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3, 2025

"A Hard Day" (끝까지 간다) Movie Scri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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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ard Day" (끝까지 간다) Movie Script


제 작 : ()에이디사공육/ ()다세포클럽

투자/배급 : 쇼박스 () 미디어플렉스

각본/감독 : 김 성훈



프롤로그.


밤이슬 먹은 스산한 산 속..

.. .. .. 뭔가 음산한 소리가 이어지고.

보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무덤을 파고 있는 어느 사내의 그로테스크한 실루엣.

삽질이 끝나고.. 다 판 무덤 속으로 어느 순간 뛰어 들어가는 사내.

잠시... 또 다른 누구의 시선인 듯, 점점 무덤으로 다가가고...

점점 드러나는 사내의 뒷모습은... 무릎을 꿇고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고...

그 모습에 거의 다다를 즈음... ! 사내에게 쏟아지는 후레쉬 불빛!!

놀란 사내가 돌아보고. 눈이 부신 듯 손을 치켜들면, 잔뜩 더럽혀진 손. 손에 든 칼!


고건수 ...헉헉...... 헉헉.....


거친 숨을 토해내는, 놀란 건수의 강렬한 얼굴에서 툭. 암전.



까지 간다.



  1. 장례식장. 분향실.


암전 상태..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소리 형님, ..형님.. 형님 좀 일어나 보세요.


상주 복장의 고건수(프롤로그의 그 사내), 잠에 취해 힘겹게 눈을 뜨면..

..서서히 보이는 풍경.. 장례식장 분향실.. 70대 노인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건수, 아직 꿈인가..? ..현실이다.

분향실 한 쪽에 기대 쪽잠을 자던 건수, 지독한 꿈에서 빠져나오는 중이다.

건수 무릎엔 딸 민아(6)도 잠들어 있다.

매제 영철이 조심스레 건수를 깨운다.


영철 형님, 저기 좀 나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건수, 피곤한 얼굴로 돌아보면.. 밖에서 누군가 언성을 높이고 있다.

담요를 접어 민아 머리 밑에 받쳐놓고 일어나는 건수.



  1. 장례식장. 복도.


어수선한 장례식장 복도.

상조회사 직원이 카탈로그를 펼쳐놓고 상복을 입은 여인(건수 여동생)과 말씨름 중이다.


여동생 아니, 그러니까.. 됐고.. 그냥 처음에 계약했던 걸로 해주세요. 그럼 되잖아요.

상조직원 그 관은 이제 생산 자체가 안 된다고 벌써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답답하다는 표정. 전단지에 나온 관 하나를 가리키며) 이걸로 하시죠.

이게 저번에 고르신 거 보다 사이즈도 넉넉하고 원목도 훨씬 좋은 겁니다.

저희 쪽 불찰도 있고 하니.. 15프로 빼드리겠습니다.


관 사진 밑으로 꽤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다.


여동생 아저씨, 넓고 자시고 다 필요 없고, 그냥 계약대로 하자니까요.

상조직원 없는 걸 지금 당장 어떻게 가져다 드립니까. 사과 궤짝 만드는 것도 아니고...


건수, 소란스러움이 못마땅하다.


고건수 ..그냥 그걸로 할게요. 됐죠? 희영이, 넌 들어가고..

상조직원 , 이게 정말 좋은 거거든요. (다가와 계산기를 꺼내든다) 그럼 오버차지가..

고건수 나중에 합시다. 나중에..

상조직원 아 예, 그럼 저희가 잘 계산해서 청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장례식장. 분향실.


어머니 영정 앞으로 돌아온 건수, 마른 침을 삼키다 물을 찾는다.

뒤따라오는 여동생.


여동생 오빠, 저 사람들 비싼 거 팔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딱 보면 몰라?

고건수 엄마 복잡한 병실에 지겹도록 있다 가셨는데

이제라도 널찍한 곳에서 혼자 편히 계시면 좋잖아.

여동생 그 관 얼만 줄 알아?! 지금 엄마 병원비 정산 안 된 것도 한참이야.

고건수 알아서 할게.

여동생 뭘 알아서 해. 지금 민아 유치원 특별활동비도 두 달이나 밀렸는데..

고건수 엄마 앞에서 돈 얘기 좀 하지 말자. 곧 돈 들어 올 때가 있으니까

걱정 끊고 맥주나 하나 갖고 와봐.

여동생 (못마땅) 그래, 오빠만 효자여, 나만 못된 딸이고...


돌아서던 여동생, 입구에 서 있는 여인을 보고 멈춰 선다.


여동생 (굳은 얼굴로) ..언니가 웬일이세요?


여동생 말에 쳐다보는 건수. 그냥.. 본다.



  1. 장례식장 앞 주차장.


어둑한 후미진 곳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건수와 여인.

건수, 캔 맥주 하나를 다 마시고는 여인 앞에 놓인 맥주를 가져간다.


고건수 안 먹지? (따서 한 모금)

전처 (개의치 않고) 잘 있었어?

고건수 (에휴..) ..웬일이냐?

전처 전 며느리로써 당연히 와야지..

고건수 (맥주가 목에 걸린다. ..) 너 옷이나 보고 얘기해.


조문객으로 보기엔, 그 복장이 어울리지 않는다.


고건수 왜 왔냐?

전처 ..나 곧 미국 가. 민아, 미국 데려가게 해 줘.

고건수 ..안 되는 거, 기본적인 상식과 염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 거 아냐.

전처 상식은 모르겠고 그냥 현실만 보이네. 남자 혼자 돈 없이 여자 애 키우는 거, 애 어른, 둘 다 힘들어져. 여기서 밤낮으로 야근하는 아빠랑..

고건수 낮엔 야근 안 해. 오바 떨지 마.

전처 ..그래서, 나랑 미국 가는 게 민아한테 더 나은 조건이라 생각해.

(못마땅해 하는 건수 표정..) 곧 소송 들어 갈 거야.

고건수 장례식장까지 찾아 와서 한다는 말이.. 순간 욕 나올 뻔 했다, .

전처 ..시간이 없어서. 민아를 위한 일이라 이해해줘. 나 잘 하고 싶어.

고건수 그래, 그래도 엄마니까 잘 하겠다는 건 좋은데, 애가 싫다잖아.

6살 먹은 애가 엄마 싫고 아빠랑 살겠다잖아. 그게 정상이냐?! ..

너 그 남자랑 미국 가서 잘 살아. 그냥 하던 대로 해.

전처 그럼 유치원비도 제대로 못내는 조건에서 애 키우라고?!

고건수 (이런 씨..) 나 이제 승진도 하고 돈도 있거든.

전처 (피식) 얼마나?

고건수 (뭔가 말을 하려다) ..관두자. (맥주를 들이키고는)

이왕 온 거, 그냥 민아랑 밥이나 먹고 가라.

전처 나 이런 음식 안 먹는 거 알잖아. 그리고 집 내놨어. 곧 빼줘야 할거야.

고건수 (우라질..)


순간, 의도인지 우연인지 대차게 나오는 트림, 꺼억-

뒤이어 따르릉, 벨이 울린다. 건수, 받으면..


고건수 , ? (순간, - 올라온다) , 진짜.. 오늘 다 왜 이러는데..?!


- 갑자기 뒤돌아 달려가는 건수, 전처의 부름에도 서둘러 사라진다.



  1. 도로. 차 안. / 비온 후


부와왕- 젖은 도로 위를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상주복장에 완장까지 그대로 운전 중인 건수, 통화중이다.


고건수 가고 있다, 자식아. 가고 있어.

후배(o.s) 그래도 어떻게 나오셨습니다. (한숨) 어디십니까?

고건수 (귀찮다) 몰라.

후배(o.s) 그냥 열쇠 둔 데만 알려 주시면 제가 잘 감춰둘 수 있는데 말입니다.

고건수 (답답하다) 열쇠가 여깄다니까. ..걔들은 언제 온대?

후배(o.s) 한 시간 안으로 도착한다는데.. 빨리 좀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고건수 안달 좀 하지 마. 금방 가.

후배(o.s) 그럼 빨리 오시지 말입니다.

고건수 알았으니까.. 내 자리 건들지 마라. 야 끊어 봐. (다시 받으며) ?



  1. 장례식장-도로(교차). .


백발성성한 어른들이 상주가 어디 갔냐며 소리 지르는 어수선한 장례식장 분위기.

건수 여동생이 구석에서 통화중이다.


여동생 오빠, 언제 와? 어른들이 상주가 자리 비웠다고 뭐라 그러잖아.

고건수 내가 오죽하면 장례 치르다 나오겠냐.

여동생 도대체 뭔 일인데?!

고건수 됐고.. 금방 갈 테니까 김서방이랑 잘 좀 하고 있어. 알았지?

여동생 효자 생색은 지 혼자 다 내시더니 자리도 안 지키고.. 빨랑 와!

고건수 (에휴) ..민아는?

여동생 오빠 새낀 잘~ 있다.

고건수 , 너 죽을래?!


전화를 끊어버리는 여동생.

에휴.. 핸드폰을 툭-던져놓곤 담배를 찾아 더듬거리는 건수, 교차로로 진입하는데

대각선 방향에서 오던 트럭이 다급히 경적을 울려댄다.

건수, 놀라 핸들을 휙- 돌리며 급브레이크를 밟자,

끼이익- 가까스로 비켜나는 가 싶더니 백미러가 트럭 짐칸에 살짝 부딪치고 멈춰 선다.

빠직- 깨져버린 사이드 미러.

흥분한 건수, 곧장 후진하여 트럭 옆에 차를 붙인다.


고건수 (대뜸) 야 이 새끼야 운전 똑바로 안 해!


황당해하는 트럭사내.


트럭사내1 이런 미친 새끼.. 빨간 불에 들이 댄 게 누군데! 완전 또라이 새끼네.


- 건수, 시간을 확인하고는 차에서 내린다.


고건수 바쁘다, 빨리 내려.

트럭사내1 (피식, 뒷좌석을 보며) 우리 보고 내리란다.


우리??? 아뿔싸.. 뒷좌석에 있던 또 하나의 사내가 같이 내리면..

21, 게다가 체격 또한 훌륭하다.

건수 주춤 하는데.. 사내들, 이미 낡은 트럭에서 애써 기스 흔적을 찾아낸다.


트럭사내2 (오버하며) 많이 긁혔네.

트럭사내1 (냄새를 맡은 듯, 킁킁) 술 드셨네?!


음주운전까지 들통 난 건수, 더 끌수록 손해다.


고건수 관두자.


다시 차에 오르려는데.. - 발로 차문을 밀쳐버리는 트럭사내2.

건수, 얼굴이 굳는다.


트럭사내2 어딜 도망가.. 뺑소니까지 하시려고?

트럭사내1 (핸드폰 들고는) 우짤래요? (차 기스를 보고는) 300에 합의하던가..

(건수 반응이 없자) 알았으. 신고하지 뭐..


그 순간, ! 순식간에 사내2를 쓰러뜨리고는.. 당황하는 사내1의 팔을 꺾어

핸드폰을 뺏는다. 팔이 꺾인 사내1, 힘을 써보나 소용없다.


트럭사내1 이거 안 놔? 너 뒤진다!? 어쭈, 어쭈, .., 야 새끼야, , !

, (너무 아프다) 잘못했어. . 아저씨, , ..


그제야 팔을 놔주는 건수, 아파하는 사내1에게 만 원짜리 두어 장을 건넨다.


고건수 파스나 사 붙여.


너덜거리는 상주완장을 끌러 주머니에 넣는 건수.

바로 앞 편의점에선 점원하나가 구경하다 잽싸게 들어간다.



  1. 사거리편의점.


딸랑’ 건수가 들어오자 긴장하는 점원.

서둘러 드링크를 꺼내 마시는 건수, 입안을 한참 헹구고는

껌 한통을 뜯어 전부 입에 털어 넣는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점원.


고건수 저기요.


순간 움찔. 대뜸 얼굴에 입김을 훅- 부는 건수.


고건수 술 냄새 나요?


불쾌하고 어이없다. 하지만 상대의 활극을 목격한지라...


점원 ..좀만 더 씹으세요.



  1. 도로. 차 안.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운전 중인 건수.

흔들흔들.. 딸과 함께 낚시하는 사진이 좌우로 휘청거린다.

왠지 스산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어두컴컴한 도로..

도로 위에 뭔가 보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개 한 마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빠앙- 경적소리에도 비킬 생각을 않자 황급히 옆으로 피해가는 건수.

짜증난 듯 백미러로 노려보는데..

갑자기 차창 앞으로 불쑥 들어오는 사람 형체. !

충격과 동시에 끼이이익- 도로 바깥으로 처박히듯 멈춰서는 차.


거친 호흡과 함께 차에서 내리는 건수,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매서운 눈매의 남자, 눈을 부릅뜬 채 미동도 없이 누워있다.


고건수 ...저기요..... 저기요.....


아무 대답이 없다. 조심스레 손을 코에 대보면... 호흡이 없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건수, 어찌할 바를 몰라 남자를 흔들어보는데..

머리맡으로 쿨럭쿨럭 흘러나오는 피.

이런..! 자기도 모르게 물러나 앉는 건수,

정신없이 흔들리는 건수의 눈동자.

안색이 새파래진 건수, 멍하니 쳐다만 보는데,,

순간, 바스락!!!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

쭈뼛 놀라 돌아보면... 유기견 한 마리가 빤히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

..... 거친 숨을 토해내는 건수.

마주보며 헥헥.. 꼬리만 흔드는 유기견.

넋 나간 얼굴로 유기견을 보던 건수, 벌떡 일어나 차로 돌아가다가,,, 우뚝 멈춰 선다...

핸드폰을 꺼내는 건수.. 망설이다가.. ‘112’ 를 누른다.

통화버튼을 누르려는데... 순간, 따르릉! 따르릉!

정적을 깨는 벨소리에 화들짝 놀라 받으면.. ...건수 딸, 민아다.


고건수 (당황) 여보세요?

민아(o.s) 아빠, 지금 뭐해?

고건수 .... .. , ?

민아(o.s) 아빠 언제 오는데?

고건수 .... 가야지.. ..이따가.. 이따가 가야지..

민아(o.s) 아빠. 근데 올 때 초코렛 케잌 사줘라.. 나 오늘 과자 한 개도 안 먹었어.

고건수 ..., 그래야지. ..뭐라고?

민아(o.s) 초코렛 케잌 사달라고!

고건수 , 그래. 케잌..


그 순간, 번쩍이는 헤드라이트 불빛.

경광등을 번쩍이며 경찰차 한 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 기겁하는 건수. 황급히 전화를 끊고는... 어찌해야하나 허둥대더니...

다급히 남자의 다릴 잡고 질질 끌기 시작한다.

울퉁불퉁한 도로 위로 끌려가는 남자.

.. .. 쓰레기 더미 뒤 어둠 속에 시신과 자신의 몸을 숨기는 건수.

불빛에 드러난 다리 한 쪽을 마저 어둠 속으로 끌어당긴다.

건수 행동을 지켜보는 유기견,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있다.


고건수 (들릴 듯 말듯이) .. ..


- 나뭇가지도 던져보지만, 슬쩍 피하기만 할뿐 꿈쩍 않는다. ‘저런 개새끼..’

여전히 건수 쪽으로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점점 밝아지고..

부와왕- 더욱 커지는 자동차 엔진음, 건수 심장을 마구 때리는데..

건수를 향하던 헤드라이트 불빛이 더욱 강렬해지더니..... 어느 순간 방향을 튼다!

주위가 급격히 어두워지고. , 돌아보는 건수.

보면, 몇 십 미터 앞에서 좌회전을 하는 경찰차.

헉헉헉..... 자동차 불빛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건수.

자동차 불빛이 멀리 사라지고......

눈물이 핑 도는 건수.



  1. 사고도로.


, .. 트렁크를 닫고 있는 건수. 하지만 뭔가에 걸린 듯 닫히지 않는다.

보면, 옷자락이 밖으로 나와 있다.

트렁크 올려 옷자락을 밀어 넣는데... 트렁크 안에 우비로 돌돌 말린 남자의 시신..

- 크게 심호흡을 하는 건수.. ! 트렁크가 닫힌다.


부릉- 헤드라이트를 끈 채 조용히 출발하는 건수 차,

저만치 가서야 불을 밝히고 달리기 시작한다.



  1. 도로. 차안.


등짝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운전 중인 건수.

심호흡을 하며 애써 가슴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

차가 들썩일 때마다 트렁크에선 쿵쿵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고...

건수, 이를 악물며 우회전하는데..

경광등이 번쩍이는 것이.. 음주단속중이다!

건수, 본능적으로 핸들을 꺾으려는데.. 건너편에 시동을 켜 놓고 대기 중인 순찰차.

망설이다가 결국 순경이 흔드는 경광 봉을 따라 서서히 차를 세우는 건수.


순경1 (차창을 톡톡 치며) 음주 단속중입니다.


건수,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차창을 지이잉- 내린다.


고건수 수고하십니다. 나 서부경찰서 강력반 고건수 경산데

급히 나오다 신분증을 두고 왔네.

순경1 (대충 손을 올리더니) 북부서 이동윤 순경입니다.

고건수 (올커니!) 수고해요.


막 출발하려는데 음주측정기가 쑥- 들어온다.


순경1 한번 불고 가시죠? (킁킁) 술 드셨어요?

고건수 (한풀 꺾인다) 어머니 상중이라서 딱 한잔 했는데.. 그냥 한번 가자.

순경1 (빤히 보더니) 그냥 한번 불고 가시죠.


주머니를 뒤져 상주완장을 꺼내 보이는 건수.


고건수 ,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엄마가.


깨진 전조등과 앞 유리를 의심스런 눈으로 쳐다보던 순경1,

호각을 불어대자.. 경찰 서넛이 몰려온다.


순경1 (상관에게) 검문 불응에 도주하려고 했습니다.


안되겠다 싶은 건수, 밖으로 나와 걔 중 고참경찰한테..


고건수 나 서부경찰서 강력반 고형산데. 내가 오늘 상을 당했거든요.

순경1 (끼어들며) 신분증도 없고 괜히 긴장하는 게 수상합니다.

고건수 지랄하지 말고.

고참경찰 주민번호 말씀해 보세요.

고건수 (머뭇거리다가) ..7602071123620.

순경2 (갸우뚱) 숫자가 하나 더 있는데 말입니다.

고건수 뭘 임마!

순경2 열네 자리 부르셨는데 말입니다. 주민번호는 본디 열세자리지 말입니다.

고건수 (욕을 하려다 말고) 똑바로 적어. (또박또박) 760207..

고참경찰 (말 끊으며) 일단 저쪽으로 가서 확인하시죠.

고건수 여기서 바로 확인해. 확인해 보면 될 거 아냐.

고참경찰 (단호하게 순찰차를 가리키며) 가서 확인하시죠.

고건수 (무전기든 의경을 향해) 빨리 확인 해보라고! 7602071123620.

고참경찰 이러시면 곤란해지십니다. 가시죠.


깨진 전조등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순경2,


순경2 사고난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말입니다.

