 조선 놈들은 패야 말을 들어요.
옥상 위에서 내려다보던 해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욕을 하며 뛰어 내려가려는데...
해랑 (잡으며) 우리보단 2년 더 이곳에 있었어. 어케 대처하든 우리보단 정답이야.
순임도 밀치는 덩치,
류환 옆으로 넘어지는 순임이 유리에 닿지 않게 그 쪽으로 넘어져서 막아주는 류환.
손을 살짝 베이는 류환,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일어서려는데...
순임 (주먹을 덥석 잡으며) 안 돼...
류환 ...?!!
순임 (눈을 보며) 가만있어...
덩치 아줌씨! 다음 주부터 물건 갖고 올 테니께 그리 아소!
염병~ 개코딱지만 한 구멍가게가 음청 빡빡시럽구만...
48. 석이 슈퍼 방 안 [밤]
방금 퇴근한 듯한 두석, 구두를 벗다 말고 순임을 돌아본다.
두석 아씨~진짜야? 날 바로 부르던가! 그러고 가 버리면 답도 없어!
순임 아, 됐어...넌 신경 쓸 거 없어...콜록~ 콜록~!
두석 (걱정스레 순임 보며) 아! 아프면 병원 가라니까!
순임 아프긴 이눔아! 내 대신 맞은 동구 그놈이 아프지! 난 암시롱 안 혀!
두석 에이씨!
순임의 굽은 등을 바라보던 두석,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49. 주유소 [밤]
평소와 달리 빨간색 추리닝에 비니 모자를 쓰고 있는 류환, 주유하는 해진에 다가가
류환 한다던 알바가 주유소였냐? 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려고?
해진 (피식) 나름 총 쏘는 거라서요. 근데 옷 색깔이...
류환 (멋쩍어하며) 해랑이한테 빌렸다. 근데 말이야...
해진 알고 있습니다. 그러실 줄 알고 그 네모난 간나새끼, 찾아놨습니다.
한쪽에선 세차 알바에 열중하고 있는 유준이 보인다.
세차를 하던 유준이 쳐다보자 주유기 뒤로 몸을 살짝 숨기는 류환.
50. 덩치네 주류 창고 [밤]
해진 누가 있습니다.
류환이 해진을 따라 문틈 사이로 창고 안을 들여다보면,
피투성이 멍투성이가 된 채 덩치 앞에 주저앉아 있는 두석. 구석에 덩치 부하도 보인다.
덩치 (학원 수강증을 보며) 어디 경찰 학원 다니는 놈이 경찰 행세를 해?
두석 나 이번 경찰 시험에 꼭 붙을 자신 있다고!!
그 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우리 가게에 얼씬하지 마! 알겠냐?
덩치 나도 사시 준비하고 있다 이 새끼야.
두석 그럼 난 니 애비다! 이 새끼야!
덩치 (발로 차며)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냐? 너 정체가 뭐야 대체? 어?!
문 옆 벽에 기대어 고민에 빠져있는 류환,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해진.
류환 두석이 너 본 적 없지?
들어가서 두석이 보내고 적당히 놀아주다 창고는 없애버려.
해진 창고까지 없애야 되요?
류환 (쓰고 있던 비니를 씌워주며) 해줄 거지?
해진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어깨를 두드려주자) 네-
류환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절대 죽이면 안 돼!
해진 네-!!
덩치 쪽으로 달려가는 해진. 화려한 동작으로 일단 덩치의 혼을 뺀다. 두석도 얼이 빠진다.
“콰드득~ 우드득! 퍽 퍽!” 이윽고 들려오는 괴성과 신음소리.
덩치(소리) 넌 또! 뭐야 으헉!!!
부하(소리) 어억!
맞는 소리 비명소리에 끔찍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자리를 뜨는 류환.
류환 피 튀길까봐 옷도 빌려 입고 왔건만...
51. 달동네 놀이터 [밤]
놀이터 그네에 앉아있는 두석. 눈가에 멍이 들어 있고, 아직 얼빠진 표정이다.
류환이 계란을 가지고 지나가다 두석을 발견한 척 다가간다.
류환 어! 형아다, 형아...헤헤...
- 그네에 나란히 앉은 류환과 두석.
두석은 류환이 들고 있던 계란으로 부은 눈가를 문지르고 있다.
류환 많이 아파?
두석 새끼야! 내가 이 정도면 그놈들은 어떻겠냐!
(해진의 화려한 액션동작을 흉내 내며) 내 특공무술 봤잖아? 전부 병원으로 실려 갔어. 참, 엄마한텐 넘어졌다고 할 거니까! 암말 말어!
류환 와 우리 형아 최고다~! 짱! 짱!
두석 동구야 남자는! 아주 강하거나, 아주 똑똑해지지 않으면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없어. 이도저도 안 되면 부지런이라도...에이 됐다. 바보 데리고 뭔 소리냐.
휴~ 언젠가 엄마 돌아가시면 너랑 나랑 단둘이네!
그치만 걱정 마 임마! 하나 있는 동생...밥 굶기지 않을 능력은 있으니까!
류환 (NA) 아 새끼....폼은.
두석 근데, 너도 가끔 엄마한텐 엄마라고 불러드려 임마.
류환 형 엄마니까.. 형이..잘 해라..
두석 원래 남자는 국가 일을 하다보면 가정에 좀..소홀하게 돼 있어 임마.
에이! 내일 복날인데 우리 삼계탕이나 만들어 달라 그럴까?
류환 내일.. 복날 아닌데...오래전에 지났는데.
두석 삼계탕 먹는 날이 복날인거지. 오케바리?
류환 오케바리!!
그네를 타다 점프해서 내리는 류환과 두석.
52. 고영감네 하숙집 [낮]
- 고영감 하숙집 옥상.
화분에 키우는 각종 야채를 따고 있는 고영감과 순임.
고영감 자네 몸은 좀 괜찮나?
순임 영감님 보다 오래 살 테니 걱정 마슈~ 뭐 좀 알아 내셨수?
고영감 순사밥 먹은 것도 다 옛날 일이지~ 요즘 개인정보다 뭐다 쉽지가 않아...뭐 이리 급해? 혹시... 뭐 걸리는 거라도 있나?
순임 그제 가게에서 소동이 있었는데...뭔가 사연이 있는 아 같아서요.
고영감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간?...자네 몸이나 먼저 챙기게~
순임 아이구 참~ 다 익었겄네~
- 고영감 하숙집 마당에 백숙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해랑을 중심으로 모여 앉은 해진, 란, 두석, 치웅 엄마, 치웅, 세웅, 박씨, 유준, 유란, 훈....
그리고 맥주 상자를 가지고 류환이 들어선다.
아직은 낯을 가리지만 마을 사람들 속에 섞여있는 해랑과 해진을 보는 류환.
순임 이불 빨래하느라 힘들었지?
닭살을 찢어서 해진의 입에 넣어 주는 순임.
해진 이게 뭐하는 행동인가 싶어 먹지 않는데, 류환이 먹으라고 턱짓을 하자 먹는다.
백숙을 다 비우고 과일을 나눠 먹는 사람들.
고영감, 막걸리를 한잔 마시더니, 해랑과 란이 쪽을 향해,
고영감 이봐 딴따라들!
해랑,란,훈 네?
고영감 (훈을 가리키며) 백수는 빼고, 밥값 좀 해야지!
- 기타 몸통을 두드리는 해랑의 손,
란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아파~!
해랑 아 아파~!
두석 띵동띵동~!!!
란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부는 갈대 숲을 지나
해랑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란과 해랑이 노래를 잘해서 놀라는 표정의 류환.
낡은 수동카메라로 노래를 부르고 듣는 마을 사람들 스냅 사진을 찍어주는 박씨.
박씨 필름이 딱 한 장 남았는데요. 전부 다...같이 박을까요?
박는다는 말에 각기 다른 반응과 표정을 보이는 사람들.
박씨가 카메라를 적당한 위치에 올려놓는 동안 모두들 모여 앉는다.
란 (포즈 취하며) 근데 그 카메라 사진은 나오는 거예요?
박씨 (세팅하며) 글쎄... 하두 오래 안 써 가지고... 나중에 뽑아봐야 알겠는걸요.
모두들 예?
박씨 하하.. (포커스를 웅이 엄마에게 맞췄다가 전체가 보이게 한다)
유준 내 이럴 줄 알았어. 해진아 가자.
유란 너 또 어딜 놀러가려고?
유준 한창 놀 나이에 그럼 공부하러 갈까?
고영감, 란 그래! 놀 땐 놀아야지.
순임,웅이모 뭔 소리여 학생 때 공부해야지.
두석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연애도 하고 그럼 되죠! (훈에게) 안 그래?
훈 그...쵸.
공부냐, 노는거냐로 격론을 벌이는 사람들. 그 토론에 섞이지 못하는 류환, 해랑, 해진.
박씨 다 됐습니다. (타임 셔터를 누른 후 사람들 사이로 달려가는 박씨)
자 박힙네다. 하나 둘..셋! 김치!
김치!란 말에 논쟁하던 사람들의 표정 일제히 웃는 표정이 된다. 찰칵! 단체사진이 찍힌다!
류환 (NA) 두려웠다.
53. 비파곶 해군기지 [밤]
검은 파도가 넘실거리는 밤바다.
류환 (NA) 어렸을 땐 배식이 끊길까 두려웠고
훈련받을 땐 생존하지 못할까 당에서 버려질까 두려웠다.
지금은...아니 앞으론!....내가 변할까봐..... 두렵다...
류환이 출정 때 서있던 바로 그곳에서 정복 차림으로 서 있는 사람.
돌아보면 태원이다. (어쩌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태원과 류환)
연병장을 바라보면, 재오와 완우가 어린 조원들을 둘러 앉혀놓고 대련을 시키고 있다.
재오 단 한 놈만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사가 될 수 있다!
피를 튀겨가면서 싸우는 조원들.
무혁(소리) 5446 처음 만들었을 때 기억하나?
54. 다음날 / 리무혁 집무실 [낮]
태원 ......
무혁 우리가 만든 5446 비밀부대는 누가 뭐래도 나의 자랑이자 긍지였지.
말없이 무혁을 보는 태원, 눈썹이 꿈틀한다.
무혁 김정은 제1위원장동지께서 총정치국을 통해 우리 5446부대의 존재를 아셨다. 총정치국에선 5446을 내 개인부대라고 떠들고 있어.
태원 총정치국에서 감히 저희를요?
무혁 세상이 변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아장아장 걸음마 질이네?
남조선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한 작전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어. 5446 존재가 드러난 이상 우리 출혈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아. 관계회복도 원하시고, 이 시국엔 남조선 아새끼들 비위를 맞춰줄 필요가 있갔어...
태원 무슨...?
무혁 남에서 활동 중인 우리 5446부대원의 정보를 요구하네...선거도 앞두고 있고, 일단 잡아두고 언제든 필요할 때 써먹겠다 이거 아니갔어?
태원 ?!!
태원의 변함없던 표정이 무혁의 말에 살짝 꿈틀거린다.
무혁 소나기가 오면 피하는 게 상책 아니네.
태원 ?!
무혁 곧 해체되어 기록 한 줄 안 남을 비밀부대지만 난 지금도 만든 거 후회 안 돼.
......연어들 명단 전부 남조선에 넘기라우.
태원 !!! (움찔하는 눈)
창문 너머 평양 시내를 바라보는 무혁의 실루엣.
55. 류환의 옥탑방 옥상 [낮]
해랑 (멸치를 내던지며) 아오~씨! 안 해! 삼일 째 이게 뭐이가?
교복 차림의 해진과 추리닝 차림의 류환, 해랑이 모여 앉아 있다.
산처럼 수북이 쌓인 마른 멸치를 손질하고 있는 세 사람.
해랑 내가 멸치 똥이나 딸려고 여기 온 거가!
류환 야! 야! 그러면서 이쪽으로 넘기지 마! 할마이한테 직접 따지든가.
해랑 삼계탕 먹었으니까 삼일 동안 일하라는 그 애미네 정말...
해진 제 생각엔 여기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같습니다.
저희가 받은 멸치는 총 2,119마리. 늙은 애미네는 이 멸치처럼 작은 어종을 손질시켜서 우리가 몰래 몇 마리 먹는지 시험해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해랑 오~ 역시 분석능력이 뛰어나군.
해진 부끄럽습니다.
류환 (한심하게 보며) 그럼 그 뛰어난 분석능력으로 한 번 말해봐.
우리, 언제까지 대기할거 같은지?
56. 리무혁 집무실 [낮]
눈동자를 부들부들 떨며 한동안 말이 없는 태원.
무혁, 태원을 노려보며 빨리 대답하라는 듯 담배를 창문에 비벼 뜬다.
태원 대장 동지.... 정보를 넘기기 전에 긍지를 지킬 수 있게 선택권을 주십시오.
무혁 긍지?
태원 위대한 공화국을 위해 얼마든지 목숨 바칠 전사들입니다! 명예로운 죽음의 기회를 주십시오! 전 갸들에게 무릎 꿇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습네다!
무혁 (인상쓰며) 그 말에 책임질 수 있갔어?
전투능력만 최우선시해서 길러진 애들이야.
만에 하나 연어들이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면!
태원 제 5446 특수공작부대 총책임교관 대좌 김태원!
명령 불복 시, 전원 제 손으로 직접 처단 하갔습네다.
창문 밖으로 카메라 쭉 빠지면, 평양 시내와 저 멀리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보인다.
무혁(소리) 동무가 그리 나온다면 믿갔어~ 즉시 진행하라우~
57. 류환의 옥탑방 옥상 [낮]
해랑 (한 마리를 입에 넣으며) 다 깠다!
류환 그걸 왜 먹냐!
해랑 이천 마리 중에 이깟 멸치 몇 마리쯤 없어진다고 누가 신경이나 쓰는 줄 아네? (또 한 마리 먹는)
류환 그래도 승락 전엔 먹지 마라!
해랑 니꺼가? 왜 명령하고 지랄이가?
해랑, 또 멸치를 한 마리를 집어서 먹으려는데, 류환이 쏙 뺏는다.
멸치 한 마리를 두고 무술 하 듯 뺏고 뺏기는 두 사람을 한심하게 보는 해진.
박씨(소리) 어이..동구~
해진 손님이 온 거 같은데요.
류환,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슈퍼 앞을 서성이고 있는 이발사 박씨. 말쑥한 양복 차림이다.
류환 네?...안녕...하..
박씨 여기 케이크 같은 것도 파네?
58. 석이 슈퍼 앞 [황혼]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뭔가를 들고 나오는 류환, 소시지 박스다.
류환 이...이거 사요! 그 집 애들 소..소시지에 환장해요.
박씨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맙네...
해랑 아저씨! (팔을 들며) 화이팅~!!
옥상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해랑, 해진. 그리고 류환을 번갈아 보며
박씨 파이팅!
계속 손을 흔들며 가는 박씨를 바라보는 류환 뒤편에 나타난 해랑, 해진
해랑, 해진 우리도 간다. 파이팅!
도망치듯 뛰어가는 해랑과 해진을 보다 평상에 벌러덩 눕는 류환.
황혼에 물든 노란 하늘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구름 하나가 어머니 얼굴과 디졸브 된다.
류환 (NA) 오마니...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마니도 잘 지내고 계시지요?
근데 사진 속 표정은 좀 딱딱해요. 오마니 웃는 모습이 그립습니다.
손을 뻗어 엄마 얼굴의 입을 미소짓게 그린다. 이때, 삐삐가 울린다!
고장 난 삐삐인 줄 알았는데, 2년 동안 한 번도 안 울렸던 삐삐인데...
순간 멍해진 채로 만감이 교차하는 류환. 삐삐를 치켜들며,
류환 오마니!! 드디어 임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옥탑방 안에서 삐삐에 찍힌 난수표를 해독하는 류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띵!” 기타 줄 끊어지는 소리 들린다.
59. 몽타주
몽타주 전체에 AM라디오에서 나오는 간첩지령 방송이 흐른다.
- 해랑 방 앞
얼굴에 난 기스에서 베어 나오는 피를 닦는 해랑, 끊어진 기타줄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불길한 기분이 드는 순간 방 안에 둔 스마트폰이 진동한다.
- 주유소
기름 넣던 해진이 핸드폰을 확인한다. 표정이 점차 굳어진다...
주유구에서 기름이 철철 넘치는 데도 모르고 있는 해진.
유준 야! 해진아!! 임마!! 기름!!! 야!!
유준이가 뭐라 하자 주유총을 빼긴 빼는데, 계속 누르고 있어, 계속 기름이 쏟아져 나온다.
‘5446...’
미용실에서 손님 머리를 자르던 남자 미용사.
귀에 꽂혀 있는 이어셋으로 들리는 소리에 굳어버리는 미용사.
‘혁명전사...’
중환자실.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젊은 환자가 이어폰으로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다.
갑자기 간병인에게 오라는 손짓을 보내고, 다가온 간병인의 손바닥에 무언가 적어 준다.
놀라는 간병인의 얼굴.
‘전원...’
거리를 달리다 길가에 급히 정차하는 웨딩카 리무진. 비상등이가 켜져 있고,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는 운전기사. 뒷좌석의 어리둥절한 신혼부부.
‘...자결하라.’
주유소 화장실 변기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해진, 거울을 노려본다.
거울에 붙어 있는 종이쪽지 위에 쓰여 있는 명령.
‘명령 불복 시 해당 구역 감시자는 책임지고, 전원 사살 보고 후 자결 하라.’
갑자기 화장실 불이 꺼지고 암흑 속에서 시계를 보는 해진.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킨다.
- 컴컴한 방안에서 담배 3개비를 반창고로 묶어서 한 번에 불을 붙여 피우는 해랑.
- 옥상에 따놓은 멸치를 정리하다 쌓여있는 멸치 대가리들의 눈동자를 보는 류환.
60. 달동네 꼭대기 폐교회 옥상 [밤]
한때 교회였던... 재개발로 허물고 있는 작은 건물 옥상에 서 있는 류환. 황량한 밤 풍경이다.
언덕을 걸어올라 오고 있는 해진. 옥상으로 올라와 류환과 마주 선다.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류환과 해진.
해진 어쩔 겁네까?
류환 ......
해랑(소리) 리유는?
카메라 빠지면, 철탑 위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해랑이 보인다.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여러 개 쌓여있다.
해진 이유 불문입니다.
류환 .....(한쪽 안면이 미세하게 떨리는)
철탑 위에서 점프하는 해랑. 류환에게 다가가며
해랑 말 좀 해보라우 썅! 이거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네?
연어는 개뿔! 우리가 멸치 같은 존재인거가? 몇 마리 없어져도 모르는!
확 외국으로 튈까부다 씨앙!
어이없어 한심한 눈으로 힐끔 쳐다보는 해진.
셋 사이 다시 침묵이 흐르고...
해진 (침묵을 깨고) 조장동지들... 죽는 게... 두려우십니까?
해랑 뭐 이 새끼야.
류환 (이를 악물며) 총교관 동지와 얘기해 볼 거다.
식구들의 안위만 보장된다면! 기꺼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연락할 방법을 찾아 보라우!
해랑 너의 충실한 조원한테 시키라우! (돌아서며) 난 잠이나 자러 갈란다.
해진 두 조장 동지! 명령 불복 입니까?
소음기 달린 권총을 꺼내 해랑에게 겨누는 해진.
해진 움직이지 마십시오. 남기실 말씀... 들어두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이 구역 감시자는 접니다.
해랑 (어이없는) 너라고?
류환 까불지 말고 총 내리라우.
해진 (류환에게 총구를 옮기며) 내 오늘 남조선의 개가 돼버린 동무들을 쏴 죽이고 말갔어-!!
해진,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해랑의 플라잉 니킥! 그 충격에 총을 놓치고 마는 해진.
해랑 건방진 아 새끼! 뭐가 어드레?!
해랑이 재차 공격하자 피하는 해진, 몇 번 더 치고 받다가 밀리자 벽에 세워져 있는 유리창을 들어 해랑의 머리를 후려치는 해진. 유리가 박살나자 옥상 위엔 순간 정적이 흐른다.
해진의 뜻밖의 공격에 어이없는 해랑.
해랑 리해진이!
해진 (길고 날카롭게 깨진 유리조각을 들어 류환도 겨냥하며) 배신자 새끼들! 감히 명령에 불복해?! 이게 누구의 명령인지 몰라? 리해랑이?!
류환 (말 끊으며) 닥쳐 이 새끼야!!
류환이 달려와 해진의 형광등을 발로 걷어차고, 공중에 뜬 상태로 턱을 걷어찬다.
나가떨어지는 해진, 다시 일어나 류환에게 달려가지만
그 힘을 역이용해 난간 쪽으로 날려버리는 류환.
충격이 큰지 이를 악물고 일어나는 해진.
해진 너희 두 변절자 새끼들... 내래 반드시 소멸시켜 주갔어!
말을 마치자마자 비니를 벗어서 옆 건물 옥상으로 이어져 있는 전기 줄을 타는 해진.
해랑 쏴버려! (해진이 떨군 총을 던져주며) 엄한 짓 하기 전에 쏴 죽여야 돼!
총을 받아든 류환, 도망치는 해진을 정조준 한다.
그러나 웬일인지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망설이는 류환.
해랑 뭐해! 빨리 쏴!
여전히 지켜보고만 서있는 류환.
류환의 시선으로 보이는 건너편 옥상에 착지하는 해진의 뒷모습...
도망갈 생각이 없는 듯 류환 쪽을 바라보는 해진.
류환 (혼잣말로) 어서 가라.
해진 (혼잣말로) 어서 쏘세요! 절 죽여야지 삽니다!
(큰 소리로) 쏘란 말야!! 안 쏘면 내가 당신들을 죽여-!!
해랑 (다가오며) 그래 죽여주마. 이 종간나새끼! (류환의 총을 뺏으며) 총 줘!
류환 (총을 다시 뺏으며) 내 조원은 내가 처리한다.
전기줄을 타고 건너편으로 가는 류환. 그런 류환을 바라보는 해진.
자신을 바라보는 해진에게로 다가가는 류환, 들고 있던 총을 해진에게 던진다.
류환 쏴!
해진 제가 못할 거 같습니까?
류환 (따귀를 후려치며) 닥치고 날래 쏘라우. (또 치며) 쏘라우!!
류환, 무자비하게 해진을 가격한다. 주먹으로 해진의 옆구리를 강타하는 류환.
해진 나보고 뭘 어카라고!!
반격을 시작하는 해진.
해진의 연속된 공격을 막아내는 류환.
류환 공화국 최고의 전사 맞네?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하는 해진, 날카로운 손끝으로 류환의 목을 찌른다.
류환, 피해보지만 목을 스치고 만다.
류환 (목에서 피가 흐른다) ...기래!! 기케 짐승이 되라!!
다시! 살기 위해 인간이 아닌 짐승이 되란 말이다!!
류환의 강력한 니킥에 데굴데굴 굴러 나가떨어지는 해진...
해진, 질끈 감았던 눈을 뜨면... 어느새 자신의 눈앞에 멈춰있는 류환의 주먹이 보인다.
류환을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떨구는 해진.
해진 조...장...동지... 제가 ...뭘 어케야 됩네까?
류환 넌 아직 열여덟 살이다. 인생을 이유 없이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나이다.
해진 저도 조장 동지를 도와 살기 위해 여기 온 거지! 죽으려고 온 게 아닙니다!!
류환 너도...나도, 납득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불안한 표정으로 해진을 내려다보는 류환.
61. 달동네 놀이터 [밤]
류환, 기타 들고 미끄럼틀에 누워 있는 해랑에게 다가간다.
해랑 기 새낀?
류환 죽지는 말라고 했다. 니가 좀 잘 돌봐주라.
해랑 왜 내가? 넌 어칼라고?
류환 넌... 괜찮냐?
해랑 괜찮다. 난 그 사람을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 받아본 적 없으니까.
오디션 또 접수해 논 게 있는데...기거이 좀 아까울 뿐이다.
류환 미안한데, 넌 이번에도 안 돼!
해랑 이런 썅!