고건수 (흠칫 돌아보며) 건들지 마. 죽는다, 니들.


순경1, 건수의 말을 무시하고는..


순경1 여기 트렁크 좀 열어봐.

순경2 아 예.


이런 씨발!!! 딸깍 트렁크가 열리는 순간,

! 순경1의 머리채를 낚아채는 건수, 트렁크 위에 그대로 찍어버린다.

! 트렁크가 다시 닫히고..

달려드는 순경2을 제압하는 건수.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따귀를 얻어맞는 순경 1,2.

뒤늦게 경찰들이 뛰어오지만 건수의 기세에 쉽게 달려들지 못한다.

어디선가 푸슉- 발사되는 가스총.


고건수 !


푸슉-, 푸슉- 푸슉- 연이어 발사되는 가스총,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결국 자욱한 연기 속에서 저항하던 건수가 처박히자 그제야 우르르 달려드는 경찰들.

재빨리 건수 손목에 수갑을 채우려는데.. 으아아- 다시 몸부림치는 건수.

잡고 있던 경찰들, 다급히 ‘야, 전기 총, 가져와. 전기 총.’

한편, 저편에서 의경 하나가 무전기를 들고 뛰어온다. 고참 하나가 받으면,


무전기 조회 신청하신 분, 서부경찰서 고건수 경사 맞는데요.

허걱! 말리려고 돌아서는데... 이미 드드득- 전기충격기 갖다 대는 순경1.

푸드득- 심한 경련 일으키는 건수.



  1. 서부경찰서 강력반.


서부경찰서 강력반 사무실. 난장판이다.

가슴에 감찰 표찰을 단 사람들이 캐비닛, 책상서랍을 뒤지고 있다.

불만스런 얼굴로 지켜보는 강력1반 형사들.


최형사 같은 경찰끼리 너무하는 거 아냐? 씨발..

감찰반원1 (들은 척도 않고) 여기 책상 좀 열어 봐요. 자물쇠가 뭐 이리 많어?


멀뚱히 쳐다만 보는 형사들.

감찰반원1, 책상 위를 뒤적이면.. 경사 고건수’ 명함.


감찰반원1 고건수씨! 고건수씨, 여기 없어요?

도형사 ..지금 상중인데 말입니다.

최형사 어이, 아저씨! 댁이 그따위로 고형사 이름 부를 짬밥은 아니지 않나, ..?!

감찰팀장 짬밥 좋아하면 짬밥이나 먹지, 왜 딴 걸 처 드셨어?! (감찰반원에게) 뜯어!


커피를 홀짝거리며 등 뒤에서 나타나는 감찰팀장.

더 이상 나서지 못하는 최형사, 도형사에게 슬쩍..


최형사 (귓속말) 안에 확인했지?

도형사 아니 그게.. 그냥 두라고 해서.. (우물쭈물) .. 성격 아시잖습니까..


이런, .. 어이없게 쳐다보는 최형사.


자물쇠가 한 가득 채워진 서랍.

감찰반원, 함마를 머리 위로 치켜들어 내리치면.. !



  1. 음주단속현장.


! 순경1의 뺨을 때리는 건수.


고건수 다음 나와. (누구를 말하나 싶은데) 14자리, 튀어 나와!


순경1옆으로 머리를 박고 있던 순경들 중 하나가 일어나며..


순경2 (바로 앞에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이경 신현진...


한방 날리려는데 코피를 틀어막고 있는 순경2의 모습이 이미 애처롭다.


고건수 함부로 아는 척 하지 마, 알았어?!

순경2 (차렷 자세를 취하며 크게) , 알겠습니다.


그제야 차에 올라타는 건수, 순경1이 엉거주춤 뒤따라온다.


순경1 저기 대리 부르시는 게.. (건수가 째려보자) 오늘이 일제 단속이라..


건수, 대꾸 없이 부우웅- 떠나고 나면..

먼 산을 보던 고참경찰, 순경들을 일으켜 세운다.



  1. 서부 경찰서.


책상 위에 쌓여 있는 백만 원짜리 돈 다발 열 댓 개.

다른 서랍을 뒤집으면 묶지 못한 만 원짜리들이 낱장으로 수북이 떨어진다.

좆 됐다는 듯 쳐다보는 강력1반 형사들.

돈뭉치 사이 검정 가죽 장부를 발견한 감찰팀장,

뒤적뒤적 페이지를 넘기고는 표정이 점점 묘하게 변한다.


감찰팀장 요것들 봐라.



  1. 도로.


고가도로로 진입하려던 건수 차, 후진하여 내려오고 있다.

카메라 붐업하면, 고가 위 또 다른 음주단속 현장이 보인다.



  1. 도로. 차안.


고가 밑에 서 있는 건수 차.

핸드폰엔 수많은 부재중통화와 감찰반이 도착했다는 문자가 들어와 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운전대에 얼굴을 묻는 건수,

띠리링.. 다시 또 전화가 울어대지만 받지 않는다.

! ! 갑자기 운전대에 마구 박치기 하는 건수.

박을 때마다 빵- - 경적이 짧게 울려댄다.



  1. 서부경찰서 강력반.


돈다발과 장부들을 보며 피식 웃는 감찰팀장.


감찰팀장 .. 경찰서에다 이런 걸 보관하는 놈 대가리 속이 진짜 궁금하다.

그 순간 “사무실 꼴이 이게 뭐야!” 거센 호통과 함께 들어서는 강력1반장.

일제히 경례하는 형사들, 감찰팀장도 계급에 밀리는 지 경례한다.


반장 오밤중에 이 난리 치는 이유가 뭐야, ?


그러다.. 건수 책상 위 돈다발을 보고는 멈칫하는 반장.


반장 고건수 어딨어?

도형사 오늘 모친상..

반장 (한숨) 근거도 모르는 돈 몇 푼 땜에 상당한 애한테

꼭 이렇게 해야 하나? 감찰반은 사람 사는데 아냐?!

감찰반원1 저희도 명령받고 움직이는 거라...

반장 철수해. 장례 끝나고 다시 와. (형사들에게) 뭘 멍청히 서있어? 정리 안 해?


난처한 형사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데..

장부를 펼치며 끼어드는 감찰팀장.


감찰팀장 여기 보면 말입니다. 업소 상납금 받아 드신 분들이 줄줄이 적혀있는데..

반장 철수 하란 말 못 들었어?!

감찰팀장 (계속 읽어 내리며) 최상호 350, 남현진 150, 도희철 100...


자기 이름이 거명될 때마다 움찔 움찔 고개 숙이는 형사들.


감찰팀장 (자릿수 세며) , 십만, 백만, ..

반장 지금 뭐하는 거야?

감찰팀장 액수가 남다르십니다. 반장님?

입가에 경련이 움찔. 표정관리 안 되는 반장.



  1. 차 안.


담배연기가 가득한 차안. 아까부터 보조석에서 혼자 울어대는 핸드폰.

건수, 못 참겠다는 듯 덥석 쥐어든다.


고건수 , , , ?!

여동생 오빠, 도대체 어디야?!

고건수 제발 나 좀 내비둬라. .

여동생 뭘 내비 둬. 지금 엄마 입관해야 된다는데.. 아들이 있어야 할 거 아냐.


할 말 없는 건수, 툭 전화기를 던진다.


고건수 (침울) .. 퍼펙트하다. 씨발.



  1. 장례식장 분향실.


한산해진 장례식장.

그 사이 부쩍 초췌해진 몰골로 들어서는 건수.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와 빈소에 걸터앉는다.

어머니 영정만이 덩그러니... 텅 빈 빈소.

피곤과 괴로움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한숨과 함께 얼굴을 감싸는데...

그의 발을 툭툭 치는 무엇, 무선으로 조종되는 장난감 병정이다.


민아(off) 아빠 발!


건수, 얼결에 발을 들면 다시 기잉 기잉.. 기어가는 군인 인형.

딸 민아의 손이 파티션 밑으로 들어와 군인인형을 가져간다.

파티션 너머 바닥에 엎드려 놀고 있던 민아.

건수, 딸과 눈높이를 맞추려 고개를 숙인다.


고건수 아직 안자면 어떡해.

민아 아까 잤잖아. 초코렛 케잌은!?

고건수 ..? (그제야 생각난다) ..

민아 ..


민아 너머로 팔짱끼고 등장하는 여동생.


여동생 오빠 너무한 거 아냐? 다들 오빠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잖아.

고건수 ..그래서 왔잖아.

여동생 (어쭈) 도대체 어디 갔다 왔는데, ?


대답 대신 생수병을 찾아 들이키는 건수.

이때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조문객들.

제대로 복장도 못 갖춘 잠바 데기 차림의 동료 형사들이다.

예기치 못한 방문에 당황스런 건수..


영정에 향을 올리고 절을 하는 반장.

건수를 향해 우르르 절을 하면 건수도 엉거주춤 맞절한다.


반장 삼가 명복을... 빕니다.


굳은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는 건수와 형사들.



  1. 장례식장 앞.


건수, 동료 형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반장 우리 이제 다 초상 치르게 생겼다. 들었지?

고건수 ..죄송합니다.

반장 지금 니 사과 받자고 온 건 아니고.. 장부에 어디까지 적혀있냐?

고건수 (끄덕이며) ..그동안 받고 나눈 거, 다요.


망했다는 동료들.


최형사 그걸 왜 서랍에다 둬..

고건수 그럼 책꽂이에 꽂아 두냐..

반장 아니다. 총무 안한다는 널 시킨 내 잘못이다. ..

야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 (돌아서는데)

최형사 지금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겠습니까.

고건수 그럼 그냥 가던가..

최형사 - 지금 너 땜에 여기 사람들 다 잡게 생겼는데

뭔가 좀.. 책임 있는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고건수 (동료얼굴들을 둘러보며) 잠깐만, 혹시 나보고 독박 쓰란 얘기하러 온 거야? 초상집에? (기막히다) 타이밍 좋네, 잔인하고.


서로 눈치 보는 형사들.


최형사 (망설이다가) 미안하지만.. 니 선에서 좀 마무리하자.

..우리 다 죽을 순 없잖아. 뒤는 내가 봐줄게.


건수, 최형사를 빤히 쳐다본다.


고건수 근데 어떡하냐, 넌 절대 못 빠져나갈 것 같은데.

너 안마접대 받는 것까지 다 적어놨어. 가을이가 지명이지?

최형사 너 이 새끼, 미쳤어?

고건수 제발 좀 미쳤으면 좋겠다, 새끼야.


장례식장 입구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여동생.

반장, 둘 사이에 끼어들며 눈짓하면... 어색하게 눈 돌리는 둘.


여동생 엄마 입관 들어간대.


분위기를 살피고는 도로 들어가는 여동생.


반장 (한숨) ..그래, 어떻게 되겠지. 어머니 장례 잘 치르고..


뭔가 더 말을 하려다 건수 등을 탁 치고는 걸어가는 반장.

따라가던 최형사, 문득 뒤돌아본다. 주저앉은 건수의 처량한 모습.

... 한숨을 쉬며 되돌아오는 최형사.


최형사 봉투 준비 못했다. 어머니.. 잘 보내 드려라.


건수의 양복 안주머니에 만원 다발을 찔러 넣고는 가버리는 최형사.

개새끼... - 건수, 담뱃불을 붙인다.

이때 어디선가 은은하게 들려오는 곡소리.

엉거주춤 돌아보면... 등에 기댄 환풍구에서 유족들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오고 있다.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오는 시커먼 환풍구통로.



  1. 장례식장 시신안치실.


하얀 명주 천으로 감싸지는 어머니 시신.

여동생과 남편 영철, 눈시울을 적신다.

머릿속이 복잡한 듯 멍한 건수.


수의를 곱게 입은 채 관 속에 누워있는 어머니 시신..


장례지도사 넣으실 물품 있으시면 지금 넣으세요.

여동생, 십자가를 꺼내 어머니 가슴께에 올려놓는다.


장례지도사 ..더 이상 없으시면 그만 덮겠습니다.

지금 넣은 것들은 고인과 함께 영원히 땅속에 묻히게 됩니다.


관 뚜껑을 덮고 나무망치와 나무못을 내미는 장례지도사.


장례지도사 제가 하는 거 보고 따라하시면 됩니다.


! ! 못질하기 시작하는 장례지도사. 건수도 조심스레 따라 못질을 한다.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여동생.

못질하던 건수도 뜨거워진 눈시울을 어쩌지 못하고 훌쩍거린다.

! ! 계속되는 못질. 건수, 슬픈 눈으로 관을 바라보는데..

따르릉 따르릉.. 계속해서 울리는 핸드폰 소리.

마뜩찮은 장례지도사, 힐끔 본다.

건수, 핸드폰을 끄려는데 이어지는 문자 한통.

지금 감찰반 사람들 그 쪽으로 간 거 같아요. 차 수색 할지 몰라요.. 거긴 뭐 없죠?’


이런 씨... 눈이 동그래지는 건수.

정말 막장까지 몰린 건수, 이젠 끝인가... 눈물이 울컥 솟구치는데..

, - 어디선가 들리는 경적소리, 환풍구를 통해 외부 주차장 소음이 들어오고 있다.

무심코 쳐다보는 건수.

창문도 없이 사방이 막힌 벽에 철망으로 막힌 환풍구가 눈에 띈다.

그 반대편 구석엔 CCTV 한 대가 달려 있고..

정신이 팔린 채 못질을 이어가던 건수.. 그만 손가락을 쿵! 찧는다.


고건수 !



  1. 장례식장 시신안치실 앞 복도 밤


건수, 다친 손을 만지작거리며 천장을 올려다보며 걸어간다.

복도 천장에 일렬로 나 있는 환풍구들.

점점 빨라지던 건수 발걸음, 여동생과 영철을 뒤로 하고 뛰어간다.



  1. 장례식장 앞 도로. 차안.


차안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형사들.


도형사 저희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아무도 대답 못하는 형사들, 암울하다.


최형사 뭐야, 저거?


차창 밖. 한 손 가득 노란풍선다발을 들고 도로를 건너는 건수의 모습이 보인다.


반장 (기가 차다) 정신 줄 놨네.

최형사 반장님, 감찰반애들 후다 따죠. 같이 물어야 삽니다.

반장 걔들이 뭐 나오겠냐, 명색이 감찰반인데.

최형사 감찰반은 경찰 아닙니까? 대한민국 경찰을 한 번 믿어 보죠. ..오케이?


반장, 최형사를 빤히 쳐다본다.



  1. 장례식장 분향실.


건수와 전화 연결 중인 여동생, 연결이 안 되고.. 씩씩거리며 핸드폰을 닫는다.

한 쪽에선 아까부터 시끄럽게 울어대는 민아.


여동생 민아야. 그만 울고 자자. 고모가 재워줄게.

민아 (으앙!) 내 인형! 내 인형 누가 가져갔단 말이야!



  1. 장례식장 주차장.


장례식장 벽면으로 차를 바짝 붙이는 건수.

주위를 둘러보더니 차와 벽 사이로 엉거주춤 들어간다.

뭐하나 보면, 쪼그리고 앉아 끼릭, 끼릭.. 환풍기 나사를 돌리고 있다.

잠시 후, 덜컹- 환풍기 덮개를 뜯는 건수,

뻥 뚫린 환풍구 안을 들여다보더니.. 인형을 휙 밀어 넣는다.

주욱- 미끄러져 환풍구 코너에 텅! 부딪히며 멈추는 군인인형.



  1. 장례식장 시신안치실 안.


굳은 얼굴로 장례지도사를 바라보는 건수.


고건수 (침통하게)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단 둘이 있고 싶습니다. 부탁합니다.


장례지도사, 돈 봉투를 든 채 멋쩍게 웃는다.


장례지도사 이거 참.. 이게 수칙엔 없는 일이라..


재촉하듯 장례지도사를 빤히 바라보는 건수.

못 이기는 척, 시계를 보는 장례지도사.


장례지도사 11시까지만 이에요. (돌아서다) 그건 뭡니까?


건수 손에 들린 노란 풍선다발.


고건수 딸애 주려고요.


.. . 어색하게 웃으며 나가는 장례지도사.

철컹! 철문이 닫히고.. 홀로 남은 건수, 어머니 관을 천천히 바라본다.


고건수 (나지막이) 엄마, 미안해.


손에 들린 풍선이 둥실둥실 뜨더니 CCTV 앞에 매달린다.

카메라 시야를 정확히 막아서는 풍선들.

딸깍- 문을 잠그고는, 환풍기 아래에 의자를 놓고 올라서는 건수.

환풍구 덮개 나사를 끼릭, 끼릭, 돌리기 시작한다.

덜커덩~ 덮개가 열리고.. 뻥 뚫린 환풍구 안을 들여다보는 건수.

리모컨을 눌러보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한 번, 두 번, 계속해서 눌러도 먹통인 리모컨.

당황하는 건수, 고장 났나 싶어 리모컨을 살피면,

작동거리 3미터 이내, 주의: 사용 환경에 따라 다소 줄어들 수 있음. made in..


환풍구 속으로 최대한 팔을 집어넣는 건수,

여기저기 방향을 바꿔가며 리모컨을 누르자 윙.. 장난감 모터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건수, 천천히 손을 빼면..

기이이, 기이잉.. 전진하는 군인인형.

꿈틀거리며 전진하는 인형 다리엔 낚싯줄이 감겨 있고

인형이 전진하면 줄도 같이 꾸물꾸물 풀린다.

어두컴컴한 반대편 환풍구 쪽으로 길게 늘어진 굵다란 낚싯줄,

그 끝은 어둠에 묻혀 보이질 않는다.


생각보다 너무 느린 인형의 속도.

조금 전진하는가 싶더니 아예 멈춰서는 군인인형. 혹시 고장인가.. 쳐다보면

갑자기 탕탕탕, 탕탕탕- 소리 내며 총질 하는 인형.

깜짝 놀라 작동을 멈추는 건수.

뭐 이따구가 있나’ 어이가 없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다시 작동시키면 탕탕탕! 마저 총질을 해대며 기어오는 군인인형.

환풍구를 따라 울려 퍼지는 총소리.


주차장 환풍구 앞.

탕탕탕.. 환풍구로 새어나오는 총소리.


복도 끝 현관 앞.

밖으로 나오던 장례지도사, 무슨 소린가 싶어 돌아보는데..

옆에서 연기 나는 담배를 슬쩍 가리며 일어서는 여 간호사.

장례지도사, 어색하게 눈인사하며 자리를 뜬다.



  1. 장례식장 시신안치실.


사격을 멈춘 군인인형, 이젠 열심히 기기 시작한다.

한편, 관 뚜껑 앞에 앉아있는 건수,

드라이버를 끼워 못 머리를 뿌드득- 들어 올리고 있다.

따따따따따따- 또다시 환풍구에서 들리는 총소리. 이번엔 연발사격이다.

미치겠다. 어금니를 꽉 무는 건수,

구두끈을 못 머리에 질끈 감고는 응차! 힘껏 잡아 뺀다.

끼익- 기분 나쁜 소릴 내며 빠져나오는 못.



  1. 장례식장 시신안치실 앞.