류환 남들 5년 10년 연습한 걸 한두 달에 따라잡겠다는 마음가짐 자체가 잘못된 거 아니가?!
해랑 그래도.. 썅.. 도전하는 거지... 체게바라 동지도 말했잖아.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고!
류환 보컬로 봐봐. 차라리! 저번 삼계탕 먹을 때 보니까 목소리 좋더라.
해랑 (씨익 웃으며) 진짜?... 웨.. 웬일이냐? 너가 칭찬을 다 하고?
류환 고마우면 이참에 노래 한 곡만 불러줘라.
해랑 뭔데?
류환 누가 좋아하는 노랜데... 림진강.
해랑 (놀라며) 기거 금지곡이잖아.
고개를 끄덕이는 해랑.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다음 씬까지 흐른다.)
62. 자결 몽타주 / 류환의 옥탑방 안 / 교차 [밤->아침]
- 방안에서 편지를 쓰고 있는 류환.
류환 (NA) 오마니 또 편지를 쓸 수 있을지 모릅네다. 왜냐면 곧 오마니를 만날 거니까요. 요즘 갑자기 큰 임무를 맡게 됐는데, 그 임무만 잘 마치면..영웅이..되..
‘되’까지 쓰다 잠시 멈추는 류환. ‘되지는 못하더라도 어머니랑 같이 살 수 있습니다.’라고 쓴다.
그간 쓴 편지들이 가방 안에 들어있다. 그 위에 마지막 편지를 올려놓고, 지퍼백에 담긴 어머니 사진을 내려다보는 류환. 그리고 벽장에서 권총을 하나 꺼낸다.
- 갈대 밭 (밤)
멀리 도시 야경 앞에 마주 앉은 웨딩카 기사와 미용사. 서로의 이마에 총을 겨누고 있다.
기사 우리 팀에선 너와 나 둘 남았다. 명예롭게 가자.
미용사 북에... 식구들은 잘 살갔디요?
기사 그래야갔디. 하나. 둘. 셋!
탕! 소리와 함께 뒤로 나자빠지는 두 사람.
- 류환의 옥탑방 안 (밤)
소음기를 장착하고, 탄창에 총알을 한발 채우는 류환. 관자놀이로 총을 가져가며...
류환(소리) 죄송해요. 어머니.....제가 할 수 있는 게...아무 것도 없어요.
- 공항 근처 어딘가 (밤)
비행기가 낮게 날고 있고, 그 아래 그림자 둘, 공포에 질려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다.
그림자1 총알이 하나뿐이니 같이 가요.
그림자1,2 조국통일 만세! 만세!
‘타앙!’ 총소리와 함께 두 그림자가 쓰러진다.
- 류환의 옥탑방 안 (새벽)
류환 (관자놀이에 대며)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시라요...
노리쇠를 당기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순임(소리) 동구야? 일어났냐?!!
류환 .....
순임(소리) 얼른 물건 좀 내리고, 배달 좀 갖다 와라.
차마 당기지는 못하고 눈을 질끈 감는 류환.
- 등산로 (아침)
목 매 자살한 간병인을 보고 있는 수혁, 나무에 매달린 간병인의 바지를 걷어본다.
한반도 지도가 문신으로 그려있고, 그 안에 ‘통일’ 이라고 쓰여 있다. 그 위로 자막...
‘명령 하달 24시간, 5446 특수 공작 부대 8명 사망.
명령 불이행 5명 생존. 흑룡조 1명, 오성조 2명, 금강조 2명.’
- 철탑이 보이는 강둑 (아침)
피 흘리며 나란히 누워있는 또 다른 남자 둘.
경찰과 과학수사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 나타난 수혁.
수사대원 서팀장님, 시신에서 이런 게 나왔습니다.
수사대원에게 소형GPS 장치를 건네받는다. 수혁, 옆에 있는 국장에게
수혁 국장님!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겁니까? 이미 5446 소재 파악 됐는데, 검거 명령만 내렸어도 이런 일 없었을 거 아닙니까?
(무시당하자) 국장님! 남은 놈들이라도 살려야 합니다.
국장 호들갑 떨지 마.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돼.
63. 고영감네 하숙집 앞 -> 옥상 [아침]
배달 오는 류환을 2층 옥상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고영감.
류환이 보고 목례를 하자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 옥상 난간에 서있는 고영감과 류환.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고영감 동구야~ 너한테 미안한데..
류환 ?
고영감 너 몰래....좀 알아봤다..니 과거랑... 고향의 기록들...
류환 ?.....(긴장하는)
고영감 쉽지 않더구나. 전산 상으론 추적이 안 되고, 오류만 나온대...
류환 ......(약간 안도하는)
고영감 꼭 알아봐주고 싶었는데 능력이 못 돼 미안하다. 그치만 실망하지 마라.
네가 누구였든 어디서 뭘 하던 사람이었든 넌 지금 이 동네에서 누구나 웃게 만드는 착하고 순박한 슈퍼집 동구란다...중요한 건 현재 모습이거든.
류환 (고영감을 바라보며) ...너... 너무... 어려운 말을... 헤헤~
고영감 (류환 보며) 괜찮다..(털털하게 웃으며)...멋있는 말이라는 것만 알아 둬!
64. 고영감네 하숙집 앞 -> 달동네 곳곳 [아침]
멀리서 바라보는 고영감의 시선을 뒤로한 채 새벽길을 걷는 류환.
골목길 사이로 알람소리, 밥 짓는 소리, 애기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우유, 신문 배달원도 보인다.
잠시 멈춰 선 류환, 삐삐를 꺼내 보다가 담장 위에 박힌 깨진 유리병 속 고인 물에 넣고 간다.
65. 이발소 [아침]
막 문을 열고 있는 이발소에 들어가는 류환.
류환 어머니 만나러 가는데 머리 좀 단정히 하고 싶어서요.
박씨 어?...도...동구...너...말을...
잠시 후, 바닥에는 뭉텅뭉텅 잘린 머리카락들이 떨어진다.
박씨 (스폰지로 머리카락을 털어주며) 야 잘생겼네. 꽃 좀 잘라줄테니 이런 날 맘에 드는 아가씨한테 고백도 좀 해봐. 참한 아가시 많디. 유란이 아가씨도 그렇고.
66. 김일성 종합대학 [아침]
로비를 걷는 무혁. 뒤쪽에는 굳은 표정의 태원이 따라오고 있다.
무혁 16년 전, 5446 창설 반대하던 서교수 기억나나?
- 회상 / 교수 연구실
누군지 알 수 없는, 흐릿한 실루엣. 안경을 닦고 있는 교수. 그 앞으로 보이는 사상 관련 책.
교수 사상 교육이 제대로 안 된, 전투요원을 남조선으로 보내선 안 됩니다.
- 다시 현재
건물 입구로 나오는 무혁과 태원. 밖은 짙은 안개가 끼어있다.
무혁 그 말이 기분 나빠 남조선으로 내려 보냈었지.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드는군. (비아냥대듯) 안 그래?
태원 ......
무혁 동무가 다짐한대로...처치하고 오라우.
태원 네. 알갔습네다. (나가다 멈춰서 돌아보며) 대장 동지...
무혁 왜? 해랑이 때매?
안개로 인해 서로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67. 석이 슈퍼 앞 [아침]
박씨가 잘라 준 꽃을 옥상 위 비어있는 화분에 꽂는 류환.
계단을 내려오는데, 출근하는 유란의 뒷모습이 보인다.
류환 (매력적인 중저음) 유란!
유란 ?!(누..누구..)
류환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유준이하고 상의해.
유란 (옷을 보고 동구임을 알아채고) ... 네?
류환 의외로 의젓한 남자로 크고 있으니까.
류환이 손을 흔들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가는 유란.
그때 뒤에서 달려드는 유준. 유준의 손을 살짝 피하는 류환, 휘청하는 유준.
류환, 당황한 유준의 머리를 콩~ 쥐어박으며
류환 윤유준. 알바하면서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알지?
그게 누나를 더 잘 지키는 방법이야. 누나한테 더 상냥하게 굴고!
유준 (당황하여 유란을 뒤 따라 가면서) 누나, 봤어? 쟤 봤어?
골목길을 쓸며 유준과 유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류환.
류환 (NA) 애미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보니까 더 곱구나...
같이 시소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순임(소리) 끊어 이것아! 오라질년...
란(소리) 갚으면 되잖아. 왜 욕을 해!
란이 부스스한 얼굴로 슈퍼에서 쫓겨나고 있다. 문을 쾅 닫아 잠그는 순임.
란 (황당하다) ... 외상값 한번 밀린 거 갖고 너무하네!... 담배 줘-!! 줘!!
- cut to
가게 앞 평상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란에게
류환(소리) 담배는 몸에 안 좋아. 끊어.
란, 돌아보면 류환이 서 있다. 추리닝을 입고 있지만 머리를 깎아 딴사람처럼 보인다.
란 ?..(돌아보며) 누...도..동구? 머..머리..잘랐네...요..딴.. 사람 같아...
류환, 츄파춥스 깡통을 건넨다.
란 아이! 사탕 말고. 담배 달라니까. 구름과자 있잖아.
류환 그거면 여비로 충분할 거야.
란 ?
이번에는 쪽지 한 장을 꺼내 란에게 건네는 류환.
류환 입양 간 아이...주소야.
란 (기겁하며) 동구 니가..그걸 어떻게....
류환 한 해, 두 해 미루면 점점 힘들어져...
찾아 가. 한 번만 용기를 내면 되잖아...
류환이 건넨 쪽지를 받자 눈물을 글썽이는 란.
류환 (옷매무시를 챙겨주며) 갔다 와서 외상값은 꼭 갚고....
평상에 앉아 핸드폰을 보는 란. 바탕화면엔 눈도 못 뜨는 아기 사진이 보인다.
류환 (NA) 이 지역의 사람들… 가족이 몇인지, 살림이 어떤지…
사소한 것 까지… 임무였지만… 너무 많이 알아버렸어…
68. 오디션 대기실-> 오디션장 [낮]
<오디션 대기실> 의자에 앉아 기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해랑.
직원 보컬 74번 들어 오세요!
번호표를 보더니 일어서 가는 해랑. 기타를 놓고 가자 쳐다보는 다른 지원자들.
- cut to
무대에 선 해랑이 눈에 띌 정도로 떨고 있다.
심사위원여 많이 떠시네요.
해랑 제..가요? (어이없다는 듯) 저..전 떨어보 본... 적이 없는데...요.
(혼잣말로) 사람.. 쏠 때조차도...난..난...
심사위원남 군대 갈 나이인거 같은데 갔다 와서 다시 오지. 자... 다음!!
해랑 군대는 다시 가고 싶지 않습니다.
69. 여행사 앞 -> 골목길 [낮]
휴양지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해진. 여행지별로 비싼 가격표가 보인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보는 해진.
‘형님도 왔는데 꼬봉이 결석해? 이따 주유소 앞에서 떡볶이 쏠테니까 30분 일찍 보자 –유준-’
이때, 핸드폰 너머로 수상한 남자 둘이 다가오는 게 보인다. 급히 자리를 뜨는 해진.
- 인적이 드문 골목길
해진을 쫓는 미행원 1,2. 막다른 길에서 해진이 기다리고 있자 멈칫한다.
해진 북조선이네 남조선이네?
미행원1 (앞으로 나서며) 너야말로 북조선이네 남조선이네?
미행원2 (뒤에서 잡으며) 조장급은 감시만 하랬잖아.
미행원1 니마빡에 피도 안 마른 아새끼가 뭐가 무섭다고 기러네?
해진 나머지 두 조장에게도 감시가 붙었네?
미행원1 아가리 닥치라우!
달려드는 미행원들을 단숨에 제압해버리는 해진.
70. 두석의 방 안 [저녁]
두석의 책상 앞에 앉아 참고서를 쌓아두고 중요부분에 표시를 해주고 있는 류환.
순임(소리) 동구야~ 밥 먹어라~
순임의 부름을 듣고 방을 나가는 류환.
71. 순임의 방 안 [저녁]
단출한 저녁상에 마주 앉은 류환과 순임. 그러나 좀체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류환.