복도를 지나던 간호사, 이상한 소리에 우뚝 멈춰 선다.

시신안치실과 가까워질수록 점점 커지는 총소리.

간호사, 철문에 귀를 기울이면 뚝! 그친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듯하더니.. 이번엔 조그맣게 끼익- 못 돌리는 소리가 들린다.

끼익, 끼익- 나무 마찰음이 점점 커지더니

! 못이 빠져 달그락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팔에 털이 일제히 곤두서는 간호사, 후다닥 달려 나간다.



  1. 장례식장 시신안치실.


끼이익- ! 안간힘을 다해 마지막 못을 빼내는 건수.

드디어 열리는 관 뚜껑.


고건수 엄마, ..죄송해요. ..내가 나중에...


그 순간, 철컥! 철컥! 잠가둔 문고리가 움직이고 있다.

놀라 쳐다보면, 문 밑으로 어른거리는 그림자.

탕탕탕- 군인인형의 사격이 다시 시작되자 화들짝 리모컨을 누르는 건수. 먹지 않는다.

.. 환풍구 안으로 팔을 들이밀고 미친 듯이 눌러대면 그제야 멈추는 군인인형.


시신안치실 밖.

문 밖에 있는 청원 경찰과 간호사.


간호사 지금 소리 났었죠?


무전기 이어폰을 빼는 청원 경찰, 다시 귀를 기울여보면 아무소리도 안 들린다.


청원경찰 글쎄요, (쿵쿵 문을 두드리며) 안에 누구 있어요?


시신안치실 안.

의자 위에 선 채 잔뜩 긴장한 건수, 환풍구에서 조심스레 팔을 빼는데..

선반에 올려둔 환풍구 덮개가 어깨에 걸려 아래로 떨어진다.

- 당황하는 건수, 철제 덮개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드라마틱하게 낚아채고는.. 숨소리마저 죽인 채 꼼짝 않고 있다.


시신안치실 밖.

청원경찰 (무전기를 들더니) 장례경비하나, 장례경비하나.

경비원(o.s) , 장례경비실입니다.


경비실.

무전을 받는 경비원.


청원경찰(o.s) 저기 모니터 하나만 확인 해주세요. 시신안치실이요.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신고 들어왔습니다.


시신안치실. 건수, 뚜껑 열린 관과 풍선에 가려진 CCTV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경비실. 졸고 있던 경비원, 뒤늦게 모니터를 보면.. 뿌연 것이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경비원 (모니터를 툭툭 치며) , ..왜 이래..?

청원경찰 안에 사람 있어요?

경비원 (여전히 안보이고) 망가졌나..? 여서 안 보여.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청원경찰 열쇠 거기 있어요?


열쇠보관함엔 시신안치실 키가 걸려 있다.


경비원 ..김씨 보고 바로 확인 해보라 할게.

청원경찰 , 수고하세요.


시신안치실 안. 잔뜩 긴장한 건수, 조마조마하다.

별 이상 없는 거 같은데요.’ ‘아깐 이상한 소리가 났었는데’ ‘전 돌아가 봐야 되는데..

여기서 장례지도사님 기다려보시겠어요?’ ‘아니 뭐, 그럴 것까지야..’ ‘그럼 같이 가시죠.’

커피한잔 하실래요?’ ‘전 커피 안 마시는데..’ 점점 멀어지는 목소리.

발자국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건수.


경비원

경비원,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1. 편의점.


담배를 사고 있던 장례지도사.


경비원(o.s) 안치실에서 소리 난다고 신고 들어왔어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장례지도사 (귀찮은 듯) 알았어. 에이, ..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나서는 장례지도사.



  1. 장례식장 시신안치실.


다급해진 건수,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환풍구에 팔을 집어넣지만 닿지 않는 인형.

어깨가 빠져라 더 밀어 넣으면 손에 닿을 듯 말 듯.. 결국 휙! 인형을 낚아챈다.

건수, 인형 다리에 묶인 낚싯줄을 죽- 잡아당기면, 술술 딸려 나오던 낚싯줄,

어느 순간 팽팽해지고.. - 힘을 주면... 스윽 스윽.. 묵직한 것이 끌려 나온다.

코너를 돌아 나오는, 우비로 둘러싸인 시신.


주차장.

서둘러 걸어가는 장례지도사 뒤로 환풍구에서 쿵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뭔 소린가 싶어 힐끔 보고는.. 다시금 걸음을 재촉하는 장례지도사.


경비실.

모니터에 보이는 거라곤 여전히 노란 풍선뿐.

열쇠보관함에서 키를 꺼내드는 경비원, 경비실 문을 열고 나간다.


시신안치실.

더 이상 당겨지지 않는 낚싯줄.

시신이 모퉁이에 걸려 움직이질 않는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 가며 잡아당기자

어느 순간, - 걸린 부분이 빠지며 거침없이 끌려 나오는 시신,

있는 힘껏 잡아당기면.. 환풍구 밖으로 쿵! 떨어진다.


낑낑- 관 속에 시신을 넣은 건수. 인형과 해진 구두끈도 같이 밀어 넣는다.


고건수 (절박하다) 엄마, 잠깐만야. 잠깐만. 잠깐만 데리고 있어줘.. 미안해, 엄마.


서둘러 관 뚜껑을 닫고는 다시 못을 끼우기 시작한다.

망치대신 경찰 배지를 못 머리에 얹은 후 주먹으로 쾅! !

! 너무 아프다. 하지만 고통에 비례하듯 못도 쑥쑥 들어가고 있다.

어금니를 꽉 문 채 또다시 쾅!

드디어 마지막 구멍. 주먹이 너무 아픈지 팔꿈치로 번갈아 때린다.

이제 환풍구 덮개를 끼우는 건수, 아귀가 잘 안 맞자 팔꿈치로 때려 넣는다.

서둘러 나사를 끼우는데 양 손에 하나씩, 두 개를 동시에 돌린다.


계단

계단을 올라가는 장례지도사, 막 모퉁이를 돌아서면 복도 끝에서 소리치는 경비원.


경비원 오지 마.


볼링공을 굴리듯 열쇠꾸러미를 던지면

바닥을 타고 미끄러지더니 장례지도사 발에 턱- 걸린다.

열쇠를 들어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는 장례지도사.


시신안치실.

나사를 조이고 내려와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건수,

의자를 끌어 앉으려다 뒤늦게 생각난 듯, 잠갔던 문고리를 조용히 푼다.

- 드디어 끝났다.

자리에 앉는 건수,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음악. 리리리링... (니노로타의 ‘태양은 가득히’ 주제곡)

눈이 커지는 건수. 주머니를 보면 자신의 핸드폰은 그대로고..

분명 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죽은 남자의 것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지켜만 보는데 뚝! 끊기는 벨소리.

끝난 건가? 초긴장 상태로 바라보는 건수, 한참을 지났을까..

리리리링~ 또다시 울려대는 벨소리.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

무작정 관 뚜껑을 들어보나 어림없고

맨손으로 못을 잡아 빼려하나 꼼짝하지 않는다. 구두끈도 이젠 없다.

손톱 끝으로 겨우 못 머리를 잡아 안간힘을 쓰는 건수.

눈에 핏발이 서고 손톱이 뽑힐 것 같이 일어선다.

음악은 점점 고조 되고 건수 손톱사이엔 피가 맺히기 시작한다.


고건수 ..제발 전화 좀 걸지 마!


복도.

계단을 내려와 복도로 들어서는 장례지도사,

시신안치실에서 들리는 괴이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더욱 서두른다.


시신안치실.

고건수 , 제발 좀.. 아씨, 엄마 제발.. ..제발.. 씨발!


처절하게 매달리는 건수.

이제 막 피 묻은 못 하나가 나오려 한다.

하지만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 앞에 멈춰서는 그림자.

3분의 2쯤 나온 못을 쥔 채 동작을 멈추는 건수, 눈물이 맺혀 있다.


시신안치실 안, .

문고리를 잡는 장례지도사, 슬쩍 돌려보면 의외로 덜컹 열리는 문.

내부를 둘러보면.. 벽에 기대 앉아 두려운 표정으로 관을 보고 있는 건수가 보인다.

구석구석 살피던 장례지도사, 별다른 점이 보이지 않자..


장례지도사 이제 그만 나오셔야 될 거 같은데요.


힘없이 일어서던 건수, 다리가 풀리는지 휘청거린다.

장례지도사, 얼른 부축하면.. 건수, 괜찮다는 시늉하며 절룩절룩 문 밖으로 나가는데...


장례지도사 저기, 잠시 만요.


건수, 흠칫 돌아보면... 천장에 매달린 풍선을 내미는 장례지도사.

풍선을 들고 나오는 건수... 등 뒤로 철문이 닫힌다. 철커덩!

질끈 눈 감는 건수, 이제 더 이상 방도가 없다.



  1. 장의버스 안.


버스 안. 장지로 이동 중인 건수와 친지들.

수척해진 건수, 다리를 달달 떨며 앞서 달리는 장의리무진만 보고 있다.


여동생 우리 엄마, 효자 아들 덕에 리무진도 한번 타보시네.

여동생을 한번 보고는 멈췄던 다리를 다시 떨며 리무진을 응시하는 건수.



  1. 장의리무진 안. .


리무진 뒤에 실려 있는 관.

어디선가 음악이 울린다. 니노로타의 ‘태양은 가득히’.

홀로 운전 중이던 기사, 뒤통수가 싸늘해진다.

팔걸이 박스에서 뭔가를 찾는가 싶더니 십자가를 꺼내 룸미러에 걸어 놓는 기사.



  1. 양자산 묘소.


끙끙거리며 하관 중인 사람들.


인부1 ..왤케 무거워.


힘에 부친 듯, ! 벽에 부딪히는 관.


장례지도사 조심들 해, 관 뚜껑 열릴라.


주먹을 움켜쥔 건수, 속이 탄다.

무사히 땅 속에 안착하는 관.

인부들, 너무 무겁다는 듯 고갤 절레절레 흔든다.

잠시 후, 관 위로 흙이 몇 삽 올려 지더니


장례지도사 , 인제 들어와요.


기이잉.. 조그마한 굴삭기가 흙을 듬뿍 퍼 나른다.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건수, 그제야 숨을 토해내며 고함을 지른다.


고건수 으아아아아-


슬픔에 찬 외침으로 여기는 사람들, 안타까운 시선이다.


장례지도사 (무덤을 보며) 효자 두셨네요.



  1. 장의버스.


출발 준비 중인 장의버스.

버스 앞, 멀리 산중턱 묘지를 바라보는 건수. 만감이 교차되는 듯..


고건수 (나지막이) 엄마, 곧 올게 그때까지만... 미안해, 엄마..


부르릉- 버스 시동이 걸리고.. 올라타는 건수.

딸 민아가 쳐다보자.. 옅은 미소 짓는다. 따라 웃는 민아.


민아 (옆에 앉은 고모에게) 고모, 이제 할머니 못 봐?

여동생 아니, 나중에 고모하고 아빠가 먼저 할머니를 만나러 갈 거고,

민아는 한참 있다가 호호할머니가 되면 그때 만날 거야. 아주, 아주 나중에.

민아 아빠하고 고모는 할머니 빨리 보러가서 좋겠다.

여동생 (난감) 으응.. 그래.. 좋아..

고건수 민아야, 고모가 더 먼저 보러 갈 거야. 니네 고모, 성질이 급하잖아.

여동생 (질 수 없다) 아빠가 더 먼저 갈 거야. 니네 아빠 어려서부터 새치길 잘했거덩.


에휴.. 저걸..

이때 지이잉~ 핸드폰이 울린다. 전처가 보낸 문자.

소송장 보냈어. 신중히 생각했으면 좋겠어. 민아 미래가 달린 일이잖아.’

에휴.. 건수, 길게 답변하기도 귀찮고.. 띠디딕- 짧게... 반사-’


고건수 고민아. 민아 생일날 아빠랑 여행갈까? 설악산. 거기 수영장도 있는데.

민아 우와.

고건수 희영이 너도, 영철이하고 다 가자. 회 사줄게. 시간 돼?

영철 형님, 저희가 돈은 없어도 시간은 졸라 많잖습니까. 콜입니다.

여동생 (한심스럽다) 집 말아먹고도 참 밝아.. 그 능력, 진짜 훔치고 싶다. 쯔쯔..


민아, 고개 숙여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는데.. - 시끄러운 모터소리.

무선조정 RC카가 쏜살같이 버스 바닥을 달리고 있다.

이건 뭐야.. 건수가 잡으려 하자 후진으로 재빨리 도망가는 RC.

우하하하- 민아, RC카를 조정하며 즐거워한다.


여동생 얘 인형을 어떤 나쁜 놈의 시키가 훔쳐가는 바람에

병원 편의점에서 사줬어. 비싼 거 아냐.

고건수 (허탈) 편의점.. ..빠르네.. -



  1. 시내도로.


방금 세차 했는지 물기가 아직 마르지 않은 건수 차가 도롯가에 서있다.

운전석에 앉아 장의업체와 통화중인 건수.

(O.S) 아니, 한지 얼마 되셨다고 묘를 다시 해요?

고건수 ..터가 안 좋은 거 같아서요.

(O.S) (한숨) 아 참나.. 내일 어때요? 길일인데..

고건수 그건 너무 빠르고요. ..먼저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사거리에 경찰차 한 대가 멈춰 서자, 서둘러 안전벨트를 단단히 채우는 건수


고건수 (서두른다) 다시 전화 드릴게요. 아 예, 그만 끊습니다.


뭔가 쫓기는 듯 서둘러 끊고는, 차를 출발시키는 건수.

부와왕- 속도를 높여 서있는 경찰차를 그대로 들이박는다.

! 너덜거렸던 범퍼와 전조등이 아예 떨어져 나간다.

놀란 경찰, 황당하다는 듯 쳐다본다.



  1. 자동차공업사.


차량 앞부분을 전부 교체하는 건수, 완벽한 증거인멸이다.

지켜보는 건수, 반장과 통화 중이다.


고건수 (핸드폰에 대고) 아 예. 갑자기 사고가 나서요. ..다치진 않았어요.

정비사 (금 간 앞 유리를 가리키며) 사장님, 앞 유리 어떡할까요?

고건수 (핸드폰을 막고는) 갈아요. 싹 다.


핸드폰으로 들리는 반장 목소리.


반장(o.s) 내일부터 출근하자.

고건수 ..며칠 더 쉬라면서요.

반장(o.s) 그럴라고 했는데 감찰반애들 의외로 쉽게 걸리네.

서랍에 있던 현금만 압수되는 걸로 해서 잘 마무리 됐다.

고건수 (일그러진다) ......

반장(o.s) 이번에 너 살린다고 다들 진짜 고생 많았어. 역시 믿을 건 동료뿐이지?


- 캔 음료를 따자 부글부글 거품이 올라와 건수 바지를 적신다.


고건수 아이씨..

반장(o.s) ..나한테 그런거냐?

고건수 아니에요.

반장(o.s) 그리고 한 가지 더..

고건수 뭔데요?

반장(o.s) ..너 승진, 이번엔 안 되겠다. 다음 기회 보자. 그래도 이만한 게 다행이지 뭐.

고건수 ...최형사도 안됐어요?

반장(o.s) ...최형사는 심사 통과하나보던데...

고건수 ..잘 됐네요..


건수, 바지에 묻은 물기를 털어낸다.



  1. 서부경찰서. 오전


경찰서 현관에선 이전 경찰 슬로건이 내려지고 새로운 슬로건이 설치되고 있다.



  1. 서부경찰서 복도-주차장. 오전


창밖을 내다보는 강력1반 형사들.

창밖 주차장에서는 사제폭탄 시연회 중이다.


반장 신임청장한테 잘 보인다고 지랄들 한다. 애쓴다 애써..


창 밖 현장

진행자가 소시지 크기의 사제폭탄이 가득 놓여 있는 책상 앞에서 브리핑 중이다.


진행자 이번에 저희가 압수한 사제폭탄은 소량의 C4폭약이지만 폭발력이 무척 크고, 5미터 내에서 원격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리모컨을

누르면 2분후에 터지도록 맞춰져 있습니다. 그럼 직접 시연을 보시겠습니다.


사제 폭탄을 폭발물시연용 안전 철제 박스 안에 넣고는 리모컨을 작동시킨다.

2:00, 1:59, 1:58..’


다시 복도

내다보던 강력1반 형사들.


반장 한 지붕아래서 우린 초상집인데 저 새끼들은 잔치를 벌이네.

확 불발이나 되라. (대원들을 향해) 잘하자, ..

최형사 (눈짓하며) 저기 고형사 나왔네요.


꾸벅 인사하며 다가오는 건수.


반장 어머닌 잘 모셨어?

고건수 .

반장 욕 봤다 여러모로.

최형사 수고 많았다. 힘들었지?

고건수 . 니 땜에.

최형사 아직도 삐졌냐..?

고건수 꿈에 엄마가 너한테 한마디 하시더라. 좆까라고.

최형사 (어이없다)

반장 그래도 최형사한테 고맙다고 절해. 이번 꺼 최형사 덕에 해결 된 거야.

최형사 고맙지..? 한 번 쏴.

고건수 그러지 뭐. ..가을이 잘 있지?

최형사 아 새끼.. (도형사를 가리키며) 쟤한테 물어봐.


뻘쭘한 도형사, 말을 돌리려는 듯..


도형사 (귀를 막으며) , 이제 터질 거 같은데 말입니다.

반장 얼라들 폭죽 가지고 호들갑들은..


그 순간, ! 엄청난 폭음과 함께 시연용 박스 한쪽 면이 날아가며

하늘 위로 수십 개의 불똥이 솟구친다.

생각보다 큰 위력에 혼비백산한 사람들,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주차된 차들 위로, 사람들 위로 불똥이 비처럼 쏟아진다.


예상외로 센 폭발에 놀란 강력반형사들.


반장 어우.. , 쟤들 좆됐다.


반장, 창밖의 소동을 내심 반겨하는데..


도형사 저거.. 반장님 새로 산 차 같은데...


저만치 새로 뽑은 그랜저 위로 불똥들이 지글지글 타오르고 있다.


반장 이런 개새끼들이..!


울상이 된 채, 뛰어가는 반장.


  1. 서부경찰서 강력반.


책상 앞. 엉망으로 뜯겨나간 서랍들을 착잡하게 쳐다보는 건수.

남형사가 수배전단지를 잔뜩 건넨다.


고건수 뭔데?

남형사 미제사건하고 공소시효 얼마 안 남은 사건들인데

당분간 이거에 집중하라는데요. 징계대신 받은 거 같습니다.

도형사 그래도 이런 거 잘 엮으면 표창도 받고, 일 계급 특진되고 그러지 않습니까?

최형사 (수배전단지를 가리키며) 이거 보고 왜 X파일이라 그러는지 아냐?

도형사 모르지 말입니다.

최형사 X파일에서 범인 잡힌 거 봤어? 쫓다보면 다 외계인이래.

잡을 만하며 휙 사라져. 검거율 제로. 이게 다 허공에다 뺑이 치는 일이야.


덜컹- 들어오는 반장, 화가 덜 풀린 듯..


반장 에이, 개새끼들.. (전단지를 건네며) 다들 출동 준비해. 제보 들어 왔다.


남형사, 전단지를 돌린다.

건수, 건성으로 전단지를 챙기며 일어서려는데... 멈칫.

순간 굳어버리는 건수... 천천히 전단지를 다시 펴보는데.....

폭력 및 사기 전과 9, 살인사건 용의자- 이름 이광민’

날카로운 눈매, 각진 턱, 칼귀.... 수배전단사진과 사고 장면이 교차된다.

건수가 차로 치어 죽인, 바로 그 사람이다!


고건수 () !!!


믿기지 않는 듯 한참을 쳐다보는 건수, 어이가 없다.


반장 , 뭐해, 빨리 나와.


반장의 재촉에 얼빠진 얼굴로 나가는 건수.



  1. 도로. 봉고 안.


형사들, 총을 꺼내 탄환확인 한다.

수배 전단을 보며 마음이 혼란스런 건수.


반장 이광민 이놈, 유흥업소 바지 사장 하던 놈인데, 경쟁 업소 사장을 둘이나 죽인

유력한 용의자야. 이거 낚으면 근신탈출이 문제가 아니라 진급도 가능해.

최형사 (건수를 보며) 잡으면 니가 수갑 채워. 내가 몰아줄게. 졸라 고맙지?


최형사, 건수를 챙기려하지만.. 별 반응 없는 건수.


반장 살인 사건 용의자니까 다들 주의하고.. (전단지를 내밀며) 얼굴 확실히 봐둬.


사진 속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시선을 피하는 건수.



  1. 고물상 근처.


고물상 입구에 배치되는 형사들.

반장, 권총을 꺼내 들고는 문 쪽으로 조심스레 걸어간다.

그때, 반장을 막아서는 건수.


최형사 반장님, ..이거 장난전화 아닐까요..

반장 아냐, 느낌 있어.

고건수 ..이광민 여기 없을 거 같은데..

반장 그럼 어디 있는데.

고건수 ..몰라요.

반장 (째려보며) , 이 씨, 총 꺼내.



  1. 고물상 안.


! 떨어져 나가는 문짝.


최형사 경찰이다! 손들어!


날랜 동작으로 일제히 뛰어드는 형사들,

아무도 없는 작고 허름한 사무실. 먼지도 수북한 게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캐비닛까지 열어보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반장 뭐야 이거. 없잖아. (실망하는데)

최형사 반장님. 여기요.


이광민 신분증을 들어 보이는 최형사.

바라보는 건수.



  1. 고물상 입구.


고물상 앞에서 회의 중인 형사들.


최형사 이거 눈치 까고 튄 거 아닐까요?

반장 ..잠복 들어가자.

고건수 뭔 잠복을 해요. ..안 올 거 같은데?

반장 이 새끼.. 아까부터 왜 이래. 올지 안 올지 니가 어떻게 알아?

(도형사를 보며) 제보자는?

도형사 공중전화로 와서 연락처도 모르겠답니다.

반장 (아쉽다) ..일단 단서 될 만한 거 없나 더 찾아보자.


한숨을 쉬며 주변 돌아보는 건수,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제보를 하는 걸까 궁금해지는데..

어느새, 헥헥 거리며 보조를 맞춰 따라오는 개 한 마리.

건수, 귀찮다는 듯 발로 차려는데.. 뭔가 낯익다. 이상하다.

주위를 빠르게 훑어보는 건수.

군데군데 꺼진 가로등, 나지막한 상가, 현수막..

건수 발밑엔 희미하게 남아 있는 핏자국까지..

...차사고가 난 바로 그곳이다!!!

순간 소름이 좌악- 돋아 오르는 건수,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서 있는데...


이순경 거기서 뭐하십니까?


어느새 순찰차 한 대가 뒤에 멈춰있다. 차에서 내리는 이순경..

긴장한 건수.. 신분증을 꺼내 보인다.


이순경 (거수경례를 하며) ..중부서 이진호 순경입니다. (차에서 내린다)

고건수 ..뭐냐?

이순경 교통사고 신고가 들어와서 확인 나왔습니다.


건수, 움찔한다.

우직.. 부서진 전조등 조각을 밟는 이순경.


이순경 ? 여긴가 보네.

고건수 (당황) ..인명 사고야?

이순경 .. . 뺑소니사곤데 쓰러진 사람을 트렁크에 싣고 도주했답니다.

고건수 ......(긴장된다) 오늘 난 건가?

이순경 아뇨. 며칠 됐답니다. 21일 밤인가..


이런.. 자신이 사고 낸 날이다. 아찔해지는 건수.


고건수 ...제보자는..?

이순경 공중전화로 사고 내용만 말하고는 그냥 끊었답니다.

고건수 ......

최형사 어이, 이순경!


다가오는 최형사와 반장.

이순경 ? 충성!

최형사 (반장에게) 감찰반 엮을 때 도와줬던 박경위 있잖습니까, 그 친구 부서예요.

반장 , 그래?

최형사 (이순경을 향해) 여기서 뭐하고 있어?

이순경 뺑소니 조사 나왔습니다. 사람을 쳤는데 트렁크에 싣고 도망갔다고 합니다.

최형사 대담한 새끼네. 뭐 좀 나왔어?

이순경 전조등 조각들 하고, 저기 CCTV화면 확보되면 확인해 봐야죠.


CCTV? 커지는 동공.

이순경이 가리키는 쪽을 보면, 이런.. 떡하니 달려 있는 CCTV! 아뿔싸...

건수의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친다.


반장 (CCTV를 보며) 우리도 저거 함 보자.. 이광민 꼬리라도 나오지 않겠나..

(최형사를 향해) 따라 가서 보고 와.


당황하는 건수, 다가오며..


고건수 반장님,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반장 그럴래..? ..아니다. 그냥 최형사가 가서 일마치고 박경위 술 한 잔 사주고 와.

(건수를 보며) 넌 박경위 모르잖아.


건수, 우라질...



  1. 중부경찰서 교통과.


CCTV에 녹화된 흐릿한 화면을 보고 있는 두 사람.

집중해서 보는 이순경과 달리 최형산 성의 없이 의자에 기대 통화중이다.


최형사 박경위님 보러 일부러 왔는데 아쉽네. 알았어요. 담에 크게 모시겠습니다.

최형사 전화 끊는데, 딸깍, 문이 열리면.. 건수가 서 있다.


최형사 (놀라) 여긴 어쩐 일이냐?

이순경 (돌아보며) , 안녕하세요?


짧은 순간, 둘의 표정을 재빠르게 살피는 건수, ‘얘들은 아직 모른다!’

최형사, 건수 손에 들린 치킨과 콜라를 보고는


최형사 이게 무슨 안 하던 행실이야?

고건수 (테이블 위로 치킨을 두며) ..뭐 좀 나왔어?


고갤 흔드는 최형사.

건수, 일단 안심.. 모니터와 이순경을 번갈아 살피며,


고건수 .. 뺑소니 수사는 ..잘 돼?

이순경 화질도 별로고 사고지역이 이쯤인거 같은데 화면에 안 잡히네요.


건수, 남 몰래 안도의 한숨. -


최형사 (포장을 풀며) 이광민이 잡으면 고형사 밀어준단 말에 감동 먹었구나, 그지?

고건수 그냥 줄때 먹어.

최형사 (피식) 이순경, 먹고 하자.

이순경 . 감사합니다.


이순경, 화면을 정지시키고 돌아서려는데..


최형사 잠깐만. 앞으로 돌려봐.

이순경 ?

최형사 화면 말이야, 화면.


뭐지?? 다시 감기는 모니터화면.


최형사 거기 정지. 다시 플레이.


정지동작이 풀리자 잠시 후 모니터에 승용차 한 대가 나타난다.

화면이 흐려 정확히 분간은 안가지만.. 건수 차다.

제기랄.. 자신의 차임을 눈치 챈 건수, 숨죽여 보는데,


이순경 (의아) 뭐 땜에 그러십니까?

최형사 다시 돌려 봐.


이 새끼, 왜 지랄이지..

다시 재생되는 화면. 이번에도 그냥 지나가는가 싶은데..


최형사 정지!


움찔.. 긴장하는 건수.

멈춰선 화면, 모니터엔 차량이 사라지기 직전이다.


최형사 한 컴마 앞으로. (딸깍.. 한 프레임이동하면) 한 컴마 더.

(또다시 한 프레임 이동하는데..) 여기.. 브레이크 등!


화면에서 사라지기 직전 차량 후미에 브레이크 등이 들어와 있다.


이순경 (아직도 모르겠다는 듯) 뭔데요?

최형사 다른 차들은 다 그냥 갔는데 왜 이 차만 브레이크를 밟았을까?

한적한 직선도로에서.. 앞에 차도 없을 텐데. 밟을 일이 뭐가 있지?

이순경 그야 뭐 누가 길을 건널 수도 있고..

최형사 그렇지! 갑자기 뭔가 나타나서 급브레이크. ..그 다음 어떻게 됐을까? !

이순경 (갸우뚱) 너무 나가시는 거 아닌가요?

최형사 사고 지점이 어디라고?


여러 장의 현장 사진들을 이어부친 파노라마 사진을 모니터 옆에 대어보는 이순경.


이순경 이쯤인거 같은데요.

최형사 여기서 밟고 치고 쓰러지고. 딱 말 되는데.


이때 모니터에 나타난 유기견, 화면 밖 한곳을 응시한다.


최형사 저 봐, 쟤도 뭘 보고 있잖아. (화면 밖을 가리키며) 저기 뭔 일 있네.

..발생시간은?


동시에 화면에 표기된 날짜를 보는 둘. ‘2121:28’


이순경 신고 된 날도 21일입니다.


슬슬 의심이 가는 이순경, 화면을 다시 재생해본다.


최형사 회색 로체. , 니 차 로체지. 이거 로체 맞지?


.. 마지못해 끄덕이는 건수, 침이 바짝 마른다.


이순경 현장에 떨어진 전조등 조각도 로체라던데. (화면에 집중) 번호가..


바짝 긴장하는 건수. 다행히 차량번호는 잘 보이질 않는데...


최형사 맨 앞은 8같은데.. 맞지, 고형사?

고건수 (난처) ? ..글쎄 ..3 같기도 하지 않나..

이순경 8 맞네요, 8. 앞에도 희미한 게 보이네. 8이네, 8.

최형사 오케이, 8. 그 다음은.. ...


화면에 빨려 들어갈듯 집중하는 최형사와 이순경..

안절부절.. 건수, 피가 거꾸로 솟구쳐 오르고 있다.

뚫어지게 보던 최형사..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입을 여는데...


최형사 ..나머진 모르겠다.


극도로 긴장했던 건수, - 풍선에 바람 빠지듯.. 짧은 숨을 토해낸다.


이순경 국과수에 넘기면 나올 까요?

최형사 (기지개를 켜머) CSI 처럼 클릭 클릭하면 선명하게 보이는 거,

그건 공상과학이고.. 이정도면 거가도 안보여.

이순경 (화면을 보며) 회색 로체 8이라.. 저런 거 최소한 일 이백 댄 될 텐데..

최형사 (닭을 뜯으며) 차량 리스트 나오면 최근에 수리한 차들 위주로 카센터 뒤져서

알리바이 확인하고 루미놀 피반응 검사하면 딱 나오겠구만.

이순경 저희 인원으로 그거 다 하려면 한참 걸려요. 확실한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최형사 그치, 항상 최대의 적은 내부에 있지. 인원부족. (닭을 먹으며) ..맛있네.


여전히 불안감 속에서 정지된 화면 속 자신의 차를 보는 건수.



  1. 건수 집. 거실.


각종 분재와 화초, 선인장들로 가득한 건수 집, 거의 화원 수준이다.

거실에서 뉴스를 틀어놓고는 보는 둥 마는 둥, 멍하니 앉아 있는 건수, 머릿속이 복잡하다.

라면을 끓이던 여동생, 건수에게 서류하나를 건넨다.


여동생 오빠, 이거 왔데..


전처가 보낸 양육권 변경 청구서.

건수, 대충 보고 치운다.


고건수 신경 쓰지 마. 괜찮아.

여동생 그럼 됐고. 그리고 혹시 언니가 집 얘긴 안 해?

고건수 (...) .

여동생 (끄덕이며) 우리 주말에 속초 가는 거지? 민아 생일.

고건수 (, 맞다.. 하지만 ) ..가야지.

여동생 (앉으며) 오빠, 내가 의논할게 있는데, 화내지 말고 한번 들어봐.

동대문 점포, 담배 가게 내보내고 우리가 토스트 가게 하게 해 줘.

거기 그런 장사 잘된대. 월세도 그대로 낼게.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데 저것들까지..


고건수 뭔 수로 계약된 사람 내보내.

여동생 오빠 경찰이잖아.

고건수 (어이없다) 야 이 씨, 경찰이 깡패냐?

여동생 좀 해줘, 우리도 언제까지 오빠 집에 얹혀 살 순 없잖아. 김서방 정신 차렸어. 저 사람 화초 만지던 가닥이 있어서 그런지 빵도 기가 막히게 만져. 제대로야.


그 순간, 욕실에서 영철의 비명이 들린다. 앗 뜨거!’


여동생 , ?! (욕실을 향해) 괜찮아?

영철(o.s) (욕실에서) ....

여동생 샤워기 좀 어떻게 좀 안 되나? 너무 뜨거워.

(다시 원래 화제로) 어때? 토스트 가게.. 좋은 생각이지..?

고건수 나중에 얘기하자. 나중에..


건수, 귀찮은 듯 방에 들어가려는데..


여동생 , 근데.. 오빠.

고건수 왜 또?

여동생 혹시 우리 엄마 남자 있었어?

고건수 뭔 소리야?

여동생 어제 인생 상담하러 갔었는데 거기서 자꾸 엄마한테 남자가 있다는 거야.

고건수 (한심하다) ...

여동생 근데 근데, 지금도 옆에 같이 있대.

고건수 (욕을 하려다 우뚝) ..!

여동생 좀 섬뜩하지 않어? 딴 것도 다 맞췄어. 저 사람 꽃집 말아 먹은 거,

오빠 이혼 한 거 다 알던데.. 엄마, 진짜 남자 있었던 거 아냐?

고건수 됐고.. (생각해보니 화가 난다) 넌 교회 다닌다는 기지배가 점집 찾아 다니냐?!

여동생 예언 목사님이거든!


건수, 할 말이 없다.



  1. 건수아파트 앞 도로 - 차안. 오전


출근길. 걸어가는 건수, 전처랑 통화 중이다.


전처(o.s) 토요일 우리 변호사랑 좀 만나.

고건수 이번 주말은 안 돼. 민아랑 여행가기로 했어.

전처(o.s) 치사하게 재판 앞두고 뭐하자는 거야. 반칙하지 마.

고건수 .. 토요일, 민아 생일이거든. , ..관두자.. 끊어..


한숨을 내쉬는 건수, 도형사 차에 오른다.

핸드폰에 집중하던 도형사, 입으로만..


도형사 좋은 아침입니다.


저게 놀리나..’

곧장 출발하는 도형사, 문자를 마저 보내는데..


고건수 (고함) 브레이크!


화들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는 도형사.

끼이익- 보행자 바로 앞에 정지하는 차량.

건수, 도형사 머리통을 후려갈긴다.


고건수 조심해야지 새끼야, 그러다 사람 치면 어떡하려고... 니가 책임질 거야?

..개새끼..., - (흥분을 가라앉힌다)


도형사, 건수 눈치를 살피는데,,


고건수 도형사.

도형사 ..?

고건수 뺑소니 자수하면... 몇 년 형이냐?

도형사 아니, 형사가 그것도 모르십니까?

고건수 모른다. 몇 년이냐?

도형사 네이버 검색해보시지 말입니다.

고건수 (어이없다) 너 내려, 새끼야!



  1. 서부경찰서 강력반. 오후


나른한 오후, 책상에 기대어 자고 있는 형사들.

건수만이 깨어 심각한 얼굴로 서류뭉치를 보고 있다.

..쥐색 로체 8로 시작하는 차량리스트다.

282대 중 자신의 차량이 182번째로 나와 있다.

펜을 들고 서울, 경기 부분만 따로 표시해보는 건수.


따르릉- 벨소리에 잠에서 깬 도형사, 전화 받고는..


도형사 ..고형사님, 전화 왔습니다. (반응이 없고) ..고형사님.


그제야, 전화를 받는 건수.


고건수 (전화 받으며) , 고경삽니다.

(O.S) 아 예, 수고하십니다.

고건수 , 누구시죠?

(O.S) , 이광민 그 사람 봤는데요.

고건수 ?

(O.S) 이광민 봤다구요.

고건수 장난전화 하지 마세요.


- 끊어 버리는 건수.


도형사 누구십니까?

고건수 ..궁금하면 네이버 검색해봐.


기죽은 도형사, 또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도형사 아까.. 그 사람인거 같은데..

고건수 (받으며) 자꾸 장난 전화하실래요?!

(O.S) ..수배자 봤다고 제보하려는데 그게 왜 장난전화죠?

고건수 (할 말이 없다) ..그럼 말씀하세요.

(O.S) 제가 이광민을 봤는데요.

고건수 (짜증을 꾹 참으며) 지금 어딨는데요?

(O.S) 제가 그걸 물어 보려고 전화한 건데.

고건수 장난해요, 지금?!

(O.S) 그게 아니라.. 어디로 데려 갔나요, 고형사님?

고건수 ..?!

(O.S) 하늘로 솟았나요, 땅으로 꺼졌나요. 쥐색 로체, 고건수씨!


목격자다!!!

건수, 당황한 나머지 얼떨결에 툭- 전화를 내려놓는다.

앞이 하얘지는 건수, 애써 태연하려하나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그사이 지이잉- 건수핸드폰이 책상위에서 울려 대고 있다.

왜 안 받는 거야.. 건수를 힐끔 쳐다보는 도형사.

따르릉- 이번엔 사무실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신경이 곤두서는 건수.

도형사, 전화 받더니,


도형사 고형사님. ..핸드폰 받으시라는데 말입니다.

고건수 ?


곧이어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핸드폰.

불길하다.. 건수, 조심스레 핸드폰을 펼치면..

고건수 (나지막이) ..누구야?

(O.S) 당신이 이광민 죽였다는 거 아는 사람.


눈을 질끈 감는 건수. 사람들을 피해 밖으로 나간다.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는 도형사.


(O.S) 사람 죽이고도 지낼만해요?

고건수 (복도로 나서며)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O.S) 고경사, 자꾸 그러면 안쓰러워.

고건수 아무래도 사람 착각하신 거 같네요.. ?

(O.S) 후후, 차는 깔끔하게 수리해 놨데. 바쁘셨겠어.

고건수 그건 엊그제 접촉사고 나서 보험처리 한 건데, 뭔가 확실히 잘못 아셨네.

(O.S) 어휴, 그새 알리바이까지 만드셨네.

고건수 그만 끊읍시다.