순임 왜? 밥이 적어?
류환 ... 아줌마... 저... 갈게요...
순임 응? 어딜 가?
류환 제 자리로 돌아가려고요. 오늘 떠납니다.
순임, 물끄러미 류환을 바라보다....
순임 국 식는다.
밥은 묵고 가. 밥 굶고 다니믄 못쓴다. 어여 묵어라.
류환 ... 네.
숟가락을 드는 류환,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한다.
잠시 류환이 밥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순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슈트케이스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순임 자!
류환 이게 뭐예요?
순임 석이 꺼 살 때 하나 같이 사뒀어.
류환 ......
말없이 TV 쪽으로 가 로터리 채널을 돌리는 순임.
순임 안주머니에 통장 하나 있다. 차비 혀.
그동안 월급 적다고 속으로 욕 많이 했지?
니가 허튼 데 돈 쓰는 놈은 아닌 걸 알지만서두, 쪼매라도 모아주고 싶어서 그랬다. 늙은이들은 원래 좀 그런다...
류환, 주머니에서 통장을 꺼내 내밀며...
류환 일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닌데...저 이거 못 받아요. 뒀다 석이형에게 쓰세요.
순임 잡놈. 석이 애비 가고 그 콧물쟁이 델꼬 이 동네 첨 와서…
고약한 할매 소리 들어도...내 새끼 밥 굶긴 적은 없다.
잘 나오지도 않는 로터리 티비 채널을 돌리고 있는 순임.
순임 그거 없어도 우린 잘 묵고 잘 산다. 썩 갖구 가. 난 테레비나 볼란다.
류환 정말 잘 먹고 잘 살려면 수술 받으세요. 더 늦으면 오래 못 사세요...
순임 ..(멈칫하는)...내 천식은 완치가 안 되는 병이야...
의사 놈들 배때기 채울 돈 있으면 느그들 목구녕을 채우지!
이놈이 잘 나오다가 요즘 들어 이렇게 말을 안 듣는다냐...30년도 안 썼는데.
계속 돌리자 결국 채널 손잡이가 빠져버리고, 그대로 TV를 꺼버리는 순임.
브라운관에는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류환의 모습이 비친다.
순임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슈트케이스를 들고 일어나는 류환.
채널을 돌리던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는 순임.
72. 류환의 옥탑방 -> 옥상 [밤]
류환의 옥탑방 안.
순임이 준 슈트를 입어보는 류환.
류환이 옥상으로 나오자 관자놀이에 꽂히는 붉은 레이저 불빛.
류환 죽이러 온 건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수혁,
수혁 살리러 왔다.
류환의 관자놀이에 꽂혀있던 레이저 불빛이 갑자기 사라진다.
류환 보면, 수혁이 들고 있던 건 총이 아니라 레이저 포인터다.
수혁 이미 고첩들이 움직이고 있다. 적이지만 난 너희가 죽는 걸 원치 않는다.
너희를 버린 나라 너희도 버리면 된다!!
류환 넌 어머니가 맘에 안 들면 어머니도 버리냐?
수혁 왜 젊은 목숨을 버리려고 하나. 여긴 기회의 나라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류환 나보고 기회주의자가 되라?
수혁 탈출하다 잃은 내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이다.
류환 동생 몫까지 살고 싶으면 그만 꺼져.
수혁 죽기 위해 길러진 너희들의 죽음은 아무 의미도 없는 개죽음일 뿐이다.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려면 항복해라!!
수혁이 수갑을 꺼내자 화분에 꽂아놨던 꽃을 뽑아 수혁의 얼굴을 내리치는 류환.
꽃잎은 사방에 퍼지고, 장미 가시에 긁혀 수혁 얼굴에서 피가 난다.
류환 우리 사전엔 항복도 없고! 행복도 없다!
수혁 (품에서 총을 꺼내며) 꼭 강제로 체포해야겠냐?
수혁,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갑자기 날아드는 누군가의 발에 총을 떨어뜨리는 수혁.
수혁 (보면 해진이다) 이 새끼들.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도...
난간을 딛고 점프하는 수혁, 지붕 위로 사라진다. 해진만큼 빠른 동작이다.
말릴 새도 없이 수혁을 쫓아가는 해진.
류환 가지 마!
해진 지금 제거해야 됩니다.
계단에 떨어진 수혁의 총을 줍는 류환, 급히 해진을 쫓아가려는데...뒤에서 누군가가
상구(소리) 동구...
슈퍼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자... 상구다.
류환 아저씨...!!?
어떻게 된 거예요. 위에 올라가신 거 아니에요?
상구 미안하네. 소좌동지...
류환 뭐가요? 우선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해진을 쫒아가려는데)
상구 (옷을 잡으며) 내래 도움을 청할 사람이 소좌동지뿐이라...
류환 (끄덕이며 옷 잡은 손을 떼려하자)
상구 (더 세게 잡으며) 무섭네...나 좀 숨겨줘...내래 중간에 도주했어!
류환 네?!!
73. 달동네 지붕 위 / 달동네 입구 [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붕 위를 내달리는 수혁과 그 뒤를 바짝 뒤쫓는 해진.
수혁의 속도가 느려진 사이, 어느새 수혁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해진...
지붕 밑으로 뛰어내리는 수혁.
해진도 뛰어내리면, 기다렸다는 듯 해진을 차로 쳐버리는 국정원 요원들.
수혁 5446 최연소 조장, 리해진. 넌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차에 부딪히고도 차 위로 도약하는 해진. 그러나 ‘푸슉!’ 총소리와 함께 차위로 떨어진다.
피가 철철 흐르는 해진의 허벅지.
총을 든 수혁, 쓰러진 해진에게 다가가 단도를 꺼내 해진의 옆구리를 벤다.
해진 (옆구리를 감싸 쥐며) 너... 너 이 간나새끼!
해진의 옆구리 상처를 헤집고, 뭔가를 꺼내드는 수혁. 동전만한 크기의 작은 칩이다.
수혁 위치 추적 장치다.
해진 !!
요원들 해진을 차 안에 집어넣는다. 요원B는 보온병을 들고 온다.
수혁 온도 확인했지? 20도 이하로 떨어지면 신호가 멈춘다.
위치 뿐 아니라 생사 까지도 확인할 수 있는 거야...산중에 묻어!
요원B 네! (해진 보며) 정말 독한 놈 같습니다. 어떻게 비명 한 번을 안 지르는지..
수혁 진통제 놔줘라... 참아낸다고... 고통이 없는 건 아니니까...
요원A (화났다는 신호와 함께 전화를 건네며) 팀장님! 국장님이십니다.
전화 받는 수혁.
국장(소리) 너 이 새끼! 단독행동하지 말랬지!! 당장 복귀해!!!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는 수혁.
수혁 (요원A에게 전화를 주며 조용히) 넌 남아서 감시하고 있어.
74. 류환의 옥탑방 [밤]
방으로 들어와 대화를 나누는 류환과 상구.
상구 (초조한) 살고 싶은 게로구만... 기래... 기게 인간이지.
류환 네? 그게 아닙니다. 우리 얘기를 들어줄 건지... 그게 중요합니다.
살고 죽고는 그 다음 문제죠...
상구 살겠다면, 저 벽 뒤에 있는 물건들 다 챙겨야 하지 않겠나?
75. 인천항 [새벽]
인적 없는 항구. 선착장으로 다가오는 고깃배 한 척.
고깃배 갑판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실루엣, 태원이다!!!
그 뒤로 연이어 나타나는 황재오(남, 20대 중반)와 최완우(남, 20대 중반).
차를 대기 시켜 놓고 있던 고정간첩이 다가온다.
재오 (고정간첩에게) 위치는 파악됐나?
태블릿을 보여주는 고정간첩, 액정에는 지도가 띄워져 있고 빨간 점이 깜박거리고 있다.
그때, 강릉에서 반짝거리던 빨간 점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가 사라진다.
고정간첩 지금 또 한 명 제거됐습니다.
(한 점을 가리키며) 이곳에도 제거조 보냈습니다.
태원이 육지로 내려서고, 재오와 완우 그 뒤를 따른다.
-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
항구 한 쪽에 정차되어있는 차량 안에 국장, 그리고 다른 요원이 있다.
태원 일행이 탄 차가 가까이 다가온다.
요원C (놀라 몸 낮추며) 국장님! 몸 낮추십시오.
국장의 차 옆에 지나가는 태원 일행의 차.
서로 창문을 열고 눈빛 교환을 하는 국장과 태원. 놀라는 요원C.
76. 달동네 이곳 저곳 [새벽]
해진을 찾아 돌아다니는 류환. 뭔가를 밟은 듯 멈춰 서서 내려다본다.
류환의 발 아래 흥건한 핏자국. 핏자국은 타이어 바퀴 자국 앞에서 멈춰 있다.
- cut to / 길에서 해랑과 만난 류환.
류환 어딜 늦게까지 싸돌아다니네?
해랑 나 기다려써?
류환 정신 차리라! 해진이가 남조선 놈들에게 잡혔다.
해랑 잘됐네.
류환 뭐?
해랑 길찮아. 적어도 죽진 않을 거 아니야?
류환 그런가? 그치만 적응할 수 있을까?
해랑 죽진 않갔지만 적응은 못할 거다. 몇 십 년이 지나도.
류환 왜?
해랑 그 놈한테 중요한 건 딱 하나야. 원류환.
류환 미친놈! 따라와 봐.
해랑 어델?
류환과 해랑이 코너를 돌아 사라지면 모자를 눌러 쓴 국정원 요원A이 나타난다.
갑자기 위에서 나타나 옷으로 국정원 요원의 머리를 뒤집어 씌워 제압하는 류환.
해랑 아 새끼 거 미리 말이라도 해주디...
국정원 요원A의 이어셋을 뺏어서 대화를 하는 류환.
류환 (이어셋에) 리해진은 잘 있나?
- 국정원 / 취조실 밖과 교차.
취조실 밖에서 요원A과 통신하던 수혁의 표정이 굳는다.
취조실 안에는 해진이 눈이 가려진 채 요원들에게 취조를 받고 있다.
수혁 원류환인가?
류환 아직 어린놈이다. 잘 부탁한다. 니 동생처럼 키워줘라.
수혁 남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요원B(소리) 팀장님!! 5446 총교관 김태원이 내려왔답니다.
류환 지금 뭐라구 했나?
수혁 똑똑히 들어라. 너희들 교관 김태원이 왔다.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자수해!
너희 몸엔 위치추적기가 심어져 있어 도망칠 곳도 없어!
류환 뭐!!
무전을 일방적으로 끊는 류환.
해랑 뭐네? 대체.
류환 우리 몸속엔 좌표기가 있었어. 총교관 동지가 그걸 보고 우릴 찾아올거다.
해랑 잘 됐네. 어차피 만나려고 했던 거 아니네?
류환 이 동네에선 아니지! 우리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위험해질 거 같다.
일단 폐창고로 가자! 거기라면...
해랑 뭐네? 지금 이 상황에 동네 사람들이 중요하네?
류환 남조선 인민들도 우리가 챙겨야 할 대상이야.
해랑 그래도 일단 무기부터 챙겨야 될 거 아냐?
류환 우린 반역하는 게 아니니까 무기 없이 만나야 돼. 난 교관동지를 믿는다.
해랑 고지식한 아새끼... 기케 굴다가는 개죽음이야. 그 쪽은 죽이려고 온 거야.
류환 어쨌든 일단 대화를 해야 돼. 무기를 갖고 있으면 얘기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니 무기도 갖고 오지 마.
해랑 니가 대장이네? 자꾸 이래라 저래라 하디 말라.
류환이 요원A한테 가더니 허리춤의 차키를 빼내 해랑에게 던져준다.
류환 맞다. 니 갈길 가라. 너까지 위험해질 필요 없다.
해랑 미친놈! 너 혼자 뚫을 수 있을 거 같애?
류환 어차피 각자의 길이 있는 거지.
너랑은 너무 다른데 그동안 너무 같은 길을 걸어왔다. 잘 가라! 동무!
해랑 동무! 좋아하네!
돌멩이 걷어차며 화난 표정으로 차키를 주머니에 넣고 갈 길을 가는 해랑.