(O.S) 그럼 이번엔 이광민이 양자산에 있다고 신고해 볼까?

고건수 ......!


사람들을 피해 현관 앞까지 나온 건수,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O.S) 깊숙이 묻으셨나 몰라.

고건수 그런 적 없으니까 다신 전화하지 마라.

(O.S) , .. 끊으면 바로 신고할 건데.


머뭇머뭇 끊지 못하는 건수.


(O.S) 못 끊겠지. , 니가 죽였잖아.

고건수 , 이 새끼야, 너 뭐야, 너 뭐하는 새끼야!

(O.S) ...한 번만 더 욕해도 신고한다.


저 편에서 의경들이 단체로 걸어오며 충성! 경례를 하고 있다.

그런데... 건수의 핸드폰으로도 또렷이 들리는 경례 소리.

놈이 근처 어딘가에 있다!

주위를 홱 둘러보면... 주변에 통화 중인 몇몇 사람들.


(O.S) 지금은 쉽게 말 들을 것 같지가 않네. 속 좀 더 태우고 나서

그때 용건만 간단히 얘기하자.


문득, 저 멀리 정문 앞 공중전화에 시선이 고정되는 건수.

전화통을 붙잡고 있는 사내의 뒷모습. 저 놈인가?


(O.S) 근데 얼굴이 생각보다 좋던데. 죄책감 안 느끼나 봐? 성격 좋네.

- 전화가 끊어짐과 동시에 수화기를 내려놓는 괴남자.

굳어버리는 건수의 얼굴. 저 놈이다!

태연히 경찰서 정문을 빠져 나가는 괴남자.

건수, 이를 악물고 재빨리 뛰어 나간다.


괴남자, 택시에 오르면.. 재빨리 번호판을 살피는 건수. 구산택시, 2274’

놈이 탄 택시가 출발하자 내달리는 건수.

부우왕- 요란한 엔진음과 함께 출발하는 건수 차.



  1. 시내도로. 차안.


빠르게 질주하는 건수, 택시가 보이질 않는다.

속도를 높여 몇 대를 앞지르는데 덤프트럭 하나가 앞을 가로막는다.

아이씨.. - - 경적을 울리면 그제야 옆으로 비켜서는 트럭.

그 순간, 바로 앞에 ‘구산택시, 2274’

급브레이크를 밟는 건수, 놈이 탄 택시와 거리를 벌린다.


괴남자 택시 안.

택시 앞좌석에 앉아 있는 괴남자.


건수 차안.

옆 차로에서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가는 건수.

놈이 탄 택시가 횡단보도에 멈춰 서자 두 대 뒤, 옆 차로에 멈춰 선다.

선글라스를 쓰는 건수, 초조한 듯 다리를 떨며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두드린다.

잠시 후, 파란불이 들어오자 서둘러 출발하는 차량들.

건수, 출발하려다 다급히 멈춰 선다.

무슨 일인지 괴남자가 탄 택시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고건수 (의아) ..?


-- 뒤에선 연신 경적이 울려대고..

두 차선을 막고 있는 택시와 건수 차, 뒤로 차들이 밀리기 시작한다.


괴남자 택시 안.

얼떨떨한 택시기사, 괴남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

밖에선 ‘어이 아저씨, 뭐하는 거야.’ 경적소리와 함께 욕설이 쏟아지고..


택시기사 그만 갈까요?

괴남자 아저씨, 1초에 만원이라니까. (시계를 보며) 13, 14초 벌써 15만원 버셨네.


침을 꿀꺽 삼키는 기사, 눈을 질끈 감는다.


건수 차안.

초조한 건수. 자기 뒤로 주-욱 밀려 있는 차량행렬.

지나가는 차들마다 차창을 열고 욕설을 쏟아낸다.

건수, 초조해 하는데.. ??? 괴남자가 창밖으로 핸드폰을 흔들고 있다.

뭐지? 건수, 핸드폰을 보면... 놈의 문자가 와 있다.

차 퍼지셨어요?? .^^.’


발각...! 이젠 어쩔 수 없다.

건수, 벌컥 차문을 열고는 괴남자의 택시로 향하자... 슬금슬금 출발하는 택시..

건수, 빵빵대는 차 사이를 비집고 서둘러 달려 나가면..

백미러로 태연히 바라보던 괴남자, 담뱃불을 튕긴다.

건수, 뛰어가 보지만 점점 더 멀어지고...

몇 걸음 뛰다 말고 허망하게 멈춰서는 건수. 저 멀리 택시가 사라지고 있다.

건수, 빠앙- 오도 가도 못하고 도로 한 복판에 서 있다.



  1. 어느 건물.


복도를 걸어가는 괴남자의 뒷모습, 문을 열고 어디론가 들어간다.

휘파람을 불며 옷을 벗고 있는 괴남자.

잠시 후.. 딸깍, 문이 열리고.. 라카룸에서 나오는 괴남자.

칼로 잰 듯, 빳빳하게 날이 선 주름. 경찰복이다!

태연하게 현관문을 나서면.. 그 옆으로 보이는 중부경찰서 현판!



  1. 순찰차 안.


순찰차 보조석에 앉아 있는 괴남자, 명찰엔 ‘경위 박창민’.

옆에선 뺑소니 현장에 왔던 이순경이 운전 중이다.

흰 병우유와 크림빵을 먹는 창민.


박창민 이순경, 운전 참 부드럽게 해.

이순경 맨날 하는 게 이건데요.

박창민 뺑소니 사건은 잘 진행돼?

이순경 의심 가는 게 있는데 동일 차종이 280대나 돼서요.

박창민 제보 또 안 오나?

이순경 그러게 말입니다. (신호에 멈춰 선다) 근데 박경위님은 일 좀 적응되세요?

마약 수사대 계시다가 교통과 하는 게 쉽진 않으실 텐데..

박창민 생활비가 좀 많이 딸리네.

이순경 (어색하게) 하하.. 전 마약과 같은데서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

박창민 꿈은 잘 때나 꾸시고, 지금은 앞에 봐 앞에.


어느새 녹색신호.. 괜히 민망한 이순경, 이내 출발한다.

삐리릭- 시영아파트 앞 교통사고 발생..’ 무전 교신음이 들린다.



  1. 교통사고현장.


택시와 봉고차, 트럭 3중 추돌 사고 현장.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운전자들과 주위에 널브러진 파편들.

위잉- 렉카 차량이 경쟁하듯 속속 도착하고 있다.

반파된 택시 안을 힐끗 쳐다보는 창민.

종이처럼 구겨진 택시 안엔 사람이 보이지 않는데..

좀 더 안을 살펴보면 의자 밑 페달 사이에 깔려 있는 택시기사.

살았는지 죽었는지 움직임이 없다.

창민, 살았는지 보려 꼬챙이 하나를 쥐고는 건드려 보려는데..

차창 유리조각에 옷이 찢길 거 같자.. 귀찮다는 얼굴로 슥- 몸을 빼는 창민.


박창민 어이, 렉카. (렉카 기사들 중 하나를 지목하더니) 차 좀 빼.


! 신나서 뛰어가는 렉카 기사.

기이잉- 렉카에 실리는 택시.

이순경, 환자를 살피다 뒤늦게 이쪽을 보고는,


이순경 안엔 다 확인하셨어요?

박창민 (차갑게 본다) 다시 내릴까?

이순경 (움찔) 아뇨, 보셨으면 됐죠.


정신을 잃었던 운전자, 꿈틀.. 의식을 되찾으려는데..

덜컹- 출발하는 렉카 차.

운전자와 눈이 마주친 창민, 그냥 지켜볼 뿐이다.

운전자를 실은 채, 무심하게 사라지는 렉카 차.



  1. 중부경찰서 교통계.


창민을 앞에 두고 씩씩거리는 교통계장.


교통계장 차안에 있는 사람을, 그걸 못 봤다고?

박창민 .

교통계장 사람이 쥐새끼야, 안 보였다는 게 말이 돼?

박창민 (당당) 안 보이던데요.

교통계장 (황당하다) 사람이 죽었어, 죄책감 좀 가져 봐. 에이..

(궁시렁) 마약반에서 쫓겨났으면 거기서 옷을 벗든가.. 왜 여기까지 굴러 와서..

여경 (문틈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계장님, 서장님 기다리십니다.


씩씩거리던 교통계장, 여경을 따라나선다.

교통계장 책상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창민,

기죽었나 싶은데 돌아서면, 질겅질겅 꽤 많은 양의 껌을 씹고 있다.

곧바로 다시 들어오는 교통계장, 급히 책상 위를 뒤적인다.


교통계장 이순경, 사건경위서 어쨌냐?

이순경 아까 계장님 책상 위에 올려놨는데요.

교통계장 없는데.. 아이 씨..

여경 (다시 사무실 안으로 고갤 드밀며) 계장님. 빨리요.

교통계장 , , 최대한 빨리 뽑아서 올려 보내. (창민을 보더니) 껌 뱉어!


교통계장, 서둘러 나가면..

쓰레기통에 퉤- 뱉는 창민. 꽤 묵직한 것이 떨어진다.

이순경, 뭔가 싶어 보면..

창민이 씹다버린 종이뭉치, ‘사건경위서’ 글자 일부가 일그러진 채 보인다.

이순경을 향해 애교 부리듯 손가락을 올리며, 쉬잇! 미소 짓는 창민.



  1. 서부경찰서 주차장.


주차장 구석에 주차되어 있는 건수 차.

패닉에 빠진 건수, 혼자 중얼거리고 있다.


고건수 누굴까.. 양자산까지 왔다면.. ..장례지도사, 인부... 도대체 누군데..


모든 상황이 의심스러운 건수.. 돌아버릴 지경이다.


고건수 넌 누구냐, 이 새끼야?!


그 순간, 쿵쿵쿵.. 차창을 두드리는 누군가. ..최형사다.

움찔하는 건수. - 밖으로 나온다.


최형사 꿈꿨냐?

도형사 주무셨단 말입니까? 저흰 쌔빠지게 산타고 왔는데..


진흙 속에 빠졌다 나온듯한 신발들.


고건수 ..어디 갔다 오는데?

도형사 경기도쪽 야산..

최형사 양자산. 너 어머니 묘소도 그쪽이지?

고건수 (놀라) 근데.. ?

도형사 이광민 핸드폰 최종 위치가 거기로 나와서 가봤는데 그 동넨 기지국이 중첩

돼서 위치가 정확히 나올 수 없답니다. 괜히 산만 타다 왔지 말입니다.


몰래 안도하던 건수, 문득..


고건수 ..핸드폰 꺼져 있다면서 거긴 줄은 어떻게 알았어..?

도형사 중부서에서 위치 조회했던 자료가 남아있었습니다.

고건수 ..?

도형사 그건 모르지 말입니다.

최형사 (하품) 피곤하다. 소주 땡기네.. (들어가려다) 범퍼 새로 갈았네. 사고 났었어?

고건수 (흠칫) ...저번에 얘기 했잖아.

최형사 (차를 살피며) 앞에 다 갈았나보네. 안 다친 게 다행이다, .


건수, 8734.. 자신의 번호판을 보며 괜스레 가슴 졸이는데..


최형사 너 전화 왔다.

띠리링- 차 안에서 울리는 건수 핸드폰.

건수, 멀어지는 최형사 뒷모습을 지켜보다 전화를 받는다. 창민이다.


박창민(o.s) 미행을 그렇게 못해서 어떡해, 형사가.. 고민 좀 했어? 이제 대화가 될라나..?

고건수 ...나 하나만 묻자. 너 내가 이광민이 묻는 건 어떻게 봤냐? 그 야밤에...

박창민(o.s) ..밤이라고 그걸 못 보나? 쓸데없는데 관심 갖지 말고..

고건수 ..너 직접 본 거 아니구나.

박창민(o.s) ..?

고건수 이광민 어디 있는지 모르지?

박창민(o.s) ......

고건수 그럼 됐어. 신고를 하던, 혼자 삽 들고 지랄하던 니 맘대로 해봐.

하지만 넌 절대 못 찾아. ? 묻은 사실이 없으니까 개새끼야. 끊어!

거칠게 전화를 끊어버리는 건수, 스스로 최면이라도 걸려는 듯 고함을 질러댄다.


고건수 증거만 없으면 세상에 없는 일이야! 고건수. 쫄지 마!



  1. 서부경찰서 강력반. 저녁


들어오는 반장, 사무실 전화가 계속 울리자,


반장 전화 좀 받아라. (도형사가 받는 사이) 밥이나 먹으러 갈까?

최형사 , 배고파 뒤져버리겠어요.


반장, 들어오는 건수를 보고는,


반장 밥 먹자. 뭐 먹을까?

고건수 전 그냥 들어갈게요.

반장 니가 살 건데 그럼 안 되지?

고건수 담에 하죠. 피곤해요.


전화를 받던 도형사, 수화기를 막고는,


도형사 교통사고 제보전화라는데 말입니다.

최형사 교통과로 돌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뺏어 그대로 끊어버리는 건수.


반장 (의아) ..?

고건수 이 새끼, 장난 전화예요.


또다시 전화벨이 울리자 이번엔 건수가 직접 받는다.

상대의 음성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끊어버리는 건수.

곧이어 따르릉-, 이번엔 확인도 않고 그대로 끊어버린다.

이러기를 몇 번 반복하는데..


반장 , 뭔데 그래?


할 말이 마땅치 않은 건수, 그냥 전화기 앞에 버티고 서 있다.

왜 저래? 의아해하는 형사들.


반장 (갸우뚱) 피곤하면 들어가던가...


건수, 더 이상 벨이 울리지 않자 이제 나가려는데...


띠리링- 문 밖에서 낯익은 음악소리가 들린다. ..니노로타의 ‘태양은 가득히’

사무실을 향해 다가오는 벨소리.. 문 앞에 다다르자 뚝 끊긴다.

문 밑으로 어른거리는 그림자...!

잠시간의 정적... 건수, 숨이 멎을 듯한데...

끼이익-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것이... 박창민이다!!!


고건수 !!!


어떻게 여길....!

뚜벅뚜벅, 당당하게 들어오는 창민.

당황한 건수,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최형사 (반갑게) ? 박경위님!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 순간,

! 건수를 향해 날아드는 창민의 주먹.

느닷없는 공격에 그대로 나자빠지는 건수. 우당탕탕-


최형사 (당황) , 박경위!?


서둘러 막아서는 최형사.


박창민 니가 감히 내 전화를 씹어. 내가 입 한번 열어봐? ?! 이런 개새끼가...

최형사 도대체 왜이래?


건수, 창민의 예기치 못한 행동에 당혹스러운데..

막무가내로 날뛰던 창민,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


박창민 (얼굴을 가까이 드밀며) 뭐야 이거.. 씨발 아니네.. 오우..


난감하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치며 능청 떠는 창민.


최형사 뭐야? 잘못 본거야? .. 이쪽은 우리 동료야.

박창민 형사야? 이거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난 또 내 돈 들고 튄 놈인 줄 알고..


창민의 연극에 놀아나는 건수.

대들지도 못하고.. 턱만 매만지고 있다.


최형사 반장님, 저번에 우리 도와줬던 박창민 경위님. 감찰반 정보 건네준..

반장 , 박경위? 반가워요. 그때 정말 고마웠어요. 우리 은인이잖아.


건수, 맞은 충격에 더해지는 당혹스러움, 얼빠진 사람처럼 멍해있다.


최형사 고형사, 은인한테 한 방 맞았네. 괜찮아?

박창민 , 이분이 고건수 경사님? 아 어떻게..


창민, 책상 위 크리넥스 두어 장을 뽑아 건수에게 건넨다.


박창민 (입술을 가리키며) 여기 피.


병 주고 약 주고.. 건수를 완전 데리고 놀고 있다.


박창민 (묘한 미소와 함께) 정식 인사드립니다. 박창민입니다.

반장 (화해하라는 눈짓을 하며) 둘 진짜 인연이네.

저번엔 살려 주시 더만 오늘은 잡을 뻔 하셨네.. 하하


건수, 마지못해 내민 손을 맞잡으면... 소름이 좌악- 끼쳐온다.


박창민 인상 좋으시네요. , 두 분이서 우리 애들 뺑소니 찾는 거 도와줬다며?

덕분에 거의 찾은 거 같던데.

최형사 그래? 잘됐네.


건수. 어찌 할 바를 모르는데..


박창민 (건수를 보며)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밖으로 나가는 창민.


최형사 (건수를 보고는) 턱 괜찮아?

반장 (피식) 억울하면 술 먹고 한 대 때려?


건수, 대답 않고 밖으로 나간다.


  1. 서부경찰서 화장실. 저녁


끼이익- 안으로 들어오는 건수, 아무도 없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변기 칸에서 나오는 창민, 씨익 웃으며 세면대로 향한다.


박창민 (손을 씻으며) 인간엔 딱 두 가지 유형이 있대. 강자 앞에서 바로 꼬리 내리는

인간, 꼬리 잘리고 나서야 뒤늦게 내리려고 애쓰는 인간.

고경사는 어느 쪽인 거 같아?

고건수 경찰이었어?

박창민 경찰 보니 무섭지, 잡아 갈까봐.


잠시 창민을 노려보는 건수.


고건수 ..원하는 게 뭐야?

박창민 그렇지. 여지껏 니 입에서 나온 것 중에 제일 현명하고 똑똑한 말이다.

내가 원하는 거.. 간단해. 이광민이 가져와.

고건수 ..?

박창민 궁금한 게 많으면 수명이 짧아져.

고건수 ..이광민이랑 무슨 관계야?

박창민 ..우리 아빠. 장례 좀 치러 줄라고.

고건수 (어이없다)

박창민 미안. 사실.. 우리 엄마야. 재미없지? 쓸데없는 질문하지 말고 시킨 거나 해.


다가와 건수 겉옷에 젖은 손을 스윽 닦는 창민, 나가려는데..


고건수 근데 어떡하냐, 난 이광민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진짜..


나가다 말고 멈춰서는 창민.


박창민 한 대 더? (때릴 듯 폼을 잡더니) 에휴..


그냥 돌아서려는데 퍽! 갑자기 날아오는 건수의 주먹.

! 문에 부딪치는 창민,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주먹이 날아든다.

커버링을 피해 빈틈을 정확히 찾아다니는 건수의 주먹에 김빠지는 신음만 토해내는 창민,

! 명치에 제대로 꽂히는 주먹에 신음소리 조차 못 내더니 그만하라고 손을 가로젓는다.

몇 대를 더 먹이고 나서야 공격을 멈추는 건수.

창민, 허리를 펴며 간신히 숨을 토해낸다.


박창민 경찰이 경찰을 막 패네. 죽겠다. .. 주먹에 맞아도 이렇게 아픈데,

차에 치인 우리 광민인 얼마나 아팠을까, 말도 못하고..

고건수 ..미친 새끼.


벽에 기대 있던 마대걸레를 밀쳐버리는 건수.

우당탕탕! 창민, 몸을 웅크리고 피하다가 건수 발길질에 변기 칸 안으로 나자빠진다.

건수가 쫓아 들어오려 하자 재빨리 문을 잠그는 창민.


고건수 (, 걷어차며) 문 열어 새끼야!


옆 칸 변기위에 올라가는 건수, 풀쩍 칸막이를 넘으려는데

! 건수 멱살을 잡는 창민.

건수, 놀랄 틈도 없이 쑥! 아래로 당겨진다.

쿠당탕탕! 아래로 쏟아지는 건수. 얼굴이 변기에 그대로 처박힌다.

! 첨벙..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는 상황, 단박에 전세가 역전된다.

건수 뒷덜미를 움켜쥔 창민, 변기에 머리를 처박은 채

한쪽 팔꿈치론 건수의 옆구리를 찍어댄다.


박창민 몇 대 맞아 주니까 자신감이 불타올라? (!) (!) 나한테 (!) 안 돼. (!) 날 때부터 안됐고 (!) 죽어서도 안 돼! (!)


, , .. 계속해서 가격하는 창민,

정말 저러다 죽는 거 아닌가 싶을 때 쯤, 머리를 끌어올린다.


박창민 대화 좀 할까? (얼굴을 힐끔 보고는) 아직 아니다.


곧바로 변기 속에 처박는 창민. 또다시 퍽, , ! 잠시 후, 끌어올리고는,


박창민 (대뜸) 또 아니네.


곧장 물속으로 잠수. 또다시 가격.


박창민 자존심이 언제까지 고통을 막아주려나.


광기 가득한 창민의 행동이 계속 이어지고..

한참을 물속에 처박힌 건수,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듯 바닥을 두드린다.

건수의 손짓을 보고도 한참 후에야 머리를 놔주는 창민.

크악- 거친 호흡을 내쉬는 건수, 일어설 힘도 없이 널브러진다.


호흡을 고르며 거울 앞에 서는 창민, 옷에 묻은 물기를 닦아 낸다.


박창민 요즘 장비 좋아져서 삽질 안 하고도 금방 찾는다.

수사망 더 좁혀지기 전에 가져와.


- 문이 닫히고.. 변기 바닥에 널브러진 건수, 모멸감에 이를 악문다.



  1. 도로. 차 안.


거칠게 국도를 달리는 건수.



  1. 양자산.


퍽퍽.. 땅 파는 소리가 들리는 어두운 산속. 건수가 열심히 땅을 파고 있다.

포크레인으로 쌓아 올린 것을 달랑 삽 하나로.. , .. 매우 힘든 건수...

이윽고 관이 모습을 드러내면... 빠루를 들고 끙끙 못을 뽑아 뚜껑을 여는 건수.

염을 한 어머니의 모습이 드러난다.

긴 한숨을 토해내는 건수. 어머니의 시신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곧 조심스럽게 어머니를 들어내면... 그 뒤로 드러나는 이광민의 시체.

이광민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핸드폰과 동전 몇 개뿐이다.


고건수 뭐야, 니가 원하는 게... 도대체 뭐냐고!


그때, 뭔가 이상한 것이 건수의 시선을 붙잡는다. 외투에 난 두 개의 구멍.

건수, 천천히 구멍에 손가락을 넣는다... 손가락을 낀 채 천천히 외투를 들추면,

셔츠까지 관통한 구멍. 순간, 건수의 얼굴이 흔들리더니... ! 셔츠를 뜯어 펼치면,

이광민의 가슴까지 그대로 관통한..... 두 발의..... 총알 자국!


고건수 () !!! 이거 뭐야?!


얼어붙은 건수의 시선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충돌 전에 이미 총을 맞은 건가...?!

순간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나간 듯, 털썩...

안도와 죄책감, 후회가 한데 뒤섞인 괴상한 감정들이 건수를 파고든다.


고건수 하아.. .. (끓어오르는 분노) 이런 개 샹놈의 새끼...



  1. 중부경찰서 복도.


창민, 경쾌한 발걸음으로 경찰서를 나서는데,


이순경 박경위님! 계장님이 오라시는데요.

박창민 나 이미 퇴근 했어요, 못 봤다고 해.

이순경 계장님이 지금 보셨는데요.

박창민 잘못 보신 거라고 해.

이순경 (황당)..아니..

박창민 박봉의 박경위 투잡하러 갔다.



  1. 고물상 앞 도로(사고현장).


어둑하고 적막한 사고현장.

현장을 살피는 건수.. ‘충돌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과연 어디서 총을 쐈을까...’

건수, 광민 은신처인 고물상으로 시선이 흐른다.

  1. 고물상 안.


캄캄한 실내. 딸깍, 딸깍..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작은 후레쉬를 밝히며 흔적을 찾는 건수.

책상 위, 널브러진 핸드폰 충전기..

무덤에서 꺼낸 광민 핸드폰을 꽂아보면.. 딸깍, 맞는다.

건수, 핸드폰 전원을 켜는 순간, 바스락...!

누군가 있다!!!

- 후레쉬를 비춰보나 보이질 않고..

하지만.. 어둠 어디선가 건수를 지켜보는 듯한데...

건수, 허리춤을 만져보나 이런.. 권총을 두고 왔다.

못이 박힌 각목하나를 슬며시 집어 드는 건수, 소리 난 곳으로 조심스레 다가간다.

쿵쾅쿵쾅.. 심장박동 조차 부담스러운 적막..

그때, 땡그랑! 날카로운 쇳소리가 파고든다.

건수, 반사적으로 휘두르면.. ! 기둥을 때리고 부러지는 각목..

! 손에 전달되는 충격.. 하지만 아파할 틈이 없다.

상대를 찾으려 사방으로 후레쉬를 흔들어 대는데.. 순간, 스치는 무언가!

! 다시 비추면...... 예전의 그 유기견이다.


고건수· 하아.. (안도) 이런 개새끼가.. 하아...


참았던 숨을 내쉬는 건수.

겁에 질려있던 유기견도 안심이 되는 지 꼬리를 흔든다.

유기견의 보금자리인 듯, 물고 온 잡동사니들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 한참을 물어뜯긴 가죽지갑. 보면, 이광민의 것이다.

광민의 유흥업소 명함과 숫자가 잔뜩 적힌 사금고 명함 하나가 나온다.

그때, 적막을 깨는 낯익은 벨소리. 리리리링~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던 이광민 핸드폰이 다시 울리고 있다.

건수, 핸드폰을 조심스레 받으면...


누군가(o.s) 야이 개새끼야, 왤케 연락이 안 돼?!

난 또 니가 창민한테 벌써 뒤진 줄 알았잖아!


창민이 아니다. 거친 남자의 목소리.


누군가(o.s) 거기 어디야? 야 이광민! ..이 새끼 봐라, ..

(뭔가 이상한 듯) ..너 이광민 맞아? (대답이 없자) ..너 누구야?


딸깍- 지체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는 남자.

건수,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받질 않는다. 뭔가 복잡해지는 건수의 얼굴.



  1. 도로. 달리는 차 안-경찰서(교차).


무서운 속도로 질주중인 건수, 도형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고건수 (다급히) 알아봤어?

도형사 나이 38, 이름 조능현. 전과 3개가 모두 강력 범죄입니다.

현재 위치는 대학로 근처입니다.

고건수 일분마다 계속 위치확인하고 조능현 얼굴사진 나한테 보내.

도형사 ..고형사님, 이거 다 불법인데 말입니다. 정식으로 서류 첨부해서 하시는 게..

고건수 너 워드 작업하는 동안 사람하나 죽을 수 있다. 내가 책임질게.

도형사 ..근데 무슨 일이신지..

고건수 됐고.. 다른 사람한텐 말하지 말고 바로 연락 줘, 오케이?

도형사 (마지못해) ...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수화기를 내려놓는 도형사.


최형사 어디래?

도형사 그건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최형사 갑자기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


최형사,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범칙금 통지서를 보고...


최형사 이게 뭐냐?

도형사 우리 팀 교통딱지 빼 논겁니다. 벌금 넘어가기 전에...

최형사 내꺼도 있냐?

도형사 고형사님 꺼 하나만 찍혔습니다.

최형사 (통지서에 나온 속도를 보며) 많이도 밟았네..


과속카메라에 찍힌 건수사진을 보던 최형사,

뭔가를 발견한 듯.. 우뚝! 고정되는 시선.



  1. 삼선교 거리.


끼이익- 다급히 멈춰서는 건수 차.

서둘러 내리는 건수, 바로 옆 편의점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창가에 얼굴을 드밀고 안에서 음식 먹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건수.

손님들, 유리 한 장을 두고 코앞에서 웬 남자가 쳐다보자 의아해 하는데..

라면을 먹던 한 남자, 건수핸드폰에 뜬 사진을 보고는 움찔.. 바로 자신이다. 조능현..!

후다닥- 달아나는 조능현.

건수, 서둘러 쫓아간다.

건물 코너를 잽싸게 도는 조능현, 좁고 가파른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 도망치다가

우당탕탕- 발을 헛디뎌 계단 끝까지 구른다. 아주 길고 요란하게 구른다.

! 길바닥에 고꾸라지는 조능현. 끄응...

뒤따라 계단을 내려오던 건수,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다가간다.


고건수 ...괜찮아?


쓰러져 있던 조능현, 놀랍게도 다시 벌떡 일어나 도망가고.

, ... 짜증내며 건수도 따라 뛰기 시작한다.

계단 끄트머리에서 주르륵 미끄러지는 건수. 쿵쿵쿵쿵쿵.. 아 씨발...


쫓아가는 건수.. 골목을 들어서는데.. - 날아오는 맥주병..

귀밑을 스치고 벽에 꽂힌다. - ‘이런 개새끼가..’

그 사이 달아나는 능현, 오토바이를 밟고 막힌 담장을 넘으려는 순간,

- 발목을 낚아채는 건수.

공중에 뜬 채로 발목을 잡힌 조능현, 그대로 벽에 얼굴을 처박는다. !



  1. 삼선동 골목.


조용한 어느 골목길. 얼굴이 심히 망가진 조능현.


조능현 (진심이다) 전 진짜 몰라요. 제가 안 갖고 있다니까요?! 진짜예요.

고건수 ....니가 뭘 안 갖고 있다는 건데?

조능현 아니.. (그러다 문득 ) ...박창민이 보낸 거 아네요?


잠시 쳐다보더니.. 신분증 꺼내는 건수.


고건수 ...박창민 내사중인 감찰반 형사야. 너 잡으러 온 거 아니니까 긴장 풀어.

..창민이 찾는 게 뭔데?


창민 쪽이 아니란 말에 태도가 확 변하는 조능현. 개긴다.


조능현 모르는데요.

고건수 진짜 몰라?

조능현 .


그러자.. 기둥에다 철컥- 수갑을 채워버리는 건수.


조능현 (손목이 아프다) , ! 씨발 이거 왜이래요? 난 모른다니까!


조능현 핸드폰을 뺏어 전화를 걸려는 건수.


조능현 (의아) 지금 뭐하는 거예요?

고건수 창민한테 너 여기 있다고 알려주려고.. 창민이랑 얘기해라.

조능현 (기겁하며 태도가 달라진다) ..형사님, 저 진짜 죽어요... 아 씨발...


! 따귀를 갈기는 건수. - 돌아가는 능현의 얼굴.

건수, 상대 턱을 잡아 바로 세우고는..


고건수 창민이 찾는 게 뭐야?!

조능현 ...열쇠요..

고건수 무슨 열쇠?

조능현 사금고 열쇠요.

고건수 뭐가 있는데..

조능현 ...그게...


순간, ! 목을 움켜주고 벽에 밀어붙이는 건수. , .. 숨이 막히는 조능현.


고건수 처음부터, 하나하나, 똑바로, 얘기 해! 되묻게 하지 말고. 알았어?


조능현, 알았다는 듯 흰자위를 희번덕거리면.. 놔주는 건수.

목을 매만지며 켁켁 거리던 조능현, 머뭇머뭇 말문을 연다.


조능현 ..박창민이 가져온 마약을...

고건수 마약?

조능현 , 그러니까... 박창민이 마약반 있을 때 압수당한 마약을 빼돌렸거든요.

세관에서 걸린 거 이런 것들 다하면..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던데

그걸 팔기도 하고 클럽에서.. , 클럽하고 룸 몇 개를 운영했거든요..


창민의 행적에 어이없어하는 건수.


조능현 이광민은 그냥 바지고요 실제 소유주는 창민하고 동업자가 몇 있어요.


조능현의 진술과 함께 보이는 몽따쥬 장면들

소각되어야할 마약을 다른 것으로 바꿔치기하는 창민, 대범함이 그지없다.

어느 창고 안. 가짜 양주가 담긴 수백 개의 양주병들, 그 속으로 하얀 가루가

조금씩 섞여 들어간다. 작은 기포를 내며 녹아드는 가루들..

새 걸로 포장되어 손님들에게 배달되면 흥이 나 들이키는 남녀. 광란의 파티다.

쌓이는 양주병. .쌓이는 돈..

조능현(o.s) 이런 거 먹어보면 딴 데 못가거든요. 한번 오면 평생 고객 되는 거죠.

진짜 대박 났죠. 야쿠자 애들까지 나서서 대리점 하나 내달라고 하는데..

그때 딱 광민이가 튄 거죠. 돈하고 마약도 다 빼돌려서요. 박창민이,

진짜 악마 같은 새낀데.. 근데 악마보다 무서운 게 사람의 욕심이잖습니까.



  1. 고급 사우나 탈의실- 탕 안.


조직들로 가득한 사우나 탈의실.

덜컹- 들어오는 창민, 전혀 거리낌 없이 거친 사내들을 지나 탕 안으로 향한다.

뭐야.. 덩치하나가 창민을 막아서려는데, 다른 사내들이 서둘러 말린다.

조무래기들에는 관심 없다는 그대로 들어가는 창민.


수증기가 가득한 고급 사우나 탕 안.

옷을 입은 채 구둣발로 뚜벅뚜벅 들어오는 창민,

히노끼 탕 안에 빙 둘러 앉은 사내들, 창민을 쳐다본다.

탕 안은 보스들의 회합 자리. 다들 옷을 벗은 채 온 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풍덩, 풍덩.. 구둣발 그대로 탕 안에 들어서는 창민, 난간에 걸터앉는다.

못마땅한 보스들.


박창민 쥐새끼들처럼 몰래 모여서 뭐하시나..

김사장 저희끼리 그냥 사우나 한 번 하는 겁니다.


걔 중 중심인 듯한 김사장이 먼저 입을 연다.


박창민 (무시하고) 이쪽이 홍콩에서 온 사람들인가?


목욕탕에서도 진한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홍콩남.


박창민 FTA 됐다고 이제 깡패새끼까지 막 수입하냐.

(선글라스 낀 홍콩남을 보며) 니가 주윤발이냐..

김사장 이제 우리 동업잔데 예의 갖추시죠. 우리물건 찾을 때까지

얘들이 약 대주기로 했습니다.

박창민 그거 함부로 들여오다 니들 다 좆됀다.

최사장 (빈정) 그런 새가슴으로 뭘 하시려고. 아 짭새니까 새가슴 맞네.


몇몇 보스들이 웃는다.

속을 알 수 없는 창민의 표정.


김사장 박경위님 때문에 그런 위험도 감수하게 된 거 아닙니까.

약 공급처에서 잘리시고 확보한 물량, 돈 다 잃어버리시고..

최사장 뭔 애 하나 관리를 그렇게 못하셔서..

하긴 지들끼리 서로 짜고 이러는 줄 어찌 알겠습니까?

김사장 (말린다) 최사장님. (창민을 보며) 어째든 빨리 찾아서 데려 와야 할 겁니다.

저희도 박경위님만 믿고 기다릴 순 없지 않겠습니까?

최사장 능력 안 되면 우리한테 넘기시던가.. 대한민국 경찰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창민.


박창민 앞에서 똥 밟았었는데.. (피식)


최사장. 어이없다는 듯 웃는데..


박창민 최사장, 숨 크게 들이 마셔봐. (반응이 없자) 한번 해봐. 이렇게..


직접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창민. 최사장, 그냥 보고만 있는데..


박창민 생에 마지막 호흡인데, 하랄 때 그냥 하지..


인상이 구겨지는 최사장, 뭐라 말하려는데..

그보다 빨리 상대 목을 움켜쥐고는 물속으로 처박는 창민, 그대로 복부를 강타.

! 커다란 공기방울을 토해내는 최사장.

당황한 보스들.


박창민 (권총을 보여주며) 자기들 서로 목숨 걸어 줄 사이 아니잖아.


움찔.. 망설이던 김사장과 사내들.. 그저 창민 광기를 바라만 볼뿐이다.

물속에서 발광하는 최사장. 꼬르르 꼬르르..


박창민 UDT 잠수 최고 기록 635, 내가 세운 건데, 기록 깨면 용서해줄게.

(시계 찬 덩치를 보며) 시간 재. 틀리면 니가 들어간다.


째깍째깍.. 일초, 일초가 한 세월이다.


박창민 , 계속해봐. 어디까지 얘기 했지?

누군가 날 못 믿겠다고 얘기 했던 거 같은데.. 지금도..?


불편하고 두려운 상황에 할 말을 잊은 사내들.

그사이 최사장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더니..


박창민 얘 봐라. 쌌다.


창민, 풀어줘도 움직임이 없는 최사장.

박창민 흉부압박상지거상법 할 줄 아는 사람, 손 번쩍.


당황스런 보스들.



  1. 양자산.


외투와 셔츠가 풀어 헤쳐진 이광민의 시신 위로...


짧게 꽂히는 플래쉬 백.

고건수 그 열쇠 지금 어디 있어?

조능현 ..광민이 갖고 있을 거예요.


이어서 박창민 모습.

박창민 시체 갖고 와. 내 요구사항은 이게 다다.


휴대용 금속 탐지기를 들이대는 건수.

배 부위를 샅샅이 훑는데.. 전혀 반응이 없다.

의아해하는데.. 하체 쪽에서 신호음이 잡힌다. ..

건수, 시신을 뒤집어 엉덩이에 탐지기를 대면.. 강렬해지는 신호음. , , -

시신의 벨트를 끄르는 건수, 조심스레 하의를 벗긴다.

탱탱한 광민의 엉덩이... 이곳이다. 건수, 한숨을 내쉬다가.. 비닐장갑을 낀다.

사뭇 긴장한 얼굴. 결심이 선 듯 광민의 엉덩이 사이로 손을 쑤욱-


고건수 .....


괴상한 신음을 흘리는 건수.

어렵게... 어렵게... 그 속에서 손을 더듬는데... - 무언가 잡힌다. 빼내면...

립스틱 모양의 물건이 비닐에 싸여 있다.

- 냄새가 고약한지 코를 막는 건수, 흔들어보면 덜그럭덜그럭 소리가 난다.

건수, 칼을 들어 포장을 뜯는데...

이때, ! 갑자기 건수에게 쏟아지는 강렬한 후레쉬 불빛!

놀란 건수, 돌아본다. 눈이 부신지, 손을 치켜들면...

검붉게 더럽혀진 손. 손에 든 칼. 프롤로그의 그 장면.

곧이어... 불빛 뒤, 사람의 형체가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최형사다!