77. 국정원 취조실 안 [낮]
출동 준비를 하는 수혁과 요원들.
눈이 가려진 해진은 수갑을 찬 채 취조실 의자에 말없이 앉아 있다.
요원B 치료도 거부하고, 입도 뻥긋 안합니다. 약물을 써보는 건...
수혁 짐승한테 아무리 매질을 한다한들 사람 말 알아듣겠냐? 출동 준비해!!
요원B 국장님께는...?
수혁 내가 책임질 거다.
요원들이 불만인 듯 짐을 챙기며 나가자, 해진에게 다가가는 수혁.
수혁 너희 교관 김태원이 내려왔다.
절대 너희를 죽게 내버려두진 않겠다!
해진 (열릴 것 같지 않던 입을 여는) 까불지 말고 니들 목숨이나 잘 지켜.
요원B 이 새끼가 진짜!!
요원B, 나가다 들어오며 해진의 허벅지를 걷어찬다.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는 해진
해진 아악!! (허벅지를 잡고 고통스러워하다 잽싸게 서수혁의 다리를 잡고 매달리며) 서수혁 팀장! 살고 싶으면 나도 데려가라!!
해진(소리) 저..저 좀...데려가..주시라요..
- 회상 / 5446부대 정문
행군을 끝까지 따라온 해진. 만신창이가 되어 류환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어린해진 저도 군인 동무 같은 군인이 되고 싶습네다!!
류환, 그런 해진을 내려 보다 갑자기 가오리로 해진의 허벅지를 찍는다.
어린해진 으아아악!
어린 해진, 허벅지를 부여잡는데...
어린류환 움직이지 말라우!
한 치만 더 들어가면 평생 다리를 절게 될 거야.
괴로운 표정으로 류환을 바라보는 해진.
허벅지에 꽂힌 가오리를 뽑는 류환, 비명을 지르며 상처를 부여잡는 해진.
어린류환 여기선 매일 그런 상처가 생긴다.
살고 싶으면 돌아가라우.
어린해진 살고 싶어 그럽니다. 살려주시라요.
돌아가는 류환의 다리를 잡는 해진. 간절한 눈빛으로 류환을 바라본다.
- 다시 현재
해진이 바라보는 대상이 수혁으로 바뀌어 있다. 수혁에게 무릎을 꿇는 해진.
해진 (절규하는) 나도 데려가 줘...!! 조장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수혁 넌 여기서 못 나간다.
해진 조국을 버리라면 버리갔어! 김태원 교관도 죽이라면 죽이갔다구!!
김태원을 유인하기 위한 인질로 써도 좋으니까 제발 날 데려가란 말이야!!
이 남조선 개돼지 새끼들아!!!
요원들, 몰려와 해진을 본다. 표정들은 제각각이다.
78. 야산 어느 곳 [낮]
땅을 파헤치는 고정간첩. 흙 묻은 보온병을 열어보면 칩이 있다. 꺼내 밟아버리는 고첩.
79. 달동네 입구 -> 창고 안 [낮]
서서히 동네로 들어서는 검은색 자동차, 그 안에는 태원과 재오가 타고 있다.
위치추적기의 빨간 별의 명도가 올라가면서 삐-삐-소리가 난다.
재오 간나새끼....!! (피식 비웃는다)
하는데 유난히 커다란 별 표식(5446부대마크 형상)이 그려진 폐창고가 눈에 띈다.
80. 폐창고 안 [낮]
어두운 실내, 기둥들이 드리운 그림자 속 류환이 앉아 있다.
그 옆에 떨어져 있는 빨간색 라카 통. 그 너머 기둥에 묶여 있는 국정원 요원A.
천천히 창고 문이 열리면, 안으로 들어서는 태원과 재오.
벌떡 일어나 태원에게 거수경례하는 류환.
재오 간나새끼! 무슨 염치로...
류환 대좌동지 그간 건강하셨습네까?
태원 동무들을 비난하진 않겠다.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
위대한 조국의 명령을 받들라우.
류환 한 가지만 확인해주십시오. 제가 명령에 따르면 제 오마니는,
지금까지처럼 공화국의 지속적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겁네까?
재오 뭔 말이 많네! 너희는 이미 반역자야!
류환 대좌동지. 대답해주시라요.
태원 조국의 명령엔 조건이 없다. 명령을 집행하라.
류환 대답해주시면 따를 것입니다!
태원 한 마디만 더 하면! 즉결 처형하겠다!
류환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오마니는 살아는 계신 겁니까?
태원 (재오에게) 처형하라우.
재오 네!
재오, 기다렸다는 듯 류환에게 총을 겨누지만 류환이 던진 대못이 더 빨랐다.
재오 팔에 박히는 대못, 그 틈에 총을 놓친다.
재오, 다른 손으로 총을 주워 겨누지만,
번개처럼 재오의 팔을 잡아 총구의 방향을 뒤트는 류환.
그 바람에 기둥에 묶인 국정원 요원A의 옆구리에 박히는 총알.
단 몇 번만에 재오를 제압하는 류환. 재오의 총을 뺏으며...
류환 오마니한테 가겠습니다.
죽더라도 내 오마니 앞에서 죽겠습네다.
예상했다는 듯 류환에게 다가오는 태원. 총을 들고 있어도 흔들림 없다.
결국,...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류환을 제압하고, 킥을 날리는 태원.
재오 옆으로 떨어지는 류환. 비열하게 류환의 등에 가오리를 꽂는 재오.
그때 류환의 팔꿈치에 가격 당하고 나뒹구는 재오.
전기를 맞은 듯 일어나는 류환. 온힘을 다해 태원에게 달려들지만
태원의 강력한 킥에 맞고, 창고 문에 부딪히며 밖으로 나가떨어진다.
81. 폐창고 밖 [낮]
창고 밖 길, 나가떨어진 류환. 비틀거리며 일어나다 멈칫한다.
보면, 창고 쪽으로 웅이 형제가 우산을 들고 다가오는 것 아닌가?
류환 (태원 일행에게) 아이들이 오고 있습니다. 잠시만...
걸어 나오던 태원, 두 아이를 발견하고도 멈추지 않는다.
류환 (계속 다가오는 아이들에게) 오지 마! 돌아가라고!
치웅 (류환을 발견하고) 어?! 똥꾸?
류환 그래 나 똥구야! 돌아가라고!
치웅 왜? 또 응가하려고?
류환 그래 맞어! 오지 마!
일부러 쭈그려 앉는 류환. 그제야 총을 겨누고 다가오는 재오를 제지하는 태원.
치웅 (류환에게 다가가며) 바보야! 응가 하더라도 비는 맞지 말아야지.
똥 누다 비오면 이거 써~ 이거 엄마 우산인데 특별히 쓰게 해줄게!
세웅 형아! 그럼 엄마는??
치웅 (귓속말로 그러나 다 들리는) 엄마 오면 뺏어야지.
세웅 (끄덕이다 류환의 등에 꽂힌 가오리를 보더니) 이거 뭐야? 등에!
감정이 북받치는 듯 얼굴을 감싸 쥐는 류환... 그런 류환을 바라보는 태원.
류환 지느러미야...... 멀리 헤엄쳐 가야 하거든...
세웅 아픈 거 아니지?
류환 (억지로 웃으며) 응...니들이 던진 짱돌보단 안 아퍼..
형제를 바라보던 류환, 둘에게 말하듯 속삭이기 시작한다.
류환 ... 동네 입구, 야식집을 등지고 왼쪽 큰길.
이 녀석들 엄마를 짝사랑하는 아저씨의 이발소를 지나...
배달 갈 때마다 안 내다보는 척 내다보는, 고영감님네도 지나서...
태원 ......?
류환 50미터쯤 올라오면...놀이터 뒤에 붉은 별이 그려진 폐창고 앞!
서둘러! 우릴 잡고 싶다면!! 빨리 튀어오란 말이야 남조선 새끼들아!!
태원,재오 !!
- 달동네 골목길,
이어셋으로 들리는 류환의 설명에 따라 골목길을 달리는 수혁의 차.
- 창고 앞
재오 (큰소리로) 쏴야 됩니다!!
류환의 셔츠 소매 밖으로 삐져나온 이어셋을 본 태원. 총 쏘는 재오를 그냥 둔다.
순간 빠른 동작으로 치웅과 세웅을 안고 몸을 날리는 류환, 가까스로 총알을 피한다.
그리고 등에 박힌 가오리를 빼서 재오에게 던지는 류환.
자기 얼굴을 스치자 흥분한 재오, 류환 향해 걸어가며 총을 발사한다.
충격에 멍해진 웅이 형제를 고슴도치처럼 감싸 안은 류환의 어깨에 스치는 총알.
재오, 조준해서 쏘는데 총알이 없다. 탄창 갈고 다시 겨누는데......쾅!!
어디선가 달려와 재오를 튕겨버리는 검은색 자동차... 운전석엔 해랑이다.
해랑 (문을 열며) 이런 염병! 얘들은 또 뭐야? 꽉 잡아!!
뒷문을 열고 아이들과 함께 차에 오르는 류환. 급히 출발하는 해랑.
재오, 쓰러진 채 차를 향해 총을 쏴보지만 빗나간다.
류환 오려면 빨리 오지 씨!....
해랑 한번 잡지도 않더니 썅!.....내가 뭐랬네. 대화는 개뿔.....
82. 달동네 중간 골목 [낮]
빠른 속도로 골목길을 내려오는 해랑의 차.
해랑의 차가 왼쪽으로 꺾어 사라지고 곧이어 태원의 차가 급히 달려오는데....
반대편 정면에서 수혁의 차와 해진을 태운 국정원 차가 올라온다.
수혁 (정면 차안의 태원을 인지하고) 김태원!!
재오 (정면으로 달려오자) 비키라우!
서로 가속도를 내며 달려오는 수혁과 재오. 서로 절대 비키지 않는다.
바로 코앞까지 핸들을 꺽지 않는 수혁과 재오, 결국 충돌직전 동시에 핸들을 튼다.
쿵-소리와 함께 좁은 골목에 꽉 끼어 오도 가도 못하는 수혁과 재오 차량.
83. 차 안 [낮]
오줌을 지릴 정도로 공포에 질린 치웅을 안심시키려고 손을 대는 순간 기겁하는 치웅이.
류환 치웅아. 나 동구야... 진정해. 응?
치웅 (울며) 다시는 돌 안 던지고, 쏘세지 몰래 안 가져갈게요.
류환 그래 그러면 돼. 울지마...나 진짜 바보 동구야!! 똥꾸!....
치웅 (몸을 피하며) 바보 아니에요. 바본 안 무서운데....넌 무서워요.
류환 (답답) 나 무서운 사람 아니야!!
해랑 본인을 잘 모르는구만.
류환 (해랑에게) 시끄러! 저기 이발소 앞에나 세워!
(아이들에게) 내려서 박씨 아저씨 집으로 들어가서, 절대 나오지 마
대답도 없이 겁먹고 웅크린 치웅이. 답답해서 창밖을 보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84. 이발소 앞 [낮]
이발소 앞에 급히 서는 차 소리에 밖으로 나오는 박씨.
류환 아저씨. 얘들이랑 얼른 숨어요!
박씨 어?.... 뭐?
발작을 일으키듯 바들바들 떠는 치웅이를 번쩍 안아서 박씨에게 안겨주고
아무것도 모르다보니 멍한 얼굴로 눈물만 맺혀있는 세웅이도 내려주는데....
세웅 근데 똥구.... 어디 가?
치웅 (동구에게 말을 걸자 놀라서 동생을 끌며) 빨리 와 이 바보야!
류환, 아직도 자신을 동구로 생각하는 세웅이와 철없는 동생을 보호하려는 치웅이를 바라본다.
류환 집에.... 고향에 갈 거야.... 너희들처럼 엄마 만나러...
세웅 몇 밤 자고와?
류환 ......빠이빠이!
해랑, 차를 급히 출발시키자 차 뒷문이 저절로 쿵 닫힌다.
류환, 뒤돌아보니 손 흔드는 아이 두 명을 안고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박씨 보인다.
해랑 이 차 몰고 논스톱으로 평양까지 갈까? 씨! 인생은 직행이지!!
85. 달동네 중간 골목 [낮]
재오 쌍간나!! 누구야!!!
창문이 열리고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재오와 수혁.
수혁 자기 새끼들까지 청소하러 왔냐?
태원 (인상 찌푸리는) 거래는 이미 끝낸 걸로 아는데...
또 다른 국정원 차 안의 해진,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거래’란 말에 태원 쪽을 바라본다.
86. 아파트 공사장 [낮]
공사장 안으로 진입하는 해랑의 차, 짓다 만 아파트 건물 앞에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리는 류환과 해랑, 잠시 서서 아파트 건물을 바라본다.
류환 여기서 내 무기를 받기로 했어. 이제부턴 혼자 뚫을게. 잘 가라.
데려다줘서 고맙다.
해랑 저게 쥐약을 먹었나, 간질간질한 소릴 다 하네.
멀어져가는 류환 보다 따라가는 해랑.
류환 왜 따라와?
해랑 동무 따라 강남 간다는 말도 모르네?
류환 내가 어디로 갈 줄 알고?
해랑 어딜 가도 동무가 필요하지 않갔네? (앞서 가며) 니가 나 따라오는 거야.
경주하듯 뛰어가는 류환과 해랑.
87. 아파트 공사장 4층 [낮]
창문도 벽도 없이 넓게 트인, 짓다만 아파트 내부. 류환과 해랑이 뛰어 들어선다.
류환 아저씨!
상구(소리) 여길세.
기둥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상구, 검은색 가방을 들고 모습을 드러낸다.
류환 옆 건물로 도주 가능하다고 하셨죠?
상구 (내려놓으며) 맞네.
해랑 옆 건물로 갔다고 안 쫓아오겠나? 어느 쪽이든 전부 죽기 전엔 끝이 안날거야.
더 멀리 갈 필요 없이 여기서 끝장 보자! (뛰어가며) 인제 다 죽었어. 씨!
뛰어와 상구가 내려놓은 가방을 열어보던 해랑, 멈칫하며 류환을 올려다본다.
해랑 이 가방 맞아?
류환도 다가와 보면 가방 안에는 빨간 벽돌만 가득할 뿐, 총은 보이지 않는다.
해랑 장난해? 이걸로 뭘 어쩌라고!!
류환, 쳐다보면...멀찍이 떨어져서 고개 숙인 채 셔츠로 안경을 닦고 있는 상구,
상구 너무 오래 걸렸어...
류환 아저씨!
상구 (상기된) 일개 교수 따위가 바른말 한 번 한 대가치곤 너무 오래...
류환 .....네? (얼떨떨한)
상구 원류환 동무... 난 말일세... 확신이 있었다네...내 주장이 옳다는 확신.
자네들이 완벽한 반역자가 된 이 순간!...내 논문이 증명된 거야.
류환 .......서상구 동무! 지금...
상구 솔직히 자네들이 이케까지 ‘인간다워’질 줄 몰랐네.
안경을 쓰며 고개를 드는 상구, 이전과는 달리 차가운 인상이다.
상구 처음 뵙겠네. 김일성종합대학 정치철학과 교수...
(안경을 치켜 올리며) 서영국이라 하네.
상구 뒤로 버티고 선, 완우와 20여명 정도의 북측 대원들.
상구 공화국의 반역자들... 기분이 어떤가?
밥만 먹여주면 남조선의 개가 될 버러지 같은 놈들!
위대한 공화국의 ‘혁명전사’ 라는 이름은 너희에게 어울리지 않아!!
해랑 리무혁에게 부대창설을 반대한 교수가 있다고 들어 본 적 있어...
그거이...당신....(기가 찬)
류환 (믿기지 않아 망연자실한)......아저씨 저 류환이예요.
상구 바보 새끼! 너희에게 도주로 따윈 없어... 이곳이... 너들의...무덤이야.
88. 달동네 중간 골목 [낮]
인질로 잡혔던 국정원 요원A, 총상에 몸을 부들부들 떠는데... 그에게 총을 겨누며...
태원 이 동무 출혈이 심하다. 길을 트라우.
멀리 마을 사람들이 뭔 일인가해서 모여든다.
태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민간인들까지 다치는 수가 있다.
수혁 (총을 겨눈 채) 먼저 우리 요원을 내보내라.
태원 먼저 트라우!
태원, 수혁차를 밀어버리고 마을을 빠져나가면서 요원A를 길가에 던져 버린다.
쫓아오다 요원A를 보고 차를 세우는 수혁 차와 해진이 탄 국정원 차량.
89. 아파트 공사장 4층 [낮]
상구의 이마에 “뻑!”하고 명중하는 빨간 벽돌.
피가 흐르는 이마를 감싸 쥐는 상구.
해랑 무기로 쓰라고 갖다 준 거잖아? 성의가 있는데 써야디!
상구 이 간나새끼...죽고 싶어! 완우 동무 처치하라우!
해랑 오랜만이야 최완우, 그래 조장은 됐고?
상구 (완우에게) 뭐하고 서 있어! 김태원 교관이 오기 전까지 내가 여기 지휘관이다. 날래 쏴 죽이라니까!
완우 조장...우린...공화국의 명령을 따릅니다.
해랑 알아. 그냥 네 할 일이나 하라우! 난 내 할 일 할게.
뒤의 부하들에게 눈짓하는 완우,
서상구와 완우 앞으로 나서는 15명 정도의 북측 대원들. 그 중에는 류환의 총을 든 3명도 보인다. 해랑, 벽돌 조각을 소총을 든 대원에게 던져 맞추고, 잽싸게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북측 대원들 틈으로 들어간다.
대원들 틈에 뒤섞여서 대원들의 총을 무력화 시킨 다음
힘을 합쳐 대원들을 하나씩, 혹은 동시에 둘 셋씩 제압하는 류환과 해랑.
오래 걸리지 않아 피투성이가 되어 널브러져 있는 대원들을 보는 상구와 완우.
등을 마주 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류환과 해랑.
상구 순식간에...이...이게...가능한 일이오?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본 류환, 고개 돌려 피를 뒤집어쓴 해랑을 본다.
류환 우리....이렇게까지 동지들의 피를 묻혀가며 살아야 할까?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있는 북측 대원들을 내려다보는 류환과 해랑.
류환 당의 보살핌을 받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반역을 하면....
상구 ....동구야.. 이 바보야.....
5446 부대원의 가족은... 입대와 동시에 전부 수용소에 수감된다.
류환 ...뭐????
상구 최정예 전사가 그런 희생 없이 그냥 만들어지는 줄 알았나?
....후후.....그리고 너희들한테 죽으라는 명령이 떨어진 마당에.....
가족들이 살아있다고 보나?
류환 거짓말하지 마!!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류환. 온몸에 힘이 빠지고,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세상이 제멋대로 돈다. 그대로 주저앉는 류환.
해랑 정신 차려!! 원류환!! 정신 차려!!
상구 하하하. 눈물 나는구먼. 하하하.
해랑 (쇠파이프를 집어 들며) 난 지킬 오마니도 없고,
그냥 나 혼자 폼 나게 즐기면 그만이거든.... 간다!!
상구 최조장! 막아!
완우, 입고 있던 상의를 벗는다. 팔에는 철로 된 아대 모양의 가오리가 채워져 있다.
쇠파이프로 완우를 가격하는 해랑. 팔로 막아내는 완우.
완우 (힘으로 밀며)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소.
해랑 (밀리며) 그래, 말로 하자. 그게 낫겠다.
완우 (벽에 몰아 붙여 목을 조르며) 조장이 출정하던 날 내 여동생이 수용소에서 나왔는데.......혹시...조장이 꺼내준 겁니까?
해랑 (목이 졸리며)....확인했을 뿐이다. 니 말대로 니 동생이 곱다면 좀 사겨볼까 하고....흐흐흐 (무릎으로 턱을 가격하며) 개뿔!! 너랑 똑같이 생겼더만! (마구 때리며) 그래서 미련없이 내려왔다!!
해랑이 때린 다기 보다는 완우가 눈물을 흘리며 기쁘게 맞아주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상구는 주저앉은 류환에게 다가와 총을 겨누며 툭툭 친다.
상구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다니...너희들에겐 공화국의 전사라는 칭호가 아깝다.
류환 (상구 발을 두 팔로 끌어안으며) 우리 어머니가... 그럴 리 없어..!!!
쓰러지며 총을 놓치는 상구.
류환 (상구 몸에 올라타며) 거짓말이야!! 그럴 리 없다구!!
상구 (버둥대며) 최조장!!
그러나 최조장은 해랑과 격투를 벌이고 있다.
상구, 총을 다시 잡으려고 발버둥치지만 아슬아슬하게 손이 닿지 않는다.
상구 (이어셋에 대고) 저격수!! 저격수!!
눈의 초점을 잃은 류환,
상구의 목을 가격해 말을 못하게 만들고는 엄지로 상구의 두 눈을 누른다.
상구도 팔을 뻗어 안간힘 쓰며 버티지만, 눈에선 피가 조금씩 흐른다. (잔인하지 않게 표현!)
이때!! ‘푸슉!’ ‘푸슉!’
류환의 어깨와 해랑의 다리를 관통하는 총알.
그대로 엎어지는 류환. 총알을 맞고 정신이 좀 돌아온 듯하다.
가까스로 벗어난 상구는 눈을 뜨지 못한 채 무작정 아무 데로나 기어간다.
한편, 격투를 벌이던 해랑과 완우.
사격이 개시되자 완우는 해랑을 가려주며 북측 저격수들을 등진다.
등에 한 발 맞고는 해랑과 함께 기둥 뒤로 피하는 완우.
해랑 원류환!! 정신 차려!!
그러나, 이때! 차량들이 아파트로 들이닥치는 소리가 들린다.
완우, 일어서서 1층을 보면, 태원의 차가 달려오고, 그 뒤를 수혁의 차가 따라 오고 있다.
완우 일단 피해야 합네다.
원소좌 동지! 조장 어머니는 진짜로 돌아가셨습네다. 동생이 그러는데...수용소 끌려와서 얼마 사시지도 못했답니다. 그때 조장동지를 참 많이 찾았답니다.
죄송합네다. 이런 말 전해서...
해랑 (괴로운 듯) 원동무! 올라가자!!
정신이 나간 듯 멍하게 구석에 앉아 있는 류환.
90. 아파트 곳곳 (입구/ 2층 가는 계단/ 옥상 가는 계단) [낮]
- 아파트 공사장 입구 (태원, 재오/ 수혁)
공사장 입구로 진입하는 태원차.
차에서 내리는 태원과 재오, 무기를 챙겨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뒤따라 공사장에 도착한 수혁차와 국정원차량.
물통에 부딪혀 유리도 찌그러지는 등 많이 손상됐다.
수혁 (내리면서) 현장 도착! 타격대 도착 언제야?!
요원C 8분 걸립니다!
사방을 경계하며 아파트 건물로 향하는 수혁과 요원들.
- 아파트 공사장 입구 -> 2층 계단 (태원, 재오/ 수혁)
2층으로 올라가는 수혁과 국정원 요원들. 이때 날아오는 북측 저격수의 총알들.
서너 명의 요원이 부상당한다.
수혁 (2층과 건너편 건물에 총을 쏘며) 저격수다!! 엄폐해!!
(이어셋에 대고) 저격수 때문에 현장 진입 불가하다!! 후퇴도 어렵다!!
저격수들의 총알, 틈만 나면 계속 날아온다.
- 아파트 공사장 입구 차량 안 (해진)
무전기에서 “지원 바란다. 저격수들 때문에 현장 진입 불가! 후퇴도 불가”란 소리 들린다.
수갑이 뒤로 채워진 채 고개를 숙이고 차량 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해진.
해진 (허억..허억)..우린 북에서 어려서부터 길러진 최고 전사야.
젤 먼저 배우는 게 뭔지 알아?
요원B ?
해진 수갑 푸는 법이야. 갈켜줄까?
요원B (총 겨누며) 됐으니까 그냥 있어라.
해진 (허억..허억)..아주 쉬워..딱 두 가지 뿐이거든.