최형사 , 이 새끼... 이게 다 뭐야! (총 뽑으며) 칼 내려놔.

고건수 , 최형사.

최형사 칼 내려놔, 새끼야!!


건수, 칼을 내려놓으면.. 칼과 함께 떨어진 립스틱케이스.. 떼구르르.. 아래로 굴러간다.

건수를 노려보던 최형사, 괴로운 듯 신음을 흘리고...


최형사 .. 너 미쳤냐..

고건수 아냐, 오해야. 오해가 있어.

최형사 .....이것도 오해냐?


최형사,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던진다.

건수 받아들면, 과속 단속 카메라에 찍힌 건수의 로체자동차.


최형사 니가 차사고 났다고 말한 23, 그 이틀 전 사진이야.

사고 났다는 날 전에 벌써 깨져 있어.


범퍼와 전조등, 앞 유리까지 깨져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최형사 뺑소니 사고 지점 1키로 부근에서 찍혔다... 오해냐?


대답을 못하는 건수, 뭐라 할 말이 없다. 커다란 한숨.


최형사 우리가 아무리 모범 경찰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고건수 .... .. 그래,.. ..그만 하자. ..내가 왜 이렇게 됐지..


예기치 못한 결말에 하늘을 보며 허망한 표정을 짓는 건수.



  1. 한적한 도로. 차 안-.


고가 밑 한적한 도로에 주차된 최형사 차량.

조수석에 앉은 건수, 힘없이 핸드폰을 본다.. 여동생에게서 온 문자..

내일 몇 시 출발해? 답변바람. 민아, 안자고 기다려.’

수영복에 튜브를 두른 채 활짝 웃는 민아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담배를 꺼내 무는 최형사, 묵묵히 담배를 태운다.


고건수 ...그만 가자. 나 이젠 좀 쉬어야겠다. ,,

최형사 쉰다고.. 참 편하네.. 너 과실치사에 시신유기면 환갑 돼도 못나와..

넌 그렇다 치고 니 딸은..? , 엄마 따라 미국 가면 되겠네.

소송도 안하고.. 그냥 깔끔히 해결되네. 다행이다 야..


건수, 얼굴이 구겨지더니 그 동안 눌러 왔던 감정이 터진다.


고건수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 나 어떡하면 되는데?

최형사 (에휴..) ...


최형사, 또다시 담배를 꺼내 물고는, 건수에게도 한 대 건넨다.

- 뜨거움을 식히는 두 사람...

주머니에서 과속단속사진을 꺼내 내미는 최형사.


최형사 가져가.

고건수 ?

최형사 알아서 하라고. 너 잡아넣고 내가 편하겠냐?

고건수 ......!

최형사 난 휴가 좀 낼 테니까 그동안 잘 마무리해. 내가 옆에 있으면

너 불편할 거 아냐. ..나도 오랜 만에 엄마나 좀 보고 와야겠다. (한숨)

엄마 가게 차려드린다고 약속한 지가... 먹고 사는 게 만만치 않네..


묵묵히 쳐다보던 건수, 망설이다가..


고건수 상호야.

최형사 고맙다는 말은 하지 마라.

고건수 나 좀 도와줘.

최형사 ...?


순간, 리리링... 울리는 건수 핸드폰.

발신자에 아예 ‘박창민’이라 찍혀서 걸려온 전화.


박창민(o.s) 난데, 옆에 최형사 있지?

고건수 (의아) ...그래.

박창민(o.s) 밖으로 나와 봐. 중요한 얘기야.

고건수 지금 말해.

박창민(o.s) 나와서 들어. 니들 목숨이 달린 얘기니까.


망설이던 건수, 최형사에게 손짓하고 밖으로 나간다.


고건수 나왔어. ..너 어디야?

박창민(o.s) 오른쪽에 다리보이지? ..그 쪽으로 열 발자국만 걸어 와봐.

고건수 뭔 수작이냐.

박창민(o.s) 너 손해 볼 일 아니니까 안심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건수,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찜찜해 하면서도 걸어가는 건수.


박창민(o.s) 갔어?

고건수 ..그래. 갔다.

박창민(o.s) 확실히 갔냐?

고건수 지금 뭐하자는 건데?


딸깍.. 끊겼는지 상대의 응답이 없다.

스산함이 감도는 건수.. 주변을 살펴보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 ‘뭐지..?’

그 순간, 콰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최형사 차위로 떨어지는 철제박스(쓰레기차 뒤에 실린)

순식간에 종잇조각처럼 찌그러지는 차량..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에 패닉에 빠진 건수.


부르릉- 고가위에선 철제박스를 떨어뜨린 트럭이 철수준비를 하고 있다.

짙은 선글라스를 쓴 운전자, 이내 자리를 뜬다. 부웅-

고가 밑에서 쳐다보는 건수, 어찌할 방도가 없다.

처참히 부서진 자동차 주변으로 널브러진 잔해들...

차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부들부들...


고건수 으아.. ....


울부짖듯 고함을 질러댄다.

온몸이 심하게 떨리고... 오열하듯 고통에 일그러지는 건수의 얼굴.


이때, 징징... 징징... 건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징징... 징징...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들면....


박창민(o.s) 트럭 운전한 친구 어때? 홍콩에서 온 앤데 깔끔하던가?

고건수 ......

박창민(o.s) 더 이상 말로 안 한다고 경고 했었잖아.


거친 숨만 내쉬는 건수.


박창민(o.s) 내일 오전 6시까지 이광민 꺼내와.

고건수 ..너 어떻게... ?!... (말을 잇지 못하고)

박창민(o.s) 고건수, 그딴 전 인류애적인 감상은 개나 주고 일 해야지.

고건수 ..다 필요 없어.. 끝내자. .. 자수한다. ...너도 이제 끝이야, 개새끼야.

박창민(o.s) ..너가 그러면 장르가 점점 세지잖아.. 에이 쯧..

고양시 덕양구 행신2동 휴먼시아 2단지 1502. 맞지?


이런... 건수 집이다!


고건수 ..너 이 새끼 지금 뭐하는 거야!

박창민(o.s) 잠깐만..

수화기 너머 초인종 소리가 나더니 이어 여동생 목소리가 들린다.


여동생(o.s) 누구세요?

박창민(o.s) 좀 전에 전화 드린 박창민 경윕니다. 고형사 친구요.


이미 건수 집 앞에 있는 창민.


고건수 야이 개새끼야! 그만 둬!


하지만.. 철커덩,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창민.

건수, 돌아버릴 지경이다.


박창민(o.s) 안녕하세요.

여동생(o.s) 오빠, 아직 안 왔는데..

박창민(o.s) 곧 올 거에요. 너가 민아구나.. 안녕, 이거 아저씨 선물..

민아(o.s) ..우와, 총이다!


딸깍, 전화가 끊긴다.. 순간 모든 것이 마비되는 듯한 건수.

불안하다. 부들부들 떨린다. 최악 중 최악이다.



  1. 시내도로. 차 안.


미친 듯이 달려가는 건수 차, 멀리 도시 불빛이 보인다.



  1. 건수 집.


서둘러 들어오는 건수. 다급히 집안을 살피면..

화초를 다듬는 영철과 요리를 하고 있던 여동생..


영철 오셨어요?

여동생 왔어? 밥은?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한 집안..


고건수 ..누구 오지 않았어?

여동생 아까 오빠 친구가 왔다가 민아 장난감 주고 바로 갔어.

조만간 다시 온대.. 누구야?

고건수 ..민아는?

여동생 . 방금 잠들었어.

방문을 열면.. 곤히 자고 있는 민아.

민아 옆에 앉아 배를 덮어주는 건수, 얼굴을 매만지는데.. 지이잉- 울리는 문자.

고맙지? 자수한다고 끝이 아니야. 우리 감방 가더라도 여기 올 사람 많다.

광민 데리고 6시까지 위도 36° 6’ 52, 41“, 경도 126° 46′ 40, 26″ 지점으로 와’

현기증이 난다. 지독한 덫에 걸린 건수.

권총 탄창을 제쳐보면.. 공포탄 5발에 실탄은 한 발뿐...

권총을 움켜쥐고는 일어서는 건수.



  1. 건수 집. 거실.


라면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 여동생과 영철.

건수, 여동생에게 봉투 하나를 건넨다.


고건수 예약 돼 있으니까 내일 먼저 가 있어.

여동생 오빠는.. 같이 안가?

고건수 일마치고 뒤따라갈게.

여동생 언제 올 건데?

고건수 ..최대한 빨리..

여동생 (끄덕이며) ..안 좋은 일 있는 건 아니지?

고건수 ..갈게.

영철 (라면냄비를 들며) 형님, 이거 좀 드시고 가시죠?


건수, 나가려다 지갑에 있는 돈을 몽땅 꺼내준다.


고건수 맨날 라면이냐.. 딴 거 시켜 먹던가.. 민아 좀 잘 돌봐주고..

영철 (꾸벅) 조심히 다녀오세요.


평소와 다른 건수의 행동에 의아해 하는 여동생과 영철.



  1. 서부경찰서 무기 및 화약류 보관실.


공포탄과 교환되는 실탄.


순경 공포탄 5개 회수됐고, 실탄 5발 나갑니다. 여기 싸인 좀 해주세요.


서류를 확인해보는데 다른 서류다.


순경 이런.. 잠시 만요.

서류를 가지러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경.

한 쪽 구석, 붉은 글씨로 ‘취급주의’ 라 쓰인 경고판.

지난 번, 시연회를 했던 사제폭탄이 비닐로 둘둘 말려있다.



  1. 한적한 도로. 새벽


물안개가 스멀스멀 오르는 한적한 강변시골길..

열린 트렁크 뒤에서 무언가 작업 중인 건수.

사제폭탄을 든 채 트렁크에 실린 광민 시신을 내려다본다.


고건수 그래, 돌려준다.


손에 들린 사제폭탄을 광민 엉덩이 사이에 푹 쑤셔 넣는 건수.

벨트를 채우고는.. 자동차열쇠고리에 사제폭탄 리모컨을 조심히 매단다.


부우웅- 안개 가득한 새벽길을 뚫고 가는 건수 차.



  1. 위도 36° 6’ 52, 41“, 경도 126° 46′ 40, 26″. 새벽


덜커덩 거리는 시골길.

트렁크 안의 시신도 같이 요동친다.

시신에 숨겨둔 폭탄이 신경 쓰이는 건수.


목적지에 도착하셨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네비게이션의 상냥한 목소리. 현재 위치 ‘위도 36° 6’ 52, 41“, 경도 126° 46′ 40, 26″’

좁다란 산길 끝엔 포장되다만 널따란 공터가 나온다. 그 옆으로 커다란 저수지.

공터 저 멀리 밴 한 대가 서 있다

띠리링.. 창민의 전화다.


박창민 더 이상 오지 말고 멈춰.


차를 세우는 건수.


박창민 내려서 가져와. 차문 다 열어두고.


트렁크에서 시신을 꺼내는 건수.

건수, 폭탄이 빠지지 않게 조심스레 들고 간다.

뒷문을 열어둔 채, 차량에 걸터앉아 빵과 우유를 먹고 있던 창민, 건수가 다가오자..


박창민 실어.


- 건수, 조심스레 올려놓는데..

갑자기 밀어 붙여 몸수색을 하는 창민.

폭탄 리모컨이 달린 열쇠고리와 핸드폰, 그리고 건수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든다.


박창민 () 고작 이거 챙기느라구 늦었냐?


건수, 창민 손에 들린 폭탄 리모컨 버튼이 눌러질까 긴장하는데..


박창민 뭐 또 숨겨 둔 거 없어?

고건수 잘 찾아보면 폭탄 하나 나올 거야.


피식, 총알을 빼 버리고는 총과 열쇠고리를 돌려주는 창민,

시신을 살피며 슬쩍 눌러본다.


박창민 아직 생생하네. 수맥 있는데다 묻었었나 봐.


어금니를 무는 건수, 몰래 폭탄 리모컨을 움켜쥔다.

금속 탐지기를 시신에 대는 창민, 엉덩이 부위에서 삐- 신호음이 들리자 안심한다.


박창민 (혼잣말) 잘 갖고 있네.


긴장되는 건수, 관심을 돌리려는 듯


고건수 그 총탄 자국!..... 니가 죽였냐?


멈칫.. 총알자국을 한번 살피고는 건수를 바라보는 창민, 피식.


박창민 총 맞고 바로 차에 깔리면 그건 누가 죽인 걸까. (건수 보며) 너야? 나야?

고건수 ......

박창민 하긴 누가 죽인 게 무슨 상관이야. 너가 그때 신고만 했어도

여기까지 안 왔을 텐데. 억울할 거 없어. 니가 선택한 거잖아.

고건수 그래.. 내가 그때 옳은 선택 했다면 너 같은 악마새낀 안 만났겠지.

박창민 악마는 좀 그렇고 그냥 악당 정도면 인정.

고건수 ..그럼 이제 끝난 거지? 완전히..

박창민 확인서 써 줄까.

고건수 앞으론 다신 보지 말자. 잘 가라.


이제 끝이다. 새끼야.. 스위치를 꾹- 누르는 건수.

광민 뱃속. 폭탄에 빨간 LED불이 반짝 들어온다.

2:00, 1:59, 1:58...’ 줄어드는 타이머.. 그 순간,


박창민 잠깐만..


건수에게 겨눠진 창민의 권총.

우뚝.. 멈춰서는 건수. 하지만 동요하지 않는다.


고건수 그래도 내가 형사 짬밥이 10년인데 달랑 권총하나 들고 왔겠나.

박창민 ......

고건수 7시에 예약된 메일 하나가 경찰서로 날아 가.

너가 그동안 마약 빼돌려 팔아 처먹은 거, 유흥업소 불법 운영한 거,

이광민 살인 및 최형사 살인 교사까지.. 니가 행한 못된 짓 중 아마 극히

일부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최소 무기징역 나온다에 십팔 만원 건다.

박창민 (빤히 보더니) 공부 많이 했네. 볼수록 나랑 비슷해.

고건수 아니 난 너랑 달라. 넌 존재자체가 악이야.

쏠 거 아니면 폼 잡지 말고 치워. 시간 간다.


시체 안. 어둠속에서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폭약 타이머.

사실 창민의 총 보다 폭탄이 더 두려운 건수.


박창민· 오버했네. 나 고형사 안 죽여. 써먹을 때가 많은데 왜 죽이겠어.

어차피 한 배 탔으니까 앞으로 애들 푼 돈 뜯지 말고 내가 시키는 일 좀 해.

고건수 ......

박창민 열심히 일해야지. 민아 키우려면... 늦겠다. 가봐.

맘대로 떠들어라. 그것도 이제 끝이다 새끼야.. 돌아서는 건수.

이젠 멀리 떨어져야만 한다.

건수,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얼마 남았을까.. 이제 곧 터질 것 같은데..

! 창민이 차문을 닫는 소리에 움찔하는 건수.

부우웅- 먼지를 일으키며 떠나는 창민 차량.

잘 가라, 새끼야..’ 건수, 안도하는데..

끼이익- 멈춰서는 차량. 후진등이 켜지며 건수 쪽으로 다가온다.

이런 씨발... 쿵쾅쿵쾅! 숨이 턱 막히는 건수.

바로 옆에 멈춰서는 창민 차량.


박창민 해장국 잘하는데 있는데, 같이 갈까?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건수.. 돌아버리겠다.


고건수 너나 많이 먹어.

박창민 진짜 맛있는데..


다시 출발하는 창민, 속도를 높이는데..

광민 뱃속. 빨간 LED빛이 툭 꺼지는 순간,

! 엄청난 폭음과 함께 차가 공중으로 치솟더니 그대로 내동댕이쳐진다.

폭탄의 위력에 뒤로 나자빠지는 건수.

화염에 휩싸인 밴, 방향을 잃고 굴러가더니 저수지로 떨어진다.


건수, 창민이 빼버린 총알 두 개를 찾아 저수지로 달려가면..

서서히 수장되는 밴.

수면을 살피며 장전하던 건수, 서두르다 그만 총알 하나를 떨어뜨린다. 퐁당...

남은 건 단 한발.. 찰칵- 한 발만이 장전된 권총을 들고 수면을 겨누는 건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는.. 창민이 떠오르면 바로 쏠 태세다.

보글보글.. 한참 솟구치던 기포가 잦아들더니..

뭔가 서서히 떠오른다.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창민이다!!

호흡을 조절하며... 조그만 더 떠오르면 곧장 방아쇠를 당길 태세인 건수.

끼리릭.. 방아쇠를 서서히 당기려는데..

천천히 떠오르던 창민, 폐그물에 걸려 더 이상 떠오르지 않고 있다.

저수지 물밑 1미터쯤에 잠겨 있는 창민..

가만 보면.. 생명의 흔적이 안 느껴진다.

희미하지만 떠진 눈에선 미동도 없고.. 호흡과 움직임이 전혀 없다.

..창민 등 뒤에선 벌건 핏물이 번지고 있고... 죽은 건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은 채 지켜보던 건수.. 몇 분이 흘렀을까..

쿠룽.. 자동차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면.. 이내 끌려들어가는 창민..

어두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곧 시야에서 사라지고..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건수.. 한참을 그렇게 버티다가

순간 맥이 풀리는지 푹- 주저 않는다. ~ 드디어 끝이다.


인서트.

금세라도 비가 올 것 같던 하늘.. 후두둑- 비가 온다.

,,.. 저수지로 떨어지는 빗방울..



  1. 건수 집. 화장실. 아침


수증기 가득한 욕실. 탕 안에 몸을 담그고 있는 건수.

눈을 감고 물속에 한참을 있다가 푸우우- 물 밖으로 나온다.



  1. 건수 집. 거실. 아침


짐을 챙기며 여동생과 통화 중인 건수.


고건수 ..이제 출발하려고. 서너 시간 걸리지 않겠나.. 민아는? ..그래, 이따 봐.


후 한숨을 내쉬고는 점퍼에서 총을 꺼내 서랍장에 넣는 건수,

빠뜨린 건 없나 확인하고는 여행 가방 하나를 들고 나선다.


밖으로 나온 건수, - 현관문을 닫으면,

문 뒤에 서있던 남자가 드러난다. ! ...창민이다!


고건수 !!!


놀란 건수, 얼굴이 굳어진다.


박창민 놀랬구나, 나도 놀랬다야.. 들어가자.


머뭇거리던 건수, 철커덩- 다시 문을 연다.

끼이익- 열리는 현관문..

건수 어깨에서 가방이 흘러내린다.

- 발 앞에 떨어진 가방에 시선이 꽂히는 창민.

건수, 그 틈을 타, 한 방 먹이려는데..

그에 앞서 건수 목에 꽂히는 창민의 손날.. -

고꾸라지는 건수를 휙- 밀쳐버리는 창민, 집안에 들어가 문을 잠근다.

쓰러진 건수를 향해 화분을 집어던지면.. ! 살짝 비껴나 작살나는 화분.

뒤를 이어 사기저금통이 건수 머리에 정통으로 꽂힌다. 쨍그랑!