옆에 있는 사람 죽이고 푸는 법과 불구로 만들고 푸는 법!
어느 쪽 보갔어?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심리적으로 상대를 다루는 해진.
- 4층 -> 옥상 올라가는 계단 (류환, 해랑, 완우)
부상을 당한 해랑과 류환을 부축해서 옥상을 향해 계단을 달려 올라가는 완우.
북측 저격수의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지고 그 중 한발이 완우의 팔에 관통한다.
완우, 주변의 널찍한 철판을 집어 들고 창 쪽을 막는다. 다시 날아오는 총알들이 철판으로 쏟아지는 소리가 나고, 완우는 류환과 해랑에게 어서 올라가라고 말한다.
91. 아파트 곳곳 (4층/ 건너편 건물/ 옥상) [낮]
- 아파트 공사장 4층 (태원, 재오/ 상구)
태원이 재오가 올라오자 아수라장이 됐다.
상구 (숨어있다 나오며) 대..대좌 동무? 왜 이..이제야 오는 거..것이오?
상구,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더듬더듬 기둥을 만지며 모습을 드러낸다.
자기 안경마저 밟아 깬다. 한숨을 짓는 태원.
상구 다...당신들이 날 잘..지켰어..야지....내..내.눈..어쩔..거야!!
태원 .......
상구 각..각오하는.. 게 조.좋을 거요...내 공..공화국에 돌아가면.. 이번 일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거요...! 이것들을 형..혁..명전사라고....
그러자 상구의 입 쪽을 그대로 가격해서 날려버리는 태원.
억! 소리와 함께 기둥에 부딪혀 쿵- 쓰러지는 상구. 뒤통수에서 피가 베어 나온다.
태원 알았으니 닥치라우!!
태원, 부상당해 널브러져 있는 북측 대원들을 바라보며
태원 위대한 공화국의 전사들은 들으라. 우리 모두, 여기서 죽는다.
대원들 (여기저기서 두려운 눈빛으로 태원을 보며) 대.... 좌님... 살려주십시오.....
태원 (재오에게) 일어서지 못하는 동지들은.... 편하게 보내줘라...
태원이 내뿜는 위압감에 압도되는 대원들. 대원들을 총을 쏴서 제거하는 재오.
- 아파트 공사장 입구 -> 2층 계단 (태원, 재오/ 수혁)
수혁 쪽에 날아드는 저격수의 총알이 점점 줄어든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수혁, 저격수들 쪽을 살핀다.
- 옆 건물 저격수 은신처 (해진)
이미 죽어있는 서로 다른 층의 북측 저격수 3명....
4번째 저격수마저 귀신같이 나타나 제거하는 해진.
해진 공화국 저격수 모두..... 제거됐다. 그러니까 빨리....
수혁(소리) 누구야?! 너 이 새끼!!
해진 빨리 가서.... 조장을 ..... 살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해진. 출혈이 심하다.
- 4층 올라가는 계단 (수혁/ 태원, 재오)
총격이 멈추자 사주경계를 하며 4층으로 올라가는 수혁과 요원들.
한편, 4층의 재오는 아직 부상당한 자기 쪽 대원들을 제거중이다.
수혁 쪽 요원들이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계단 앞으로 가 엄포 사격을 하는 태원.
태원 돌아가라! 공화국의 일이다.
남조선은 관여하지 말라. 여길 올라서려 하면...
전원 소멸 시키갔어.
태원은 재오와 남은 10여명의 대원들을 이끌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태원 쪽의 총격이 없자 다시 4층으로 올라가는 국정원 요원들.
이때, 불길한 예감이 드는 수혁.
수혁 물러서! 올라가지 마!!
요원 수류탄이다!!
요원들, 허겁지겁 물러서고, 눈이 안 보이는 서상구도 수류탄이라는 말에 놀라 급히 기어서 도망친다. 콰앙- 요란한 폭음과 함께 계단은 무너지고, 서상구는 엘리베이터 통로로 빠진다.
- 아파트 공사장 옥상 (류환, 해랑, 완우)
콰앙- 4층 계단에서 터진 수류탄의 폭음과 진동이 옥상까지 울린다.
옥상에 다 올라와서 철문을 열며 쓰러지는 완우와 류환, 해랑.
여기저기 총을 맞은 완우는 이제 호흡을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표정이다.
완우 전 둔하고 멍청해서 이 방법 밖에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군화 옆에 차고 있던 가오리를 던져주는 완우.
해랑 이 바보 같은 놈의 새끼!!
완우 어차피.. 한 번 사는 거... 화끈하게 살다가... 쿨 하게 죽으면... 그만 아닌가?
해랑.... 조장님이.... 늘 하시던 말씀입니다... 얼른...옆 건물로 가세요!!
해랑 우린 같이 간다. 기다리라우
저격수가 있을까봐 자세 낮추고 가서 보는 해랑.
하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시키고 있던 공사설비는 총격으로 다 끊어져있다.
해랑의 얼굴에 흐르는 절망....
해랑이 돌아와 보니 완우의 눈을 감겨주고 있는 류환이 보인다.
상처와 분노로 지쳐 있는 둘의 어깨로 내려앉는 어둠.
해랑 미안하다. 너희 엄마까지 수용소에 간 줄 몰랐다.
해랑의 웃음이 이내 쓸쓸해지고 눈에 눈물이 맺힌다.
해랑 ... 원류환 동무, 내 부탁 하나 들어주라.
이제 더 도망칠 곳은 없고, 곧 교관 동지와 제거조가 올라올 거다.
여기서 우리 진짜 5446의 1등 전사가 누군지 다시 가려보자우.
기러고 나서 운이 좋아 우리 중에 하나라도 살게 된다면 기냥 동무가 살라우.
지랄같은 인생은 다 버리고...대신 진짜 사람처럼 한 번 신나게 살아 보라우..
나야 뭐 첨부터 삶에 미련 따윈 모기 눈알 만큼도 없으니까네....
그런 해랑을 말없이 바라보는 류환. 비가 퍼붓는다.
92. 아파트 곳곳 (입구/ 옥상) [낮]
- 아파트 공사장 입구 (국장/ 수혁)
수혁이 부상당한 요원들을 부축하며 건물 밖으로 나오다 국장과 타격대원들이 도착한다.
국장 야!! 이 새끼야!! 왜 단독행동 하는 거야!! 어? 죽고 싶어?
수혁 국장님! 저 어린 것들 목숨 거래해서 우리한테 떨어지는 게 뭡니까?
국장 (한방 날리며) 너 하나 사고 치면 우리 모가지가 줄줄이 떨어진다. 이 개새꺄!
(수혁의 무전기 뺏으며) 내가 직접 지휘한다. 이 새끼 차 안에 묶어 놔.
수혁 국장님! 작전 중지해 주십시오.
요원들 몇 명이 수혁을 포박한다. 반항하는 수혁의 명치를 발로 차는 국장. 꼬꾸라지는 수혁.
국장 타격대는 진입로 뚫고 옥상으로 올라가고, 저격조는 건너편 건물로 올라간다.
모두 경거망동하지 마라! 오늘 필요한 건 빨간 피지 파란 피가 아니다!
빠르게 아파트로 진입하는 타격대원들.
- 아파트 공사장 옥상 (류환, 해랑/ 태원, 재오)
긴장감이 감도는 아파트 옥상.
쿵쿵쿵쿵... 태원 일행이 옥상으로 올라오는 소리에 긴장하는 해랑.
‘쾅’하고 열리는 옥상 철문.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태원. 그 뒤로 재오와 북측 대원들.
해랑 헐- 끝판왕 위엄 쩐다야....
증오에 불타는 눈으로 태원을 노려보는 류환. 태원과 마주 선다.
류환을 출정시키던 비파곶에서처럼 우뚝 서서 마주보는 태원.
태원 .... 연결하라우!
전화가 연결되자, 전화기를 바닥에 놓고 해랑 쪽으로 밀어주는 재오.
태원 마지막으로 한마디 들어주신다 하셨다.
재오 (비열하게) 리무혁 대장동지시다. 혹시 아나. 빌면 살려주실지.
해랑, 물끄러미 전화기를 바라보다가.... 가오리로 핸드폰을 찍어버린다.
해랑 이제... 인정받고 싶은 조국도... 아바지도 나한테는 없다우 야.
내래 이제 나만 위해 살 거거든!
재오 간나새끼! 버려진 첩의 자식 주제에 건방떨긴...
해랑 이런 조팔 새끼!
류환 .......! (류환의 눈빛도 분노한다)
재오 숨긴다고 모를 줄 알았어? 리무혁 대장동지가 버린 니 어미는
거지처럼 떠돌며 쓰레기를 뒤져 먹다 돼지우리에서 널 낳았다.
모든 조원이 다 안다. 이 그지 새끼야!
해랑 아새끼 참 말 많네.......
재오, 해랑에게 총구를 겨누지만, 번개처럼 가오리를 날리는 해랑.
류환과 태원의 팽팽한 시선 사이로 벌어지는 해랑과 재오의 격투.
해랑이 던진 가오리로 인해 재오의 총이 떨어지고.... 재오를 인정사정없이 패는 해랑.
재오, 이대로 맞아 죽는가 싶은데...
갑자기 주먹질을 멈추는 해랑, 옆구리를 보니 피가 새어나온다.
해랑 너.. 너 이 간나새끼!
재오가 휘두른 가오리를 빼앗아 재오의 목을 찔러 죽여 버리는 해랑.
옆구리를 심하게 찔린 해랑도 쓰러지고 만다.
재오의 죽음을 무심히 바라보던 태원..... 류환과 시선이 팽팽하게 부딪친다.
류환, 어깨에 피를 흘리며 드디어 태원 앞으로 나선다.
- 건너편 아파트 / 지휘차량 (국장)
남측 저격수들이 올라가 자세를 잡는다.
헬멧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건너편 옥상의 상황을 지휘차량의 국장에게 송신한다.
- 아파트 공사장 옥상 (류환, 해랑/ 태원)
태원 기억하고 있나?
우리가 다시 만나는 경우의 수는.... 딱 두 가지뿐이라는 말...
류환 물론입니다. 조국통일을 이루어 얼싸안고 형제가 되거나,
아니면 원수가 되어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거나라고 하셨습네다.
태원 난 동무를 믿었는데... 결국 반역자가 된 건가?
류환 오마니를 부탁했는데..... 그게 그렇게 큰 부탁입니까?!!
어머니 얼굴 한번 보고 출정하겠다는 저에게 뭐라 하셨습니까!
영웅이 되어 돌아와서 만나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저희들을 버리건 교관동지입니다.
태원 (대원들에게) 처단하라우.
류환 제가 뭘 잘못 했습네까!!!!
분노와 원망에 사무쳐서 절규하는 류환에 달려드는 북측 대원들.
괴물이 되어버린 류환, 달려오는 대원들을 사정없이 처치한다.
바닥에 나뒹구는 북측 대원들..마침내 태원만이 남았다.
류환 절대 죽지 마라, 하셨습니다. 그 명령만 따르겠습니다.
달려드는 류환, 자신의 모든 내공을 다해 전력으로 공격한다.
그럼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막아내고 역공을 가하는 태원.
태원 동작이 큰 공격은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등등한 살기보다 처절한 슬픔이 느껴지는 군더더기 없는 고수들 간의 공방전!
시간이 갈수록 부상과 실력차이로 밀리기 시작하는 류환.
쉴 틈 없이 퍼붓는 공격에 찢어지고 터지는 류환.... 결국 나가떨어진다.
사지가 흐늘거릴 정도로 무너진 몸으로도 오뚝이처럼 기어이 다시 일어나는 류환.
떨어져 있던 가오리를 집어 드는 태원. 휙- 간결한 동작으로 류환의 인대를 끊는다.
이제 살아 있어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류환의 몸....
- 아파트 공사장 옥상 입구 철문 (해진)
옥상으로 타격대원들이 조심스럽게 올라온다. 그 틈으로 한 대원이 뒤늦게 합류한다.
대오를 갖추며 태원, 류환, 해랑을 향해 총구를 일제히 겨누는 타격대원들.
타격팀장 (타격대원들에게) 명령이 있기 전에 절대 발포하지 마라.
타격대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원. 쓰러져있는 류환의 머리를 발로 밟아 뭉개며
태원 죽음이 두려운가?
류환 (마지막 악을 쓰며) 우리에게 두려움을 가르쳤습네까?
태원 가르친 적 없지. 그러니까 공화국의 위대한 전사로 목숨을 끊으란 말이다.
총을 꺼내 류환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태원.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탕!!!”
태원의 팔을 스치고 지나가는 총알. 놀라는 태원과 옥상의 사람들!
그리고 다시 태원의 무릎에 박히는 총알. 태원이 총을 떨어뜨리며 무릎을 꿇는다.
태원 (돌아보며) 관여 하지 않기로 약속했을 텐데!!
타격팀장 누가 쏜 거야. 발포 중지!
타격대원들 틈에서 앞으로 나가며 헬멧을 벗어 던지는 타격대원 한 명...해진이다.
태원 ..... 뭐가... 너희를 이렇게 만든 것이냐.....
해진 전 단지... 가까이 있고 싶었을 뿐입네다. 변하지 않는 사람들과 말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그 자리에 가면 그 모습 그대로 있을 사람들과 말입니다.
총교관 동지....용서하시라요...
해진, 태원 심장을 정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려다......멈칫한다.
태원 (수류탄을 꺼내며) 삶에 대해 주절댄다면 너들은 이미 자랑스런 공화국의 전사가 아니다. 너희들은 내 자랑이고 인민의 자랑이다. 더 이상 무너지지 말고 조국을 위해 함께 가자우.
안전핀을 뽑는 태원. 갑자기 시간이 멈추는 듯-
그때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해랑의 시야에 잡히는 태원.
해랑 조국이고 자랑이고 다 필요 없어. 인생 뭐 있갔어?
폼나게 살다 가면 그만이지!
마지막 힘을 다해서 일어서는 해랑. 태원에게로 달려간다.
해진 해랑 조장!!
류환 해랑아!! 안 돼!!
해랑 멋진 건 내가 할 거야!!!
윙크까지 해 보이며 태원과 함께 난간으로 뛰어내리는 해랑.
해랑 야! 나 잘~ 놀다 간다!!!!
“콰앙!!!” 공중에서 일어나는 요란한 폭발. 망연자실한 류환과 해진.
- 아파트 공사장 입구/ 지휘차량 안 (국장/ 수혁)
국장 (하얗게 질려) 이 새끼들 미쳤구나! 조용히 처리하겠달 땐 언제고!!
작전을 변경한다!! 옥상에 있는 타깃! 움직이면 무조건 사살해!!
차량 안에 묶여 있다 발버둥 치며 애타게 소리 지르는 수혁.
수혁 (무전으로 옥상까지 들리게) 안 돼!! 쏘지 마!! 사살 명령 취소다!
국장 이 새끼가 미쳤나?
수혁 미친 건 국장님입니다. 이 작전이 거래라는 걸 모를 줄 압니까?
국장 (비열한 표정으로 권총을 꺼내며) 계속 지껄여봐.
수혁 김희관, 성옥주 정보 넘겨준 것도 거래였습니까?
- 아파트 공사장 바닥 (해랑)
쓰러져 있는 해랑의 얼굴은 폭발의 여파로 처참히 일그러져 있다.
꿈틀하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해랑. 간신히 눈을 뜬다....
흐릿한 시야에 흩날리는 오디션 대기번호표, 접수증들이 보인다.
그 동안 모은 것들....어떤 건 불이 붙어 있고, 어떤 건 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그걸 보며 미소 짓다 숨이 끊기는 해랑..... 그때,
옆에 떨어진 해랑의 스마트폰에서 “띵동!”소리가 울리고, 액정엔 ‘오디션 합격 문자’가 뜬다.
93. 아파트 곳곳 (옥상/ 바닥) [저녁]
- 옥상 위
심한 부상을 입고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는 류환에게 다가온 해진.
류환 ...(숨을 몰아쉬며).... 멍청한 녀석.... 얼른 자수하고 돌아가라.
넌 이런 옷 안 어울려. 교복이 어울리지...
해진 가요. 조장. 건너편에서 보니까 외벽에 구조물이 많아서 충분히 갈 수 있어요... 제가 시간을 벌게요.
류환 혼자 가. 난 너무 늦었어.
해진 늦긴 뭐가 늦어! 시작이나 해봤어?
류환,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너무 많은 피를 흘려 힘없이 무너지고 엎어진다.
해진 정신 차려! 원류환!! 모르갔어?!
우리 살리겠다고 해랑 조장이 죽었어! 어서 움직여!
이때 류환의 앞에 떨어져 있던 슈트 재킷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통장이 보인다.
순임(소리) 차비라니까! 갖고 가! 썩을 놈......
손을 뻗어 삐져나온 통장을 꺼내 드는 류환.
첫 장을 열어본다. 한 달도 빠짐없이 차곡차곡 입금되어 있는 돈들...
류환 바보 같은 할매... 자기 병 치료나 할 것이지...
그러다 입금내역 란에 적힌 글씨를 발견한다.
류환의 시선으로 보이는 통장 입금내역... 동구월급... ‘동구월급’에서 ‘우리동구월급’...
쭉 따라가다가 통장 중간쯤에서 멈추면, 입금내역이 ‘우리둘째아들’로 바뀌어 있다.
통장을 바라보던 류환,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장을 넘기면... 이렇게 바뀌어 있다.
‘아들장가밑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는 류환.
류환 돌아가고 싶어...... 그냥... 바보 동구로... 살고 싶어.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았던... 그 시간으로... 다시 갈래......
돌아가고 싶어... 그렇게 살고 싶어!!!
94. 달동네 몽타주 [저녁]
- 마을에도 빗줄기가 거세진다. 슈퍼 평상 아래 류환의 슬리퍼 위로 세차게 비가 들이친다.
순임 (평상에 앉아) 멍충이 같은 놈.... 우산이나 챙겼는지.....
- 주인도 없는 신발이 비 맞지 않도록 들여놓는 순임.
- 중요부분을 체크 해 놓은 참고서들을 보며 창밖을 보는 두석.
- 주유소 알바 하는 유준, 해진이 차던 나침반달린 시계를 보며, 해진을 기다린다.
- 해랑 방 열어보는 고영감, 기타에 ‘밀린 월세ㅠㅠ’라는 쪽지가 붙어있다. 기타 쳐보는 고영감.
- 고영감네 대문 앞, 두 동강 나 있는 담배. 그 옆에 여권을 들고 반창고로 연결된 담배를 피우는 란이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 이발소 앞에서 우산 한 개를 펴고 나란히 앉아 소시지를 먹고 있는 치웅, 세웅. 그 뒤로 보이는 비 맞은 치웅모에게 수건을 건네는 박씨.
- 텅빈 놀이터에 우산 쓰고 걸어 들어와서 손으로 시소를 누르는 유란.
95. 아파트 곳곳 (옥상/ 바닥) [저녁]
- 옥상 위
꽝- 천둥이 친다. 오열하는 류환에게 총구들이 향하자 총을 들고 일어서는 해진.
해진 (타격대를 조준하며) 총구 돌려!! 이 개새끼들아!
류환에게 겨눠졌던 총구들이 일제히 해진에게 향한다.
류환 해...진...아!!!! 안...돼!!
- 아파트 공사장 입구 / 지휘차량 안
모니터를 통해 류환과 해진 쪽으로 총구들이 향하는 걸 본 수혁.
수혁 사격중지! 안 돼!! 쏘지 마 이 새끼들아!!
리해진 너도 쏘지 마. 이 새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국장 (수혁에게 총을 겨눈 채) 전원 제거 해!!
- 옥상 위
해진, 류환 반대쪽으로 달려가면서 타격대들을 향해 사격을 시작한다.
해진 전부 닥치라우! 니들이 뭔데 우릴 죽이고 살려?!!
조국을 버렸다고 남조선의 개가 될 줄 알았냐? 간나새끼들아!
타격대들도 해진이를 향해 총을 갈긴다.
류환 그만!!!...이 바보같은 새끼들아!!! 제발!!!! 멈춰!!!!!!
류환, 마지막 힘을 다해 해진에게 달려간다. 총구는 류환의 몸 쪽으로도 불꽃을 내뿜고...
해진을 안고 해랑이 떨어졌던 난간으로 몸을 던지는 류환.
마치 붉은 꽃잎처럼.... 피투성이 된 두 사람이 추락한다.
류환(소리) 해진아.
해진(소리) 네, 류환이 성.
류환(소리) 너는 꼭 살아서 니가 원하는 삶을 살아.
해진(소리) 조장.....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으세요?
류환(소리) 나?.....평범한 나라에, 평범한 집에... 태어나서 사는 거... 그런 거-
해진(소리) 꿈이 크시군요!
류환(소리) 뭐 임마! ...그런 넌 뭘로 태어날래!
해진(소리) 전 그냥... 평범하게 태어난...조장의 옆집에 태어날랍니다.
아파트 공사 구조물에 부딪히며 떨어지는 류환과 해진.
해진의 어깨 너머로 피투성이 되어 잠들어있는 해랑이 보인다.
해랑(소리) 내랜 말이야! 너희 앞집에 쭉빵 미녀로 태어나서!!
네놈들 실컷 가지고 놀다 버려주마 큭큭큭!
해진(소리) 해랑 조장...
해랑(소리) 엉?
해진(소리) 말씀하시면서 자꾸 은근슬쩍 손질 할 멸치 넘기지 마시죠.
해랑(소리) 일관된 새끼...
모두(소리) 하하하하....
류환의 옥탑방 앞 옥상에서 멸치를 까고 있는 세 명의 모습에서
아파트 공사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세 사람의 모습으로 화면 디졸브 된다.
세 사람 너머로 보이는 지휘 차량 안에서 불꽃이 번쩍 하면서 “탕!”소리가 울린다.
류환, 하늘을 보다 슬픈 얼굴로 천천히 눈을 감는다. - F.O -
96. 한참 후 / 에필로그 [낮]
- F.I -
담벼락에 동구의 모습을 벽화로 그리고 있는 훈 작가.
발밑엔 (류환의 콧물을 핥던) 강아지가 보인다. 그 너머로 보이는 하얀 눈으로 덮인 달동네.
그 위로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일기장을 읽듯이 또박또박한 발음의 내레이션.
Na. 그날 이후...
우리 바보 동구가.. 원류환이라는 무서운 사람이었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 달동네 곳곳에 희미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동구의 모습...
Na.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바보 동구는 늘 똑같이 초록색 추리닝만 걸치고...여기에도...
- 달동네 놀이터. 미끄럼틀을 타는 동구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Na. 여기도...
- 달동네 어느 골목길 동구가 짐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Na. 여기에도...
- 석이 슈퍼 앞 대빗자루를 들고 서있는 동구도 나타났다 사라지고...
Na. 여기에도... 그렇게 있었으니까.
그 멍청한 웃음이나 행동들이... 다 거짓이었다니... 몇 번을 들어도
우린 이해가 안 됐습니다.
- 석이 슈퍼 앞. 소복소복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Na. 왜... 그렇게 동구에 관해 계속 물어 보면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말 해주지 않는 걸까-
보고 싶다 동구야-
- 눈 덮인 달동네. 석이 슈퍼. 순임이 옥탑방에 올라간다.
옥탑방 처마 아래에는 성에가 낀 액자 하나가 걸려있다.
호호 입김을 불어가며 성에와 먼지를 닦아내면, 비로소 드러나는 액자 속 사진...
환하게 웃고 있는 동구와 순임, 두석이 함께 찍힌 가족사진이다.
사진 아래 쓰여 있는 삐뚤빼뚤... 순임의 글씨...
‘동구야 살아있거든 소식이라도 전해주거라’
가만히 사진을 바라보던 순임,
비뚤어진 액자틀을 바로 잡으려 하다 액자 뒤에서 뭔가를 발견한다.
액자를 살며시 들어보는 순임... 벽 뒤에 뭔가가 적혀있다.
‘엄마 아프지 마요’
눈물을 흘리는 순임의 얼굴에서......... 화면 멈췄다가 길게 <페이드아웃> 된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