박살난 저금통에선 동전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건수 위에 올라타 멱살을 쥔 채 연신 주먹을 날리는 창민,

,,.. 한참을 날리다 주먹이 아픈지 왼 손으로 바꿔 또다시 한참 때린다.

광기와 분노로 가득 찬 창민, 커다란 거실장을 건수 위로 쓰러뜨린다.

- 건수, 잠시 정신을 잃은 듯 움직임이 없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는 창민,

잠시 숨을 돌리는 가 싶더니 또다시 분노를 토해낸다.

냉장고에서 잡히는 대로 던지기 시작하는 창민.


박창민 니가 나를 죽여? () 감히 나를? () 씨발 ()


씩씩거리다 식탁에 앉는 창민, 목뒤로 벌겋게 나 있는 상처가 땀과 옷깃에 쓸려 아프다.


박창민 , 쓰라려..


창민, 분이 덜 풀린 듯 마시던 물병마저 던진다.

유리병이 박살나면서 쏟아진 물에 정신을 차리는 건수.


박창민 내가 니 땜에 기록경신 했다, 이 개새끼야..


저수지 물속

운전석과 짐칸 사이 두꺼운 철제 칸막이로 인해 피해를 덜은 창민,

창민, 폐그물에 발을 걸고는 물속에서 버틴다.

돌멩이를 맞고도 내색 않는 창민, .. 다시 가라앉고..

, .. 숨이 넘어가기 직전.. 하지만 끝까지, 끝까지 버티는 창민..


박창민 좆도 아닌 새끼가 감히.. 열쇠 어디 있어? 열쇠 어디 있냐고?!


지이잉..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이 울린다. 여동생의 문자 메시지.

올 때 대포항에서 회 좀 사와. 민아가 먹고 싶대.ㅎ’


문자를 확인한 창민.


박창민 (버럭) 씨발, 강원도까지 가야되잖아.


창민, 온 곳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 사이 쓰러진 채 바닥을 살피는 건수, 쓰러진 장식장 밑에 깔린 권총이 보인다.

밑으로 손만 간신히 뻗어 더듬더듬 총을 찾으면.. 손끝에 걸리는 차가운 총구.

손가락으로 간신히 총구를 잡아당기는데, 뭔가에 걸려 나오지 않는다.

권총의 방아쇠부분이 거실바닥에 박힌 뾰쪽한 전지가위에 걸려있다.

건수, 아무것도 모른 채, 잡아당기면..

가위에 걸린 방아쇠가 당겨지면서 끼리릭- 탄창이 돌아가고..

건수 머리를 향하고 있는 총구가 격발된다. 철컥-

다행히 실탄이 없는 부분이다.

여전히 상황을 모르는 건수, 다시 권총을 잡아당기려는데..


박창민 꿀이라도 숨겨 놨냐, 곰 새끼야?!


주욱- 끌려나오는 건수, 있는 힘껏 발로 창민을 밀친다.

꽈당- 창민이 넘어지자 황급히 안방으로 몸을 피하는 건수.

잽싸게 방문을 잠그고 서랍장으로 가로막는다.

쿵쿵! 문이 부서져라 걷어차는 소리. 잠시 조용해지나 싶더니..

갑자기 쿵! 커다란 정원가위가 쑤욱- 문을 뚫고 들어온다.

뿌지직- 구멍을 넓힌 정원가위가 빠져나가면..

구멍 안으로 들여다보는 창민의 눈동자... 마치 공포물의 그것과 같다..

이내 창민의 손이 쑥 들어와 문고리를 돌리고 있다.

막아야 한다.’ 서둘러 넥타이로 창민의 손목을 옭아매는 건수.

방문 격자에 창민의 팔을 꽁꽁 묶어버린다.

빼려하지만 꼼짝도 않는 팔.


박창민 어쭈, 너 뭐하냐, 안 풀어?!


한 번 더 단단히 동여매는 건수.

잠시 창민을 묶어 두었지만 건수도 갇힌 건 마찬가지...

유일한 탈출구는 창문뿐이다.

건수, 창문을 열어젖히면.. 펄럭거리는 커튼.

매서운 바람이 불어대는 15층 고층아파트.

까마득한 아래.. 뛰어내릴 수도 없고...

옆을 보면, 거실 베란다 창문. ..넘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커튼 봉을 빼들고 창틀에 올라서는 건수,

조심스레 매달려 커튼 봉으로 거실 베란다 창을 힘겹게 밀치면

조금씩,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 거실 베란다 창.


한편, !!! 창민의 발광에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듯 들썩거리는 방문.


끼이익- 반쯤 열린 거실창.

커튼 봉을 내려놓고는 외벽에 딱 붙어 팔을 뻗는 건수.

베란다 창틀에 간신히.. 간신히.. 손이 닿는다.

이번엔 발을 옮기고.. 조금씩 무게 중심을 베란다 쪽으로 옮긴다.

휘청- 15층의 칼바람이 건수를 위협하고..

거실 베란다 창과 안방 창틀 사이에 매달려 있는 건수.

스파이더 맨과 같이 벽에 딱 붙어 있다.

아찔한 높이... 부들부들.. 손끝과 발끝으로 억지로, 억지로 버티는 건수.

이젠 넘어가야한다. 하나, , !

건수, 베란다 쪽으로 몸을 완전히 옮기는데 가까스로 성공한다.

간신히 난간을 넘어 들어오는 건수, 우당탕- 베란다에 가득한 선인장 위로 떨어진다.

맨살에 박히는 선인장가시들.. ! 하지만 가시를 뽑고 있을 때가 아니다.

거실로 들어서는 건수, 창민 뒤에 나타나자,


박창민 (놀란다) 뭐야, 씨발. 날았어?!


창민, 당황하는데.. 그 순간, 뚜둑- 창민을 가두었던 넥타이가 끊어진다.

이런 씨.. 창민을 향해 온 몸을 내던지는 건수.

! 욕실 문을 밀치며 욕실 안으로 나자빠지는 두 사람.

,- 둘 다 세면대에 머리를 박고는.. 맨바닥으로 떨어진다.

서로 아파할 틈도 없이 날아드는 공격.

혈투......

가까스로 창민에 올라탄 건수, 창민 얼굴을 향해 주먹을 마구 내리 꽂는다.

건수, 창민 얼굴을 향해 회심의 주먹을 날리는데.. ! 욕실 맨바닥에 그대로 꽂힌다.

- 부러질 듯 심하게 꺾이는 손목.

이때를 틈타 건수를 확- 밀쳐내는 창민, 선인장을 움켜쥐고는 건수 얼굴에 꽂으려는데

- 눈앞에서 맞잡은 건수. 사력을 다해 버티면..

선인장가시가 두 사람 손에 파고든다. 맞잡은 손 사이로 새어나오는 핏물.

으으으- 조금씩 밀리던 건수. 온 몸으로 창민을 밀치면,

잠시 떨어졌다 다시 붙는 두 사람, 좁은 욕실에서 넘어지고 메치고 처절하다.

! 건수가 욕조 안으로 처박히자 올라타는 창민,

샤워기 호스로 건수의 목을 감으면, 켁켁- 제대로 걸린 건수, 얼굴에 핏발이 선다.

부들부들 손을 뻗치는 건수, 어디를 더듬는가 싶더니 수도 밸브를 올리면

창민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물줄기,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박창민 으악!


등을 데인 창민, 화들짝 피하자 이번엔 밑에 깔린 건수가 물세례를 받는다. 으악!

- -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는 둘. 이젠 더 이상 주먹 휘두를 힘조차 없다.


박창민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냥 내 물건 돌려받겠다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힘드냐.. .. 씨발 내가 잘못 걸린 건가.. 열쇠 좀 내놔라.

고건수 ...나도 몰라... 없어졌어..


창민,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괴상한 얼굴이다.


박창민 ..니 죽이고 강원도나 가야겠다.. 하아..


창민, 장식장 밑에 깔려 있는 총을 본다. 비릿한 창민의 얼굴.

잠시 서로를 지켜보는데, 쿠쿵! 창밖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온다.

그 순간, 마지막 힘을 다해 권총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둘.

우당탕탕- 얼굴을 맞대고 애처롭게 거실장 밑으로 서로 손을 뻗친다.

급기야 건수 팔을 무는 창민.


고건수 아아악-


하지만 건수도 창민의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반격한다.

고통 속에서도 총을 향한 창민의 집념, 손끝에 총이 닿자 미소가 감돈다.


박창민 넌 나한테 안 돼.


마침내 총구를 움켜쥔 창민, 있는 힘껏 잡아 빼는데

끼리릭- 탄창이 돌더니... 타앙- 발사된다.

정적이 흐르는 거실...

엉겨 붙은 두 사람, 움직임이 없다.

거실장 밑으로 흘러나오는 피.

꼼짝 않던 건수, 피가 뺨에 닿을 무렵 꿈틀.. 몸을 일으킨다.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다 창민을 보면.. 꿈쩍도 않는 창민.

건수, 조심스레 거실장 밑을 살펴보는데..

또다시 꽝! 이번엔 천둥소리가 온 사방을 때리고 있다.

움찔.. 건수, 온몸의 힘이 쫙 빠져나가는 듯 벽에 기댄다.

창민의 손과 머리에서 쏟아지는 피가 점점 더 넓게 퍼져 나간다.


난장판이 된 집안. 고층의 칼바람이 집안을 날린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

막막한 건수, 답이 없다. ...암전.



  1. 저수지. 오전


다시 화창해진 하늘.

부글부글.. 수면위로 솟아오르는 기포들...

잠시 후, 커다란 크레인의 엔진소리와 함께 창민의 차량이 끌어올려진다.



  1. 서부경찰서 취조실. 오전


이곳저곳 붕대를 감은 채 방 한 가운데 있는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건수.

옆방에선 경찰 고위간부가 유리벽을 통해 건수를 보고 있다.

구석에서 숨죽이고 눈치를 보는 반장.


고위간부 이거 덮자.

비서 ?


무슨 말인가 쳐다보는 반장.


고위간부 현직경찰 마약 절취 및 밀매, 불법유흥업소 운영, 경관살해, 살인교사, 뺑소니, 사체유기, 폭발물 절취.. 이거 알려지면 우리 다 죽는다. 마약하고 폭탄은 범죄조직간 이권싸움으로 엮고 박창민이는 업무상 순직으로 처리해.

(생각해보니 괘씸하다) 나쁜 놈의 새끼, 국립묘지 가겠네.

비서 저 친구는 어떡할까요?

반장 (눈치를 보며) ..사실 고경사는 피해자이기도 한데...

비서 그래도 한 짓도 있고 하니 지방전출 정도는 보내야지 않을 까요?

고위간부 - 청장님 새로 취임하자마자 이게 뭐냐.. 장반장이라 그랬나?

반장 , 그렇습니다.

고위간부 이거 죽을 때 까지 묻어둘 수 있겠나? 자네나 저 친구를 위해서..

반장 , 무덤까지 가겠습니다.

고위간부 그래, 우리 무덤까지 가자.


고위간부,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면..

아는지 모르는지 유리벽을 향해 담배연기를 뿜어대는 건수.



  1. 서부경찰서 강력반.


짐을 챙기는 건수, 자신의 물건들을 탈탈 털어 박스에 담는다.


반장 기분은 알겠는데, 기분으로 인생사냐.

공기 좋은데 가서 한 1년 푹 쉬고 있으면.. 그거 금방이다.

고건수 지겨워요. 이제 정말 쉴게요.

반장 , 퇴직금 받아 최형사 어머니 가게 차려주려 한다며..? 생각은 기특한데..

에휴.. 경찰 관두면 뭐하게, ?

고건수 우리나라에 직업이 만 이천 가지가 된다는데, 할 일 없겠어요?

반장 그래도 임마.. 너까지 가면.. 이젠 아무도 없잖아.


건수 돌아보면.. 비어있는 최형사 자리.


반장 ..건수야, 너 경찰 됐을 때 그때 다짐, 기억하냐? 반드시 이루겠다는 너 목표..

고건수 (무슨 거룩한 목표인가 싶은데..) ..정년퇴직하는 거요.

반장 그래, 우리 같은 공무원들 최대목표, 정년퇴직하기. 우리 초심 잃지 말자.

사표처리 안하고 기다릴 테니 빨리 돌아와라.


연필 몇 자루, 공책 두어 권, 동전 몇 개만이 든,

짐 전부라 하기엔 너무 초라한 종이박스를 들고 터버터벅 경찰서를 나서는 건수.



  1. 양자산.


새로이 단장중인 어머니 묘소.. 오래된 아버지 묘와 합장 하려한다.

인부들에게 요구사항을 설명하고 있는 건수.


고건수 봉분 테두리로 해서 둘레 석을 좀 단단히 쌓아주세요. 파헤쳐지지 않게..

장례지도사 무슨 왕릉도 아니고.. 누가 파헤치겠습니까.

고건수 ..암튼 튼튼히 해주세요.

여동생 이럴 거면 처음부터 합장을 하던가.. 엄마 이사 다니시려면 귀찮으시겠다.

장례지도사 그래도 아버님 옆으로 가시는 거니까 좋아하실거예요. 어머님이 자제분들을

아주 잘 키우셨네요. 요즘 세상에 부모님 묘소, 이렇게 돌보는 자식들이

어디 있나요. 내가 저번부터 주욱 보니까 이분 꽤 효자네, 효자.

으음.. 헛기침을 하는 건수.


얼마 후... 따스한 볕이 새로 단장된 묘소에 내리쬐고...

그 아래에서 도시락을 먹는 건수가족. 민아는 흙장난 중이다.

못마땅한 듯 건수를 쳐다보는 여동생.


여동생 직장도 관두더니, 그나마 월세 좀 받아먹던 점포에단 동료 엄마 가게나 차려

주고. 그 가게 나한테 넘겼으면 월세는 냈을 거 아냐.. ..

고건수 ..자리 잡으시면 다 받을 거야. 걱정 말아.


여동생, 못내 아쉬운지 눈을 흘기면.. 주욱- 맥주를 들이키는 건수.


고건수 영철이 너, 조그만 중고 트럭 좀 알아봐.

영철 ?


뭔 말인가 쳐다보는 여동생 부부.


고건수 토스트장사, 일단 스넥카로 시작해보자. 경찰서 앞에다 펼쳐놓고,

짬밥에 지친 애들한테 팔아보자.

여동생 (살짝 감동) 오라버니...

영철 형님, 경찰서엔 짭새들이 얼마나 살아요? (, 실수) ..몇 분 계세요?

고건수 ..의경 애들까지 하면.. 한 삼백 칠팔십 명?

영철 그럼 보자.. 토스트 하나에 1500, 곱하기 이백 오십만 잡아도..

하루에.. (암산하는 듯) 오우...

여동생 얼마야?

영철 몰라. 나 문과잖아.


즐거워하며 돈 계산하는 부부.


고건수 난 내일부터 서울 떠난다. 민아랑 같이 캠핑도 하고.. 좀 쉬다 올게.

여동생 지금 여행 다닐 때야.. 직장 안 구해?!

..직장 없으면 양육권 소송서 불리해질 수도 있다며...

고건수 내가 왜 직장이 없어. 토스트 가게 사장은 나다.

(못마땅한 표정을 보곤) 당분간만.. 그만가자. 나 짐 싸야 돼.

(일어나며) 민아야.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집에 가자.


흙장난 하다 일어서는 민아.

민아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조만간 아빠가 할머니 만나러 간데요.

나는 아주 나중에 호호할머니가 돼서 가께요. 아빠랑 잘 놀고 계세요.


애한테 뭐라 할 수도 없고.. 건수, 여동생을 노려본다.


여동생 쟤가 오빠 닮아 참 똑똑해. 민아야, 고모랑 손 닦자. 손 탁탁 털어.


민아, 흙장난 하던 물건들을 내려놓으면..

돌무더기 옆으로 떨어지는 무언가... ..립스틱케이스다!

...광민 몸에서 꺼낸, 창민이 찾던 그것이다.



  1. 남대문 시장골목.


인파들로 붐비는 복잡한 남대문 상가.

얼기설기 엮여 있는 전선줄 아래, 좁은 골목길.

전당포와 환전 업무, 사금고 간판이 어지럽게 나 있다.



  1. 돼지금고 안.


전당포와 흡사한 실내구조.

무엇이든 보관합니다. 묻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절대 신분보장- 돼지금고’

광민 명함에서 보았던 그 돼지금고.

조악한 간판 아래, 험악하게 생긴 젊은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고

그 뒤, 쇠창살이 쳐진 창구구멍 안으로 주인이 슬쩍 보인다.


잔뜩 긴장한 얼굴을 가리려는 듯 짙은 선글라스를 쓴 건수,

한 손엔 립스틱케이스를, 다른 한 손엔 야구가방을 들고 있다.

손을 내밀어 립스틱케이스를 건네받는 젊은 남자. 열어보면.. 빨간 열쇠하나가 나온다.


종업원 우리 꺼 맞는데요.

주인 모셔다 드려.

종업원 (건수를 살피며) 신분 확인 안 해도..

주인 그거 확인 하면 우리 장사 못한다. (건수에게) 찾아가시는 건가요?

고건수 ....

주인 얼마나?

고건수 ..다요, 전부 다.


창구 구멍으로 건수가 든 야구가방을 쳐다보는 주인.


주인 금고주인이 제대로 안 가르쳐 주셨나 보네.


움찔.. 긴장하는 건수.



  1. 금고 앞 복도.


어느 철문 앞. 두 개의 구멍이 있는 특이한 형태의 자물쇠.

색깔에 맞춰 열쇠를 꽂아 돌리면, 철컥- 돌아간다.

남은 구멍에 종업원이 들고 온 열쇠를 꽂아 돌리며,


종업원 (키패드를 가리키며) 번호 누르시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종업원이 사라지고.. 주위를 살피던 건수,

메모지에 적힌 열자리가 넘는 번호를 누르면, 딸깍 문이 열린다.

머뭇거리던 건수, 안으로 들어가는데.. 우뚝, 멈춰 선다.


고건수 !!!


이런...... 멍해진다. - 떨어지는 가방.

금고안의 광경에 할 말을 잊은 건수, 마른 침만 삼키고 있다.

.. 마이크가 켜지고.. 스피커를 통해 주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주인(o.s) 트럭 한 대 불러드릴까, 아니면 안전한 수표로 만들어 드릴까.. 7프로 띠고..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 순간, 따르릉.. 벨이 울린다.

넋이 나간 얼굴로 받는 건수, ..동생 희영이다.


여동생(o.s) 오빠, 난데.. 진짜 돈 얘기해서 미안한데... 바빠?

고건수 ..아냐.. 계속해봐.

여동생(o.s) ..300백 정도 빌려줄 수 없나.. 더 이상 카드 돌려막기가 안 되네...

고건수 .... ..

여동생(o.s) ..오빠, 화났어? ..미안해. ..오빠? 오빠, 술 마셔? 오빠?


! ! 웃음도 아닌 것이.. 계속해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건수.

카메라, 서서히 건수 얼굴로 다가가면..

선글라스에 비춰진...... 현금 가득한 방안.

...엔딩곡이 흐른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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